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의 과학] 카사노바가 사랑한 굴


굴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아 온 식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굴을 즐겨 먹었다. 선사시대 사람들의 쓰레기장인 패총에서도 굴 껍데기가 출토되고, 조선 시대의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굴은 동해안을 제외한 7도의 중요한 토산물로 기록돼 있다. 굴은 부르는 이름도 다양해 모려(牡蠣), 굴조개, 석굴, 석화(石花) 등으로 불렀다. 석화는 돌 ‘석(石)’자에 꽃 ‘화(花)’자로 바닷가 바윗돌에 꽃이 핀다는 뜻의 ‘돌꽃’으로 불렀다. 

굴은 일단 눈으로 보아도 매끈한 윤기, 부드러우면서도 탱글탱글한 식감을 느낄 수 있어 먹으면 건강해질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굴을 두고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서양인들에게 굴은 매우 유혹적인 식품이었다. 실제로 해산물을 날로 먹지 않는 서양인들이 날로 먹는 해산물로는 굴이 거의 유일했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굴을 즐긴 사람들은 고대 로마 황제를 비롯한 삼총사를 쓴 프랑스 소설가 알렉산더 뒤마, 그리고 “짐이 곧 국가다”라고 외친 프랑스 왕 루이 14세도 굴 마니아였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서양에서 굴을 사랑한 인물로는 카사노바를 빼놓을 수 없다. 서양 최고의 플레이보이로 꼽히는 카사노바는 매일 아침 생굴을 50개씩 먹었다고 전설처럼 전해진다. 이렇게 대부분 정력적인 남성들이 즐긴 탓인지 굴은 정력제로 알려졌다. 그러나 맛을 아는 여성들도 굴을 즐겼는데 절세미인이었던 클레오파트라가 탄력 있는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식탁에서 빼놓지 않았던 식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달빛같이 흰 피부를 원하면 굴을 먹으라는 속담이 전해진다. 

왜 이렇게 굴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몸에 좋은 정력식품 혹은 피부에 좋은 식품으로 평가받아 온 것일까? 그 비밀은 바로 굴이 가지는 영양성분 때문이다. 굴은 다른 조개류에 비해 아연, 철분, 칼슘 등과 같은 무기질이 풍부하고 비타민 B1, B2, 나이아신 등 성장에 필요한 비타민까지 영양소가 풍부한 편이다. 특히 칼슘의 함량은 우유와 비슷할 정도로 풍부해 어린이 성장발육에도 좋아 서양에서는 굴을 ‘바다의 우유’라고 부른다. 

수산물 중에서도 가장 완전식품에 가까운 굴에 들어 있는 철분과 구리, 칼슘은 빈혈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 특히 정상적인 면역기능과 함께 세포분열에 필수 영양소인 아연을 함유하고 있다. 굴이 정력에 좋은 이유는 바로 아연 때문인데 아연은 남성 호르몬의 분비와 정자 생성을 촉진하는 영양소로 셀레늄과 함께 정력에 좋은 미네랄로 통한다. 또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만드는 데 쓰이는 특별한 아미노산이 풍부해 정력제로도 알려져 왔다고 보인다. 

특히 아연 성분은 우리 몸에 축적돼 있는 납 성분을 체외로 배출시켜주는 효능이 있으며, 굴에 있는 셀레늄은 대장암세포를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굴의 또 다른 효능으로는 피부미용을 꼽을 수 있다. 굴에는 풍부한 비타민과 무기질 성분이 들어 있어 피부를 탄력 있고 깨끗하게 해준다. 여드름 환자가 굴을 섭취하면 균 감염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으며 그 외에도 멜라닌 색소를 분해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피부 미용에 도움을 준다. 

또한 굴의 타우린 성분은 간 기능을 향상시키고, 알코올을 해독하는 작용이 뛰어나 피로회복에 좋다. 굴의 타우린 성분은 뇌 기능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며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콜레스테롤 생성을 억제하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굴에는 비교적 콜레스테롤이 많지만 이를 타우린이 낮추어 주는 셈이다. 그러나 콜레스테롤과 나트륨이 높아 혈압조절과 콜레스테롤 조절이 필요한 경우 너무 과량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동해를 빼고 남해안, 서해안에서 다 잘 자라는 굴이지만 지형적으로 다소 다른 특성을 가진다. 남해안 굴은 크고 맛이 시원하지만, 서해안 굴은 작아도 맛이 진하고 담백한 특성이 있어 기호대로 골라 먹으면 좋다. 우리나라는 참굴, 토굴, 강굴, 바윗굴 등 굴 종류가 다양하지 않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굴의 종류가 많아 입맛에 따라 산지별로 굴을 골라서 먹는다. 와인이 산지와 연도에 따라서 맛과 향이 달라지는 것처럼 굴도 마찬가지다. 생굴의 맛을 즐기는 서양인들은 레몬을 많이 뿌려 먹는데 이는 레몬의 비타민C는 철분의 흡수를 돕고 굴에 함유돼 있는 타우린의 손실을 예방해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굴을 주로 생으로 즐기는 서양인들에 비해 우리는 요리 민족답게 다양한 굴 요리를 즐겼다. 생으로 먹는 것 말고도 굴 무침, 굴밥, 굴전, 굴국, 굴 국밥, 굴찜, 굴 깍두기, 굴김치, 굴장아찌, 굴튀김을 요리해 먹고, 젓갈로는 어리굴젓까지 담가 먹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도 굴을 즐겨먹었는데, 1795년의 <원행을묘정리의궤>의 수라상에는 ‘석화잡저(石花雜菹)’라는 것이 나오는데 바로 이것이 굴을 넣고 담근 섞박지로 궁중에서도 굴을 넣어 김치를 담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어떤 굴을 사 먹는 것이 좋을까? 자연산 굴도 좋지만, 양식 굴도 좋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1900년대부터 굴을 양식해 먹었고 품질도 좋은 편이다. 굴양식을 많이 하는 통영의 갓 딴 큼직한 양식 굴은 생으로도 먹고, 불에 구워 먹어도 별미다. 굴은 색이 우윳빛을 띠고 살은 패주가 뚜렷하게 서 있는 것으로 둥그스름하고 통통하게 부풀어 있는 것이 신선하다. 

굴은 겨울철이 제철이고 서양속담처럼 굴은 알파벳 R이 들어간 달에 먹는 것이 좋다. 5월에서 8월 사이의 굴은 맛이 없고 독소를 가지므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굴은 잘 상하고 부패하기 쉬우므로 주의하고 잘 보관해야 한다. 굴은 1% 정도의 소금물에 넣어 남은 껍질을 떼고 여러 번 씻어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굴은 바닷물과 함께 냉장보관하면 좋고 장기간 보관을 할 때는 굴에 소금을 살살 문지른 다음에 흐르는 물에 씻어서 먹을 만큼씩 나누어 냉동보관 한 후 필요할 때마다​ 해동해 먹는 것도 사시사철 굴을 즐기는 요령이다.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랑받아 온 식품인 굴은 단연 겨울철 최고의 별미다. 특히 겨울철이 아니면 제대로 굴 맛을 즐기기 어렵다. 향긋한 바다 냄새로 우리를 유혹하는 굴의 그 오묘한 식감과 그 향긋한 맛을 이번 겨울에는 놓치지 마시고 충분히 즐겨보길 바란다. 

