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사는 동물의 진짜 집은 어디인가


동물원은 많은 이들에게 유년 시절의 따뜻한 기억으로 떠오른다. 여전히 어린이날의 관람객 인파나 새로 태어난 희귀한 아기 동물은 미디어가 담기 좋아하는 행복한 피사체다. 반면 동물원 뉴스는 잔혹한 극단으로도 치닫는다. 아기 기린과 사막여우 같은 희귀종의 탄생을 축하하는 뉴스가 있는 반면, 다른 한 편에선 수가 많고 번식력이 강해 ‘처치 곤란’인 전시동물을 도축농장에 매각하거나 멸종위기종을 불법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사기도 한다. 

또한 맹수의 탈출이나, 인간을 공격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건도 심심치 않다. 지난 8월 과천 서울대공원 호랑이가 사육사 목을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나 2010년 미국 씨월드에서 ‘고래쇼’를 하던 범고래 틸리쿰이 조련사를 공격해 숨지게 한 일이 대표적이다. 

뉴스는 행복과 잔혹을 오가고,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지 몰라도 동물에게 동물원이란 뻔한 곳이 아닐까. 그저 ‘감옥’으로 말이다. 에버랜드의 북극곰 통키는 털이 녹색으로 변하고 같은 지점을 왔다 갔다 하거나 머리를 계속 흔드는 이상 행동을 보여 왔다. 국내외 동물보호단체들의 조사와 항의로 북극곰 사육장 실내에 에어컨을 추가로 설치하고, 외부에 차양막을 설치했지만, 북극곰의 생리에 맞는 환경을 만들기엔 역부족이다. 애초에 동물원이라는 좁은 공간과 우리나라 기후가 북극곰에게 맞지 않아서다. 

좁은 우리에 갇힌 동물들이 보이는 이상행동 사례는 많다. 한 자리를 맴돌거나 같은 지점을 계속 왔다 갔다 하는 반복 행동, 자신의 배설물을 먹거나 털을 뽑는 등의 자기 학대 행위, 하루 종일 누워서 잠만 자는 무기력한 행동은 야생의 동물에게선 찾아볼 수 없다. 동물원이라는 공간이 낳은 이상행동으로, ‘정형행동(stereotyped behaviour)’이라고 한다. 수명도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야생의 아시아 코끼리와 아프리카 코끼리가 각각 42년, 56년을 사는데, 동물원 코끼리는 각 17년, 19년을 산다고 한다. 

동물원에 사는 동물은 어떤 존재일까? 동물은 야생동물, 가축, 애완동물, 실험동물의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물론, 동물원에는 야생동물이 산다.교통 정체에 인파를 감수하고 동물원에 가는 건 사자나 코뿔소, 코끼리, 기린 같이 흔히 보기 힘든 희귀한 야생동물을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갇혀 사는 동물원 동물들의 처지를 ‘야생’이라 하긴 어렵다. 아프리카가 서식지라고 되어 있지만, 아프리카는커녕 동물원 정문 앞도 나가보지 못한 동물들도 상당수다. 지난 봄 메르스로 동물원 낙타들이 격리되던 때, 그 낙타들의 출생지는 과천이라고 떠들썩하게 보도되기도 하지 않았는가. 

관람용으로 수익을 낸다는 점에 비중을 두면 ‘가축’에 가깝고, 본래의 야성이 어떠하든 친근하게 느끼고 늘 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선 애완동물의 성격도 있다. 또 실험동물의 성격도 없지 않다. 영국의 런던동물원은 현대 동물원의 원조인 셈인데, 1829년 당대 동물학계가 뜻을 모아 만들며 설립 이유 중 하나로 ‘동물의 기관, 조직, 세포의 기능을 연구하는 동물 생리학’을 꼽았다. 멸종 위기종의 번식과 복원을 위한 동물원의 역할이 강조되는 지금은 이 성격이 더욱 강해졌다. 동물원의 연구 기능은 점점 더 부각되고 있는데, 자연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활용해 첨단 과학의 과제를 해결해가는 ‘생체모방(biomimicry)’ 연구 거점이 되기도 한다. 미국 샌디에고 동물원은 지난 2012년 동물원 중 최초로 생체모방연구소를 세웠다. 

야생동물을 보러 동물원에 간다고 하지만, 우리가 동물원에서 만나는 동물은 머나먼 태생이 ‘야생’일 뿐 가축과 애완동물, 실험동물이 뒤섞인 존재인 셈이다. 애초에 동물원은 동물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더 자연에 가깝고, 야생다운 환경을 위해 공을 들인 이유도 관람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동물의 행복이 우선 목표는 아니다. 그만큼 동물원 동물들이 야생성을 잃어버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미래의 동물원은 어때야 할까? 여전히 인간의 흥미를 위해 동물이 희생해도 좋을까? 

최근 높아지는 동물 복지, 동물권에 대한 요구는 생물학계의 오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1960년대 후반 이후 생물학자들은 원숭이, 코끼리, 고래, 돌고래, 늑대 등 여러 종의 동물들을 대상으로 동물의 감정을 연구해 왔다. 그 결과 동물이 행복, 분노 등의 1차적 감정뿐 아니라 애도나 유머, 수치심 등을 느낀다는 결과를 얻었다. 감정을 처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의 방추세포는 한때 인간과 대형 유인원들만 가졌다고 여겨졌지만, 고래들은 인간보다 더 많은 방추세포를 지녔다고 밝혀졌다. 또 동물들도 즐거움을 느낄 때 인간처럼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한다. 인간만 ‘마음을 가진’ 존재라고 더는 우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동물원은 어떻게 인간을 위한 장소에서 동물을 위한 곳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주목받는 동물원의 역할은 멸종위기종을 번식시키고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이다. 세계 유수의 동물원들이 관람이 아니라 보전을 일차 기능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의 브롱스 동물원과 오마하 동물원은 종보전센터를 표방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공원의 동물원이 서울대 수의대와 공동으로 산양, 수달, 반달곰, 삵 등 야생동물들에 대한 유전자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주동물원을 사자나 코끼리, 기린 같은 전 세계 동물원의 공통 인기 동물 전시가 아니라 토종 멸종 동물이나 멸종위기종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도 있다. 

하지만 이런 동물원의 변신 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수백 년간 전시할 동물을 얻기 위해 야생을 파괴해온 동물원이 동물을 보전할 책임기관으로 변모하리란 기대는 환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번식 프로그램이나 연구는 동물원 동물을 더 생산하기 위한 방편이 되리란 지적이다. 

살아있는 동물이 없는 동물원은 어떨까? 일본의 오비 요코하마는 ‘대자연 체감 뮤지엄’이라 표방한다. 동물의 생태를 실물 크기의 영상으로 보면서 입체음향과 진동, 바람, 안개, 냄새, 온도 등을 실감나게 느끼도록 만든 곳이다. 이곳은 영국의 BBC 방송과 게임회사 세 곳이 협력해 만들었다.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신개념 동물원들의 등장이 기대된다. 

우리에 갇힌 동물이 안쓰러워도 동물원이 없는 삶을 선택하긴 망설여진다. 인간은 점점 자연과 멀어지고 있기 때문에 더 자연이 그립고, 더 동물을 보고 가까이 두고 싶어 하는 건 아닌가.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이 필요한 건 동물원 동물만은 아닐지도.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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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의사(醫師)들의 독립운동기

현재 연세대학교 의대의 전신인 제중원 의학교에서 1908년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가 7명 탄생했다. 이 중 대부분은 의사의 직업을 버리고 독립운동을 펼쳤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김필순(金弼淳, 1878~1919)이다. 김필순은 1878년 6월 황해도 장연군에서 태어났고, 독립운동가인 김규식의 매제이자 김마리아의 삼촌이다. 

■ 북쪽의 제중원 ‘북제진료소’의 김필순 

김필순은 제중원 의학교 재학 중에 황성기독교청년회와 상동교회에서 구국운동을 펼쳤고, 이후 세브란스 병원에 재직하면서는 독립운동가들을 위해 자신의 집을 제공하기도 했다. 독립운동가 안창호(安昌浩, 1878~1938)와는 의형제를 맺을 정도로 가까웠으며 1907년에 신민회(新民會)를 조직해 해외의 독립운동기지 건설에 적극 동참하기도 했다. 

