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크래시 증후군(Crash Syndrome)에 대한 설명이다. 크래시 증후군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단어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나 최근 중국 대지진으로 인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강진 현장에서 가까스로 구조되었지만 매몰 후유증으로 인해 급사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허리나 넓적다리 등의 큰 근육이 오랜 시간 동안 압박을 받게 되었을 때 혈류정지 등으로 근육조직의 세포가 죽는다. 근육 내에 산소를 저장하는 미오글로빈에서 만들어진 독성물질이 대량으로 체내에 쌓이게 된다. 구조 후 압박 상태가 갑자기 풀리면서 이 독성물질이 한꺼번에 혈액으로 쏟아져 나와 요세관을 막을 경우 급성신부전이 생기는 것이다. 또는 장시간 압박을 받은 후 혈액 중 칼륨이 급속히 증가해 심장근육 이상으로 부정맥이 생기며 처치가 늦을 경우 사망할 수 있다.
크래시 증후군의 경우 저체액성 쇼크의 조기 처치 및 급성신부전증의 예방을 위하여 신속한 수액공급과 강제 이뇨가 시행되어야 한다. 체액이 부족하여 혈압이 저하되는 저체액성 쇼크는 폐쇄된 공간에서 골절로 인한 출혈이 계속될 때 발생한다. 그러므로 가급적 구조현장에서부터 수액을 투여해야 한다.
실제로 재해가 발생했을 때 72시간 안에 매몰된 사람을 구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매몰 상태에 있는 사람이 버틸 수 있는 체력적인 한계치가 약 72시간 정도이기 때문이다. 매몰된 사람들은 건물 더미 속에 갇힌 상태에서 하루 동안 땀으로 1.5ℓ의 수분을 배출한다. 체내에 수분이 부족해지면 혈액 속에 나트륨과 칼륨의 농도가 높아지고 심장을 움직이는 심근의 수축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72시간이 지나면 죽어 있는 상태로 구출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대량 재해로 인해 사람들이 건물의 잔해에 깔려 있는 상황이라면 그 누구를 막론하고 우선은 짓누르고 있는 물체를 치우는 데만 주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조건적인 구조활동은 오히려 그 대상자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따라서 구조에 앞서 구조대원 및 자원봉사자와 의료진과의 긴밀한 팀워크가 이루어져야 하며 구조 시 전문적인 사전 교육이 충분하게 이루어진 후 구조작업에 임하여야 크래시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윤종근 교수(광주동강대 응급구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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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JR 탈선 사고에 관해 발표를 할 예정입니다. 이 기사를 참고하겠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
2010.04.27 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