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의 여정


뉴호라이즌스호는 2006년 1월 19일 미 플로리다 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명왕성을 향해 발사됐다. 약 9년 반을 날아 지난 7월 14일에 명왕성을 통과했다. 현실적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빛으로 4시간 30분의 거리인 약 50억km의 태양계 최외곽에서 명왕성 탐사선인 뉴호라이즌스호의 소식이 전해졌다. 우주의 신비와 인류의 우주과학기술에 많은 사람들이 경외심을 자아냈지만, 사실 이 탐사선은 지구를 떠나기도 쉽지 않았던 미운오리새끼였다. 

명왕성은 태양계의 다른 천체에 비해서 탐사 우선순위가 낮은 편이었다. 명왕성이 있는 태양계 최외곽을 탐사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데, 그에 비해 얼음뿐인 천체에서 과학적으로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1년에 NASA(미항공우주국)의 명왕성 탐사 프로젝트가 확정되기 전까지 몇 번이나 이 프로젝트는 취소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심지어는 탐사선을 제작하고 있는 과정에서도 예산이 제대로 책정되지 않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사실 훨씬 이전에 한 탐사선이 명왕성을 방문할 뻔 했다. 1970년대 미국의 태양계 그랜드 투어 계획인 ‘보이저호’의 초기 계획에 명왕성도 여행 일정에 포함됐었다. 하지만 당시 NASA는 명왕성보다는 더욱 흥미로운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관한 근접 탐사를 원했고, 비행경로가 다른 명왕성으로는 보이저호를 보낼 수가 없었다. 명왕성을 탐사할 목적으로 보이저3호에 관한 논의를 하기도 했었지만, 그뿐이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명왕성 탐사 계획이 불사조처럼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내에 ‘명왕성 바라기’와 같은 천문학자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특히 이들은 1989년 명왕성의 근일점 통과를 계기로 대기층 존재에 관한 관측이 이루어지자 한층 고무됐다. 명왕성은 그냥 얼음뿐인 죽은 천체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후 태양에서 멀어지면 대기가 얼어붙게 돼 탐사 가치는 떨어지게 됐고, 긴 공전주기 때문에 다시 248년이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특히 2006년 2월 이전까지 탐사선을 발사 할 수 있다면 거리도 해왕성 근처로 가깝고, 중간에 목성의 중력을 이용한다면 10년 정도로 도착할 수 있는 절호의 조건에 놓여있는 상태였다. 

이에 자신의 생애동안 다시 올 수 없는 이런 천문학적인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앨런 스턴(현재 탐사선 조사 책임자이자 뉴호라이즌스호의 이름 작명자)과 같은 일단의 천문학자들이 NASA를 계속 압박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뉴호라이즌스호의 근접으로 180km 높이의 대기층이 발견되면서 이들의 주장이 옳았음을 증명해 보였다. 

이들의 노력으로 명왕성 계획이 승인됐지만, 문제는 또 그때부터였다. 탐사선을 제작할 시간조차 부족한 ‘런치 윈도우(launch window, 발사 가능 시간)’ 마감을 불과 5년을 남겨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탐사선 제작은 미국의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맡았고 이들은 초고속으로 탐사선을 제작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보다는 기존의 기술이나 부품을 재활용했다. 당시 이 대학에는 제작이 완료돼 발사를 기다리던 ‘콘투어’라는 혜성핵 탐사선이 있었고, 이 탐사선의 스페어 장비를 많이 활용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예비 부품을 활용한 대표적 예가 흔히 원자력 전지로 불리는 ‘방사성 동위 원소 전지’다. 원자력 전지는 1821년 독일의 제베크가 발견한 제베크 효과를 이용한 전지로, 2종의 금속을 둥근 모양으로 접속하고 두 점 사이에 온도차를 주면 기전력이 발생해 전류가 흐르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전류가 생기려면 금속의 한 쪽을 계속 뜨겁게 해야 한다. 방사능 물질은 오랜 시간 열을 방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사용한 것이 원자력 전지다. 

뉴호라이즌스호에는 이전 외행성 탐사선용으로 개발됐던 남은 플로토늄을 사용하려 했지만 수량이 모자라 러시아로부터 수입해 겨우 완성할 수 있었다. 원자력 전지는 로켓이 폭발하는 최악의 경우에도 방사능 물질이 노출되지 않도록 특수하게 제작됐다. 원자력 전지로부터 나오는 방사선으로부터 관측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중간에 연료탱크를 차단벽으로 사용했다. 

탐사선을 제작하는 동안 과학자들이 씨름한 가장 큰 문제는 전력과 무게였다. 원자력 전지로부터 나오는 전력이 100W(와트)짜리 가정용 전등 2개 정도에 해당하는 전력에 불과했기 때문에,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장비들을 장착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부착되지 못한 것이 ‘리액션 휠’이라고 하는 일종의 전자석 팽이로 로켓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탐사선의 자세를 제어할 수 있는 장비다. 모든 인공위성에 장착되는 필수장비지만 전력과 무게 문제로 실릴 수 없었고, 뉴호라이즌스호는 평소에는 자체 회전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회전을 멈추고 연료를 사용하는 추력기로 자세를 제어하게 됐다. 

이외에도 카메라와 같은 관측 장비는 촬영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플랫폼위에 장착되는데, 무게를 줄이기 위해 고정형으로 설치하게 됐다. 이 때문에 촬영을 위해 탐사선 전체를 움직여야 했고, 촬영하는 동안에는 지구와 통신이 끊어지는 단점이 발생했다. 이런 이유로 이번 뉴호라이즌스호의 근접 비행당시 지구에서는 바로바로 근접 사진을 받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무게에 민감한 이유는 바로 ‘속도’ 때문이었다. 

명왕성으로 가능한 빨리 보내기 위해서는 ‘태양계 탈출 속도(제3속도)’로 뉴호라이즌스호가 지구 중력권을 벗어나야 했다. 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로켓의 전체 무게에 비해 탐사선이 가벼워야만 했던 것이다. 573t(톤)의 발사용 로켓 무게에 비해 뉴호라이즌스호는 478kg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감량의 덕분에 뉴호라이즌스호는 지구 중력을 벗어난 당시 속도가 초속 37km로 인간이 만든 탐사선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지구중력을 탈출했다. 불과 9시간 만에 달을 지났고 13개월 만에 목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목성까지 23개월이 걸린 ‘보이저호’에 비하면 얼마나 빠른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리고 목성에서 다시 중력 도움으로 속도를 높여 더욱 빨리 명왕성에 도착했다. 

탐사선 제작과 발사, 운영에 이르기까지 중급 규모인 800억 원에 불과한 탐사 예산으로 진행된 뉴호라이즌스호는 앞으로 9개월간 계속해서 명왕성을 근접 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그 동안 획득한 정보를 바로 지구로 보내올 것이다. 이후 NASA가 계속 운영을 승인할 경우, 탐사선은 카이퍼 벨트(Kuiper Belt, 태양으로부터 약 30~50AU 정도의 거리에 위치, 단주기혜성의 기원) 속에서 탐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비행경로 상에 위치한 2-3개의 천체를 후보로 찾고 있다. 

뉴호라이즌스호의 장비들은 마치 우주복처럼 18겹의 다층 박막 단열재로 둘러싸여 있어 태양계 최외곽의 극한에서도 전자장비들이 정상 작동할 수 있는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2019년경에도 살아남아 카이퍼 벨트의 천체들에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약 50억 년 전 태양계 행성 초기에 카이퍼 벨트 바깥 행성들도 탄생했고, 태양계의 극한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 이후 그렇게 빨리 노쇠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명왕성과 카이퍼 벨트상의 천체들에 대한 탐사는 행성의 형성 역사를 고고학적으로 파헤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비록 지구에서의 출발은 미운오리새끼처럼 시작됐지만, 뉴호라이즌스호의 활약으로 인류의 새로운 지평은 계속 넓혀질 것이다. 