1910년 한일합병 후 김필순은 중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위한 기반 마련에 적극 참여했다. 지금 중국 길림성의 동남부 지역, 당시에는 간도 지방에 한국인 마을을 만들고, 그곳을 기반으로 해 독립군을 양성한 것이다. 하지만 일제의 간섭은 끊이지 않았고, 김필순은 다시 치치하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서 김필순은 북쪽에 있는 제중원을 뜻하는 의미로 ‘북제진료소(北濟診療所)’를 개원했다. 

당시 의사는 공개적으로 치료받기 힘든 독립운동가의 몸을 돌봐 주었다. 또 병원은 독립운동가들의 중요한 연락의 근거지가 되기도 했다. 김필순은 병원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수익을 독립군의 군자금으로 사용했다. 1919년에 드디어 조국에서 3‧1운동이 일어났지만, 김필순은 그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같은 해 일본인 의사에 의해 독살되고 말았다. 

김필순뿐만 아니라 제중원 의학교의 동기 중 신창희, 주현칙, 박서양, 김희영 등도 의사면허를 갖고 독립운동을 펼치다가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이들의 활동 덕분에 이후 많은 의사들이 독립 운동에 적극 참여하게 됐다. 

■ ‘독립신문’ 발행인, 서재필 

김필순과 같이 독립운동가로 알려졌지만, 미국에 가서 한국인 최초로 서양의사가 된 사람이 있다. 바로 서재필이다. ‘독립신문’의 발행인 서재필(徐載弼, 1864~1951)이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의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보통 서재필하면 독립운동가나 ‘독립신문’ 발행인을 가장 먼저 떠 올리기 때문이다. 

서재필은 갑신정변 실패 후, 일본을 경유해 미국으로 망명을 갔다. 미국에 처음 갔을 때는 영어에 능통하지 못했고,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막노동과 식당 아르바이트, 인쇄소, 농장 등에서 일을 했다. 한국 사람이라고는 자기 혼자밖에 없었고, 생활이 낯설었기 때문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후 서재필은 미국의 장로교 선교사 덕분에 거처를 구할 수 있었고,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기독교청년회에서 영어를 공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운이 좋게도, 존 홀렌벡(John Wells Hollenbeck)이라는 후원자를 만났다. 홀렌벡은 펜실베이니아에서 탄광업을 통해 많은 돈을 번 대부호였고, 자선 사업가였다. 그가 서재필에게 미국에서 정식으로 교육을 받게 도와주었다. 서재필은 ‘해리 힐만 아카데미(Harry Hillman Academy)’이라는 명문고에 입학했으며, 라틴어나 그리스어, 수학 등 여러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냈다. 학교 졸업식에서는 졸업생 대표로 고별 연설을 하기도 했다. 

■ 한국인 최초의 서양의사, 서재필 

1888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워싱턴의 콜롬비아 대학의 코크란 단과대학 물리학과 야간반에 입학했다. 이곳에서 1년간 공부를 마치고 후원자인 홀렌벡과도 결별을 하게 됐다. 일자리를 찾아 떠난 워싱턴의 미국 육군 의학박물관에서 서재필은 중국과 일본에서 온 의학서적들을 영어로 번역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서재필은 의학서적을 번역하면서 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현재 조지워싱턴 대학교의 전신인 컬럼비안 대학(Columbian University) 의과대학 야간학부에 입학했다. 
 

사진. 서재필, 콜롬비아 대학교 졸업 앨범-맨 윗줄 왼쪽에서 세 번째
(출처: wikipedia)



당시 유태인이나 유색 인종은 의대에 입학할 수 없던 사정과는 매우 이례적으로 서재필은 컬럼비안 대학교의 본과로 진학하게 됐다. 마침내 그는 1893년 대학교를 졸업했고, 미국에서 한국인 최초로 세균학 전공 의학학사가 됐다. 재학 중에는 가필드 병원에서 1년 간 수련의 인턴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모교에서 강의를 하기 위해 조교가 됐지만, 유색인종에게서 강의를 들을 수 없다는 학생들의 반발이 심해 1년 만에 그만두었다. 

서재필은 학교를 다니면서 미국으로 귀화했다. 그는 미국으로 귀화한 최초의 한국인이기도 하다. 서재필은 미국에서의 생활로 근대적인 민주주의 사상과 제도에 대해 더욱 강하게 확신했다. 당시 조선은 여전히 외부 열강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후진적인 사회로 정체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재필은 조선과 미국에서 독립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면서, 생계가 매우 힘들어졌다. 펜실베이니아 주 대학병원에서 연구 생활을 하면서 생계를 겨우 유지했으나, 격심한 생활난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암 치료 전문 병원인 잔느 병원에 고용의사로 취직했고, 병리학 전문의 면허를 취득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폴리크리닉 병원이나 제임스 병원으로 옮겨 다니며, 고용 의사로 생활했다. 병리학 의사로 여러 병원에 근무하면서 가족을 부양하고 생계를 이어나갔다. 

현재의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일한은 미국 유학 중에 서재필을 찾아갔다. 유일한은 서재필에게 일제하에서 기아와 질병으로 고생하는 우리 민족을 위해 건강한 나라를 세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자신의 신념을 피력했다. 그런 유일한에게 서재필은 손수 조각한 목각화 한 장을 내 주었다. 그것은 잎사귀와 가지가 무성한 한 그루의 버드나무였다. 이것은 ‘끈질기고, 무성하게 대성하길 바란다’는 뜻이었다. 이 그림은 유한양행의 마크로 사용하기도 했다.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이자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김필순과 서재필. 자신의 의술이 조국 독립에 보탬이 되길 희망했던 그들의 뜻을 되새겨보자.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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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의 과학] 황금빛 가을철 영양과 맛의 보고, 대하

 

먹는 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죠. 모두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요즘 트렌드는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입니다. 그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는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메인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대중의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에 다양한 요리법이나 영양소에 대한 내용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COOKING의 과학]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매월 제철 음식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영양소도 함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도 지나가고,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 속에서 가을을 느낀다. 가을은 무릇 오곡백과의 추수철이라 먹을거리가 가장 풍부한 계절이지만 이 가을에 딱 먹기 좋은 바닷가 식재료는 따로 있다. 말 그대로 몸집이 큰 새우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대하(大蝦)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새우는 약 90여종에 이르는데, 바다에 서식하는 새우는 보리새우, 대하, 중하, 꽃새우, 젓새우, 도화새우 등이 있다. 대하는 보리새우과에 속하는 새우로 왕새우라고도 한다. 대하는 봄바람 따라 서해의 얕은 바다로 나와 산란을 한다. 다 자란 새우는 남서풍이 불 때 좀 더 깊은 바다로 나간다. 이 시기가 살이 통통하고 맛이 제일 좋을 때로 지금이 제철이다. 

옛날부터 대하는 서해안의 명물이었다. 지금도 서해안 쪽 외포, 소래, 태안, 보령까지 대하천지고, 안면도, 남당, 무창포 등은 가을철 대하 축제까지 열어 우리들을 대하의 세계로 유혹한다. 오래 전 조선시대 정약전 선생이 흑산도에서 쓴 <자산어보>(1814)에도 대하가 등장한다. “대하는 빛깔이 희거나 붉다. 흰 것은 크기가 두 치(약 6cm), 보랏빛인 것은 크기가 5~6치(15~20cm)에 이른다”고 했다. 이 뿐만 아니라 “붉은 수염이 몸길이의 세 배나 된다”고도 했다. 이 수염 때문에 중국에서는 긴 수염을 두고 ‘해로(海老)’ 즉 바다의 노인으로 표현했다. 또한 새우는 암수가 구별되는데 크기만 보면 암컷이 수컷보다 두 배 이상 크다. 암컷은 붉은 보랏빛을 띠며, 수컷은 하얀색에 가까운 노란색을 띤다. 

