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인간, X맨이 될까 키메라가 될까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코린토스 땅에 벨레로폰이라는 영웅이 살았다고 소개한다. 벨레로폰이 옆 나라에 피신해 있던 시절에 왕비가 던져온 추파를 거절했다가 미움을 사는 바람에 어려운 임무를 부여받게 됐다. 머리는 사자, 몸통은 염소, 꼬리는 뱀을 닮은 괴물, 키마이라를 처치하라는 명령이었다. 불을 뿜고 다니는 바람에 사람과 곡식에 큰 피해를 주던 존재였다. 벨레로폰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말인 페가수스를 황금고삐로 잡아 길들인 덕분에 키마이라를 처치하고 명성을 떨칠 수 있었다. 

불을 뿜는 화산을 빗대어 만들어진 괴물인 키마이라는 서로 다른 생물의 특징이 하나의 몸으로 합쳐진 결과물이며, 영어로는 키메라(Chimera)라고 한다. 사람의 상체와 말의 하체가 합쳐진 켄타우로스, 황소의 머리가 사람 몸에 붙은 미노타우로스, 독수리의 상체에 사자의 하체가 붙은 그리피오스도 키메라의 일종이다. 


 

사진 1. 에로스를 등에 태운 켄타우로스 (출처: wikipedia)



생물학에서 유전자를 조합해 새로운 세포나 동물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키메라로 부른다. 키메라는 생물이 탄생하고 자라나는 과정을 살필 때 수정란의 일부를 잘라내고 다른 세포를 집어넣어 새로 만들어낸 배아를 가리킨다. 흰쥐의 수정란과 회색쥐의 수정란을 결합하면 얼룩덜룩한 모습의 키메라 마우스가 탄생하는 식이다. 

대부분의 키메라는 각 생물의 장점만을 하나로 모은 모습이다. 켄타우로스는 사람처럼 영리하면서 말처럼 빨리 달리고, 미노타우로스는 사람의 팔다리를 가진 동시에 황소처럼 힘이 세다. 그리피오스는 독수리의 날개와 발톱을 가졌으며, 사자처럼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좋은 것만 모아서 약점을 보완하려는 인간의 욕심과 소망이 만들어낸 존재다. 

키메라의 전설은 현대에도 멈추지 않는다. 19세기의 소설가 메리 셸리가 쓴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대표적이다.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물리학자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죽은 자의 뼈와 살을 이어 붙여 키 2.4m가 넘는 괴물 인간을 만들어낸다. 혼자 지내던 괴물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프랑켄슈타인 박사에게 여자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박사의 부인을 죽이고 결국 박사와 자신까지 죽음으로 몰아넣는 이야기다. 

이익이 되는 것만 손에 넣고 싶은 사람의 마음은 인간관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상형을 말할 때, 탤런트처럼 잘생기고 아버지처럼 자상하고 기업가처럼 돈이 많은 사람을 꿈꾼다. 또한 모델처럼 예쁘고 토끼처럼 착하며 강아지처럼 애교가 많은 상대가 나타나길 원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는 인간이 아니라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또는 키메라로 불러야 하지 않을까. 

모든 것을 가지고 싶은 마음은 그 끝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전설과 문학 속에서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들은 예외 없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전에 없던 새로운 생물을 만들어내는 연구도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에 부딪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은 유전자재조합식품(GMO)이 화살을 맞고 있다. 병충해를 이겨내고 생산량을 늘린다는 좋은 뜻으로 만들었지만, 특정 유전자를 조작한 곡물과 생물을 섭취했을 때 장차 어떤 피해가 발생할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한 번 변형이 되면 그 상태로 대대손손 전해지기 때문에 당사자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광우병이나 방사능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의 숫자는 일반 질병에 비해 지극히 적은데도 끊임없이 지적을 받고 경계의 대상이 되는 이유다. 

키메라 기술은 점점 발전해 이제는 사람의 유전자를 건드리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유전자와 염색체를 아울러 가리키는 게놈(genome)은 특정 생물체가 가진 고유한 특징을 지칭해왔지만, 이제는 게놈 수정과 합성 기술이 발달해 마음대로 바꾸고 잘라 붙이는 시대가 됐다. 사람의 일이니만큼 커다란 논쟁과 다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의료기술의 발달을 위해 인간의 배아를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불행의 씨앗을 없애기 위해 인간 유전자는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8월 영국은 ‘10만 게놈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2017년까지 10만 명의 게놈 지도를 그리는 데 5천억 원의 정부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에는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가 “질병 치료를 위한 게놈 수정 기술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곧이어 의료자선단체 웰컴 트러스트(Welcome Trust), 의료과학원(AMS), 생명공학연구위원회(BBSRC) 등 영국 내 기관들과 공동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다. 각국 과학윤리 전문가로 이루어진 힝스턴 그룹(Hinxton Group)은 “인간 배아의 게놈을 조작하는 기술은 생물학과 의학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며 향후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몇몇의 우려 때문에 기술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은 장기적인 손해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불치병과 난치병으로 인해 인류가 겪는 손해를 계산하면 오히려 게놈 수정 기술을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별 유전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면 결국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하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장차 태어날 아이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도 없이 특정 인생을 강요당해야 하는 일종의 폭력행위와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잇따른다. 원하는 인간을 맞춤형으로 생산해서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SF영화 속 상황이 실제 현실에 등장할지도 모른다. 

단점을 버리고 장점만을 조합해 맞춤형 인간을 만들려는 시도는 어떻게 끝을 맺게 될까. 초능력을 갖춘 영화 엑스맨을 탄생시킬까 아니면, 미움과 박해 끝에 고통으로 사라진 신화 속 키메라를 되살려낼까.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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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공포, 해열제로 해소되나?!

아이를 둔 많은 부모들이 늘 해열제를 집에 구비해 둔다. 아이가 열감기에 걸렸을 때 체온이 급격히 올라 행여 경기를 일으키거나 뇌가 손상될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한 모습이지만, 사실 이는 부모의 ‘발열공포’에서 비롯되는 부적절한 행동이다. 지나친 해열제 사용은 아이의 병을 낫게 하기는커녕 아이를 더 괴롭게 할 수도 있다. 

