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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23 와인드레스로 엣지있는 크리스마스를~

연말을 맞아 친구 영해와 송년파티를 하기로 한 윤미. 무엇을 사갈까 고민하다가 고른 것이 우아한 보랏빛이 감도는 와인이었다. 혹시 깨질까 조심조심 들고 가느라 힘들지만 와인 한 잔하며 2009년을 보낼 생각에 가슴이 들뜬다.

“오, 윤미 왔어~ 어서 들어와. 파티를 시작해볼까? 호호~”
영해는 와인을 받고 신이 났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보졸레 누보였기 때문이다. 보졸레 누보는 햇포도로 만들어 바로 출시된 와인이다.

“네가 좋아해서 사오긴 했다만 와인은 어느 정도 숙성이 된 게 더 좋아. 숙성기간 동안 와인에서 떫은맛이 사라지고 깊은 맛이 우러나거든.”
“떫은맛이 사라지고 깊은 맛이 우러난다고?”

“응, 그래. 사실 레드와인을 만들기 위해 발효시키는 포도즙 안에는 포도알뿐 아니라 껍질, 씨까지 들어 있어. 껍질하고 씨 안에는 붉은색을 내는 안토시아닌 색소도 있지만 떫은맛을 내는 탄닌도 있단다. 발효가 끝난 뒤에는 와인을 어둡고 시원한 곳에서 참나무통에 넣어 두는데, 이때 탄닌과 안토시아닌이 서로 적절히 조화하면서 색이 짙어지고 거친 맛이 부드러워지는 거야. 바로 숙성이지.”

“우와~ 윤미는 와인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고 있구나. 하지만 이건 모를 걸? 내가 얼마 전에 화장품을 하나 샀는데, 와인으로 만든 것이더라. 너 와인 화장품 써 봤니?”
“응, 물론이지. 혹시 와인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어 피부와 건강에 좋은지 알고 있니?”
영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하지만 어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에 눈빛이 반짝거렸다.

“‘와인과 건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있지? 프렌치 패러독스! 프랑스 사람들은 미국이나 영국 사람들처럼 고지방 식품을 많이 섭취하면서도 심혈관질환이 적은데, 그 이유가 하루에 레드와인을 꼭 한 잔씩 마시기 때문이래. 과학자들은 안토시아닌, 탄닌, 카테킨, 레스베라트롤 같은 폴리페놀계 화합물 덕분이라고 설명한단다. 그중에서도 레스베라트롤은 혈청 콜레스테롤 양을 낮추고 항산화 작용을 해 뇌졸중, 고혈압 같은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

“이 맛있는 와인이 건강에도 좋다니 정말 감동이야.”
영해는 얇고 기다란 와인 잔의 다리를 잡고 살며시 잔을 흔든다. 반쯤 찬 보랏빛 물이 흔들흔들 돌고 그 안에 비친 조명도 뱅글뱅글 돈다. 달콤하면서도 시큼한 향기가 퍼져온다.
“오~ 떫으면서도 시큼하고 약간은 씁쓸한 맛. 삼킨 뒤에 남는 단맛의 여운까지! 와인은 정말 감미롭다니까!”

<이제 와인을 마시기만 할 것이 아니라 화장품으로 바르고, 드레스를 만들어 있는 시대가 왔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와인을 마시고, 바르고, 입으며 색다르게 보내면 어떨까. 사진제공 동아일보.>


“영해야, 와인을 이용해 친환경 드레스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봤니?”
“와인으로 드레스를 만든다고? 와인처럼 묽은 술로 어떻게 드레스를 만들어? 그 안에 밀가루라도 넣어 찌는 거야?”
“크크, 아니야. 와인만 가지고 드레스를 만드는 거야. 힌트를 주자면 와인은 아세트산 발효를 시키면 비니거(식초)가 되는데….”

“아하! 와인에서 비니거가 탄생할 때 발효가 되면서 와인이 천처럼 변하는구나.”
“응, 거의 맞았어. 와인을 비니거로 만드는 주인공은 아세트산균(Acetobacter xylinum)이야. 이 균이 와인을 발효시킬 때 면섬유와 닮은 셀룰로오스(섬유질)가 생긴단다. 아세트산균과 셀룰로오스가 서로 엉겨 붙으면 면처럼 탄력이 생겨. 이 특성을 이용해 천을 만드는 거지.”

“음, 비슷한 얘기 들어본 것 같아.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은 와인 맛이 시어질까봐 외부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게 막는다는 얘기 말이야. 그게 아세트산균이었구나.”
“그렇지.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의 게리 케스 교수가 이끄는 마이크로비(Micro‘be’) 연구팀은 일부러 와인에 아세트산균을 넣어 셀룰로오스를 얻는단다. 그 다음 일반 마네킹보다 몸집이 큰 마네킹에 위에 붓고 말리고, 붓고 말리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 호주에서는 2007년부터 와인드레스 전시회를 해마다 열고 있대.”

“오~ 정말 신기하다. 와인드레스를 입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내가 들은 바로는 와인드레스를 입으면 물에 젖은 옷을 입은 느낌이 들거나 마치 피부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든대. 그만큼 와인드레스 감촉은 아주 부드럽고 가볍다더라. 게다가 짙은 보라색이 우아한 느낌을 주고, 깊은 와인 향이 우러난대.”

“그런데 와인을 마네킹 위에 붓는 방법으로 만든다면 옷 모양이 몇 개 안되겠네~.”
“응, 처음에는 그랬대. 올해 거대한 사각형 틀 안에 와인을 붓고 말려서 와인 천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더라. 레드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까다로웠던 화이트와인으로 천을 만드는 것도 성공했대. 그래서 이제는 예쁜 패턴을 짜거나 다양한 디자인의 옷으로도 지을 수 있대.”

“와아~ 기회가 있다면 나도 입어보고 싶다. 그런데 와인을 여러 번 말려 만든 옷이라면 아무리 탄력성이 있다 해도 잘 찢어지지 않을까? 옷을 예쁘게 빼입고 나갔는데, 사람들 앞에서 옷이 뜯어진다면 망신이잖아.”

“하하. 움직일 때마다 찢어질 정도로 약하지는 않아. 하지만 면이나 화학섬유로 지은 옷에 비해 와인드레스가 약한 건 사실이야. 면섬유는 길이가 길어 서로 얽혀 있지만 셀룰로오스는 길이가 짧아 엉킴의 정도가 적거든. 얼마 전 어느 기사에서 연구팀이 한 말을 읽어보니까 셀룰로오스를 길게 만들어 더 튼튼하고 질긴 옷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하더라. 와인드레스는 화학섬유로 만든 옷보다 친환경적이고 몸에도 무해하기 때문에 계속 발전시킬 거래.”

“윤미야, 우리 내년 여름에 호주로 여행가는 건 어때? 와인드레스 전시회에 꼭 가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내가 직접 와인드레스를 입고 패션쇼 무대에 서도 되고!”
“그래, 열심히 돈 벌고 다음 휴가 때는 꼭 와인드레스 패션쇼에 도전해보자. 하하.”

글 :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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