대하는 초가을, 쌀쌀해질 무렵이 특히 좋은데 이는 대하가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또한 질 좋은 아미노산과 단백질이 많으며, 특히 칼슘과 철분이 풍부해서 뼈 건강과 원기회복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중국에는 출장 가는 남편에게 대하를 먹이지 말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아마도 대하가 양기에 좋은 강장 식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대하를 한 때 기피하기도 했는데, 이는 콜레스테롤 때문이다, 물론 대하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다. 대하 100g당 약 300mg으로 적은 양은 아니다. 그러나 같은 100g당 420mg정도가 들어 있는 달걀보다는 오히려 적은 양이다. 그런데 최근 대하가 괜찮다고 보는 이유는 대하에 들어 있는 타우린 성분이 혈압을 안정시키고 체내에서 콜레스테롤 형성을 억제해주기 때문이다. 병 주고 또한 약도 함께 준 셈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라는 점이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의 부신 피질 호르몬, 성 호르몬과 같은 여러 호르몬 생성에 필요한 물질이고 또한 담즙을 만드는 데에도 필요하다. 담즙은 지방질 물질을 소화하고 흡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호르몬 기능과 두뇌활동이 저하되고 피부도 까칠해진다. 그래서 피부가 윤기 나게 하려면 콜레스테롤을 적당히 먹어주는 게 좋다. 콜레스테롤을 제한하면 오히려 혈관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대하는 살이 많고 맛이 좋은 고급 새우로 어업이나 양식을 통해 잡힌다. 경제성이 높고 보리새우에 비해 기르는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많이 양식되고 있다. 그래서 대하는 자연산과 양식이 있는데 그것은 꼬리와 뿔로 구분 한다. 꼬리가 분홍색을 띠면 양식이고, 뿔이 머리보다 밖으로 길게 나오면 자연산이다. 그리고 수염을 보는데, 자연산은 수염이 자신의 몸보다 두 배 이상 길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대하를 골라야 할까? 몸이 투명하고 윤기가 나는 것과 껍질이 단단한 것이 좋다. 물론 머리와 꼬리가 제대로 붙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하를 보관해두었다가 먹으려면 깨끗이 손질해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고 한 달까지는 보관해서 먹어도 된다. 그리고 대하는 이쑤시개를 이용해 등의 두 번째 마디에서 긴 내장을 빼내고 옅은 소금물에 흔들어 씻는다. 

대하는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과거 조선시대에도 우리 조상들은 대하를 무척 즐겼다. 서유구의 <난호어목지>(1820)에서는 “빛깔이 붉고 길이가 한 자 남짓 한 것을 대하라고 하는데 회에 좋고, 국으로도 좋고, 그대로 말려서 안주로도 한다”고 적어두었다. 또한 <증보산림경제>나 <군학회등>에서 대하는 쪄서 볕에 말려 두고 겨울에 먹는다고 했다. 조선의 유명한 미식가인 허균이 쓴 <도문대작>(1611)에는 도하(桃蝦)가 기록돼 있는데, “주로 서해에서 나며 알로 젓을 담그면 매우 좋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대하의 감칠맛을 그대로 살린 소금구이가 단연 인기다. 특히 은박지를 얹은 석쇠에 소금을 깔고 구워서 먹는 소금구이는 식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다. 튀김이나 구이로 먹을 때는 껍질째 먹기도 한다. 그런데 대하를 제대로 먹는 사람은 머리만 먹는다고 하니 머리를 떼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며, 머리를 바삭하게 구우면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두자. 대하와 꽃게를 넣고 된장으로 간을 해서 끓이는 대하꽃게탕은 역시 이 계절의 별미다. 대하는 특히 부추나 아욱, 마늘과 같은 채소와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이런 채소들은 항산화물질도 풍부하고, 대하에 부족한 비타민C나 섬유소가 많아 영양적으로도 궁합이 좋다. 

이 아름다운 계절 가을, 이왕 여행을 떠날 거면 서해안 바다가로 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는 바다 풍경도 즐기고 싱싱한 대하를 소금구이로도 먹고, 다양한 채소를 듬뿍 넣어 끓인 대하꽃게탕으로도 즐기면서 여름철 손상된 마음과 원기를 회복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제철 식재료를 놓치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한다. 

글 : 정혜경 호서대학교 바이오산업학부 식품영양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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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검진기에 담긴 과학원리, 심전도

몇 달 전부터 가끔씩 가슴이 답답하고,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경험했던 이모(48)씨. 최근 들어 과중한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던 중, 갑작스럽게 참을 수 없는 호흡곤란과 가슴 통증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담당 의사는 “특별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협심증 초기 상태일 수도 있다”라고 진단하며 “앞으로 3개월에 한번 씩은 병원에 와서 ‘심전도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라고 권유했다. 

혹시 심장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던 이 씨는 한 숨을 돌렸지만, 이내 심전도 검사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심전도 검사에 대해 묻자 의사는 “심장의 현재 상황이나 심장 및 혈관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검사”라고 설명하며 “이를 통해 심장의 활동 상태가 건강한지를 점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 심장이 보내는 전기신호를 포착하는 심전도계 

심장은 우리 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엔진과 같은 존재로서, 생명과 직결되는 기능을 가진 장기다. 항상 규칙적으로 박동하기 때문에,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절대로 멈추는 법이 없다. 

하지만 심하게 놀라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감정에 기복이 생기면, 호르몬 분비의 변화에 의해 심장 박동이 달라진다. 이럴 때 보통은 심장에 문제가 없는 경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예전 상태로 돌아가지만,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이상 신호를 보내게 된다. 

그런 이상 신호를 포착해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기기가 바로 심전도다. ECG(electrocardiogram)라는 약자로 표시하기도 하는 심전도는 심장의 전기신호를 피부에 부착한 전극을 통해 기록하는 것으로서, 심장에 대한 검사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전극은 신체의 여러 부위에 부착하는데, 이를 통해 심장 각 부위의 전기적 현상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사물을 볼 때 한 쪽에서만 관찰하는 것 보다는 앞과 뒤, 그리고 위, 아래와 같이 3차원적으로 관찰해야 그 사물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심전도는 각 부위의 전극에서 검출된 신호의 크기, 즉 전압을 시간에 대한 그래프로 나타낸다. 이를 통해 심장 각 부위에서 전압이 약하거나 강해진 것을 분석할 수 있으며, 심장의 리듬이 어떻게 불규칙한지, 또는 빠르거나 느린지를 알 수 있다. 

이 같은 심전도 검사는 흉통이나 호흡곤란과 같이 심장의 이상 증상이 있는 환자나 고혈압과 같이 심장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 있는 환자가 검사할 때 주로 사용한다. 또한 입원이나 수술 전 환자에게는 기본적인 검사로 시행되는데, 검사 전에 특별한 준비사항이 없다는 것도 심전도 검사가 가진 장점 중 하나다. 

아래 사진은 26세 남성의 정상 심전도를 나타낸다. 파란색 상자 속의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키가 크고 날렵한 QRS파(QRS complex)형이다. QRS파는 심장 아랫부분인 심실의 기계적 수축을 뜻한다. QRS파를 중심으로 그 앞에 작은 돌기의 P파가 보인다. P파는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에 전기가 흐르면서 나타나는 파형으로 P파가 나타난 후에는 심방이 기계적으로 수축하게 된다. 

QRS파 뒤에는 P파보다 큰 돌기의 T파가 나타난다. T파는 심실이 수축한 후 다시 돌아오는, 즉 이완하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 정상 심전도의 파형은 P, QRS, T의 순서로 한 패턴이 되풀이 되는 파형이다. 
 

사진 1. 26세 남성의 정상 심전도(출처: wikipedia)



■ 입기만 하면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는 티셔츠형도 개발돼 

심전도를 개발한 사람은 네덜란드의 생리학자이자 의사인 ‘빌렘 에인트호벤(Willem Einthoven)’이다. 생리학에 대한 그의 관심은 인체 내를 흐르는 전기를 측정하기 위한 장치 개발로 이어졌는데, 신경 및 근육 등에 일어나는 전류를 측정하는 ‘혈전류계’를 최초로 고안해 생물전기 분야에 공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연구는 혈전류계 개발에만 그치지 않았다. 혈전류계의 원리를 기반으로 심장에서 나타나는 전기 생리의 연구를 계속한 결과, 1901년 초기 형태의 심전도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전선을 사람에게 연결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대였기 때문에 그 대상은 ‘개’였다. 
 

