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나들이의 불청객, 말벌 대처법


선선한 바람에 본격적인 가을 나들이가 시작되는 10월, 안타깝게도 말벌이 극성이다. 8~9월이 산란기인 말벌은 폭염과 마른장마와 같은 최고의 번식 환경 속에서 폭발적으로 개체 수를 늘리고 있다. 또한 이상 고온 현상으로 당도 높은 과일과 작물도 늘어나면서 풍부한 먹이까지 뒷받침됐고, 이는 말벌의 개체 수를 늘리는데 일조했다. 게다가 말벌에 쏘이는 사고도 이어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9월 30일에는 마을 뒷산에 운동하러 나갔던 70대 노인이 말벌에 쏘여 숨진 채 발견됐고, 9월 14일에는 대구의 주택 옥상에서 60대가 말벌에 쏘여 과민성 쇼크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벌에 쏘여 병원을 찾는 환자는 2009년 9,609명에서 2014년 1만 4,280명으로 증가했고, 8~9월 발생이 전체 53.7%였다. 

■ 말벌류, 맹독에 공격성 강해… 자세 낮추고 자리 피해야 

벌 중에서도 문제가 되는 벌은 바다리(쌍살벌, Polistinae spp)종류와 땅벌(Vespula flaviceps spp), 그리고 말벌류(Vespa crabro spp)다. 땅벌류는 땅 속에 집을 지어 바깥에서 보면 흙부스러기가 쌓인 듯한 흔적만 남기지만, 하나의 군집에 수백 마리에서 수천 마리의 땅벌이 있기 때문에 집단 공격을 할 위험이 있다. 가장 위험한 벌은 역시 말벌류다. 독성이 강한데다 침이 단단해 여러 번 공격하면서 독성이 더욱 강해진다. 특히 장수말벌은 맹독성으로 4~5m 이내로 접근하면 바로 공격하는 특성이 있어 가장 조심해야 한다. 최근에는 토종 말벌에 등검은말벌과 같은 외래종도 개체수를 늘려가고 있어 피해가 더욱 늘고 있다. 

먼저 벌을 발견하면 자세를 최대한 낮춰 그늘지고 낮은 쪽으로 조용히 자리를 옮기는 것이 좋다. 벌을 쫒는다 생각하고 팔을 휘두르거나 뛰어가는 행동은 오히려 벌들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벌집을 발견한 경우에는 직접 제거하지 말고 119에 신고하는 것이 현명하다. 

■ 쏘인 부위에 된장과 간장, 상처 악화시켜 

응급처치도 중요하다. 벌에 쏘이면 벌침 끝에 달린 독샘을 누르지 않고 뽑아내야 하는데 핀셋이나 손톱보다는 신분증이나 카드류를 이용해 피부를 밀어내 듯 빼내는 것이 좋다. 반면 억지로 침을 빼려다 오히려 독이 번질 수 있기 때문에, 터지지 않은 독샘이 보이면 건드리지 말고 병원으로 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침을 뺀 이후에는 또 다른 감염을 막기 위해 쏘인 부위를 알코올이나 물로 가볍게 씻고, 얼음이나 찬 물수건으로 냉찜질을 하면 통증과 가려움증을 줄일 수 있다. 또 꿀벌의 침은 산성으로 묽은 암모니아수와 같은 염기성, 알칼리성 액체를 바르고, 말벌 침은 반대로 염기성이기 때문에 식초나 레몬주스 등 산성 물질을 발라주면 중화에 효과가 있다. 

가끔 쏘인 부위에 된장이나 간장 등을 바르는 사람도 있는데 치료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감염원이 돼 상처를 더욱 악화 시킬 수 있다. 소주 역시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피부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 쏘인 뒤 호흡곤란, 알레르기 나타나면 빨리 병원으로 

보통 벌에 쏘여 문제가 되는 이유는 알레르기 반응 탓이 크다. 벌에 쏘이면 큰 부작용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말벌에 쏘이면 다친 부위가 붓고 아프며 설사나 구토,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드물게는 온 몸에 붉은 반점이나 두드러기가 나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쇼크다. 면역체계 과반응으로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데, 벌에 쏘인 후 30분 이내로 기도나 장이 부으면서 급성 호흡곤란과 함께 혈압이 떨어진다. 이때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외에도 병원에 가는 경우는 벌집을 잘못 건드려 여러 부위에 공격을 당한 경우다. 쏘인 부위가 붓고 아플 경우, 진통제나 스테로이드제 주사로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한다. 

■ 말벌, 일단 피하고 보는 게 상책 

사실 말벌 무리를 보면 바로 도망가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말벌을 유인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차단하는 것이다. 음료수나 과일과 같이 단 음식은 먹은 뒤 바로 정리하고 향수나 화장품, 헤어스프레이 등은 냄새로 벌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에 뿌리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벌은 화려한 색의 옷을 꽃으로 착각하고 달려든다. 그래서 벌초 작업을 할 때는 되도록이면 옷은 어두운 색으로 입고, 벌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몸에 딱 달라붙게 입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보호 장비를 착용하거나 살충제를 휴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낯설고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는 머리가 하얘지면서 아는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예방법과 대처법만 알아도 마음이 한결 든든하다. 벌에 쏘이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말벌 쏘임은 심각한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이번 가을 나들이에는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 옷차림부터 신경을 쓰고, 응급처치법에 대해 숙지하고 나서면 어떨까.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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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검진기에 담긴 과학원리-혈액, 소변, 혈압

회사 직원들이 단체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A의료원 외래 현장. B팀장과 팀원들은 소변검사와 혈액검사, 그리고 혈압검사를 받기 위하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과중한 업무와 조직 내 스트레스로 인해 요즘 들어 부쩍 피곤함을 느끼던 B팀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점검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첫 검사항목인 소변 검사장에 들어섰다. 

■ 건강의 기준이 되는 소변의 색이나 혼탁도 

자신의 소변을 컵에 절반 정도 받아서 검사 담당자에게 가져다 준 B팀장은 이처럼 소량의 소변만으로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소변 시료에 이름표를 붙인 담당자에게 B팀장이 질문을 하자 이내 소변 검사의 원리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소변검사란 소변의 색이나 혼탁도, 그리고 배출되는 여러 종류의 노폐물들을 조사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며 “따라서 건강검진이나 수술 전 검사 목적으로 모든 환자에게 일차적으로 시행하는 기본 검사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1. 소변검사 종류 (출처: 대한의학회)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인 소변검사는 크게 ‘물리적 성상(成相)’ 및 ‘화학적 반응’, 그리고 ‘요침사’. 이렇게 3종류로 구분한다. 

먼저 물리적 성상 검사는 소변의 색상 및 혼탁도, 냄새 등을 오감으로 검사하는 것을 말한다. 대개 건강한 사람의 소변을 혼탁하지 않고 맑으며, 밝은 노란색을 띄는 것으로 기준을 삼는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소변의 농축 정도에 따라 색이 짙거나 흐릴 수 있으며, 섭취한 음식물 및 약물에 따라 비정상적인 소변 색이 나타날 수도 있다. 

화학적 검사의 경우는 요당(urine sugar)과 요단백(urine protein) 등을 검출하는 것이다. 또한 pH(수소이온지수) 및 혈액이 섞여 있는지를 조사하는 잠혈 검사를 통해 소변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요침사 검사(urine sediment analysis)가 있는데, 이것은 현미경을 이용해 적혈구와 백혈구, 그리고 세균 및 각종 결정 등을 관찰하는 검사를 뜻한다. 소변 중에는 적혈구 같은 세포성 성분과 각종 염류들의 결정들이 존재하는데, 이런 성분들을 검사해 다른 소변 검사 결과와 같이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질병 파악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검사 담당자로부터 이 같은 소변 검사의 방법을 전해들은 B팀장은 한 컵도 안 되는 소변 시료에서 이처럼 다양한 항목들을 분석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하면서, 앞으로는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소변에도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 자동혈구분석기로 빠르고 정확하게 

소변 검사 다음으로는 혈액 검사 차례였다. 혈액 검사를 기다리며 B팀장은 내심 긴장했다. 작년 검사에서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평소 술과 육류 안주를 즐기는 B팀장으로서는 이번 혈액 검사에서 예전보다 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타날까봐 걱정이 앞섰다. 