글 : 정혜경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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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알릴 영감을 찾는다, 왕립학회

1660년 11월 28일 저녁, 십여 명의 학자들이 스물여덟 살의 젊은 청년의 천문학 강의를 듣기 위해 런던의 그레셤 대학 강의실에 모였다. 그 청년은 바로 17세기 영국의 건축가이자 천문학자인 크리스토퍼 렌(Christopher Wren, 1632~1723)이다. 세인트 폴 대성당을 비롯해 런던의 53개 교회를 설계한 인물이다. 젊은 학자들이 모인 그곳에서 유용한 지식을 모으기 위한 단체를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고, 이것은 바로 왕립학회의 시작이었다. 

창립회원으로는 과학자 존 윌킨스, 철학자 조지프 그랜빌, 수학자 존 월리스, 현미경학자 로버트 훅 등이 있다. 처음에는 실험적 학문의 정립이라는 목표에 맞게 주로 회원 개개인이 경비를 들여 진행한 실험이나 연구를 발표하고, 그것을 시연해 보이는 활동이 주를 이뤘다. 처음에는 ‘왕립’이라는 것은 이름뿐이었지만, 1662년 왕실의 허가를 받아 왕립학회로 발돋움했다. 

왕립학회의 정식명칭은 The Royal Society of London for Improving Nature Knowledge, 자연과학 진흥을 위한 런던왕립학회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아이작 뉴턴, 벤저민 프랭클린, 찰스 다윈, 제임스 와트, 마이클 패러데이 등 세상을 바꿔놓은 과학자가 바로 이 왕립학회의 회원이었다. 무려 80여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 왕립학회, 국제화를 지향하다 

왕립학회는 세계의 최고 지식을 한데 모아 현대 과학을 정립하는 데 앞장섰다. 1665년에는 세계 최초로 과학 학술지 <철학회보(Philosophical Transactions)>를 발간했고, 동료 평가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현재는 코플리 상, 데이비 상, 휴스 상과 같은 명예상을 수여하고 있으며 왕립학회 회원에게는 ‘왕립학회 회원(Fellow of Royal Society)’의 약자인 FRS를, 학회장에게는 ‘왕립학회 회장(President of Royal Society)’의 약자인 PRS를 수여하고 있다. 

왕립학회는 국제적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시절에도 철저하게 국제화된 기관이다. 독일 출신의 헨리 올덴버그가 <철학회보>의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이탈리아의 마르첼로 말피기, 네덜란드의 크리스티안 하위헌스와 같이 영국 국적이 아닌 사람에게도 왕립학회의 문은 열려 있었다. 왕립학회의 본래의 명칭이 ‘런던 왕립학회’라는 것만 봐도 그렇다. ‘영국 왕립학회’가 아니라 ‘런던’이라는 지역 이름을 썼고, 이는 처음부터 왕립학회가 국제화를 지향했다고 볼 수 있다. 

 왕립학회는 뛰어난 가문의 자제가 아니어도 회원이 될 수 있었다. 부와 명예보다는 그 사람의 창의성과 성실함을 더욱 높게 평가했다. 뛰어난 관찰력과 성실함으로 미생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앤터니 반 레이우엔훅(Antonie van Leeuwenhoek, 1632~1723)는 초등교육밖에 받지 못했다. 그의 아버지는 바구니를 제작하는 일을 했으나, 그가 6살 때 세상을 떠났다. 레이우엔훅은 16살 때 도제 생활을 했고, 그때부터 현미경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는 마흔이 넘어서부터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약 50년 동안 왕립학회에 무려 600통의 서신을 보냈다. 그의 논문에는 자신이 제작한 현미경으로 본 모습을 정교하게 그린 그림을 포함하고 있었다. 자신이 만든 현미경 26개를 왕립학회에 기증하기도 했다. 왕립학회는 그가 보여준 과학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을 높게 샀고, 1680년 왕립학회 회원으로 추대했다. 왕립학회가 그에게 수여한 메달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고 한다. “그의 연구는 아주 작은 것이지만, 그 영광은 절대 작지 않다.” 

■ 그 누구의 말도 취하지 마라 

런던의 트래펄가 광장에서 버킹엄 궁으로 이어지는 가로수 길에 왕립학회의 건물이 있다. 건물 외벽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에는 라틴어로 이렇게 쓰여 있다. “그 누구의 말도 취하지 마라.”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객관성을 다시 일깨우면서, 왕립학회를 방문하는 과학자들은 경외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왕립학회가 올해로 설립 355년이 됐다. 여전히 왕립학회는 건재하고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뉴턴이나 찰스 다윈, 아인슈타인, 제임스 와트, 알렉산더 플레밍과 같은 기라성 같은 과학자들이 거쳐 갔고, 현재는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호킹, 팀 버너스-리와 같은 과학자들이 모여 있다. 350년이 넘는 왕립학회에서 활동한 회원은 8천 명 정도다. 

왕립학회에는 100여개의 위원회가 있다. 중요한 과학 연구를 발굴하고, 훌륭한 성과를 가려 정부기관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일은 새로운 과학자를 발굴해 회원을 선출하는 일이다. 10개의 위원회에서 새 회원을 선출하는 일을 하고 있다.현재 약 1,40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은 이를 두고 1,400명의 평사원이 일하는 회사 같다고 하기도 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양의 피를 수혈하는 기이한 생체 실험으로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고, 재정적인 어려움이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이작 뉴턴이나 험프리 데이비와 같은 뛰어난 인물이 등장해 왕립학회의 명성을 되살리기도 했다. 

지난 11월 17일부터 왕립학회와 영국 국립과학관의 소장품 180여점이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특별 전시되고 있다. ‘뉴턴과 세상을 바꾼 위대한 실험들’이라는 이름으로 근대 과학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다. 아이작 뉴턴의 데드 마스크, 윌리엄 허셜의 천체망원경, 영국 왕실의 혼천의 등 현대과학의 근간이 된 영국 근대과학의 탄생을 다양한 전시물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영국 왕실의 소장품이 해외에서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전시회에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전시회는 내년 2월 28일까지 진행된다.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참고 : 거인들의 생각과 힘 (빌 브라이슨, 까치,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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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도 로봇에게도 유용한 전자피부!


나무 인형 피노키오는 숯불이 가득 지펴진 화로 위에 두 발을 올려둔 채 잠이 들었다. 피곤과 배고픔에 지친 피노키오는 두 발이 천천히 타들어가 재가 된 것도 모른 채 코를 골며 잤다. 왜 피노키오는 두 발이 다 사라질 때까지 눈치 채지 못 했을까? 피노키오는 통증을 느끼지 못 했다. 바꿔 말하자면 다리가 느끼는 통증이 뇌에 전해지지 않았다. 

피노키오가 통증을 느끼지 못 하는 건 피부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의 피부에는 통증을 느끼고 뇌에 전달하는 신경망이 분포돼 있다. 몸의 어느 부위에 작은 상처만 생겨도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신호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 움직임이 자유롭더라도 피부가 없다면 촉각과 압력, 통증을 느낄 수 없다. 빗물이 몸에 스미지 않도록 막을 수도 없고, 추위가 찾아와도 소름이 돋지 않는다. 경고 시스템이 망가지고 작은 상처도 치명적이 된다. 몸을 둘러싼 껍데기 정도로 여기기 쉽지만 알고 보면 피부는 경이적인 기관이다. 체내 모든 기관 중 면적이 가장 커 모두 펼치면 그 넓이가 18㎡에 이르고, 중량 면에서도 뇌보다 2배나 무겁다. 화상 등으로 피부를 1/3 이상 잃으면 생명까지 위태롭다. 

