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의 과학] 바다에서 피로회복제를 찾다, 주꾸미!

 

먹는 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죠. 모두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요즘 트렌드는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입니다. 그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는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메인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대중의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에 다양한 요리법이나 영양소에 대한 내용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COOKING의 과학]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매월 제철 음식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영양소도 함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나른한 봄이면 봄나물과 같은 채소류 이외에도, 봄이 제철인 주꾸미도 피로회복에 매우 좋은 식재료다. 보통 쭈꾸미라고들 많이 부르지만 표준어는 주꾸미다. 한자어로는 구부린다는 뜻의 ‘준(蹲)’자를 써서 준어(蹲魚), 속명은 죽금어(竹今魚)라고 한다. 추측하건대 죽금어가 주꾸미가 된 듯하지만, 주꾸미를 한자어로 죽금어로 썼을 수도 있다. 조선시대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낙지가 보양에 좋은 식재료로 나오지만 주꾸미도 등장한다. “크기는 4∼5치에 지나지 않고 모양은 문어와 비슷하나 다리가 짧고 몸이 겨우 문어의 반 정도이다.”라고 해 주꾸미가 문어가족임을 알려주고 있다. 

주꾸미가 제대로 대접을 받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주꾸미는 보릿고개 시절에는 해안가 사람들에게 구황식품의 역할을 했고, 이후 주로 남해안이나 서해안에서 맛을 아는 사람들이 낙지대신으로 즐겨 먹었다. 그런데 지금은 ‘봄 주꾸미, 가을 낙지’ 라고 한다. 원래는 ’봄 도다리, 가을 낙지‘ 라고 하던 것이 변했다. 그러니까 낙지의 대체품이던 주꾸미의 지위가 급상승한 것이다. 지금은 봄이면 낙지보다도 값도 더 비싸고 더 대접을 받는 건강 식재료가 됐다. 

그런데 낙지, 주꾸미, 문어, 오징어, 그리고 꼴뚜기까지 비슷한 연체동물류가 많아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이들을 가장 쉽게 구분하는 첫 번째는 다리의 개수다. 다리가 8개인 것을 팔목과, 10개인 것을 십목과로 나눈다. 주꾸미는 다리가 8개로 바로 문어과에 속한다. 즉, 다리가 8개인 문어, 낙지 및 주꾸미는 문어과고, 오징어, 꼴뚜기, 갑오징어 등은 다리가 10개로 재미있게도 오징어과로 부르지 않고 꼴뚜기과라고 한다. 주꾸미와 낙지는 같은 문어과이기는 해도 종류는 다르다. 주꾸미는 낙지에 비해 몸집이 작을 뿐 아니라 다리도 일정하게 짧아, 두개의 다리가 나머지 여섯 개의 다리보다 훨씬 긴 낙지와는 외관상으로도 확실히 구분된다. 

주꾸미는 수심 10m 정도 연안의 바위틈에 서식하며, 주로 밤에 활동한다. 산란기는 5∼6월이며, 바다 밑의 오목한 틈이 있는 곳에 알을 낳는다. 알은 지름이 1cm 정도로 큰 편이다. 그물로 잡거나 소라와 고둥의 빈껍데기를 이용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잡기도 한다. 고둥, 전복 등의 껍데기를 몇 개씩 줄에 묶어서 바다 밑에 가라앉혀 놓으면 밤에 활동하던 주꾸미가 이 속으로 들어간다. 산란기를 앞두고 알이 꽉 들어찬 것은 특히 맛이 좋다. 산란기가 5~6월이라 3월 중순부터 5월까지 알이 꽉 차 가장 맛있다. 실제로는 몸통만한 머리 부분으로 불리는 부위에 알이 꽉 차 있어 오독오독 씹힌다. 밥알 같이 생겼다고 해서 ‘주꾸미쌀밥’이라고도 한다. 툭툭 터지는 ‘쌀밥’은 맛이 고소하고 살은 쫀득쫀득 해 씹는 맛이 그만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주꾸미는 낙지보다는 부드럽고 오징어보다 감칠맛이 난다. 

주꾸미는 맛도 좋지만 최근에는 건강식재료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주꾸미에 많은 타우린 성분 때문이다. 사람들이 타우린성분 때문에 많이 찾는 낙지나 오징어에 비해 오히려 그 양이 월등히 많다. 국립수산과학원의 ‘한국수산물성분표’ 에 따르면 주꾸미의 타우린은 낙지의 2배, 문어의 4배, 오징어의 5배나 된다. 실제로 주꾸미 100g당 타우린 함량은 약 1600mg에 이른다. 타우린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간에 쌓여 있는 콜레스테롤을 바로 담즙산 형태로 만들어 배설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니 음주로 인해서 특히 피로해진 간의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피로회복에 좋다. 늘 높은 콜레스테롤로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동맥경화증이나 지방간의 위험을 낮추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타우린이 뇌신경기능을 활성화시켜서 인지기능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 뇌과학연구소는 타우린이 뇌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원인물질로 알려져 있는 베타아밀로이드를 조절하고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 신경교세포를 활성화한다는 결과를 쥐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즉, 이런 실험 결과는 타우린이 노인성 치매의 60∼8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타우린을 건강보조식품으로 챙겨먹기보다는 주꾸미를 즐겨 먹는 것도 좋다. 또한 주꾸미는 불포화 지방산과 DHA가 풍부해서 두뇌 발달에도 좋다, 주꾸미는 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DHA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노인뿐만 아니라 성장기 어린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주꾸미는 지방이 적고 칼로리도 높지 않아 다이어트에 좋다. 특히 단백질이 많은데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종류가 다양하고 이소루신, 루신, 라이신, 메티오닌, 페닐알라닌, 트레오닌, 트립토판, 발린 등 반드시 식품을 통해서 섭취해야만 하는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먹물도 버리지 말고 반드시 챙겨 먹어야 한다. 먹물에는 항종양활성 성분인 일렉신과 같은 뮤코 다당류가 포함돼 있는데, 이는 암세포의 증식을 막아주는 항암효과와 함께 위액의 분비를 촉진해 소화에 도움을 준다. 

그럼, 주꾸미는 어떻게 요리해 먹는 것이 좋을까? 우선 봄철 주꾸미는 알이 가득 찬 것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주꾸미는 머리와 몸통이 탱탱하고 다리 흡반(sucker, 吸盤)이 뚜렷할수록 신선하다. 주꾸미는 무치고, 삶고, 볶고, 구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변신이 무궁무진하다. 고추장 양념구이, 철판볶음은 매콤하고 달콤한 맛이 입에 착착 감긴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삼겹살과 섞어서 주꾸미삼겹살볶음으로 먹기도 한다. 삼겹살만 먹는 것 보다 이렇게 먹으면 주꾸미의 타우린성분이 삼겹살의 콜레스테롤을 낮추어주기도 하니 좋은 궁합이다. 그렇지만 살짝 굽거나 데쳐서 그대로 먹는 것이 영양적으로나 맛으로도 최고다. 이때 오래 익히면 절대로 안 된다. 딱딱해지고 신선한 맛이 없어진다. 그리고 역시 신선한 주꾸미의 담백한 맛을 제대로 살려주는 샤브샤브 식 전골이나, 주꾸미 연포탕도 별미다. 

모든 것이 나른해 지는 봄철, 쫄깃쫄깃한 감칠맛의 주꾸미를 챙겨 먹으면서, 간의 피로를 풀어줄 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도 낮춰 주고, 더 나아가 치매의 원인이 되는 알츠하이머도 예방해 보는 효과를 한 번 기대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주꾸미의 영양성분(1인분량/100g)  

에너지(kcal) 47
단백질(g) 9.0
지질(g) 0.8
탄수화물 당질(g) 0.3
무기질 칼슘(㎎) 14.0
인(㎎) 120.0
철분(㎎) 0.7
나트륨(㎎) 240.0
칼륨(㎎) 310.0
비타민 레티놀(㎍) 14.0
B1(㎎) 0.03
B2(㎎) 0.07
니아신(㎎) 1.1
C(㎎) 0.00



글 : 정혜경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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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저녁형 vs 공부 잘하는 아침형, 당신은?