채혈이 끝나자, B팀장은 혈액검사의 방법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검사 담당자는 “최근에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그리고 암과 같은 질병의 발병률이 높아지자 혈액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혈액검사는 한 번의 채혈만으로 간과 신장 등의 기능을 점검하고, 각종 급·만성 질환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최근 들어서는 ‘자동혈구분석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검사의 신속성과 정확도가 날로 우수해지고 있다”라고 전하며 “검사결과도 예전에는 2~3일 씩 걸렸지만, 최근에는 빠르면 1~2시간 내에도 확인할 수가 있어 환자의 편의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검사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혈액검사 방법으로는 크게 3가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학적 방법에는 혈구 검사, 즉 CBC(Complete Blood cell Count)가 있는데, 이 방법은 혈색소나 혈소판 감소증, 그리고 적혈구 및 백혈구의 수치를 측정하는 것이다. 

혈색소가 감소된 경우 빈혈의 진단을 내릴 수 있으며, 멍이 잘 들고 피가 잘 멈추지 않는다면, 혈소판 감소증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백혈구 수의 증감에 따라 백혈구 질환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또한 화학적 방법으로도 혈액 검사를 하는데, 이것은 혈액 내에 포함된 각종 물질의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화학적 방법을 통해 혈당이 기준치 이상으로 높아지는 당뇨병을 진단할 수 있으며, 간과 관련된 각종 효소들을 측정해 간염이나 지방성 간 질환, 그리고 간경화나 간암 등을 진단하는데 이용된다. 

이 외에도 미생물학적 방법과 면역 혈청 방법이 있는데 이는 쉽게 말해 세균 및 바이러스와 관련된 검사다. 각종 유해성 세균이나 감염성 바이러스에 대한 배양 검사가 모두 시행될 수 있어 감염의 원인을 밝혀 적절한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혈액 검사를 마친 후 B팀장은 마지막 순서인 혈압 검사를 받기 위해 검사장으로 들어섰다. 혈압 검사도 혈액 검사와 마찬가지로 그를 긴장시키는 검사 항목 중 하나다. 일전에 받은 신체검사에서 고혈압 1단계인 수축기 145㎜Hg에 이완기 95㎜Hg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측정한 혈압도 지난 번 수치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144에 98로 나타났다. 두 가지 숫자가 알려주는 의미를 묻자 혈압 검사 담당자는 친절하게 알려준다. “최고 혈압을 나타내는 높은 숫자는 심장의 심실이 수축하는 동안에 발생하는 수축기 압력이고, 최저 혈압을 뜻하는 낮은 숫자는 심장이 이완할 때 나타나는 이완기 압력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혈압계의 원리를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팔에 감는 공기주머니에 대해 언급해야 한다. 커프(cuff)라는 이름의 이 공기주머니에 공기를 넣어서 부풀리면, 팔이 점점 압박되면서 피가 제대로 흐르지 않게 된다. 그러다가 공기를 서서히 빼주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피가 흐르기 시작하는데, 바로 이 순간에 나타난 수치가 수축기 혈압이고, 압박이 완전히 풀렸을 때 나타나는 수치가 이완기 혈압이다. 
 

사진 2.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 (출처: 대한의학회)



의학적으로 고혈압은 수축기혈압이 140㎜Hg 이상, 이완기혈압이 90㎜Hg 이상인 상태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이완기혈압 수치가 고혈압을 진단할 때 더 중요하다고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수축기혈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의 차이가 크면 심혈관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모든 검사를 마친 B팀장과 팀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자 건강검진을 주도했던 병원장이 당부의 말을 건넸다.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과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각종 질환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어 정기적인 검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라고 전하며, “특히 흡연과 가족력 등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수시로 소변과 혈액, 그리고 혈압검사를 받는 게 좋다”라고 조언했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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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독버섯은 무조건 화려하다?!

 


나무마다 탈색이라도 된 듯 잎에서 초록이 빠져나가고, 울긋불긋 새로운 색깔이 덧칠되는 계절. 새파란 하늘빛 하나만으로도 그림이 되는 계절. 바로 가을이다!

아름다운 가을을 만끽하려 산에 오르는 태연과 아빠 앞으로, 똑같은 꽃분홍 조끼에 꽃주홍 바지를 입고 똑같은 뽀글이 헤어스타일을 뽐내는 할머니 세 분이 보인다. 하얀 버섯무더기 앞에서 무슨 문제라도 생겼는지 큰 소리로 대화중인 할머니들.

“이 무식한 할망구야. 이렇게 허여멀건 하게 생긴 독버섯이 있다는 얘기는 귓구멍 열리고 첨으로 들어보는구먼! 나처럼 화려하고 섹시하게 생겨야 독버섯이지. 우헬헬!”

“쿠헬헬. 팔십 할망구 주제에 섹시 같은 소리 하구 자빠졌네. 그래도 말은 똑바로 혔구먼. 참하게 생긴 버섯은 다 먹어도 되는 겨. 산으로 들로 버섯 따다 맥여감서 새끼를 일곱이나 키웠어도 배탈 한 번 난 적 없는 내 말을 믿으라고.”

“아니랑께. 뉴스도 안 보는겨? 얌전한 독버섯이 많으니까 암것도 뜯어먹지 말라고 잘생긴 앵커가 그리 신신당부 하더랑께, 이 무식한 할망구들아. 케케케!”

말끝마다 웃음이 따라붙는, 어쩐지 무척이나 재미있게 들리는 할머니들의 논쟁을 옆에서 듣던 아빠. 기어이 참지 못하고 참견을 시작한다.

“잠깐만! 그건 케케케 웃는 할머니 말씀이 맞아요. 알록달록 화려하지만 않으면 다 먹는 버섯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버섯 1,680여 종 가운데 무려 10% 정도가 독버섯이고, 그중에는 미친 듯이 소박하게 생긴 것들도 수두룩하거든요. 최근 4년 사이에 야생 독버섯을 먹고 병원에 실려 간 환자가 74명이나 되고, 이 가운데 6명은 목숨을 잃으셨어요. 그러니까 정말 조심하셔야 해요.”

“뭔 소리여. 우리가 느타리버섯, 싸리버섯이랑 독버섯도 구분 못할까봐서? 우헬헬.”

“자, 잘 생각해 보세요. 똑같은 옷에 똑같은 머리를 하신 할머니들을 보면 도저히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 되거든요. 아마 바깥어른들도 구분하기 힘드실 걸요? 그런 것처럼 독버섯도 완벽하게 가려내기 어렵다는 거예요.

“워매~, 어쩜 그리 귀에 쏙 들어오게 비유를 잘 하는가? 확 믿음 생기게 말여.”

“독버섯에 관한 잘못된 상식은 의외로 많아요. 색깔과 모양이 화려하다, 곤충이나 벌레가 먹은 흔적이 없다, 은수저를 넣었을 때 수저 색깔이 검게 변한다, 세로로 잘 찢어지지 않는다, 대에 띠가 없다, 등등이 있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색이 수수하고 곤충이 파먹은 흔적이 있으며 은수저에 넣어도 전혀 변화가 없는 독버섯도 적잖이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느타리버섯과 독버섯인 화경버섯, 그리고 싸리버섯과에 독성이 강한 노랑싸리버섯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도저히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흡사하게 생겼답니다.”

“정말이여? 푹 익혀 먹어도 안되남? 옛날부터, 들기름에 익혀먹거나 가지랑 같이 삶아먹으면 괜찮다구 그렸는디. 것도 안 돼?”

