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배고픔에 지는 당신, 참아라!


여름을 앞두고 다이어트 돌입한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식욕은 마음처럼 줄지 않는다. 든든히 밥을 먹고 후식까지 챙겨먹었지만 세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출출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막상 군것질을 하고 나면 배부르다는 행복감보다 괜히 먹었다는 후회가 밀려올 때가 있다. 바로 ‘가짜’ 배고픔에 속았을 때다. 

우리 뇌의 시상하부는 몸에 필요한 에너지(열량)가 부족하면 ‘배고픔’이라는 신호를 보내 음식물 섭취를 유도한다. 문제는 열량이 부족하지 않을 때도 뇌가 배고픔의 신호를 보낼 때가 있다는 것. 하지만 가짜 배고픔과 진짜 배고픔은 원인과 증상이 다른 만큼 차이점만 잘 알아만 둔다면 오히려 가짜 배고픔을 이용해 보다 효과적으로 체중 감량을 할 수 있다. 

■ 스트레스 받아도 배가 고프다 

가짜 배고픔의 대표적인 속임수는 ‘당’이다. 혈중 당분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혈당이 떨어졌다는 의미가 열량 부족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순간만 이겨낸다면 쌓여있는 지방을 효과적으로 태울 수 있다. 체내 혈당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먼저 간이나 근육에 축적된 글리코겐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쓰다가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를 마련한다. 지방 분해 단계에 접어들기까지는 대략 한 시간.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바로 음식을 먹으면 혈당은 올라가고 지방은 그대로 쌓여 오히려 살이 찐다. 

스트레스도 가짜 배고픔을 유발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울적해지면 체내 세로토닌의 수가 줄어든다. 세로토닌은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이다. 교감신경에 작용해 혈압과 호흡 횟수를 늘려 우리 몸에 활기를 주고 기억과 학습능력을 비롯해 소화나 장운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로토닌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피드백 작용에 따라 세로토닌의 분비량을 늘리려고 한다. 이 때 우리 몸이 사용하는 방법이 배고픔이다. 특히 단 음식을 찾게 하는데 이는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세로토닌은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을 통해 뇌 속에서 만들어지는데, 트립토판이 뇌에 도달하려면 인슐린의 도움이 필요하다. 따라서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의 분비를 유도하기 위해 혈당을 높이는 단 음식을 찾게 뇌에서 신호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데 코르티솔은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량을 감소시켜 식욕을 돋운다. 폭식증 환자 중에는 만성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과다 분비된 코르티솔이 끊임없이 식탐을 부르고 배고픔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상황 자체도 가짜 배고픔을 만든다. 우리 몸은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아도 평소 섭취하는 열량보다 조금만 적게 먹으면 이를 채우기 위해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에너지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순간을 이겨내다 보면 어느 새 우리 몸도 변화에 적응하면서 더 이상 배고픔의 신호를 보내지 않게 된다. 

푸짐한 안주를 먹고도 과음 뒤에 배가 고프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가짜다. 술은 위와 장에서 흡수돼 간에서 해독작용을 거친다. 간은 해독작용 외에도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변화시켜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과음을 하게 되면 간이 해독작용으로 바빠지면서 포도당을 만드는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자연히 혈당은 떨어지고 뇌는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내지만, 이 역시 일시적인 현상이다. 이 때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과식으로 이어지면 비만을 유발하는 습관으로 굳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음주 후 배고픔이 느껴질 때는 야식보다 꿀물이나 초콜릿 등으로 당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 식후 3시간, 특정 메뉴가 먹고 싶다면 ‘가짜’ 배고픔 

가짜와 진짜 배고픔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배고프다고 느낄 때 내 몸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다. 진짜 배고픔은 배고픈 느낌이 서서히 커지면서 속이 쓰리거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살짝 어지럽거나 가벼운 두통, 기분이 쳐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정 음식보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상관없다 느끼고 먹고 나서는 만족과 행복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반면 가짜 배고픔은 슬프거나 짜증나는 일이 있을 때 느끼는 경우가 많고 초콜릿처럼 달거나 떡볶이처럼 매운 것과 같은 특정 음식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다. 또 배가 불러와도 계속 먹으려고 하고, 먹은 뒤에는 행복감보다 공허함과 자책감이 밀려오는 경우가 많다. 

증상으로 구분이 어려울 때는 물을 한 컵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식사한지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배가 고프다면 물을 한 컵(약 200mL) 마셔보자. 물을 마시고 20분 후에도 여전히 공복감이 있다는 이는 진짜 배고픔이다. 

■ 가짜 배고픔에는 오히려 강도 높은 운동과 고단백 식사가 도움 

가짜 배고픔을 이겨내는 방법에는 무엇보다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생활 습관의 변화로도 약간의 도움은 받을 수 있다. 우선 가짜 배고픔을 느꼈을 때, 짧은 시간에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에 대항할 수 있는 건 엔도르핀뿐이다. 엔도르핀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우리가 통증을 느낄 때 진통제 역할을 한다. 유산소 운동보다는 스쿼시나 축구, 농구처럼 강도 높은 운동을 짧은 시간에 할 때 많이 분비된다. 

단백질 섭취도 중요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보건대학원 연구팀의 논문을 살펴보면 총 칼로리는 같게 하면서 각각 단백질과 탄수화물, 불포화지방산을 강화한 식단을 각 실험군에게 6주간 섭취하게 했다. 그 결과, 단백질을 강화한 식단을 먹은 실험군이 다른 두 식단을 유지한 실험군에 비해 식욕 억제 효과가 두드러지게 높았다. 

체중 조절이 날씬한 몸매를 뽐내고자 할 때도 필요하지만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비만은 만성질환의 위험 인자로 꼽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가짜 배고픔에 조금은 단호하게 대처해 보는 건 어떨까. 효과적인 체중감량은 물론 더 건강한 삶을 사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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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꿀잠을 위한 간단 팁, 깜깜하게 자라!


 

세상은 빛과 함께 존재합니다. 세상을 밝고, 아름답고, 화려하고, 오묘하게 만들어주는 빛은 희망, 깨달음, 즐거움의 상징이기도 하죠. 그래서 거의 모든 종교의 창세기가 세상을 밝혀주는 빛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실제로 빛은 우리에게 온기를 주고 안전을 지켜줍니다. 빛을 이용한 녹색식물의 광합성이 없었더라면 지구는 지금도 아무것도 살지 않는 삭막한 행성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2015년은 UN이 지정한 "세계 빛의 해"입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빛’을 주제로 한 칼럼을 연 4회 기획하고 있습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잠이 보약이라고 했던가. 꿀잠을 자고 나면 하루 종일 컨디션이 좋다. 꿀잠을 자기 위해서는 자는 공간의 온도나 습도를 적절하게 맞춰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다. 빛을 차단하고 깜깜한 환경, 즉 완벽한 밤을 만들어주는 것이 꿀잠의 기본인 것이다. 

하지만 피곤한 하루를 마친 현대인들은 불을 끄지 않은 채 자는 경우가 많다. 그냥 자기 아쉬워 책이나 TV를 보려고 노력하지만, 피곤함에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을 켜놓고 잠들면 새벽에 한 번씩 깬다. 아침에 일어나도 잔 것 같지가 않고 피곤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불을 켜놓고 자는 횟수가 늘어나면 비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밤의 인공조명1 (사진 : 이윤선)



■ 인공 빛 오래 쬐면 갈색지방 줄어 

네덜란드 레이덴 의대 샌더 쿠이즈만 연구팀은 인공 빛을 많이 쬘수록 체지방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밝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3월 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야근이나 회식과 같은 이유로 인공 빛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쬐는 사람들이 일반인보다 뚱뚱하거나 관련 질환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그리고 실험쥐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같은 양의 먹이를 먹게 하되, 하루에 쪼이는 인공 빛의 양을 각각 12시간과 16시간, 그리고 24시간으로 다르게 했다. 

