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쳐도, 모자라서도 안 되는 ‘소금’


우리 속담에 ‘평양감사보다, 소금장수’라는 말이 있다. 소금이 얼마나 귀한 존재였길래, 그 좋다는 평양감사보다 소금장수가 더 좋다고 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런 속담이 생겨난 것을 보니, 예전의 소금이 황금과 맞먹는 귀중품이었던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오늘날의 소금은 어떠한가? 성인 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 식품으로 꼽히면서, 그 존재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건강을 위해 음식에는 가능한 한 소금을 적게 넣거나, 아예 넣지 말고 무염식으로 먹는 것도 괜찮다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있다. 

어쩌다 소금의 신세가 불과 몇 백 년 만에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졌을까? 혹시 잘못된 정보로 인해 소금이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진짜로 사람에게 해로운데도, 예전에는 몰라서 그렇게 보물처럼 여겼던 것일까? 이제 소금을 둘러싼 진실과 거짓을 파헤쳐, 소금의 진짜 정체를 알아봐야겠다. 

■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졌던 소금 

인류 역사상 소금만큼 인간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존재도 없을 것이다. 사람은 생리적으로 소금을 먹어야만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금은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하면서부터 음식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사용돼 왔다. 

특히 우리 조상들은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로 소금을 활용했다. 소금으로 이를 닦는 것은 물론, 혀에 백태가 끼거나 발가락에 무좀이 생겼을 때 소금을 바르거나 문질렀다. 또한 치통이나 피부병이 발생했을 때도 소금으로 닦고 씻는 등, 소금을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여겼다. 

실제로 한의학에서는 소금을 중요한 약재로 사용했다는 기록들이 나온다. 명나라의 대표적 약학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총 75종의 소금을 활용한 처방이 수록돼 있고, 또한 세종대왕 시절에 편찬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도 소금 치료법만 수백 가지가 넘게 실려 있다. 

이 외에도, 소금은 병을 걸리게 하는 귀신을 쫓는 주술 행위에도 많이 사용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줌을 자주 싸는 아이에게 키를 씌워서 소금을 얻어오는 풍습이다. 해독과 살균작용이 있는 소금이 오줌의 냄새를 없애고, 어린이들의 야뇨증을 방지시켜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 때는 만병통치약이자, 안전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까지 여겨졌던 소금이 최근 들어서는 성인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까지 몰리며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냉장고의 등장과 각종 약품의 개발로, 보존제 및 치료제로서 사용되던 기능마저 이제는 과거의 일이 돼버렸다. 

■ 소금의 면역력 강화 기능이 새롭게 밝혀져 

소금이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고혈압을 유발하는 요인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소금을 구성하는 나트륨이 세포 속으로 들어가면, 세포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분을 흡수한다. 이 과정에서 세포막이 팽창하면서 근처에 있는 혈관을 압박하는데, 이런 현상이 바로 혈압을 상승시키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소금의 임장에서 보면 억울한 점이 많다. 지금도 소금이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성인병을 일으킨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식탁에서 퇴출될 위기로까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소금은 너무 많이 먹어도 문제가 되지만, 너무 적게 먹어도 탈이 난다. 그 좋은 예가 바로 마라톤이나 축구처럼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할 때다. 우리 몸은 일정 수준의 염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만약 소금 섭취를 거의 하지 않은 채 물만 마시게 되면 체내 염도가 떨어져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적게 먹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체내 염도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소금이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져, 그동안 몰랐던 소금의 효능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독일과 미국의 연구진이 저명한 학술지인 <셀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 최근호에 기고한 논문에 따르면 소금이 사람의 몸에 침입한 세균을 파괴할 수 있는 면역력을 기르는데 많은 기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레겐스부르크대의 요나단 얀취(Jonathan Jantsch) 교수와 미국 밴더빌트대의 옌스 티체(Jens Titze)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소금 섭취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던 중에, 상처가 난 피부에서 고농도 소금이 축적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 같은 현상에 흥미를 느낀 연구진은 대식세포(몸에 침입한 세균을 파괴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를 서로 다른 조건에서 배양해 보았다. 즉 대식세포를 배양하는 2개의 배지에 대장균을 감염시킨 후, 한 쪽에만 소금을 첨가해 본 것이다. 

그 결과 소금을 첨가한 배지에서 자란 대식세포가 훨씬 빠른 시간에 대장균을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실험쥐를 대상으로 한 소금 섭취 실험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소금을 많이 먹인 쥐들이 적게 먹인 쥐들보다 세균의 감염으로부터 더 빨리 회복된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공동 연구진은 “항생제도 없고, 수명도 짧았던 조상들에게 짜게 먹는 것이 세균 감염을 물리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소금을 많이 먹을수록 면역력이 따라서 증가하는 것은 아닌 만큼, 소금을 ‘먹는’ 용도 보다는 ‘바르는’ 용도로 바꾸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피부가 세균으로 감염됐을 때 먹는 소금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소금을 함유한 수액이나 젤 등을 발라서 피부의 염분 농도를 상승시키자는 것이다. 

아마 공동 연구진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속담을 염두에 두고, 소금을 바르는 용도로 사용해 보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이 말처럼, 연구진은 이 제안을 통해 소금이 지나쳐도 안 되지만, 모자라서도 안 되는 존재임을 알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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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색깔 논쟁, 누구도 틀리지 않았다

드레스 한 벌 때문에 각국의 인터넷과 SNS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유명인이 입어서도 아니고 귀하고 비싼 제품이어서도 아니다. 가격도 수십 수 백 만원이 아닌 8만원 정도고 브랜드도 평소에 별로 들어보지 못한 ‘로만(Roman)’이라는 회사다. 세계적인 스타들까지 가세해 품평회를 할 만한 상품은 못 되는데도 논평이 끊이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품질이나 디자인이 아닌 ‘진짜 색깔이 무엇인지’ 가려내기 위해 주목을 받았다는 점이다. 직접 찍은 사진까지 있는데도 사람들마다 서로 다른 색이라고 우겨댔다. 연예인과 패션전문가뿐만 아니라 사진가, 광학연구자, 인지과학자, 심리학자까지 총동원돼 드레스에 대해 그리고 기묘한 현상에 대해 분석했다. 이른바 ‘드레스 논쟁’이다. 

사건의 출발은 이러하다. 영국 북서부의 외딴 섬 콜론시(Colonsy)에 사는 케이틀린 맥닐(Caitlin McNeil)은 스코틀랜드 전통음악 밴드 ‘카나(Canach)’의 싱어로 활동 중이다. 결혼식 피로연에서 연주를 해주기로 친구와 약속했는데, 어느 날 사진을 한 장 보내오며 의견을 물었다. 어머니가 피로연에서 입겠다며 의견을 물어왔는데 어떻게 보이냐는 것이다. 파란색과 검은색의 레이스가 가로 줄무늬로 겹쳐 있고 소매 부분이 풍성한 원피스 드레스였다. 

케이틀린은 무심결에 “파란색-검은색 드레스네” 하고 대답했다가 친구로부터 면박을 들어야 했다. “무슨 소리야. 흰색-금색이잖아.” 이때부터 논쟁이 시작됐다. 멀쩡히 사진이 찍혔는데 전혀 다른 색으로 이야기하는 친구를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텀블러(Tumblr)’라는 SNS 사이트에 사진을 올리고 네티즌의 의견을 구했다. “이 드레스 색깔이 흰색-금색인가요, 파란색-검은색인가요?” 
 

색깔 논쟁 드레스 (출처 : SNS Tumblr Swiked.)



그런데 사람마다 의견이 달랐다. 어떤 사람은 파란색이다, 다른 사람은 아니다 흰색이다 대답이 제각각이었다. 보다 못한 사람들이 사진을 퍼 나르기 시작했고 삽시간에 지구촌으로 퍼져나갔다. 2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케이틀린의 SNS 사이트를 찾아왔고 세계적인 팝 스타들도 트위터를 통해 논쟁에 가세했다. 해외 인터넷 투표에서는 파란색-검은색이라는 의견이 30%, 흰색-금색이 70% 정도였다. 우리나라 네티즌들도 논쟁을 벌였다. 인터넷 게시판마다 드레스 색깔에 대한 주장과 다툼이 이어졌다. 의견과 분석도 제각각이었다. 상대를 비난하고 인신공격을 하는 글까지 등장했다. 