“그건 그냥 하는 얘기고요. 과학적으로는 전혀 근거가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아른거리는 야생버섯이 까무러치게 드시고 싶다면, 약간의 힌트를 드릴게요. 느타리버섯처럼 생긴 것 중에 갓 표면에 암갈색의 인편(비늘 모양의 얇은 조각)이 있거나 자루 절단면 중앙에 암갈색 반점이 있는 것은 절대 드시면 안 되고요. 싸리버섯같이 생긴 것 중에는 가지 끝 색깔이 황색인 것, 그리고 송이버섯 같은 건 잘라봐서 잘린 부분 조직이 갈색으로 변하면 독버섯이니까 드시면 안 돼요.

“아이고, 복합햐. 그걸 어떻게 다 외워!”

“그러니까 가급적 야생버섯은 피하시라고요. 잠깐 배 아프고 마는 독버섯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현기증, 두통, 구토, 복통, 설사 같은 증상을 넘어 심한 경우에는 간과 신장세포가 파괴돼 신부전증이나 급성신부전증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거든요.

“만약에라도 모르고 먹었으면 어떡하는겨?”

“일단 빨리 119에 전화하신 다음에, 손가락을 입 안에 넣어 토하셔야 해요. 또 병원에 갈 때는 먹다 남은 독버섯을 꼭 갖고 가세요. 버섯에 따라 독소물질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버섯인지 아는 게 중요하거든요.”

“아이고, 덕분에 오늘 참 많이 배웠구먼. 근데 자네는 누군겨? 생긴 것만 보면 딱, 퍼진 표고버섯인디, 얼굴이 너부데데하고 거무튀튀한 것이 말여. 우헬헬.”

“에, 저로 말씀드리면…. 과학자라고나….”

그러나 바로 이때, 아빠 옆으로 중절모를 쓴 멋쟁이 할아버지 한 분이 지나간다. 세 할머니, 자석에라도 이끌리듯 할아버지 뒤를 바짝 따라붙는다. 끝끝내 자기소개를 하지 못한 표고버섯 닮은 아빠의 머리 위로, 싸리버섯 닮은 낙엽이 한 장 떨어진다.

“쯔쯔. 할아버지한테도 외모가 밀린 거예요? 퍼진 표고버섯 아빠, 실망은 접어두고 등산이나 하자고요.”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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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인간, X맨이 될까 키메라가 될까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코린토스 땅에 벨레로폰이라는 영웅이 살았다고 소개한다. 벨레로폰이 옆 나라에 피신해 있던 시절에 왕비가 던져온 추파를 거절했다가 미움을 사는 바람에 어려운 임무를 부여받게 됐다. 머리는 사자, 몸통은 염소, 꼬리는 뱀을 닮은 괴물, 키마이라를 처치하라는 명령이었다. 불을 뿜고 다니는 바람에 사람과 곡식에 큰 피해를 주던 존재였다. 벨레로폰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말인 페가수스를 황금고삐로 잡아 길들인 덕분에 키마이라를 처치하고 명성을 떨칠 수 있었다. 

불을 뿜는 화산을 빗대어 만들어진 괴물인 키마이라는 서로 다른 생물의 특징이 하나의 몸으로 합쳐진 결과물이며, 영어로는 키메라(Chimera)라고 한다. 사람의 상체와 말의 하체가 합쳐진 켄타우로스, 황소의 머리가 사람 몸에 붙은 미노타우로스, 독수리의 상체에 사자의 하체가 붙은 그리피오스도 키메라의 일종이다. 


 

사진 1. 에로스를 등에 태운 켄타우로스 (출처: wikipedia)



생물학에서 유전자를 조합해 새로운 세포나 동물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키메라로 부른다. 키메라는 생물이 탄생하고 자라나는 과정을 살필 때 수정란의 일부를 잘라내고 다른 세포를 집어넣어 새로 만들어낸 배아를 가리킨다. 흰쥐의 수정란과 회색쥐의 수정란을 결합하면 얼룩덜룩한 모습의 키메라 마우스가 탄생하는 식이다. 

대부분의 키메라는 각 생물의 장점만을 하나로 모은 모습이다. 켄타우로스는 사람처럼 영리하면서 말처럼 빨리 달리고, 미노타우로스는 사람의 팔다리를 가진 동시에 황소처럼 힘이 세다. 그리피오스는 독수리의 날개와 발톱을 가졌으며, 사자처럼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좋은 것만 모아서 약점을 보완하려는 인간의 욕심과 소망이 만들어낸 존재다. 

키메라의 전설은 현대에도 멈추지 않는다. 19세기의 소설가 메리 셸리가 쓴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대표적이다.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물리학자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죽은 자의 뼈와 살을 이어 붙여 키 2.4m가 넘는 괴물 인간을 만들어낸다. 혼자 지내던 괴물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프랑켄슈타인 박사에게 여자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박사의 부인을 죽이고 결국 박사와 자신까지 죽음으로 몰아넣는 이야기다. 

이익이 되는 것만 손에 넣고 싶은 사람의 마음은 인간관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상형을 말할 때, 탤런트처럼 잘생기고 아버지처럼 자상하고 기업가처럼 돈이 많은 사람을 꿈꾼다. 또한 모델처럼 예쁘고 토끼처럼 착하며 강아지처럼 애교가 많은 상대가 나타나길 원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는 인간이 아니라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또는 키메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모든 것을 가지고 싶은 마음은 그 끝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전설과 문학 속에서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들은 예외 없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전에 없던 새로운 생물을 만들어내는 연구도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에 부딪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은 유전자재조합식품(GMO)이 화살을 맞고 있다. 병충해를 이겨내고 생산량을 늘린다는 좋은 뜻으로 만들었지만, 특정 유전자를 조작한 곡물과 생물을 섭취했을 때 장차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한 번 변형이 되면 그 상태로 대대손손 전해지기 때문에 당사자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광우병이나 방사능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의 숫자는 일반 질병에 비해 지극히 적은데도 끊임없이 지적을 받고 경계의 대상이 되는 이유다. 

키메라 기술은 점점 발전해 이제는 사람의 유전자를 건드리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유전자와 염색체를 아울러 가리키는 게놈(genome)은 특정 생물체가 가진 고유한 특징을 지칭해왔지만, 이제는 게놈 수정과 합성 기술이 발달해 마음대로 바꾸고 잘라 붙이는 시대가 됐다. 사람의 일이니만큼 커다란 논쟁과 다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의료기술의 발달을 위해 인간의 배아를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불행의 씨앗을 없애기 위해 인간 유전자는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8월 영국은 ‘10만 게놈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2017년까지 10만 명의 게놈 지도를 그리는 데 5천억 원의 정부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에는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가 “질병 치료를 위한 게놈 수정 기술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곧이어 의료자선단체 웰컴 트러스트(Welcome Trust), 의료과학원(AMS), 생명공학연구위원회(BBSRC) 등 영국 내 기관들과 공동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다. 각국 과학윤리 전문가로 이루어진 힝스턴 그룹(Hinxton Group)은 “인간 배아의 게놈을 조작하는 기술은 생물학과 의학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며 향후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몇몇의 우려 때문에 기술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은 장기적인 손해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불치병과 난치병으로 인해 인류가 겪는 손해를 계산하면 오히려 게놈 수정 기술을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별 유전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면 결국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하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장차 태어날 아이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도 없이 특정 인생을 강요당해야 하는 일종의 폭력행위와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잇따른다. 원하는 인간을 맞춤형으로 생산해서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SF영화 속 상황이 실제 현실에 등장할지도 모른다. 

단점을 버리고 장점만을 조합해 맞춤형 인간을 만들려는 시도는 어떻게 끝을 맺게 될까. 초능력을 갖춘 영화 엑스맨을 탄생시킬까 아니면, 미움과 박해 끝에 고통으로 사라진 신화 속 키메라를 되살려낼까.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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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사는 동물의 진짜 집은 어디인가


동물원은 많은 이들에게 유년 시절의 따뜻한 기억으로 떠오른다. 여전히 어린이날의 관람객 인파나 새로 태어난 희귀한 아기 동물은 미디어가 담기 좋아하는 행복한 피사체다. 반면 동물원 뉴스는 잔혹한 극단으로도 치닫는다. 아기 기린과 사막여우 같은 희귀종의 탄생을 축하하는 뉴스가 있는 반면, 다른 한 편에선 수가 많고 번식력이 강해 ‘처치 곤란’인 전시동물을 도축농장에 매각하거나 멸종위기종을 불법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사기도 한다. 