사진 2. 초기 심전도계의 모습(출처: wikipedia)



개를 전선에 연결하면 타죽을 것이라 모두들 생각했지만, 에인트호벤의 생각대로 심전도 검사는 성공적이었다.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의료기로서의 가능성까지 구상했다. 심장의 규칙적인 박동을 검사할 수만 있다면, 심장에서 나타나는 각종 질병과 이상 신호를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병원 문까지 닫을 정도로 연구에 매진한 에인트호벤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국 ‘단선 검류계’라는 현대적 심전도계의 초기 모델을 만든다. 이 장치는 전자선의 양극 사이에 은도금을 한 석영 선을 연결한 것으로, 심장근육의 수축 시에 발생하는 전류를 감지해 한 방향으로 통과시키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에인트호벤은 심장의 수축과 완화 시에 서로 다른 뚜렷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고, 비로소 심전도계라 부를 수 있는 기기가 탄생하게 됐다. 네덜란드 조그만 마을의 한 의사가 열정을 쏟은 덕분에, 인류는 오늘날의 심전도계를 갖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부경대학교 전자공학과 연구팀이 현대식 심전도계에서 한 단계 더 발전된 티셔츠 형심전도계가 개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시스템은 온몸에 전극을 연결하는 불편을 덜고, 옷처럼 입기만 해도 간단하게 심전도 검사를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번에 개발한 심전도계를 통해, 앞으로는 병원에 가지 않고도 심전도 검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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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용 운영체제가 등장했다?!


지난 7월 29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운영체제(OS) ‘윈도우10’이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 출시됐다. 윈도우7 이상 사용자에 대해 1년간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윈도우10은 윈도우 최초의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윈도우10은 DVD와 같은 광학미디어 대신 USB 메모리스틱에 담기거나 다운로드 형태로 판매된다. 1년의 무료 업그레이드 기간이 지나면 개인 사용자 기준으로 17만~32만 원 정도의 가격에 구입해야 한다. 

MS가 2년 내에 10억 개의 기기에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운 윈도우10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의 윈도우’라는 캐치프레이즈 속에 숨어 있다. MS가 8월 10일부터 배포하기 시작한 ‘윈도우10 IoT 코어’란 플랫폼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플랫폼은 사물인터넷용 윈도우로서, ‘라즈베리파이2’와 ‘미노보드 맥스’ 등의 컴퓨팅 보드에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라즈베리파이는 영국의 라즈베리파이재단이 기초 컴퓨터 교육을 위해 출시한 제품이며, 미노보드 맥스는 인텔사의 오픈소스 싱글 컴퓨팅 보드다. 
 

사진 1. 윈도우10의 스크린샷(출처: MS)



사물인터넷이란 생활 속 사물들이 유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돼 정보를 공유하는 환경으로, 2020년에는 약 1400조원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미래의 유망 기술이다. 윈도우10 IoT 코어는 싱글 보드 컴퓨터가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소 250MB 램과 2GB의 저장용량만 있으면 윈도우10 IoT 코어를 통해 사물인터넷 구현이 가능하다. 다양한 오픈소스 개발도구를 윈도우10 앱 개발에 활용할 수 있으므로 윈도우10 IoT 코어는 사물인터넷 기술 개발의 문턱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MS는 지난 4월 말에 개최한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IT 관련 기자 및 개발자들에게 홀로렌즈(Hololens)를 직접 체험하는 공개 시연 자리를 마련했다. 홀로렌즈란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처럼 머리에 쓰는 기기로서, 우리가 보는 환경에다 홀로그램을 입히는 일종의 증강현실 형태의 장치다. 미래 유망 기술로 꼽히는 홀로렌즈는 비디오게임에서부터 설계, 교육, 컴퓨터 아키텍처와 같은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될 수 있다. MS의 홀로렌즈는 윈도우10을 운영체제로 사용하므로 PC와 호환이 자유롭다. 즉, MS가 윈도우10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하나의 윈도우’ 전략과 이어지는 셈이다.공개 시연 당시 이미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추정돼 윈도우10과 함께 출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MS는 홀로렌즈의 첫 번째 개발자 버전을 내년 중으로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 MS의 홀로렌즈 영상은 아래 주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ThCr0PsyuA&feature=youtu.be 

 

사진 2.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 홀로그램을 구현하고 있는 장면
(출처: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사진 3. MS에서 공개한 홀로렌즈 시연 영상 캡처
(출처: MS)



이처럼 미래 유망 기술들의 선점에 대비하고 있는 윈도우10은 PC, 태블릿,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에 상관없이 하나의 운영체제로 사용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MS가 개발한 가정용 게임기인 엑스박스(Xbox)를 비롯해 MS의 모든 하드웨어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각각의 플랫폼에 원코어라는 공통된 핵심 모듈을 사용한 덕분에 유니버셜 앱으로 개발된 이것은 PC, 스마트폰, 사물인터넷 등 어떤 종류의 디바이스에서도 동작한다. 플랫폼별로 앱을 따로 개발할 필요가 없다. 즉, PC 소프트웨어와 스토어 애플리케이션 간의 경계를 무너뜨린 것이다. 

또한 PC로 사용할 때나 태블릿과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로 사용하건 간에 ‘컨티뉴엄’ 기능을 통해 화면을 자동으로 최적화해준다. 예를 들어 PC에서 사용하다 태블릿으로 가면 창이 저절로 풀 스크린으로 전환되며, 다시 PC로 사용하면 하단의 바와 창이 부활하게 된다. 최근에 출시된 컨버터블 방식의 경우 태블릿처럼 생긴 본체에 키보드를 마음대로 붙이고 뗄 수 있다. 윈도우10을 사용하게 되면 키보드를 붙일 경우 데스크톱 모드로 작동하고, 키보드를 떼면 자동으로 태블릿 모드로 바뀌면서 터치 인터페이스 기반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의 윈도우로 여러 디바이스를 사용하려면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사물인터넷의 경우 개인의 보안이 뚫릴 경우 복잡한 사고로 발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MS는 윈도우10에 ‘헬로 윈도우(Hello Windows)’란 새로운 보안 방식을 추가했다. MS 패스포트 기반의 기술을 활용한 헬로 윈도우는 지문이나 얼굴, 홍채와 같은 사용자의 생체 정보를 활용해 PC 로그인 및 스토어 앱 아이템 구매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이 같은 개인 정보는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 암호화돼 디바이스 내의 보안 폴더에 저장되므로 네트워크로 전송되지 않는다. 

얼굴 인식 기능을 사용할 경우 디바이스에 장착된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면 1~2초 내에 로그인 된다. 특히 적외선 및 레이저 센서를 활용한 카메라를 통해 사람 피부의 열, 굴곡까지 인식하므로 사진을 이용한 로그인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얼굴을 좌우로 흔들어야 로그인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옵션도 설정에서 추가할 수 있다. 이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선 적외선 및 레이저 센서 등이 내장된 화상 카메라가 있어야 한다. 

윈도우10이 이전 버전과 차별화된 또 다른 특징은 ‘코타나’와 새로운 인터넷 브라우저인 ‘엣지’다. 코타나는 애플의 시리, 구글의 나우, 삼성의 S보이스와 비슷한 음성 인식 개인 비서 시스템이다. 윈도우10의 코타나는 단순한 음성인식 엔진이 아니라 개인의 위치정보, 일정, 취향 등을 고려해 대답을 다르게 한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 근처에 가면 계란을 사라고 알려줘”라든가 “파워포인트 중 IoT 키워드가 쓰인 파일을 찾아줘” 등의 명령을 처리해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코타나는 아직 한국어 지원이 되지 않는다. 

윈도우10의 기본 브라우저인 엣지는 웹노트 기능이 있어서 웹페이지에서 사용자가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작성할 수 있다. 따라서 펜이 제공되는 디바이스를 사용할 경우 자기 마음에 드는 내용을 웹 화면에 표시한 다음 이메일 등으로 다른 사용자와 쉽게 공유할 수 있다. 또한 개인 비서인 코타나와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모바일 시대를 위한 변화를 선택했으나, 그리 널리 보급되지 않은 윈도우8의 실패를 딛고 다시 미래 유망 기술을 겨냥한 윈도우10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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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한증, 보톡스로 치료한다!