5주 동안 관찰해 본 결과, 인공 빛을 많이 쬔 쥐일수록 몸속의 지방량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 그룹의 쥐 무게에는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체지방량은 최대 1.5배까지 차이가 났다. 또 특이한 점은 인공 빛을 가장 많이 쬔 그룹의 갈색지방 양이 가장 적었다는 점이다. 안철우 강남 세브란스병원 내분비과 교수는 “이 연구결과는 체지방이 늘어남은 물론 갈색지방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인공 빛을 오래 쬐면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갈색지방은 무엇일까. 

■ 지방을 태우는 갈색지방 

갈색지방은 지방을 태우는 지방이다. 주로 추위를 느낄 때 당이나 지방과 같은 에너지원을 태워 열을 내고 체온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에 필요이상으로 들어온 영양분을 저장해 비만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일반적인 ‘지방’은 백색지방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갈색지방은 백색지방과 달리 몸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비만을 예방하는 몸에 좋은 지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갈색지방을 갖고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살도 덜 찌고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대로 갈색지방이 적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쓰는 효율이 낮기 때문에 같은 양을 먹어도 몸에 쌓이는 지방이 늘어나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 

갈색지방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는 설치류의 몸속에서 발견됐다. 따라서 체온조절이 가능한 사람의 몸속에는 갈색지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사람에게도 갈색지방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갓 태어난 신생아들은 스스로 체온을 올리는 행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갈색지방의 존재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후 자라면서 갈색지방이 필요 없어짐에 따라 흔적기관처럼 점차 사라진다. 그러나 2009년,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이 일부 성인들의 몸에는 갈색지방이 남아있고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그렇다면 갈색지방을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 많은 과학자들이 설치류를 연구하며 갈색지방 양을 늘리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추운 곳에 오래 있으면 몸에서 열을 내기 위해 갈색지방이 만들어진다거나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을 먹으면 갈색지방이 활성화된다는 등의 다양한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방법들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운동이다. 근력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아이리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 호르몬이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운동을 하면 몸에서 열이 나고 칼로리를 소모해 살이 빠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현상이 아이리신 호르몬 분비로 갈색지방이 활성화되고 몸에 저장돼 있던 당이나 지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밤의 인공조명2 (사진 : 이윤선)



■ 멜라토닌 부족하면 갈색지방도 줄어들어 

불을 켜놓고 자는 습관은 비만을 유발하는 현상인 멜라토닌 호르몬과도 관련이 있다. 멜라토닌은 밤이 되면 잠을 자라고 뇌에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이다. 뇌에서 제3의 눈으로 불리는 송과샘(松果腺)에서 빛을 감지해 멜라토닌을 내보내는데, 주로 밤 11시~새벽 1시에 분비된다. 그런데 이 시간에 자면서도 불을 켜놓으면 송과샘은 빛을 인지해 멜라토닌을 분비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밤이지만 몸은 여전히 낮이라고 인지하는 것이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도 않고 계속 피곤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몸의 여러 가지 호르몬은 서로 연결돼 있어 혈액을 따라 흐르며 다른 호르몬을 건드리거나 활성화시키는 것과 같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호르몬 하나가 분비되지 않거나 망가지면 도미노처럼 모든 호르몬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으면 갈색지방을 활성화시키는 아이리신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하고, 우리 몸속의 갈색지방은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호르몬의 문제로 건강이 나빠지고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 한들 잃어버린 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소를 잃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안철우 교수는 “사람마다 개인의 차는 있겠지만 사람은 갈색지방을 갖고 태어나고, 밤에 제대로 자고 건강한 생활을 하면 갈색지방의 감소와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 밤, 꿀잠을 위해 과감하게 인공 빛을 침대에서 차단해 보자. 

글 :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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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 우리에게 준 교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이 진정세로 접어들었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19일)와 달리 지난 21일(일) 3명의 추가 확진자와 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총 감염자 172명, 사망자 27명(22일 기준)을 기록하면서 국내 메르스 치사율은 15.7%로 올라섰다.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95명이고 14명은 불안정한 상태다. 또 메르스 발병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격리 중인 인원은 약 4천 명에 달한다. 사람들이 메르스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일부는 메르스를 독감과 비교하며 두려움이 과장됐다고 우려하고, 혹자는 메르스를 과소평가 한 탓에 메르스 발병국 2위라는 오명을 안았다며 안전 불감증인 대한민국을 질타하고 있다.

■ 백신없는 메르스, 괜찮을까 

메르스를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백신이 없다는 것이다. 다수의 사망자가 70~80대로 천식이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치사율이 15.7%로 높고, 특별한 질환이 없었던 40~60대 환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또 평소 건강했던 30대 의사와 경찰관이 위독한 상태에 이르는 것을 봤다. 그리고 어떤 확진자도 내가 메르스에 걸릴 것이라 예상했던 사람은 없었다. 즉, 어느 날 갑자기 백신이 없는 병에 ‘내’가 걸릴 수도 있다는 공포감은 당연하다. 

안타깝게도 메르스는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메르스는 RNA 바이러스 계열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메르스 바이러스를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태양의 표면의 코로나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일 뿐 큰 의미는 없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스(SARS)도 코로나바이러스다. 

문제는 메르스가 RNA 바이러스라는 점이다. 바이러스는 정보를 저장한 위치에 따라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로 나누는데 RNA 바이러스는 구조상 불안정해 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우리나라에서 발병한 메르스 바이러스가 중동에서 발견한 메르스 바이러스와 100% 일치하진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백신 개발 자체가 쉽지 않다. 게다가 백신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반해 백신 개발 성공률은 10% 미만이어서 경제적인 이유로 개발이 활발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그레펙스, 이노비오, 노바박스와 같은 중소 바이오 기술업체들이 메르스 백신을 개발 중이나, 아직 임상실험 이전의 초기 단계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같은 대형 제약사들은 상황을 관망만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누가 백신을 사용하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며 상업적 시장이 존재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인데 이 부분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는 백신을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백신이 없다고 메르스를 치료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치료도 가능하다. 메르스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 치료에 가장 많이 쓰는 치료법은 대증요법이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쓰고, 기침이 나면 멎는 약을 쓰는 것처럼 나타난 증상에 맞춰 이를 완화시키는 방법이다. 여기에 메르스는 항바이러스제인 리바비린과 면역증강제인 인터페론을 활용해 바이러스에 맞설 힘을 키우는 치료를 추가한다. 

특히 메르스는 폐를 공격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에 호흡기 치료가 주가 된다. 메르스는 고열과 기침, 가래, 후두염 등을 시작으로 폐포의 상피세포에 침범해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데 이 때 인공호흡기를 사용해 호흡을 돕는다. 최근 언론에 많이 소개된 에크모(ECMO)는 환자의 몸에서 혈액을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넣어주는 장치로 체내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할 수 없을 때 사용한다. 

지난 주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와 평택 경찰관인 119번 환자에게 시행했던 혈장치료는 백신이 없는 바이러스성 질환에 사용하는 고전적인 방법이다. 메르스 완치자의 혈액을 이용한 치료법으로 혈액 중 액체 성분인 혈장을 환자의 몸속에 투여한다. 혈장에는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과정에서 생긴 단백질, 항체가 있는데 이를 환자 몸에 넣어 바이러스와 싸우게 하는 것이다. 혈장치료는 에볼라가 유행했던 콩고 등지에서 사용해 일부 효과를 본 적은 있지만 아직 효과에 대해서는 임상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로 대안치료로 시행되고 있다. 