또한 맹수의 탈출이나, 인간을 공격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건도 심심치 않다. 지난 8월 과천 서울대공원 호랑이가 사육사 목을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나 2010년 미국 씨월드에서 ‘고래쇼’를 하던 범고래 틸리쿰이 조련사를 공격해 숨지게 한 일이 대표적이다. 

뉴스는 행복과 잔혹을 오가고,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지 몰라도 동물에게 동물원이란 뻔한 곳이 아닐까. 그저 ‘감옥’으로 말이다. 에버랜드의 북극곰 통키는 털이 녹색으로 변하고 같은 지점을 왔다 갔다 하거나 머리를 계속 흔드는 이상 행동을 보여 왔다. 국내외 동물보호단체들의 조사와 항의로 북극곰 사육장 실내에 에어컨을 추가로 설치하고, 외부에 차양막을 설치했지만, 북극곰의 생리에 맞는 환경을 만들기엔 역부족이다. 애초에 동물원이라는 좁은 공간과 우리나라 기후가 북극곰에게 맞지 않아서다. 

좁은 우리에 갇힌 동물들이 보이는 이상행동 사례는 많다. 한 자리를 맴돌거나 같은 지점을 계속 왔다 갔다 하는 반복 행동, 자신의 배설물을 먹거나 털을 뽑는 등의 자기 학대 행위, 하루 종일 누워서 잠만 자는 무기력한 행동은 야생의 동물에게선 찾아볼 수 없다. 동물원이라는 공간이 낳은 이상행동으로, ‘정형행동(stereotyped behaviour)’이라고 한다. 수명도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야생의 아시아 코끼리와 아프리카 코끼리가 각각 42년, 56년을 사는데, 동물원 코끼리는 각 17년, 19년을 산다고 한다. 

동물원에 사는 동물은 어떤 존재일까? 동물은 야생동물, 가축, 애완동물, 실험동물의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물론, 동물원에는 야생동물이 산다.교통 정체에 인파를 감수하고 동물원에 가는 건 사자나 코뿔소, 코끼리, 기린 같이 흔히 보기 힘든 희귀한 야생동물을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갇혀 사는 동물원 동물들의 처지를 ‘야생’이라 하긴 어렵다. 아프리카가 서식지라고 되어 있지만, 아프리카는커녕 동물원 정문 앞도 나가보지 못한 동물들도 상당수다. 지난 봄 메르스로 동물원 낙타들이 격리되던 때, 그 낙타들의 출생지는 과천이라고 떠들썩하게 보도되기도 하지 않았는가. 

관람용으로 수익을 낸다는 점에 비중을 두면 ‘가축’에 가깝고, 본래의 야성이 어떠하든 친근하게 느끼고 늘 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선 애완동물의 성격도 있다. 또 실험동물의 성격도 없지 않다. 영국의 런던동물원은 현대 동물원의 원조인 셈인데, 1829년 당대 동물학계가 뜻을 모아 만들며 설립 이유 중 하나로 ‘동물의 기관, 조직, 세포의 기능을 연구하는 동물 생리학’을 꼽았다. 멸종 위기종의 번식과 복원을 위한 동물원의 역할이 강조되는 지금은 이 성격이 더욱 강해졌다. 동물원의 연구 기능은 점점 더 부각되고 있는데, 자연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활용해 첨단 과학의 과제를 해결해가는 ‘생체모방(biomimicry)’ 연구 거점이 되기도 한다. 미국 샌디에고 동물원은 지난 2012년 동물원 중 최초로 생체모방연구소를 세웠다. 

야생동물을 보러 동물원에 간다고 하지만, 우리가 동물원에서 만나는 동물은 머나먼 태생이 ‘야생’일 뿐 가축과 애완동물, 실험동물이 뒤섞인 존재인 셈이다. 애초에 동물원은 동물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더 자연에 가깝고, 야생다운 환경을 위해 공을 들인 이유도 관람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동물의 행복이 우선 목표는 아니다. 그만큼 동물원 동물들이 야생성을 잃어버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미래의 동물원은 어때야 할까? 여전히 인간의 흥미를 위해 동물이 희생해도 좋을까? 

최근 높아지는 동물 복지, 동물권에 대한 요구는 생물학계의 오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1960년대 후반 이후 생물학자들은 원숭이, 코끼리, 고래, 돌고래, 늑대 등 여러 종의 동물들을 대상으로 동물의 감정을 연구해 왔다. 그 결과 동물이 행복, 분노 등의 1차적 감정뿐 아니라 애도나 유머, 수치심 등을 느낀다는 결과를 얻었다. 감정을 처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의 방추세포는 한때 인간과 대형 유인원들만 가졌다고 여겨졌지만, 고래들은 인간보다 더 많은 방추세포를 지녔다고 밝혀졌다. 또 동물들도 즐거움을 느낄 때 인간처럼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한다. 인간만 ‘마음을 가진’ 존재라고 더는 우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동물원은 어떻게 인간을 위한 장소에서 동물을 위한 곳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주목받는 동물원의 역할은 멸종위기종을 번식시키고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이다. 세계 유수의 동물원들이 관람이 아니라 보전을 일차 기능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의 브롱스 동물원과 오마하 동물원은 종보전센터를 표방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공원의 동물원이 서울대 수의대와 공동으로 산양, 수달, 반달곰, 삵 등 야생동물들에 대한 유전자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주동물원을 사자나 코끼리, 기린 같은 전 세계 동물원의 공통 인기 동물 전시가 아니라 토종 멸종 동물이나 멸종위기종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도 있다. 

하지만 이런 동물원의 변신 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수백 년간 전시할 동물을 얻기 위해 야생을 파괴해온 동물원이 동물을 보전할 책임기관으로 변모하리란 기대는 환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번식 프로그램이나 연구는 동물원 동물을 더 생산하기 위한 방편이 되리란 지적이다. 

살아있는 동물이 없는 동물원은 어떨까? 일본의 오비 요코하마는 ‘대자연 체감 뮤지엄’이라 표방한다. 동물의 생태를 실물 크기의 영상으로 보면서 입체음향과 진동, 바람, 안개, 냄새, 온도 등을 실감나게 느끼도록 만든 곳이다. 이곳은 영국의 BBC 방송과 게임회사 세 곳이 협력해 만들었다.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신개념 동물원들의 등장이 기대된다. 

우리에 갇힌 동물이 안쓰러워도 동물원이 없는 삶을 선택하긴 망설여진다. 인간은 점점 자연과 멀어지고 있기 때문에 더 자연이 그립고, 더 동물을 보고 가까이 두고 싶어 하는 건 아닌가.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이 필요한 건 동물원 동물만은 아닐지도.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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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공포, 해열제로 해소되나?!

아이를 둔 많은 부모들이 늘 해열제를 집에 구비해 둔다. 아이가 열감기에 걸렸을 때 체온이 급격히 올라 행여 경기를 일으키거나 뇌가 손상될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한 모습이지만, 사실 이는 부모의 ‘발열공포’에서 비롯되는 부적절한 행동이다. 지나친 해열제 사용은 아이의 병을 낫게 하기는커녕 아이를 더 괴롭게 할 수도 있다. 

