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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21 독버섯도 ‘존재 이유’가 있다!
독버섯도 ‘존재 이유’가 있다!

“얘야, 이것은 독버섯이야!”

아버지가 버섯 하나를 가리키며 아들에게 말했다. 독버섯으로 지목된 버섯은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그러자 동료 버섯은 그를 위로하며 ‘사람들의 논리에 따르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사람의 식탁에 오를 수 없다고 버섯 고유의 가치가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자기 이유’를 가지라며 인용한 이 동화는 개인이 가지는 다양한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저마다 잘하는 것이 있고 해야 할 역할이 있으므로 남의 기준이 아니라 자기 이유에 따라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게 신 교수의 메시지다.

이런 다양성의 가치는 비단 사람뿐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물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앞서 독버섯이라 불렸던 버섯도 생태계의 분해자로서 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버지가 몰랐을 뿐 세상의 어떤 생물도 귀하지 않은 건 없다. 매년 5월 22일을 생물다양성의 날로 정해 그 가치를 돌아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식물만 해도 그렇다. 식물은 인간보다 훨씬 일찍 지구에 나타나 지구 구석구석에 자리 잡은 존재들이다. 인간은 세상에 널린 다양한 식물 중 어떤 것은 먹고, 다른 것을 옷을 만들거나 집을 짓는 데 썼다. 식물이 다양할수록 인간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나는 건 물론이다.

식물이 가진 유전적 성질을 이용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거나 기존의 품종을 개량하는 ‘육종’이 대표적인 분야다.1962년 12월 미국 식물학자 휴 일티스 박사는 페루 안데스 고산계곡에서 끈적끈적한 잎을 가진 작은 식물을 발견했다. 그는 이 식물이 야생 토마토의 일종이라는 걸 알아차렸고, 동료들과 함께 말린 식물표본을 만들기 위해 몇 개를 수집했다.

버찌보다 크지 않는 녹색 빛의 하얀 줄이 쳐져 있는 식물을 수십 개 수확한 일티스 박사팀은 씨를 건조시켜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토마토 유전학 전문가들에게 보냈다. 전문가들은 이 씨를 재배실험장에 뿌리고 14년 동안 돌봤다. 그 결과 이 식물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야생 토마토이며 우리에게 이로운 식물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야생 토마토로 교배한 토마토 종은 과일당이 풍부해 연간 수백만 달러를 벌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왔다.

우리나라 기업인 (주)고추와 육종도 야생 고추를 통해 탄저병에 저항성을 가지는 품종을 만들었다. 10년 넘게 탄저병에 저항성을 가지는 고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윤재복 대표는 남미의 야생 고추인 ‘캅시쿰 바카툼’에서 답을 찾았다.

이 품종이 탄저병에 강하다는 것을 파악한 윤 대표는 우리 고추인 ‘캅시쿰 아눔’과 교배시켜 잡종을 만들었다. 이 교잡종을 다시 우리 고추와 몇 차례 교배시킨 결과 탄저병에 강하고 우리 토양에 맞는 신품종이 만들어졌다.

옥수수도 마찬가지다. 옥수수는 1년생 식물로 가을에 열매를 만들고 죽기 때문에 매년 새로 심어야 한다. 농부들이 한 번만 심어도 되는 다년생 옥수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식물학자들은 새로운 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줬다. 1978년 발견한 ‘테어신테’가 옥수수와 가까우며 다년생이라는 점을 이용해 두 종을 교배시킨 것이다. 그 결과 농부들이 원하는 다년생 옥수수가 탄생했다.

인간에게 필요한 몇 가지 곡물과 채소 등 주요작물과 육류를 위한 가축 몇 종류만 있으면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곡식과 고기 역시 모두 자연생태계에서 골라져 육종된 것이다. 생물다양성이 없다면 처음부터 쌀이나 밀 같은 작물도, 소나 돼지 같은 가축도 없었을 것이다.

토마토나 고추, 옥수수 같은 사례는 모두 지구에 다양한 종의 생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자연에 다양한 식물종이 있기 때문에 하나씩 찾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동식물을 ‘유전자원’이라 부르며 다양한 종을 수집해 보유하려는 이유도 모두 여기에 있다.

천연약물 대부분도 식물과 곰팡이 같은 생물에서 나온다. 이들은 땅에 붙어살면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수십만 가지의 천연물질을 만들어낸다. 인간은 경험을 통해 몇몇 생물에서 나온 물질을 질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했다.

이런 경험과 지식을 이용해 실제 치료약물이 개발한 사례도 많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인정한 유일한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중국 토착식물인 ‘스타아니스’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들었다. ‘로지 페리윙클’이라는 열대우림 식물에서 얻은 ‘빈크리스틴’과 ‘빈블라스틴’이라는 물질은 백혈병 환자 치료율을 높였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 중 하나인 아스피린은 ‘아세틸살리실산’이라는 물질로 만드는데 이 물질은 버드나무류 껍질과 서양 조팝나무에 들어 있다.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두 식물이 열과 고통을 줄여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9세기 초 과학자들이 살리실산의 구조를 발견하자 이 물질을 화학적으로 제조해 팔 수 잇게 됐다. 뒤이어 1899년 바이엘사의 화학자들은 살리실산은 모방해 만든 뒤 개선시킨 ‘아세틸살리실산’을 합성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쓰는 아스피린인 것이다.

이 밖에도 우리가 생태계에서 얻어 쓰고 있는 것은 많다. 최근에는 생물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얻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모두 다양한 생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결국 다양한 생물을 보존하는 게 인간에게도 유리하다. 지금 멸종 위기에 있는 종이 언제 어떻게 필요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연을 파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숙련되고 훌륭한 유전학자라도 4억 년 동안 식물과 동물이 진화하면서 생겨난 다양성을 다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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