■ 공기감염, 가능할까 

메르스를 두려워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나도 모르는 새 감염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메르스 감염의 97%는 병원에서 일어났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80명이 넘는 감염자가 나왔고 지금도 계속 나오는 중이다.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병원의 응급실과 다인병실의 공간적 특성 탓이 크다. 메르스는 환자가 위중한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가장 활성화되고, 이 때 밀폐된 공간에서 접촉한 경우 전염력이 굉장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실은 환자가 위급할 때 찾는 곳이고 공간이 좁은데다가 인원이 밀집돼 있다. 게다가 모여 있는 사람들의 다수가 바이러스가 숙주로 삼기 좋은 고령자, 면역저하자, 당뇨병과 같은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다. 또 환자를 가족이 직접 간병하고 환자 외에도 많은 수의 외부인이 문병을 오는 등 자유롭게 병실을 드나드는 의료 환경, 부실한 병원의 감염관리도 원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응급실과 병실은 공기감염 우려가 있는 장소라는 점이 크다. 응급실에서는 인공호흡을 위해 기관삽관을 시도하거나 기관삽관 전 가래를 빼기 위해 석션(빨아들이는 장치)을 사용하다보면 다량의 바이러스를 함유한 에어로졸(수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작은 고체 입자나 액체 방울, 1㎛ = 1m의 100만분의 1)이 생길 수 있다. 에어로졸은 공기를 통해 이동하기 때문에 보통 기침을 통해 감염이 이뤄지는 범위인 2m보다 더 넓고 멀리 퍼질 수 있다. 

실제 평택성모병원에서는 같은 병동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염이 된 환자가 있는데, 역학 조사 결과 병실의 에어컨 중 3곳의 필터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확진자의 기침으로 공기 중에 나온 침과 바이러스로 오염된 손으로 접촉한 환자복에서 나온 먼지를 에어컨이 빨아들였고, 에어컨이 찬공기를 배출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에어로졸 상태로 공기 중에 뿜으면서 바이러스가 번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WHO(세계보건기구)도 한국의 메르스 확산에 대해 공기전파 가능성을 제기하며 대비를 강조했다. 병원같이 에어로졸이 발생할 수 있는 특수한 환경에서는 에어컨을 통한 바이러스의 감염 확산, 먼지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병원 밖 공기전염에 대해서는 우려할 단계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만약 공기로 전염이 가능하다면 지하철이나 버스 등을 통해 전염된 사람이 많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대중교통이나 지역사회 전파 사례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를 해결하는데 지나친 공포가 도움이 되지 않는 건 맞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메르스로 27명이 사망하고 격리를 경험하거나 격리 중인 사람이 1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 이르게 한 건 메르스를 ‘독감’ 정도로 여기고 과소평가한 정부 탓이 크다는 걸 부인할 순 없다. 이럴 땐 믿을 건 안타깝게도 스스로밖에 없다. 사람이 많은 곳, 병원에 갈 때는 마스크를 꼭 하고 다녀온 뒤에는 손을 꼭 씻자. 예방수칙을 잘 지키는 것. 지금으로선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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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환자의 민폐를 통해 국가적차원의 피해같은경우 피해규모에따라 신상공개나 징역형등 강력한법적조치가 이루어져야. 요런분들이 줄어들음. 점차 많아지는추세.

    2015.06.2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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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정부의잘못은 당연히 가장크구요..

    2015.06.24 14:47

세계인이 사랑한 커피의 모든 것

6세기경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지역에 살던 ‘칼디’라는 양치기는 가뭄이 계속되자 평소 가지 않던 먼 곳까지 염소 떼를 몰고 갔다. 그런데 얼마 후 칼디는 한 무리의 염소들이 평소와는 달리 비정상적으로 흥분하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 염소들을 자세히 관찰한 결과, 입 속에 빨간색 열매를 넣고 아작아작 씹는 것을 발견했다. 궁금해진 칼디는 염소들이 먹는 열매를 직접 따먹어 보았다. 잠시 후 칼디는 자신도 마구 춤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바로 인류가 처음으로 커피의 효능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커피는 아랍으로 전파되면서 본격적인 음료로 개발됐다. 아랍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먹기 시작한 사람은 이슬람교의 신비주의자인 수피교도들이었다. 그들은 긴 밤 기도 시간 동안 졸지 않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 

이후 커피는 십자군전쟁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됐다. 특히 르네상스시대 유럽의 지식인과 예술가들은 커피의 효과에 열광했다고 전해진다. 즉, 커피의 부흥은 문예 부흥과 함께 시작된 셈이다. 

커피를 마시면 졸지 않고 정신이 또렷해지는 이유는 카페인이란 성분 덕분이다. 카페인은 뇌에서 피곤한 신경을 쉬게 하는 아데노신의 작용을 방해하여 이 같은 각성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커피나무와 같은 식물이 카페인 성분을 만들어내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이 곤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카페인을 만든다는 학설이 바로 그것. 즉, 카페인은 박테리아나 곰팡이를 죽이고 몇몇 해충을 불임이 되게 만들며, 곤충과 유충의 행동 및 성장에 장애를 가져오는 역할을 한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실험에 의하면 카페인을 먹은 거미는 모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할 만큼 거미줄을 엉터리로 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아름답고, 사랑처럼 달콤하다.” 18세기 프랑스의 정치가 탈레랑이 한 이 말은 커피의 속성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오늘날 상업적으로 재배되는 커피의 품종은 크게 아라비카종과 로부스타종의 두 가지로 분류된다. 그중 카페인 함량이 낮은 편인 아라비카종이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향미가 우수하고 신맛이 좋아 고급스런 커피로 대접받는데, 열대의 고지대에서 재배된다. 
아라비카보다 카페인 함량이 약 2배 정도 높아 거친 맛이 특징인 로부스타종은 주로 700m 이하의 고온다습한 지역에서 재배된다. 그런데 알고 보면 사실은 로부스타가 아라비카의 아버지뻘이 된다. 로부스타종과 또 다른 종의 커피나무 사이에서 ‘종의 합성’이란 육종 기술을 통해 탄생한 것이 아라비카종이기 때문이다. 

한 잔의 커피가 소비자에게 전해지기 위해선 여러 차례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커피 열매인 체리에는 두 개의 씨앗이 있는데, 불필요한 과육을 제거해서 말린 씨앗을 생두라고 한다. 과육을 제거하는 방법에는 건식법과 습식법이 있다. 

건식법은 커피나무에서 열매가 검은색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한 다음 야외에서 약 2주간 햇볕에서 말린 뒤 껍질을 벗겨 씨앗을 발라내는 방식이다. 그 후 다시 건조하면 생두가 얻어진다. 이물질이 섞일 염려는 있지만 맛과 향이 좋은 제품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비해 습식법은 익은 열매를 물에 담가 세척하면서 껍질을 벗겨낸 다음 발라낸 생두를 다시 씻고 말리는 방식이다. 건식법에 비해 손이 많이 가고 여러 차례 선별과정을 거치므로 이물질이 별로 없다. 그러나 햇볕에 직접 노출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커피의 품질이 건식법에 비해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을 지닌다. 

이 같은 방식으로 생산된 생두는 ‘로스팅’이라는 2차 가공을 거쳐 원두로 만들어진다. 로스팅이란 간단히 말해 생두에 열을 가해서 볶는 공정이다.적게 볶으면 신맛이 강하고 많이 볶으면 쓴맛이 증가하는데, 볶음 정도는 커피 품종에 따라 다르다. 또한 지역별로 로스팅의 강약에 따른 선호도가 다르다. 흔히 유럽인은 강하게 볶은 것을 선호하며, 한국인은 엷게 볶은 것은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의 향미는 로스팅을 한 지 2주일이 되면 거의 사라지므로 소량으로 볶아서 그때그때 마시는 것이 좋다. 