■ 직장체온 39℃ 미만은 대개 치료가 필요 없다 

열이 나는 것은 질병에 대한 ‘정상적인’ 면역반응이다. 우리 몸이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감염되면, 면역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열이 난다. 바이러스 감염은 대개 미열이 2~3일간 지속되고 세균 감염은 고열이 3일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열이 나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면역세포에서 분비된 ‘사이토카인’이 뇌혈관 세포에 작용한다. 여기서 몇 가지 효소가 만들어지는데, 이 효소들이 작용해 ‘프로스타글란딘 E2’라는 물질을 합성한다. 이 물질이 뇌 조직 속으로 확산되면, 체온조절중추가 자극돼 체온이 오른다. 감염됐을 때 체온이 오르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몸이 바이러스나 세균과 싸우는 과정에서 화학적으로 열이 난다는 가설이 있고, 일부 연구자는 “백혈구나 면역 세포가 체온이 적당히 상승한 환경에서 더욱 활발한 항균 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해열제는 어떤 원리로 열을 내리는 걸까. 해열제는 몸에 열이 나게 하는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 E2의 생산을 억제한다. 열과 통증, 그리고 식욕부진과 같은 증상이 동시에 완화된다. 하지만 증상을 완화시킬 뿐, 열이 나게 하는 근본적인 요인을 치료하는 건 아니다. 

만성질환이나 선천성 장애가 없고 평소 건강한 아이가 직장체온이 39℃ 미만이라면 대개 치료가 필요 없다. 직장체온이란 항문에서 6cm 이상 들어간 곳에서 측정한 온도로, 직장체온을 표준체온으로 정했지만 항상 이렇게 잴 수 없어서 겨드랑이나 귀 온도를 대신 측정한다. 조금 더 큰 아이들은 38.3℃ 이하의 미열이면 특별한 처치를 하지 않고 기다려도 된다. 체온이 41℃를 넘어가면 ‘고체온증’으로 반드시 즉각적으로 처치해야 하지만, 대개는 시상하부가 체온을 잘 조절하기 때문에 41℃를 넘기는 경우가 드물다. 물론 36개월 미만의 영유아는 얘기가 다르다. 면역기능이 미숙하기 때문에 발열 초기라도 심각한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3개월 미만의 아이가 38℃ 이상인 경우라면 반드시 병원 진찰을 받아야 한다. 

■ ‘발열공포’가 아이를 괴롭힌다 

문제는 대부분의 부모가 열에 대해 과도한 공포심을 갖고 부적절하게 대처한다는 점이다. 이를 ‘발열공포(fever phobia)’라고 부른다. 미국의 소아과 의사 바턴 슈미트가 1980년 발표한 논문에서 유래됐다. 그는 논문에서 “81쌍의 부모를 조사한 결과, 부모의 52%가 ‘아이가 40℃ 미만의 열로도 심각한 신경학적 부작용을 겪을 것’이라고 응답했다”며 “무려 85%의 부모가 아이의 체온이 38.9℃가 되기도 전에 해열제를 먹인다”고 밝혔다. 발열공포라고 정의한 데서 알 수 있듯, 이런 우려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이런 발열공포는 어디에서 유래된 걸까. 일부 전문가는 과거 경험에서 그 뿌리를 찾는다. 세균과 바이러스에 인간이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던 과거 말이다. 지금보다 생활환경이나 의료 수준이 열악했던 시절, 특히 심각한 뇌수막염으로 많은 아이들이 고열에 시달리다 귀가 멀고 뇌손상도 입는 등 심한 후유증을 겪었던 기억이 우리에게 열에 대한 공포를 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백신이 개발돼 심각한 세균에 감염되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줄었으며, 의료 수준이 높아져 설사 감염되더라도 치료에 실패하는 확률이 줄었다. 즉, 요즘 아이들이 열이 나는 원인은 대부분 3~4일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바이러스 질환인 것이다. 

하지만 김진선 조선대 의과대학 간호학과 교수팀이 올해 4월 <아동간호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부모들의 발열공포는 여전하다. 연구 대상자의 절반이 37.8℃를 발열의 최저기준 체온으로, 38.9℃를 고열의 최저기준 체온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발열과 고열은 각각 38.0℃ 이상, 40.0°C 이상으로 정의한다. 또한, 74.8%가 열이 나는 아이를 미온수로 목욕시킨다고 응답했다. 78.1%는 아이가 경련을 일으키거나 뇌손상을 일으킬까 봐 ‘매우 걱정 된다’고 답했다. 그 결과, 소아 외래나 응급실을 불필요하게 자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열제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74.2%가 잘 자고 있는 아이를 깨워 해열제를 복용시킨다고 답했다. 심지어 6%는 아이가 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항문을 통해 좌약 형태의 해열제를 투여하고 있었다. 열이 나는 아이에게 부모가 가장 조치하기 쉬운 게 해열제 투여다 보니, 남용이 심한 것이다. 김 교수는 “의료진조차 최신의 과학적 근거를 수용하지 못한 채 잘못된 방법으로 소아 발열을 관리하고 있다”며 “의료인의 발열공포가 부모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세균감염 위험 먼저 살펴야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열에 대한 지나친 공포로 해열제를 잘못 써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해열제 자체로는 열성경련을 막을 수 없다. 열성경련 예방을 목표로 해열제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물론 해열제를 먹이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아이의 체온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해열제를 먹이지 말고, 열 때문에 너무 힘들어할 경우에만 고려하라는 것이다. 이은혜 경희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체온이 38℃가 넘으면 아이가 보채고 힘들어하기 때문에 해열제를 적절한 용량으로 사용해 편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보통 해열제의 사용간격은 4~6시간이다. 아이가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계열의 약을 섞어 자주 먹여서는 안 된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의 상태를 잘 살피는 것이다. 3일 이상 고열에 시달린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 교수는 “아이가 열이 날 때 뇌막염이나 요로감염, 패혈증 등 심각한 세균감염인지 단순한 바이러스성 질환인지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열에 대한 공포로 ‘해열’에만 지나친 관심을 쏟는 태도는 아이의 병을 낫게 하기는커녕 아이를 더욱 괴롭힐 수 있다. 
 

(TIP) 열에 대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상식 

Q. 아이 체온이 38℃를 넘었어요! 뇌가 손상되면 어쩌죠? 
A. 단순 감기로 인한 열 때문에 뇌가 손상된다는 건 근거 없는 오해랍니다. 

Q. 아이가 열성경련 경험이 있어요. 빨리 해열제 먹여야겠어요. 
A. 해열제는 열 증상만을 완화할 뿐, 열성경련을 예방하지 못합니다. 병원을 찾아 열이 나는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해요. 

Q. 열이 떨어지지 않아 곤히 자는 아이를 깨워 해열제를 먹였어요. 
A.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열이 나더라도 아이가 잘 놀고 잘 잔다면 해열제를 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보채고 힘들어 할 때만 체중에 맞게 해열제를 주세요. 

Q. 병원에서 미온수목욕을 시키라는데, 아이가 울고 소리를 질러요. 
A. 미온수목욕은 해열효과가 일시적입니다. 최근에는 추천하지 않는 처치법이죠. 아이가 추워서 몸을 떨면 열이 생산돼 체온을 오히려 올릴 수 있어요!  



글 : 우아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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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의사(醫師)들의 독립운동기

현재 연세대학교 의대의 전신인 제중원 의학교에서 1908년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가 7명 탄생했다. 이 중 대부분은 의사의 직업을 버리고 독립운동을 펼쳤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김필순(金弼淳, 1878~1919)이다. 김필순은 1878년 6월 황해도 장연군에서 태어났고, 독립운동가인 김규식의 매제이자 김마리아의 삼촌이다. 

■ 북쪽의 제중원 ‘북제진료소’의 김필순 

김필순은 제중원 의학교 재학 중에 황성기독교청년회와 상동교회에서 구국운동을 펼쳤고, 이후 세브란스 병원에 재직하면서는 독립운동가들을 위해 자신의 집을 제공하기도 했다. 독립운동가 안창호(安昌浩, 1878~1938)와는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가까웠으며 1907년에 신민회(新民會)를 조직해 해외의 독립운동기지 건설에 적극 동참하기도 했다. 