글 : 정홍철 스페이스스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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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의 과학] 국민 음식 닭고기로 여름나기

 

먹는 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죠. 모두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요즘 트렌드는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입니다. 그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는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메인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대중의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에 다양한 요리법이나 영양소에 대한 내용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COOKING의 과학]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매월 제철 음식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영양소도 함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음식을 전공해서인지 여름철이면 늘 받는 질문이 있다. 더운 여름을 견디기 가장 좋은 보양식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지치고 피곤한 여름의 해결책으로 보양식을 떠올리는 것이다. 실제 우리 조상들은 건강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계절에 따른 바른 음식 먹기’라고 보았다. 그래서 제 철에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주재료로 한 영양분위주의 보신 음식을 꼭 챙겨먹었다. 예로 한 여름 더위로 몸이 허약해 질 때쯤 해서 장만해 먹는 복(伏) 날 음식이 있다. 복날 음식이라면 개를 잡아 파, 마늘과 들깨 잎을 넣고 끓이는 개장국을 떠 올리지만 이는 주로 남쪽 지방의 풍습이었다. 서울 중부지역에서는 민어탕 그리고 닭에 인삼과 찹쌀을 넣고 끓인 삼계탕, 육개장, 그리고 장어 등이 유명했다. 

이렇게 다양한 보양식이 있지만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좋은 영양 공급원이 될 수 있는 닭고기에 대해서 알아보자.닭고기를 이용한 가장 보편적인 음식인 삼계탕은 어린 닭의 뱃속에 찹쌀과 마늘, 대추, 인삼을 넣고 물을 부어 푹 끓인 음식으로 과거에는 계삼탕이라고 했다. 연계(軟鷄, 영계)를 백숙으로 푹 곤 것을 ‘영계백숙’이라 했는데, 여기에 인삼을 넣어 계삼탕이라고 하다가 지금은 삼계탕으로 부른다.그런데 지금은 삼계탕이 서민 음식이 됐고 오히려 보신탕이 서민이 먹기에는 부담이 가는 특식이 돼 버렸다. 서울 반가 사람들이 즐겼던 백성 ‘民(민)’자를 쓴 민어(民魚) 또한 비싼 생선이 돼 먹기에 부담스럽게 됐다. 

삼계탕은 한 사람이 혼자 먹기에 알맞은, 작은 크기의 어린 닭의 배를 갈라 내장을 빼내고, 그 안에 불린 찹쌀과 인삼, 대추, 마늘 등을 넣는다. 안에 넣은 재료들이 밖으로 빠져 나오지 않도록 실로 묶고 물에 넣어 서서히 끓인다. 삼계탕 맛의 비결은 신선한 닭과 뚝배기에 뜨겁게 끓여 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삼계탕 외에도 여름철 보양식으로 추천할 만한 닭으로 만든 음식들이 많다. 

임자(깨)를 넣어 끓인 임자수탕도 복날 음식 중 하나다. 닭을 푹 삶아 건져 살은 뜯어 놓고 닭 육수는 기름기를 걷어내고 차게 식힌다. 흰깨를 볶아 넣어서 곱게 가는데, 이 때 닭 국물을 붓고 갈아서 체에 거른 다음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고명으로는 고기 완자와 오이, 고추, 표고 등에 녹말가루를 묻혀서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내고, 황색 지단과 미나리 지단을 만들어 골패형으로 썬다. 대접에 닭고기와 고명을 두루 얹고 깻국을 부어서 낸다.깨의 고소함과 닭 국물이 잘 어우러져 맛도 좋고 영양적으로도 아주 우수하다. 

그리고 ‘초교탕’은 궁중에서 즐기던 닭 음식이다. 삶은 닭고기를 가늘게 가르고 도라지, 표고, 미나리 등을 합해 밀가루와 달걀을 풀어 한 수저씩 끓는 장국에 떠 넣어 끓인 탕이다. 비슷한 이름의 닭요리로 ‘초계탕’이 있는데 이는 닭을 토막 내어 끓이다가 오이, 석이, 표고, 목이 등을 골패형으로 썰어 볶아 넣고 달걀지단을 올린 탕이다. 요즘은 닭으로 맵게 끓인 국을 육개장에 비유해 ‘닭개장’이라고 하는데 닭을 푹 삶은 다음 살을 뜯어서 갖은 양념을 해 육개장처럼 맵게 끓인 것으로 주로 여름철에 많이 먹는다. 

이렇게 닭고기는 과거부터 우리 조상들과 매우 가까운 식재료였다. 이미 중국인이 쓴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도 ‘마한에 긴 꼬리 닭이 있다’는 기록으로 보아 우리나라의 닭 사육 역사는 2,000여 년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고구려 무용총에도 긴 꼬리 닭 그림이 존재하며, 삼국시대 무사들은 닭의 용맹함을 얻기 위해 닭의 꼬리 깃으로 모자를 장식했다. 고려시대 궁중에서는 시간을 알리는 닭을 사육하고, 한 해를 보내며 잡귀를 쫓는 의식에 제물로 사용했다. 조선시대에도 오계와 같은 닭을 식용, 약용으로 활용한 사례가 <식료찬요>, <동의보감>등에 기록돼 있다. 심지어 조선 중기 화가 변상벽은 ‘자웅동추’라는 꼬리가 긴 닭 그림을 남겼고 후배화가인 마군후는 이 그림에 닭에 인삼과 약재가 어우러지면 최고의 공을 세운다고 썼으니 재미있다. 

그럼, 닭고기는 어떻게 보관하는 것이 좋을까? 닭고기는 다른 고기에 비해 부패되기 쉬우므로 구입 후 바로 조리해서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양이 많거나 조리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때는 반드시 냉장고에 넣어두고(1∼5℃) 하루 이틀 안에 조리하는 것이 좋다. 닭고기는 다른 고기에 비해 고깃결이 부드럽기 때문에 얼려서 보관하면 맛이 떨어진다. 손질법은 지방 부분을 제거한 뒤 조리에 사용하는데, 모래주머니나 내장류는 흐르는 물에 잘 씻어 불순물을 제거해야 한다. 

전체적인 생 닭고기의 일반성분은 단백질 20.7%, 지방 4.8%, 무기질 1.3% 정도며, 칼로리는 100g당 173kcal이다. 닭고기는 지방이 많고 칼로리가 높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칼로리의 경우, 날개가 204kcal로 높지만, 가슴살(101kcal), 다리살(104kcal) 등은 삼겹살(210kcal), 쇠고기 등심(224kcal)에 비해 낮다. 그리고 콜레스테롤에 영향을 주는 지방은 주로 껍질에 분포하므로 이를 제거하면 과다한 지방 섭취를 피하는 것이 가능하다. 

닭고기는 고단백 식품으로 특히 닭 가슴살은 다른 동물성 식품에 비해 단백질 함량이 22.9%로 월등히 높아 체중조절에 신경 쓰는 운동선수나 여성들에게 필수 건강식으로 이용된다. 또한 소화흡수가 잘되기 때문에 이가 불편한 노인이나 어린이, 회복기 환자들 및 임산부에게도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다. 닭고기의 단백질은 전체 함량과 메티오닌 등 필수아미노산이 쇠고기보다 더 높고 두뇌 성장을 돕는 단백질이 풍부하다. 

함유황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이 풍부해 간장의 해독작용, 콜레스테롤 합성 또는 분해, 지방간 예방, 항동맥경화, 정력 감퇴를 예방한다. 닭 날개 부위에 풍부한 콜라겐 성분은 피부 탄력과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적이다. 피부 건강 유지에 꼭 필요한 필수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이 육류 중 가장 높다. 또한 닭고기에는 불포화지방산 중 오메가3 지방산인 리놀렌산이 함유돼있어 암, 동맥경화, 심장병 등의 예방을 돕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린다. 특히 닭가슴살에는 피로회복물질인 이미다졸디펩티드가 100g당 약 200mg을 함유하고 있어 피로해진 여름철에 더욱 효과적이다. 

이와 같이 여름철 보양식으로 무엇보다 닭고기가 강자라고 추천하지만 한 마디만 덧붙이고 싶다. 오히려 한 여름 더위로 소화 기능이 약해 질 우려가 있을 때는 고단백 고기류보다 죽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복날에 죽을 쑤어 먹으면 논이 생긴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러니 보신을 더함과 빼줌의 양 측면에서 다 생각해 준 조상들의 지혜가 놀랍다. 더욱이 죽으로는 콩과 쌀을 물에 불려 맷돌에 갈아 만든 콩죽을 제일로 삼았는데 이 또한 콩 속의 질 좋은 식물성 단백질 효과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뜨거운 여름철 보양식의 진정한 강자는 다름 아닌 각자의 몸 상태에 따라 적절한 보양식을 선택하는 것이리라. 