■ 직장체온 39℃ 미만은 대개 치료가 필요 없다 

열이 나는 것은 질병에 대한 ‘정상적인’ 면역반응이다. 우리 몸이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감염되면, 면역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열이 난다. 바이러스 감염은 대개 미열이 2~3일간 지속되고 세균 감염은 고열이 3일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열이 나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면역세포에서 분비된 ‘사이토카인’이 뇌혈관 세포에 작용한다. 여기서 몇 가지 효소가 만들어지는데, 이 효소들이 작용해 ‘프로스타글란딘 E2’라는 물질을 합성한다. 이 물질이 뇌 조직 속으로 확산되면, 체온조절중추가 자극돼 체온이 오른다. 감염됐을 때 체온이 오르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몸이 바이러스나 세균과 싸우는 과정에서 화학적으로 열이 난다는 가설이 있고, 일부 연구자는 “백혈구나 면역 세포가 체온이 적당히 상승한 환경에서 더욱 활발한 항균 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해열제는 어떤 원리로 열을 내리는 걸까. 해열제는 몸에 열이 나게 하는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 E2의 생산을 억제한다. 열과 통증, 그리고 식욕부진과 같은 증상이 동시에 완화된다. 하지만 증상을 완화시킬 뿐, 열이 나게 하는 근본적인 요인을 치료하는 건 아니다. 

만성질환이나 선천성 장애가 없고 평소 건강한 아이가 직장체온이 39℃ 미만이라면 대개 치료가 필요 없다. 직장체온이란 항문에서 6cm 이상 들어간 곳에서 측정한 온도로, 직장체온을 표준체온으로 정했지만 항상 이렇게 잴 수 없어서 겨드랑이나 귀 온도를 대신 측정한다. 조금 더 큰 아이들은 38.3℃ 이하의 미열이면 특별한 처치를 하지 않고 기다려도 된다. 체온이 41℃를 넘어가면 ‘고체온증’으로 반드시 즉각적으로 처치해야 하지만, 대개는 시상하부가 체온을 잘 조절하기 때문에 41℃를 넘기는 경우가 드물다. 물론 36개월 미만의 영유아는 얘기가 다르다. 면역기능이 미숙하기 때문에 발열 초기라도 심각한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3개월 미만의 아이가 38℃ 이상인 경우라면 반드시 병원 진찰을 받아야 한다. 

■ ‘발열공포’가 아이를 괴롭힌다 

문제는 대부분의 부모가 열에 대해 과도한 공포심을 갖고 부적절하게 대처한다는 점이다. 이를 ‘발열공포(fever phobia)’라고 부른다. 미국의 소아과 의사 바턴 슈미트가 1980년 발표한 논문에서 유래됐다. 그는 논문에서 “81쌍의 부모를 조사한 결과, 부모의 52%가 ‘아이가 40℃ 미만의 열로도 심각한 신경학적 부작용을 겪을 것’이라고 응답했다”며 “무려 85%의 부모가 아이의 체온이 38.9℃가 되기도 전에 해열제를 먹인다”고 밝혔다. 발열공포라고 정의한 데서 알 수 있듯, 이런 우려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이런 발열공포는 어디에서 유래된 걸까. 일부 전문가는 과거 경험에서 그 뿌리를 찾는다. 세균과 바이러스에 인간이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던 과거 말이다. 지금보다 생활환경이나 의료 수준이 열악했던 시절, 특히 심각한 뇌수막염으로 많은 아이들이 고열에 시달리다 귀가 멀고 뇌손상도 입는 등 심한 후유증을 겪었던 기억이 우리에게 열에 대한 공포를 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백신이 개발돼 심각한 세균에 감염되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줄었으며, 의료 수준이 높아져 설사 감염되더라도 치료에 실패하는 확률이 줄었다. 즉, 요즘 아이들이 열이 나는 원인은 대부분 3~4일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바이러스 질환인 것이다. 

하지만 김진선 조선대 의과대학 간호학과 교수팀이 올해 4월 <아동간호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부모들의 발열공포는 여전하다. 연구 대상자의 절반이 37.8℃를 발열의 최저기준 체온으로, 38.9℃를 고열의 최저기준 체온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발열과 고열은 각각 38.0℃ 이상, 40.0°C 이상으로 정의한다. 또한, 74.8%가 열이 나는 아이를 미온수로 목욕시킨다고 응답했다. 78.1%는 아이가 경련을 일으키거나 뇌손상을 일으킬까 봐 ‘매우 걱정 된다’고 답했다. 그 결과, 소아 외래나 응급실을 불필요하게 자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열제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74.2%가 잘 자고 있는 아이를 깨워 해열제를 복용시킨다고 답했다. 심지어 6%는 아이가 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항문을 통해 좌약 형태의 해열제를 투여하고 있었다. 열이 나는 아이에게 부모가 가장 조치하기 쉬운 게 해열제 투여다 보니, 남용이 심한 것이다. 김 교수는 “의료진조차 최신의 과학적 근거를 수용하지 못한 채 잘못된 방법으로 소아 발열을 관리하고 있다”며 “의료인의 발열공포가 부모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세균감염 위험 먼저 살펴야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열에 대한 지나친 공포로 해열제를 잘못 써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해열제 자체로는 열성경련을 막을 수 없다. 열성경련 예방을 목표로 해열제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물론 해열제를 먹이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아이의 체온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해열제를 먹이지 말고, 열 때문에 너무 힘들어할 경우에만 고려하라는 것이다. 이은혜 경희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체온이 38℃가 넘으면 아이가 보채고 힘들어하기 때문에 해열제를 적절한 용량으로 사용해 편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보통 해열제의 사용간격은 4~6시간이다. 아이가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계열의 약을 섞어 자주 먹여서는 안 된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의 상태를 잘 살피는 것이다. 3일 이상 고열에 시달린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 교수는 “아이가 열이 날 때 뇌막염이나 요로감염, 패혈증 등 심각한 세균감염인지 단순한 바이러스성 질환인지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열에 대한 공포로 ‘해열’에만 지나친 관심을 쏟는 태도는 아이의 병을 낫게 하기는커녕 아이를 더욱 괴롭힐 수 있다. 
 