내리쬐는 햇볕에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나는 여름이다. 일반적으로 땀은 건강하다는 증거다. 우리 몸은 체온이 오르면 일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땀을 배출해 체온을 떨어뜨린다. 이 때 콜레스테롤, 지방, 젖산과 같은 노폐물도 몸 밖으로 나오면서 우리 몸의 순환에도 도움을 준다. 

오히려 너무 땀을 흘리지 않으면 체온 조절이 어려워져 무더위에 일사병에 걸리기 쉽고 노폐물 배출도 잘 이뤄지지 않아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 땀 너무 많이 나도 문제 

하지만 땀이 너무 많이 나도 문제다. 체내 전해질 균형이 깨질 뿐 아니라 습진이나 무좀, 피부염에 걸릴 수 있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손에 땀이 나 악수하기가 부담스럽거나 겨드랑이 부분이 흥건히 젖는 일로 난감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땀이 심하게 나는 경우, 손잡이를 잡을 때 미끄럽다고 느끼기도 하는데 특히 전기기구나 금속, 섬유를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은 작업에 있어서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를 질병으로 접근하면 다한증이라 하는데, 정확한 진단 기준은 없지만 땀이 많이 나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다한증이라 할 수 있다. 다한증 환자는 특히 여름이 괴롭다. 땀 배출량이 많아지면서 땀 냄새도 많이 나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는 200~400만 개의 땀샘이 있다. 이 중 겨드랑이와 배꼽 등에 분포해 있는 아포크린샘은 중성지방, 콜레스테롤이 함유된 땀을 배출하는데 피부의 세균이 이를 지방산과 암모니아로 분해하면서 냄새를 유발시킨다. 최근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겨드랑이에서 에크린 땀샘과 아포크린 땀샘의 기능을 함께 갖고 있는 아포에크린 땀샘을 발견했는데, 겨드랑이 다한증과 땀 냄새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한증은 몸 전체보다 특정 부위만 땀이 많이 나는 경우가 많다. 다한증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부위는 손바닥과 발바닥, 이마와 콧등 그리고 겨드랑이나 허벅지가 시작되는 부위, 팔과 다리의 접합 부위 등 접히는 부분이다. 가족력은 25~30%로 보통 사춘기를 전후로 증상이 나타나 자연적으로 호전되기도 하지만 50~60대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리적인 영향이 큰 질환이기도 하다. 긴장하면 손이나 발에 땀이 나는 데 다한증 환자는 긴장된 상황에 보통사람보다 자극을 더 크게 받는 것. 따라서 정신적인 원인이 큰 환자의 경우 낯선 사람과 마주하거나 악수를 할 때, 악기를 다룰 때, 시험을 볼 때 증상의 정도가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신에 땀이 많이 나는 환자의 경우 대게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결핵은 밤에 땀을 특히 많이 흘리게 하고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당뇨와 같은 내분비 질환도 다한증을 유발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8월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년 1만 명 이상(1만 2천 542명)이 다한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 기준이 아직 없고 불편을 느껴도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을 고려한다면 전체 인구의 최소 0.6%에서 4.6%가 다한증을 겪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자 나이 통계를 보면 20대가 진료인원의 29.6%로 가장 비중이 높고 이어 10대가 24.2%, 30대가 15.9%로 10~30대가 69.7%를 차지했다. 나이와 성별을 모두 고려하면 20대 남성이 2천 157명으로 전체의 17.2%를 차지했다 

■ 다한증은 뇌의 탓? 

다한증의 1차적 원인은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과다 분비다. 아세틸콜린은 자율신경계인 교감과 부교감신경에서 분비하는 물질로 땀 분비를 조절하는데, 아세틸콜린이 많이 분비되면서 땀 분비도 늘어나는 것.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다한증 환자를 관찰한 결과, 교감신경이나 땀샘 자체에는 조직학적으로 이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정신적인 자극에 대해 피부의 교감신경계가 과하게 활성화되면서 땀샘이 자극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뇌의 시상하부 이상에 따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치료는 가능하다. 간단하게는 염화알루미늄 제제의 약을 쓸 수 있는데, 땀이 많이 나는 부위를 씻은 뒤 물기가 마른 상태에서 약을 2~3회 바르는 방법이다. 간단하지만 효과가 일시적이고 효과의 정도도 사람마다 차이가 큰 편이라는 단점이 있다. 전신성 다한증의 경우 온 몸에 작용하는 항콜린성 약물(옥시부타닌, 프로판테린 등)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시야가 흐려지거나 저혈압, 고열, 심계항진 등 부작용과 합병증이 심각한 경우가 많아 흔히 사용하지는 않는다. 

보톡스를 이용해 다한증을 치료하기도 한다. 보톡스는 A~G까지 7가지 형태가 있는데 다한증에는 A를 사용한다. 땀이 많이 나는 부위 피부에 주사를 하면, 에크린 땀샘에 분포하는 교감신경의 말단부에 작용해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억제시킨다. 효과는 8~9개월로 겨드랑이 다한증의 경우 90% 이상에서 효과가 난다. 다만 비용이 비싸고 주사한 부위의 통증이 평균 2일에서 길게는 10일까지 지속된다는 단점이 있다. 

■ 신경을 차단해 땀 분비를 억제한다 

최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흉강 내시경을 이용한 흉부교감신경차단술이다. 자율신경계의 하나인 교감신경계는 평활근과 심근, 땀샘과 같은 다양한 분비선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교감신경 사슬은 목 부분에서 시작해 양쪽 척추를 타고 내려와 2번 요추부위까지 이어지는 신경구조물이다. 이 시술은 흉강 내 존재하는 흉부 교감신경을 끊어주거나 잘라내는 등의 차단술을 통해 다한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직경 2mm의 흉강경을 이용하기 때문에 흉터가 적고 시술시간도 30~40분으로 짧은데다 영구적인 효과를 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치명적인 합병증은 드물지만 보상성다한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손이나 겨드랑이, 얼굴 등에서 나던 땀이 몸통이나 허벅지 등으로 옮겨가는 경우를 보상성다한증이라고 하는데, 시술 전에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물리적으로 땀샘을 막는 방법도 있다. 땀이 많이 나는 부위를 전해질 용액에 담근 상태에서 15~18mA의 전류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한 번에 20분씩 1주일에 여러 차례 시행하는데, 물리적으로 땀구멍을 막아 땀 분비량을 조절한다.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다한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바로 재발하는 단점이 있고 겨드랑이와 같이 물에 담그기 힘든 부분은 치료가 어렵다.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보통 다한증 환자는 땀이 많이 난다는 이유로 운동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운동으로 땀을 흘리면 체온이 떨어지면서 땀 분비가 정상화된다. 또 카페인 음료와 맵고 짠 음식은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삼가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고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는 것도 좋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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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로 잠을 잊은 그대에게

# 2040년 8월 21일 

“여러분, 오늘은 폭염 경보 31일째입니다. 열대야도 19일째 계속되고 있네요. 폭염 위기 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 있죠? 낮 동안은 밖에 나가지 않아요. 실내 온도가 35도 이상일 때 집에서 냉방 장치를 쓸 수 없으면 가까운 무더위 쉼터로 대피해요.” 

“집에 가면 바로 닦고 무더위 예방 음료를 마셔요!” 

유치원 때부터 폭염 대비 교육을 단단히 받아온 아이들이 입을 모아 대답한다. 낮 최고 기온이 38도를 넘나드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밤 최저 기온.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규정된 열대야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지난 이틀은 초열대야라 부르는 30도에 육박했다. 입추도, 말복도 지났으니 이제 한풀 꺾이려나 기대하고 있지만 절기가 무용지물이 된 지 벌써 오래다. 학사 일정대로 개학을 했지만 여름방학을 9월까지로 연장해야 한다든가 다음 주까지 폭염이 계속되면 임시 휴교를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는 마당이다. 

“선생님, 열대야는 언제 끝나요?” 

“글쎄요. 작년에는 26일 만에 끝났으니까, 올해도 비슷하겠지요. 다음 주면 시원한 바람이 불거예요.” 