글 : 정혜경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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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가뭄, 엘니뇨 때문?!


마른장마가 계속 되면서 가뭄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제9호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제주 등 일부 남부 지역에 누적강수량이 1,200㎜에 달했지만, 제주나 남해안 등 일부 지역에 집중되면서 가뭄 해갈엔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제 가뭄이 심한 중부지방의 강수량은 서울 38.5㎜, 파주 53.4㎜, 춘천 30.2㎜ 등에 그쳤다. 

박용진 기상청 통보관은 “가뭄이 완전히 해소되려면 100㎜ 이상 비가 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서울에 내린 강수량은 1㎜로 같은 기간 최근 30년 평년치(98㎜)의 1% 수준이다. 반면 폭염은 기록적이다. 5월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가 하면, 찬홈이 지나간 14일에는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2도까지 치솟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통 6월 말부터 시작되는 장마의 영향으로 7월 상순에 많은 비가 내리는 게 한반도 여름 기후의 특징이다. 장마전선은 북태평양고기압과 오호츠크해고기압이 만나는 경계에서 형성된다. 하지만 올해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이전만큼 발달하지 못했다. 때문에 장마전선이 북상하지 못하면서 마른장마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 슈퍼 엘니뇨 발생 가능성 제기 

스페인어로 ‘남자아이’라는 뜻의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약 2~7년 주기로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엘니뇨가 나타나는 이유는 열대지역에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무역풍이 약화되면 서쪽에 있는 따뜻한 해수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동태평양 지역의 차가운 물이 표층으로 올라오는 용승(湧昇, upwelling)현상을 억제해 이곳의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게 된다. 

열대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해당 지역에 막대한 양의 열과 수증기가 대기로 공급된다. 이는 지구의 기압계에 영향을 미쳐 특정 지역에선 고기압을, 다른 지역에서는 저기압을 강화시킨다. 고기압의 세력이 강해진 곳에선 폭염 등 고온현상이, 저기압이 심해지면 폭우, 홍수가 발생한다. 

현재 엘니뇨 감시구역(북위 5도~남위 5도, 서경 120~170도)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1.3도 높은 상태로, 중간 강도의 엘니뇨를 보이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하반기에는 강한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고, 호주 기상청도 “이번 엘니뇨는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1997~1998년 이후 가장 강력한 ‘슈퍼 엘니뇨’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엘니뇨 발생 주기 역시 점차 짧아지고 있다. 기상청 관측 자료를 보면 과거에는 4~6년 간격을 두고 엘니뇨가 발생했다. 1953년 봄~가을 발생한 엘니뇨는 4년 뒤인 1957년 봄에 다시 나타났다. 이후 엘니뇨가 또 다시 발생한 건 6년이 지난 1963년이었다. 그런데 2000년 이후에는 발생주기가 2002년 봄, 2004년 여름, 2006년 가을, 2009년 여름(발생 시기 기준)으로 2,3년 터울로 나타나고 있다. 1951년 이래 올해까지 엘니뇨는 총 20차례 발생했다. 

엘니뇨는 한반도의 날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겨울에 엘니뇨가 발생한 해에는 이상고온 현상이나 폭설피해가 잦았고, 여름철에는 집중호우가 발생했었다. 다만 봄과 여름에 엘니뇨가 발생한 해에는 장마 기간이 짧았다. 1994년 여름부터 이듬해 봄까지 엘니뇨가 이어졌던 당시 중부지방은 10일, 남부는 6일 만에 장마가 끝이 났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엘니뇨가 발생하면 집중호우로 강수량이 많아지고, 태풍도 평년보다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올해 1~7월까지 발생한 태풍은 12개다. 1981~2010년 30년 평균(7.6개)보다 1.57배 많다. 

■ 한반도 영향 미치는 태풍 세기 커져 

문제는 엘니뇨 발생이 한반도의 태풍 피해를 키운다는 점이다. 태풍은 수온이 27도 이상의 따뜻한 저위도 지역에서 발생한다. 이후 수증기를 에너지 삼아 세력을 키운다. 그러나 북상하면서 차가운 해역과 만나게 되고, 수증기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세력이 약화되는 경우가 잦았다. 강한 태풍이 발생해도 한반도가 위치한 중위도 지역으로 올라오면 위력이 많이 약해졌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반도 인근 해수면 온도는 한여름에도 25도를 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해수면 온도가 전 세계 평균보다 급하게 오르고 있어, 엘니뇨의 영향으로 발생한 태풍이 중위도에 올라와서도 세력이 약화되지 않고 큰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가태풍센터에 따르면 관측을 시작한 1904년 이래 국내에서 재산피해를 많이 낸 태풍 10개 중 6개가 2000년 이후 발생했다. 

그만큼 태풍 강도가 세지고 있다는 뜻이다. 1937~2014년에 발생한 1일 최대풍속 상위 10위 태풍 가운데 6개 역시 모두 2000년 이후 발생한 것이었다. 특히 1~5위까지 모두 2000년 이후 발생한 태풍이었는데, 1위 매미(2003년, 최대풍속 초속 60m) 2위 쁘라삐룬(2000년, 최대풍속 초속 58.3m), 3위 루사(2002년, 최대풍속 초속 56.7m), 4위 나리(2007년, 최대풍속 초속 52.4m), 5위 볼라벤(2012년, 최대풍속 초속 51.8m)이었다. 

태풍의 강도는 중심의 최대 풍속에 따라 약한 태풍(최대 풍속 초속 17~25m 미만), 중간 태풍(초속 25~33m 미만), 강한 태풍(초속 33~44m 미만), 매우 강한 태풍(초속 44m 이상)으로 분류한다. 초속 15m의 바람은 건물에 붙은 간판을 떨어뜨리고, 초속 25m 바람은 지붕이나 기왓장을 뜯어 날릴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다. 

최대 풍속이 초속 65m인 슈퍼태풍은 철탑마저 휘어지게 할 정도로 강력한데, 2005년 8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카트리나가 대표적인 예다. 카트리나로 사망이나 실종된 사람은 최소 2,500여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당시 800억 달러(약 91조원) 이상의 재산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다. 

슈퍼태풍이 국내에 온 적은 아직 없다. 하지만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슈퍼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할 경우, 수 m의 해일이 부산을 덮치고, 하루에 비가 1,000㎜ 이상 퍼부어 서울 여의도가 물에 잠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우로 소양강댐마저 무너져 내렸다. 

최근 우리나라 기상청이 태풍 찬홈의 이동 경로를 미국, 일본, 중국과 비교해 가장 부정확한 예보를 했다. 태풍에는 장사가 없다. 정확한 예보와 그에 따른 적절한 대비가 중요한 때이다. 

글 : 변태섭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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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침팬지의 냉장고를 부탁해


전래동화 중에 무엇이든 심하게 아껴서 쓰던 자린고비 이야기가 전해진다. 너무 흔들다 닳아버릴까 염려해서 부채는 세워두고 고개를 흔들기도 하고, 식탁에 앉았던 파리가 다리에 된장을 묻히고 날아가자 아까운 나머지 뒤쫓아 가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일화는 소금간이 된 굴비를 천장에 매달아두고 맨밥을 먹으며 쳐다보다가 “아이고 짜다” 하고 입맛을 다시는 것으로 반찬을 대신했다는 내용이다. 

‘그림의 떡’이라는 말이 있듯이 직접 먹지 못하고 바라봐야만 하는 음식은 아무 쓸모가 없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 이른바 ‘먹방’이 유행이다. 내가 아닌 남이 열심히 음식을 먹으면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시간을 쓰고 열광을 하며 심지어 돈을 지불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현상이라 외신들도 먹방 현상을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식사는 가족, 친구, 동료처럼 친근한 사이끼리만 함께할 수 있는 행동이다. 식당에 가서 낯선 사람과 마주앉아 밥을 먹게 되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혼자 살아가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음식을 함께 먹는 경험이 그리워질 때 친밀감을 느끼기 위해 먹방을 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매번 다른 요리와 반찬을 즐기기가 어려워진 것도 원인이다. 유명 레스토랑의 음식을 소개하는 블로그가 인기를 끄는 것도 먹방과 비슷한 현상이 진작부터 시작됐다는 증거다. 