인공으로 만든 피부가 인간의 진짜 피부와 같이 자연스럽게 넓은 표면을 두르면서, 다양한 기능까지 갖출 수 있을까? 최근 속속 발표되는 전자피부 분야의 연구 성과들은 그 가능성을 높여준다. 전자피부는 각종 센서를 포함한 전자회로를 피부처럼 얇게 만든 것이다. 최근 주목받는 웨어러블 기기의 최종 목적지는 입는 대신 부착하거나 몸에 삽입하고 설치하는 형태가 되리라 예상하는데, 전자 피부는 그 종착지에 가깝다. 

인체에 부착하는 박막센서는 우선 의료용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노스웨스턴 대학과 일리노이 대학 공동 연구팀은 5cm 크기의 박막 센서를 개발했다. 이 기기 속 센서 한 개 크기는 0.5㎟로 작아서 얇고 쉽게 휘어질 수 있게 돼 있으며, 스티커처럼 간단하게 부착할 수 있다. 이 센서는 열을 민감하게 감지해 0.01℃의 미세한 온도 변화도 파악할 수 있고 습도의 변화에도 민감하다고 한다. 연구진은 피부 온도와 습도는 혈류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이 센서를 이용해 건강 상태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김대형 교수는 지난해 파킨슨 환자용 전자피부를 발표한 바 있다. 센서가 파킨슨 환자의 근육이 뒤틀리는 것을 감지하면 내장된 나노 입자가 터지면서 약물이 피부로 투여되는 것. 데이터를 저장해 환자의 상태를 이전과 비교할 수도 있다. 
앞으로 전자식 스티커를 붙이는 것만으로 체온, 심박, 호흡, 산소포화도, 혈류, 혈압, 혈당과 같은 중요 생체 정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고, 파킨슨병과 같이 특정 질환에 맞춘 의료용 전자피부가 상용화되리라 예측해볼 수 있다. 혈압이나 혈당을 측정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일이 사라지고, 자신이 어떤 증세를 느끼기 전에 병원에서 먼저 연락을 받게 되고, 전자 피부가 응급처치를 하는 등 다른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다. 

한편 전자피부가 원래 피부에는 없는 기능을 더해 업그레이드 될 수도 있다. 냄새 맡는 피부가 바로 그런 예다. 국내 연구진은 유해가스 및 유기용매에 의해 물체의 전기 용량이 변화하는 특성을 이용해 촉각과 함께 냄새를 감지하는 인공피부를 만들었다. 이런 기능은 화재나 유독 가스 유출 등의 위험 상황을 빠르게 포착하고, 재난 현장에서의 구조 활동에도 유용하게 사용되리라 기대된다. 그밖에도 소리를 듣거나 자기장을 이용해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피부 등이 연구되고 있다. 

로봇이나 의수, 의족 등의 기계 장치에 피부와 같은 기능을 부여하는 용도도 주요하다. 로봇 연구가 이제까지는 움직임을 구현하는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인간과 같은 피부, 무게와 촉감, 압력을 인지하는 정교한 기능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 스탠포드 화학공학과 즈넨 바오 교수 연구팀은 ‘톡톡’ 치는 것과 ‘꾹꾹’ 누르는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전자 피부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전자피부는 두 겹으로 돼 있는데, 압력이 가해지면 틀 사이에 있는 탄소 나노튜브가 가까워지면서 전류를 생산하고, 전류의 양에 따라 촉감을 구분한다. 또 이 전기신호를 빛 신호로 바꿔 신경세포에 전달하는 방식을 써 신경세포의 피로도 덜었다. 

유연한 인공 피부를 개발하고 있는 연구자 중 한 명인 영국 글래스고우 대학 다히야 교수는 “앞으로 15~20년이면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따라 로봇이 노인을 도와야”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로봇이 우리가 느끼는 것처럼 촉감과 압력, 무게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로봇이 가족과 간병인 역할을 대신 하려면 인간처럼 부드럽고 따뜻해야 한다. 

각개약진으로 진행되는 연구들이 하나로 모아지고,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테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인체에 부착 혹은 삽입하는 전자피부의 경우 생체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 배터리도 문제다. 체온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 오징어 먹물로 만들어 독성이 없는 배터리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전자 피부 연구의 진척은 인간은 점차 전자 장치와 합성되고, 로봇과 기계는 인간과 닮아가는 경향을 보여준다. 피노키오는 만들어졌을 때부터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생각하고 말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진짜 아이가 되고 싶었다. 사람이 된다는 건 고통을 포함해 온갖 감각을 느낀다는 것. 그 시작은 피부가 아니었을까.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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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 복제 프로젝트! 제2의 돌리 탄생하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양인 ‘돌리(dolly)’의 존재는 1997년 2월 23일 ‘네이처(Nature)’지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최초의 체세포 복제 포유동물’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와 함께 ‘과학계의 거대한 약진’이라며 전 세계 언론들은 열광했다. 
분위기가 잠시 가라앉자 사담 후세인과 같은 악인이 만들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논쟁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인간 복제라는 문제가 튀어나온 것이다. 그러자 세계 각국은 인간 복제 금지와 관련된 법안들을 제정했다. 

하지만 복제양 돌리가 탄생하게 된 애초의 목적은 인간의 불치병 치료에 있었다. 인간의 유전자를 주입해 변형시킨 체세포로 동물을 복제하면 인간의 단백질이나 호르몬을 생산하는 동물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사실 이안 월머트 박사와 키스 캠벨 박사가 돌리를 탄생시킨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어떤 양들은 복부를 둘러싼 근육과 피부가 제대로 들어맞지 않은 불완전한 모습으로 태어나거나, 신장 기능이 비정상적인 개체도 있었다. 또 정상보다 훨씬 거대한 몸집의 양이 태어나기도 했으며, 탄생 후 몇 주간 호흡에서 문제를 일으킨 개체도 있었다. 
월머트 박사팀은 그 같은 시행착오를 무려 276번째 거듭한 끝에 돌리를 탄생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돌리는 1996년 7월 5일에 태어났으나, 건강상의 결함을 확인하느라 그로부터 8개월 후에야 세상에 공개됐다. 

그래도 연구진은 안심할 수 없었다. 복제 동물에게 잠재돼 있던 결함이 후손에게 유전자로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돌리는 태어난 지 1년 9개월 후 ‘데이비드’라는 숫양과 짝짓기를 해 ‘보니’라는 건강한 새끼 양을 낳았다. 
돌리에게 문제가 나타난 건 출생한 지 3년이 흐른 후였다. 돌리 체내의 세포들이 늙은 동물에서나 볼 수 있는 노화 조짐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것. 2002년 초엔 돌리의 아버지인 이안 월머트 박사가 돌리의 왼쪽 뒷다리에 관절염이 생겼다고 발표했다. 양에게 관절염이 생기는 건 흔했지만, 문제는 돌리의 경우 예상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관절염이 생겼다는 것이다. 