(TIP) 열에 대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상식 

Q. 아이 체온이 38℃를 넘었어요! 뇌가 손상되면 어쩌죠? 
A. 단순 감기로 인한 열 때문에 뇌가 손상된다는 건 근거 없는 오해랍니다. 

Q. 아이가 열성경련 경험이 있어요. 빨리 해열제 먹여야겠어요. 
A. 해열제는 열 증상만을 완화할 뿐, 열성경련을 예방하지 못합니다. 병원을 찾아 열이 나는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해요. 

Q. 열이 떨어지지 않아 곤히 자는 아이를 깨워 해열제를 먹였어요. 
A.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열이 나더라도 아이가 잘 놀고 잘 잔다면 해열제를 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보채고 힘들어 할 때만 체중에 맞게 해열제를 주세요. 

Q. 병원에서 미온수목욕을 시키라는데, 아이가 울고 소리를 질러요. 
A. 미온수목욕은 해열효과가 일시적입니다. 최근에는 추천하지 않는 처치법이죠. 아이가 추워서 몸을 떨면 열이 생산돼 체온을 오히려 올릴 수 있어요!  



글 : 우아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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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207색 무지개를 찾아서

 

세상은 빛과 함께 존재합니다. 세상을 밝고, 아름답고, 화려하고, 오묘하게 만들어주는 빛은 희망, 깨달음, 즐거움의 상징이기도 하죠. 그래서 거의 모든 종교의 창세기가 세상을 밝혀주는 빛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실제로 빛은 우리에게 온기를 주고 안전을 지켜줍니다. 빛을 이용한 녹색식물의 광합성이 없었더라면 지구는 지금도 아무것도 살지 않는 삭막한 행성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2015년은 UN이 지정한 "세계 빛의 해"입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빛’을 주제로 한 칼럼을 연 4회 기획하고 있습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최근 SNS 타임라인에 무지개 사진이 도배됐다. 하늘에 무지개가 뜬 것이다.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한 여름 더위도 잊은 채, 연신 하늘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리고 너도나도 무지개 사진을 SNS에 올리며 한껏 동심을 발산했다. 

요즘 세대들에게 무지개는 책이나 사진 속의 그림이 더 익숙하다. 대기가 오염되면서 하늘에 뜬 무지개를 보는 일이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서울에 살고 있다는 30대 이 모 씨는 하늘에 뜬 무지개를 직접 본 일이 평생에 2~3번뿐이라 하니, SNS에 무지개가 도배되는 일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닌 것 같다. 
 

사진 1. 2015년 7월 17일 서울에서 본 무지개(사진: 이윤선)



이렇게 현대인들에게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무지개가 옛날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존재였다. 무지개가 하늘과 땅, 양쪽에 걸쳐서 생기다보니 사람들은 신과 통할 수 있는 특별한 상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과거 사람들이 표현한 무지개는 지금의 무지개와는 조금 다르다.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이렇게 일곱 가지 색이 아니다. 

■ 조선의 오색 무지개, 미국의 레인보우 식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무지개를 다섯 가지 색으로 표현해 ‘오색 무지개’라고 불렀다. 당시 색의 기본이었던 ‘흑백청홍황(黑白靑紅黃)’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무지개가 오색이었던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 시대에 색체 학문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물론 다른 언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색에 대한 표현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한글에서 볼 수 있듯, 색을 표현하는 말에는 수십만 가지가 있었다. 하지만 빨강색을 빨갛다, 불그스름하다, 검붉다, 새빨갛다와 같은 서술식 표현처럼, 다섯 가지 색을 채도나 명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부르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후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무지개가 지금의 일곱 가지 색으로 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무지개를 6가지 색으로 표현한다. 빨주노초파남보에서 남색이 빠진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한 여러 가설이 있지만, 미주권에서는 파란색과 남색을 같은 색으로 보는 문화 때문이라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또 독일과 멕시코 원주민은 다섯 가지 색으로, 이슬람권에서는 빨강, 노랑, 초록, 파랑, 이렇게 네 가지 색으로 표현한다. 아프리카에서는 부족에 따라 두, 세 가지 또는 서른 가지 색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이렇게 무지개 색은 각 나라의 색을 바라보는 문화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 
 

사진 2. 미국 알래스카의 쌍무지개(출처: Eric Rolph at English wikipedia)




■ 뉴턴이 재정비한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를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색으로 처음 정한 사람은 뉴턴이다. 뉴턴이 빛의 성질을 연구하던 중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그 빛이 여러 가지 색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뉴턴이 이런 사실을 발견할 당시 사람들은 빛이 흰색이라고 생각했다. 물질이 띠는 색은 그것이 갖고 있는 고유한 색이기 때문에 빛과는 상관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뉴턴은 다르게 생각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물질의 색이 달라지는 이상한 현상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 이유가 빛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대표적인 현상이 무지개였다. 그 결과 프리즘 실험을 통해 빛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그런데 왜 뉴턴은 무지개를 일곱 가지 색깔로 구분한 것일까? 그 이유는 숫자 7을 성스러운 숫자로 생각했던 당시의 문화 때문이라고 전해져 온다.성경에서 7은 완전수면서 성스러운 숫자다. 구약성서에서 신은 천지를 7일 만에 창조했고, 고대의 민족은 움직이는 별을 태양과 달,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 이렇게 7개로 간주했다. 음악의 음계도 도, 레, 미, 파, 솔, 라, 시로 정확히 7개다. 이렇게 많은 분야가 성스러운 7과 관련이 있는 만큼, 뉴턴도 무지개의 색을 7개로 맞췄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는 것이다. 

■ 실제 무지개는 최대 207색! 

무지개는 지구로 들어온 태양빛이 공기 중에 떠 있는 물방울을 만나 반사되고 꺾이는 현상이다. 물방울이 뉴턴의 실험에 사용된 프리즘 역할을 해 빛이 분해되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면 뉴턴이 정한 무지개 색이 일곱 가지인 것처럼 빛의 색도 일곱 가지일까? 