대답을 하면서도 확신할 수 없다. 폭염과 열대야 지속 일수는 매년 눈덩이처럼 늘어만 가고 있다. 30년 전,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한 여름 낮 공원의 바닥분수는 첨벙거리며 뛰어든 아이들로 북새통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폭염 기간 오후 12시~5시는 허가 받은 긴급 업무자를 제외하면 야외활동 자체가 금지돼 있다. 폭염 사망자가 200명을 넘은 2036년 이후 단행된 조치다. 도시의 낮은 에어컨 냉각기 소리만 윙윙거릴 뿐 적막 그 자체다. 그리고 밤은 제대로 잘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함께 찾아온다. 

*** 

보통 사람들이 몸으로 느낄 정도로 한반도의 여름은 더 덥고, 길어지고 있다. 여름의 지속기간은 13~17일 가량 늘어났고, 겨울은 줄고 있다. 한반도의 기온 상승폭은 세계 평균에 비해서도 높다. 특히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6대 도시 평균 기온 상승폭은 세계 평균의 2배 수준이다. 폭염경보와 폭염주의보와 같은 폭염 특보가 발령된 횟수도 급격히 늘고 있다. 2009년 365회에서 2013년엔 724회였다. 

한 여름, 사람들의 관심은 오늘 최고 기온은 얼마냐에 모아진다. 그런데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일 최저기온’이야말로 폭염과 열대야를 이해할 열쇠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폭염일수는 11.2일, 열대야 일수는 5.3일이었다. 이에 비해 최근 5년은 폭염일수는 12.7일, 열대야 일수는 9.7일로 늘었다. 열대야 일수의 증가폭이 더 크다. 부산대 하경자 대기환경과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908년부터 2008년까지 100년간 서울의 7월 일 평균기온은 0.6도 증가했으나, 일 최저기온은 1.4도가 올랐다. 한낮의 기온보다 밤의 기온이 더 빠르게 오르는 추세다. 한반도는 더 많이 달궈지고, 덜 식고 있다. 

기상청 기후변화정보센터가 낸 한반도기후변화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후반 한반도의 폭염일수는 17.9일에서 최대 40.4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열대야 역시 지금보다 13배 늘어난 37.2일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2001년부터 2010년 서울의 열대야는 평균 8.2일. 연구자들의 예측대로 매 10년마다 열대야가 8.06일씩 증가한다면 2100년에는 서울의 열대야 수는 무려 1년에 70일에 이르게 된다. 1년에 2달 이상 열대야가 지속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열대야는 낮 기온이 섭씨 30도 이상이고 밤의 최저 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날을 말한다. 낮에 뜨거운 태양열을 받아 달궈진 지표는 밤이 되면 복사열을 방출한다. 대기 중의 습도가 높으면 이 복사열을 흡수해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다. 반면 사막의 경우 한낮에는 한반도보다 훨씬 더 달궈지지만 밤이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습도가 낮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된 상태에서 열대야가 나타난다.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 열대야는 더 지독해질 것이다. 게다가 열대야는 공기의 흐름이 둔한 내륙,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특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문제다. 이산화탄소가 대기 밖으로 방출시켜야 할 열기를 붙잡아두는 열섬 현상은 도시의 열대야를 부추긴다. 폭염 피해는 발생한 날의 수 보다 지속일수에 좌우되는데, 열대야는 폭염의 지속일수를 늘리는데 영향을 준다. 

더위에 우리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 우리 몸은 더우면 열을 방출해 정상 체온을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신체 내부의 열을 제대로 방출하지 못해 열사병이 발생할 수 있다. 폭염 속에서 야외활동을 하면 보통 속도로 30분을 걸어도 100m 달리기를 한 뒤와 같은 심박수가 나타날 수 있다. 한낮의 기온이 33도라도 그늘 없이 땡볕에서 밭매기를 했다면 신체는 45도의 사우나에 있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된다. 지진, 홍수, 태풍과는 달리 폭염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에 더 위협적이다. 

열대야 상황에서는 수면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열대야가 발생하는 날은 대체로 습도가 높아 불쾌지수도 함께 높아진다. 건강한 사람도 신경이 예민해지기 일쑤. 쾌적한 수면 온도는 18도~20도인데, 밤 기온이 25도가 넘으면 내장의 열을 외부로 발산하기 어렵고, 체내의 온도 조절 중추가 각성된 상태를 유지하므로 깊은 잠을 자기 어렵다. 수면 장애는 노약자나 심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자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또 수면이 부족하면 낮 동안에 졸음이 몰려와 각종 사고의 원인이 된다. 

극심한 폭염과 열대야는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협한다. 올해의 무더위가 한풀 꺾였다고 안심하고 잊을 일이 아니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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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코보다 코끼리 코!


현존하는 지상 최대의 동물인 코끼리는 이름처럼 코가 가장 긴 동물이다. 코라고 부르지만, 사실 윗입술과 코가 합쳐진 기관이다. 무려 15만 개의 근육으로 이뤄져 있어서 수백kg 이상을 들어 올릴 수 있다. 인터넷에는 성난 코끼리가 코로 나뭇가지를 잡고 흔들거나 던져서 사나운 맹수를 퇴치하는 동영상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그래서 코끼리에게는 (인간을 제외하고는) 천적이 없다. 

■ 후각 수용체 유전자가 개의 2배, 사람의 5배 

최근 과학자들은 코끼리 코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한 가지 밝혀냈다. 일본 도쿄대 응용생화학과 니무라 요시히토 교수팀은 아프리카코끼리를 비롯해 오랑우탄, 쥐, 개 등 포유동물 13종의 후각 수용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OR유전자, Olfactory Receptor)를 비교했다. 놀랍게도 아프리카코끼리에게 약 2,000개에 달하는 OR유전자가 있었다. 냄새를 잘 맡기로 유명한 개보다 2배 이상 많은 숫자였다. 유인원과 인간에 비하면 5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동물의 후각 능력은 OR유전자의 수와 밀접한 상관이 있다. OR유전자가 많으면 훨씬 더 다양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린다 벅 교수는 2004년 냄새분자와 코 안에 있는 후각 수용체 단백질이 마치 열쇠와 자물쇠처럼 짝이 맞으면 뇌로 신호를 보내 냄새를 인지한다는 후각 메커니즘을 제안했다. 냄새분자가 수용체와 결합하는 패턴으로 어떤 냄새인지 인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냄새를 맡으려면 다양한 후각 수용체 단백질이 필요하다. 즉, 이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OR유전자가 많아야 한다. OR유전자는 재조합 기능이 없어서 유전자 하나가 화학물질 하나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야생코끼리의 후각이 뛰어나다는 건 일찌감치 밝혀진 사실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았을 뿐이다. 2007년 11월 의학 전문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는 아프리카코끼리가 먼발치에서 코만 한 번 벌름거려도 위협적인 부족과 그렇지 않은 부족을 구별해낸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실렸다. 영국 세인드앤드루스대의 진화심리학자 리처드 바이른 교수는 아프리카 케냐 지방에 사는 야생코끼리들이 그 지역에 사는 마사이족 사람에게만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보고를 받았다. 물론 마사이족은 종종 코끼리를 사냥해 왔기 때문에 코끼리가 공격하는 게 당연했는데, 흥미로운 건 그 다음이었다. 마사이족이 아닌 다른 사람일 경우에는 바로 눈앞에서 코끼리에게 뾰족한 창을 휘둘러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 사냥하는 부족 농사짓는 부족, 냄새로 구별한다 

연구팀은 다양한 행동 실험을 통해 아프리카코끼리가 마사이족의 빨간 옷과 고유의 사냥 자세를 구별할 줄 안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후각으로도 마사이족을 구분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마사이족 사람과 다른 부족 사람이 입었던, 같은 색상의 옷을 코끼리에게 주고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마사이족 옷에만 난폭한 행동을 보였다. 