같은 물건을 찍은 사진을 보고 어떻게 사람마다 다른 색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원래 드레스의 색깔은 파란색-검은색이 맞다. 하지만 흰색-금색이라고 대답한 사람들도 틀린 것은 아니다. 문제의 원인은 우리의 뇌가 눈에 보이는 색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 같은 색이라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3가지의 불일치가 작용한다. 

사람이 물체를 볼 수 있는 것은 ‘가시광선’ 덕분이다. 다양한 종류의 빛 중에서 물체에 부딪혀 반사될 때 380~780nm(나노미터)의 파장 길이를 가지는 광선을 가리킨다. 파장의 길이가 짧아져 380nm에 가까워지면 보라색이 되고 780nm에 다가갈수록 빨간색으로 보인다. 그 사이에는 흔히 알고 있는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색이 들어 있다. 

우리 눈의 망막에는 빨간색(R), 초록색(G), 파란색(B)의 3가지 색을 느끼는 원추세포가 있다. 빛의 종류에 따라 세포의 활성화 정도가 달라지면서 뇌로 전달되는 전기신호도 다양하게 바뀌며 이를 판단해서 색을 구분하는 것이다. 그러나 빨간색을 보여주었을 때 모든 사람의 뇌가 동일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빛의 파장도 동일하고 원추세포의 움직임도 동일하지만 뇌는 사람마다 다르게 작동하는 것이다. 

외부의 물리적 자극을 각자 다르게 받아들인다면, 개나리꽃이 활짝 피었을 때 사람마다 다른 신호를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어떻게 모두가 똑같이 “노란 꽃이다” 하고 말할 수 있을까. 이것은 교육과 합의에 의한 결과다. 특정 물체에 반사돼 눈으로 들어오는 색채에 누군가 이름을 붙였다면, 다른 사람에게 그 명칭을 가르쳐줌으로써 공통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같은 개나리꽃을 보더라도 나와 상대의 뇌 속에는 서로 다른 신호가 오가는 셈이다. 이것을 ‘지각색(知覺色)’이라 한다. 여기서 첫째 불일치가 생긴다. 

게다가 우리가 사는 지구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빛의 세기가 달라진다. 가장 큰 광원인 태양이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빛이 강렬해지기도 하고 어스름해지기도 한다. 빛이 달라지면 물체의 색도 달라진다. 동일한 물체를 들고 다녀도 운동장 한 가운데와 나무 그늘 아래에서는 서로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색채 현시(顯示, 나타내 보임)’라는 현상이다. 여기서 둘째 불일치가 생긴다. 

그런데도 우리는 “물체의 색이 변했다”고 하지 않는다. 밝은 곳에서도 어두운 곳에서도 개나리꽃은 여전히 노랗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환경 변화에 상관없이 물체의 색을 동일하게 인식하는 뇌의 기능을 ‘색채 항상성’이라 부른다. 사과를 파랗고 하얗게 칠하는 인상파는 색채 항상성 대신에 색채 현시를 강조하고, 자신만의 지각색으로 표현한 사람들이다. 

자주 보던 물체라면 빛의 특성과 세기를 감지해서 색채 항상성을 발휘할 수 있지만, 처음 접하는 물체는 판단이 쉽지 않다. 꽃의 색이 원래 노란 것인지 빛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지 알기가 어렵다. 이때 각자의 판단이 개입된다. 자신의 지난 경험을 토대로 물체의 색을 유추해서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것이 ‘기억색’이다. 같은 물체라도 사람마다 경험이 달라서 서로 다른 색으로 판단할 수 있다. 여기서 셋째 불일치가 생긴다. 

물리적인 가시광선의 파장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해 드레스 논쟁이 생겨난 것은 아니다. 컴퓨터 그래픽 소프트웨어 ‘포토샵’을 만드는 어도비 사(社)는 사진을 컴퓨터로 분석해 “파란색과 검은색이 맞습니다” 하는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것은 색채 현시만 고려했을 뿐 사람마다 지각색이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다. 당연히 논쟁을 멈출 수 없었다. 

누구나 자신만의 기억색에 의존해 색채 항상성을 발휘한다. 드레스의 원래 색깔이 파란색-검은색이라 하더라도 일부의 눈에는 하얀색-금색으로 보일 수 있다. 옷에 내리쬔 조명이나 실내 환경을 나름 고려해서 판단한 것이다. 그러므로 다수의 의견을 내세워 소수의 의견을 “틀렸다”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진 드레스 논쟁은 의외로 여러 가지의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사람들은 서로의 시각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배웠고, 물리적인 정보에 근거했어도 타인의 의견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맨 처음 사진을 올린 영국 시골의 21세 소녀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 미국의 팝스타들과 친해졌고, 문제의 드레스를 제작한 로만 사(社)는 연이은 매진 사례에 즐거워하며 흰색-금색 버전의 새 드레스까지 내놓았다. 지구촌은 온갖 사람들이 한데 모여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고 부딪히기도, 타협하기도 하며 다양성을 배우는 장소라 불러야 할 것이다.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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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 받던 매생이의 이유 있는 변신!

 

먹는 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죠. 모두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요즘 트렌드는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입니다. 그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는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메인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대중의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에 다양한 요리법이나 영양소에 대한 내용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COOKING의 과학]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매월 제철 음식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영양소도 함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미운 사위가 오면 매생이국을 준다’는 옛말이 있다. 언뜻 이해가 안 되는 이 말의 유래는 무엇일까? 매생이국은 끓어도, 끓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몇 안 되는 음식 중 하나다. 따라서 매생이국을 뜨겁다 말하지 않고 내놓으면, 이를 후루룩 마시다가 혀를 데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니까 밉상인 사위를 골탕 먹이기 위해 나온 말인 것이다. 

옛 선조들이 한번 웃자고 한 이야기겠지만, 뜨거운 매생이국에서 김이 별로 나지 않는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매생이국을 퍼놓으면 아주 뜨거운 상태인데도 김이 오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매생이가 가진 고유의 점질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혀가 데여도 좋으니, 꽃샘추위가 다 가기 전에 매생이국이나 한 번 더 먹고 싶다”고 말이다. 그만큼 매생이는 추위를 잊게 해주는 겨울철 최고의 보양식이자, 다가오는 봄날을 생기 있게 맞이할 수 있는 활력소로 인정받고 있다. 

■ 영양소의 보고인 매생이 

매생이는 겉보기에 파래처럼 생긴 푸른색의 녹조류다. 매생이란 이름은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라는 의미의 순수한 우리말로서, 주로 겨울철에 맛볼 수 있는 겨울철 별미로 유명하다. 보통 11월에서 다음해 3월까지 약 5개월 동안이 제철인데, 전남 강진 및 완도 등 깨끗한 청정해역에서만 자라는 남도지방의 특산물이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실학자 정약전(丁若銓)은 그의 저서인 자산어보(玆山魚譜)를 통해 매생이를 ‘누에가 만든 비단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검푸른 빛깔을 띄고 있다’라고 묘사하면서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그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라고 소개한바 있다. 

이처럼 매생이는 자산어보에도 등장할 만큼 그 존재가 오래 전부터 인식돼 왔지만, 가치만큼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최근까지 김 양식장의 ‘잡초’처럼 취급돼 왔다. 품질 좋은 김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생이나 파래 같은 다른 해조류들이 포함돼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양식장의 천대를 받던 매생이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 영양식으로 알려지면서 부터다. 김 양식보다 매생이 양식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리면서, 대다수의 김 양식장이 매생이 양식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이제는 대부분의 김 양식장이 매생이 양식장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매생이가 여성들의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한 때는 전국적으로 매생이 열풍이 불기도 했다. 여성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빈혈과 골다공증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매생이에는 철분과 칼슘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이들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흔히들 철분과 칼슘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이라고 하면 우유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매생이의 철분 함량은 100g당 43.1㎎으로 우유보다 40배 정도고, 칼슘 함량도 100g당 574㎎으로서 역시 우유보다 5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매생이는 엽록소와 식이섬유가 풍부해 포만감을 주면서도 소화 및 흡수가 빠르다. 칼로리 역시 낮아서, 겨울철에 열량을 과잉 섭취해 살이 찌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선호하는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그만이다. 

식품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매생이의 의학적 효과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한국식품과학회는 고려대 연구팀이 당뇨병에 걸린 쥐에 매생이 추출물을 투여한 후, 신장 보호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 영양만큼이나 뛰어난 매생이의 풍미 

매생이의 영양학적인 가치만큼이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이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들이다. 예전에는 매생이를 활용한 요리라면 매생이국 밖에 없었다. 김 양식장에서 일하던 어부들이 새벽 작업을 마치고 들어올 때, 김발에 붙은 매생이를 한 움큼 훑어서 집에 가져와서는 아침 국거리로 끓여먹던 것이 매생이국의 시작이다. 