그렇지 않다. 사실 빛은 7개 보다 훨씬 많은 색을 갖고 있고, 뉴턴의 실험처럼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최대 207색까지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색이 있다. 사람이 정해 놓은 노란색 하나에도 엄청나게 많은 색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이렇게 물체의 색을 볼 수 있는 것은 물체가 자신의 색과 같은 색의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빨간색 물체는 빨간색 빛을 반사하고, 파란색 물체는 파란색 빛을 반사한다. 빨간색 물체에 파란색 빛을 쐬면 반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검게 보인다. 만약 빛이 7가지의 색만 갖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우리 주변에는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이외에 물체는 온통 검정색으로 보일 것이다. 

사람의 눈으로 색을 구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특정 색의 이름을 ‘노란색’이라고 불렀을 때, 그 색이 우리에게 노란색으로 인지될 뿐이다. 어쩌면 무지개는 207개 보다 더 많은, 무한 가지의 색을 갖고 있다고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글 :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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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골이가 돌연사의 주범이라고?

코골이를 병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얼마 전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방송인 전현무씨가 코골이로 병원을 찾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질환으로서의 코골이가 주목을 받았다. 코골이는 성인 10명 중 3~4명이 겪을 만큼 흔한 증상이다. 코고는 소리의 원리는 풀피리와 비슷하다. 피리 속으로 공기를 불어넣으면 풀이 떨리면서 소리가 나는데 코골이도 수면 중 들이마신 공기가 좁아진 기도를 지나면서 주변 구조물인 입천장과 목젖부위, 후두와 같은 상기도 부위에 진동을 일으키면서 잡음을 내는 것이다. 코골이의 소리는 약 500Hz 주파수의 잡음으로 심한 경우 그 강도가 지하철이나 작업장의 소음 정도로 심각하다. 

■ 코골이, 수면무호흡으로 이어진다 

사실 코골이 자체는 주변사람을 괴롭게 하지만 건강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수면무호흡이다. 코를 고는 사람 중 다수가 수면무호흡 증상을 보인다. 원인이 코골이와 비슷하기 때문인데, 코골이가 기도가 좁아져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 수면무호흡은 좁은 기도가 더 좁아지면서 숨길이 막혀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증상이다. 평균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무호흡이 시간당 5회 이상 또는 7시간 동안 30회 이상이면 수면무호흡증이라 진단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환자 수는 2010년 19,780명에서 2014년 27,061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수면무호흡 환자를 살펴보면 보통 수면 중 숨이 멈췄다가 갑자기 푸~하며 숨을 내쉬는 증상이 관찰된다. 이렇게 순간순간 호흡이 멈추게 되면 잠에서 자주 깨거나 숙면을 취하기 어려워 수면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자연히 낮 시간에 영향을 미쳐 주간 졸림증과 피로감, 불면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증상이 장기화 될 경우, 수면부족으로 우울증이나 두통, 기억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고 발기부전이나 성욕 감퇴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 수면무호흡, 돌연사의 주범인 부정맥과 뇌졸중 일으키기도 

심각하게는 심뇌혈관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수면 중 호흡이 멈추면 공기가 폐로 제대로 가지 못해 체내 산소가 부족해지고 이 때 막힌 숨을 억지로 내쉬려 몸이 안간힘을 쓰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증가한다. 이는 혈압과 심박동을 증가시켜 고혈압과 뇌졸중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또 무호흡 상태에서 다시 호흡할 때는 심장이 부족한 산소를 채우기 위해 평소보다 3~4배 빨리 뛴다. 무리한 심장운동은 심장에 부담을 줘 반복될 경우 부정맥이나 협십증, 심근경색, 심장 비대 등의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코골이의 원인은 다양하다. 비염이나 비중격만곡증(콧구멍을 나누는 벽이 휘어진 증상)이 있으면 코가 막히면서 숨쉬기 힘들어져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이 나타날 수 있다. 비만도 이유가 된다. 살이 찌면 목 부위에 지방이 축척되면서 기도가 좁아진다. 실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 환자의 80%가 목이 짧고 굵으며 과체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의 경우, 폐경기 이후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근육이 늘어나 기도가 좁아지면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갑상선 기능저하증이나 혀와 목 근육이 늘어진 경우, 유아는 편도나 아데노이드가 큰 경우, 흡연이나 음주, 항히스타민제나 진정제와 같은 약을 먹는 경우에도 코골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내시경을 통해 목과 코의 구조를 살펴보는 검사와 수면다원검사 등이 필요하다. 수면다원검사는 검사실에서 자면서 수면 중 일어나는 신체 변화를 측정한다. 수면 상태에서의 뇌파, 근전도, 심전도, 혈중산소포화도, 호흡기류, 흉부 및 복부 움직임, 수면 자세 등을 확인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의 원인과 상태를 분석한다. 

치료도 가능하다. 코와 목의 구조적 문제라면 상기도를 넓히는 수술을 포함해 기도의 모양이나 넓이, 골격 구조에 따라 구조를 개선시키는 수술도 있다. 비수술적 방법으로는 양압호흡기가 대표적이다. 양압호흡기로 기도에 압력을 가해 좁아지거나 닫힌 기도를 열고 확장하는데 중증 이상의 수면무호흡 환자가 주로 사용한다. 턱이나 혀가 뒤로 밀려 기도가 좁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구조물을 앞으로 당겨주는 마우스피스 형태의 장치도 있다. 

■ 옆으로 누워 자고 체중 관리해야 증상 호전 

무엇보다 생활습관의 개선이 중요하다. 술이나 수면제, 진정제 등의 약은 호흡을 느리게 해 목 주변의 근육을 이완시켜 공기통로를 막는 만큼 자제하는 것이 좋다. 또 똑바로 누워서 자기보다 옆으로 몸을 돌려 자는 것이 좋다. 똑바로 누우면 목젖을 포함한 입천장의 조직이 목 뒤로 처지고 혀가 밀려 기도를 막히게 할 수 있다. 반면, 옆으로 누우면 목젖이 옆으로 가 그만큼 기도가 넓어져 코골이 예방에 효과적이다. 베개 역시 살짝 높은 것을 사용하면 턱이 앞으로 나오고 목 안이 넓어져 기도도 확장된다. 