1910년 한일합병 후 김필순은 중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위한 기반 마련에 적극 참여했다. 지금 중국 길림성의 동남부 지역, 당시에는 간도 지방에 한국인 마을을 만들고, 그곳을 기반으로 해 독립군을 양성한 것이다. 하지만 일제의 간섭은 끊이지 않았고, 김필순은 다시 치치하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서 김필순은 북쪽에 있는 제중원을 뜻하는 의미로 ‘북제진료소(北濟診療所)’를 개원했다. 

당시 의사는 공개적으로 치료받기 힘든 독립운동가의 몸을 돌봐 주었다. 또 병원은 독립운동가들의 중요한 연락의 근거지가 되기도 했다. 김필순은 병원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수익을 독립군의 군자금으로 사용했다. 1919년에 드디어 조국에서 3‧1운동이 일어났지만, 김필순은 그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같은 해 일본인 의사에 의해 독살되고 말았다. 

김필순뿐만 아니라 제중원 의학교의 동기 중 신창희, 주현칙, 박서양, 김희영 등도 의사면허를 갖고 독립운동을 펼치다가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이들의 활동 덕분에 이후 많은 의사들이 독립 운동에 적극 참여하게 됐다. 

■ ‘독립신문’ 발행인, 서재필 

김필순과 같이 독립운동가로 알려졌지만, 미국에 가서 한국인 최초로 서양의사가 된 사람이 있다. 바로 서재필이다. ‘독립신문’의 발행인 서재필(徐載弼, 1864~1951)이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의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보통 서재필하면 독립운동가나 ‘독립신문’ 발행인을 가장 먼저 떠 올리기 때문이다. 

서재필은 갑신정변 실패 후, 일본을 경유해 미국으로 망명을 갔다. 미국에 처음 갔을 때는 영어에 능통하지 못했고,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막노동과 식당 아르바이트, 인쇄소, 농장 등에서 일을 했다. 한국 사람이라고는 자기 혼자밖에 없었고, 생활이 낯설었기 때문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후 서재필은 미국의 장로교 선교사 덕분에 거처를 구할 수 있었고,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기독교청년회에서 영어를 공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운이 좋게도, 존 홀렌벡(John Wells Hollenbeck)이라는 후원자를 만났다. 홀렌벡은 펜실베이니아에서 탄광업을 통해 많은 돈을 번 대부호였고, 자선 사업가였다. 그가 서재필에게 미국에서 정식으로 교육을 받게 도와주었다. 서재필은 ‘해리 힐만 아카데미(Harry Hillman Academy)’이라는 명문고에 입학했으며, 라틴어나 그리스어, 수학 등 여러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냈다. 학교 졸업식에서는 졸업생 대표로 고별 연설을 하기도 했다. 

■ 한국인 최초의 서양의사, 서재필 

1888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워싱턴의 콜롬비아 대학의 코크란 단과대학 물리학과 야간반에 입학했다. 이곳에서 1년간 공부를 마치고 후원자인 홀렌벡과도 결별을 하게 됐다. 일자리를 찾아 떠난 워싱턴의 미국 육군 의학박물관에서 서재필은 중국과 일본에서 온 의학서적들을 영어로 번역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서재필은 의학서적을 번역하면서 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현재 조지워싱턴 대학교의 전신인 컬럼비안 대학(Columbian University) 의과대학 야간학부에 입학했다. 
 

사진. 서재필, 콜롬비아 대학교 졸업 앨범-맨 윗줄 왼쪽에서 세 번째
(출처: wikipedia)



당시 유태인이나 유색 인종은 의대에 입학할 수 없던 사정과는 매우 이례적으로 서재필은 컬럼비안 대학교의 본과로 진학하게 됐다. 마침내 그는 1893년 대학교를 졸업했고, 미국에서 한국인 최초로 세균학 전공 의학학사가 됐다. 재학 중에는 가필드 병원에서 1년 간 수련의 인턴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모교에서 강의를 하기 위해 조교가 됐지만, 유색인종에게서 강의를 들을 수 없다는 학생들의 반발이 심해 1년 만에 그만두었다. 

서재필은 학교를 다니면서 미국으로 귀화했다. 그는 미국으로 귀화한 최초의 한국인이기도 하다. 서재필은 미국에서의 생활로 근대적인 민주주의 사상과 제도에 대해 더욱 강하게 확신했다. 당시 조선은 여전히 외부 열강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후진적인 사회로 정체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재필은 조선과 미국에서 독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면서, 생계가 매우 힘들어졌다. 펜실베이니아 주 대학병원에서 연구 생활을 하면서 생계를 겨우 유지했으나, 격심한 생활난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암 치료 전문 병원인 잔느 병원에 고용의사로 취직했고, 병리학 전문의 면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폴리크리닉 병원이나 제임스 병원으로 옮겨 다니며, 고용 의사로 생활했다. 병리학 의사로 여러 병원에 근무하면서 가족을 부양하고 생계를 이어나갔다. 

현재의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일한은 미국 유학 중에 서재필을 찾아갔다. 유일한은 서재필에게 일제하에서 기아와 질병으로 고생하는 우리 민족을 위해 건강한 나라를 세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피력했다. 그런 유일한에게 서재필은 손수 조각한 목각화 한 장을 내 주었다. 그것은 잎사귀와 가지가 무성한 한 그루의 버드나무였다. 이것은 ‘끈질기고, 무성하게 대성하길 바란다’는 뜻이었다. 이 그림은 유한양행의 마크로 사용하기도 했다.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이자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김필순과 서재필. 자신의 의술이 조국 독립에 보탬이 되길 희망했던 그들의 뜻을 되새겨보자.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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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207색 무지개를 찾아서

 

세상은 빛과 함께 존재합니다. 세상을 밝고, 아름답고, 화려하고, 오묘하게 만들어주는 빛은 희망, 깨달음, 즐거움의 상징이기도 하죠. 그래서 거의 모든 종교의 창세기가 세상을 밝혀주는 빛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실제로 빛은 우리에게 온기를 주고 안전을 지켜줍니다. 빛을 이용한 녹색식물의 광합성이 없었더라면 지구는 지금도 아무것도 살지 않는 삭막한 행성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2015년은 UN이 지정한 "세계 빛의 해"입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빛’을 주제로 한 칼럼을 연 4회 기획하고 있습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최근 SNS 타임라인에 무지개 사진이 도배됐다. 하늘에 무지개가 뜬 것이다.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한 여름 더위도 잊은 채, 연신 하늘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리고 너도나도 무지개 사진을 SNS에 올리며 한껏 동심을 발산했다. 

요즘 세대들에게 무지개는 책이나 사진 속의 그림이 더 익숙하다. 대기가 오염되면서 하늘에 뜬 무지개를 보는 일이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서울에 살고 있다는 30대 이 모 씨는 하늘에 뜬 무지개를 직접 본 일이 평생에 2~3번뿐이라 하니, SNS에 무지개가 도배되는 일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닌 것 같다. 
 

사진 1. 2015년 7월 17일 서울에서 본 무지개(사진: 이윤선)



이렇게 현대인들에게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무지개가 옛날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존재였다. 무지개가 하늘과 땅, 양쪽에 걸쳐서 생기다보니 사람들은 신과 통할 수 있는 특별한 상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과거 사람들이 표현한 무지개는 지금의 무지개와는 조금 다르다.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이렇게 일곱 가지 색이 아니다. 

