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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31 당신의 뇌가 지지하는 후보는? (1)

2010년 6월 2일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각 지역의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후보자들은 TV 토론, 선거 유세 등을 통해 자신을 알리는 중이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더 좋은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는 후보자의 약속을 꼼꼼히 따져가며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 같지 않다. 대체 유권자들은 무엇을 보고 투표하는 것일까? 2000년과 2004년 미국 대선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보면 그 답이 조금은 보인다.

2000년 당시 앨 고어 후보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정책을 내세웠다. 부시 전 대통령을 반박하는 데도 같은 전략이었다. 가령 부시의 의료민영화를 반박하면서 ‘이 계획대로라면 18%의 의료보험비가 47%로 올라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미국의 유권자들은 ‘고어가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냉담한 정책전문가이며, 그에게 사람들은 통계 수치에 불과 하다’는 부시의 반격에 넘어갔다.

‘감성의 정치학(The Political Brain)’을 쓴 미국 애머리대의 드루 웨스턴(Drew Westen) 교수는 이는 ‘정치적인 뇌’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정치적 뇌는 수치나 사실이 아니라 감정에 반응한다. 따라서 고어는 ‘부시의 계획에 따르면 의료보험료가 약 3배 오르므로 우리 부모를 힘들게 할 것’이라며 감성에 호소했어야 승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우리 뇌는 어떻게 구성돼 있고, 정치적인 판단에는 어느 부분을 사용하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일까?

인간의 뇌는 크게 3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다. 흔히 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 인간의 뇌로 불리는 것이 그것이다.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파충류의 뇌는 뇌간(뇌줄기)과 소뇌로 이뤄져 있다. 이 부분은 척추 속의 신경인 척수가 약 5억 년 전에 윗부분으로 확대 팽창되면서 형성됐다. 주로 호흡이나 심장 박동, 혈압 조절 등의 생명체의 기본 기능을 담당한다.

이를 둘러싸고 있는 부분이 포유류의 뇌인데, 이는 위아래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감정 기능을 담당한다. 포유류가 꼬리를 흔들며 애정을 나타내거나 겁에 질려 울부짖거나 움츠리는 등의 감정적 행동을 하는 이유도 이 부분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인간 뇌의 변연계 부분에서 이런 감정이 일어난다. 우리는 출생 직후부터 5세 사이에 주로 어머니와의 관계를 통해서 따뜻한 정과 사랑, 강한 유대감을 얻는데 이를 통해 변연계를 발달시킨다. 덕분에 우리 뇌는 가족을 돌보고 공동체 이익을 추구하도록 발달된다.

포유류의 뇌를 둘러싸고 있는 부위는 대뇌피질부가 있는 인간의 뇌다. 이는 세 부분의 뇌 중 가장 나중에 진화한 것으로 이성과 추상적 사고 등을 관장한다. 인간이 학습하고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은 모두 이 부분이 발달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오늘날 우리가 문명을 이루고 과학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도 모두 인간의 뇌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웨스턴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선거에서 영향을 발휘하는 것은 인간의 뇌인 대뇌피질부가 아니라 감정을 관장하는 포유류의 뇌, 변연계다. 사람들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자신을 설득하는 후보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후보를 선택한다는 말이다.

그가 2004년 미국 대선 기간에 했던 실험은 이 내용을 뒷받침한다. 그는 당시 존 케리 후보를 지지하던 사람 15명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던 사람 15명에게 두 후보의 모순된 공약을 보여줬다. 그 뒤 그 내용에 모순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주문하며 그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로 관찰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자의 결함은 쉽게 파악했지만, 지지하는 후보의 모순은 파악하지 못했다. 이때 뇌 영상은 감정을 관장하는 부분만 적극적으로 활성화돼 있었다. 결국 정치적인 판단을 내릴 때 사용하는 뇌는 이성을 관장하는 대뇌피질 부분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내용을 근거로 웨스턴 교수는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서는 감정에 호소해야 하며, 그들이 공감해야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클로테르 라파이유(Clotaire Rapaille)는 자기 책, ‘컬처코드(Culture Code)’에서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파충류의 뇌라고 주장한다. 인간에게는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나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것보다 ‘살아남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그 부분을 지배하는 것이 바로 생존과 관계있는 파충류의 뇌이기 때문이다.

파충류의 뇌는 생존에 유리한 선택을 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이것이 ‘문화’라는 게 라파이유의 생각이다. 문화는 인류가 세대를 이어가는데 필요한 생존수단 중 하나기 때문에 각 문화가 생존을 위해 어떤 대표자를 원하는지 알고, 그에 따른 모습을 보여주면 득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은 신대륙으로 건너와 새로운 문화를 개척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용기와 강한 생존 본능을 가진 지도자였다. 결국 미국인들은 이성적으로 공약을 따지기보다는 자신들의 무의식에 각인된 지도자와 가까운 후보를 선택하게 됐다. 고어와 캐리는 모두 이런 모습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부시에게 패했다는 게 라파이유의 설명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무의식에 각인된 ‘대표자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결국 선거를 할 때 우리 뇌는 인간의 뇌인 대뇌피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웨스턴 교수의 말처럼 감정으로 후보를 선택하거나, 라파이유의 주장처럼 무의식 속에 각인된 대표자와 맞는 사람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합리적인 선거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지만 대뇌피질도 우리가 사용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쓸 수 있는 뇌의 한 부분이다. 이번 선거에는 포유류의 뇌나 파충류의 뇌 대신 인간의 뇌를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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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dges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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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0.12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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