결국 돌리는 진행성 폐질환 증세가 악화돼 여섯 살이 되던 2003년 2월에 안락사 됐다. 돌리의 사체는 보존 처리돼 그가 태어난 곳인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 ‘왕립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출생 시 외관상 결함은 없었지만 돌리는 태어날 때부터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았다. 텔로미어란 염색체 양끝에 있는 말단 부위로서, 세포 분열을 할 때마다 조금씩 닳아 없어진다. 즉, 텔로미어는 노화의 정도를 알려주는 시계와 같은 셈이다. 
따라서 돌리는 이미 노화한 상태로 태어나서 일찍 사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돌리의 죽음은 체세포 복제 방식에 대한 안전성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사진 1. 돌리의 박제(출처: wikipedia)



돌리 이후 소와 생쥐, 개, 고양이, 돼지 등의 체세포 복제 동물이 탄생했다. 이 복제 동물들도 대부분 돌리처럼 의학 치료란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같은 애초의 목적은 차츰 빛을 바랬고,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순수하게 경마를 위해서 복제된 말이 탄생하는가 하면, 마약을 탐지하거나 인명을 구조하는 능력이 뛰어난 특수견이 복제 기술로 만들어졌다. 현재 일반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복제 동물 시장은 애완동물 상품이다. 애지중지 키우던 애완동물이 죽을 경우 거금을 들여 원래의 애완견과 유전자가 거의 동일한 애완동물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특산 한우처럼 인기 있는 품종이 복제 동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 같은 목적에 의해 탄생한 복제 동물의 경우, 음식으로 이용해도 안전한가 하는 논쟁을 야기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식품안전청(EFSA)에서는 복제 동물을 식용으로 먹거나 복제 동물로부터 생산된 우유가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농업위원회는 복제 동물의 식용을 금지했으며, 일부 단체들도 정보 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수많은 복제 동물의 출현과 이 같은 논쟁으로 인해 새로운 복제 동물의 탄생에도 무관심해진 요즘 영국에서 반가운 소식 하나가 날아들었다. 중국에서 건너와 에든버러 동물원에 있는 판다 2마리에 대해 복제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중국 서부의 쓰촨성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판다는 현재 약 1,800마리밖에 없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의 산업화로 인해 판다 서식지인 대나무 숲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그런데 판다는 원래 번식이 까다로운 동물이다. 약 2400만 년 전 곰의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와 대나무를 먹는 초식동물로 진화했지만, 판다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육식동물의 신체 구조를 갖고 있다. 풀을 잘 소화시킬 수 있는 내장기관이 발달하지 않았으며, 소화를 돕는 장내 미생물의 종류도 육식동물에 가깝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판다는 이 같은 신체적 약점을 어마어마한 식사량으로 극복하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즉, 대나무를 엄청나게 많이 먹음으로써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는 것이다. 따라서 판다는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식사에 사용할 만큼 먹는 것 외에 다른 것에 관심이 없다. 그러니 짝짓기는 물론 어쩌다 새끼를 낳아도 육아에 신경을 쓰지 않아 대를 잇기가 무척 어렵다. 
 

사진 2. 미국 국립동물원에서 판다가 대나무를 먹고 있다.(출처: wikipedia)



에든버러 동물원이 판다 복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프로젝트에는 복제양 돌리의 실험에 참여한 적이 있는 로슬린 연구소의 빌 릿치 박사도 합류했다고 한다. 판다 복제 프로젝트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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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앉아서 일한 당신, 움직여라!


스탠딩 워크(standing work)가 붐이다. 말 그대로 ‘앉아서’ 하던 일을 ‘서서’하는 것인데 학교와 회사를 중심으로 높낮이를 조절하는 책상을 도입하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랜 시간 앉아서 작업하는 환경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나온 게 이유다. 

■ 장시간 의자 생활, 당뇨와 비만, 거북목 부른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 몸속에서는 인슐린과 효소의 작용이 약화된다. 인슐린은 이자(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액 속의 포도당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혈중 당이 높아지면 혈액 속의 포도당을 세포로 보내고 간에 글리코겐의 형태로 저장한다. 인슐린은 근육을 활발하게 움직일 때 효과적으로 활동한다. 따라서 오랜 시간 앉은 자세를 유지하면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으면서 혈당 수치가 증가하게 된다. 악순환으로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 뇌는 혈당 수치를 조절하기 위해 다시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체내 인슐린 과다 상태를 만든다. 이는 당뇨와 고지혈증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국제 당뇨병 학술지 ‘당뇨병학’(Diabetologia, 2012)을 보면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발병 위험이 당뇨병은 1.12배, 심혈관 질환은 1.47배 높아지고 사망 위험률도 0.49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도 뉴스를 통해 장시간 앉아 작업하는 환경이 체내 효소의 활동을 떨어뜨리는데, 그 중에서도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인 리파아제의 활동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길수록 비만할 위험성이 높아지고 특히 복부 비만을 유발한다는 것이다.국내 연구 결과에서도 오랜 시간 앉아 일하는 직업 중 하나인 버스 운전사와 사무직 중년 남성의 건강 상태를 비교한 결과, 과체중을 비롯해 허리가 30인치 이상인 복부 비만의 비율이 버스 기사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척추 질환과 거북목도 유발할 수 있다. 앉는 자세는 대부분 하중을 허리로 집중시켜 척추에 무리를 준다. 또 장시간 앉아 일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세가 경직되고 팔과 다리, 목 등이 뻣뻣해지며 자연스레 다리를 꼬거나 비스듬히 앉게 되고 이 자세는 척추측만증과 같은 척추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오랜 시간 모니터를 바라보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앞으로 빼면서 거북목증후군이 생기기도 한다. 

■ 허리 통증과 하지정맥류는 장시간 서서 일한 탓 

그렇다고 서서 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누구라도 한 시간 동안 꼼짝없이 서 있다 보면 어느새 허리가 뻐근하다고 느낀다. 계속 서서 일하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이유다. 또 오래 서 있으면 다리 정맥으로 피가 쏠리면서 다리가 붓는다. 빈도가 잦아지면 하지정맥류가 생기기도 한다. 

오랜 시간 앉았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같이 장시간 서 있으면 허리와 목, 어깨가 뻣뻣해지면서 몸이 경직된다. 무게 중심이 허리로 집중되면서 척추를 둘러싸고 있는 근육이 딱딱해져 주변의 뼈와 신경 조직에 부담을 준다. 자연히 혈액순환에도 이상이 생겨 허리와 척추 주변에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 중요한 건 자세와 스트레칭 시간 

중요한 것은 앉고 서고가 아니다. 시간과 자세의 문제다. 서서 작업 할 때는 어깨와 골반이 일직선이 되게 한 후, 배에 힘을 주고 다리를 적당히 벌린 상태에서 발끝을 약간 바깥쪽으로 향하게 한다. 체중은 발뒤꿈치에 싣고 턱은 안으로 당기며 엉덩이를 당겨 올리는 느낌이다. 자세 유지를 위해서는 발 받침대를 아래에 두고 두 발을 번갈아 올려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서 있는 것 역시 시간이 길어지면 앉았을 때 다리를 꼬는 것처럼 한 쪽 다리에만 체중을 싣고 팔꿈치를 책상에 기댈 때가 있다. 문제는 반복될 경우 골반과 척추가 틀어지거나 좌골 신경이 눌리면서 허리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서 있을 때도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앉아서 작업 시간이 길어질 때는 피곤하더라도 일단 일어서자.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앉아있을 때보다 체내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혈액순환도 촉진된다. 또 앉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눌렸던 척추와 어깨 신경, 목의 긴장도 풀 수 있다. 