■ 조선의 오색 무지개, 미국의 레인보우 식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무지개를 다섯 가지 색으로 표현해 ‘오색 무지개’라고 불렀다. 당시 색의 기본이었던 ‘흑백청홍황(黑白靑紅黃)’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무지개가 오색이었던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 시대에 색체 학문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물론 다른 언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색에 대한 표현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한글에서 볼 수 있듯, 색을 표현하는 말에는 수십만 가지가 있었다. 하지만 빨강색을 빨갛다, 불그스름하다, 검붉다, 새빨갛다와 같은 서술식 표현처럼, 다섯 가지 색을 채도나 명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부르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후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무지개가 지금의 일곱 가지 색으로 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무지개를 6가지 색으로 표현한다. 빨주노초파남보에서 남색이 빠진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한 여러 가설이 있지만, 미주권에서는 파란색과 남색을 같은 색으로 보는 문화 때문이라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또 독일과 멕시코 원주민은 다섯 가지 색으로, 이슬람권에서는 빨강, 노랑, 초록, 파랑, 이렇게 네 가지 색으로 표현한다. 아프리카에서는 부족에 따라 두, 세 가지 또는 서른 가지 색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이렇게 무지개 색은 각 나라의 색을 바라보는 문화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사진 2. 미국 알래스카의 쌍무지개(출처: Eric Rolph at English wikipedia)




■ 뉴턴이 재정비한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를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색으로 처음 정한 사람은 뉴턴이다. 뉴턴이 빛의 성질을 연구하던 중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그 빛이 여러 가지 색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뉴턴이 이런 사실을 발견할 당시 사람들은 빛이 흰색이라고 생각했다. 물질이 띠는 색은 그것이 갖고 있는 고유한 색이기 때문에 빛과는 상관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뉴턴은 다르게 생각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물질의 색이 달라지는 이상한 현상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 이유가 빛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대표적인 현상이 무지개였다. 그 결과 프리즘 실험을 통해 빛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그런데 왜 뉴턴은 무지개를 일곱 가지 색깔로 구분한 것일까? 그 이유는 숫자 7을 성스러운 숫자로 생각했던 당시의 문화 때문이라고 전해져 온다.성경에서 7은 완전수면서 성스러운 숫자다. 구약성서에서 신은 천지를 7일 만에 창조했고, 고대의 민족은 움직이는 별을 태양과 달,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 이렇게 7개로 간주했다. 음악의 음계도 도, 레, 미, 파, 솔, 라, 시로 정확히 7개다. 이렇게 많은 분야가 성스러운 7과 관련이 있는 만큼, 뉴턴도 무지개의 색을 7개로 맞췄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는 것이다. 

■ 실제 무지개는 최대 207색! 

무지개는 지구로 들어온 태양빛이 공기 중에 떠 있는 물방울을 만나 반사되고 꺾이는 현상이다. 물방울이 뉴턴의 실험에 사용된 프리즘 역할을 해 빛이 분해되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면 뉴턴이 정한 무지개 색이 일곱 가지인 것처럼 빛의 색도 일곱 가지일까? 

그렇지 않다. 사실 빛은 7개 보다 훨씬 많은 색을 갖고 있고, 뉴턴의 실험처럼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최대 207색까지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색이 있다. 사람이 정해 놓은 노란색 하나에도 엄청나게 많은 색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이렇게 물체의 색을 볼 수 있는 것은 물체가 자신의 색과 같은 색의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빨간색 물체는 빨간색 빛을 반사하고, 파란색 물체는 파란색 빛을 반사한다. 빨간색 물체에 파란색 빛을 쐬면 반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검게 보인다. 만약 빛이 7가지의 색만 갖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우리 주변에는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이외에 물체는 온통 검정색으로 보일 것이다. 

사람의 눈으로 색을 구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특정 색의 이름을 ‘노란색’이라고 불렀을 때, 그 색이 우리에게 노란색으로 인지될 뿐이다. 어쩌면 무지개는 207개 보다 더 많은, 무한 가지의 색을 갖고 있다고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글 :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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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의 과학] 황금빛 가을철 영양과 맛의 보고, 대하

 

먹는 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죠. 모두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요즘 트렌드는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입니다. 그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는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메인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대중의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에 다양한 요리법이나 영양소에 대한 내용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COOKING의 과학]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매월 제철 음식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영양소도 함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도 지나가고,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 속에서 가을을 느낀다. 가을은 무릇 오곡백과의 추수철이라 먹을거리가 가장 풍부한 계절이지만 이 가을에 딱 먹기 좋은 바닷가 식재료는 따로 있다. 말 그대로 몸집이 큰 새우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대하(大蝦)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우는 약 90여종에 이르는데, 바다에 서식하는 새우는 보리새우, 대하, 중하, 꽃새우, 젓새우, 도화새우 등이 있다. 대하는 보리새우과에 속하는 새우로 왕새우라고도 한다. 대하는 봄바람 따라 서해의 얕은 바다로 나와 산란을 한다. 다 자란 새우는 남서풍이 불 때 좀 더 깊은 바다로 나간다. 이 시기가 살이 통통하고 맛이 제일 좋을 때로 지금이 제철이다. 

옛날부터 대하는 서해안의 명물이었다. 지금도 서해안 쪽 외포, 소래, 태안, 보령까지 대하천지고, 안면도, 남당, 무창포 등은 가을철 대하 축제까지 열어 우리들을 대하의 세계로 유혹한다. 오래 전 조선시대 정약전 선생이 흑산도에서 쓴 <자산어보>(1814)에도 대하가 등장한다. “대하는 빛깔이 희거나 붉다. 흰 것은 크기가 두 치(약 6cm), 보랏빛인 것은 크기가 5~6치(15~20cm)에 이른다”고 했다. 이 뿐만 아니라 “붉은 수염이 몸길이의 세 배나 된다”고도 했다. 이 수염 때문에 중국에서는 긴 수염을 두고 ‘해로(海老)’ 즉 바다의 노인으로 표현했다. 또한 새우는 암수가 구별되는데 크기만 보면 암컷이 수컷보다 두 배 이상 크다. 암컷은 붉은 보랏빛을 띠며, 수컷은 하얀색에 가까운 노란색을 띤다. 

대하는 초가을, 쌀쌀해질 무렵이 특히 좋은데 이는 대하가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또한 질 좋은 아미노산과 단백질이 많으며, 특히 칼슘과 철분이 풍부해서 뼈 건강과 원기회복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중국에는 출장 가는 남편에게 대하를 먹이지 말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아마도 대하가 양기에 좋은 강장 식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대하를 한 때 기피하기도 했는데, 이는 콜레스테롤 때문이다, 물론 대하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다. 대하 100g당 약 300mg으로 적은 양은 아니다. 그러나 같은 100g당 420mg정도가 들어 있는 달걀보다는 오히려 적은 양이다. 그런데 최근 대하가 괜찮다고 보는 이유는 대하에 들어 있는 타우린 성분이 혈압을 안정시키고 체내에서 콜레스테롤 형성을 억제해주기 때문이다. 병 주고 또한 약도 함께 준 셈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라는 점이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의 부신 피질 호르몬, 성 호르몬과 같은 여러 호르몬 생성에 필요한 물질이고 또한 담즙을 만드는 데에도 필요하다. 담즙은 지방질 물질을 소화하고 흡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호르몬 기능과 두뇌활동이 저하되고 피부도 까칠해진다. 그래서 피부가 윤기 나게 하려면 콜레스테롤을 적당히 먹어주는 게 좋다. 콜레스테롤을 제한하면 오히려 혈관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대하는 살이 많고 맛이 좋은 고급 새우로 어업이나 양식을 통해 잡힌다. 경제성이 높고 보리새우에 비해 기르는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많이 양식되고 있다. 그래서 대하는 자연산과 양식이 있는데 그것은 꼬리와 뿔로 구분 한다. 꼬리가 분홍색을 띠면 양식이고, 뿔이 머리보다 밖으로 길게 나오면 자연산이다. 그리고 수염을 보는데, 자연산은 수염이 자신의 몸보다 두 배 이상 길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대하를 골라야 할까? 몸이 투명하고 윤기가 나는 것과 껍질이 단단한 것이 좋다. 물론 머리와 꼬리가 제대로 붙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하를 보관해두었다가 먹으려면 깨끗이 손질해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고 한 달까지는 보관해서 먹어도 된다. 그리고 대하는 이쑤시개를 이용해 등의 두 번째 마디에서 긴 내장을 빼내고 옅은 소금물에 흔들어 씻는다. 