이제는 먹방의 시대를 지나 남이 요리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즐기는 ‘쿡방’이 인기다. 기존의 요리 프로그램이 비법을 전수하고 설명하는 방송이었다면, 지금의 쿡방은 경력이 오래된 요리연구가들을 ‘셰프(Chef)’라 부르며 연예인처럼 동경하고 환호를 보내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요리를 따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음식을 만들고 맛보는 장면 자체를 좋아해서 방송을 본다. 생활 속에서 직접 요리를 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요리’라는 행위 자체가 주는 경이로움도 한몫을 한다. 

칼과 불을 이용해 원래 날것이던 재료를 변화시켜 맛있는 음식을 탄생시키는 모습을 바라보면 누구나 입안에 군침이 돈다. 음식을 할 줄 모르는 사람보다는 요리를 잘하는 쪽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게 당연하다. 18세기 영국 스코틀랜드의 법률가 겸 저술가 제임스 보즈웰(James Boswell)은 인간을 요리하는 동물(Cooking Animal)이라 정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인류는 언제부터 요리를 시작했으며, 식재료를 지지고 볶고 굽고 찌고 삶고 끓이는 행위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리처드 랭엄(Richard Wrangham) 하버드대학교 인류학 교수는 불을 이용해 음식을 익혀먹음으로써 인류의 진화가 촉진됐다며 ‘화식(火食) 진화설’을 주장한다. 1990년대 아프리카에서 야생 침팬지를 연구하던 랭엄 교수는 주식이 되는 열대과일과 덩이뿌리를 시식했다가 깜짝 놀랐다. 쓴맛이 강하고 질겨서 제대로 씹어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화 이론에 따르면 인류는 600만 년 전에 침팬지와의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지금에 이르렀다. 요리라는 고난이도의 과정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것이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면 그 출발점이 궁금해진다. 랭엄 교수는 10년이 넘는 증거 수집 끝에 2009년 요리의 중요성을 담은 책 ‘요리 본능(Catching Fire)’을 펴냈다. 

날것을 그대로 먹는 생식이 몸에 좋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전 세계에서 수렵채집 민족으로 살아가는 부족 중에서 생식을 하는 사례는 전혀 발견할 수 없다. 랭엄 교수는 식재료를 불에 익혔을 때 맛과 영양이 극대화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실제로 날달걀을 섭취했을 때, 소화를 통해 흡수되는 단백질은 50% 수준이지만 익혀서 먹으면 90% 이상의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다. 생식을 고집하면 낮은 소화 흡수율로 인해 체중이 계속 감소하며 결국에는 번식이 불가능할 정도로 신체 조건이 나빠진다. 

불을 이용해서 요리를 하는 것은 여러 장점을 준다. 첫째로는 소화가 쉬운 상태로 식재료가 변화하면서 더 많은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어 체력적으로 유리하다. 뇌는 근육보다 22배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인류는 다른 동물보다 훨씬 큰 뇌를 가지고 있다. 음식을 익혀먹지 않고는 유지가 불가능한 구조다. 유인원에 가까운 호모 하빌리스에서 뇌 용량이 1.5배 커져 두발로 걷고 도구를 사용하는 호모 에렉투스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불을 이용한 요리가 필수적이다. 

둘째로는 요리는 식재료를 연하게 바꾸므로 섭취와 소화에 필요한 시간도 그만큼 줄어든다. 침팬지는 주간 활동시간의 절반에 달하는 6시간을 매일 음식을 씹는 데 소비하지만, 인간은 1시간 정도만 씹으면 하루 세 끼의 식사를 마칠 수 있다. 요리 덕분에 소화시간도 짧아져 노동시간도 그만큼 더 많이 확보하게 됐다. 셋째로는 음식의 활용도가 높아진다. 식재료를 불에 익히면 영양분이 파괴된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독성이 제거되는 이득에 비할 바가 아니다. 부패에 관여하는 세균과 수분을 제거함으로써 보존기간도 늘어난다. 

불에 익힌 식재료가 맛과 영양 면에서 우수하다면 동물들도 요리된 음식을 선호할까.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예일대학교 연구진은 랭엄 교수의 주장을 토대로 최근 2년 동안 아프리카 콩고의 야생에서 실제 실험을 진행했다. 날고구마 조각을 플라스틱 용기에 넣고 흔들며 1분 동안 기다리면 마치 요리가 된 것처럼 익힌 고구마로 바꿔주는 장치를 설치하고 반응을 지켜봤다. 

연구진이 제공한 날고구마를 그 자리에서 먹어치우지 않고 1분을 기다려서 익힌 고구마로 바꿔간 침팬지의 비율은 90%에 달했다. 심지어 나중에 요리해 먹기 위해 날고구마를 쌓아두는 모습도 보였다. 침팬지가 맛과 영양을 위해서라면 인내심을 발휘할 줄도 알고, 식재료를 변화시키는 과정과 필요성도 문제없이 이해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등산을 하다보면 ‘산에 사는 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하는 글귀를 보게 된다. 인간이 먹는 음식은 대부분은 불에 익힌 식재료들이어서 섭취와 소화에 편리하다. 그러나 동물은 인간처럼 조리 기구나 요리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등산객들이 주는 익힌 음식에 길들여지면 야생에서 생식으로 살아가는 능력을 잃어버릴 위험이 크다. 요리는 오직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셈이다.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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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끌 수 없는 불 ‘원자력’, 고리 1호기의 폐쇄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원전 1호기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운영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최근 고리원전 1호기의 수명 재연장 신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로써 국내 원자력 산업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했던 고리원전 1호기는, 2년 뒤면 가동을 완전히 중단하게 된다. 하지만 가동을 중단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더 험난한 길이 남았다고도 볼 수 있다. 바로 ‘원전해체’와 ‘사용후핵연료 처리’의 길이다. 어째서 낙후된 발전소 시설을 해체하고, 사용 후 남은 연료를 처리하는 것이 왜 험난한 길일까. 

■ 가동시키는 것보다 가동 중단이 더 어려워 

원자력을 흔히 ‘붙일 수는 있지만, 쉽게 끌 수 없는 불’이라고 말한다. 원자력 발전소를 세워 가동하는 것보다, 가동을 중단시키고 완전히 해체하는 과정이 더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의미다. 실제로 해외 사례를 보게 되면 이 말의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시카고에 위치한 자이온(Zion) 원전은 지난 1998년에 운전을 정지했는데,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최초 상업용 원자로로 유명한 도카이(東海) 원전 1호기는 일본 내에서 가장 먼저 해체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작업을 시작한 2000년부터 지금까지 15년 동안 원전의 핵심 부분인 원자로 해체는 시작조차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원자력 분야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나 일본조차 원전 해체 작업은 순탄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비록 우리나라가 원전 설계 및 건설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해체 기술만큼은 아직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 원자력진흥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해체와 관련된 38개의 핵심 기반기술 중에서 17개 정도만이 국산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로의 해체 경험도 상업용의 수백분의 1 크기인 연구용 원자로가 유일하다. 과거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가동되던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3’가 바로 그것이다. 