하지만 매생이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매생이국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다양한 맛을 즐기는 경향이 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인기 있는 메뉴는 굴을 넣고 끓인 ‘매생이굴국’이다. 생굴을 조금 넣고 끓이다가 펄펄 끓어오를 때 매생이를 넣으면 된다. 거품이 올라오면 국자로 한두 번 저은 다음 불을 끄고 간을 한 후 참기름 몇 방울만 뿌리면 완성이다. 

매생이굴국에 들어가는 재료는 많지 않지만 혀를 부드럽게 자극하는 바다의 향기와 고소한 맛, 그리고 뜨겁지만 시원하다는 소리를 연발하게 만드는 풍미는 가히 일품이다. 특히 아스파라긴산이 콩나물보다 3배나 많기 때문에 속풀이 해장국으로도 그만이라는 것이 애주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매생이굴국은 먹다가 남아도 다른 요리의 재료로 활용될 수 있다. 찬밥을 남은 국에 넣고 끓이면 바로 또 하나의 별미인 ‘매생이굴죽’이 탄생한다. 감기에 걸려 입맛이 떨어졌을 때나, 이른 아침 출근으로 아침밥을 먹기 부담스러울 때 안성맞춤인 음식이다. 보양식과 간편식의 이미지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음식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매생이굴국에 밥을 넣는 것으로 매생이굴죽을 만들 수 있다면, 떡을 넣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 바로 매생이떡국이 된다. 여기에 일반 떡국처럼 계란지단이나 소고기를 넣게 되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웰빙 떡국이 탄생하게 된다. 금년 설날에 이 매생이떡국이 전국적으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매생이전’과 ‘매생이 부침개’도 별미로 통한다. 부침가루 한 봉에 다른 재료 없이 매생이만 잘게 썰어 넣어 반죽을 만든 다음, 고명으로 청홍고추 정도만 올려주면 싱그러운 초록색의 ‘매생이 부침개’가 완성되는데 빛깔도 맛도 일품이다. 

마지막으로 매생이를 활용해 뭔가 색다른 분위기의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퓨전 스타일의 ‘매생이 스파게티’에 도전해 보자. 만드는 방법도 의외로 간단하다. 먼저 매생이는 흐르는 물에 살살 흔들어 씻은 후 잘게 썬다. 

그리고 뜨겁게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른 후, 다진 마늘과 다진 양파, 그리고 베이컨을 넣어 볶는다. 이어서 스파게티면과 매생이를 넣어 좀 더 볶은 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면 동양과 서양이 하나 된 퓨전요리가 완성된다. 

한편, 매생이는 해조류임에도 불구하고 파래나 김처럼 생으로 무쳐 먹지 않는다. 그 이유는 매생이가 유기산에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무쳐먹는 음식에는 대부분 식초를 넣지만 매생이가 유기산에 약한 관계로, 무친 매생이 음식은 접하기 어렵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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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 건강한 눈으로 사는 법

지난 12월 탤런트 송일국씨가 녹내장으로 시신경이 20%밖에 남지 않았다는 진단이 방송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약물치료를 받지 않으면 5년 내 실명할 수 있다는 것. 또 세 살을 맞아 안과 검진에 나선 송일국씨의 세쌍둥이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눈은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체 부위 중 하나다. 하지만 정작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야만 병원을 찾는 부위이기 때문에 뒤늦게 병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눈을 건강하게 사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애주기별 안과질환에 대해 알고 예방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우리가족 눈 건강법에 대해 알아보자. 

■ 7세 이전의 눈 관리, 평생을 좌우 

키는 20세까지 크지만, 시각은 7~8세면 발달이 끝난다. 이 기간에 난시나 근시, 약시, 사시 와 같은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는 즉시 치료해야 한다. 발견하지 못해 치료시기를 놓친다면 이후 찾아내더라도 정상적인 시력 발달을 기대할 수 없다. 특히 영유아는 시력이 발달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눈에 이상이 있어도 이를 판단하기 어렵고 의사표현 능력도 한계가 있어 무엇보다 부모의 관찰이 중요하다. 

아이의 눈에 대한 관심은 신생아 때부터 필요하다. 눈곱이 많이 낀다면 결막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질에서 균이 옮아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산후조리원의 위생관리 문제로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례도 많다. 

미숙아는 망막증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망막에는 혈관이 자라나 있는데, 혈관이 다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난 아기는 혈관이 망막에서 분리되는 경우가 있다. 레이저로 치료할 수 있는데 시기를 놓치면 망막박리로 발전해 실명할 수 있다. 

아이가 태어 난지 세 달 정도가 지나면 ‘사시’인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눈동자를 움직이면서 아이가 이를 따라오는지 살펴본다. 이 때 잘 안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6개월이 지나도 양 눈의 시선이 다르다면 사시일 수 있다. 원인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눈동자의 균형을 잡는 6개 근육의 힘의 차이로 눈의 시선이 한 곳으로 모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시는 미용상의 문제도 있지만 약시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만 3세가 되면 시력검사와 굴절 검사를 받는다. 원시, 난시, 근시, 약시와 같은 시력 장애를 확인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아이가 TV를 볼 때 가까이 가서 보거나 눈을 가늘게 뜨고 볼 때, 눈을 자주 비비거나 깜박인다면 소아근시일 수 있다. 

시력은 7세 전후로 모두 완성되지만 안구는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시력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근시 때문에 안경을 쓴다면 6개월에 한 번은 안과 검사를 통해 눈에 맞는 안경으로 바꿔주는 것이 필요하다. 

■ 장시간 컴퓨터 사용과 시력교정술, 안구 건조증 주의 

청소년기와 성인기는 책을 보거나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는 시간이 가장 많은 때로 눈이 피로할 때가 많다. 게다가 건조한 실내에 있는 시간이 길고 라식이나 라섹 같은 시력교정술을 하는 비율이 높아 안구 건조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안구 건조증이 심하면 안구 표면에 상처가 생기고 이물질이 쉽게 달라붙어 각막염과 같은 각막 손상으로 시력이 저하될 수 있다. 안구 건조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공눈물을 넣거나 물을 자주 마셔 눈에 수분을 공급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식이요법으로는 오메가3와 지방산 등 미세 영양소가 많이 함유된 견과류나 푸른 생선, 비타민A, B, C가 풍부한 블루베리와 당근, 현미 등의 섭취가 도움이 된다. 

특히 여름철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 겨울철 히터는 눈의 수분을 빼앗아가기 때문에 가능한 한 냉방기의 바람은 직접 쐬지 않는 것이 좋고, 겨울엔 가습기를 틀어 실내 습도를 50~60% 이상으로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스마트폰이나 독서를 할 때는 의식적으로 눈을 잘 깜박여 주는 것도 좋다. 

20살 이후에는 콘택트렌즈의 사용도 느는데, 전문가들은 렌즈를 고를 때는 눈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순위에 두고 선택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장시간 사용하거나 위생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충혈이나 염증, 안구 건조증과 같은 질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사용방법을 지키는 것이 눈 건강에 필요하다. 

■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녹내장과 망막질환, 40대부터 발병 가능 

40대부터는 백내장과 녹내장, 망막질환 등이 발병할 수 있다. 그 중 녹내장과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은 3대 실명원인으로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녹내장 환자는 2011년 52만 5,000여 명에서 2013년 62만 7,000여 명으로 2년 새 19% 늘었다. 같은 기간 당뇨망막병증은 9%, 황반병성은 16% 환자 수가 늘었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손상돼 시야가 점차 좁아지다가 결국 시력을 잃는 병이다.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근시가 심하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50대 이상이 고위험군이다. 문제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노안이라 생각하고 방치한다는 것. 하지만 녹내장은 병의 진행만 늦출 수 있을 뿐 완치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당뇨망막병증은 높은 혈당이 망막의 미세혈관의 혈액순환을 방해해 시력 감소를 일으키는 병이다. 당뇨 합병증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이 생긴지 5년째 되는 무렵부터 망막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해 15년 이상 당뇨병을 앓는 환자의 85~90%에서 당뇨망막병증이 생긴다. 이 병은 당뇨병 초기에 혈당 조절을 잘 하면 발병 자체를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일단 발병한 뒤에는 진행을 막기 어렵기 때문에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황반변성은 시신경이 밀집해 있는 망막의 중심인 황반부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중심부가 까맣게 보이는 등의 증상이 있다. 이는 퇴행성 질환으로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흡연이나 지속적인 자외선 노출로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내장은 눈으로 들어온 빛을 굴절시켜 망막에 상을 맺게 하는 수정체가 뿌옇게 되는 병이다. 선천적인 경우는 원인을 알 수 없거나 유전적인 면이 강하고, 후천적 원인으로는 노화 증상인 경우가 가장 흔하다. 실제 백내장 환자 중 83%가 60대 이상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시력이 저하다. 또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이거나 먼 거리는 뿌옇고 침침하게 잘 안 보이는 반면 눈앞의 글자나 물건은 또렷하게 잘 보인다. 약물 치료로는 수정체가 다시 맑아지지 않고 병을 늦추는지에 대한 효과도 아직 확실치 않아 백내장으로 일생생활에 불편을 겪을 경우엔 수술을 한다. 수술은 뿌옇게 된 수정체의 이물질을 초음파로 제거한 뒤 개인의 시력에 맞는 인공수정체를 삽입한다. 