체중관리도 중요하다. 살이 찌면 목에 지방이 축적되고 기도는 좁아져 코골이가 악화된다. 체중만 줄여도 증상은 완화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금연과 금주도 도움이 된다. 술을 마시면 코골이가 심해지는데 술이 인두(입 안과 식도 사이의 소화기관)의 근육을 이완시켜 기도를 좁게 하기 때문이다. 흡연 역시 상기도 근육 점막을 붓게 해 기도를 좁히기 때문에 증상을 악화시킨다. 

사실 코골이는 얄미운 구석이 있다. 소리로 주변 사람의 밤잠을 설치게 하면서도 정작 코를 고는 사람은 자신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코고는 사람이 가장 피해자다. 코골이에서 수면무호흡으로 이어지는 질환이 심뇌혈관 질병은 물론 돌연사의 주범인 부정맥의 원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코고는 사람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어서 민망할까봐 시끄러워도 참고 말하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를 노려보자. 상대에게 코고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알려주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앙금도 풀고 가족의 건강도 챙기면 어떨까.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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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브라더가 감시하는 세상


“4월, 날씨가 쌀쌀하고 화창한 어느 날이었다. 벽시계가 13시를 알리고 있었다” 
1948년 영국 작가인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이 쓴 소설 <1984>의 시작이다. 13이란 숫자는 서양인에게 가장 불길한 숫자다. 게다가 영국의 4월은 아직 추운 겨울 기운이 남아있고 소나기가 곧잘 퍼붓는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한다. 첫 문장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며, <1984>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조지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다. 1903년에 인도에서 태어났고, 태어나자마자 영국으로 건너갔다. 1922년부터는 인도 미얀마에서 제국경찰로 활동했다. 경찰로 활동하면서 목격한 제국주의의 허구성과 자신의 직업에 대한 환멸을 느꼈다. 그가 속죄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돼 제국주의의 허구성을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지 오웰이라는 이름은 그의 자전 소설인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1933)을 펴냈을 때부터 사용한 필명으로, 가장 영국적인 이름인 ‘조지’와 그의 부모님 댁 근처의 ‘오웰’강의 이름을 딴 것이다. 

1차 세계대전과 경제불황으로 사람들은 지배계급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혁명을 원했다. 이때 공산주의와 파시스트가 등장했고 히틀러나 무솔리니는 절대복종을 강요한 절대적인 지도자로 부상했다. 과학의 발전과 함께 세계 곳곳에서 독재체제가 늘어갔고 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비인간화를 조장하는 도구로 쓰이게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웰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해 주고 개성이 발휘되는 사회보다는, 공포와 통제 속에서 진실은 사라지고 인간의 가치를 부인하도록 빈틈없이 조작된 국가가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런 사회가 건전한 인간의 정신을 짓밟고 억눌러 얼마나 인간성을 파괴시키는 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 빅브라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인간의 행복을 권력과 무관한 것들에서 찾고자 했다. 즉, 종이를 누르는 문진(文鎭), 낚싯대, 1페니짜리 사탕 등이 그것이다. 또한 오래된 교회 뜰을 거닐고, 진한 차를 만들며, 사랑을 하는 것도 인간의 행복에 포함된다. 이런 소소한 일을 할 시간이 없는 지식인들은 그것이 감성적이고 하찮은 일이라며 비웃을지 모르지만, 조지 오웰은 지극히 평범한 행동들이야 말로 삶을 가치 있게 하는 진정한 요소들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는 ‘윈스턴 처칠’의 윈스턴에다가 영국에서 가장 흔한 이름인 스미스를 붙인 것이다. 윈스턴은 전쟁에서 가족을 잃고 죄의식을 갖는다. 과거를 간직하기 위해 일기를 쓰지만, 그것은 사상죄에 해당한다. 그가 살고 있는 오세아니아는 육체적 자유는 물론이고 인간의 사고나 감정까지도 지배하는 숨 막히는 세상이다. 누가 어디를 가든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텔레스크린을 통해 빅브라더가 감시한다. 빅브라더는 소설 속 세상에서 전지전능한 존재이며, 인간이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다. 윈스턴은 오세아니아의 전체주의적 사회에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반역을 꾀하는 인물이다. 

소설의 배경인 오세아니아에는 300m가 넘는 초고층 빌딩이 있고 헬리콥터가 떠다니며, 마이크로폰과 같이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기계도 등장한다. “빅브라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라고 협박하는 대형 포스터가 시내 곳곳에 붙어 있다. 또한 사람들이 활동하는 모든 곳에 송수신이 가능한 텔레스크린이 걸려 있고, 거리마다 사상경찰이 돌아다닌다. 빅브라더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사람들을 감시할 뿐만 아니라 생각이나 사상을 세뇌시킨다. 빅브라더는 곧 신이고 전지전능한 인물인 것이다. 

■ 끝나지 않은 1984년 

소설 속에 빅브라더가 있다면, 지금 우리에겐 CCTV가 있다. 이 둘은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서 그칠 것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한 감시나 전화도청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횡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CCTV는 방범유지나 범죄 예방과 같은 공익의 목적으로 설치한 것이다. 아파트나 어두운 골목 등에 설치된 CCTV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원해서 설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악용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현대인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스마트폰도 우리를 감시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접근이 용이해 지면서 은행 업무를 보고, 친구와 대화를 할 수 있으며,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해킹 프로그램으로 일반인의 스마트폰 메신저 앱 감시를 했다는 뉴스가 들려오기도 했다. 내가 누구와 어떤 대화를 하고 있는지, 어떤 사진이 오고 갔는지를 훔쳐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가 나를 어떤 식으로든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설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빅브라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조지 오웰은 그 ‘당연함’ 때문에 세뇌당하고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에 대해 경고를 보낸다. 윈스턴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사회에서 인간적이기를 꿈꿨다. 하지만 윈스턴이 싸우려고 하는 빅브라더는 그가 인간적인 삶을 꿈꾸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1984>는 윈스턴이 인간성을 지키려다가 결국 처절하게 패배하는 것으로 끝난다. 절대로 굴복하지 않을 것처럼 하다가 나중에는 남들보다 더욱 깊게 빅브라더를 찬양하고 사랑하게 된다. 