마지막 가공 공정은 잘게 분쇄된 원두에서 다양한 향미 성분을 뽑아내는 ‘추출’이다. 추출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보통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에서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해 추출한다. 이를 ‘가압여과 추출’ 방식이라고 하는데, 간편하고 신속히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스프레소(Espresso)는 빠르다는 의미의 영어 ‘express’의 이탈리아식 표기이다. 

아라비카종 중에서도 최고급인 스페셜티 커피를 파는 커피 전문점의 경우 주로 종이필터를 이용한 ‘드립 추출’ 방식으로 커피를 뽑는다. 드립 추출은 에스프레소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더욱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추출 방식이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가공 공정은 바로 자연 속에 숨어 있다. 인도네시아에 서식하는 긴꼬리 사향고양이는 곤충이나 작은 동물, 열매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잡식성 동물이다. 그런데 잘 익은 커피 열매도 매우 좋아한다. 

사향고양이가 먹은 커피 열매는 위와 장을 거치면서 과육과 과피는 소화되고 커피 씨 부분만 남아 배출된다. 이 과정에서 적정한 수분과 적당한 온도로 인해 생두가 고르게 숙성된다. 사향고양이의 침과 위액 등이 섞여서 발효과정을 거치며 생두에 특별한 맛과 향이 더해지는 것. 이것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로 알려진 ‘코피 루왁’이다. 코피는 인도네시아어로 커피를 뜻하며, 루왁은 긴꼬리 사향고양이를 일컫는 인도네시아 방언이다. 사향고양이 외에 베트남의 열대다람쥐와 예멘의 원숭이 등도 그 같은 천연 커피가공시설을 갖추고 있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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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으로 가기 전 ‘베이크 아웃’ 하세요~

어떤 장소에만 가면 갑자기 눈이 따갑고 목이 칼칼해지는 경우가 있다. 심한 경우에는 기침이 나고 피부가 가려워지기도 한다. 새로 생긴 상점에 오래 머물거나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 갔을 때 특히 심해진다. 평소에 알러지가 심한 편이 아닌 사람들도 유달리 답답해하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럴 때는 ‘새집증후군’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새로 지은 집에 처음 들어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증상이라는 의미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이 겪어왔고 지금도 겪고 있는 문제다. 

새집증후군이 처음 나타난 것은 1970년대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아랍석유수출국기구(OAPEC)가 원유의 가격을 올리기 위해 공급을 줄이면서 전 세계가 두 차례나 석유 파동을 겪던 시기다.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건물의 외벽에 단열처리를 하거나 창문을 이중창으로 바꾸었다. 자연스레 드나들던 공기의 통로를 차단한 대신에 기계설비로 냉난방과 습도 조절을 실시했다. 물샐 틈 없이 밀봉한 덕분에 건물 밖으로 새나가는 열은 줄어들었지만 동시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숨을 쉬기가 어렵고 눈과 목이 아픈데다가 피부까지 가렵다는 하소연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는 직장인들은 그 증상이 더 심각했다. 이들에게는 신축건물에서 일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처음에는 공기가 건조해서 그렇다거나 아토피 체질 때문이라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세계 각국의 의료진과 연구자들은 공통된 증상을 보고했고, 특정 건물의 상태가 질병을 유발한다는 뜻으로 ‘병든 건물 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증후군’이란 질병처럼 보이는 여러 가지의 비정상적인 증상이 유사한 형태로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한 세계보건기구(WHO)는 1984년 ‘실내 공기질 조사’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병든 건물 증후군(SBS)’을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새로 짓거나 개·보수를 한 건물의 30% 이상에서 이 현상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호소하는 증세는 크게 4가지로 나뉘었다. 첫째로 목과 기관지에서 감각 과민 현상이 나타나거나 머리가 아프고 때로는 이상한 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둘째로 어디선가 악취가 나는 듯하다. 셋째로 피곤하고 어지럽고 메스꺼운 기분이 이어진다. 넷째로 폐와 소화기에서 미약한 통증이 느껴진다. 

증세는 비슷했지만 원인은 제각각이었다. 공사 자재로 사용했던 물질에서 신경체계에 영향을 주는 성분이 유출된 경우도 있고, 여러 유기물이 공기 중에 많아지면서 증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새로 지은 건물뿐만 아니라 오래된 건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면서 미생물과 곰팡이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래도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환기 부족’이었다. 실내 공기가 오랫동안 정체돼 있으면 유해성분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병든 건물 증후군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염물질은 대부분 실내 건축자재에서 방출되지만 그 밖의 요인도 많다. 건물 내부의 콘크리트는 라돈(radon, Rn)을, 합판과 단열재는 포름알데히드를, 페인트와 접착제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건물 밖에서 차량이 내뿜은 배기가스가 실내로 유입되는 경우도 있고, 요즘은 미세먼지가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건물 안에 거주하는 사람 때문에 오염물질이 생기기도 한다. 흡연은 일산화탄소와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농도를 높이고 세탁이나 요리 과정에서도 미세먼지와 냄새물질이 발생한다. 사람이 건물 안에 오래 머무는 것만으로도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가 생겨나며, 애완동물로 인해 진드기와 세균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병든 건물 증후군은 해당 장소를 벗어나는 순간 증세가 완화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너무 오랜 기간 동안 머무르면 두통, 기침, 가슴 통증, 가려움, 신열, 근육통 등이 ‘건물 관련 질병(BRI)’으로 불리는 만성질환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건물을 에너지 소모가 많은 예전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었다. 다른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건강한 건물(healthy building)’ 개념이었다. 병을 유발할 만한 자재는 사용하지 않고 공기 순환과 습도 조절도 최적으로 실시한다는 뜻이다. 

엄격한 규제를 통해 실내 공기의 수준을 높이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연합학회(SCANVAC, 스칸디나비아국가 실내환경학회)를 구성해, 실내 공기질과 건축자재 품질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정해놓았다. 30분 동안 실내 공기를 측정해 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m2 당 0.2mg, 포름알데히드(HCHO)가 0.05mg 이하일 때만 1등급(AQ1)을 부여한다. 건축자재도 1시간 동안 방출하는 오염물질이 m2 당 40mg을 넘지 않아야 A등급(MEC-A) 마크를 붙일 수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도 적극적으로 실내 환경 개선에 노력 중이다. 이들 국가들은 미세먼지와 냄새뿐만 아니라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납, 오존, 라돈, 포름알데히드, 휘발성유기화합물까지 세세한 기준을 마련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가장 먼저 대처했다. 1996년 실내 공기질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면서 ‘병든 집 증후군(sick house syndrom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새집증후군’이라는 표현이 유래됐다. 2004년에는 대형건설사가 지은 아파트의 주민이 “건축자재의 유해성분 때문에 생후 7개월 된 딸아이의 피부염이 심해졌다”며 소송을 걸어 배상금을 받아냈다. 새집증후군이 처음으로 법률적 인정을 받은 사건이다. 