아침잠이 많은 사람은 게으르다? 지난 몇 년간 저녁형 인간’에 대해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저녁형 인간=게으르다’는 통념이 깨지고 있다. 오히려 ‘아침형 인간’보다 영리하고 창의적이지만 아침형 생활 리듬에 맞춰진 사회 구조 탓에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창의적이고 영리한 저녁형의 기질, 충분한 아침잠이 만든다 

지난 2009년 영국 런던정경대 사토시 가나자와 교수팀은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제목은 ‘왜 저녁형 인간이 더 영리한가’로 미국의 청소년 20,745명을 대상으로 수면패턴과 IQ와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집단의 IQ가 더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를 ‘사바나 IQ 상호작용 가설’에 적용해 인간은 낮에는 생활을 위한 일을, 밤에는 독창적인 일을 하며 진화했기 때문에 똑똑한 사람일수록 더 늦게까지 깨어있도록 발달했다고 분석했다. 사바나 IQ 상호작용 가설은 인류의 진화에 있어 지능이 높은 개인이 지능이 낮은 개인보다 새로운 상황을 이해하고 처리하는 데 더 능숙했기 때문에 지능이 높은 인류가 진화를 이끈다는 내용이다. 

스페인의 마드리드대학 심리학과 연구팀도 지난 2013년, 12~16세 청소년 88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저녁형이 창의력이 높고 귀납추리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이 우수하다고 발표했다. 귀납추리능력은 개별 사실에서 보편적 법칙을 추리해내는 능력이다. 혁신적인 사고와 고소득 직업군과의 연관성이 높다. 실제 저녁형 중에는 작가, 예술가, 프로그래머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직군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학업성적은 아침형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구팀은 학교 수업이 이른 아침에 시작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네덜란드 레이던대학의 케르크 호프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저녁형은 아침형과 수면패턴이 반대다. 아침형은 초저녁에 깊은 잠을 자고 새벽으로 갈수록 얕은 잠을 잔다. 반면 저녁형은 새벽부터 아침까지 깊은 잠을 잔다. 저녁형은 매일 아침 꿀잠을 잘 시간에 억지로 눈을 뜨고 등교 준비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생리학적으로도 저녁형은 아침형보다 잠이 오게 하게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평균 3시간 느리기 때문에 수면 시작 시간도 늦다. 결국 저녁형은 수면의 질도 충분한 수면시간도 누리지 못하고 학교로 가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루기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것. 

집중력이 높아지는 시기도 다르다. 아침형은 오전에 집중력이 가장 좋고 오후 6시부터 급격히 주의력이 분산된다. 반면 저녁형은 오후부터 집중력이 높아져 저녁 6시에 정점을 찍는다. 2012년 학술지 ‘국제 시간생물학’에 게재된 다른 논문을 살펴봐도 아침형은 오전에 성과가 좋은 반면, 저녁형은 저녁에 가까워질수록 업무 결과가 더 좋았다. 두 유형 모두 오후에는 정신이 맑고 인지능력도 좋았는데 연속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아침형은 오전 이후 하락세를, 저녁형은 저녁에 가까워질수록 인지 능력이 향상됐다. 

벨기에 리에주 대학의 필리프 레이그눅스 박사 연구팀(2009년)도 비슷한 내용을 논문에 담았다. 아침형과 저녁형을 대상으로 각각 잠에서 깬지 1시간 반 뒤와 10시간 반 뒤 집중력이 필요한 과제를 주고,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로 뇌를 촬영했다. 그 결과, 일어난 지 한 시간 반 정도 지나 진행한 오전 작업에서는 아침형과 저녁형의 뇌 활성화 정도가 비슷했다. 하지만 일어 난지 10시간 반 뒤에 진행된 저녁 과제에서는 아침형과 비교해 저녁형의 뇌 활성화 정도가 눈에 띄게 활발했으며, 문제 해결 속도도 더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이후 지속된 과제에서도 저녁형은 아침형보다 졸음을 이겨내며 늦은 시간까지 뇌를 활성화해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아침형 중심으로 맞춰진 하루 일과를 1~2시간만 뒤로 미뤄 진행한다면, 저녁형의 경우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높은 집중력으로 일과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도 게재돼 화제를 모았다. 

■ 기상 시간 강요에 잠이 늘 부족한 저녁형, 비만과 우울증 발병률 높아 

하지만 건강면에서는 저녁형을 우려하는 연구결과가 많다. 얼마 전 고려대안산병원 김난희 교수팀은 47~59세 성인 남녀 1,620명을 대상으로 혈액검사와 CT 촬영, 생활 습관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학술지 ‘임상 내분비학 신진대사’에 게재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저녁형은 전체 6%(95명)로 아침형보다(30%, 480명) 적게 나타났다. 질병별로는 남성의 경우 저녁형이 아침형보다 비만인 확률이 3배, 노화에 따른 근육 감소증에 걸릴 위험은 4배 컸고 당뇨에 걸릴 가능성도 높았다. 여성 역시 저녁형이 아침형보다 심장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두 배 높았다. 연구팀은 정확한 원인을 알 순 없지만 저녁형은 늦게까지 깨어있는 경우가 많아 야식을 먹는 경우가 잦고 늦은 밤, 가로등이나 TV와 같은 인공 빛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그래서 인슐린 작용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질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침형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건강하고 날씬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연구도 있다. 영국 로햄턴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성인 1,0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중 평균 기상시간이 오전 6시 58분인 아침형이 저녁형에 비해 평균 체중이 더 낮고 평소 느끼는 행복감도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세브란스병원 김세주 교수팀도 얼마 전 아침형 인간(116명)이 저녁형 인간(123명)의 정신적인 안정성을 분석해 외국 학술지 ‘기분장애’ 4월호에 공개했다. 논문에 따르면 우울증과 조울증은 저녁형에게서 더 높은 경향을 보였고 명랑하고 쾌활한 기질은 아침형에서 더 높게 나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영국 서레이대, 호주 퀸즈랜드대 등으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은 지난 2012년, 사람의 생체리듬 유형에 대한 리뷰 논문을 학술지 ‘국제 시간생물학’에 개재했다. 이 논문 역시 저녁형이 우울증이나 알코올 중독과 같은 질환에 걸릴 확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낮 시간 햇빛은 적게 받고 밤에 조명을 많이 받는 저녁형의 생활 패턴이 생체시계와 환경 사이에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수면 주기, 존중이 필요하다 

문제는 아침형과 저녁형을 결정하는 수명과 생활패턴은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는 것. 지난 2003년 사이먼 아처 영국 서레이 대학 교수팀은 수백 명을 대상으로 아침형과 저녁형을 나눈 뒤 유전자를 분석, 저녁형이 아침형에 비해 PER3 유전자가 짧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영국 노섬브리아 대학의 바크레이 박사팀도 63쌍의 일란성 쌍둥이와 674쌍의 이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아침형과 저녁형을 결정짓는 요인들을 연구했다. 그 결과 유전적 영향이 수면 패턴의 52%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최근에는 똑같은 출근시간을 강요하기보다 각 유형에 맞게 근무 시간을 조율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의 틸 뢴넨버그 교수는 아침형과 저녁형에 따라 근무 시간을 배치하면 사람들이 충분히 숙면을 취하고 일의 만족도도 높으며 휴일에도 잠을 더 적게 잔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소개했다. 

연구팀은 독일 철강회사인 티센크루프스틸 공장에서 직원들의 잠과 근무 일정 간에 관계를 연구했다. 회사들 직원들의 수면 습관에 따라 아침형, 저녁형, 중간형으로 분류하고 아침형 직원들은 야근에 배치하지 않고 저녁형 직원들은 이른 아침 근무에서 배제하는 등 개인에 맞는 시간대에 근무하도록 했다.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 공장 직원들은 수면이 개선됐으며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휴일에도 예전보다 한 시간 정도 잠을 덜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주말 수면시간이 줄어든 이유는 부족한 잠을 보충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며 “수면 주기에 맞춘 근무 일정으로 업무 효율성과 만족도 뿐 아니라 휴일에 적게 자는 효과까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의 천재 작곡가인 모차르트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승리로 이끈 정치가 처칠, 현재 미국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대표적인 저녁형 인간으로 알려졌다. 모차르트는 떠오르는 악상을 정리하기 전에는 잠을 자지 않아 새벽까지 작곡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처칠은 새벽 4시에 잠들어 오후에 일어났던 생활로 유명하다. 연구 결과처럼 저녁형의 기질인 높은 창의력과 혁신을 추구하는 성향이 잘 드러난 사례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인재들이 숨어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조차 모두에게 똑같이 강요하는 사회에 살다보니 자신의 기량을 최대로 발휘해 볼 기회조차 없이 살아오고 있을 뿐일지도.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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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9년, 여름휴가는 화성으로?