바이른 교수팀은 3개월 뒤인 2008년 2월, 코끼리들이 가족 구성원이 매일 어디에 있는지를 그들의 소변 냄새로 파악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야생코끼리는 거대한 모계 가족을 이뤄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함께 여행하면서 먹을 것을 구하고 서로를 보호해준다. 각 코끼리는 더 작은 무리로 나눠지거나 혼자 무리에서 떨어지더라도 서로 지나간 경로를 파악하면서 따라가야 한다. 이 때 후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케냐 암보셀리 국립공원의 땅바닥에서 코끼리 소변 샘플을 모았다. 소변의 주인공은 가족 구성원이 아닐 수도 있고, 무리의 선두에 있거나 한참 뒤처져 있을 수도 있었다. 연구팀은 소변 샘플의 냄새를 코끼리들에게 맡도록 하고 얼마나 많은 코끼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관심을 보이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가족 구성원이 아니거나 이미 앞서간 코끼리의 소변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반면, 뒤에서 걷고 있는 코끼리의 소변 냄새에는 오랫동안 관심을 보였다. 자기보다 뒤에 있는 코끼리의 소변 냄새가 난다는 게 이상했던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행동으로부터 코끼리가 가족 구성원이 누구인지, 또 자신의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아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코끼리의 후각은 얼마나 뛰어날까. 스웨덴 린셰핑대 생물학과 마티아스 라스카 교수팀은 아시아 코끼리 세 마리를 대상으로 후각능력이 얼마나 정밀한지 연구한 결과를 2012년 12월 학술지 ‘화학감각(Chemical Senses)’에 발표했다. 원소의 종류나 위치가 한두 개 정도만 달라 화학구조가 매우 비슷한 냄새 분자 2개를 각 통로에 흘린 뒤, 먹이가 있는 곳의 냄새를 맞출 수 있는지 시험했다. 그 결과, 코끼리는 실험에 쓰인 총 12쌍의 냄새 분자를 높은 확률로 구별했다. 같은 테스트를 받은 원숭이나 물개, 꿀벌, 사람보다 훨씬 나은 성적이었다. 

■ 후각은 생존환경에 따라 퇴화하기도 발달하기도 

원래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의 조상들은 지구에 처음 등장했을 때 후각 수용체 수가 비슷했다. 그런데, 왜 후손들의 후각 능력은 달라진 걸까. 그리고 코끼리의 후각 능력은 왜 이토록 뛰어난 걸까. 요시히토 교수팀은 최신 컴퓨터 기법을 통해 후각 수용체 유전자, 즉 OR유전자의 진화 역사도 추적했다. 1만 가지 종류의 OR유전자를 연구한 결과, 13종의 포유동물이 공유한 것은 겨우 3개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어떤 원시 유전자는 코끼리에서 84개의 유전자로 확장된 데 비해, 인간과 유인원에서는 유전자 1개로 남아 있었다. 

왜 이렇게 진화했는지는 아직까지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생존환경에 따라 필요 없는 수용체(유전자)는 퇴화하고 필요한 수용체는 늘어났을 것이다. 요시히토 교수는 “영장류 같은 고등 동물일수록 시각 정보에 의존하기 때문에 OR유전자가 퇴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인간의 후각 수용체는 절반으로 줄어든 데 비해 쥐나 코끼리에서는 늘어났다는 사실이 왠지 서글프게 다가온다. 코끼리에게 탁월한 후각능력이 필요했다는 건 그만큼 코끼리가 살기 어려웠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글 : 우아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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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의 제왕, 천연두가 박멸하기까지

가뭄과 역병은 역사적으로 큰 위기다. 한 나라가 망하기도 하고, 전쟁에서 패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라가 망하는 원인을 딱 한 가지로 속단할 순 없지만, 기근(饑饉, 흉년으로 양식이 모자라 굶주리는 현상)은 명나라를 멸망에 이른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 메르스라는 전염병과 극심한 가뭄으로 큰 위기를 겪기도 했다. 

조선시대 후기, 한반도에는 전염성이 강하고 사망률도 높은 병이 창궐했다. 바로 천연두였다. 전염병의 제왕이라고도 불리는 천연두는 19세기 후반까지 한반도에 남아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갔다. 당시 한의학을 공부하고 있던 지석영(1855~1935)은 천연두의 창궐로 한의학의 한계를 몸소 경험했고, 서양에서 실시하고 있는 종두법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 전염병의 제왕, 천연두 

천연두(天然痘, smallpox)는 두창(痘瘡), 포창(疱瘡)이라고도 하고 속칭으로 마마(媽媽) 또는 손님이라고도 부른다. 천연두는 19세기 영국 의사인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가 우두접종법을 발견하기 전까지 대유행을 되풀이하며 많은 사망자를 냈다.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천연두는 고열과 함께 전신에 발진이 나타났다. 조선시대 후기에 만연했던 여러 가지 전염병 중 감염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2주 정도를 버티면 흉터를 남기고 사라지지만 2주를 버티기 힘들었고, 낫더라도 흉한 곰보 자국을 남겼다. 

천연두는 인류 최초의 전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천연두로 3억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천연두가 발생했던 시기를 추정해 보자면,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1157년에 사망한 람세스 5세 파라오의 미이라 피부에서 천연두 발진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람세스 5세가 살았던 시기에도 천연두가 유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루이 15세, 스페인의 루이스 1세, 러시아의 페트리아 1세와 같은 한 나라의 군주도 천연두의 위력 앞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16세기 초 에스파냐의 아즈텍 정복 전쟁에서 천연두는 특히 맹위를 떨쳤다. 당시 에스파냐의 군대는 약 600명뿐이었다. 하지만 아즈텍 원주민은 에스파냐 군대보다 30배가 넘었다. 에스파냐 군대는 자신들보다 30배나 많은 아즈텍 원주민을 이길 수가 없었으나, 에스파냐 군대에 섞여 있던 노예로부터 괴질이 퍼졌다. 이 괴질은 순식간에 주변지역을 휩쓸었고, 면역이 없던 아즈텍 원주민은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갔다. 이 괴질은 나중에 천연두로 밝혀졌다. 

우리나라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당시 1만 명 이상이 천연두로 사망했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전 세계 31개 국가에서 풍토병으로 남아 있었으나 예방접종을 실시하면서, 마침내 세계보건기구(WHO)는 1980년에 천연두 멸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그 이후에는 천연두 예방접종을 권장하지 않았고, 1993년 이후에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 우리나라에 우두법을 보급한 지석영 

지석영은 우리나라에 우두법을 본격적으로 보급한 인물이다. 가난한 양반 가문에서 태어난 지석영은 한의학자들과 친분이 두터웠던 아버지 덕분에 한의사인 박영선에게 한학과 의학을 배울 수 있었다. 종두법의 하나인 우두법에 대해 처음 접한 것도 스승인 박영선을 통해서였다. 박영선은 수신사로 일본에 다녀오면서 우두종두법에 대한 <종두귀감>이라는 책을 가져와, 이를 토대로 제자들에게 강의했다. 지석영도 그 제자들 중에 한 명이었다. <종두귀감>을 읽고 강의를 들었지만 부족하다고 느낀 지석영은 20일을 걸어서 부산으로 내려갔다. 부산의 한 의원의 군의관이 종두법에 대해 알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지석영의 열정에 감동한 군의관이 약 두 달간 종두법을 가르쳐줬다. 여기서 가져온 두묘(痘苗, 두창에 걸린 소에서 뽑아낸 유백색의 우장(牛漿). 천연두 백신의 원료로 사용 함)와 종두침, 접종 기구를 들고 돌아온 지석영은 자신의 어린 처남에게 첫 종두를 접종했다. 그리고 그 마을 어린이 40여 명에게 접종했고,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우두 접종이었다. 결과는 성공이었지만, 부산에서 가져온 두묘는 곧 바닥을 드러냈고,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접종하기 위해서는 두묘 제조기술이 필요했다. 

지석영은 1880년 김홍집이 수신사로 일본에 갈 때 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하게 됐고, 가서 우두술과 관련된 모든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 왔다. 귀국한 후에는 서울에 종두장을 차렸고, 본격적으로 우두접종사업을 시작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천연두가 멸종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후, 지석영은 우두접종을 의무실시 했고, 전라도나 충청도에도 우두국을 설치해 종두법을 가르쳤다. 1890년대 후반 독립협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글 연구에 힘을 쏟기도 했다. 1907년에는 한글 연구를 위해 국문연구소를 설립했다. 하지만, 친일개화정권 당시의 친일 행적은 지석영의 일생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일본어에 능통했던 지석영은 동학농민운동을 진압하기 위해 들어온 일본군의 통역과 길 안내를 도맡기도 했다. 