그러나 실내 공기질 규제가 반드시 ‘집’이나 ‘주택’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1986년 ‘공중위생법’을 제정하면서 부유분진, 일산화탄소, 탄산가스, 온도, 상대습도, 기류, 조명 등 7개 기준에 따라 공공설비의 공기환경을 유지하는 것을 시작으로 1992년 ‘건축기본법’에서는 일반 건축물에도 유사한 기준을 적용했다. 1996년에는 지하도, 지하철역, 지하상가 등의 지하생활공간에도 공기질 관리 규정을 적용했고, 2004년에는 다중이용시설 전체로 규제를 확대 적용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새집증후군을 예방하고 건물 관련 질병을 멀리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환기’다. 실내 공기가 교체되지 않고 장시간 머무르면 오염물질의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반드시 창문을 열어야 하며 요리를 할 때는 렌지 위의 후드를 작동시켜서 미세먼지와 냄새를 내보내야 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환기 대신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편이 낫지만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를 모두 걸러내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창문이 없는 방은 오래도록 방문을 닫아두는 일이 없도록 한다. 

새로 지은 건물에 입주하기 전에 ‘베이크 아웃(bake out)’을 실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창문과 문을 모두 닫되 가구의 서랍과 문짝을 모두 열어놓고 7시간 이상 보일러를 가동시켜 실내기온을 섭씨 35~40도로 유지시킨다. 이 과정에서 가구, 벽지, 바닥재에서 오염물질이 다량 방출된다. 이후 창문을 열어 1시간 동안 환기를 시키고 다시 베이크 아웃을 진행하는 식으로 4~5회 반복하면 된다. 주의할 것은 베이크 아웃 과정 중에 건물 내에 있어서는 안 되며 창문을 열기 위해 방으로 들어갈 때는 반드시 황사방지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모든 오염물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머지 성분들은 생활 중에 지속적으로 환기를 시켜서 건물 밖으로 조금씩 배출해야 한다. 사무실 책상 위에 개인용 공기청정기를 놔두어도 계속 순환하는 실내공기를 모두 걸러낼 수는 없기 때문에 공조기를 항상 작동시켜 강제적으로 공기가 순환되게 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신축이나 개·보수 공사를 할 때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는지 규제 항목을 위반하지는 않았는지 꼼꼼히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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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우리나라 최초의 화학박사, 이태규

우리나라에는 아직 과학기술과 관련해서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 이웃나라 일본은 과학 분야 노벨상을 19명이나 배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노벨상 근처도 가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잘 알려진 이휘소 박사는 유력한 노벨상 후보였으나 젊은 나이에 사망했기 때문에 수상하지 못했다. 그가 사망한 후, 그의 연구를 토대로 한 연구자 7명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제1호 화학박사인 이태규가 있다. 해방 직전 천재 과학 삼총사(리승기, 정의택, 이태규) 중 한 명이었던 이태규는 ‘리-아이링 이론(Ree-Eyring Theory)’으로 노벨상 후보에 올랐고, 그 후에는 노벨상 추천위원이 됐다. 

■ ‘영재(英才)’였던 이태규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던 이태규는 요즘 소위 말하는 ‘영재’였다. 남달리 똑똑했던 그를 알아본 아버지가 학교를 일찍 보냈으나, 월반(越班)을 거듭한 결과, 4년 만에 경성보통학교를 졸업했다고 한다. 또한 졸업 후에는 도지사의 추천을 받아 당시 최고 명문이던 경성보고에 입학했으니, 영재라 불릴 만 했다. 

이태규의 원래 꿈은 소학교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경성보고에서 만난 화학 선생, 호리 선생을 만나면서 세계적인 화학자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1920년에는 관비(官費) 유학생으로 일본 히로시마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밤을 새며 다른 학생들보다도 더 열심히 공부한 결과, 교토대학교에 장학금까지 받으며 입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 일본의 최고 화학자인 호리바 신기찌 교수 밑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사진 1. 이태규 이학박사 학위 취득 보도(출처: 1931년 7월 20일자, 동아일보)



일제강점기였던 1931년, 많은 차별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태규는 일본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우리나라와 일본 언론에서는 화제를 낳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이태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일본에 남아 7년 동안 조수로 연구에 몰두한 결과, 조교수로 임용되기도 했다.그의 지도교수였던 호리바 신지찌는 “학문에 민족이 따로 있느냐?”고 주장하며, 그의 교수 임용을 설득하기도 했다. 

■ 세계적인 석학과의 만남, 그리고 6.25 전쟁 

이태규는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더 많은 것을 공부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저명한 석학들이 모여 있다는 미국의 프린스턴 대학으로 갔다. 당시에 전쟁 때문에 시국이 어지러워, 유학을 가지 못할 뻔 했으나,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유학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태규는 이곳에서 이론 화학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던 헨리 아이링(Henry Eyring, 1901~1981) 박사를 만나 함께 연구한 쌍극자 능률 계산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1940년). 이것은 화학분야에 양자역학을 도입한 최초의 것으로 화학 분야에 많은 발전을 이끌었다. 

해방 후 우리나라는 연구나 공부를 하기에는 상황이 열악했지만, 이태규는 조국으로 돌아와 조선화학회(지금의 대한화학회)를 설립했고,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초대학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화학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화학계 터를 다지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다시 헨리 아이링 박사가 있는 미국의 유타 대학으로 넘어가 연구를 계속 했고, 그 결과로 ‘리-아이링 이론’을 발표했다. 

1955년 헨리 아이링과 공동으로 발표한 이 논문은 그동안 이론적 접근이 어려웠던 비뉴턴 유동현상을 다룬 일반 공식을 제시한 것이다. 비뉴턴 유동이란 뉴턴의 점성 법칙에 따르지 않는 유동이다. ‘리-아이링 이론’으로 그동안은 설명하기 어려웠던 비뉴턴 유동의 상당수를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6.25 전쟁이 발발해 이태규도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그는 가족 걱정을 연구에 몰두했고, 훗날 이태규의 성과를 놓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잊으려고 밤낮으로 연구하고 공부한 결과라고 전하고 있다. 

■ 예리한 관찰과 끊임없는 노력 

‘리-아이링 이론’으로 그는 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그와 그의 아들, 그리고 헨리 아이링이 공동으로 참여한 수송현상(輸送現象)의 완화원리는 미국 화학회의 산업 및 공업화학분과로부터 상패를 받기도 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간 학생들을 직간접적으로 지도해 양강, 한상준, 김각중, 장세헌 등 훌륭한 학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1973년 한국과학원의 석좌교수로 귀국했을 때 고희를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후학 양성과 연구를 계속해 20년 동안 70편에 가까운 논문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인물이 현충원에 안장된 경우는 총 4명이다. 그 중 한 명이 이태규 박사로 과학자로서는 처음으로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유품전시관에는 그의 신조를 적은 액자가 있다. ‘예리한 관찰과 끊임없는 노력’이 그의 신조였고, 그가 연구에 몰두 할 수 있는 밑바탕이었던 것이다.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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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보고 갑니다.