윈스턴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나의 전화번호나 계좌 정보가 어디에 팔렸다는 뉴스가 나올 때만 잠깐 화가 났다가, 다시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편리함이라는 달콤함만을 보고 거기에 적응돼 있지는 않은가.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를 통해 인간의 미래는 이대로 가다간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상황과도 같은 사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준엄한 경고를 내린다. 

조지 오웰의 <1984>는 1948년에 완성되고 1949년 8월에 출판됐다. 그는 결핵으로 1950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그가 생각한 아주 먼 미래는 1984년 정도 됐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1984년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이고, 미래인 것이다. 

글 : 김세경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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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가장 비열한 무기, 지뢰


1980년 10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 군비축소회의는 특정 재래식 무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조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누구든 건드리기만 하면 피해를 입는 지뢰와 부비트랩, 눈을 멀게 하는 레이저 무기, 전쟁 이후에도 남아서 생명과 신체를 위협하는 잔류 폭발물이 포함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무기는 ‘지뢰’다. 미국 남북전쟁 때부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폭발식 지뢰는 눈에 띄지 않도록 땅 속에 묻어두기만 해도 사람이나 차량이 지나가는 순간에 맞춰 폭발하기 때문에 인명 피해 가능성이 높다. 전쟁 후에도 오래도록 남아 있어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피해를 주는 바람에 ‘인간이 만든 가장 비열한 무기’로 불리기도 한다. 

지뢰는 정확히 어디에 묻었는지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추후에 일일이 찾아내 수거하기가 불가능하다. 특히나 탐지가 불가능하도록 플라스틱이나 나무로 만든 지뢰나 탐지 기계가 내보내는 자기장에도 쉽게 폭발하는 지뢰, 자동으로 폭발하거나 원격으로 폭파시킬 수 있는 지뢰는 요주의 대상이다. 지뢰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1955년 미국이 개발한 M14 대인발목지뢰는 적은 양의 폭약을 터뜨려 사람의 발목을 잘라냄으로써 과다 출혈로 사망하게 하거나 평생 불구로 살아가게 만든다. 잔인하기 짝이 없는 무기지만 무게가 100g에 불과하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탐지가 쉽지 않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가고 가족들에게 슬픔을 주는 M14 지뢰를 우리나라는 여전히 100만 발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세계 90여개 국가의 1,400개 비정부기구로 구성된 민간단체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 매설된 지뢰는 1억 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는 단위면적당 지뢰 매설 수가 가장 많다. 6.25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한반도 곳곳에 매설된 지뢰의 숫자는 수백만 개에 달하며 전쟁 이후에도 1천 명 이상이 지뢰로 인해 목숨을 잃고 신체 피해를 입었다. 그 중 80%는 민간인이다. 

ICBL은 군비축소회의에서 관련 조항을 더욱 엄격하게 개정하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덕분에 1997년 12월에는 캐나다 오타와에서 121개국이 대인지뢰의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국제조약 이른바 ‘오타와 협약(Ottawa Treaty)’에 서명했다. 이 공로로 국제지뢰금지운동을 처음 시작한 조디 윌리엄스(Jody Williams)는 그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연간 2만6천 명에 달하던 지뢰 피해자는 오타와 협약 10년 후 1만5천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현재 133개국이 서명하고 161개국이 비준한 오타와 협약을 우리나라는 아직도 거부하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이스라엘, 북한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지뢰 피해자와 유족에게 금전적 보상을 지급하는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우리나라 국회를 통과해 지난 4월 16일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앞으로 지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결의와는 별개로 기존에 매설된 지뢰를 없애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 지뢰를 제거하는 일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아서 문제다. 지금까지는 갈퀴나 철선으로 땅바닥을 긁거나 나무와 폭약에 불을 붙여 지뢰 매설지대에 굴리는 방식으로 제거를 시도해왔다. 이 과정에서 군 장병과 전문가들이 많은 피해를 입는 바람에 1993년부터는 속도보다는 안전을 중시하는 ‘인도적 지뢰 제거법’이 도입됐다.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위험지역을 조금씩 확인하거나 살수차가 물을 뿌린 후 특수차량이 지나가며 지뢰를 발견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최근에는 땅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층관통 레이더(GPR)를 금속탐지기와 결합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이중센서 감지기, 쥐나 꿀벌을 이용하는 생물학적 탐지법, 폭발물과 닿으면 색이 변하는 특수식물 살포, 지뢰가 폭발해도 끄떡없는 특수로봇 등이 시도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비무장지대(DMZ) 서부전선에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동부전선에서 철도 부설을 위해 지뢰 제거 작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플라스틱 파이프에 폭약을 넣어 위험지역에 굴려 넣고 간이파괴통으로 우선 지뢰를 제거 하고, 공기 압축기로 나뭇잎과 먼지를 날려 보낸다. 그리고 땅속 지뢰를 드러나게 한 후 이를 수거해, 특수복을 착용한 군인이 직접 살펴보고 해체 처리를 한다. 방탄 처리가 된 굴삭기로 지표면을 50cm 이상 벗겨내는 등 총 6단계에 걸친 제거 방법을 사용했다. 

민간 기업들도 지뢰 제거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마인테크 인터내셔널(MineTech International), 지포에스(G4S), 식스 알파 어소시에이츠(6 Alpha Associates), 메켐(Mechem), 백테크 인터내셔널(BACTEC International), 더 디벨롭먼트 이니셔티브(TDI) 등 수많은 전문기업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국제 분쟁으로 인해 군대를 파견하기 어려운 지역이나 특수 설비가 필요한 경우에 초빙된다. 