대하는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과거 조선시대에도 우리 조상들은 대하를 무척 즐겼다. 서유구의 <난호어목지>(1820)에서는 “빛깔이 붉고 길이가 한 자 남짓 한 것을 대하라고 하는데 회에 좋고, 국으로도 좋고, 그대로 말려서 안주로도 한다”고 적어두었다. 또한 <증보산림경제>나 <군학회등>에서 대하는 쪄서 볕에 말려 두고 겨울에 먹는다고 했다. 조선의 유명한 미식가인 허균이 쓴 <도문대작>(1611)에는 도하(桃蝦)가 기록돼 있는데, “주로 서해에서 나며 알로 젓을 담그면 매우 좋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대하의 감칠맛을 그대로 살린 소금구이가 단연 인기다. 특히 은박지를 얹은 석쇠에 소금을 깔고 구워서 먹는 소금구이는 식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다. 튀김이나 구이로 먹을 때는 껍질째 먹기도 한다. 그런데 대하를 제대로 먹는 사람은 머리만 먹는다고 하니 머리를 떼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며, 머리를 바삭하게 구우면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두자. 대하와 꽃게를 넣고 된장으로 간을 해서 끓이는 대하꽃게탕은 역시 이 계절의 별미다. 대하는 특히 부추나 아욱, 마늘과 같은 채소와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이런 채소들은 항산화물질도 풍부하고, 대하에 부족한 비타민C나 섬유소가 많아 영양적으로도 궁합이 좋다. 

이 아름다운 계절 가을, 이왕 여행을 떠날 거면 서해안 바다가로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바다 풍경도 즐기고 싱싱한 대하를 소금구이로도 먹고, 다양한 채소를 듬뿍 넣어 끓인 대하꽃게탕으로도 즐기면서 여름철 손상된 마음과 원기를 회복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제철 식재료를 놓치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한다. 

글 : 정혜경 호서대학교 바이오산업학부 식품영양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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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골이가 돌연사의 주범이라고?

코골이를 병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얼마 전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방송인 전현무씨가 코골이로 병원을 찾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질환으로서의 코골이가 주목을 받았다. 코골이는 성인 10명 중 3~4명이 겪을 만큼 흔한 증상이다. 코고는 소리의 원리는 풀피리와 비슷하다. 피리 속으로 공기를 불어넣으면 풀이 떨리면서 소리가 나는데 코골이도 수면 중 들이마신 공기가 좁아진 기도를 지나면서 주변 구조물인 입천장과 목젖부위, 후두와 같은 상기도 부위에 진동을 일으키면서 잡음을 내는 것이다. 코골이의 소리는 약 500Hz 주파수의 잡음으로 심한 경우 그 강도가 지하철이나 작업장의 소음 정도로 심각하다. 

■ 코골이, 수면무호흡으로 이어진다 

사실 코골이 자체는 주변사람을 괴롭게 하지만 건강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수면무호흡이다. 코를 고는 사람 중 다수가 수면무호흡 증상을 보인다. 원인이 코골이와 비슷하기 때문인데, 코골이가 기도가 좁아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 수면무호흡은 좁은 기도가 더 좁아지면서 숨길이 막혀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증상이다. 평균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무호흡이 시간당 5회 이상 또는 7시간 동안 30회 이상이면 수면무호흡증이라 진단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환자 수는 2010년 19,780명에서 2014년 27,061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수면무호흡 환자를 살펴보면 보통 수면 중 숨이 멈췄다가 갑자기 푸~하며 숨을 내쉬는 증상이 관찰된다. 이렇게 순간순간 호흡이 멈추게 되면 잠에서 자주 깨거나 숙면을 취하기 어려워 수면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자연히 낮 시간에 영향을 미쳐 주간 졸림증과 피로감, 불면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증상이 장기화 될 경우, 수면부족으로 우울증이나 두통, 기억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고 발기부전이나 성욕 감퇴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 수면무호흡, 돌연사의 주범인 부정맥과 뇌졸중 일으키기도 

심각하게는 심뇌혈관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수면 중 호흡이 멈추면 공기가 폐로 제대로 가지 못해 체내 산소가 부족해지고 이 때 막힌 숨을 억지로 내쉬려 몸이 안간힘을 쓰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증가한다. 이는 혈압과 심박동을 증가시켜 고혈압과 뇌졸중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또 무호흡 상태에서 다시 호흡할 때는 심장이 부족한 산소를 채우기 위해 평소보다 3~4배 빨리 뛴다. 무리한 심장운동은 심장에 부담을 줘 반복될 경우 부정맥이나 협십증, 심근경색, 심장 비대 등의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코골이의 원인은 다양하다. 비염이나 비중격만곡증(콧구멍을 나누는 벽이 휘어진 증상)이 있으면 코가 막히면서 숨쉬기 힘들어져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이 나타날 수 있다. 비만도 이유가 된다. 살이 찌면 목 부위에 지방이 축척되면서 기도가 좁아진다. 실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 환자의 80%가 목이 짧고 굵으며 과체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의 경우,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근육이 늘어나 기도가 좁아지면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갑상선 기능저하증이나 혀와 목 근육이 늘어진 경우, 유아는 편도나 아데노이드가 큰 경우, 흡연이나 음주, 항히스타민제나 진정제와 같은 약을 먹는 경우에도 코골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내시경을 통해 목과 코의 구조를 살펴보는 검사와 수면다원검사 등이 필요하다. 수면다원검사는 검사실에서 자면서 수면 중 일어나는 신체 변화를 측정한다. 수면 상태에서의 뇌파, 근전도, 심전도, 혈중산소포화도, 호흡기류, 흉부 및 복부 움직임, 수면 자세 등을 확인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의 원인과 상태를 분석한다. 

치료도 가능하다. 코와 목의 구조적 문제라면 상기도를 넓히는 수술을 포함해 기도의 모양이나 넓이, 골격 구조에 따라 구조를 개선시키는 수술도 있다. 비수술적 방법으로는 양압호흡기가 대표적이다. 양압호흡기로 기도에 압력을 가해 좁아지거나 닫힌 기도를 열고 확장하는데 중증 이상의 수면무호흡 환자가 주로 사용한다. 턱이나 혀가 뒤로 밀려 기도가 좁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구조물을 앞으로 당겨주는 마우스피스 형태의 장치도 있다. 

■ 옆으로 누워 자고 체중 관리해야 증상 호전 

무엇보다 생활습관의 개선이 중요하다. 술이나 수면제, 진정제 등의 약은 호흡을 느리게 해 목 주변의 근육을 이완시켜 공기통로를 막는 만큼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 똑바로 누워서 자기보다 옆으로 몸을 돌려 자는 것이 좋다. 똑바로 누우면 목젖을 포함한 입천장의 조직이 목 뒤로 처지고 혀가 밀려 기도를 막히게 할 수 있다. 반면, 옆으로 누우면 목젖이 옆으로 가 그만큼 기도가 넓어져 코골이 예방에 효과적이다. 베개 역시 살짝 높은 것을 사용하면 턱이 앞으로 나오고 목 안이 넓어져 기도도 확장된다. 

체중관리도 중요하다. 살이 찌면 목에 지방이 축적되고 기도는 좁아져 코골이가 악화된다. 체중만 줄여도 증상은 완화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금연과 금주도 도움이 된다. 술을 마시면 코골이가 심해지는데 술이 인두(입 안과 식도 사이의 소화기관)의 근육을 이완시켜 기도를 좁게 하기 때문이다. 흡연 역시 상기도 근육 점막을 붓게 해 기도를 좁히기 때문에 증상을 악화시킨다. 

사실 코골이는 얄미운 구석이 있다. 소리로 주변 사람의 밤잠을 설치게 하면서도 정작 코를 고는 사람은 자신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코고는 사람이 가장 피해자다. 코골이에서 수면무호흡으로 이어지는 질환이 심뇌혈관 질병은 물론 돌연사의 주범인 부정맥의 원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코고는 사람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어서 민망할까봐 시끄러워도 참고 말하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를 노려보자. 상대에게 코고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알려주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앙금도 풀고 가족의 건강도 챙기면 어떨까.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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