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의 날개를 ‘꺾는다’는 표현이 조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비행기의 날개 모양을 살펴보면 대부분 앞뒤로 조금씩 ‘꺾인 형태’인 것을 알 수 있다. 속도를 빨리 내기 위해서는 비행기의 날개를 뒤로 젖히는 모양을 가지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처음 나왔을 때 날개 모양은 위에서 봤을 때 직사각형이었다. 직사각형 날개는 공기 역학적인 구조로는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지만 제작이 쉽고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초경량 비행기나 저속 항공기 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비행기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점차 타원형 날개, 긴 사다리꼴 모양의 테이퍼 날개, 삼각 날개(Delta Wing) 등이 등장하였다. 이후 음속을 돌파하기 적합한 형태인 뒤로 젖힌 날개 ‘후퇴익’과 앞으로 젖힌 날개 ‘전직익’이 탄생하는 등 다양한 날개로 발전되었다.
고속비행에 적합한 새로운 날개 형태는 제트기의 등장과 함께 나타났다. 날개가 뒤로 꺾어진 형태의 후퇴익이었는데, 이는 가급적이면 충격파가 덜 생기면서도 음속에 가깝게 날기 위해서 날개를 젖히는 아이디어였다. 후퇴익은 날개가 곧게 펴진 직선형태의 날개보다 공기의 압력을 적게 받고, 압축된 공기를 날개의 길이 방향으로 흘러가게 했기 때문에 고속비행에 적합했던 것이다. 비행기가 날고 있을 때 공기의 흐름은 날개 위에서 계속 빨라지게 되는데, 비행기가 음속에 가까워지면 날개 위에 음속보다 빠른 공기의 흐름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날개 위에 공기가 불안정한 지점이 나타나고, 이 때 충격파가 생기면 비행기가 잘 날 수 없는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또 비행기가 음속에 가깝게 빨라지면 공기가 압축되어 날개에 부딪히게 되는데, 이 때 비행기의 입장에서 보면 비행기 몸체가 공기의 벽을 뚫고 지나는 형태가 된다. 따라서 비행기 날개는 공기의 압력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하게 제작돼야 하며 공기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형태가 필요하다. 그러나 후퇴익은 저속에서 오히려 비행기를 뜨게 하는 힘(양력)을 손해 보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속 비행 때 후퇴익이었다가 이착륙 때의 저속에서는 직사각형 날개에 가까운 형태가 되는 새로운 형태의 날개가 개발됐다. 뒤로 꺾였다 펴졌다 하며 모양이 변한다고 해서 ‘가변익기’라 한다.
후퇴익 이외에도 비행기의 날개를 아래, 위, 양쪽 옆 등 다양한 방향으로 젖힌 모양도 이미 만들어져 활용되고 있다. 아래위로 날개를 꺾는 ‘상반각(Dihedral)’과 날개 길이 방향으로 비트는 ‘비틀림각(Twist Angle)’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비행기 조종석에 앉았을 때 시계 방향이나 반시계 방향으로 비행기가 흔들리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앞으로 꺾는 ‘전진익(Swept Forward Wing)’은 특히 고속에서 빠른 기동을 가능하게 해 준다. 전직익기는 우주전쟁 영화에 나올 법하게 멋있게 생겼지만 구조적으로 만들기가 어렵고 조종하기도 까다로워 그 동안 시험적으로만 제작돼 왔다. 최근 복합재료 등 신소재 개발과 컴퓨터 발달로 머지않아 좀 더 많은 전진익기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에는 날개에서만 양력을 얻을게 아니라, 동체에서도 양력을 얻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플라잉 윙(Flying Wing)이나 블랜디드 윙 바디(Blended Wing Body) 같은 비행기도 생겨났다.
비행기 날개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상상력이 많이 적용된다. 다만 하나가 좋아지면 뭔가 손해를 보게 되는데, 가장 적게 손해 보면서 많은 이익을 추구하고자 비행기를 설계하는 과학자들은 오늘도 컴퓨터와 씨름하고 실험실에서 밤을 지샌다. 글 : 안석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공연구본부 공력구조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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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디자인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의 형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의도적으로 추구한 미가 아닌 최고의 성능과 효율을 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진 그 독특한 아름다움이란...
2009.09.23 13:24날개는 그냥 폼이 아니었군요~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
2009.09.23 14:22F-111 은 전투기가 아니라 공격기입니다. 가변익기체중 실전배치된 기종은 F-14, 토네이도 등이 있습니다.
2009.09.23 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