    2016.05.12 03:09

바다가 품기엔 너무 벅찬 쓰레기

지난 3월 15일 오전, 인천과 백령도 사이를 운행하는 여객선 하모니 플라워호의 추진기에 이물질이 끼는 사고가 났다. 다행히 이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최근 들어 이런 이물질 관련 선박 사고가 자주 보고된다. 실제로 전체 해양 선박사고의 10% 정도가 이런 해양 쓰레기에 의한 사고이며, 이는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 이처럼 선박사고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바다를 오염시키고 생물체를 중독시키는 ‘바다의 불청객’ 해양쓰레기. ‘푸른 바다의 행성’이라는 아름다운 별칭에 걸맞지 않게 지구의 바다가 거대한 쓰레기 처리장이 돼 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사람들이 바다에 쓰레기를 버린 역사는 꽤 오래됐다. 아마도 그건 먼 옛날, 배를 타고 육지를 등지고 떠나는 사람이 생겨난 바로 그 순간부터일 것이다. 배를 타고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생활 쓰레기나 음식물 찌꺼기, 그리고 인간(혹은 가축)의 배설물은 모두 바다에 버려졌을 테니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육지에서 가까운 섬을 오가는 단거리 여객선의 경우 선박 뒤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화장실로 들어가면 변기 아래로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것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대양(大洋)은 그 이름답게 넓은 아량으로 사람들이 버린 것들도 모두 보듬어 다시 생태계 안으로 순환시켰다. 근대화 이전 시대의 쓰레기들이란 대부분 자연물의 일부이거나 유기물이었기에, 너른 대양 속을 가득 메운 작은 생명체들은 이를 먹고 소화시켜 다시 지구 생태계의 자원으로 되돌려주는 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점차 상황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세계화에 따른 잦은 장거리 이동으로 선박 운행에 따른 쓰레기 배출량 자체가 늘어난데다가, 늘어난 인구가 살 자리가 비좁아지자 육지에서 만들어진 쓰레기마저도 바다에 투기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업혁명 이후의 인류는 이전에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다양한 화학물질들을 만들어냈고, 이들은 곧 엄청난 쓰레기더미가 돼 바다로 버려졌다. 인류가 만들어낸 화학물질 중에서 메가 히트 상품은 ‘플라스틱’이었다. 가볍고 가격도 싼데다가 방수성과 절연성을 갖추었으면서도 색과 모양을 가공하기 편리한 플라스틱은 삽시간에 인간의 삶 전반에 끼어들었다. 현재 플라스틱의 사용량은 1인당 연간 42kg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다. 

모든 물건에는 사용 연한이 있기 마련이고, 제 역할을 다 한 뒤에는 버려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플라스틱의 경우에는 제품으로써의 수명은 짧은데 비해(심지어 제품 포장의 경우, 포장을 뜯는 순간부터 쓰레기가 된다!) 플라스틱이라는 성분 자체의 분해 주기는 반영구적일만큼 길다는 것이 문제다. 지구 역사에서 신출내기로 등장한 플라스틱은 지구의 분해자인 미생물들에게는 너무도 낯설어 이들을 분해시키는 능력을 지닌 분해자가 없는 탓이다. 자꾸만 쌓여가는 쓰레기 문제에서 골치 아픈 이들은 아주 손쉬운 해결책을 찾아낸다. 바로 아무도 모르는 곳,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인 바다에 버리는 것! 

보고에 따르면 인천 앞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만 해도 연간 19만㎥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10톤 트럭 1만 여 대에 달하는 쓰레기가 해마다 바다로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양에서 발견된 쓰레기의 80%는 육지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렇게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들 중 유기물은 해양미생물들에 의해 분해돼 문제를 덜 일으키지만(어디까지나 ‘덜’한 것이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유기물이 대량 방류되면 적조 현상과 같은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유발한다), 나머지들은 그대로 남게 된다. 

특히나 플라스틱의 경우, 썩지 않고 분해되지 않는 특성상 대부분이 그대로 남게 돼 해양 쓰레기의 90%를 차지하게 된다. 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은 물결을 타고 떠돌다가 해류의 흐름에 떠밀려 특정 지역에 모여들고는 마치 그들만의 아틀란티스처럼 점점 세를 불린다. 

1997년 하와이에서 열린 요트 경기에 참여해 LA로 향해가던 미국인 찰스 무어는 망망대해 북태평양의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와 마주하게 된다. 일명 ‘플라스틱 아일랜드(plastic island)’의 발견이었다. 이후 이런 ‘섬’들은 추가로 발견돼, 현재 북태평양 지역의 거대한 쓰레기 밀집 지역은 적어도 세 군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스틱 아일랜드를 이루는 조성물들은 그 이름에 걸맞게 90% 이상이 플라스틱 제품이다. 일설에는 인공위성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하고 두텁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바닷물에 많은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둥둥 떠 있는 형상이다. 사실 이들이 그냥 그대로 떠 있기만 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플라스틱 아일랜드는 거대하기는 하지만 인간이 거주하지 않는 북태평양 한 가운데에 있으니, 근처를 지나가는 선박들만 주의한다면 괜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이들이 일으키는 가장 큰 문제는 생태계 교란이다. 종종 언론을 통해 그물을 먹고 죽은 고래나 플라스틱 조각을 삼켜서 괴로워하는 바다 새의 모습이 등장하곤 하는데, 더 심각한 것은 이렇게 큰 것보다는 오히려 작은 것이다. 플라스틱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지는 않지만, 오랜 세월 바다에서 떠돌며 햇빛에 노출되면 물리적 충격에 의해 잘게 부스러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잘게 부스러진 마이크로플라스틱은 많은 해양 생물들에게 먹잇감으로 오인되곤 한다. 

물속의 플랑크톤이나 작은 갑각류를 걸러 먹는 것은 많은 물고기들의 영양 섭취 방법이다. 이렇게 마이크로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섭취하는 경우 이들은 소화되지 않고 몸속에 그대로 쌓이게 되고, 이들은 다시 먹이사슬을 따라 상위 단계의 포식자들에게 먹힘으로써 결국 생태계 전반으로 퍼져나간다. 즉, 내부로부터의 ‘플라스틱 중독’이 일어나는 셈으로 결국 이는 해양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해양 생태계가 교란되면 그 영향은 결국 전 지구적으로 확산될 것이고, 인간 역시도 그 파멸의 소용돌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이 시간도 북태평양 바다 위에는 또 하나의 플라스틱 더미가 더해지고 있다. 우리가 쉽게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 제품들이 그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킬지도 모른다. 

글 :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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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몸과 움직임이 비밀번호가 되는 세상! 내 몸이 곧 비밀번호가 된다. 움직임을 감지하는 순간, 결재됐습니다!

가게에서 이것저것 물건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간다. 그런데 가방 속에도 주머니를 뒤져봐도 지갑이 없다. 이럴 때는 포기하고 물건을 다시 갖다놓을 수도 있지만 주인에게 “이따가 다시 와서 값을 치르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이른바 ‘외상’을 긋는 방법도 있다. 외상은 ‘따로 장부에 올려놓는다’는 뜻으로 주인과 손님이 안면을 트고 신용이 쌓였을 때만 가능한 거래 방식이다. 

물건을 먼저 가져가고 돈은 나중에 지불하는 신용거래 방식은 현대에 와서 ‘신용카드’를 탄생시켰다. 은행과 거래한 내역을 살펴보고 믿을 만한 수준에 도달한 사람에게는 현금 대신 결제할 수 있는 카드를 주고,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한두 달 후에 해당 금액을 은행에 입금하는 후불식 체계다. 신용카드와 비슷하지만 돈을 먼저 입금한 후에 한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불식도 있다. 체크카드나 일반교통카드가 여기에 속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매일 가지고 다니는 물건에 결제 기능을 넣는다면 현금도 신용카드도 필요가 없다. 몸에서 떨어질 새 없는 휴대전화에 결제 기능까지 탑재하는 것이다. 근거리에서만 인식되는 NFC(Near Field Communication) 모듈을 스마트폰에 장착하고 계산대의 기기에 갖다 대면 마치 신용카드를 긁은 것처럼 인식되는 식이다. 최근 공개된 삼성페이와 라이벌 애플페이는 NFC에 인간의 신체를 감지하는 기술을 결합시켰다. 스마트폰의 지문센서 또는 스마트워치의 손목센서를 통해 주인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처럼 손가락의 지문이나 눈의 홍채, 음성이나 표정 등 신체를 이용해 개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기술을 생체인식 결제(biometric payment)라 부른다. 금융기술과 IT를 결합시킨 핀테크(FinTech) 중에서 생체인식 결제의 시장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생체인식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 사용자는 2013년 세계 4천만 명 가량이었지만, 오는 2017년에는 4년 만에 4억5천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덕분에 관련업계가 누릴 수익만 해도 2013년 5천만 달러 수준에서, 매년 40% 가까이 성장해 2019년에는 4억 달러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생체인식은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신원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금융거래를 하거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공인인증서, 아이핀,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 백신 프로그램 등 여러 개의 파일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웹사이트를 이용할 때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일일이 입력하지 않고 손가락만 갖다 대면 한 번에 로그인이 된다. 노트북이나 자동차도 주인이 이용할 때만 반응을 하고 현관문도 가족이 왔을 때만 열린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거나 관공서에서 서류를 발급받을 때도 자동화 시스템이 가능하다. 일본에서는 손바닥의 정맥을 이용해 신원을 확인하는 은행 ATM 기기가 전국에 8만 개 이상 보급돼 있다. 

