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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01 불꽃놀이, 그 화려함에 대하여
2008년 10월 4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다. 2008년 베이징의 폐막식에서도 불꽃놀이가 전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화, 연극, 뮤지컬, 오페라, 발레 등의 공연은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갈리지만, 불꽃놀이만큼 문화의 차이나 연령의 고하를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매력을 발산하는 공연도 없을 것이다. 평상시에는 하늘을 거의 올려다보지 않던 사람도, 마음속에 응어리진 고민 때문에 힘들어하던 사람도 펑펑 소리와 함께 밤하늘의 한구석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이는 불꽃놀이를 보면 넋을 놓게 된다. 이 불꽃놀이에는 어떤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을까.

불꽃놀이의 요소는 크게 두 가지이다. 색과 모양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름다운 색이다. 불꽃의 색은 ‘연소’와 ‘불꽃반응’이라는 두 가지 현상을 결합하여 만들어 낸다. 연소는 일반적으로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면서 빛, 열, 불꽃 등을 내며 타는 현상을 가리킨다. 우리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느린 산화 반응 또한 연소로 보기도 하는데, 흔히 일상생활에서 연소라 하면 산화 반응 중에서도 고속산화 반응을 일컫는 것이 보통이다.

원소 중에는 연소하면서 특유의 불꽃색을 나타내는 것들이 있다. 이것을 불꽃 반응이라고 한다. 보통 불꽃반응은 해당 원소를 무색 불꽃 속에서 가열했을 때 나타나는 색으로 확인한다. 해당 원소의 원자가 에너지를 받으면 들뜬 상태가 되는데, 이렇게 들뜬 원자는 가시광선 중에서 특정 파장의 세기가 유난히 강한 빛을 발하고, 그 때문에 우리 눈에는 특정 색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본래의 불꽃반응은 정성분석, 즉 물질의 성질이나 원소의 종류를 확인하는 데에 쓴다. 이를테면 불꽃반응의 색이 백색이면 연소되는 물질 속에 알루미늄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노란색이면 나트륨, 청록색이면 구리, 빨강이면 스트론튬의 존재를 알 수 있다.

불꽃놀이는 이와 같은 불꽃반응을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예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불꽃놀이의 기본 형태는 발사포에 화약을 채워놓고 이 화약에 불을 붙여 그 폭발력으로 화공품을 공중으로 쏘아 올리는 식이다. 이 화공품을 ‘연화(煙火)’라고 한다. 연화는 공 모양의 옥피, 즉 껍질 속에 할약이라는 이름의 화약과 ‘성(星. 또는 별이라고도 부른다)’을 채워 넣은 구조이다. 성은 한가운데에 핵 역할을 하는 무명씨 등을 넣고 발연제, 색화제 등의 여러 화학제가 혼합된 화약을 입혀서 만든다. 이 성의 구조에 따라 불꽃의 모양과 색이 결정된다.

성은 할약과 옥피 사이에 넣는다. 공중에 올라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높이에서 연소하기 위해서는 할약에 불을 붙일 도화선도 있어야 한다. 이 도화선까지 합친 것을 할물이라고 부른다. 이제 발사포 바닥에 발사용 화약, 즉 추진제를 넣고 그 위에 할물을 놓은 다음 점화하면 발사용 화약과 할물의 도화선에 동시에 불이 붙는다. 그러면 할물이 발사되어 일정한 높이에서 할약이 연소하는 것이다. 이때 성도 연소하며, 그 성분에 따라 다양한 색의 불꽃반응이 일어난다. 이렇게 발사해서 공중에서 태우는 구조를 타상연화 또는 발사연화라고 부른다. 발사연화는 꼭 밤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주간용과 야간용이 모두 있으며 주간용의 경우에는 연기와 소리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색을 지닌 연기를 뿜어내는 발연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발사연화의 단면 구조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바깥쪽부터 옥피-성-할약의 순이다.

기본적인 연화에는 이 밖에도 장치연화와 완구연화가 있다. 장치 연화는 한쪽 끝에서부터 타들어가며 글씨, 모양 등을 이루는 것으로, 큰 틀에 색화제와 발연제 등을 일정한 모양으로 엮어놓는다. 완구연화는 이름 그대로 개인들이 장난감 삼아 쓸 수 있는 연화를 다 함께 이르는 말이다. 발사연화의 축소형으로 생긴 것도 있고, 철사 끝에 화약과 색화제 등을 소량 묻힌 것도 있으며 흔히 폭죽이라고 부르는, 불을 붙이면 지면을 휘저으며 큰 소리를 내는 것 등이 있다.