제 2의 지구를 찾아 머나먼 우주 저편을 향해 떠나는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우주선의 목적지가 영화처럼 시공간이 비틀어진 우주공간의 틈이 아니라, 지구와 가까운 화성이라는 점만 빼면 인터스텔라의 내용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왜 화성이 인류의 보금자리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일까? 화성보다 더 가까운 금성이 있고, 지구보다 몇 십 배나 되는 거대한 목성도 있는데 말이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하나씩 알아보자. 

■ 제 2의 지구라 불렸던 화성 

화성은 예전부터 제 2의 지구라 불렸다. 물론 지금 당장 생명체들이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지만, 현재 태양계에 있는 행성들 중에서는 가장 지구와 닮아있다. 우선 화성의 하루는 지구와 흡사한 24시간 40분이다. 그리고 지구와 비슷한 자전축을 지녔으며, 극지방과 지하에 얼음의 형태로 물이 존재한다는 점도 지구와 닮은 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물의 존재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최근 연구를 통해 밝혀낸 사실이라 화성의 효용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비록 발견된 물이 얼음 형태이기는 하지만,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도 높아진 만큼 향후 화성 개척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면에 화성은 지구와 다른 점도 많다. 크기가 지구의 반 밖에 되지 않고, 중력도 1/3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낮은 중력은 대기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화성 전체의 대기밀도는 지구의 1%도 안 된다. 그리고 그나마 존재하는 대기도 이산화탄소가 96%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구상의 생명체는 화성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따라서 화성에서 인류가 거주하려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단기적인 방법을 선택하거나, 자연 환경 자체를 개조하는 장기적인 방법을 추진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단기적인 방법은 수십 년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인간을 화성으로 이주시켜서 제 2의 지구로 만들겠다고 발표한 네덜란드의 마스원(Mars One) 프로젝트를 비롯해, 화성에 인류를 착륙시키는 시점을 2039년이라고 공개한 바 있는 NASA는 모두 이 같은 단기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화성의 자연환경을 보다 근본적으로 바꾸는 장기적인 방법으로는 테라포밍(terraforming)이 있다. 테라포밍이란 외계 행성의 환경을 지구처럼 바꾸는 작업을 뜻한다. 즉 숨 쉴 수 있는 공기를 만들고, 온도를 올리며, 물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진 1. 테라포밍으로 지구처럼 변화한 화성의 상상도(출처 : NASA)



이를 위해 과학자들은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을 화성에 보내 화성 전체의 온도를 높이고, 산소를 만들며, 대기를 변화시켜 물을 생성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은 요원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화성 탐사 위한 각국의 프로젝트 줄이어 

화성을 인류의 보금자리로 만드는 거대한 계획에는 화성 현지에 대한 조사와 사람 및 장비를 화성으로 보내는 탐사 프로젝트들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현재 화성 탐사를 위한 우주선 및 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미국의 경우, 지난해 말에 화성 탐사용 우주선인 오리온(Orion)호의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쳐서 주목을 끈 바 있다. 앞으로 오리온호는 2021년에 승무원을 태운 채 유인 비행을 해 본 뒤, 오는 2030년쯤에 본격적인 화성 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 2. 화성탐사용 우주선 오리온호의 시험 발사(출처 : NASA)



오리온호 발사 이후에도 NASA는 매우 구체적인 화성 유인 탐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원자력 로켓을 장착한 유인 화성탐사 우주선 코페르니쿠스(Copernicus)호다. 이 우주선은 무엇보다 원자력을 에너지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 앞으로 화성의 기지 건설을 위한 화물 운반용으로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선 외에도 화성 탐사를 위해 NASA는 탐사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2년에 큐리오시티를 착륙시킨 이후, 오는 2016년에는 ‘인사이트’라는 이름의 탐사로봇을 발사시킬 예정이다. 이 탐사로봇은 화성 내부의 구조를 탐사하기 위한 로봇으로서, 착륙하게 되면 화성의 지진 활동을 측정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이처럼 화성 탐사는 미국이 독주태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우선 미국과 함께 전통적 우주 강국인 러시아는 오는 2022년까지 화성 위성 ‘포브스’를 조사하기 위해 탐사선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러시아는 4년 전에 화성 탐사선을 발사했지만 정상 궤도 진입에 실패한 바 있다. 

또한 유럽연합도 화성 영토의 선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는 미국이나 소련에 비해 달 탐사는 늦었지만, 화성 탐사에 있어서만큼은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한다. 현재 유럽우주국(ESA)을 통해 화성 탐사를 주요 목적으로 하는 ‘오로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 후발 주자지만 아시아도 도전장을 낸 상황이다. 특히 인도는 2년 전에 아시아 국가로서는 최초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화성 탐사선인 ‘망갈리안(Mangalian)’ 발사에 성공해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망갈리안은 발사 후 약 300일을 날아 지난해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고, 현재는 화성에 대한 소중한 정보들을 지구로 보내주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 각국들이 앞을 다퉈 화성에 발자취를 남기려는 이유는 영토 선점의 이유도 있지만, 화성 자체가 지구인들의 영원한 로망이기 때문이다. 공상과학 소설의 배경으로 끊임없이 등장하고, 외계인이 사는 곳으로 화성이 그려진 것도 그런 로망 때문인 것이다.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는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 화성이 꼽힐지도 모르는 일이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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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니코틴의 그림자, 3차 흡연의 공포

# 담배 피운 사람도 없는데 1 

집을 이사했다. 전에 살던 사람이 꽤나 담배를 피웠던 모양이지만, 우리 가족은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이사한 지 한 달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담배의 유해물질이 실내에 남아 있을 수 있을까? 

니코틴은 카펫이나 커튼 같은 천, 페인트칠한 벽에는 철보다 더 잘 달라붙는다. 그리고 실내의 먼지에 흡착된 니코틴은 21일이 지난 뒤에도 처음 양의 40%가 남는다. 지금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어도 오랜 기간 흡연에 노출된 실내에는 담배 한 개비를 지금 피울 때보다 더 많은 양의 니코틴이 존재할 수 있다. 

# 담배 피운 사람도 없는데 2 

이제 차 안에서 담배 피우는 것은 절대 금지, 피우고 싶으면 밖에서 피워야 한다.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동안 창문을 올리고 있었으니, 안심해도 될까? 아니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연구팀에 따르면, 차 안에서 담배를 피웠을 때와 차 밖에서 담배를 피웠을 때, 차 안에 남아 있는 니코틴의 양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안에서 담배를 피운 차는 채집한 먼지와 실내 표면에서 각각 19.51g/g, 8.61g/m², 안에서 피우지 않은 흡연자의 차에서 11.61g/g, 5.09g/m²이 나왔다. 니코틴은 먼지와 실내 표면에는 악착같이 들러붙는 것이다. 이렇게 남은 니코틴은 실내에 존재하는 아질산과 같은 다른 기체와 접촉해 독성이 강한 1급 발암 물질인 ‘니트로사민’을 만든다. 

# 담배 피운 사람도 없는데 3 

회사에선 담배를 피우지만, 퇴근 전에 칫솔질을 하고, 입을 헹구는 것은 물론 손과 얼굴까지 깨끗이 닦는다.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흡연자이지만 집안은 담배 청정구역! 그렇다면 신생아는 담배로부터 안전할까? 흡연자들은 흔히 담배 냄새를 없애려고 가글을 하지만 유해물질은 흡연자의 몸, 옷, 폐 속에 남아 있다. 눈에 보이는 담배 연기와 담배 냄새는 사라져도 흡연자의 폐 속에 남아있는 유해물질은 흡연자와 함께 이동한다. 어디선가 흡연한 사람이 실내 공간에 같이 있으면, 간접흡연 상태라고 봐야 한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게오르그 매트 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집 안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흡연자 가정의 신생아 소변에서 ‘코티닌’ 성분이 검출됐다고 한다. 코티닌은 니코틴이 분해되어 나오는 성분으로 코티닌 농도가 높으면 3차 흡연에 노출됐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흡연자의 폐에 남아 있던 담배연기는 호흡을 통해 배출되는데, 흡연 후 14분까지 유해물질은 지속적으로 배출된다. 담배를 피운 뒤 바로 아이를 안으면 아이에게 담배 연기를 뿜는 셈이다. 