트리가 마크3는 발전용량이 2메가와트(MW)에 불과한 소형 원자로였는데도, 해체 기간만 1997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12년이 걸렸고, 비용도 170억 원 정도가 투입됐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이번 고리원전 1호기의 해체 작업은 전 세계 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원전 해체 시장에 우리나라가 진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폐로(decommissioning)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는 기회는 우리의 원전 해체 기술 경쟁력에 엄청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폐로 과정이란 영구 정지된 원전 안에 있는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발전소 시설을 해체하기까지의 제반 프로세스를 말한다. 물론, 오염돼 있을지도 모를 발전소 부지를 건설 이전의 원래 형태로 복원하는 작업도 이에 포함된다. 폐로의 방식에는 ‘즉시해체’와 ‘지연해체’가 있다. 즉시해체는 보통 영구정지 후 5년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친 후 해체하는 방식이다. 기간이 비교적 짧고, 폐기물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빠른 부지 재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지연해체는 영구정지 후 안전밀폐관리 과정을 거쳐 해체하는 방식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방사능이 감소하기 때문에 처리해야 할 방사성 폐기물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으며, 해체 비용을 나눌 수 있어 재정 유연성 확보가 가능하다. 두 방식은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은 폐로 과정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즉시해체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지연해체 방법을 혼합하여 사용하는 방식을 권장하고 있다. 

따라서 고리원전 1호기의 폐로 작업도 두 방식을 섞어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폐로 과정은 대략 △해체 기획 △원전 특성 분석 및 운전 정지 △해체 설계 △제염 △절단 및 철거 △폐기물 처리 △부지 복원 △부지 규제 해제 등의 순서로 추진되며, 대략 20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건물 표면의 오염을 제거하고, 토양을 자연 상태로 완전히 복원하기까지는 대략 30~40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관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림. 폐로과정(출처 : 원자력연구원)



천문학적인 수준의 폐로 비용 역시 걸림돌의 하나로 꼽힌다. 국내의 경우 최근 방사성폐기물관리비용산정위원회를 통해 원전 1기당 해체비용을 6,033억 원으로 결정한 것으로 발표했다. 일본의 경우는 과거 도카이 원전의 폐로 비용을 약 8,000억 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원전의 폐로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다. 사용후핵연료는 일반 쓰레기와 달리 단순 매립하거나 태울 수 없다. 땅 속 깊은 곳에 묻어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사용후핵연료에 들어있는 방사능이 천연 우라늄 수준으로 떨어지려면 약 30만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에는 생활하는 지역과 완벽하게 분리돼 있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그동안에는 지하 깊은 곳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해 왔다. 

하지만 기존 처리장의 포화로 인해 새로운 처리장을 마련하든지, 아니면 처리 방식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방식을 바꾸는 것은 기존에 저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를 재처리하는 것이다.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이라 불리는 이 기술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 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금속연료를 고온으로 녹인 후, 이를 용매로 사용해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분리해내는 것이다. 

재처리 방식의 경우는 사실 그동안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기존의 한·미 원자력협정에 의해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가 금지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의해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이 방법은 안전과 경제성면에서 문제가 있어, 상용화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하되, 단기적으로는 이들을 당분간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습식이나 건식 저장소를 하루 빨리 건설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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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잇기 위한 방법, 음압병상에서 에크모까지

사람이 살아 있음을 나타내는 징표는 매우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으뜸은 아마 숨을 쉬는지의 여부일 것이다. ‘숨이 다하다’, ‘숨이 끊어지다’, ‘숨이 넘어가다’ ‘숨이 붙어 있다’와 같은 숨의 여부에 따라 삶과 죽음을 가르는 말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스스로 숨을 쉴 수 없어도 ‘숨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다양한 인공호흡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성인은 분당 15~20회 정도 숨을 쉬며, 호흡 1회당 약 500ml 정도의 공기를 교환한다. 그러니까 3~4초마다 한 번씩 작은 페트병 하나 정도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을 반복하는 셈이다. 공기가 들어가는 길은 코지만, 실제로 공기 속의 산소를 포집하는 기관은 폐이므로, 기관지 깊숙이 공기를 빨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숨을 들이쉴 때는 갈비뼈가 앞으로 나오고, 횡격막은 아래로 내려가면서 폐가 충분히 커질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공기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들어간다. 몸 안의 공간이 넓어지면 기압이 낮아지는데, 이때 외부의 공기가 몸 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흡기가 시작된다. 이렇게 몸 내부가 압력이 낮아져 공기가 빨려 들어오는 방식의 호흡을 음압(陰壓) 호흡이라고 한다. 요즘 메르스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음압병상도 마찬가지의 원리로 만들어진 것이다. 즉, 음압병상이란 인위적으로 병실 안쪽의 기압을 낮춘 방으로, 문을 여닫을 때 공기는 병실 안쪽으로만 들어가고 밖으로는 나오지 않아서 바이러스나 세균이 나오지 않게 만든 것이다. 

어쨌든 사람이 숨을 쉬기 위해서는 몸 내부에 음압을 걸어 공기를 빨아들여야 하는데, 이게 잘 안 되면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예를 들면, 갈비뼈가 여러 개 부러진 경우처럼 말이다. 이런 환자들이 제대로 숨을 쉬기 위해서는 음압병상처럼 몸 내부에 인위적으로 음압을 걸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IRON LUNG, 즉 철폐다. 철폐란 커다란 드럼통같이 생겼는데, 환자의 몸을 이 안에 집어넣고 목만 밖으로 내놓는 형태다. 목 주변에 공기가 새지 않도록 꼼꼼히 봉하고 철폐 안쪽의 공기를 빼서 압력을 낮춘다. 내부에 들어간 환자의 몸에도 음압이 걸려 굳이 갈비뼈를 움직이지 않아도 주변 공기가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가 숨 쉬는 것을 도와준다. 철폐는 사람이 숨을 쉬는 방식을 그대로 이용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만, 몸 전체가 통 안에 들어가 있는 형태라 보편화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사진. 초기 인공호흡기인 철폐의 모습



인공호흡기가 보편화 된 것은 1955년, 포레스트 버드라는 사람이 양압(陽壓)형 인공호흡기를 만들면서 부터다. 버드의 인공호흡기는 환자의 몸을 음압으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관을 이용해 외부의 고압 공기를 직접 폐 안으로 넣는 형태다. 그래서 양압형 인공호흡기라고 불린다. 양압형 인공호흡기는 크기도 작고 값도 저렴했다. 또한 직접 폐 안으로 공기를 넣는 구조이기 때문에 산소량을 조절할 수 있어서, 호흡곤란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인공호흡기는 급속도로 보급됐고 개량되면서, 현재는 병원뿐만 아니라 가정용 인공호흡기도 널리 보급돼 있다. 

하지만 인공호흡기는 단지 폐 속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줄 뿐이지, 폐의 역할 자체를 도와주지는 못한다. 폐는 들숨으로 들어온 공기 중에서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산소를 뽑아내고, 인체 대사 과정의 결과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를 날숨 속에 포함시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폐포, 즉 허파꽈리가 산소를 취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가스 교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폐포의 기능이 떨어져 이 역할을 못할 때는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도와줘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숨을 쉬지 못 할 뿐만 아니라, 폐의 기능 자체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을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에크모다. 에크모(ECMO, 체외막산소화장치)란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란 말 그대로 ‘몸 밖에서 막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다. 즉, 에크모는 환자의 혈액 속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주입해 몸속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는 장치로, 폐포가 하는 일을 대신하는 인공 폐인 것이다. 

에크모의 장점으로 첫째는 폐가 망가져 숨을 쉴 수 없는 사람에게 폐의 역할을 보조해준다는 것이고, 둘째는 기존의 인공호흡기가 기관지에 직접 구멍을 뚫어야 했던 것에 비해 혈관과 연결되므로 구멍을 뚫을 필요가 없어 환자의 몸에 손상을 덜 준다는 것이다. 셋째로는 에크모가 혈액을 직접 순환시키기 때문에 급성 심근경색과 같은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과 함께 단점도 있다. 에크모의 경우, 전신의 피를 외부의 기계에 연결하기 때문에 혈액은 지속적으로 외부로 노출되고, 몸 밖으로 노출된 피는 쉽게 굳기 때문에 혈전이 생겨 혈관이 막힐 위험이 매우 높다. 따라서 에크모를 사용할 때는 혈전이 생기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혈액응고억제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출혈이 일어나기 쉽고 지혈이 잘 되지 않는 등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야말로 에크모는 이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때, 환자를 이승에 붙잡아 두는 마지막이자 가녀린 동아줄인 셈이다. 