앉아 있을 때는 턱을 당기고 허리를 편 상태에서 엉덩이를 최대한 안쪽으로 끌어다 두고 등을 기대어 앉는 것이 좋다. 이 때 무릎의 각도가 90도가 되도록 엉덩이 받침과 등받이 높이를 조절한다. 운전할 때는 등받이를 약 100도 정도로 유지하면 된다. 

무엇보다 앉으나 서나 한 자세를 장시간 유지하기보다 1~2시간에 한 번씩 자세를 바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스트레칭은 목과 허리 근육 등 몸 구석구석의 근육을 늘려준다는 느낌으로 하고 가벼운 산책도 도움이 된다. 

무엇이든 과한 것은 독이 된다. 늦은 시간까지 학원에 매여 있는 학생과 야근에 시달리는 직장인에게는 앉아서 장시간 일하나, 서서 일하나 몸에 무리가 같은 것은 매한가지다. 산책과 스트레칭 등 중간 중간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두 자세 모두 장시간 유지시킬 필요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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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시계의 비밀, 미분방정식이 해결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은 날이 밝으면 잠에서 깨고, 어두워지면 잠을 잔다. 마치 사람의 몸속에 시계가 들어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와 같이 규칙적인 수면 주기가 유지되는 이유는 생체리듬에 관여하는 멜라토닌(melatonin) 때문이다. 보통 밤 9시 경에 분비되기 시작해, 아침 7시쯤에 멈추는 이 호르몬 때문에 사람들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고 기상하게 되는 것이다. 

잠뿐만이 아니다. 위장에는 소화를 돕는 효소가 존재하는데, 이 효소가 배출되는 시점도 시계처럼 정확하다. 바로 아침과 점심, 그리고 저녁 식사를 앞두고 조금씩 배출되기 시작한다. 밥을 먹고 난 다음에 효소가 나오면 소화를 제대로 시킬 수 없기 때문에, 식사를 할 때쯤이 되면 우리 몸이 미리 음식을 소화시킬 효소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몸은 24시간을 주기로 일정하게 움직이는 신체리듬을 갖고 있는데, 이를 ‘생체시계(biological clock)’라 부른다. 이 시계는 사람의 신체가 하루 종일 누워 있거나 어둠속에 머물러 있는 등 평소와 다른 상태가 되더라도, 예전의 주기적으로 움직이던 상태를 기억해 때가 되면 신체 상태를 변하도록 만들어 준다. 

생체시계를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갔을 때 겪게 되는 ‘시차’를 통해 우리는 생체시계에 대한 존재를 파악할 수 있다. 시차로 고생하는 까닭은 우리 몸의 현재 시각이 언제인지를 알려주는 ‘생체시계’와 ‘현지의 시각’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 생체시계가 중요한 이유는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 

생체시계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거나 끼니를 제 때 챙기지 못하면 평소의 리듬을 잃어버리면서 생체시계가 교란을 일으킨다. 물론 하루나 이틀 정도는 평소와 다른 리듬을 보여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사람의 신체는 그렇게 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듬이 깨지는 경우가 만성적으로 이어진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생체시계 교란이 만성화되면 그동안 균형을 이루던 신체 조화가 깨지면서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비교적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시간이 가능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24시간 깨어있는 시대다. 밤에도 대낮같이 환한 조명시설 덕분에 교대근무나 야간근무를 하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만성적인 생체시계 교란도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잠을 자거나, 일을 하는데 있어 신체에 가장 적합한 시간대가 있을까?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는 집중력과 논리적 추론 능력이 극대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시간대다. 따라서 공부나 중요한 업무를 하는데 있어 적합한 시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반면에 오후 6시에서 8시 사이의 초저녁은 심폐기능이 우수하고, 근력이나 유연성이 높아지는 시간대다. 따라서 걷기나 달리기 등 운동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24시간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낮에만 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낮에 잠을 자야 하는 사람은 침실환경을 바꿔 자신의 신체를 속여야한다”고 강조하며 “검은 커튼을 달거나 안대를 착용하는 등 비록 낮이지만 밤처럼 환경을 조성해야한다”라고 조언한다. 

■ 수학이 생물학 분야 난제 해결에 기여해 

체내에 생체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 1954년 무렵이다. 생체시계가 당시 과학자들의 주목을 끈 이유는 바로 환경이나 온도와는 상관없이 일정한 리듬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보통 온도가 오르게 되면 다른 생체반응은 빨라지는 데 반해, 생체시계의 반응은 이와는 대조적인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생체시계로 인한 신체 리듬이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생체시계 원리를 밝히려 노력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60여 년간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던 생체시계의 원리가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KAIST 수리과학과의 김재경 교수가 미분방정식을 이용한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온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생체시계의 속도를 유지하는 원리를 발견한 것. 
 

그림 1. 인산화 스위치와 그 과정에서 사용된 수학 방정식(출처: KAIST)



KAIST 연구진은 이 같은 이유를 ‘피리어드2(Period2)’라는 핵심 단백질에서 찾았다.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피리어드2 단백질에 있는 ‘인산화 스위치(phosphoryltion switch)’가 피리어드2의 분해속도를 천천히 일어나게 함으로써, 비록 온도가 올라가도 생체시계가 일정한 속도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림 2. Period2 단백질이 인산화 스위치에 의해 낮은 온도에서 분해되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
(출처: KAIST)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체온이 오르면 생체시계의 분침도 다른 생체 반응처럼 빨리 가려고 하는 것은 똑같다”라고 전제하며 “이렇게 빨리 가려고 하는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것이 바로 피리어드2라는 단백질”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체온이 올랐을 때, 피리어드2 단백질이 생체시계의 태엽을 풀어서 빨라지는 분침을 천천히 가도록 늦추기 때문에 일정 속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체온이 떨어져 생체시계의 분침이 느리게 가면, 이 단백질이 태엽을 감아 빨리 가도록 조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KAIST 연구진은 이 같은 모델링 가설을 토대로 듀크-싱가폴 국립 의과대학의 데이비드 벌쉽(David Virshup) 교수와 공동 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가 최근 저명 학술지인 ‘몰리큘라 셀(Molecular Cell)’에 게재돼 주목을 끌고 있다. 

김 교수는 “앞으로 피리어드2 단백질을 조절하는 약물을 개발하면, 생체시계의 시간을 인위적으로 늦추거나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어렵고 복잡하게만 생각했던 수학으로 생물학의 난제를 해결한 사례로, 앞으로도 많은 문제를 수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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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비만을 부르는 가을 우울증

 

태연, 우수수 잎을 떨구는 공원의 나무들 사이에서 단박에 아빠를 찾아낸다. 푸짐한 몸집을 감싼 짙은 고동색 바바리가 지나치다 싶을 만큼 눈에 띈다. 

“아빠! 빨리 집으로 가요. 엄마가 당장 아빠 찾아오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 부끄러운 복장은 무언가요. 흡사, 바바리 입은 까똑 누렁강아지 이모티콘 같단 말이에요.” 

“싫다. 난 집에 가지 않겠어. 이제 나의 길을 가련다. My Way!”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아빠가 아무리 바바리를 깃 세워 입고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는다 해도, 엄마의 이상형인 그 프랑스 배우 알랭드롱처럼 보이지는 않아요. 이상형이 아니라 이상한 형 같다고요.” 