전문가들은 “안과는 건강검진에 별도로 포함돼 있지 않는 등 주기적인 검진이 소홀한 부위”라며 “40대 이상은 안과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지는 시기인 만큼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몸이 천 냥이라면 눈은 구백 냥’이라는 말이 있다. 건강한 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의 조언처럼 나이와 상관없이 생애주기별 안과 검진이 필요한 이유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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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밥과 나물의 조화, 정월대보름 이야기

설날과 추석이 되면 뉴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바로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고속도로 교통량만 살펴봐도 이 때 전국을 오가는 차량의 숫자는 평소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올해 설날 당일에는 총 485만 대가, 지난해 추석 당일에는 516만 대가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매년 명절이 돌아올 때마다 교통량 최대치를 경신한다.

조선시대에는 설날, 추석 이외에 한식과 단오를 넣어서 ‘4대 명절’로 꼽았다. 그러나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대부분의 세시풍속이 사라졌다. 조상의 묘소를 찾아 제사를 지내고 벌초를 하던 한식도,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를 뛰던 단오도 사라졌다. 그러나 고향을 찾아가 가족들을 만나는 기회를 주는 설날과 추석 이외에 또 하나의 명절이 살아남아서 전통적인 풍습을 지키게 해준다. ‘정월대보름’이다.

음력은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달력이다. 달은 29.5일을 기준으로 차고 기울면서 모습이 변한다. 음력에서는 달이 기울어 전혀 보이지 않는 날을 ‘초하루’ 즉 1일로 정한다. 완전히 둥근 모습으로 빛나는 15일은 ‘보름날’이라 부르며 다시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을 한 달의 마지막인 ‘그믐날’이라 한다. 정월 대보름은 정월에 맞이하는 보름날, 즉 음력 1월 15일이며 1년 중 가장 중요한 대보름날이다.

둥글게 가득 찬 보름달은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다. 정월 대보름은 새로운 해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보름날이니 특별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며 갖가지 민속놀이와 풍속을 즐긴다. 대표적인 것이 마을 제사 지내기, 달맞이 소원 빌기, 더위 팔기, 다리 밟기, 액막이 연 날리기, 달집 태우기, 쥐불놀이, 줄다리기 등이다.

독특한 음식도 빠질 수 없다. 정월 대보름에는 다섯 가지 곡식으로 오곡밥을 지어먹고 열 가지 나물로 반찬을 만들며 단단한 견과류를 입에 넣고 부럼 깨물기를 한다. 차가운 술을 남녀노소가 함께 마시는 귀밝이술, 솔잎을 깔고 떡을 쪄먹는 솔떡도 대보름 음식이다.

오곡밥은 지역마다, 계층마다 서로 다른 재료를 사용했다. 충청도와 경기도에서는 찹쌀, 팥, 콩, 차조, 수수를 넣었고 다른 곳에서는 멥쌀이나 보리쌀로 대체하기도 했다. 민간에서는 곡식만 넣었지만 재력이 있는 집에서는 밤, 대추, 곶감, 꿀을 넣기도 했다. 여기에 간장을 넣어 색깔만 입히면 곧바로 약밥이 된다. 두 음식은 찹쌀을 쓰고 색깔이 거무스름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대보름날에 이처럼 어두운 색의 밥을 지어먹는 이유는 까마귀의 전설 때문이다. 고려시대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에는 비처왕 또는 소지왕이라 불린 신라 21대 왕이 까마귀를 따라갔다가 연못 속에서 나타난 신령한 사람을 만났다고 전해진다. 전해주는 편지를 열어보니 “가야금을 담아두는 상자를 활로 쏘라”고만 돼 있었다. 궁궐로 돌아온 왕은 가야금 상자에 화살을 쏘았고 그 안에서 몰래 바람을 피우던 왕비와 중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결국 두 사람은 사형에 처해졌고 왕은 까마귀를 만난 음력 1월 15일이 되면 거뭇거뭇한 찰밥을 지어 제사를 지내고 백성들에게 행동을 조심히 하라고 명했다.

오곡밥이나 약밥 같은 찰밥을 짓는 이유는 전설이 아닌 생활에서도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 평소 자주 먹지 못하는 음식을 지어 바침으로써 의례에 엄중함을 더하고 행사 후에는 다 같이 나눠먹어 그동안 부족했던 영양분을 정기적으로 보충하는 것이다.

여러 곡식이 어우러진 오곡밥은 영양면에서도 뛰어난 음식이다. 팥은 칼륨이 풍부해 붓기를 빼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 콩은 비타민과 철분뿐만 아니라 이소플라본이라는 단백질이 풍부한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구조로 돼 있어 유사한 작용을 한다. 우울증, 골다공증,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켜주고 심장병과 고혈압의 위험을 낮춘다. 차조는 이뇨작용으로 소변 배출을 돕고 쌀로는 채우지 못하는 무기질을 제공한다. 수수는 프로안토시아니딘이 많아 방광의 면역기능을 높이고 타닌과 페놀이 항산화 작용을 일으킨다. 찹쌀은 소화기관의 부담을 줄여서 노약자가 음식을 섭취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오곡밥과 함께 먹는 나물반찬도 건강에 좋은 음식이다. 정조 때 홍석모가 우리나라의 풍속을 설명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는 “박, 버섯, 콩, 순무, 무잎, 오이꼭지, 가지껍질과 같은 각종 채소를 말려둔 것을 진채(陣菜) 즉 ‘묵은 나물’이라 하며, 정월 대보름에 삶아서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설명해 놓았다. 지역에 따라 나물의 종류가 달라지지만 보통 9가지 또는 10가지의 나물을 준비한다. 취나물, 고추나물, 삿갓나물과 같은 산에서 채취하는 나물뿐만 아니라 시래기, 무청, 호박잎 등 채소를 말린 것도 쓴다. 묵은 나물은 아니지만 콩나물과 숙주나물을 포함시키기도 하며 바닷가에서는 해초를 함께 섞기도 한다.

음식이 충분치 않은 한겨울에 먹는 ‘진채식’은 평소 저장음식을 부지런히 마련해두는 바람직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점검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겨우내 부족했던 식이섬유와 무기질을 섭취함으로써 새로운 기운을 얻기 위한 새해맞이 행사용 음식으로 적합하다.

대보름날 아침에는 부럼을 깨문다. 동국세시기에는 “날밤, 호두, 은행, 잣, 무를 깨물면서 일 년 동안 아무 탈 없이 평안하고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빌며 이를 튼튼히 하려는 방법이기도 하다”는 구절이 있다. 부럼 깨물기는 한자로 ‘작절(嚼癤)’이라 하는데 ‘부스럼을 깨문다’는 뜻이다. 부스럼은 종기를 비롯한 피부질환을 가리킨다. 부럼으로 쓰이는 견과류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산이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기 때문에 생겨난 풍습이다. 또한 견과류를 깨무는 것은 소홀히 하기 쉬운 치아 건강을 점검하는 효과가 있다.