담배연기를 직접 맡지 않고도 몸이나 옷, 카펫, 커튼 등에 묻은 담배 유해물질을 통해 흡연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3차 흡연이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간접흡연, 즉 2차 흡연은 흡연자에게 근접해 있어 담배연기를 함께 맡는 것이다. 하지만 직접 담배 연기에 노출되지 않고도 흡연의 피해에 노출될 수 있어, 3차 흡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담배를 피웠던 공간에 있거나, 다른 장소에서 담배를 피운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유해물질에 노출된다는 연구결과들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3차 흡연의 피해를 연구한 사례를 더 살펴보자. 미국 로랜스버클리국립연구소는 3차 흡연의 영향에 대해 연구한 결과, 50종이 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18시간이 지난 뒤에도 잔류해 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니코틴이 오존과 반응해 초미립자 유해 성분을 만들었고, 이는 피부나 먼지를 흡입하는 과정에서 체내에 흡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차 흡연 노출로도 세포의 유전적인 손상이 일어난다고 보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3차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 연구에서는 3차 흡연 물질에 노출된 생쥐에게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증가한 것이 나타났다. 또 폐에서는 과도한 콜라겐이 생성됐고, 사이토카인 염증 반응이 나타났다. 이런 증상은 간경변과 간암, 폐기종, 천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 3차 흡연 환경에 노출된 생쥐들의 경우 상처가 생겼을 때, 치유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과잉행동장애가 나타난다는 점도 밝혔다. 3차 흡연이 그저 기분 나쁜 정도가 아니라 실제적인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결과라 주목된다. 

특히 3차 흡연에 노출된 어린 아이와 학생들의 피해가 크다. 강혜련 서울대 의대 교수가 6~11세 어린이 3만 158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차 흡연에 노출된 아이는 부모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아이에 비해 야간 기침 20%, 만성 기침 18%, 발작적 연속 기침 20% 가량 더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판정을 받은 학생과 ADHD 행동을 보이는 어린이의 소변에서 코티닌 평균수치가 정상 아동보다 70% 더 높게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다. 

간접흡연이 청력 손상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뉴욕대학교 메티컬센터 애닐 랄와니 교수는 12~19세 청소년 1,53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혈액 속 코티닌 농도가 높으면 달팽이관과 내이에 문제가 있으며 15dB(데시벨)의 일반적인 성량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태아가 담배연기에 노출된 경우 청력에 문제가 나타나며, 청소년기의 청력 손상률은 약한 정도이긴 하지만 흡연에 노출되지 않은 아이들의 3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담배 피운 사람도 없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입는 피해이기 때문에 3차 흡연은 무섭다. 담배가 주는 해는 질기고 오래 간다. 피운 뒤에는 애써 지우려 해도 흔적은 독하게 남는다. 애초에 손대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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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의 과학] 봄나물의 제왕, 두릅

두릅은 이름만 들어도 입 속에 향기가 돈다. 아마도 먹고 나면 하루쯤은 그 향기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두릅의 향은 우리에게 봄을 선사한다. 길고 긴 겨울을 보내고 나면 우리 몸은 자연히 나른해진다. 이를 예부터 춘곤증이라고 불렀다. 봄이 되면 피곤해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도 같이 가지고 있었다. 바로 봄이면 산과 들에 지천으로 나는 봄나물들이 그 해결책으로, 봄이 되면 겨울 동안 떨어진 면역력을 회복하고 춘곤증을 이기기 위해 제철나물인 봄나물을 먹어야한다. 특히 봄에 새로 나는 어린 싹들 대부분은 약한 쓴맛을 갖는데, 약한 쓴맛은 열을 내리고, 나른해지면서 무거운 것을 치료하며, 입맛을 돋우는 작용을 한다. 

그런데 봄에 나는 쑥이나 달래, 냉이 같은 채소를 두고도 나물이라고 하고, 채소를 무쳐 조리해 놓은 것을 두고도 나물이라고 한다. 이렇게 채소라는 말과 혼용돼는 나물은 무슨 뜻일까? 나물에는 이름도 많다. ‘푸성귀’라고도 하는데 이는 가꾸어 기르거나 저절로 난 온갖 나물을 일컬었다, 또는 ‘남새’라고도 하는데 이는 심어서 가꾸는 나물로 채마라고 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과거에 채마(菜麻)밭을 집에 두는 것은 기본이었다. 나물은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을 조미해 무친 반찬 모두를 통칭했다. 그러니 산이나 들에서 채취한 식물 또는 채소를 조미해 만든 반찬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 나물이다. 또는 식용 가능한 야생식물의 재료를 총칭하기도 한다. 나물은 숙채와 생채를 일컫는다. 우리 일상식의 부식 가운데 가장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음식의 하나로 나물의 재료로는 모든 채소와 버섯, 나무의 새순 등이 쓰인다. 

우리 조상들이 즐겨 노래한 <농가월령가>의 정월, 이월, 삼월에는 나물에 관한 이야기가 특히 많이 나온다. 

“정월령에 “엄파와 미나리를 무엄에 곁들이면 보기에 신신하여 오신채를 부러 하랴. 묵은 산채 삶아내니 육미를 바꿀소냐.”와 이월령의 “산채는 일렀으니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로쟁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이국은 비위를 깨치나니.” 그리고 삼월령의 “울밑에 호박이요, 처맛가에 박 심고, 담 근처에 동아 심어 가자하여 올려보세. 무·배추·아욱·상추·고추·가지·파·마늘을 색색이 분별하여 빈 땅 없이 심어놓고, 갯버들 베어다가 개바자 둘러막아 계견을 방비하면 자연히 무성하리. 외밭은 따로 하여 거름을 많이 하소. 농가의 여름반찬 이밖에 또 있는가.” 

과거부터 채소는 우리 민족의 생명줄이었다. 우리가 먹을 것이 없는 상태를 ‘기근’이 들었다고 표현하는데 ‘기(饑)’는 곡식이 여물지 않아서 생기는 굶주림을 말하고 ‘근(饉)’은 채소가 자라지 않아서 생기는 굶주림을 일컬었다. 즉, 오곡의 곡물 못지않게 채소의 중요성을 가르쳤다. 먹을거리가 넘쳐나 영양과잉이 문제가 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기근의 해결로서가 아니라 비만의 해결책으로 나물은 최고의 음식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나물은 현대 사회의 먹을거리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생명줄인 것이다. 

이렇게 산과 들에 지천으로 나는 나물 중에서도 가장 으뜸인 나물이 바로 두릅이다. 두릅은 두릅나무에 달리는 새순을 말하는데, 그 독특한 향이 일품이다, 두릅은 땅두릅과 나무두릅이 있다. 땅두릅은 4∼5월에 돋아나는 새순을 땅을 파서 잘라낸 것이고, 나무두릅은 나무에 달리는 새순을 말한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두릅은 10여 종에 이르는데 봄철의 어린순을 먹고, 한문으로는 나무의 머리 채소라는 뜻으로 ‘목두채(木頭菜)’라 한다. 자연산 두릅은 4~5월에 잠깐 동안 먹을 수 있는데, 요즘은 비닐하우스에서 인공 재배를 하므로 이른 봄부터 나온다. 

두릅은 비교적 단백질이 많으며, 섬유질과 칼슘, 철분, 비타민B1, 비타민B2, 비타민C등이 풍부하다. 특히 쌉쌀한 맛을 내는 사포닌 성분이 혈액순환을 돕고, 혈당을 내리고 혈중지질을 낮추어 준다, 두릅은 이렇게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어 영양적으로 우수할 뿐 아니라, 또한 간에 쌓인 독소를 풀어내는 효능이 있고 피와 정신을 맑게 한다. 냉이, 달래, 쑥, 원추리, 들나물 등 숱한 봄나물이 있지만 ‘두릅’은 사포닌 성분 때문에 최고로 치기도 한다. 
 

두릅 (사진출처 : 정혜경, 김미혜 저 <한국인에게 막걸리는 무엇인가> 중에서)



두릅은 어떻게 조리해 먹는 것이 좋을까? 껍질에서부터 순, 잎, 뿌리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두릅은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방법을 가장 많이 알고 있지만 산적, 잡채, 김치 등 다양한 요리에도 향긋하게 잘 어울린다. 두릅은 어리고 연한 것을 골라 껍질째 연한 소금물에 삶아 찬물에 헹궈 건진다. 이때 두릅의 쓴맛은 몸에 좋은 성분이지만 거슬린다면 끓는 물에 데쳐서 찬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내면 된다. 삶은 두릅을 상온에 오래 두면 색깔이 변하므로 주의한다. 또한 오래 보관하고 싶으면 소금에 절이거나 얼리면 된다. 