“넌 모른다. 엄마도 몰라.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몰라요.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을 볼 때 남자의 마음도 쿵하고 함께 떨어진다는 것을. 낙엽이 신발에 밟혀 뭉그러질 때 남자의 심장도 부서진다는 것을.” 

“엄마가요, 아빠가 가을 어쩌구 이상한 얘기를 꺼내시면 그냥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말해 주라고 하셨어요.” 

“음, 틀린 말은 아니야. 계절성 우울증 즉,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는 특정 계절에만 몸이 나른해지고, 기분이 저하되는 우울한 증상이란다. 정신과적인 질환을 앓아본 적 없는 멀쩡한 사람도 약 15% 정도는 가을과 겨울에 이런 우울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2~3% 정도는 계절성 정동장애라는 병명을 갖게 되지. 

“정말요? 대체 왜 그러는 건데요?”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계절에 따른 일조량의 변화 때문일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단다. 밝은 빛을 많이 쬐면 뇌에서 세로토닌과 도파민같이 행복한 기분을 만드는 호르몬이 많이 나오는데, 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확 줄어드니까 당연히 이런 호르몬 분비도 줄어들고, 우울해진다는 거지. 

“아, 그럼 계절성 정동장애는 주로 남자들이 걸리나 봐요? 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렇진 않아. 계절과 상관없이 여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고, 사춘기 후부터 증가해서 노년이 되면 발병률이 줄어든단다. 또 낮에 햇볕 쬘 기회가 적은 순환근무자들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지. 그런데도 남자가 많이 걸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뭐랄까, 가을과 함께 소멸되는 청춘의 생동감이 남자에게 더 치명적인 고통으로 다가오는 거랄까…” 

“그러니까 결론은, 여자가 더 우울한데 남자가 더 오버한다 그거잖아요. 암튼, 남자들은 다 애라니깐. 그런데 단지 조금 우울한 감정일 뿐이고 봄이 돼서 햇빛 쨍쨍해지면 다시 기분이 좋아질 텐데 무슨 걱정이에요?” 

“그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에요. 특히 우리같은 비만인들에게는 아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보통의 우울증은 밥맛이 떨어지고 불면증이 오지만, 계절성 정동장애는 정 반대야. 식욕이 급증하고, 특히 달달한 간식에 집착하게 되며, 먹어도, 먹어도 심지어는 먹고 있어도 배가 고픈 증상에 시달린단 말이다. 거기다 잠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이 증가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무기력하고 졸려요. 폭식을 거듭하며 계속 잠을 잔다면 어떻게 되겠니. 당연히 비만인이 되겠지! 그리하여 내년 봄 햇빛이 쨍쨍해질 때 우울한 기분은 사라질지 모르나, 비대해진 몸매는 사라지지 않는 비극을 겪게 된단다.” 

“헐! 여태 들어본 병 가운데 가장 악독한 병이에욧! 계절성 정동장애는 대체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것이지요?” 

“일단 세로토닌이 잘 분비되도록 볕을 많이 쬐는 게 좋단다. 병원에서도 밝을 빛을 쪼여주는 광치료를 주로 하고 있지. 또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볕이 좋은 날 야외 운동을 하면 가장 좋겠지.” 

“아, 그래서 아빠도 햇볕을 쬐려고 공원에 나오신 거였구나. 그런데 엄마가 아빠를 모셔올 때, 꼭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 그게 뭔데?” 

“바바리코트 안쪽에 가득 품고 있을 초콜릿을 먼저 압수하라고 하셨어요. 계절성 정동장애 때문에 단것에 대한 욕망이 너무 커진 아빠가, 엄마한테 뺏기지 않고 혼자 초콜릿을 다 드시려고 몰래 공원에 나간 게 틀림없다고 하셨거든요. 그럼, 어디 한 번 검사해 볼까요?” 

태연, 아빠 코트를 확 열어젖힌다. 종류별로 쏟아지는 수십 개의 초콜릿! 

“헤헤, 딱 걸리셨네요. 엄마한테 눈감아 드리는 조건으로 반반 나누는 건 어떠실지…?”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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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노벨 과학상의 주인공은 누구?

매년 10월이면 전 세계인과 연구자들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행사가 열린다. 특정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거나 중요한 연구의 실마리를 제공한 인물을 골라서 거액의 상금을 전달한다. 선정위원이 모인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이름을 호명할 때마다 각국에서는 기쁨의 박수와 아쉬움의 한숨이 뒤섞인다. 시작된 지 114년이나 됐지만 갈수록 인기와 권위가 동시에 높아지는 이 행사의 주인공은 바로 ‘노벨상’이다. 

노벨상은 스웨덴의 과학자 알프레드 노벨(Alfred Bernhard Nobel, 1833~1896)이 만들었다. 노벨은 거대한 폭발력을 가진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다가 수많은 인명 피해를 유발하는 바람에 ‘죽음의 상인’이라고도 불렸다. 죄책감을 떨쳐내지 못하던 그는 재산의 90% 이상을 노벨상 제정과 수상에 사용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사후 5년이 지난 1901년부터 물리학, 생리의학, 화학 등 과학 분야와 문학, 평화를 합쳐 5개 분야에서 수상자를 선정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 스웨덴 중앙은행이 경제학상을 추가 제정하면서 이제는 매년 10월이면 6개 분야에서 새로운 인물을 선정해 12월 시상식에서 각 10억 원이 넘는 상금을 전달한다. 

올해 노벨상은 10월 5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6일 물리학상, 7일 화학상, 8일 문학상, 9일 평화상이, 마지막으로 12일에는 경제학상이 결정됐다. 선정일이 다가올수록 각국 언론에서는 예상 수상자를 점찍어두고 분석 기사와 관련 자료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냈고, 하루하루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곳곳에서는 환호와 탄식의 목소리가 교차됐다. 

노벨상 중에서 과학 분야의 수상자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생리의학상은 투유유 중국 전통아카데미 주임교수, 오무라 사토시 일본 키타사토대학교 명예교수, 윌리엄 캠벨 미국 드류대학교 명예연구원 등 3명이 공동 수상했다. 이들은 저개발국가에서 주로 유행하는 감염성 질환을 퇴치하는 성분을 찾아낸 공로가 인정됐다. 투유유 교수는 말라리아 치료제를, 오무라 사토시 교수와 윌리엄 캠벨 연구원은 사상충증과 림프사상충증의 치료제를 개발했다. 

말라리아는 주로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데 전체 환자 수가 2억 명을 넘고, 사망자만 매년 수백 만 명이 넘는다. 환자의 90%가 아프리카에 거주하고 80%가 5세 이하일 정도로 경제적 취약계층을 주로 괴롭히는 질병이다. 투유유 교수는 길가에 흔하게 피어나는 개똥쑥에서 아르테미신 성분을 추출해내 중국 남부와 베트남의 말라리아 확산을 막았다. 박사학위도 없고 해외유학 경험도 없는데 고대 의학서적 속 전통재료를 연구한 것만으로 노벨상을 받아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흑파리에게 물려서 기생충이 감염되는 사상충증도 피해자 대부분이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동에 거주한다. 사상충이 눈의 망막으로 침투해 시력을 잃기도 하고 림프사상충이 온몸에 퍼져 팔다리가 붓고 피부가 썩어 들어가기도 한다. 오무라 사토시 교수는 집 근처 흙 속에 사는 스테렙토마이세스 박테리아에서 50여 가지의 항생제 원료를 얻어냈다. 당시 미국 제약회사 머크(Merck&Co., Inc.) 소속이었던 윌리엄 캠벨 연구원은 그중 이버맥틴이라는 성분이 기생충 감염을 막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고 저렴한 가격의 사상충증 치료제를 개발해 수많은 목숨을 구했다. 