정월 대보름에 먹는 음식에는 천 년 넘게 내려오는 전통과 이야기뿐만 아니라 농업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풍습 그리고 건강을 점검하고 영양을 보충하기 위한 생활의 지혜가 모두 담겨 있다. 버려야 할 옛날의 풍습이 아니라 현대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다. 올해 2015년의 정월 대보름은 3월 5일이다. 오곡밥, 나물반찬, 부럼 등 전통적으로 즐겨왔던 음식을 만들어 온가족이 함께 나눠먹고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자리를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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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의 과학] 꽁치가 과메기로, 청출어람의 산물

 

먹는 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죠. 모두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요즘 트렌드는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입니다. 그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는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메인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대중의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에 다양한 요리법이나 영양소에 대한 내용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COOKING의 과학]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매월 제철 음식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영양소도 함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두꺼운 외투나 털목도리, 털장갑을 찾을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느새 겨울의 끝자락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따뜻한 봄이 오는 것이 반갑기도 하지만, 벌써 겨울이 지났다는 아쉬움도 크다. 하지만 11월부터 봄 초입까지 맛 볼 수 있는 음식이 있다. 바로 과메기다.

■ 과메기의 유래

경상북도 포항의 겨울철 별미 중 하나인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바닷바람에 건조된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청어 생산량이 줄면서, 요즘 과메기는 주로 꽁치를 이용한다. 과메기라는 말은 관목청어(貫目靑魚)에서 나왔다. 꼬챙이로 청어의 눈을 꿰어 말렸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관메기’라고 불렀으나 ㄴ이 탈락하면서 과메기가 된 것이다.

과메기를 먹게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어촌의 특성 상 왜적의 침입이 빈번할 수밖에 없었는데, 고기잡이배를 왜적에게 빼앗겨 청어를 지붕에 던져 놓았던 것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 것이다. 그러면서 청어가 발효돼 저절로 과메기가 된 것이다. 또 하나의 설은 어촌에 살던 한 선비가 한양으로 가던 중, 바닷가 근처에 청어를 말린 것을 보고 너무 배가 고파 그것을 먹었는데 맛이 매우 좋았다. 그래서 그 선비가 겨울마다 청어를 말려 먹은 것에서 과메기가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유래가 어찌됐든, 과메기는 지금 겨울철 국민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는 음식 중의 하나다. 과메기는 주로 해안가 근처 마을에 덕장(물고기 따위를 말리려고 덕을 매어 놓은 곳)을 세우고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한다. 하지만 단순히 얼리고 녹이는 것이 아니다. 낮과 밤의 일교차를 이용해 얼리고 녹이는 것을 반복하면서 보름 이상 숙성시킨 것이다. 과연 바닷바람이 빚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국민 생선, 꽁치

과메기의 주재료인 꽁치는 한류성 어류로 우리나라 부근에서는 5~8월경에 산란한다. 주로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지역에 널리 분포하며 꽁치의 최적수온은 17.5℃다. 꽁치는 전체 지방의 82%가 불포화 지방이다. 또한 꽁치 100g당 칼로리는 262kcal로 열량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다이어트나 혈관 건강에 좋아 성인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꽁치는 유자나 레몬보다 비타민C가 3배나 높다고 알려져 있다.

꽁치의 주둥이 주변이 약간 노란색이 도는 것이 맛있다. 크기가 너무 큰 것보다는 작고 통통한 것이 맛있는 꽁치다. 꽁치는 과메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섭취가 가능한데,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이 꽁치구이다. 김치와 함께 끓인 꽁치김치찌개, 각종 채소를 넣어 조림 꽁치 조림 등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꽁치는 비타민이 풍부한 산성 음식이므로 깻잎 같은 알카리성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이 궁합에도 좋다.

■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과메기

다시 과메기로 돌아와 보자. 꽁치에는 지방 성분과 단백질이 풍부하다. 보통의 지방이나 단백질은 공기와 만나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꽁치의 껍질은 살을 보호막처럼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부패하지 않고 숙성할 수 있는 것이다.

원재료인 꽁치에도 피부에 좋은 DHA와 오메가 3 지방산이 많이 있는데, 과메기를 만들면서 그 양은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과메기를 만들면서 핵산이 생성된다. 핵산은 피부 노화를 방지하고 체력이나 뇌기능 저하를 막아주는 효능이 있다. 술안주로 과메기를 많이 먹기도 하는데, 과메기에 아스파라긴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숙취를 풀어준다고 알려졌다.

과메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 중에 생선이라 비릴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쉽게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잘 숙성된 과메기는 꽁치의 맑은 기름 냄새와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살코기 맛을 느낄 수 있다.

2000년대 전까지만 해도 과메기는 산지 사람들만 먹는 음식이었으나, 요즘엔 마음만 먹으면 서울에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됐다. 과메기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숙성 방법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보름정도 바닷바람에 숙성시키는 ‘정석’ 건조에서 하루 만에 건조기로 말린 과메기가 등장한 것이다.

■ 알싸한 마늘과 함께 과메기를

과메기의 산지에 가면 미역이나 김 없이 그냥 초장에 푹 찍어 먹는다. 처음 먹는 사람은 비릿한 맛 때문에 그렇게 먹기는 힘들다. 생미역과 김, 깻잎, 배추 같은 채소와 함께 먹으면 비린 맛을 잡을 수 있고, 과메기 기름의 느끼함도 잡을 수 있다. 이때 마늘을 함께 먹는 것이 중요하다. 과메기엔 많은 비타민이 함유돼 있는데, 비타민B1을 파괴하는 성분이 있다. 마늘은 이를 보충해주기 때문에 과메기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

과메기는 공기와 닿지 않게 신문으로 말아서 냉장 보관 하는 것이 좋고, 가급적이면 구입한 후 20일 이내에 먹는 것이 좋다.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 겨울이 가기 전, 어느새 국민 음식으로 등극한 과메기를 먹고 따뜻한 봄을 맞이해 보자.

글 : 유진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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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의 피부 비결, 시어버터

클레오파트라는 역사상 최고의 미녀로 꼽히는 여성이다. 그녀가 절세의 미녀로 인정을 받고 있는 이유는, 외모만큼이나 아름다운 피부 때문이라는 것이 예로부터 전해지는 여러 문헌에 기록돼 있다.

그녀가 통치했던 이집트는 세계 최대의 사막인 사하라(sahara)가 드넓게 펼쳐져 있는 나라다. 사막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건조하고 메마른 기후로 인해 대부분 건성 피부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최고의 미녀이자 피부 미인으로 인정받는 클레오파트라가 성장할 수 있었을까?

고증에 따르면 그녀는 자신의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특별한 성분을 애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바로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시어버터(Shea Butter)라는 성분이다. 이 시어버터는 이미 국내에서도 유명 브랜드의 핸드크림 원료로 사용되면서, 커다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 화장품의 보습제나 연화제로 널리 사용되는 시어버터

시어버터는 황록색의 식물성 유지다. 거칠고 건조한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여 촉촉한 피부로 만들어 주며, 상처를 재생하는 효능이 매우 뛰어나다. 따라서 화장품의 보습제나 연화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은 겨울철에는 영양 공급과 수분 보호막 형성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터로 불리는 이유는 상온에서는 고체로 존재하나, 체온과 비슷한 온도에서는 용해되기 때문이다. 오일이 아니라 버터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어버터는 시어 나무(shea tree)의 열매에서 채취한 성분으로 만든다. 시어 나무는 카리테(Karite) 나무로도 불리는데, 토양 및 기후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 성분도 나무의 품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뛰어난 보습력으로 메마른 사막 지역에 사는 여인들의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사진 1. 시어 나무의 열매(출처: wikimedia)



시어버터의 추출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헥산 계열의 화학 약품을 이용하여 씨앗을 통째로 녹여서 액체 상태에서 형성되는 지방산만 추출하는 화학적인 방법과 화학 용제 없이 씨앗을 갈고, 끓이고, 수분을 증발시켜 추출하는 비화학적인 방법이다.

비화학적인 방법의 경우 화학적 방법에 비해 만드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열매를 돌멩이로 일일이 분쇄해서 물과 함께 7~8시간 끓여야 약간의 버터가 나오는데, 이를 지속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아프리카 현지에서 약 3~5㎏의 시어버터를 만들려면 보통 2~3일이 걸리게 된다.

또한 시어버터에는 우리 신체에서 생성이 안 되는 천연 비타민인 A, D, E, F 등이 그 어느 천연 화장품 제품보다도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따라서 글로벌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이나 록시땅 등은 시어버터 관련 제품을 앞 다투어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2. 추출된 시어버터(출처: wikimedia)



이 외에도 시어버터는 자외선 차단 효과와 함께 모세혈관을 자극하여 두발과 두피를 윤택하게 해주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특히 영양 공급과 재생력을 증가시켜 주기 때문에, 헤어 컨디셔너로도 이용된다.

