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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06 일본 대지진의 또 다른 피해, 쓰나미 쓰레기

일본 대지진의 또 다른 피해, 쓰나미 쓰레기

1997년 8월 환경운동가 찰스 무어의 요트가 북태평양의 중심지대에 들어섰다. 캘리포니아를 출발해 하와이까지 횡단하는 요트 경기를 마치고 미국 본토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평소 인적이 드문 곳이라 깨끗한 바닷물을 기대했는데 수많은 물건들이 떠다니며 뱃머리에 부딪혔다. 육지에서 흘러나온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였다. 강물을 따라 바다로 흘러들었다가 해류에 의해 한곳으로 모인 것이다.

해양 쓰레기(marine debris)가 모인 거대한 ‘쓰레기 섬’은 세계 곳곳의 바다에서 발견된다. 모두 인간이 버린 것들이다. 2011년 3월 일본에서 규모 9.0에 달하는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또 하나의 쓰레기 섬이 생겼다. 당시 발생한 쓰나미가 일본 동부 해안을 덮치면서 원전사고로 이어져 문제가 됐지만, 이외에도 바다로 쓸려나온 쓰레기들로 인해 이른바 ‘쓰나미 쓰레기’ 섬이 생긴 것이다. 이 쓰레기 섬은 현재 어떻게 됐을까?

쓰나미 쓰레기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해류에 떠밀리며 북태평양을 건너고 있다. 일본 정부는 쓰나미 쓰레기가 2,500만 톤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중 300만 톤은 의도적으로 바다에 버려진 것으로 의심된다. 쓰나미 쓰레기에는 온갖 물건들이 뒤섞여 있다. 플라스틱이나 고무, 금속 등 작은 조각부터 시작해서 가전기기, 건물 잔해, 선박 등 대형 물체에 이르기까지 크기와 종류도 다양하다.

2011년 말에는 쓰나미 쓰레기가 하와이 북부지역을 통과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하와이 주민들은 날마다 해안으로 밀려드는 쓰레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해류의 흐름을 고려하면 2013년 즈음에는 미국 서부해안에 도착할 전망이다. 미국의 해양당국은 해양 쓰레기 비상이 걸렸다.

대지진 직후에는 인공위성이나 비행기에서 촬영한 사진으로도 쓰레기 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1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물체들이 잘게 부서져 위치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선박과 잠수부까지 동원돼 실태 조사에 나섰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을 중심으로 환경보호국(EPA), 어류및야생동물관리국(FWS)이 공동으로 수집한 해양 데이터를 ‘오스커스(OSCURS)’라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입력해 쓰나미 쓰레기의 경로를 예측하고 있다. 오스커스는 표층해류 시뮬레이터(Ocean Surface Current Simulators)의 줄임말이다.

NOAA는 오스커스가 예측한 경로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작성해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선박, 가전기기 등 대형 쓰레기들이 몰려다니며 선박의 항로를 방해하고 산호초 중심의 해양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물론 최상의 시나리오는 쓰레기들이 저절로 분해되고 줄어들면서 여러 해안으로 흩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최상의 경우에도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해양 생물에게는 잘게 부서진 쓰레기도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미세한 플라스틱이나 고무 조각을 물고기 알이나 플랑크톤으로 잘못 알고 삼키면 소화도 되지 않은 채 뱃속에 쌓여 결국 굶어죽게 된다.

미국 알래스카 수산과학센터(AFSC)와 수산생태자원관리국(REFM)이 공동으로 개발한 오스커스는 북태평양 전 지역을 90km 간격으로 측정하고 감시한다. 동쪽으로는 미국 캘리포니아, 서쪽으로는 남중국해, 북쪽으로는 베링해협, 남쪽으로는 적도 근처까지 측정 범위에 포함된다.

오스커스에는 지난 100년 동안의 바닷물 움직임과 기상 정보가 입력돼 있어 해양 쓰레기의 향후 경로를 예측할 수 있다. 쓰레기가 버려진 위치만 입력하면 몇 년 후 어느 곳에 있을지를 알려주기 때문에 직접 따라다니며 눈으로 감시하고 추적하기 어려울 때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이번처럼 대규모의 쓰레기가 일시적으로 발생했을 때 유용하게 쓰인다. 1992년 1월 알래스카 앞바다에서 화물선이 사고를 당해 2만 9,000개의 목욕용 장난감이 바다로 떠내려갔을 때도 오스커스로 경로를 추적해 회수할 수 있었다.

오스커스 프로그램은 인터넷(http://las.pfeg.noaa.gov/oscurs)을 통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화면 속 붉은색 표시를 원하는 위치에 끌어다 놓고 ‘실행(Run Model)’ 버튼을 누르면 최대 20개월 동안의 향후 경로가 선으로 나타난다.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를 다르게 입력해서 여러 경우를 상정해볼 수도 있다. 쓰레기의 종류에 따라 이동속도도 다르게 설정돼 있다. 해류의 속도를 1이라 하면 운동화는 1.2, 나무막대는 1.4, 목욕용 장난감은 1.6, 플라스틱 병은 2배의 속도로 이동한다.

해양과학자들은 오스커스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 쓰나미 쓰레기의 향후 5년 동안 이동 경로를 예측했다. (사진 참조) 사진에서 빨간색이 처음 1년 동안의 경로다. 이후 매년의 경로는 오렌지색, 노란색, 하늘색, 보라색 순으로 표시돼 있다.


[그림] 미국 해양대기청이 만든 해수면 감시 시뮬레이터 오스커스(OSCURS)로 예측한 향후 5년간 쓰나미 쓰레기의 이동경로. 사진 출처 : NOAA

쓰레기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북태평양 해류를 따라 2011년 하와이 북부까지 밀려갔다. 2012년 말이면 태평양 횡단을 마치고 2013년 미국 서부해안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후에는 캘리포니아 해류를 따라 다시 하와이 쪽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북태평양 전 지역이 쓰나미 쓰레기의 피해를 입는 셈이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사망자와 실종자는 2만 명이 넘는다. 사고는 한 순간이지만 피해는 계속된다. 육지에서 버려진 쓰레기는 바다로 흘러들어 지금도 해양 생물뿐 아니라 인간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골칫거리로 남을 것이다. 해양 쓰레기에 대한 해결책은 물론 예방책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글 : 임동욱 사이언스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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