생체인식에 사용되는 신체 부위는 다양하다. 무엇보다도 얼굴이 기본으로 쓰인다. 증명사진을 찍어서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는 일은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요즘에는 SNS에 사진을 올리면 자동으로 얼굴을 판별해 이름을 붙여주기도 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얼굴을 신용카드처럼 사용하는 ‘스마일 투 페이’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신분증을 만들거나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손가락 끝의 지문을 찍어 본인임을 증명했다. IT 기술과 결합하면서는 회사 출퇴근이나 공항 출입국과 같은 다양한 곳에서 지문인식기가 사용된다. 해외에서는 초등학생들이 급식을 이용할 때 직접 돈을 내지 않고, 사생활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다만 인구의 5% 정도는 지문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눈동자 주변의 홍채를 통해 판별하는 방법도 있다. 위조가 불가능해 안전성이 높지만 눈을 갖다 대야 해서 불편하고 고해상도의 기기가 필요해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 

신체 자체가 아닌 소리나 움직임을 통해 구별하기도 한다. 목소리를 구별하는 음성인식 기술이 대표적인데, 개발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변 소음이 없어야 하고 건강 상태나 기분에 따라 결과 값이 다르게 나오기도 해서 아직은 일반화되지 않았다. 글씨를 쓰는 필체로 사람을 알아보기도 한다. 도장보다는 서명이 일반화된 서양에서 주로 쓰는 방법이다. 이밖에도 걸음걸이나 체취를 이용한 생체인식이 얼굴이나 지문보다 정확도가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생체인식 기술은 편리하고 정확하기 때문에 인기를 얻지만, 보안이 완벽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얼굴은 성형수술로 고치고 지문은 자국을 떠서 복제할 수 있으며, 목소리는 고품질 녹음으로 위조가 가능하다. 심지어 지문인식 자동차를 훔치기 위해 주인의 손가락을 자르는 흉악범죄도 실제로 등장했다. 인식기기에 등록된 정보가 안전하게 보존된다고 볼 수도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는 해킹에 의해 1억 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주민등록번호 대신에 생체인식을 도입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의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생체정보가 금융거래에 도용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보안업계에서는 ‘편리’와 ‘안전’을 양날의 검이라 부른다. 누구나 쓰기 쉽게 만들면 도둑맞기 쉬워지고, 반면에 안전하게 보관하려면 사용이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생체인식 기술이 가져올 미래 시대에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법이 등장할까.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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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백두산을 여덟 번이나 오른 김정호?!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도 제작자 당빌(DAnville)은 <황여전람도>를 참고해, <조선왕국전도>를 만들었다. 이것은 조선을 독립 국가로 인정한 최초의 유럽 지도다. 크기가 40cm×58cm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보다 130여년 앞선 지도다. 당빌과 김정호의 공통점이 있다. 당빌은 프랑스에서 한 발자국 나가지도 않고, 당시로서는 가장 정확한 세계지도를 만들었고, 김정호는 각종 지도와 지리서를 연구해 대동여지도를 만들어냈다. 

■ 대량생산이 가능한 대동여지도 

조선의 지리학자 김정호가 만든 대동여지도(1861년)는 크기 6.7m×3.8m로 조선시대 지도학을 완성시킨 성과물이며, 지금의 지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치밀하고 정확하다. 1985년 보물 제850호로 지정됐고, 2008년에는 대동여지도의 목판이 보물 제1581호로 지정됐다. 

대동여지도의 한 면은 가로 80리, 세로 120리로 총 227면으로 구성돼 있다. 대동여지도 전체로 보면 가로 1,520리, 세로 2,630리다. 두 개의 면이 한 판으로 제작돼 가로로는 19판, 세로는 22판으로 배열된다. 대동여지도는 세로 22개로 나뉘어 ‘첩’이라 불리는 책자 형태로 돼 있다. 한 개의 첩은 약 20cm×30cm 으로 휴대하기에도 용이하다. 총 22개의 첩은 표지에 각 첩에 담긴 주요 지역이나 지명을 표기해, 필요한 부분만 들고 다닐 수 있게 했다. 
 

보물 제850-3호 대동여지도(출처: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대동여지도는 오류를 최소화하고,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목판으로 제작됐다. 현재 남아 있는 목판은 총 12장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11장, 숭실대기독교박물관에 1장이 있다. 

■ 옛 지도를 근대화한 대동여지도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김정호가 제작한 <동여도>, <청구도> 모두 100리를 1척(尺)으로, 10리를 1촌(寸)으로 한 백리척(百里尺) 축척(縮尺, 지도에서의 거리와 지표에서의 실제 거리와의 비율)의 지도다. 하지만 당시의 1촌 1보(步)가 지금의 몇 cm를 나타내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현재는 1리를 약 0.4km로 환산해서 계산하는데, 이것은 구한말 이후에 도입돼 정해진 것이다. 

현재의 계산법대로 하면 축척이 1:160,000이다. 하지만 <대동지지>나 <속대전>의 기록(주척(周尺)을 쓰되 6척은 1보이고 360보는 1리이며 3600보는 10리로 된다)을 토대로 계산하면 1:216,000으로 볼 수 있다. 후자의 계산법이 실제 대동여지도의 축척도와 비슷함을 알 수 있다. 

대동여지도에는 주요 도로를 표기하고 10리마다 점을 찍어 지역 간의 거리를 알 수 있게 했다. 도로는 직선으로 표시돼있는데. 곧은 길 점의 간격이 넓었고, 꼬불꼬불하거나 가파른 산악지형은 점 간격을 좁게 표현했다. 지도를 살펴보다 보면 곡선이 한 줄기로 돼 있는 것이 있고, 두 줄기로 돼 있는 것이 있다. 이것은 물길을 표현한 것으로 한 줄기는 배가 다닐 수 없는 길이고 두 줄기로 표시된 것은 배가 다닐 수 있는 길이다. 또한 지도상에서 글씨를 줄이고 기호를 사용해 능, 역, 산성 등을 표기했다. 산은 산줄기로 이어져서 표시했으며, 선의 굵기로 산의 높이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대동여지도는 다양한 표현 방법으로 내용을 간소화 했고, 옛 지도를 근대화 했다. 또한 여행할 때 길의 사정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전통적인 지도 제작법을 따르면서도 확대와 축소를 할 때는 서양의 과학기술을 가미해 정확성을 높이기도 했다. 

김정호는 세 개의 지도, 즉 대동여지도, 동여도, 청구도를 제작했다. 청구도는 필사본으로 제작됐고, 동여도는 대동여지도를 목판에 새기기 전에 제작한 선행지도로 현존하는 지도 가운데 가장 자세하다. 

■ 대동여지도를 만들기 위해 백두산을 여덟 번 오르다? 