에크모가 적용되는 분야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인공태반이다. 양수, 즉 물속에 잠겨서 자라는 태아는 태어날 때까지 숨을 쉬지 않는다. 대신 태반과 탯줄을 통해 엄마에게 영양분과 산소를 받는다. 태아 입장에서 본다면, 태반은 태아의 몸 밖에 존재하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일종의 생물학적 에크모라 할 수 있다. 태반은 태아와 모체를 갈라주는 역할을 하며, 엄마의 혈액이 아기에게 직접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태반에서 걸러져 태아에게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만이 전달된다. 태아의 혈액도 엄마의 혈관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태반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노폐물만을 전달한다. 마치 에크모처럼 말이다. 따라서 에크모의 기본 원리를 태아의 상태에 맞게 변형할 수 있다면, 너무 일찍 태어나 자가 호흡이 힘든 아기들을 살릴 수 있는 인공태반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메르스 때문에 하루하루가 불안해하며 숨죽이고 사는 날이 벌써 한 달째 이어지다보니, 정말 크게 숨 쉬어 본 게 언제쯤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오늘은 한 번쯤 큰 소리로 웃고 크게 숨을 내쉬며 살아있다는 것을 한 번쯤 제대로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글 :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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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의 과학] 땅 속의 사과, 감자!

 

먹는 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죠. 모두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요즘 트렌드는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입니다. 그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는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메인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대중의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에 다양한 요리법이나 영양소에 대한 내용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COOKING의 과학]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매월 제철 음식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영양소도 함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자는 우리 식탁에서 늘 만날 수 있는 식재료로 생각해 제철개념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감자는 지금 6월부터 10월까지가 제철이라 이 시기는 특히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다. 감자하면 포테이토칩이나 프렌치프라이를 떠 올려 간식거리로 생각하지만 쌀, 밀, 옥수수와 더불어 세계 4대 식량작물이며 건강하게 잘 먹는 것이 필요하다. 

감자는 약 7천 년 전 페루 남부에서 재배되기 시작해 안데스 산맥에서 잉카인들의 식량이었다. 그 후에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유럽과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현재는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작물이 됐다. 처음 유럽 사람들은 이 감자를 관상용의 정원 식물로 키웠으며 심지어는 최음제로 오인하기도 했다. 또한 악마의 식물이라 하여 심한 배척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고 풍부한 탄수화물성분으로 인해 감자는 곧 유럽의 기근을 해결해주는 중요한 작물이 됐다. 특히 18~19세기 즈음 세계적으로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한 인구 부양 문제가 심각해졌을 때 감자는 싸고 실용적인 농작물로 자리 잡았다. 아마도 감자라고 하면 고흐의 어두운 배경의 ‘감자 먹는 사람들 The Potato Eater’(1885)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인데, 이 당시 감자는 가난한 소작인들의 주식이자 생명줄이었다. 감자는 16세기경 네덜란드의 상인들에 의해 중국에 전래됐고, 국내에는 1824년경 만주의 간도 지방으로부터 전래됐다고 보고 있다.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The Potato Eaters), 빈센트 반 고흐, 1885년, 반 고흐 미술관
(출처 : wikimedia commons)



‘감자(甘藷)’는 북방에서 온 고구마라는 뜻인 북방감저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고, 감자를 들어 올리면 말에 달린 방울들이 모여 있는 것 같이 생겼다하여 ‘마령서(馬鈴薯)’라고도 불렸다. 이렇게 감자와 고구마는 생긴 모양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작물이다. 감자는 고추, 가지, 토마토, 담배와 함께 가지과(Solanaceae)에 속하는 작물이다. 감자에서 식용하는 부위를 흔히 고구마처럼 ‘뿌리’부분인 것으로 여기는 오해가 있지만, 사실 줄기가 변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고구마의 뿌리와는 근본적으로 생성 원인이 다르다. 

감자는 알고 보면 영양과 효능도 좋은 편이다. 우선 영양성분을 살펴보면 감자는 수분 75%, 녹말 13~20%, 단백질 1.5~2.6%, 무기질 0.6~1%, 환원당(reducing sugar) 0.03mg, 비타민C 10~30mg을 함유하고 있다. 감자의 주성분은 전분, 즉 탄수화물이다. 사람들에게 주로 에너지를 준다. 또 철분, 칼륨과 같은 중요한 무기성분 및 비타민C,· B1,·B2, 나이아신과 같은 인체에 꼭 필요한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다. 

감자는 밀가루보다 더 많은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다. 감자에는 특히 비타민C가 많은데 고혈압이나 암을 예방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와 권태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다른 채소들은 불을 가해 조리를 하면 대부분 파괴되는 데 비해, 감자의 비타민C는 익혀도 쉽게 파괴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 감자에는 수박이나 사과에 다량 들어 있다는 칼륨이 4배 이상 많다. 칼륨은 나트륨의 배출을 도와 짜게 먹는 식습관을 가진 우리들에게 유익하며, 고혈압 환자의 혈압 조절에 도움을 준다. 

또한 당뇨환자들에게 좋지 않은 소금기를 몸 밖으로 없애는 역할을 한다. 소금기 있는 음식을 금방 줄이기 힘든 당뇨환자들이 감자를 다른 음식과 병행해서 먹는다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식물성 섬유질인 펙틴이 들어있어 변비에 특효가 있다. 감자는 염증 완화, 화상, 고열, 편도선이나 기관지염에 효과가 있다고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실제 그동안 구전으로 전해져 오는 효과들은 실험을 통해서도 밝혀지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감자의 생즙을 관절염 및 통증을 억제하는 민간요법으로 사용했다. 감자 추출물의 항산화 활성을 본 결과, 자유라디칼*을 제거하고 우수한 환원력 등으로 감자 추출물의 항산화력을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감자의 폴리페놀 성분이 흰쥐의 생체 내 과산화지질(lipid peroxide)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는 콜레스테롤을 투여한 흰쥐의 간장에서 과산화지질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유색감자 추출물의 항산화 및 항고혈압 활성’에 대한 연구에서도 적색과 보라색 안토시아닌 색소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고, 항산화 및 항고혈압 활성이 높음을 확인했다. 유색감자는 시각적인 맛을 증대시키고 또한 기능성이 증대된 식용감자로서의 이용가치가 충분하다고 보았다. 

그럼, 어떤 감자를 구입해 보관하는 것이 좋을까? 감자는 표면에 흠집이 적고 눈이 얇으며 매끄러운 것을 선택하고 무거우면서 단단한 것이 좋다.싹이 나거나 녹색 빛깔이 도는 것은 피하도록 한다. 감자의 싹이 돋는 부분은 솔라닌이 있으므로 싹이 나거나 빛이 푸르게 변한 감자는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감자에 싹이 올라 있으면 씨눈을 깊이 도려내고 사용해야 한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하고, 검은 봉지나 신문지, 상자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좋다. 껍질을 까놓은 감자는 갈변이 일어나기 때문에 물에 넣어 놓아야 한다. 찬물에 담가 물기를 제거한 후, 비닐봉지나 랩에 싸서 냉장 (1~2℃) 보관하는 것이 좋다. 감자 보관온도는 7~10℃가 적당하며, 적정 온도에서는 몇 주 간 저장 가능하다. 집에서 상온에 보관할 경우에는 1주일 안에 먹는 것이 좋다. 

감자는 어떻게 조리해 먹는 것이 좋을까? 감자는 삶아서 주식 또는 간식으로 하고, 굽거나 기름에 튀겨 먹기도 한다. 볶음, 전, 탕, 국, 범벅, 서양요리 등 다양한 음식에 쓰이고 있다. 감자는 희석식 소주의 원료와 알코올의 원료로 사용되고, 감자녹말은 당면 원료로도 이용되고 있어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감자를 많이 섭취하고 있다. 감자는 설탕으로 간을 하는 경우, 감자의 비타민 B1이 설탕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소비되어 영양학적으로는 좋지 않다. 