이러한 노력에도 골칫덩이 지뢰를 없애는 일은 쉽지 않다. 시간, 비용, 안전 등의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미국 국무성이 2001년 발간한 ‘숨은 살인자(Hidden Killer) 보고서에 따르면 지뢰를 한 발 매설하는 비용은 5천원에 불과하지만 제거할 때는 200배가 넘는 100만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10년 넘게 기술 개발에 매진한 결과 현재는 30만 원 정도까지 제거 비용이 낮아졌지만, 국토 곳곳에 매설된 지뢰 전체를 없애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 시간도 부족하다. 우리나라 국방부의 계산에 따르면 한반도 내 모든 지뢰를 제거하려면 앞으로 500년이나 흘러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비무장지대에서 지뢰가 폭발해 군 장병들이 피해를 입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신체를 다쳐야 비극이 끝날 것인가. 세계적인 관심과 지속적인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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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의 과학] 토마토가 익으면 의사의 얼굴이 파래진다?


먹는 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죠. 모두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요즘 트렌드는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입니다. 그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는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메인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대중의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에 다양한 요리법이나 영양소에 대한 내용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COOKING의 과학]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매월 제철 음식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영양소도 함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그러나 과일의 경우 당 성분 때문에 너무 많이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한다. 그러나 토마토의 경우 당 걱정이 필요 없다. 건강을 위한 가장 매력적인 작물 중에 하나는 바로 토마토다. 요즘같이 여름 늦더위가 이어지면 사람들은 보양식을 계속 찾게 된다. 보양식하면 대개 삼계탕, 개고기, 장어 같은 음식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런 고단백 보양식은 고기를 자주 먹지 못하던 과거의 보양식이고 오히려 요즘처럼 영양 과잉시대에 이상적인 여름 보양식은 바로 토마토다. 토마토는 무더운 여름이 제철이다. 

이렇게 토마토는 현재 전 세계인들이 즐겨 먹지만,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작물은 아니었다. 토마토는 원래 남미 페루의 안데스 산맥에서 태어났다고 추정된다. 그러다가 16세기 초 남미에서 유럽으로 건너갔고 처음에는 독초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원래 건조하고 햇빛이 많은 곳에서 잘 자라는 토마토는 지중해 연안을 중심으로 재배되면서 그 진가가 알려졌고 사랑받기 시작했다. 그 후 북유럽 전체로 전파된 것이다. 이후 토마토는 점차 유럽 요리에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식품으로 발전했다. 그 후에는 고향을 떠난 지 거의 300년 만에 미국으로 다시 건너간 토마토는 중국음식으로 알려진 케찹과 결합해 토마토케찹으로 재탄생했다. 현재 토마토케찹은 전 세계인들의 요리에 빠지지 않는 중요한 소스다. 

처음에 우리나라에서는 토마토를 식용보다 관상용으로 심었다고 한다. 토마토라는 이름은 모두가 알지만 ‘일년감’이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일년감은 국어사전에 등재된 토마토의 한글이름이다. ‘일 년을 사는 감’이라는 뜻이다. 옛 문헌에는 한자이름 ‘일년시’ 라고 나온다. 토마토는 우리나라에 소개된 역사가 꽤 길다. 조선시대 유학자 이수광은 ‘지봉유설(芝峰類說)’이란 책에서 토마토를 감 ‘시(枾)’ 자를 써서 ‘남만시(南蠻枾)’ 라고 소개했다. ‘남쪽 오랑캐 땅에서 온 감’이라는 뜻이다. 지봉유설이 나온 건 1614년이니 그전에 이미 토마토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토마토는 미국 타임즈가 선정한 10대 슈퍼푸드 중의 하나로 선정될 만큼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어떤 성분들이 토마토를 이렇게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등극시켰는지 한번 따져보자. 먼저, 토마토에 함유돼 있는 성분으로는 각종 유기산, 아미노산, 루틴, 단백질, 당질, 회분, 칼슘, 칼륨, 철, 인, 비타민A, 비타민B1, 비타민B2, 비타민C, 식이섬유 등 많은 영양소가 들어 있다. 비타민C의 경우 토마토 한 개에 하루 섭취 권장량의 절반가량이 들어 있다. 또한 토마토에 함유된 비타민C는 피부에 탄력을 줘 잔주름을 예방하고, 멜라닌 색소가 생기는 것을 막아 기미 예방에도 효과가 뛰어나다. 또한 토마토에 많이 들어 있는 칼륨성분도 매우 중요하다. 칼륨은 체내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짜게 먹는 식습관에서 비롯된 고혈압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유럽 속담에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랗게 된다”는 말이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토마토는 의사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는 뜻으로 생각해왔다. 토마토가 건강식품으로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라이코펜(lycopene)’ 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토마토에는 라이코펜, 베타카로틴과 같은 항(抗)산화 물질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토마토가 예쁜 빨간색을 띠는 것은 ‘카로티노이드(carotinoid)’라는 식물영양소(phytonutrient)라는 성분 때문이고, 이 중에서도 특히 라이코펜이 주성분이다. 잘 익은 빨간 토마토 100g에는 라이코펜이 7∼12mg정도가 들어 있다. 토마토 한 개를 200g으로 본다면 20mg정도를 섭취하는 셈이다. 

토마토의 붉은색을 만드는 라이코펜은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배출시켜 세포의 젊음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라이코펜은 남성의 전립선암, 여성의 유방암, 소화기계통의 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라이코펜이 알코올을 분해할 때 생기는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므로 술 마시기 전에 토마토 주스를 마시거나 토마토를 술안주로 먹는 것도 좋아 서양에서는 토마토를 해장용으로 먹기도 한다. 또한 토마토는 다이어트에도 제격인데 토마토 1개(195g)의 열량은 35kcal에 불과하며 수분과 식이섬유가 많아 포만감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사 전에 토마토 한 개를 먹으면 식사량을 줄일 수 있으며, 소화도 돕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토마토를 주로 과일로 취급했다. 어릴 적이면 여름철에 엄마가 해주던 설탕 뿌린 달달한 토마토의 맛이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달랐다. 미국에서는 토마토가 세금문제 때문에 과일이냐 채소냐 하는 법정시비가 있었고, 대법원에서는 토마토를 채소로 판결을 내렸다. 