시어버터의 자외선 차단 기능은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아토피는 자외선에 의해 피부가 노화되면 더욱 악화되는데, 시어버터는 가려움도 완화시켜주며 무의식적으로 긁어 각질화 되는 피부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기존의 자외선 방지 크림은 화학 성분이기 때문에 피부에 자극적이다. 따라서 아토피 환자가 사용하면 안 되지만, 시어버터는 천연 성분이어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함유된 성분 중 하나인 파이토스테롤(Phytosterol)은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막는다. 파이토스테롤은 내분비계 호르몬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뿐만 아니라 항염(抗炎), 면역 조절 등의 효과를 유도하여 인체가 최적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돕는다.

한편 시어버터는 향기와 맛이 좋아 서부 아프리카에서는 대부분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코코아와 섞어서 쓰거나 초콜릿을 만들 때 코코아 버터의 대용품으로도 활용하고 있고, 마가린 대용품이나 식용 기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 시어 나무가 아프리카 농민의 희망으로 떠올라

시어 나무의 열매는 건강에 이로운 과일로 여겨지며,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신성시돼 왔다. 그러나 지금은 여성 고객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여성들의 왕’으로 불리며, 그 가치를 높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매년 60만 톤(t)의 시어버터가 생산되고 있다. 생산량의 2/3를 유럽으로 수출하는데 10년 전 수출했던 양보다 2배나 늘어난 상황이다. 이처럼 시어버터는 아프리카 농민들이 최우선 순위로 재배하기를 희망하는 작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1,600만 명이나 되는 여성들이 시어버터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많은 여성들의 경제적 독립에 기여하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사람들의 생계 수단으로도 시어버터 생산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어버터의 지속적인 경제적 활성화를 위해서는 작물의 품질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수송체계를 개선해야한다.”라고 주장하며 “또한 노동자와 경영자간의 조직도 튼튼히 해야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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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섭취를 위한 현명한 자세

2014년 10월 스웨덴에서 우유와 관련된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우유 해악론’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 연구 결과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우유는 몸에 해롭다’는 것이다. 우유를 많이 마신 사람들일수록 암과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이 올라갔으며, 그 결과 자연스럽게 사망 위험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우유는 몸에 해로운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우유 혹은 우유(牛乳)로 대표되는 동물의 젖(인간은 소 이외에도 양, 산양, 염소, 말, 낙타, 야크, 물소 등의 젖을 식용으로 이용했다. 이 글에서 우유는 동물의 젖을 대표하는 용어로 사용된다)을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인류가 동물들을 길들여 가축화시키기 시작한 것은 신석기 혁명이 시작된 1만 년 전부터였지만, 오랫동안 우유를 먹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대개의 성인들에게 우유는 영양 만점 간식이기는커녕, 소화 불량과 설사를 일으키는 일종의 식중독 물질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성인들이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우유 속에 존재하는 유당(乳糖, lactose) 때문이다. 유당이란 포도당과 갈락토오스가 결합된 이탄당으로, 포유류의 젖 속에만 존재하는 형태의 당분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물론 사람 역시 포유류이므로 모유 속에도 유당이 존재한다. 그것도 우유보다 훨씬 더 많이.

사실 유당은 포유동물의 아기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다. 하지만 유당 그대로는 이용할 수가 없기 때문에 락타아제(lactase)라는 효소를 이용해 유당을 포도당과 갈락토오스 형태로 쪼개어 이용한다. 포유동물의 아기들은 누구나 젖을 먹고 자라기에 락타아제를 분비하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락타아제의 생성 유무는 우유를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리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락타아제를 만들 수 없는 이들에게 우유는 안 먹느니만 못한 물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유당은 분해, 흡수되지 않은 채 소화 기관을 그대로 통과하게 되고, 결국에는 소장에서 장내 미생물의 먹잇감으로 제공된다. 락타아제를 분비하는 장내 미생물들은 소화되지 않은 채 대량으로 들어온 유당에 환호하며 달려들지만, 사람은 이들이 한꺼번에 유당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배에 가스가 차고 갑작스런 설사를 하는 증상, 즉 유당 불내증(lactose intolerance)으로 고생을 하게 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사람은 처음부터 유당 불내증을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모유에는 우유보다 유당이 2배나 더 들어 있지만, 아기들이 유당 불내증으로 고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람의 DNA 속에는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를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존재하고, 아기들은 이 락타아제를 만들어내어 유당을 문제없이 소화한다. 하지만 락타아제는 대개 성인이 되면서는 더 이상 분비되지 않는다. 유당은 젖 속에만 들어 있고, 자연 상태에서는 성인이 되어서 젖을 먹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락타아제가 존재할 이유가 없기에 사람들이 나가버린 빈방의 불을 끄는 것처럼 락타아제 유전자의 스위치가 꺼지는 것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우유는 좋은 열량 공급원이 될 수 없었다. 우유가 인류의 역사에서 중요한 먹거리의 역할을 차지하게 된 것은 두 번에 걸친 ‘우유 혁명’이 일어난 후였다.

첫 번째 우유 혁명은 7000여 년경, 몸 밖에서 시작됐다. 우유를 가공해 ‘몸에 해롭지 않은 것’으로 바꾸는 비법을 알아낸 것이다. 일단 갓 짠 우유를 상온에 방치하면 우유 위에 크림층이 형성된다. 이것을 가공한 것이 버터인데, 버터는 락토오스(lactose) 성분이 거의 들어 있지 않아 먹어도 문제가 없다. 또한 우유를 발효시켜 만든 요구르트나 치즈의 경우, 발효 과정에서 미생물의 먹잇감으로 유당이 분해되기 때문에 유당으로 인한 소화 불량의 걱정이 없다. 이처럼 우유를 가공해 유제품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인류의 서식지를 북쪽 추운 지방과 건조한 목초지로 확장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것이 가능해진 것은 인간이 수렵, 채집, 농경이라는 3대 식량 생산 공정에 낙농(酪農)이라는 새로운 공정을 추가했기 때문이었다. 인간이 먹기에는 적합지 않은 거친 풀들만 무성한 들판과 야산이 더 이상 황무지가 아니라 소나 양을 키워 젖을 얻게 하는 기름진 목초지로 기능함을 알았으니 말이다.

두 번째 우유 혁명은 그로부터 약 천 년이 지난 후에 등장한다. 낙농이 발전하면서 유제품을 먹는 수요가 늘면서, 우유 그 자체를 마시는 습관도 생겨났다. 초기에는 아직은 유당 분해 능력이 있는 어린아이로부터 마시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 아이들은 자라면서 꾸준히 우유를 마셨고, 이러한 환경의 자극은 락타아제의 분비를 지속시키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것이 대를 이어 반복되면서 낙농을 주로 하는 민족들 사이에는 어른이 돼서도 락타아제 유전자(LP 유전자) 스위치가 꺼지지 않는 돌연변이를 지닌 구성원들의 수가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낙농이 발달한 영국과 북유럽 국가의 주민들의 유전적인 구성을 살펴보면, LP 유전자 지속 돌연변이의 비율이 90%를 상회한다. 반대로 우유를 마시는 관습이 거의 없었던 일본이나 남부 아시아 국가의 성인들에게 이 돌연변이의 발생 확률은 0%에 가깝다.

식량이 부족했던 시절, 우유를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은 일종의 생존 경쟁력이 됐을 것이다. 특히나 우유는 포유동물이 어린 새끼들을 단기간에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단백질과 지방의 함유량이 높게 조성돼 있기 때문에, 유당 불내증만 없다면 섭취량 대비 고칼로리, 고단백, 고지방의 3박자가 갖춰진 좋은 음식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우유 속에 든 칼슘과 비타민 D는 햇빛이 부족한 고위도 지방에서도 구루병과 골다공증에 걸리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도록 도움을 주었을 테니 이 역시 장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인류학자들은 성인이 우유를 마실 수 있게 만드는 LP 유전자 지속 돌연변이는 춥고 건조한 유럽 지역에 인류가 정착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는 전통적으로 ‘우유는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가치관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최근 들어 제시되는 ‘우유 해악론’은 인류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 수천 년 전과는 다르게 변화됐다는 데 기원을 두고 있다. 우유는 여전히 칼슘과 철분을 비롯한 비타민과 무기질의 좋은 공급원이며, 양질의 단백질이 포함된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식품’이다. 하지만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는 말이 영양 과잉으로 인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과 동일 시 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우유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곳은 영양소 부족이 아니라, 영양소 과잉이 문제가 되는 지역이다. 우리는 이제 우유 외에도 충분한 칼로리와 영양소를 섭취하며, 부족한 비타민과 무기질은 간편한 알약으로 대치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경우, 지나친 우유의 섭취는 지방과 열량의 과다 섭취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비만과 성인병의 발생 비율을 높이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

게다가 낙농업이 하나의 거대 산업이 된 현대 사회에서 우유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처럼 취급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우유 생산량을 증가 시키기 위한 성장 호르몬 유도제 투입, 기형적이고 비윤리적인 사육 시스템, 유전자 조작을 통한 형질 전환 등-과 얽히게 됐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우유 속에는 자연 속에서 방목된 가축의 젖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성분들이 포함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무조건적인 ‘우유 예찬론’과 ‘우유 해악론’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우유 섭취량과 섭취 방법을 결정하는 현명한 우유 섭취의 자세가 아닐까. 아인슈타인의 이름을 우유명으로만 기억하지 말고, 아인슈타인처럼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내게 맞는 우유를 섭취하는 자세 말이다.