요즘 같이 감자가 제 철인 때에는 맛이 좋은 생감자를 쪄서 그대로 먹으면 감자 맛과 영양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유독 잘 붓거나, 평소 위궤양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감자를 간 즙이나 감자수프, 감잣국 등을 섭취하면 더욱 좋다. 또한, 가능하다면 기름에 튀기는 조리방법은 피하는 것이 감자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 감자의 영양성분(100g 기준) 
에너지(kcal) 80
수분(%) 78.1
단백질(g) 1.5
지질(g) 0.2
탄수화물 당질(g) 18.5
무기질 칼슘(㎎) 3
섬유소(g) 0.5
나트륨(㎎) 3
칼륨(㎎) 420
비타민 B1(㎎) 0.17
B2(㎎) 0.04
나이아신(㎎) 1.2
C(㎎) 18


*자유라디칼 : 자유라디칼이란 외곽 전자각에 단일 홀전자를 갖고 있는 원자나 분자를 말한다. 노화에 관한 자유라디칼 이론에서는 세포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유라디칼로 인한 손상이 축적되면서 노화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자유라디칼을 제거한다는 것은 노화의 원인이 되는 세포 손상을 억제 시키는 것이다. 

글 : 정혜경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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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식품 맹신이 불러온 백수오 논란

전국의 주식 투자자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지난 4월 22일 한국소비자원에서 인기 건강식품 백수오의 원료에 이물질인 이엽우피소가 섞여 있다고 발표했다. 이후 관련 상품 환불 건으로 홈쇼핑 업무가 마비되고, 코스닥 최고의 기대주였던 관련 기업 주가가 폭락하는 등 그 후폭풍이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었다. 백수오가 과연 무엇이길래, 주식 시장을 넘어 한반도 전체를 들었다 놨다 했을까. 

먼저 백수오의 효능에 대해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백수오는 갱년기·폐경기 증상에 효과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안면홍조·불면·신경과민·우울·피로 등에도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갱년기 여성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최근의 이슈도 관련 기업의 건강식품이 진짜 백수오가 아니라 비슷한 이엽우피소가 섞여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진짜 백수오라도 그 효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백수오의 효능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 국내 학술지 발표 임상시험 2편에 불과 

대한가정의학회 근거중심의학위원회(이하 위원회) 등 의학계에서 인정한 관련 임상시험은 5월 5일 기준, 총 2편에 불과하다. 위원회에 따르면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에서 백하수오, 백수오, 이엽우피소를 검색어로 논문을 검색한 결과 국내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은 총 164건이 있으나, 이 중 해당 물질과 관련한 논문은 총 20편이며 이 중 사람을 대상으로 시행된 임상시험은 단 1편이다. 위원회에서 수동으로 추가 검색한 결과, 백수오의 갱년기 증상 완화에 대한 1편의 임상시험이 추가로 검색돼 국내 학술지에 발표된 백수오의 효능에 대한 임상시험은 총 2편이다. 

문제는 이 2편의 논문도 그 효능을 명확히 입증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2003년 한국생물공학회지에 발표된 첫 백수오 관련 논문은 백수오·당귀·마른 생강 등을 투여한 폐경기 여성 24명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한 것이다. 58.3%가 폐경 증상 호전을 보였으나, 백수오 단독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 공동저자에 백수오 제품을 생산하는 관련 기업 연구원이 올라가 있는 것도 의심의 눈초리를 사기에 충분하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전통의학정보포털의 논문 검색에서도 백수오 관련 논문 2건, 백하수오 관련 논문 3건, 연구보고서를 4건 찾을 수 있었으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은 없었다. 

■ 건강식품 맹신이 부작용보다 위험 

폐경 증상 자체의 특징 때문에 위약 효과가 더욱 크다는 의견도 있다. 갱년기 증상은 기본적으로 몸에 문제가 있기 보다는 여성호르몬 수치의 변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완화되는 것을 약의 효과로 착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4월 기준 시중 판매되는 백수오 건강식품 32개 제품 중 진짜 백수오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은 3개 제품(9.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90%가 가짜라는 것이다. 이 제품들을 복용하고 증상이 호전된 것 같다면 위약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백수오의 효능, 진위 여부를 따져보기 전에 근거 없는 건강식품 열풍에 휩쓸리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는 일이다. 대한한의사협회가 2013년 전국의 한의사 3,9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4.6%가 “홍삼과 같은 건강식품 부작용으로 내원한 환자를 진료한 경험이 있다”고 밝힐 정도로 맹신은 널리 퍼져 있다. 제2, 제3의 백수오 논란이 없도록 좀 더 신중하게 건강식품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져야 할 때다. 

글 : 김청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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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시대, 지문으로 결제하세요~

“페이** 전 왜 안 되죠?” 
“이얏! 페이△△ 할인쿠폰 떴어요!” 
“**페이 전 눈팅만 하네요.” 
“도대체 △△△페이가 뭔가요? 저한테는 외계어. ㅠ.ㅠ” 

요즘 구매 관련 커뮤니티에서 흔하게 오가는 대화다. 혹, 몇 년 만에 인터넷 쇼핑에 나선 이가 있다면 갸우뚱할 단어들이다. 구매한 뒤 지급해주는 ‘포인트’나 ‘전자상품권’이려니 짐작해볼 뿐 정체가 확실치 않다. 

익숙한 듯 낯선 ‘간편 결제’ 서비스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 확실한 자리를 잡은 ‘페이팔’과 ‘알리페이’가 간편 결제의 대표 격이다. 국내서도 스마일페이, 옐로페이, 카카오페이, 페이나우, 케이페이 등 여러 서비스가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간편 결제의 부상과 함께 ‘핀테크(Fintech)’라는 생소한 용어가 자주 들리게 됐다. 은행이 핀테크 업체와 제휴를 했다는 둥, 핀테크 산업 발굴이 필요하다는 둥, 우리나라가 핀테크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는 둥 날마다 뉴스가 쏟아진다. IT와 관련된 용어는 그렇지 않아도 보통 사람들이 따라 잡기 힘든 신조어의 경연장이다 ‘IoT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웨어러블’ 등 여전히 어색한 단어들 위에 ‘핀테크’가 더해졌다. 

핀테크는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다. 언뜻 의아하게 느껴진다. 금융이 IT 기술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적들이 금은보화를 훔쳐서 보물섬에 숨기고, 금고와 광 열쇠로 현물 재산을 관리하는 시대를 지나 은행이 생겼고, 은행은 탄생 이후 줄곧 데이터 관리를 관건으로 삼았다. 컴퓨터의 도입, ATM 기기를 이용한 거래를 지나, 신용카드가 일반화 되고, 인터넷뱅킹과 홈트레이딩(HTS)까지 가능해졌다. 그 기반은 모두 IT기술로, 금융의 역사는 IT기술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는 이제 메신저로 커피와 아이스크림 구매권을 교환할 수도 있고, 가상화폐도 사용한다.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2000년대 초에 이미 ‘골드뱅크’처럼 창구 없이 온라인으로만 운영되는 온라인 전업은행도 시도된 바 있다. 

그렇다면 새삼스럽게 ‘핀테크’가 화두로 떠오른 이유는 뭘까? 핀테크가 지금까지 금융과 기술의 결합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페이팔, 알리페이, 애플페이, 카카오페이 등은 모두 전통적인 금융권 기업이 만들고 주도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알리바바, 애플, 다음카카오 등 IT기업이 내놓은 서비스다. 이제까지 금융과 IT의 결합은 금융권에서 IT를 활용하는 차원이었다면, 이제 저울추가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에서 인터넷뱅킹을 접근하는 관점이 은행 ‘창구’에 오는 횟수를 줄이고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사용자 편의를 배려한다는 개념이었다. 때문에 거래상의 안전 책임도 사용자에게 있었다. 비밀번호를 자주 바꾸며 관리하고, 사용자가 인증서를 설치하고 보안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도 설치해야 했다. 한 마디로 사용자는 번거로워도 창구 가는 것보단 나으니 참아야 했다. 

그런데 미국의 간편 결제 서비스 페이팔은 이메일과 비밀번호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필요 없이 본인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가 가능하다. 공인인증서와 몇 겹의 보안 장치가 있어도 해킹이 일어나는 실정에 고작 비밀번호만으로 돈이 오가는 거래를 한다? 걱정이 앞선다. 얼마나 강심장이라 페이팔을 쓸까? 