불꽃이 폭발하는 것을 꽃에 비유하여 개화라고 한다. 개화의 모양은 당연히 연화의 내부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국화’는 불붙은 성 수백 개가 360도로 퍼져 나가며 구형으로 개화한다. ‘야국’은 들판에 국화 여러 송이가 퍼진 것 같은 모양으로, 연화 속에 성 대신에 소형 연화를 여러 개 넣은 것이다. 그러면 소형 연화가 시간차를 두고 터지면서 여러 송이의 국화를 밤하늘에 넓게 피운다. ‘휘슬’은 연화 안에 소리를 내는 휘슬소체를 넣어서 불꽃이 개화할 때 소리를 추가하는 것이고, ‘링’은 성의 배열을 조정하여 불붙은 성이 평면상의 원을 이루며 타오르는 것을 말한다.

불꽃놀이에도 연출이 필요하다. 성과 연화가 다양하다 한들 그것만으로는 관객들이 금세 식상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러 불꽃 제작자들이 경진대회를 하는 세계불꽃축제쯤 되면 개성 있는 연출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불꽃의 크기, 개화 시간 등도 정밀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도화선의 길이를 계산하여 제작해야 하고, 연화의 크기도 헤아려야 한다. 정확한 수치는 제작자와 연출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연화의 크기와 성의 양, 도달 고도, 개화 반경은 비례한다. 즉 큰 연화일수록 많은 성이 들어가고 더 높은 곳에서 터뜨리며 개화 반경 또한 커진다.

연화의 크기는 그 결과물인 불꽃의 모양새와 연출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불꽃놀이는 결국 화약과 불을 이용하는 공연이므로 불길이 남아 지상에 떨어질 경우 화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안전을 보장하는 ‘보안 거리’의 확보가 중요하다. 연화가 클수록 개화 반경이 커지므로 보안 거리도 넓게 확보되어야 한다. 대도시 근교에서 공연과 발사 장소가 협소할 경우 연화의 크기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21세기에도 많은 사람이 불꽃놀이를 즐기지만, 그 기원은 상당히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착상은 고대의 인도, 페르시아 등지에도 있었다고 하며 원시적인 형태의 연화가 등장한 것은 7세기 초 중국 수나라 양제 무렵이라고 한다. 13세기 화약발전 시기를 거쳐 15세기쯤에는 유럽 각지로 퍼지면서 연화가 일반화되었다. 그 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연화의 근본적인 구조에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

하지만 최신 기술을 불꽃놀이에 적용하여 더 정밀하고 다양한 연출을 이뤄내려는 시도가 꾸준히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백금선의 저항열을 이용하여 점화약을 발화시키는 전기 점화장치를 점화옥이라 하는데, 현재에는 이와 같은 전기 점화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이 백금선에 전류를 흘리면 전기저항으로 열이 발생하고 이 열이 화약을 점화한다. 그러면 도화선과 추진제 모두에 불이 붙는 것이다. 전기 점화방식의 이점은 많은 연화를 정밀한 계획에 따라 발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발사의 통제에는 컴퓨터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는 미리 짜놓은 각본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수동 조작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짧은 시간 간격도 연출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연화 자체에도 컴퓨터 칩을 장착해 연화가 공중으로 올라간 후 개화하는 시간까지 제어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이 기술이 일부 사용됐다고 한다. 이렇듯 개화 시간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외부 조명, 레이저, 음악과의 협연 또한 정확히 구사하게 되었다.

밤하늘을 물들이고 사람들의 영혼을 붙들어놓는 불꽃은 전자 기술의 발달로 상상력의 벽을 넘어 더 기발한 방향으로 발전할지도 모른다. 비록 화약이라는 위험물질을 사용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구현할 수는 없는 예술이지만, 한 번이라도 불꽃놀이를 구경해 본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밤의 신비로운 들판에 파랗고 빨갛게 피어올랐다가 덧없이 사라지는 거대한 꽃이 언제까지고 지지 않을 것이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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