글 :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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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이 데이터가 되는 세상

한 사람이 성큼성큼 편의점에 들어선다. 물건은 고르지 않는다. 곧장 계산대로 향한다. 웃옷 오른쪽 주머니에서 손을 반쯤 꺼낸다. 오른손은 권총 손잡이를 쥐고 있다. 편의점 종업원이 어깨를 으쓱하며 턱으로 매장 안쪽을 가리킨다. 강도의 눈길도 턱이 가리킨 쪽을 향한다. 음료수 냉장고 앞에 선 경찰관이 허리춤에 손을 얹고 강도를 향해 고개를 젓는다. 강도는 경찰관과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편의점 문을 향해 내달린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빅데이터의 힘이다. 영화 ‘마이터리티 리포트’에서는 예지몽을 꾸는 세 자매가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징후를 포착했다.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하지만 영화 같은 일은 나타난다.

로스엔젤레스 경찰청(LAPD)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범죄 발생 가능성을 점치는 범죄 예측 프로그램(Predictive Policing)을 개발했다. 이미 벌어진 범죄 종류와 범행 시간과 장소를 분석해 범죄 발생 확률을 실시간으로 순찰차에 보낸다. 순찰 중인 경찰관은 범죄 발생 확률이 높은 지역을 알아내 그 곳을 집중적으로 순찰했다¹.

경찰이 빅데이터를 순찰 근무에 활용하자 범죄 발생 건수가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절도사건은 33%, 폭행 사건도 21%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는 9년 동안 이어졌다. 애초에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한 것이다. 경찰이 추구하는 최선의 결과다. 로스엔젤레스 경찰이 꿈을 실현해낸 힘은 빅데이터다.

■ 빅데이터 = 4V

빅데이터(big data)는 말 그대로 엄청나게 거대한 데이터를 뜻한다. 생활이 디지털로 이뤄지면서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쏟아낸다. 2012년 한 해 동안 인류가 만든 데이터 양은 2.8제타바이트(ZB)였다. 그동안 인류가 생산한 모든 데이터보다 많다. 데이터가 너무 많은 탓에 이를 유용한 정보로 가공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컴퓨터 성능이 발전하고 클라우드 서비스와 하둡(Hadoop, 여러 개의 저렴한 컴퓨터를 마치 하나인 것처럼 묶어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 같은 분석 도구가 상용화돼 대용량 정보를 저렴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방대한 데이터 속에 파묻힌 의미를 사람이 헤아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단순히 데이터가 많다고 모두 빅데이터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전문가는 빅데이터가 크게 네 가지 특성을 지닌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물론 크기(Volume)다. 빅데이터는 페타바이트(PB) 정도 크기를 지닌다. 1페타바이트는 1,024테라바이트(TB)다.

두 번째 조건은 다양성(Variety)이다. 빅데이터는 컴퓨터가 손쉽게 분석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DB)로 정리된 정형 데이터뿐 아니라 동영상이나 사진, 사람이 쓴 자연어 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도 포함한다. 컴퓨터가 바로 이해할 수 없는 비정형 데이터도 DB처럼 인식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어 처리, 컴퓨터 비전, 기계 학습 같은 데이터 처리 기술이 필요하다.

속도(Velocity)가 세 번째 조건이다. 컴퓨터가 바로 이해할 수 없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해도 분석에 시간이 너무 많이 들면 소용없다. 시간도 비용이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해 분석해내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또는 일정 안에 처리해야 한다.

요약해 보자. 빅데이터는 마냥 큰 데이터가 아니다. 그런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해 의미 있는 정보를 얻어내는 기술이다. 그런데 빅데이터가 왜 필요할까.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구슬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자료가 많아도 그 속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그래서 빅데이터가 지녀야 할 마지막 조건으로 가치(Value)를 꼽는 이도 있다. 일명 ‘4V’다.

■ 무의미 속에서 의미를 찾다

빅데이터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분석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장님 코끼리 더듬듯 직감에 의존해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대신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예측 가능한 일을 벌일 수 있다.

빅데이터를 가장 먼저 도입하는 분야는 마케팅이다. 광고나 홍보 담당자는 사람들의 숨겨진 욕구를 끄집어 내 물건을 팔기 위해 계속 시장 조사를 벌인다. 빅데이터는 굳이 소비자에게 설문지를 들이밀지 않아도 그 사람의 생각을 엿볼 길을 연다.

감기약 만드는 회사가 광고를 만든다고 치자. 제약 기술이 발전해 약 효능은 다 비슷비슷하다. 결국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 제약 회사는 빅데이터 분석을 의뢰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사람들이 감기 걸렸을 때 올린 글 수 백만건을 수집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감기 환자가 ‘서럽다’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감기’와 ‘혼자’가 함께 들어간 문장을 보면 ‘서럽다’는 단어가 나올 확률이 퍽 높아졌다. 이 회사는 자사 제품이 혼자 사는 마당에 감기까지 걸려서 서러운 이를 엄마 손처럼 보듬는다는 광고를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다. 홀로 감기에 시달려본 사람은 이 광고에 공감할 가능성이 커진다. 소비자에게 선택 받을 가능성도 덩달아 커진다.

전문가의 ‘촉’에 많이 기대는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도 데이터가 힘을 발휘한다. 미국에서 주문형 스트리밍 방송을 제공하는 넷플릭스(Netflix)는 고객 정보를 철저하게 분석해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공급한다. 처음엔 볼 만한 영화를 추천해주는데 그쳤던 빅데이터 분석 기술은 발전을 거듭했다. 넷플릭스는 자체 분석 알고리즘으로 고객이 무슨 드라마를 보고 싶어 하는지 알아내 맞춤형 콘텐츠를 만들었다. 유명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다.

스토리와 감독, 배우 모두 고객 입맛에 맞췄다. 심지어 드라마 한 시즌을 몰아보는 고객의 소비 패턴에 맞춰 개봉일 드라마 13화 모두를 공개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 덕분에 넷플릭스는 2013년 1분기에만 300만 명이 넘는 고객을 끌어 모았다. 같은 해 매출은 37억 5천만 달러, 창사 이래 최대치였다. 부진한 실적 때문에 한때 나스닥에서 쫓겨날 지도 모를 처지였던 넷플릭스는 빅데이터 덕분에 타임워너에 맞먹는 미디어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글머리에 보여준 로스엔젤레스 경찰처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다. 택시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이 쏘는 운행 정보를 분석해 구간별 실시간 교통 상황을 전하는 서비스는 이제 당연하게 쓰인다.

■ 모바일에서 웨어러블로…, 살아 숨 쉬는 모든 일이 데이터가 되는 세상

빅데이터는 날이 갈수록 커진다. 일상생활 속에서 데이터를 만드는 기기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실린 센서는 사용자 위치 정보뿐 아니라 그곳의 온도와 습도도 측정한다. 이런 정보를 모으면 기상청보다 더 정확한 실시간 날씨 지도를 만들 수도 있다.