조선말기의 유명한 조리서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도 두릅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생두릅을 물러지지 않게 잠깐 삶아 약에 감초 쓰듯 어슷하게 썰어 놓고 소금과 깨를 뿌리고 기름을 흥건하도록 쳐서 주무르면 풋나물 중에 극상등이요,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많이 먹으면 설사가 나므로 조금만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두릅은 실제로 약한 독성분이 있을 수 있으므로 데쳐서 헹구어 먹는 것이 좋다. 

이 봄, 우리는 다른 호사를 누리지 못하더라도, 나물중의 제왕, 두릅으로 향긋한 봄 향기를 느끼는 호사만은 놓치지 말자. 

※ 참고 - 두릅의 영양성분(1인분 량/80.2g)  

에너지(kcal) 32.8
단백질(g) 3.2
지질(g) 1.8
탄수화물 당질(g) 2.3
무기질 칼슘(㎎) 26.9
인(㎎) 81.8
철분(㎎) 1.9
나트륨(㎎) 675.6
칼륨(㎎) 376.6
비타민 총비타민(R.E) 53.4
레티놀(㎍) 0
B₁(㎎) 0.09
B₂(㎎) 0.2
니아신(㎎) 1.5
C(㎎) 11.6



글 :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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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에 차고만 있어도 전기가 생긴다?

애플 워치, 구글 글래스, 삼성전자 기어 핏, 샤오미 미밴드…. 
요즘 핫한 디바이스들이다. 이들을 ‘웨어러블 기기’라고 부른다. 다소 거창하지만 그냥 안경, 시계, 밴드를 전자기기로 만든 것이다. 몸에 부착시켜 착용할 수 있다는 뜻에서 ‘입는’이라는 의미를 지닌 ‘웨어러블(wearable)’을 붙였다. 

벌써 수 년 전부터 과학기술계에 회자됐던 웨어러블 기기는 애플, 삼성 등 굴지의 IT 대기업들이 최근 손목에 부착하는 시계 형태로 제품을 내놓으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인터넷에선 이미 ‘얼리어답터’들의 제품 소개글이 터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웨어러블 기기의 가장 큰 단점은 무엇일까. 사용성, 효율성, 호환성, 연결성, 응용성 등이 부족하다는 게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런 문제점은 혈압, 체온, 수면 패턴 등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헬스케어 디바이스들이 나오고 스마트폰이나 이미지, 영상 등과 웨어러블 디바이스 연동 기능 등 다양한 기능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배터리다. 지금도 스마트폰 배터리의 수명 문제는 난제다. 항시 몸에 착용해야 하는 웨어러블 기기는 두말할 것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체온을 이용해 전기를 충전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 영예의 그랑프리 대상을 받아 주목받고 있다. 

■ 상상이 현실로…, 체온 차이로 전기 생산 

주인공은 바로 카이스트 조병진 교수팀이다. 유네스코는 디지털 기술의 사회적·문화적 영향을 예측하는 기관인 ‘넷엑스플로(Netexplo)’와 공동으로 2008년부터 매년 전 세계 200여 명의 전문가·기업인 패널 투표를 통해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을 선정, 네티즌 투표 등을 통해 10대 기술 중 1위에 그랑프리상을 수여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에너지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인 ‘에너지 및 환경과학(Energy & Exvironmental Science)’ 온라인판에 속보로 실린 조 교수 연구팀의 기술은 사람의 체온에 의해 생긴 온도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열전소자를 유리섬유 위에 부착해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었다. 가로, 세로 각 10cm의 밴드로 만들어 팔에 부착하면 외부 기온이 영상 20도일 때, 약 40mW(밀리와트, 1000분의 1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윗옷 크기 정도로 만들면 약 2W의 전력 생산이 가능해 휴대전화 충전도 할 수 있다. 

전기소자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은 기존에도 있었다. 누르는 힘(압력)을 이용한 압전소자 기술, 마찰전기 효과를 이용한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마찰전기 효과는 올해 초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진이 발표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50nm(나노미터) 두께의 금 박막 위에 실리콘 고무로 된 층을 씌웠는데 이 실리콘 표면에 수천 개의 작은 돌기를 만들었다. 말하거나 팔을 구부리는 행동을 할 때 이 돌기와 마찰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압전 기술에 비해 조 교수의 열전 소자 기술과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진의 마찰전기 기술은 웨어러블 기기에 더 적합하다. 그러나 조 교수의 기술은 입고만 있어도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빨리 상용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조 교수는 지난해 9월 ‘태그웨이’라는 벤처를 창업, 다양한 기업들과 상용화를 모색하고 있다. 

■ ‘사물이 서로 대화하는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 

조 교수의 대상 수상이 스마트(웨어러블) 기기의 짧은 배터리 수명 문제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줬다면 나머지 기술은 사물과 사물이 통신하는 다양한 ‘사물 인터넷’ 기술이 대거 선정됐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바이두라는 인터넷 기업이 개발한 센서가 달린 젓가락, 이스라엘 스키오(SCIO)사(社)가 개발한 라이터 크기의 분자 스캐너다. 센서가 달린 젓가락은 여러 음식 성분을 분석해 스마트폰으로 그 정보를 전송해 준다. 음식의 온도, 부패 여부, 산성도 등을 측정한다. 스키오사의 분자 스캐너도 스마트폰과 연동된다. 분석기를 어떤 물질에 가져다 대면 인터넷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된 정보와 대조해 화학적 구성이나 칼로리, 음식의 변질 여부, 의약품의 진품 여부 등을 가려낸다. 그만큼 먹을거리의 안전과 건강 등에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레인포레스트커넥션 재단이 만든 불법 벌목 감시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음향 감지 기술을 통해 5분 안에 반경 1km 내 불법 벌목을 알 수 있는데, 나무를 벨 때 나는 소리를 수집, 숲 관리자들의 디바이스로 자동으로 알려주는 사물인터넷 기술이다. 

■ 공공의 목적, 학습/교육 웹, 앱 서비스도 선정 

이밖에 새로운 개념과 공공의 목적을 위한 스마트폰 앱 기술도 선정됐다. 칠레의 카포스스파사(社)의 스마트폰 앱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자전거 친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모으는 기술이다. 

특히 전 세계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앱 기술도 이번에 선정됐다. 나이지리아 보건부가 개발한 이 앱은 에볼라의 발병 시간과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며 보건부 직원들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구글이 검색엔진을 통해 집계된 데이터로 전염병 관리예방 시스템으로 만들었던 이른바 ‘구글 플루’와 유사한 기술이다. 

미국의 브랜칭마인즈 재단이 만든 인터넷 기술도 있다. 학생 개인의 학습 내역을 기록하고 목표 달성을 돕는 서비스로 개인 학습의 어려움을 교사와 부모가 매우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크로아티아의 마이크로블링크 사(社)가 개발한 스마트폰 카메라로 방정식을 찍으면 푸는 과정과 해답을 보여주는 앱도 선정됐다. 

이밖에 미국 슬랙 사(社)의 이메일이나 SNS 등을 한데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 토고 위우랩 사(社)의 재활용 부품으로 만든 3D프린터 등도 이번 유네스코 선정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에 선정돼 관심을 끌었다. 과연 이 기술들이 우리를 어떤 세상으로 안내할지, 미래의 모습이 사뭇 궁금해진다. 

글 : 김민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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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남자답게, 테스토스테론의 유혹


지난 2015년 1월, 지난 10여 년간 한국 수영의 간판스타인 ‘마린 보이’ 박태환 선수가 세계반도핑기구(WADA, World Anti-Doping Agency)의 도핑 심사에서 양성 반응을 받았다는 결과가 발표돼 충격을 주었다. 그의 검사 시료에서 금지약물로 규정된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되었다는 이유였다. 이후 2개월간의 논쟁 끝에 3월 23일, 세계수영연맹은 박 선수에게 책임을 물어 18개월간의 자격정지 처분과 함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따낸 6개의 메달도 모두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박 선수 도핑 논란을 둘러싸고 불거졌던 가장 큰 의혹은 그가 금지약물을 주사 받았는지에 대한 여부가 아니라(이 부분은 명백했다. 도핑 검사에서 검출됐으니까) 그가 금지약물을 알고도 투여했는지, 즉 고의성에 대한 여부였다. 당시 그가 주사 받은 약물은 무엇이었으며, 어떤 이유로 WADA가 이를 금지품목으로 지정한 것이었을까? 