물리학상은 가지타 다카아키 일본 도쿄대학교 교수와 아서 맥도널드 캐나다 퀸즈대학교 교수가 함께 받았다. 이들은 우주의 기본입자라 불리는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중성미자는 타우, 뮤온, 전자 등 3가지 종류가 있으며 1cm3 공간에 초당 1천억 개가 지나갈 정도로 우주 어느 곳에든 가득 들어차 있다. 그러나 크기가 너무나 작아서 관찰이 거의 불가능하고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도 하지 않아 물체에 부딪혀도 튕기지 않고 그대로 통과해 지나간다. 그래서 질량은커녕 존재 자체를 증명하는 일도 어려워서 유령입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가지타 교수는 1km 깊이의 지하에 설치된 슈퍼가미오칸데 검출기를 이용해 1998년 중성미자 간의 관계를 밝혀냈다. 지구 대기권 내에서는 중성미자가 뮤온과 전자의 두 상태 사이에서 계속 변환을 일으킨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맥도널드 교수는 캐나다 서드버리 관측소에서 중성미자의 변환을 확인했다. 태양의 핵융합 과정에서 생겨난 수많은 중성미자가 지구에 도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중간에 상태가 바뀌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중성미자가 직접 검출되지 않는다면 상태가 바뀐 것이지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중성미자는 우주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지금도 매초마다 수십 조 개의 중성미자가 우리 몸을 통과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알지도 느끼지도 못한 채 생활한다. 중성미자의 비밀을 풀어낸다면 지금까지 상상하지도 못했던 연구 성과와 새로운 개발품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측된다. 

화학상은 토머스 린달 영국 프랜시스크릭연구소 명예소장, 폴 모드리치 미국 듀크대학교 교수, 아지즈 산자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교수 등 3인이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들은 일부 손상된 DNA가 스스로를 치료하는 과정을 밝혀낸 덕분에 유전자 차원에서 암을 치료하는 해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전자를 구성하는 DNA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등 네 가지 염기체의 서열에 의해 특성이 달라진다. 어떤 순서로 결합하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종류의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DNA의 염기체는 태어날 때부터 일정한 순서로 배열돼 있지만 후천적인 환경에 의해 달라지기도 한다. 독성물질에 노출되거나 가혹한 환경에서 거주할 경우 DNA가 손상돼 각종 질병이 생기고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 

린달 소장은 DNA 스스로 잘못된 염기체를 잘라내고 새로운 염기체로 대체하는 현상을 발견했고, 모드리치 교수는 한 쌍으로 이루어진 DNA가 서로의 염기체 중에서 짝이 맞지 않는 부분을 고치는 현상을 규명했다. 산자르 교수는 자외선으로 손상된 DNA는 염기체뿐만 아니라 뉴클레오티드 성분까지 복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과학 전체의 거대한 시각에서 수상자들의 연구는 하나의 조그만 성과에 불과하지만 인류에게는 난치병 극복과 우주의 기본구조 규명이라는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줬다. 올해도 우리나라는 노벨상을 배출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지만 학문 자체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인류를 위해 노력한다면 언젠가 저절로 영예가 주어지지 않을까.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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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우리나라 전기공학의 선구자, 한만춘

지난 4월 10일, 우정사업본부에서는 한국의 과학 시리즈, 첫 번째 묶음으로 한국을 빛낸 명예로운 과학기술인 우표를 발행했다. 이번 우표에 실린 과학자는 이론물리학자 이휘소(1935~1977), 나비박사 석주명(1908~1950), 그리고 한만춘(1921~1984)이다. 오늘 소개할 한만춘 박사는 나머지 두 박사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우리나라의 전기공학을 개척하고 전력산업을 근대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 어느 한 종합대학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현장. 신입생을 앞에 두고 한창 자신의 전공을 홍보하던 선배들의 경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열기가 느껴지던 순간, 갑자기 강당을 비춰주던 불빛이 전부 꺼지면서 순식간에 암흑의 도가니가 됐다. 

웅성거리던 시간도 잠시, 이윽고 전원이 켜지고 불이 들어오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전기과 회장이 단상에 올라가 멋지게 두 손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많은 기술이 있어도 전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일종의 퍼포먼스였을까. 믿거나 말거나인 이 이야기는 모대학 전기과의 전설적인 무용담으로 남았다고 전해진다. 
 



위의 이야기는 일종의 도시괴담이지만, 실제 현대 산업을 지탱하는 근간 중 하나가 바로 전기다. 전쟁과 수탈로 인해 산업 기반이 약했던 우리나라가 지금 이렇게 세계 10위권의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많은 전기공학자들의 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전기공학의 기틀을 닦은 이가 바로 한만춘 박사다. 

어렸을 적부터 수재 소리를 들었던 한만춘 박사는 1943년 경성제국대학 이공학부 전기공학과 1회 졸업함과 동시에 조선전업주식회사에 입사했다. 그리고 5년 후인 1948년, 2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가 되면서 본격적인 전기공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55년부터는 연세대학교 이공대학 전기공학과 교수로 근무하면서 초대 공학부장, 이공대학장, 산업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 국내 최초 아날로그 컴퓨터 제작 

한만춘 박사의 가장 큰 업적은 우리나라 전기공학의 기반을 쌓은 것이다. 그가 활동하던 당시 우리나라는 6.25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기에도 빠듯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다. 당연히 전기공학에 대한 기초가 있을 리 만무했다. 이에 한만춘 교수는 우리나라 전기공학의 기초를 세우는 작업에 들어갔다. 

학문의 기초를 세우는 일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번역과 출판이다. 그가 번역 작업에 몰두하기 전만 해도 우리말로 된 교재가 없어 대학에서 일본, 미국의 교재를 사용해 강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한만춘 교수는 1960년 <교류회로> 번역 출판을 시작으로 <배전공학>, <송전공학>, <발전공학>, <자동제어이론>, <전기통론연습> 등의 저서를 출간해 후학들의 학문 증진에 힘썼다. 
 

사진 1. 연세 101 아날로그 전자계산기(출처: 문화재청)



그의 또 하나의 업적으로 잘 알려진 것이 1961년 제작한 ‘연세 101 아날로그 전자계산기’다. 우리나라의 첫 아날로그 컴퓨터인 연세 101 아날로그 전자계산기는 이후 전력 계통의 안정도 개선 및 제어기 개발, 원자력 발전의 안정성 연구 등 많은 연구에 쓰이면서 당시 우리나라 전기전자공학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또 그 제작과정과 기술이 논문을 통해 전수됨으로써 컴퓨터 기술 개발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연세 101 아날로그 전자계산기는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557호로 등록됐다. 

■ 전기제어공학을 원자력 발전에 응용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 관련 국비 유학생인 한만춘 박사는 원자력 발전의 국내 활성화에도 큰 족적을 남겼다. 1961년 영국 노팅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전기제어공학이론을 원자력발전 안정성에 응용한 연구로 원자력 발전에 큰 도움을 줬다. 

