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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1 미라의 나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저울이 없는 현대문명을 생각할 수 있을까?
시장에서 식료품이나 물건을 사거나 금이나 은과 같은 귀중품을 거래할 때 우리는 저울의 도움을 받는다. 아기가 태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무게를 재는 일이고,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규칙적으로 저울 위에 올라선다. 몸이 아플 때 먹는 약의 성분을 밝히고 불순물의 양을 체크하는 일에도 정밀한 저울이 사용된다. 따지고 보면 아르키메데스가 금관 속에 섞여 있는 구리의 양을 밝힐 수 있었던 것도 물과 함께 저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최근에는 과거의 비밀을 푸는 데도 저울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건축물의 나이를 밝히고, 유적지에서 출토된 유물의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척척 알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유명화가가 그린 미술품의 진위를 밝히는 데도 ‘저울’이 사용된다. 범죄수사나 재판에서도 특별한 저울이 사용될 수 있다. 서류가 언제 작성됐는지가 관건이 됐을 때도 저울로 시기를 판정할 수 있다. 그뿐 아니다. 인류가 기록을 남기기 훨씬 전인 시대에 이집트나 안데스 산맥, 알프스 산맥에서 발굴되는 미라의 연령을 알아내는데도 저울이 쓰인다.

무게를 측정하는 저울로 어떻게 과거를 볼 수 있을까? 물론 일반 저울로는 불가능하다. 대신 극미량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정확하게 잴 수는 가속기 질량분석기(AMS:Accelerator Mass Spectrometer)라는 ‘특별한 저울’이 필요하다. AMS은 각 분자의 무게는 각자의 고유한 값을 갖고 있다는 성질을 이용해 무게를 잰다. AMS은 크게 측정 또는 분석할 시료를 이온화시켜 그것을 가속화시키는 부분인 이온원(ion源)부분과 그 이온을 질량에 따라 분리 분석하는 분석부분과 분리된 이온을 검출 측정하는 검출부분의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측정하는 방식은 이렇다. 극미량의 원소들의 질량을 재기 위해서는 우선 물질에 양(+)전하나 음(-)전하를 부여하여 기체 상태의 이온으로 만들고, 전기장이나 자기장에 넣어준다. 질량이 작은 분자는 전기장이나 자기장 내에서 재빠르게 움직이고 질량이 큰 분자는 천천히 움직이게 된다. 또한 이온은 전하를 띠고 있으므로 전기장이나 자기장 속을 지날 때 진행방향이 바뀐다. 같은 전하를 가진 이온은 질량이 클수록 경로가 적게 휠 것이다. 질량분석기는 이 성질을 이용하여 입자를 질량에 따라 분리하여 질량스펙트럼을 만든다. 시간에 따라 도착하는 이온을 줄 세우고 같은 시간에 도착한 이온들을 세어주면 어떤 물질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분석할 수 있고, 정확한 질량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과학자들은 이 AMS에서 방사성 탄소 동위원소(14C, 희귀탄소)의 양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유물의 나이를 알아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탄소(12C, 일반탄소)는 양성자 6개와 중성자 6개로 이루어져 있지만, 유물의 연대 측정에 쓰이는 탄소는 중성자가 8개인 ‘희귀한’ 탄소(14C)다. 희귀탄소(14C)는 중성 대기 중 질소(N-14)가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과 반응해서 만들어지는데, 일반적으로 1조 개의 탄소 원자 중 1개 정도가 존재할 정도로 희귀하다.

지구 상에 살아있는 식물이나 동물은 대기를 호흡하기 때문에 체내에서 일반탄소(12C)와 희귀탄소(14C)의 비율이 일정하게 나타난다. 탄소가 산소와 결합을 해, 이산화탄소(CO2)가 되더라도 그 비율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동식물이 죽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호흡을 하지 못하게 되면 일반탄소(12C)는 거의 변함이 없는 데 비해, 방사성 원소인 희귀탄소(14C)는 붕괴돼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방사성 동위원소의 경우 원자핵과 중성자로 구성된 원자가 방사선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원자로 바뀌게 된다. 이때 원자 중에 붕괴되지 않고 살아남은 원자 개수가 처음의 반이 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半減期)’라고 부른다. 반감기는 원소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100분의 2초에 불과한 것도 있고, 수십만 년이 걸리는 원소도 있다. 희귀탄소(14C)의 경우,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반감기)은 5,730년이다.

이런 성질을 이용하면 유물의 나이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즉 희귀탄소(14C)의 양을 측정한 다음, 1/1조이라는 기준 비율보다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계산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땅속에서 찾아낸 유물이나 미라의 샘플에서 그 속에 포함된 희귀탄소(14C)의 양을 측정한 결과 일반탄소(12C)에 대한 농도가 1/2조이 나왔다면, 그 유물의 나이는 5,730년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즉 희귀탄소(14C)는 당연히 있어야 할 농도의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1번의 반감기를 거친 것이고, 5,730년 전 붕괴를 시작한 것이다. 만약 희귀탄소(14C)의 농도가 1/4조 비율만큼 나왔다면, 이 유물은 약 1만 1,460년 전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1950년 이후로는 1년 단위로 연대 추정이 가능해졌다. 1년 단위로 희귀탄소(14C)의 감쇄 비율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탄소 동위원소 측정법은 고고학에서 3만~4만 년 정도까지 절대 연령을 측정하는 데 많이 활용하고 있다. 모든 생명체나 유기물에는 탄소가 포함돼 있어 검출이 쉽다는 점도 유물이나 문화재의 나이를 측정할 때 희귀탄소(14C)를 이용하는 또 다른 이유다.

하지만 희귀탄소(14C)가 무한대의 과거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대가 7만 년이 넘어가면 희귀탄소(14C)로는 유물의 연대 측정은 어려워진다. 반감기를 수차례 거치면서 희귀탄소(14C)가 거의 남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는 희귀탄소(14C)보다 반감기가 훨씬 긴 베릴륨(10Be)과 알루미늄(26Al)을 이용해, 나이를 측정한다. 베릴륨(10Be)은 반감기가 160만 년이고, 알루미늄(26Al)은 70만 5,000년 정도다. 실제로 수백만 년에서 수억 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공룡 알, 공룡 발자국 화석 그리고 암석의 나이 등을 추정할 때는 탄소 대신 베릴륨(10Be)이나 알루미늄(26Al) 동위원소를 활용한다. 어떤 원소를 이용하든, AMS으로 방사성 동위원소의 질량을 측정한 다음 나이를 찾아낸다는 원리는 똑같다.

기원전 4천~5천 년 경에 이집트에서 처음 천칭(天秤)이 등장했을 땐, 단순히 곡식의 무게를 재는 도구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원자단위의 극미량의 질량을 잴 수 있게 만들었고, 저울은 이제 인류가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 그 비밀을 꺼낼 수 있는 도구로 발전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저울의 또 다른 변신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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