■ 천연두를 몰아내기 위해 지석영만 노력했다?! 

지석영은 천연두를 몰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지석영만 그런 노력을 하지는 않았다. 천연두의 예방접종에는 두 가지가 있다. 지석영이 도입했다는 우두법이 그 중 하나고, 나머지 하나는 인두법이다. 인두법이란 천연두 환자에게서 시료를 얻어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접종해 천연두에 대한 면역을 얻게 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인두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었다고 한다. 

인두법에는 환자의 옷을 입거나, 고름이나 딱지를 가루로 만들어 코로 흡입하는 방법 등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가루를 코로 흡입하는 방법을 시행됐다. 하지만, 천연두 환자에게서 시료를 채취하는 방법이 쉽지가 않았다. 오히려 시료를 채취하려는 한의사가 감염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오랜 시간 지나면서 인두법은 노하우가 쌓이게 됐고, 천연두의 예방 접종으로 널리 보급됐다. 

정약용은 지석영이 도입했다는 우두법의 존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본인이 어렸을 때, 천연두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기 때문에 종두법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그가 직접 우두법을 시행했다는 설도 있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정약용은 천연두에 관심이 높아 인두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고, 우두법에 대해서도 소개한 인물이다. 지석영만 천연두와 싸워온 사람으로 추대하기에는 억울한 사람이 많다.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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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토시와 쿨매트로 여름을 시원하게!


유난히 땀이 많은 과학 씨, 올 여름 ‘냉장고’ 셔츠를 한 벌 장만하기로 했다. 살얼음이 날리고 소름이 돋는 광고 영상에 혹했다. 땀이 날수록 시원해진다니 나를 위해 준비된 옷이 아닌가! 기능성 의류를 파는 매장 몇 곳을 돌아다니던 과학 씨는 머리가 지끈지끈해졌다. 

“프린트된 버추얼 아이스큐브가 냉장 효과를….” 
“쿨링 도트가 삽입돼 수분이 빠르게….” 
“아스킨 소재로 자외선 차단 효과가….” 
“아이스필과 메쉬를 믹스한 아이템으로….” 

기능성 의류는 ‘고어텍스’ 하나만 알면 OK이던 때가 그리웠다. 아이스와 쿨을 강조하는 설명을 들은 탓인지, 그저 빵빵한 에어컨 덕분인지 옷감에선 서늘한 느낌이 감돌았다. 그래도 옷인데 입으면 더 덥지, 시원할 리가 있을까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이게 진짜 효과가 있는 겁니까?” 
“시원해서 좋다고 또 사러 오는 분들도 많고, 요즘 제일 인기 있는 상품이에요.” 
“시원하면 얼마나, 어떻게 시원하다는 건지, 인증마크 같은 건 없나요?” 

*** 

올 여름 아웃도어, 스포츠 의류 시장은 그야말로 냉전(冷戰)이다. 더 ‘시원하게!’를 외치며 앞 다투어 제품을 내놓고 광고에 열을 올린다. 사용했다는 소재며 기법이 제각각이라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업체별로 개발해 홍보하는 터라 기능성을 입증할 만한 공통의 수치나 테스트 결과도 없다. 선전은 요란한데 제품을 선택할 기준은 쉽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매년 심해지는 무더위에 냉감(冷疳) 소재에 관한 특허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06년까지는 한 해 1~2건에 불과하던 특허출원이 최근 몇 년 간은 한해 9건 정도 늘었고, 분야도 의류와 원단 외에 매트, 방석, 모자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한다. 

냉감 원단은 땀 흡수가 빠르고, 금방 마르며, 바람이 잘 통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냉감 섬유로 쿨맥스(Coolmax)가 있다. 섬유 단면이 직사각형이라 단면이 둥근 일반 섬유보다 습기를 빠르게 배출한다. 새로 주목받는 소재 중 하나인 아스킨(Askin)은 독특한 횡단면 구조를 지닌 폴리에스터 섬유다. 피부와의 접촉면이 넓어 열을 빠르게 방출하고 빨리 마르는 특성에 자외선 차단 기능까지 갖춰 스포츠 의류와 수영복 외에도 커튼 등의 생활용품 소재로 쓰인다. 

주위 열을 흡수하는 열흡수성 냉감 소재도 있다. 상변환물질(Phase Change Material, PCM)이라 불리는 것으로 상온에서는 고체로 존재하다 주변 온도가 오르면 형태가 변하면서 열을 흡수하며 녹는 성질이 있다. 주변 온도가 대략 28℃를 넘으면 열을 흡수해 녹기 시작한다. 1988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복을 위해 처음 개발됐다. ‘쿨매트’와 ‘쿨토시’ 등도 이 소재를 이용한다. 이 소재를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캡슐로 만들어 의류에 삽입하는 제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의류 외에도 방열이 필요한 전자제품이나 벽지 등 활용도가 다양하다. 

쿨토시의 기본적인 원리는 기화열이다. 기화열이란 액체가 증발하면서 기체가 될 때, 표면의 열을 가져가는 것이다. 뜨거운 여름날, 마당에 물을 뿌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뿌려놓은 물이 마를 때, 기체로 변하면서 주위의 열을 흡수하면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쿨토시도 안의 땀이 마르면서 기체로 변하는데, 이 때 열을 흡수하면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쿨매트는 상변환물질의 성질을 이용한 냉각젤에 의한 것이다. 흡열과 발열을 조절하는 냉각젤로 만들어져, 체온이 닿으면 열을 흡수하면서 온도가 내려가는 것이다. 일정시간(보통 1시간)이 지나면 냉각젤의 냉기가 소진돼 시원함이 떨어진다. 

그밖에도 업체마다 개발한 새로운 제품들이 저마다의 이름을 달고 ‘쿨한’ 춘추전국을 이루고 있다. 냉감 소재에도 천하통일이 이뤄질 수 있을까? SF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계절과 날씨에 상관없이 1년 내내 한 벌로 버티려면 더울 때는 시원하게, 추울 때는 따뜻하게 해줄 만능 온도조절 의류가 필요하다. 

미국 메사추세스공과대학(MIT) 대학원생인 크란티 키란 비스타쿨라가 개발한 옷에서 그런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비스타쿨라는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 냉각 장치에 사용되는 ‘펠티에 효과’를 이용해 의류를 개발했다. 펠티에 효과는 두 종류의 금속 접합부에 전기가 흐를 때 한 쪽은 온도가 올라가고 한 쪽은 내려가는 현상이다. 비스타쿨라는 별도의 냉각팬 없이 초소형 장치로 0~100℃까지 4단계 온도 조절이 가능한 의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 하이데라바드 지역에 다마이노베이션(Dhama Innovations)이라는 회사를 차리고 의류와 의료기기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은 미래의 의류를 찾기 위한 놀라운 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사하라 사막의 연평균 온도는 대략 27℃지만, 여름철 한낮에는 50℃까지 치솟는다. 이곳에 사는 사하라 은색 개미는 최대 53.6℃의 온도를 견딜 수 있다. 10mm 정도의 몸은 미세한 털로 덮여 있는데, 삼각형으로 된 독특한 단면의 털은 태양빛을 반사할 뿐 아니라 이미 흡수한 열도 방출하는 기능이 있다. 한편 고려대학교 윤석구 교수 연구팀은 2014년 호주에 사는 악마가시 도마뱀의 피부에서 영감을 얻어 소형 전자 기기의 방열필름을 디자인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구 기온의 상승과 전자기기 소형화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냉각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건물 지붕에서 차량, 대규모 공업단지에서 초소형 전자기기까지 더 시원해져야 한다는 게 화두다. 우리 몸을 둘러싼 것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불, 옷, 모자, 신발에서 피부에 직접 닿는 화장품까지 ‘쿨’과 ‘아이스’를 내세운 상품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 해도 선뜻 혹할 만큼, 지금은 무더운 여름이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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