애플 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가 보급되면 더 많은 정보가 쏟아질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에는 맥박이나 혈압 같은 생체 정보를 측정하는 센서가 실린다. 이런 데이터가 쌓이면 무궁무진한 일을 할 수 있다. 보험회사는 고객의 생체 정보를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보험요율(Premium Rate)을 조정할 수 있다. 술을 자주 먹는 고객은 보험료를 올리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고객은 보험료를 내리는 식이다. 음주 횟수가 많아지면 사고를 당할 확률이 커진다는 빅데이터 분석이 전제가 된다. 병원에서는 웨어러블 기기를 찬 환자가 갑자기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게 변하면 이를 확인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 역시 특정 이상 징후가 어떤 질병의 전조라는 분석 결과를 활용하는 것이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Gartner, 미국 IT분야 리서치 & 어드바이저리 전문 업체)는 “데이터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21세기 원유”라고 빗대며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이를 활용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조만간 빅데이터라는 말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모두가 빅데이터 기술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꾸릴 테니 말이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다. 빅데이터 분석은 컴퓨터가 할 일이지만,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해 어디에 활용할지 결정하는 일은 사람이 할 일이다. 통계와 컴퓨터 과학을 아우르면서 사회적인 면도 고려할 줄 아는 통섭적인 인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참고 자료>
1) Predictive Policing 웹사이트 : http://www.predpol.com/

글 : 안상욱 블로터닷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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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雪) 위의 스포츠! 스키와 스노보드 정복하기

겨울이라는 계절에 만나게 되는 하얀 눈은 무조건 사랑할 수도 마냥 미워할 수도 없는 애증의 대상이다. 첫눈이 오면 사랑하는 사람과 만날 약속을 잡기도 하고 새하얗게 변한 풍경을 바라보며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다. 한편으로 1cm도 쌓이지 않은 눈 때문에 도시 교통이 마비되기도 하고 미끄러운 줄 모르고 눈 쌓인 길을 걸었다가 심하게 넘어져 부상을 입기도 한다.

푹신하게 쌓여서 통행을 방해하고 쉽게 미끄러져 불안함을 주는 눈의 단점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있다. 겨울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스키’와 ‘스노보드’다. 전 세계에서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는 인구는 6천만 명에 달하며 우리나라도 2013년 초 한국갤럽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성인의 36%가 ‘탈 줄 안다.’라고 대답해 10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둘 중에서 원조는 당연히 스키다. 스키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말할 정도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가장 오래된 스키 장비는 기원전 6천 3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나무와 동물의 뼈를 평평하고 길쭉하게 깎아 잘 미끄러지게 만든 스키 형태의 신발도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스키의 어원은 눈이 많이 내리고 지형이 험해 경사가 심한 북유럽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발 밑에 묶어 눈 쌓인 경사지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널빤지 모양의 플레이트 장비가 노르웨이에서는 쉬드(skid), 스웨덴에서는 휘다(skida), 핀란드에서는 숙시(suksi)로 불렸고 오늘날의 스키(ski)가 됐다.

스키는 19세기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다가 1980년 금속으로 만든 바인딩 장치가 개발됐다. 신발과 플레이트를 단단히 결속시키면서 조종성이 향상됐고 그만큼 안정성도 높아졌다. 속도가 빨라지고 관련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플레이트 이외에 다양한 장비를 갖춰야 스키를 탈 수 있게 됐다. 지팡이처럼 생긴 기다란 폴, 발목 고정을 담당하는 방수 부츠, 이물질이나 밝은 빛으로 눈이 상하는 것을 막는 고글, 충격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 동상과 부상을 방지하는 장갑, 바람을 막아 체온을 적절하게 유지시키는 스키복 등이다.

스키 장비 중의 핵심은 플레이트다. 눈 위에서 잘 미끄러짐과 동시에 조종에 따라 정확하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바닥이 평평한 스키 플레이트는 왜 그렇게 쉽게 미끄러지는 것일까. 눈과 플레이트 모두 고체이므로 당연히 마찰력이 생겨서 속도가 줄어드는 게 정상이 아닐까.

스키 플레이트는 중력과 마찰력이라는 두 가지의 힘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미끄러지기도 하고 멈추기도 한다. 중력은 물체를 지구 중심으로 끌어당긴다. 평평한 곳에서는 운동 방향과 직각이 되기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 없지만 경사가 심할수록 중력의 작용이 운동 방향에 가까워져 이동이 쉬워진다. 산이 높은 교외에 스키장이 위치한 이유다.

마찰력을 줄이는 것도 플레이트를 미끌어지게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고체보다는 액체의 마찰력이 덜하므로 눈에 열을 가해 녹이면 그만큼 쉽게 미끄러질 수 있다. 프랭크 보우든(Frank P. Bowden)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는 1939년 스위스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융프라우요흐에서 스키 실험을 진행했다. 평소의 눈은 영하 상태의 온도를 유지하지만 중력으로 인해 플레이트가 무게를 가해 경사면을 미끄러지면 압력과 마찰열이 발생해 결국 녹아내려 마찰력이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스키 플레이트의 속도가 높아지거나 기온이 심하게 낮아지면 눈을 녹일 만한 시간적 여유가 줄어든다. 이때는 플레이트 밑면에 왁스를 발라 더욱 미끄럽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보우든 교수는 1953년 여러 종류의 왁스로 후속 실험을 진행해 정확한 마찰계수를 찾아냈다. 노르웨이와 스위스와 같은 산악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왁스는 플레이트의 마찰력을 평소의 절반으로 줄여주었다. 그래도 마찰력이 가장 작은 순간은 섭씨 0도 가까운 온도에서 눈이 녹기 시작할 때다. 너무 추운 날씨에는 스키를 제대로 타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마찰력을 줄여 미끄러짐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스노보드도 마찬가지다. 스노보드는 여름철에 파도타기를 즐기던 사람들이 겨울에도 서핑이 가능하도록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1963년 중학교 2학년의 미국 청소년 톰 심스(Tom Sims)는 크리스마스 휴가 때도 파도타기를 즐길 수 있도록 서핑보드를 약간 개량해 눈 위에서 타는 ‘스너퍼(Snurfer)’를 선보였다. 1971년에는 ‘스노보드(snowboard)’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최초의 스너퍼 대회는 1968년부터 개최됐고 1980년에는 스노보드 대회로 명칭을 바꾸어 계속됐다. 스노보드는 스키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전파됐다. 1993년 미국의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 ESPN이 스노보드 대회를 중계한 후, 1998년에 동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지금은 1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스노보드를 즐기고 있다.

스키와 스노보드를 제대로 즐기려면 마찰력을 적절히 높여주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마찰력이 없으면 경사지를 내려오면서 속도가 점점 높아지고 결국에는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스키와 스노보드는 미끄러져 내려오면서 속도를 높이되 적절한 순간에 턴(turn)이라는 회전 운동을 실행한다.

평평한 바닥에 스키 플레이트를 높고 옆에서 바라보면 ‘캠버(camber)’라 불리는 가운데 부분이 약간 떠 있다. 사람이 플레이트 위에 올라서면 무게에 의해 캠버가 땅에 닿으면서 전체가 평평해져 미끄러짐이 극대화된다. 반면에 턴을 할 때는 몸과 다리를 한쪽으로 기울여 ‘에지(edge)’라 불리는 플레이트 양쪽 날이 눈 속을 파고들게 한다. 이때는 캠버가 수평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는 ‘리버스 캠버(reverse camber)’ 현상이 발생해 마찰력이 커진다. 또한 눈과 플레이트 사이에 곡선이 형성돼 자연스럽게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다.

스노보드 기술 중 재빠르게 회전하며 고속으로 하강하는 ‘카빙 턴(carving turn)’은 옆 날 에지만 이용하기 때문에 보드 밑바닥 면 전체를 사용하는 ‘슬립 턴(slip turn)’ 기술보다 속도를 30% 이상 높일 수 있다. 턴을 할 때 발가락이나 발꿈치 방향 중에서 눈에 닿는 부분에 더욱 힘을 주어 리버스 캠버 현상을 일으키고 에지를 이용해 빠르게 회전하는 것이 비결이다. 스키와 스노보드 선수들이 몸을 심하게 기울이는 것도 에지를 세워서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카빙 턴을 할 때는 방향 전환에 맞춰 무게 중심을 세심하게 이동시켜야 한다. 경사지를 고속으로 내려갈 때 몸을 심하게 기울이면 중력의 작용이 커지기 때문에 바닥에 쓰러질 위험이 있다. 반대로 몸을 기울이지 않으면 원심력으로 인해 회전 중심의 바깥쪽으로 넘어진다. 두 힘을 적절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카빙 턴의 비결이다.

스키와 스노보드는 빠른 속도로 멋지게 회전해서 눈 덮인 경사지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겨울 스포츠다. 스릴이 커질수록 사고 위험성도 높아지므로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정확한 회전 기술을 익히고 마찰력과 회전력을 적절히 제어해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글 : 임동욱 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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