■ 남자를 남자답게, 테스토스테론 

당시 박 선수가 투여 받은 약물은 바이엘 사(社)에서 출시한 ‘네비도’다. 네비도의 주성분은 포장 전면에 적혀 있는 대로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다. 테스토스테론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일종으로 흔히 ‘남자다움’이라는 신체적 특징을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남성호르몬’이라고도 불린다. 실제로 테스토스테론이 기능하지 못한다면 남성은 아예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의 태아는 발생 초기에 염색체 타입이 XX(여성)이든 XY(남성)이든 상관없이 장차 남성의 생식기가 될 볼프관(wolffuan duct)과 여성의 생식기가 될 뮐러관(mullerian duct)을 모두 가진다. 만일 태아가 남자아이라면 임신 8주 경, 태아의 조그만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고, 이 신호를 기점으로 볼프관은 고환과 정관 및 남성 생식기로 분화되고 뮐러관은 퇴화한다. 만약 태아가 여자아이라면 고환이 만들어지지 않기에 테스토스테론 신호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임신 10주경까지 테스토스테론이 감지되지 않는다면 볼프관은 자동으로 퇴화하고 뮐러관이 자궁을 비롯한 여성생식기로 분화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임신 초기 생식기의 분화는 유전자형과 상관없이 테스토스테론의 신호 존재 여부에만 관련이 있다. 그래서 남자아이라도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지 않으면 여성생식기를 가지게 되고, 여자아이라 해도 적절한 시기에 테스토스테론에 인위적으로 노출시키면 남성생식기를 가지도록 발달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뱃속에서부터 남자의 기본 바탕을 갖추는데 일조했던 테스토스테론은 태어난 뒤 상당기간 활동을 멈추게 된다. 하지만 사춘기가 들어서면서 다시금 깨어나 남자아이의 2차 성징(변성기, 체모 및 수염 증가, 성적 성숙, 성욕 증진, 근육 발달, 경쟁심과 순간적 판단력)을 담당하면서 소년을 남자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이렇듯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을 남성답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 AAS가 가져온 욕망 

사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이 남성다운 몸과 남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다. 따라서 선천적인 이유로 고환이 없거나 위축된 경우,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남성으로써의 정체성을 갖고 살기가 어려워진다.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아나볼릭-안드로게닌 스테로이드(AAS, anabolic-androgenic steroid)다. AAS에는 합성 테스토스테론 외에도 스타노조롤, 난드롤론과 같은 비슷한 구조를 가진 다른 형제들도 포함된다. 우리 몸은 꽤나 개방적이어서 구조가 동일한 호르몬이라면 그 것이 체내에서 만들어진 것이든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든 상관하지 않고 받아들여 이용하곤 한다. 

AAS를 주입받은 이들의 몸은 근육이 늘고 체모가 자라고 성대가 굵어지면서 남성답게 변해갔다. 특히나 AAS는 체내의 단백 동화 현상을 활성화시켜 근육의 양과 강도를 늘려주는 역할을 하기에, 목숨이 위험할 만큼 체중이 감소한 환자나 신부전 등으로 영양 공급이 부족할 수 있는 환자들에게 근육을 늘려 건강을 유지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2차 세계 대전 이후, 극심한 기아와 굶주림으로 아사 위기에 놓인 사람들에게 테스토스테론을 주사했더니 체중 증가와 체력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는 연구 보도도 있다. AAS가 근육의 양을 늘려줄 뿐 아니라 강도도 강화시켜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AAS에 눈독을 들이는 새로운 부류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바로 치열한 몸의 격전장에서 경쟁하는 스포츠 선수들이었다. 

■ 악마의 유혹, 그리고 반도핑의 역사 

사실 늘 날이 선 경쟁 속에 살아가는 직업 스포츠 선수들이 신체가 가진 한계점을 높이기 위해 약물을 사용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된 악습이었다. 이미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환각 성분이 든 무화과를 먹었다거나, 로마 시대의 검투사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흥분제를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다.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욕구가 과학기술과 만나자 그 파장은 훨씬 더 증폭됐다. 이제 선수들은 환각성 곰팡이나 코카나무 잎, 카페인에서 더해 암페타민과 같은 강력한 각성제와 에페드린, 각종 중추신경 자극제와 함께 테스토스테론을 포함한 AAS에까지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런 물질들은 근력을 키워주고 폐활량을 증가시키며 피로를 덜 느끼게 하고 정신을 맑게 유지해 경기력을 향상시킨다는 이유로 점점 퍼져나갔다. 점차 이런 약물들은 선수들 사이에서 ‘드러내지는 않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존재가 돼 있었다. 

암암리에 남용되던 약물에 본격적인 제제가 가해지기 시작한 건 1960년대부터였다.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덴마크의 사이클 선수가 흥분제 과다복용의 부작용으로 경기 도중 급사하는 사고가 일어난 뒤였다. 특히나 이 사건의 경우, 해당 경기가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있는 상태였기에 이 경기를 시청하던 시청자들에게도 약물 과다복용의 무서움을 각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선수들 사이의 약물 복용이 이미 한계치를 넘어선 것을 감지한 스포츠위원회는 이후 공식적인 ‘반도핑 규정’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한 번 뿌리내린 약물의 그늘은 매우 깊고 어두워서 쉽게 제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냉전시대 동독은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자 정부가 나서서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특히 여성선수들, 정상적인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매우 낮으므로 AAS를 투여할 경우 근육 증강 효과가 남성들에 비해 훨씬 즉각적으로 나타난다)에게 지속적으로 약물을 투여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비록 1999년 강력한 제제 수단을 가진 ‘세계반도핑기구’가 자리 잡은 이후에는 이런 집단적 광기는 사그라들었지만, 여전히 경쟁의 벼랑 끝에 내몰린 선수들은 은밀히 금단의 열매에 손을 내밀곤 한다. 

■ 나 자신을 위한 선택 

흔히 많은 이들이 반도핑 규정에 의해 스포츠 선수들의 약물 복용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에 대해 ‘정정당당하게 경쟁해야 하는 숭고한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이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 세계반도핑기구가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애를 쓰는 것은 스포츠 정신이 아니라 선수들 그 자체다. 스포츠계에서는 그간 젊고 창창한 유망주들이 한때의 유혹에 못 이겨 금지약물에 손을 댔다가 폐인이 되거나 혹은 목숨까지 잃는 경우를 너무도 많이 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추상같이 엄격한 도핑 규정은 아직 미래가 창창한 젊은 선수들이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생 자체를 통째로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는 거칠지만 진심어린 보호구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박태환 선수의 도핑 사건은 그에게 있어 어쩌면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미래의 더 큰 사건들에 대한 경고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지만, 건강한 마음가짐도 건강한 몸을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글 :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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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과학향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니 그래서 테스토스테론이 뭐냐고를 설명 해야지 ㅄ ㅉㅉㅉ

    2015.04.16 05:19

서머타임, 생체리듬이냐 에너지 절약이냐

3월 28일 밤에 프랑스 파리로 출장을 온 A씨는 다음날 아침 호텔 조식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식당은 이미 텅텅 비었고 입구엔 10시까지만 식사를 제공한다는 안내 팻말이 붙어 있었다. 지난 밤 현지 시각에 맞춰놓은 A씨의 시계는 분명 9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는데 왜 벌써 문을 닫은 것일까. 

이 황당한 일은 바로 서머타임으로 인해 일어난 에피소드다. 올해 프랑스 파리에서는 3월 29일 새벽 2시에 시계바늘을 3시로 맞췄다. 따라서 그날 A씨의 시계만 오전 9시 30분이지 파리의 다른 시계는 모두 10시 30분이었던 것이다. 

‘일광절약시간’이라고도 불리는 서머타임은 여름철에 표준시보다 1시간 시계를 앞당겨 놓는 제도다. 유럽에서는 매년 3월 마지막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일요일까지, 미국에서는 3월 두 번째 일요일부터 11월 첫 번째 일요일까지 시행한다.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의 경우 반대로 10월 마지막 일요일부터 시작해 4월 첫 번째 일요일이면 서머타임제가 끝난다. 

