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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이 영수증에 왜 들어갔지?

영수증. 하루에도 몇 번씩 주고받는 종이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서점에서 책을 사고, 우체국에서 우편물을 보내고, 목욕탕에 가면서 우리는 영수증을 만진다. 심지어 다이어리에 영수증을 붙이며 하루를 기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최근 영수증에서 비스페놀A(bisphenol A, BPA)가 검출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물질은 여성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11년 6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영수증 속 BPA의 양은 대략 영수증 무게의 1~2% 정도. 그런데 영수증을 손으로 집거나 입에 물고 있으면 BPA가 체내에 축적된다고 한다. 영수증이 환경호르몬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니 어떻게 된 것일까?

편의점이나 카페, 백화점 등에서 쓰이는 영수증은 거의 ‘감열지’를 이용한다. 감열지는 열을 받으면 색이 드러나게 만든 종이를 말하는데, 이를 위해 약품처리가 필요하다. 이때 들어가는 약품에는 ‘염료’와 색을 잘 보이게 하는 ‘증감제’, 색을 나타내는 ‘현색제’가 들어있다. BPA는 현색제에 들어가게 된다.

영수증 한 장에 들어 있는 BPA의 양은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스위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열지를 5초만 잡고 있어도 피부를 통해 약 0.2~0.6 마이크로그램(μg)의 BPA가 몸에 들어갈 수 있다. 물론 미량의 BPA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건강과 관련된 문제라 찜찜함을 지울 수 없다.


[그림 1] BPA가 들어간 영수증은 그림에서 보이는 감열지다. 3장이 한꺼번에 인쇄되는 카드영수증은 먹지로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BPA의 정체는 무엇일까? 쉽게 말해 BPA는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물질이다. 1891년 러시아 화학자 디아닌(A. P. Dianin)이 처음 합성한 뒤에 ‘폴리카보네이트’와 ‘에폭시 수지’를 만드는 데 이용되고 있다. 이름은 낯설지만 사실 두 플라스틱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폴리카보네이트는 투명하고 딱딱한 플라스틱을 떠올리면 된다. 물병이나 생수통, 젖병, 식기, 컵, CD, 신호등, 방음벽, 온실, 유리대용시설 등을 만들 때 폴리카보네이트가 이용된다. 이 플라스틱은 열과 충격에 강하고 굉장히 안정적인 특징이 있다. 덕분에 처음 등장했을 때 ‘환상의 신소재’로 주목받기도 했다.

에폭시 수지는 접착제나 코팅제로 많이 사용된다. 나무나 플라스틱은 물론 금속과 시멘트도 붙일 수 있어 건축이나 토목 현장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공공장소의 푹신한 바닥도 에폭시 수지가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고 팬시점에서 볼 수 있는 푹신한 소재의 핸드폰 액세서리나 스티커도 에폭시 수지로 만들어 졌다. 캔 음료의 이음새를 코팅하거나 통조림의 뚜껑 안쪽을 코팅하는 데도 에폭시 수지가 쓰인다.

이처럼 BPA는 생각보다 우리 생활 곳곳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물질이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BPA의 위험성이 발견됐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유방암 세포를 실험하던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이 나온 것이다. 이 물질은 난포호르몬처럼 작용해 유방암 세포를 증식시켰다. 조사 결과 이 물질은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든 시험관에서 녹아나온 BPA였다.

이후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BPA가 환경호르몬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알려졌다. 최근에는 2011년 6월자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도 BPA 관련 논문이 실렸다. 미국 미주리대학의 셰럴 로젠펠드(Cheryl Rosenfeld) 박사가 태아 때와 출생 직후 BPA에 노출된 수컷 쥐들을 관찰했다. 연구팀의 관찰 결과 숫쥐들은 암컷처럼 행동했고 숫쥐만 가지는 공간탐색 기능도 크게 떨어졌다.

2008년 한양대학교의 계명찬 교수 등도 BPA가 동물의 성조숙증을 유도하고 각종 성호르몬 분비에 변화를 일으킨다고 발표했다. 아기 생쥐를 BPA에 노출한 결과 암수 모두 생식기가 빨리 발달했고 성장호르몬도 정상과 다르게 나타났다. 이는 유아기에 BPA에 노출되면 사춘기가 빨리 오거나 생식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BPA에 노출된 어른 생쥐의 정소와 난소에서도 호르몬을 형성하는 유전자 발현에 변화가 나타났다. 이는 인간의 생식기에도 문제를 불러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결국 BPA가 나오는 젖병을 아이에게 물린다면 성장이나 생식계통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캔 음료나 통조림 뚜껑 등에서 BPA를 자주 접한다면 여성의 유방암이나 남성의 불임 등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생활 속에서 늘 접하는 영수증을 통해서도 체내에 BPA가 축적될 수 있어 이런 위험성은 더 커진 셈이다.

특히 영수증에는 젖병이나 캔 음료 용기보다 훨씬 많은 양의 BPA가 들어 있다고 알려졌다. 미국 환경연구단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가 2010년 실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영수증 한 장에 있는 BPA의 양은 캔 음료나 젖병에서 나오는 양보다 250~1,000배 정도 많다.

이처럼 BPA에 대한 위험성이 드러나자 캐나다는 2010년부터 BPA를 유해물질로 지정하고 사용을 금지시켰다. 미국에서는 몇 개의 주부터 BPA 사용을 금지했다. 우리나라도 2008년 12월 식약청에서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에서 BPA 용출기준을 기존 2.5ppm에서 0.6ppm으로 강화한 상태다.

환경호르몬은 사람이나 동물의 몸 안으로 들어가서 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혼란시킨다. 쉽게 분해되지 않아 물이나 토양 속에 수년 동안 남고 생물체에서는 지방조직에 쌓인다. 무엇보다 무서운 점은 자라는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후손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BPA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환경호르몬의 영향력이 우리뿐 아니라 후손까지 오랫동안 미치기 전에 말이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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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keco.tistory.com BlogIcon 푸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수증에도 환경호르몬이라니... 안타깝습니다...ㅠㅠ
    트랙백 걸어두고 갈게요~

    2011.10.17 15:47 신고
  2. BlogIcon 여채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트의 캐셔 아줌마들. 정말 조심해야겠어요.
    하루에 도대체 몇 번을 만질까요? 한달에 100만원 벌려다가 몸 버리고 돈 버리는 건 아닌지.

    2014.12.20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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