김정호는 본인에 대한 글을 남기지 않아 그의 생애는 증언과 기록으로 추측할 뿐이다. 김정호는 1804년 무렵 황해도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한양으로 이사한 후에는 남대문 밖 만리재에 살았다고 전해진다. 19세기 대표 실학자 최한기가 쓴 청구도의 머리말에 보면 김정호는 18세부터 지도와 지지(地誌)에 관심에 많았다고 한다. 또한 조선 말기의 문인 유재건의 <이향견문록>에 보면 김정호가 어렸을 때부터 지리학에 관심이 많았고 좋아해, 다양한 자료를 수집했다고 나와 있다. 그래서 김정호는 정확하지 않은 기존 지도들에 크게 실망했을 지도 모른다. 또한 본인이 직접 지도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김정호는 팔도를 세 번이나 돌고, 백두산을 여덟 번이나 올랐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대동여지도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곧 흥선대원군에 전해졌고, 이것을 전달 받은 흥선대원군은 크게 노했다. 괜히 이런 것을 만들면 나라의 비밀이 노출됨을 우려한 것이다.” 

조선총독부가 1934년 발행한 <조선어독본>에 있는 내용으로 불과 몇 년 전까지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정호의 신분이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여러 가지 기록이나 증언으로 봤을 때, 중인 신분으로 추측된다. 당시 중인의 신분으로 팔도를 세 번이나 돌고, 백두산을 여덟 번을 올랐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선어독본⟫에는 조선의 지도가 정확하지 않다고 하고 있으나, 사실 당시 지도학은 매우 발달해 있었다. 그래서 김정호는 기존에 있던 지도와 지리서들을 연구해 장점들을 모아 대동여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 최한기가 쓴 청구도의 머리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정호는 어렸을 때부터 모은 지리서와 각종 지도의 장점을 모아 집대성 했을 것이다. 

■ 독도가 빠진 대동여지도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10만원권 화폐 뒷면에 대동여지도를 쓰려고 했던 적이 있다. 여러 가지 문제로 10만원권 화폐의 발행은 무기한 연기됐지만, 그 이유 중 하나가 대동여지도에 독도가 표기돼 있지 않아서였다. 독도를 그리겠다고 하는 의견도 있었으나 기존 대동여지도를 훼손한다는 의견도 있어 쉽지 않아 보인다. 대동여지도 이전에 제작한 청구도에는 독도가 표기돼 있는데, 대동여지도에는 빠져있다. 지도에서의 거리와 실제의 거리 비율에 맞는 곳에 독도를 표기하기가 어려웠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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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꼬부랑 젊은이, 강직성 척추염 때문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걸어가고 있네~ ♪♬ 

길을 가다보면 노랫말처럼 허리가 둥글게 굽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낯설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꼬부랑’ 허리가 노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30대에도 허리가 ‘꼬부라’ 질 수 있다. 병명은 강직성 척추염으로 척추의 인대나 힘줄에 만성 염증이 생기면서 등과 허리가 서서히 굳어지는 병인데 20~30대 남성에게서 발병률이 가장 높다.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의 뼈와 뼈 사이가 서로 붙기 때문에 몸을 앞이나 옆으로 구부리거나 뒤로 젖히는 동작이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대나무 척추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2013)의 자료에 따르면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지난 2013년에 35,592명으로 1,400명 당 1명꼴로 이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낯선 이름과 달리 희귀병은 아닌 것. 이 중 남성이 전체 70%(24,535명)로 여성에 비해 2.5배 많고 20~30대가 11,669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약 90%는 HLA-B27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또 가족 중 강직성 척추염 환자가 있으면서 HLA-B27 유전자가 있는 경우, 발병 빈도가 10~30%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에서도 5% 정도는 HLA-B27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세균 감염이나 외상, 과로 등의 환경적 요인도 발병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병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탓에 증상이 나타나고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5~20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대게 관절염이나 허리디스크로 오인해 엉뚱한 치료를 받다가 조기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증상이 비슷한 질병과의 차이점을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강직성 척추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엉덩이 통증이다. 왼쪽과 오른쪽이 번갈아가며 아프고, 새벽에 통증이 심해졌다가 아침에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면서 증상이 나아진다. 이 때문에 피곤해서 잠시 나타난 증상이라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30% 정도는 눈의 포도막에 염증이 생겨 시력이 떨어지거나 빛 번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무릎이나 발목이 이유 없이 붓는 증상도 나타난다. 

또 병이 진행되면서 통증이 엉덩이에서 허리 쪽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허리디스크로 오인하기도 한다. 차이는 통증이 심해지는 시간대다. 디스크는 강직성 척추염과 반대로 낮 시간, 활동할 때 통증이 더해지고 누워서 쉬면 통증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소염진통제를 사용했을 때 강직성 척추염 치료에는 효과가 좋지만 디스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10~20대 환자는 허리통증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관절염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아킬레스 건(뼈와 근육을 연결시키는 결합조직)이나 인대(뼈와 뼈를 연결시키는 결합조직)에 염증이 자주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다. 갈비뼈와 흉골(가슴 중앙의 뼈) 결합부위 인대에 염증이 생기면서 가슴통증이 오기도 한다. 

자가 진단법으로는 ▲40세 미만이면서 ▲허리 통증과 엉덩이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새벽이나 늦은 밤 통증이 더 심하다가 활동하면 나아지는 특징이 있으며, ▲가족 중 강직성 척추염 진단을 받은 사람이 있고 ▲발목이나 무릎이 자주 붓거나 ▲아킬레스건이나 가슴에 통증이 있다면 류마티스 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볼 필요가 있다. 

진단은 X-ray, CT 또는 MRI 촬영으로 천장관절(허리의 마지막 관절과 골반뼈가 연결되는 부위의 뼈)의 염증 여부를 통해 확인한다. 

강직성 척추염은 사실상 예방이 어려운 병이다. 하지만 조기에 진단해 치료한다면 척추가 휘고 굳는 증상을 막을 수는 있다. 일차적으로 치료는 비스테로이드 소염제를 사용한다. 금연은 필수고, 스트레칭이나 수영과 같은 운동 용법도 병행한다. 말초관절에 염증이 생겼을 때는 주사를 이용해 관절 안으로 스테로이드제를 투약하기도 한다. 

하지만 치료 이후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을 때는 TNF-α(tumor necrosis factor-α, 종양괴사인자) 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체내 면역작용을 억제하는 주사(항TNF제)를 사용한다. 이는 강직성 척추염 뿐만 아니라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염증성 장질환, 건선 등에도 사용하는데 모두 자가면역질환으로 근본적인 원인이 면역체계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 주사는 근본적인 원인을 억제하기 때문에 치료효과는 좋다. 통증이 빠르게 호전되고 일상생활로 빠른 복귀가 가능하다. 하지만 체내 면역시스템을 억제하기 때문에 폐렴이나 결핵과 같은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진다는 약점이 있다. 지난 2월 대학의학회지를 통해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항TNF약물을 투여받은 873명을 대상으로 결핵의 감염 위험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평균 결핵 위험도보다 결핵에 걸릴 확률이 41.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금연과 운동은 필수”라며 “운동을 하지 않으면 척추 관절이 굳는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근육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 수영이나 스트레칭 등의 운동을 꾸준히 할 것”을 강조했다. 

예방법이 없는 병에 있어 최선은 조기 치료다. 특히 사무실 근무가 많은 20~30대 중에는 만성 허리통증을 안고 사는 사람이 많다. ‘젊으니까 괜찮아’라는 과신보다 오늘만큼은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또 강직성 척추염 환자는 당연하거니와 허리통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하는 틈틈이 허리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잊지 말자.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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