서머타임을 처음 착안한 이는 미국의 과학자이자 정치가, 언론인이었던 벤저민 프랭클린이다. 그는 파리 주재 미국 대사로 일하던 1784년 한 잡지 편집장에게 서한을 보내 하절기에 일찍 일어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뿐더러, 밤에 소모되는 램프 기름도 절약할 수 있다며 파리지엥들이 일찍 일어날 것을 제안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서머타임을 논의한 이는 뉴질랜드의 곤충학자인 조지 버논 허드슨이다. 낮에 우체국에서 일하고 저녁에 곤충을 채집하던 그는 1895년 ‘여름철 시간을 2시간 당기자’고 제안했다. 일을 빨리 마치고 곤충 채집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1907년에는 영국의 건설업자 월리엄 월릿이 서머타임 도입론을 담은 ‘일광의 낭비’라는 저서를 펴냈다. 일과 후 골프를 즐기고 싶었던 그는 연료 절약 및 건강 증진을 내세워 서머타임 도입을 적극 주장했다. 일광 절약 법안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하고 국왕과 총리까지 찾아다녔으나 결국 부결되고 말았다. 

그런데 서머타임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16년 독일에서다. 제1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던 독일은 당시 동맹국인 오스트리아와 함께 석탄 사용을 줄이고 공습에 대비한다는 목적 하에 그해 4월 30일 기준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 

뒤를 이어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 등 여러 유럽 국가들이 서머타임을 실시했으며, 전쟁 뒤에는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 채용했다. 이후 서머타임은 한동안 외면돼 오다가 1970년대 오일쇼크가 터지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서머타임의 첫 시행과 확산이 전쟁과 고유가와 연관돼 있다는 건 그만큼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걸 의미한다. 

미국 교통국은 서머타임 실시로 가정용 전기사용량을 1% 절약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으며, 2007년 미국 에너지부에서도 서머타임을 실시할 경우 전력 소비량이 약 0.5% 감소한다고 밝혔다. 또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이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 의하면 서머타임 실시로 한 해 약 7,960억 원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조지 허드슨과 월리엄 월릿이 곤충 채집 및 골프를 즐기기 위해 서머타임 도입을 처음 주장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서머타임을 실시하면 레저 생활을 활성화하는 효과도 분명히 있다. 우리나라는 1948~1960년과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7~1988년에 서머타임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런데 88서울올림픽 당시 서머타임 실시로 인해 술집 매출은 30% 이상 급감한 반면 볼링장 및 극장, 헬스클럽 등 취미․레저산업 매출은 10~20% 늘었다. 

하지만 변화된 시간 패턴으로 생활 리듬이 깨진다는 시민들의 불만으로 1989년 폐지된 이후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서머타임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서머타임은 우리의 시간을 미래로 한 시간 앞당기긴 하지만 시행 이후 생체리듬이 깨지는 기간은 약 1~3주일이나 지속된다. 

이처럼 생체리듬이 깨져 잠을 제대로 못 잘 경우 다양한 이상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오리건대학의 데이비드 와그너 교수팀이 2014년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서머타임 실시로 인해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할 경우 배우자 및 파트너와 싸울 확률이 높아지며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서머타임이 심장마비 가능성을 촉발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적지 않다. 2008년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서머타임 실시 후 심장마비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서머타임 첫날이 월요일인 경우 심장마비 발생 가능성이 5~10% 가량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서머타임의 가장 큰 장점인 에너지 절약 효과에 대해 반박하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핸드릭 울프 교수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7년 동안 서머타임을 시행하는 곳과 시행하지 않는 호주의 두 지역 간 전력 소비량을 비교한 결과, 전력 소비량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 난 것. 그 이유는 서머타임 시행 지역에서의 밤 전력 소비량은 감소하지만 아침에는 증가하므로 전체적인 전력 소비량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예일대 매슈 코첸 교수가 2006년 처음으로 주 전역에서 서머타임을 시행한 인디애주 주에서 시행 이전과 이후의 전력 소비량을 비교한 결과,서머타임이 오히려 전력 수요를 높인다는 결론이 도출되기도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코첸 교수는 시대가 달라져 이제 가정에서 조명을 밝히는 것은 전력 소비량의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며 냉난방의 전력 소비량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연구결과 때문인지 몰라도 서머타임제 효과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확산되면서 미국에서는 현재 서머타임 폐지를 논의하는 주가 11곳에 이른다. 반면에 지난 2월 미국 뉴멕시코 주상원은 서머타임을 1년 내내 유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제는 서머타임의 효과로 에너지 절약만을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우리는 늘 서머타임을 시행했었으니까….’라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냉정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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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고맙거나 해롭거나, 빛의 두 얼굴

 

 

세상은 빛과 함께 존재합니다. 세상을 밝고, 아름답고, 화려하고, 오묘하게 만들어주는 빛은 희망, 깨달음, 즐거움의 상징이기도 하죠. 그래서 거의 모든 종교의 창세기가 세상을 밝혀주는 빛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실제로 빛은 우리에게 온기를 주고 안전을 지켜줍니다. 빛을 이용한 녹색식물의 광합성이 없었더라면 지구는 지금도 아무것도 살지 않는 삭막한 행성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2015년은 UN이 지정한 "세계 빛의 해"입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빛’을 주제로 한 칼럼을 연 4회 기획하고 있습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서울 야경(사진 : 이윤선)



칠흑같이 캄캄한 어둠 속, 손에 닿는 나무 손잡이 하나만 의지해 걷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온몸이 경직됐고, 신경은 곤두섰다. 잰걸음으로 한참을 걷다 드디어 작은 조명에 비친 돌을 마주하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어루만지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준다는 일본 교토 청수사의 명물, 수구돌이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둠이 주는 공포는 상상 이상이었다. 자다 깼을 때 불을 켜지 않아도 희미하게 방 구조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어둠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렇게 우리는 빛이 없으면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그만큼 빛은 우리가 생활하는 데 아주 중요한 존재인 것이다. 

백열등에서 시작된 조명기기는 해가 없는 한밤중에도 대낮처럼 활동할 수 있게 해 준다. 인터넷은 바다와 땅 속에 깔린 광케이블을 통해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시켰다. 레이저나 엑스선 등의 빛을 활용한 의료기기는 인류의 수명 연장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과학자들은 광학을 21세기 가장 주요한 인류의 성장 동력으로 꼽는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과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야 말로 빛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과정을 통해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일까? 

■ 빛이 반사될 때 사물은 존재한다 

우리가 물체를 볼 수 있는 이유는 빛이 반사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에서 나온 빛은 직진하다가 물체에 부딪혀 사방으로 반사된다. 이 반사된 빛들 중 일부가 우리 눈에 들어오면 우리는 물체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눈이 정보를 파악하는 구조는 카메라의 기능과 같다. 안구 앞쪽에 있는 수정체는 카메라의 렌즈를, 수정체 바로 앞의 홍채는 조리개 역할을 한다. 동공을 통해 들어온 빛의 양은 홍채로 조절되는데, 밝을 때는 홍채를 닫아서 빛이 들어오는 통로를 작게 하고 어두울 때는 크게 열어서 더 많은 빛이 들어오게 한다. 

홍채를 통해 안구 안으로 들어온 빛은 수정체에서 굴절돼 하나의 점으로 모아진다. 어릴 적 운동장에서 볼록렌즈를 종이에 대보면 빛이 하나로 모아졌던 것처럼 말이다. 이때 빛이 모아진 점이 망막에 정확하게 닿으면 보고 있는 물체의 상이 맺힌다. 이후 빛은 망막을 지나면서 전기 신호로 전환돼 시신경을 지나 대뇌로 전달된다. 그럼 우리는 빛의 색이나 밝은 정도를 파악해 빛이 반사된 물체를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밤에는 빛을 비춰주는 태양이 없다. 달이 어둠속에서 환하게 빛을 내고 있지만 달도 물체와 마찬가지로 태양빛에 반사돼 보이는 것일 뿐이다. 밤에 햇빛의 역할을 하는 것은 인공조명이다. 전등이나 스탠드, 가로등의 빛을 이용해 밤에도 낮과 같이 활동하고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이다. 