페이팔은 ‘FDS(Fraud Detection System, 금융거래 차단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한다. 페이팔 역시 해킹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2001년 국제 해커가 페이팔 계정에 침투, 다수의 계정에서 소액을 이체해 갔다. 국제사기였다. FBI에서 수사를 시작했지만, 막대한 손실이 지속될 뿐 해결되지 않았다. 페이팔 측은 법에 기대서는 이런 해킹에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독자적인 탐지 시스템을 구축했고, 그것이 FDS다. 

FDS는 전자금융거래 접속정보, 거래 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평소의 패턴과 다른 금융 거래가 발생했을 때 사전에 차단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30분 전에 사용된 카드가 런던에서 결제될 때, 7시 이후에 사용이 드문 카드가 심야 유흥업소에서 사용된다든가 하는 식으로 평소와 다른 패턴을 보일 때를 포착해 거래를 막는다. 거래 정보의 수집과 거래 패턴에 대한 정교한 분석, 대량 데이터의 효과적인 관리, 전자 금융 거래 업무에 대한 정확한 이해 등이 바탕이 돼야 구축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페이팔에는 20개국에 500여 명의 정보유출방지 인력이 배치돼 있으며, 보안관련 인력은 7천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물 위를 우아하게 떠다니는 오리처럼, 쉽고 편한 서비스를 위해선 끊임없이 발을 놀리고 있는 것이다. 

더 간단하고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금융의 중심이 IT에 실리는 핀테크 시대에는 보안의 개념이나 모양도 상당히 달라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보안서비스에서는 고객은 정해진 대로 따를 뿐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모바일을 통한 거래와 결제가 활발해지면 기기의 특성에 따라 다채로운 보안 방식이 가능하다. 음성, 지문, 홍채 등 생체 인식이나 유심, NFC(근거리 무선통신) 기반 인증 등이 후보다. 물론 보안의 벽을 쌓아도 위협은 도사리고 있다. 사용자 단말기에서 수집된 정보를 복제해 다른 기기나 조건에서 사용하는 식의 해킹이나, 불법 원격 조정기술로 사용자 단말기의 권한을 탈취해 악용할 수 있다. 피해자가 오히려 범인으로 둔갑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더 간편해지는 만큼 위협도 커진다. 

일단 더 편리한 결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핀테크가 몰고 올 변화는 그보다 크다. 이미 빅데이터와 IT기술을 바탕으로 회계 감사, 투자 상담, 재무 설계 등 기존 금융 회사들의 영역에 진입한 회사들이 있다. 기존 금융회사에 비해 저렴한 비용이 강점이다. 앞으로 투자 상담이나 재무 설계는 로봇에게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게 될 날이 올지 모른다. 저렴한 송금 수수료를 내세운 온라인 전용 은행도 등장했다. 계좌를 개설하려면 지점 방문을 꼭 거쳐야 하는 것도 과거의 일이 될 수 있다. 미래 화폐라고 하는 가상화폐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도 관심사다. 핀테크는 지금의 금융 관행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 이미 씨앗은 뿌려져 있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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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휩쓴 네팔, 그 다음은 어디?





‘은둔의 땅’으로 알려진 네팔에서 지난 4월 참혹한 재앙이 발생했다. 이번 대지진으로 인해 지금까지 8500명 이상이 사망하고 1만 명 넘게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 7.9의 강진과 10시간 가까이 연속적으로 발생한 60여 차례의 여진이 남긴 피해는, 현재 정확하게 추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네팔 대지진은 어느 정도 예고된 재앙이었다. 과거 3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아이티 대지진 참사 직후, 대다수의 지진 전문가들이 ‘다음 차례는 네팔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지진 규모도 8.0인 강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예상치는 이번 지진 규모인 7.9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사진 1. 지진으로 인해 갈라진 네팔의 도로
(출처 : wikimedia)
사진 2. 네팔 지진 복구 현장
(출처 : wikimedia)


여기서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왜 네팔에서 이런 대지진이 발생했을까? 그리고 지진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재난일까? 또한 예측이 가능하다면 다음 대지진은 어느 지역에서 일어날까? 이 같은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이제 지진에 대해 하나씩 일아 가야겠다. 

■ 네팔이 지진이 잦은 이유는 지각판 경계에 위치 

과거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네팔이 거론됐던 이유는, 거대 지각판인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부딪치는 지점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지점에 위치한 나라는 지진이 잦을 수밖에 없다. 히말라야의 경우 이 두 지각판이 서로 부딪히며 떠밀려 올라가 생겨난 산맥이다. 

실제로 네팔 지역은 지금까지 수많은 대지진을 겪었다. 1934년에 일어난 규모 8.2의 강진으로 1만 6천 명 이상이 사망했고, 1988년에는 규모 6.8의 지진으로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에도 1993년부터 2011년까지 크고 작은 지진이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80년대 이후의 지진들과 비교해 볼 때 특히 이번 지진이 피해가 컸던 이유는 지진의 강도가 세기도 했지만, 진앙지가 지표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웠기 때문이다. 미 지질조사연구소(USGS)의 발표에 따르면 네팔 지진이 발생한 위치는 지표면에서 불과 15km 정도의 깊이여서, 진앙지가 그리 깊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이유로는 건물의 대부분이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았던 점을 들 수 있다. 가장 피해가 컸던 카트만두는 네팔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건물이 흙벽돌로 지어졌기 때문에 지진 발생에 대해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네팔의 건물들이 내진 처리가 되지 않은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주택이 모자라면서 단시간 내에 지어졌고, 소득 수준이 낮아 건물의 안전에 많은 비용을 쓸 수가 없던 점 등이 있다. 

이 외에도 행정규제가 허술해서 내진설계를 하지 않아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 현실이 피해를 더 키우는 데에 한 몫을 했다. 아이티 대지진 이후 전 세계의 학자들이 대지진의 위험을 경고했을 때도, 네팔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 불의 고리에 위치한 지역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카트만두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 규모 7.9 지진의 여진들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지난 5월 12일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규모 7.3의 강진이 또 다시 이 지역을 덮쳤다. 전문가들은 네팔에서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지진이, 앞으로 세계 도처에서 발생할 대지진의 전주곡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사진 3. 환태평양 지진대, 일명 ‘불의 고리’(출처 : wikimedia)



실제로 지난 2011년 뉴질랜드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호주의 지진 전문가인 케빈 맥큐(kevin mccue) 박사는 “지질활동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하며, 더 큰 지진이 조만간 발생할 것을 경고한 바 있다. 그로부터 정확히 17일 뒤,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이 일본열도를 강타했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예측을 마치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지진과 화산활동이 자주 일어나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최근 들어 잇달아 불을 뿜기 시작하고 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에서는 지난 4월 30일 규모 6.7의 지진이 발생했고, 연이어 비슷한 규모인 6.8의 강진이 재발해 한때 쓰나미 경보까지 내려진 바 있다. 

파푸아뉴기니에 이어 환태평양 지진대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4월 13일에 규모 6.6의 강진이 발생해 고속철도인 신칸센의 일부 노선이 운행 중단됐고, 이틀 뒤인 15일에도 후쿠시마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처럼 불의 고리에 속한 지역에서 지진이 연달아 이어지자 호주 지질학자인 조너선 바스게이트(Jonathan Bathgate) 박사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불의 고리와 관련된 지역의 땅 밑은 지금 매우 활동적인 상태로 보인다”고 밝히며 “빠르면 수개월 안에 이 지역을 중심으로 더 큰 지진이 닥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와 같은 의견들에 대해, 일각에서는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지역들이 평소에도 워낙 지진과 화산활동이 잦은 지역인 만큼,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과거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피해 사례가 연상된다는 점에서 ‘대지진 주기설’은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불의 고리 지역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그 인근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지진 발생 횟수는 1980년대 16회에서 2000년대 44회, 그리고 2010년에서 2014년에는 58회로 대폭 늘어나는 등, 그 횟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의 위치가 지각판의 경계에서 약간 벗어나 있기 때문에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래도 규모 5.0 정도의 지진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특히 기간시설 들인 지하의 통신망이나 전력선은 규모 5.0의 지진에도 끊어질 위험이 있으며, 수도관과 가스관 등이 터지거나 폭발하면 대규모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하루속히 각종 재난에 대비한 국가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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