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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17 로봇, 다정한 벗이 되다…자폐성 장애아 위한 로봇

로봇, 다정한 벗이 되다…자폐성 장애아 위한 로봇

영화나 책을 통해 자폐성 장애가 많이 알려졌기에 자폐에 관해 못 들어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 ‘말아톤’에는 5살의 지능을 가진 20살 청년 자폐아가 나온다. 그는 아무데서나 방귀를 뀌고 음악만 나오면 춤을 추는 아이였지만, 꾸준한 노력 끝에 마라톤을 완주하며 세상에 적응해 나간다. 영화는 감동적으로 끝나지만 자폐성 장애를 가진 부모만큼 자녀와의 관계가 어려운 경우도 많지 않을 것이다.

MBC 예능 프로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가수 김태원 씨는 자신의 11살 아들이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의 아내는 “아들보다 하루 더 사는” 소망을 가지고 있고 그는 “난 지금도 내 아이와 대화하는 걸 꿈꾼다”라고 말한다. 그는 아들과 단 한 번도 대화를 해 본 적이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자폐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남자 어린이에게서 나타나는 자폐증은 대부분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자폐성 장애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대인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표정이 없기도 하고, 눈을 맞추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낯가림도 심하고 피부접촉을 싫어해 엄마가 안아주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언어적 의사소통에서도 장애가 나타난다. 어릴 때 옹알이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불러도 반응을 하지 않는다. 말을 해서 원하는 것을 표현하지도 않는다. 단지 녹음기처럼 어떤 특정한 말을 반복해서 말하곤 한다. 마지막으로 독특한 행동을 반복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인터랙션 사이언스 연구소에서는 자폐성 장애를 연구하던 중 그 해결책으로 로봇을 선택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자폐 어린이가 사람에게 배우고 사람과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 연구팀은 인간중심적 기술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자폐 어린이를 위한 로봇은 자폐 어린이의 장애를 진단하고 치유할 수 있는 임상심리학적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따라서 로봇을 이용한 자폐성 장애 진단 및 교육중재 프로그램을 엄격한 기준 하에 만들고자 했다. 이는 단순히 놀이파트너 로봇을 연구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의 눈을 회피하는 자폐 어린이는 로봇의 눈을 바라볼 수 있을까? 로봇의 표정을 인식할 수 있을까? 로봇이 화가 나거나 아프면 그것에 공감할 수 있을까? 등 로봇과 상호작용하는 사용자에 대한 연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연구가 뒷받침돼야 자폐성 장애를 치유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첫 단계 연구에 참여한 자폐성 어린이를 통해 이들이 로봇을 좋아한다는 걸 발견했다. 사람과는 단 한 번도 상호작용하지 않던 자폐성 장애 어린이가 로봇과는 원활한 상호작용을 시도했다. 이는 놀라운 결과였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연구 끝에 자폐성 장애 어린이의 사회적 정서적 상호작용을 치유하는 5주짜리 로봇기반 사회성 치유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수차례에 거친 임상적 검증결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이전에는 관심도 없던 인형이나 개미, 움직이는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나 동물을 돌볼 줄도 알게 됐다. 아울러 로봇과 함께 있을 때 이에 대해 교사와 이야기하려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현재 연구팀은 자폐성 장애 어린이를 조기에 진단하거나 치유를 돕는 로봇을 개발하는 데 도전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자폐성 장애는 약 40명당 1명꼴로 나타난다. 이는 97~120명당 1명꼴인 미국이나 영국, 호주를 매우 앞서는 수치다. 그럼에도 서구 선진국은 자폐성 장애를 국가에서 지원할 정도로 중요한 정신장애로 보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을 위한 보호 및 교육, 치료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자폐성 장애 어린이와 함께 놀아주고 교육하거나 치유할 수 있는 로봇의 미래는 밝다.

외국의 몇몇 연구자들도 자폐 어린이를 위해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영국의 허트포드셔 대학의 캐스퍼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캐스퍼는 조그마한 어린아이 크기에 얼굴은 실리콘 고무로 만들어졌다. 머리와 목, 팔과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은 물론 눈과 입까지 움직일 수 있다. 또한 일본의 고지마 박사가 개발한 약 30cm 크기의 눈사람처럼 생긴 작고 귀여운 로봇도 있다. ‘키폰’이란 이름의 이 로봇은 사람과 눈을 맞출 수 있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출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로봇들은 그 취지는 좋으나 로봇공학적인 측면에서 개발에 중심을 뒀다. 따라서 자폐성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정신의학적, 임상심리학적 혹은 특수교육학적 관점에서의 자폐성 장애의 치유에는 많은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일을 돕는 도구적 의미의 로봇을 넘어 인간과 교감하며 심리적 자극을 통해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사례는 또 있다. 일본의 ‘패로’라는 물개로봇이다. 이 로봇은 외로운 노인들에게 애완동물처럼 벗이 된다. 살아있는 애완동물을 기르려면 먹이를 주고 건강을 관리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부 노인에게는 애완동물을 돌보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패로는 이런 노력 없이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애틋한 눈길로 바라봐주는 좋은 벗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로봇학의 가능성을 새롭게 열고 있다. 자폐 어린이를 위한 로봇이나 애완동물 역할을 하는 로봇은 고도의 상호작용 능력을 가지지 않아도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로봇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찾고 구매하는 로봇은 용도와 쓰임이 있어야 한다. 미래에 소비자가 원하는 로봇은 인간을 중심으로 시작하는 인터랙션 기술 속에서 개발된 로봇이다. 앞으로는 로봇 개발에 로봇공학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과학, 심리학, 경영학, 법학, 윤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모여서 로봇학과 인간-로봇 상호작용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글 : 조광수 성균관대학교 인터랙션 사이언스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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