■ 멋진 야경이 빛공해로 전락해 

그러나 인공조명 빛의 고마움도 잠시. 최근에는 지나치게 많은 인공조명으로 인해 멋진 야경이 ‘빛공해’로 전락했다. 수많은 가로등과 화려한 간판, 광고 영상이 도시를 낮보다 더 밝게 비추고 있어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또 식물은 밤과 낮을 구분하지 못해 정상적인 성장을 하지 못하고, 야행성 동물은 먹이사냥이나 짝짓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빛공해에 장기간 노출되면 뇌기능 저하는 물론 암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연구팀은 약한 불빛의 방에서 잔 경우 통찰력과 관련된 전두엽 부위의 뇌기능이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고 지난해 5월 발표했다. 게다가 우리나라 야간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빛공해가 심한 지역에서 유방암 발생 위험이 다른 지역보다 1.3%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의 화려한 간판(사진 : 이윤선)



인간의 생체리듬은 빛을 쐬는 주기와 연관이 있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자전 및 공전하면서 자연광은 일주기와 월주기, 계절적인 변화가 생기는데, 이 변화가 생체리듬을 갖게 한다. 따라서 빛이 우리 몸의 신체적, 심리적인 변화에 중요한 자극제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인공조명, 태양빛에 더 가깝게 

따라서 빛공해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나서서 서울의 밤거리를 어둡게 할 예정이다. 최근 빛공해를 줄이기 위해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했기 때문이다. 생활환경에 따라 서울시를 4개 관리구역으로 구분하고 옥외 인공조명의 빛 밝기 기준을 다르게 적용한다는 것이다. 

상업지역은 제4종으로 지정해 가장 높은 최대 밝기를 허용한다. 주거지역과 논밭, 산림지역은 좀 더 낮은 기준을 적용해 빛공해로 망가졌던 시민들과 생태계의 생체리듬을 되돌리겠다는 계획이다. 

태양광과 유사한 인공조명을 사용해 빛공해를 줄이려는 시도도 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인간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자연광에 대해 분석하고, 유사한 인공조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최근에는 단순히 빛의 밝기뿐만 아니라, 시간에 따라 빛의 밝기와 색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인공조명이 개발됐다. 

씨넷사의 ‘The Sunn Light’는 태양이 떠오르는 7시에는 은은한 빛을 낸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밝아지다가 태양빛이 절정을 이루는 오후 3시가 되면 조명기구도 밝기도 최대가 된다. 그런 다음 다시 서서히 약해지다가 해가 질 무렵인 오후 7시가 지나면 다시 은은한 조명으로 바뀐다. 개발팀은 “태양광처럼 자연스러운 조명으로 인간의 생체리듬’을 맞추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점에 착안해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글 :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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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 김점동


1887년 몹시 추운 어느 겨울날, 이화학당의 당장실로 열 살짜리 여자 아이가 부모의 손을 잡고 들어섰다. 그곳엔 아이가 생전 처음 보는 파란색 눈의 서양인 부인이 앉아 있었다. 부인은 아이를 반갑게 맞으며 난로 가까이 다가오라고 잡아당겼다. 

그 순간 아이는 두려움을 느꼈다. 부인이 자신을 난로 속에 잡아넣어 태워버릴 것만 같아서였다. 하지만 그 부인의 친절한 미소를 보며 아이는 이내 그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 서양인 부인은 바로 이화학당의 설립자인 미국인 선교사 스크랜턴 부인이었으며, 여자 아이는 이화학당 부근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김점동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여학교인 이화학당이 개설된 시기는 1885년 8월이다. 그러나 첫 학생이 들어온 것은 그 이듬해인 1886년 5월이었다. 여성의 신교육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던 때라 양반집 자녀들이 오지 않았던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의도와는 달리 이화학당에는 주로 가난한 집 아이들이 입학했으며 김점동도 바로 그런 경우였다. 

이화학당의 네 번째 학생으로 입학한 김점동은 특히 영어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다. 그래서 1890년 이화학당을 졸업한 후, 김점동은 보구여관에서 일하고 있던 여의사 로제타 셔우드 홀(Rosetta Sherwood Hall, 1865~1951)의 통역을 맡게 됐다. 보구여관(保救女館, 여성을 보호하고 구한다)은 병에 걸려도 아픈 부위를 의사에게 보이는 것을 꺼려하던 여성들을 위해 이화학당 구내에 개설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전문병원이었다. 

그곳에서 김점동이 로제타 셔우드 홀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의사의 모습은 늘 칼을 들고 수술하는 것이었다. 당시 의사라는 직업이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은 이유였다. 그런데 어느 날 구순구개열 환자, 속칭 언청이라 불리던 10대 소녀가 로제타의 수술을 받고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 후 김점동은 자신도 의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김점동은 남편 박유산과 함께 1895년 2월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의 리버티공립학교에 입학했다. 자신에게 의사의 꿈을 심어줬던 로제타 셔우드 홀의 친정이 바로 그 부근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도움으로 미국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한 그해 9월부터 김점동은 병원에 취직해 생활비를 벌면서 라틴어와 물리학, 수학 등을 공부했다. 

1896년 10월 볼티모어 여자의과대학에 입학한 김점동은 각고의 노력 끝에 4년 만에 의과대학을 졸업했고, 한국 최초의 여성 의사가 됐다. 당시만 해도 서양의학을 공부해 의사가 된 이는 미국에서 최초로 의사 자격증을 딴 서재필과 일본에서 의학교를 졸업한 김익남 뿐이었다. 김점동은 그들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세 번째 의사가 된 것이다. 
 




김점동이 미국에서 어려운 유학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남편 박유산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큰 역할을 했다. 생활비와 아내의 학비를 대기 위해 박유산은 농장에서의 막노동과 험한 식당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아내의 졸업을 2개월 앞두고는 폐결핵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미국에서 남편의 장례를 치른 김점동은 1900년 10월 귀국했다. 그해 12월에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잡지인 <신학월보> 창간호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부인 의학박사 환국하심. 박유신 씨 부인은 6년 전 이화학당을 졸업한 사람인데, 내외가 부인 의사 로제타 셔우드 홀 씨를 모시고 미국까지 가셨더니 공부를 잘하시고 영어를 족히 배울뿐더러 그 부인이 의학교에서 공부하여 의학사 졸업장을 받고 지난 10월에 대한에 환국하였다. (중략) 미국에 가셔서 견문과 학식이 넉넉하심에 우리 대한의 부녀들을 많이 건져내시기를 바라오며 또 대한에 이러한 부인이 처음 있게 됨을 치하하노라.”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귀국한 그는 소녀 시절 의료보조로 일했던 보구여관의 책임의사로 의료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먼저 한국에 들어와 있던 로제타 셔우드 홀 여사가 죽은 남편을 기념해 평양에 기홀병원(起忽病院)을 세우자, 그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평양에 부임한 지 10개월 만에 3000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또한 평양의 여성치료소인 광혜여원(廣惠女院)에서도 진료했으며, 황해도와 평안도 등을 순회하면서 무료진료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로제타 셔우드 홀 여사가 만든 기홀병원 부속 맹아학교와 간호학교에서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 같은 공로로 그는 고종 황제로부터 은메달을 받았다. 

김점동은 엄동설한에도 당나귀가 끄는 썰매를 타고 환자를 찾아갈 만큼 열성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미신을 믿는 사람들이 많아 여성 의사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었으나, 그의 인술(仁術)은 서서히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김점동이 수술로 환자를 간단히 낫게 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귀신이 재주를 피운다’라는 말이 나돌 만큼 명의로 알려졌다. 

진료 활동 외에도 그는 근대적 위생 관념을 보급하는 활동을 활발하게 펼쳤다. 또 인공관을 이용해 방광질 누관 폐쇄수술을 집도하는 등 의미 있는 의료적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바쁜 의료 활동을 벌이던 김점동은 자신의 몸에 질병이 서서히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질병은 바로 남편을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죽게 한 폐결핵이었다. 

김점동은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뒤늦게 베이징으로 요양을 떠나기도 했으나, 1910년 4월 13일 서울의 둘째 언니 집에서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아무런 소생을 남기지 않은 35세의 짧은 생이었다. 

그로부터 16년 후인 1926년 7월 로제타 셔우드 홀 여사의 아들인 셔우드 홀(Sherwood Hall, 1893~1991)이 한국으로 건너와 해주구세병원의 원장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그는 1928년 결핵환자를 퇴치한다는 명분하에 우리나라 최초의 결핵 요양원인 해주구세요양원을 세웠으며, 1932년에는 해주구세요양원 이름으로 크리스마스 실을 발행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셔우드 홀은 늘 어머니와 함께 일을 했던 김점동을 이모처럼 따랐다. 그가 이처럼 우리나라의 결핵환자들을 위해 노력한 이유 중 하나는 김점동의 죽음 이후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 최초의 크리스마스 실은 김점동 덕분에 발행된 셈이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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