한만춘 박사는 산학협력의 기틀을 닦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국무총리실 평가교수, 국제기능올림픽 한국위원회 기술위원장, 한국기술검정공단 이사, 전국경제인연합회기술조사센터 자문위원, 동력자원부 정책자문위원, 공업진흥청 표준심의회 전기부회 위원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 등 생전에 그가 역임한 수많은 직함은 한만춘 박사가 과학기술 활성화에 노력했는지를 보여준다. 공로를 인정받아 한만춘 박사는 국민훈장 동백장, 동탑 산업훈장, 서울특별시 문화상을 수여했다. 

한만춘 박사가 별세한 지 약 30년. 강산이 3번 바뀔 시간이지만 그의 발자취는 아직도 길이 남아있다. 그중 하나가 그를 기리는 후학들이 조직한 ‘춘강 한만춘 교수 기념사업회’다. 춘강 한만춘 교수 기념사업회는 ‘춘강학술상’을 제정해 전기 및 전자공학 분야 연구자에게 수여하고 있다. 전기공학의 선구자가 후배 연구자에게 주는 일종의 격려다. 
 

사진 2. 한국의 과학 시리즈, 첫 번째 묶음(출처: 우정사업본부)




글 : 김청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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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의 과학] 가을무는 인삼보다 좋다?!


 

먹는 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죠. 모두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요즘 트렌드는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입니다. 그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는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메인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대중의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에 다양한 요리법이나 영양소에 대한 내용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COOKING의 과학]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매월 제철 음식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영양소도 함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 지역에 따라 ‘무수’ 혹은 ‘무시’라고도 부르는 무는 말 그대로 무시하면 안 되는 채소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채소는 단연 배추고, 그 다음으로 많이 먹는 채소는 양파와 바로 이 무다. 배추를 많이 먹는 이유는 물론 김치를 먹기 때문이다. 채소섭취량 중 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한다. 그런데 이렇게 배추로 김치를 담가 먹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고, 과거에는 주로 무를 절여서 김치로 담가 먹었다. 겨울철이면 무로 담그는 시원한 동치미를 김치의 원형으로 보는 이유다. 이렇게 우리가 무를 많이 먹는데, 무는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듯하다. 

무는 한자로 나복(蘿蔔)이라고 한다. 무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과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동(東)으로 넘어와 중국으로 전해진 것이다. 중국에서도 무는 재배 역사가 가장 오래된 채소 중의 하나이며, 기원전 10~6세기의 고전인 <시경(詩經)>에도 ‘저(菹)’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불교의 전래와 함께 삼국시대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기록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다가 고려 시대부터 무가 중요한 채소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고려시대 문인인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서 여섯 가지의 채소를 노래한 ‘가포육영(家圃六詠)’에는 순무를 장에 넣으면 삼하(三夏)에 더욱 좋고, 청염(淸鹽)에 절여 구동지(九冬至)에 대비한다고 기록돼 있다. 이는 “무장아찌는 여름철에 먹기 좋고, 소금에 절인 순무는 겨울 내내 반찬이 되네.” 라는 뜻이다. 지금의 시원한 동치미를 이미 고려시대부터 만들어 먹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무는 십자화과에 속하는 작물로 중국을 통해 들어온 재래종과 중국에서 일본을 거쳐 들어온 일본 무 계통이 주종을 이루지만, 최근에는 서양의 다양한 샐러드용 무가 재배되고 있다. 재래종에는 우리가 즐겨 먹는 깍두기나 김치에 사용하는 무, 그리고 알타리무(총각무)와 서울봄무가 있다. 그리고 일본 무는 주로 단무지용으로 쓰인다. 8월 중순이나 하순에 파종해 11월에 수확하는 가을무, 3, 4월에 파종해 5, 6월에 수확하는 봄무, 5, 6월에 파종해 7, 8월에 수확하는 여름무가 있다. 무는 이렇게 사시사철 재배가 가능하지만, 사실 가을인 지금이 제철이다. 가을철에 수확하는 무는 특히 더 아삭아삭하고 무 특유의 단맛이 풍부하다. 게다가 영양도 많아 가을철 무는 그 자체로 보약이다. 

무는 100g당 13kcal로 열량이 적고 섬유소가 많아, 영양과잉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특히 좋다. 칼슘과 칼륨 같은 무기질도 풍부한 편이다. 특히 무 100g당 비타민C의 함량이 20∼25mg이나 돼, 옛날에는 가을철에 수확해 땅속에 저장한 무는 채소가 없는 겨울철 비타민 공급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밖에 무에는 수분이 약 94%, 단백질 1.1%, 지방 0.1%, 탄수화물 4.2%, 섬유질 0.7%가 들어 있다. 또한 무는 비타민C, 포도당, 과당, 칼슘과 같은 각종 약용성분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어 약용 가치로도 매우 뛰어나다. 특히 최근 연구에서는 무의 생리활성물질은 항산화기능을 가져 암과 같은 질병을 억제한다는 기능이 밝혀지기도 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안 될 때 무 한 조각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는 이야기가 있어, 옛날에는 소화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무에는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가 있어 소화를 돕는다. 우리 조상들은 생활 속에서 이 지혜를 알았던 것 같다. 특히 잘 발효된 동치미 국물 한 사발을 마시면 속이 시원해지는 경험을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은 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떡 상차림에는 반드시 동치미를 함께 올렸다. 

또한 무를 조금 먹으면 헛배가 부르지 않고 소화가 잘 된다. 또 무는 열을 내리게 하고 변도 잘 나오게 하는 효과도 있다. 생 무즙은 혈압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고 하니 혈압과 동맥경화가 있는 사람들은 생 무즙을 활용해 봄직하다. 

가을철 무는 달고 단단해 떡을 만들면 은은한 맛과 향이 난다. 겨울철이면 무시루떡을 해 먹는데, 기존의 시루떡에 무를 넣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분 분해 효소인 아밀라아제가 풍부해 무를 떡에 넣으면 소화를 돕는 것을 물론이고, 수분이 많아 목 넘김도 좋다. 그리고 무는 독특하게 톡 쏘는 맛이 있는데, 이것은 무에 함유된 티오글루코사이드가 잘리거나 파괴됐을 때, 글루코사이다아제라는 효소에 의해 티오시아네이트와 이소티오시아네이트로 분리되면서 독특한 향과 맛을 나타내는 것이다. 

무는 옛날부터 김치나 깍두기로 많이 먹었고, 무말랭이나 단무지까지 그 이용이 매우 다양하다. 된장이나 고추장 속에 박아 장아찌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생선을 지지거나 조릴 때, 무 한 토막 넣고 지지면 생선보다 더 맛있는 조연이 바로 무다. 무의 줄기는 무를 수확한 후 줄기만 모아서 시래기를 만든다. 바로 먹을 것은 생으로 보관하고, 나머지 줄기는 삶아서 한 번에 먹을 만큼 포장해 냉동실에 넣어두면 편리하게 먹을 수 있다. 줄기를 끈으로 엮어 그늘에 달아두면 필요할 때마다 삶아서 나물을 할 수도 있고, 대보름날 맛있는 시래기나물로 먹을 수 있다.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 좋은데 요즘에는 값이 많이 비싸서 마음이 무겁다, 그런데 무는 그 크기에 비해 값이 저렴해서 더 마음에 드는 채소다. 무는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이 애용해 온 국민 채소이다. 맛과 영양뿐만 아니라 값까지 저렴한 편이니 가을 보약으로 그 맛과 효능을 즐겨볼 만하다. 

글 : 정혜경 호서대학교 바이오산업학부 식품영양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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