그럼, 토마토는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생으로 먹는다면 파란 것보다 빨간 것이 건강에 더 유익하므로 완전히 익혀 먹는 것이 좋다. 빨간 토마토에는 라이코펜이 많이 들어 있으나 그냥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다소 떨어지므로 열을 가해 조리해서 먹는 것이 좋다. 열을 가하면 라이코펜이 토마토 세포벽 밖으로 빠져나와 우리 몸에 잘 흡수된다. 토마토의 라이코펜과 지용성 비타민은 기름에 익힐 때 흡수가 잘 된다. 

라이코펜은 열에 강하고 지용성이라 기름에 볶아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따라서 토마토는 올리브오일이나 식용유를 곁들여 익혀 먹는 게 좋다. 또는 기름에 볶아 푹 익혀서 퓨레 상태로 만들어 두면 편리하다. 또한 토마토의 껍질을 벗기려면 끓는 물에 잠깐 담갔다가 건져서 찬물에서 벗기면 손쉽게 벗길 수 있다. 잘 익은 토마토 껍질을 벗기고 으깨면서 체에 걸러 졸인 것을 ‘토마토 퓨레’라고 한다. 파스타나 피자에 사용하는 토마토소스는 마늘과 쇠고기를 다져서 올리브유에 볶다가 적포도주 조금과 함께 토마토 퓨레를 넣으면 쉽게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세기 초에 남쪽 오랑캐가 전해 준 관상용 감 정도로 생각해 ‘남만시’라고 불렸던 토마토였지만 이제는 전 세계인들의 건강식품이 됐고, 우리 식탁에서의 위치도 달라졌다. 토마토를 생으로 먹는 것도 좋지만, 고기나 버섯처럼 구워 먹고, 올리브오일을 뿌려 구워먹는 것도 좋다. 또한 푸른 토마토로 김치나 장아찌를 담그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 음식과 다양하게 응용해 보는 건 어떨까. 

글 : 정혜경 호서대학교 바이오산업학부 식품영양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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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조선의 융합인재, 수학자 최석정

사농공상(士農工商). 조선시대는 문(文)을 기반으로 한 통치사회였다. 과학과 기술은 상대적으로 대접받지 못했고 그만큼 과학기술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더딘 것이 사실이었다. 장영실이나 홍대용과 같은 몇몇 인물을 제외하고는 널리 알려진 과학기술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조선에도 최석정(崔錫鼎, 1646~1715)이라는 위대한 수학자가 있었다. 최석정은 명문가 집안에서 1646년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총명했던 그는 17세에 초시 장원을 하고 1671년에 급제하면서 관직 생활을 시작했다. 우의정, 좌의정, 영의정을 모두 지냈으며 오늘날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영의정만 8번을 지냈으니 말 그대로 엘리트 정치인, 관료의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최석정의 대단함은 이렇게 전문적인 정치가이자 관료의 삶을 살면서 수학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겼다는 것이다. 이는 수학이나 과학기술보다는 유학이나 주자학을 중시하던 당시 사회 풍조에서 더욱 돋보이는 일이다. 

■ 학문 발전에도 힘 써 

최석정이 활약하던 때는 조선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후 국토가 황폐화된 시기로 전쟁의 상처를 회복하는 것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재빠른 복구를 위해서라도 많은 실용적 지식이 필요했다. 

수학에 관심이 많은 최석정은 수학을 증진시키는 데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박율의 수학책인 산학원본(算學原本)이 발행될 때 서문을 쓰는 등 적극적으로 독려한 점을 들 수 있다. 
 



당시 과학기술 선진국이었던 중국을 통해 국내로 선진 문물을 도입한 공로도 크다. 1686년 중국 출장을 통해 서양의 앞선 학문을 접한 최석정은 <천학초함(天學初函)>, <동문산지(同文算指)> 등의 서적을 조선에 소개해 앞선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이바지했다. 

■ 오일러보다 67년 앞선 마방진 

최석정은 서학(西學)의 영향을 많이 받고 공부했으나, 기본적으로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수학을 정리하고자 했다. 이는 주역철학과 성리학, 양명학에 두루두루 이해가 깊으면서도 수학에 관심 많은 최석정의 다양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수리철학은 수학과 동양철학을 결합한 독특한 형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마방진 : n²개의 수를 가로, 세로, 대각선 방향의 수를 더하면 모두 같은 값이 나오도록 n × n 행렬에 배열한 것(출처: wikipedia)




그의 수리철학이 잘 드러나 있는 것이 대표 저작인 <구수략(九數略)>이다. 이 책은 동양 고전역학을 바탕으로 당시 수학이론을 정리한 조선시대 대표적 수학서다. 오늘날의 4칙 연산을 각각 태양, 태음, 소양, 소음으로 구분하는 등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구수략이 유명한 이유는 세계 최초로 9차 직교라틴방진(Orthogonal Latin Square)이 게재됐기 때문이다. 마방진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진 9차 직교라틴방진은 가로 세로 9칸씩 81개의 칸에 숫자가 1에서 81까지 하나씩 들어가는 방진이다. 가로, 세로, 대각선 어느 방향으로 더해도 합이 같다는 특징이 있다. 원래 스위스의 수학자 오일러(Leonhard Euler, 1707~1783)가 최초로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연세대학교 송홍엽 교수의 노력으로 최석정이 67년 앞섰음이 인정됐다. 

■ 동양 철학과 수학을 접목하다 

당시 수학의 가장 큰 쓰임새 중 하나가 천문과 역법이다. 수학을 좋아했던 최석정은 자연스럽게 천문역법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당시 조선은 청에서 들여온 시헌력(時憲曆)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를 조선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 등 수학을 활용할 일이 많았다. 

최석정은 <천학초함(天學初函)>과 같은 외국의 자료를 바탕으로 시헌력과 관련된 천문학을 공부했으며, 1687년에는 ‘선기옥형(璇璣玉衡)’이라는 시계의 수리를 건의하기도 했다. 또한 기상관측 관서인 서운관의 최고 책임자인 서운관영사 역할을 수행하며 조선의 천문학연구를 전반적으로 관장했다. 

최석정은 이런 업적을 인정받아 2013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제정하는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선정됐다. 그는 정치가이자 관료이자 학자였으며, 학문적으로는 동양의 전통 사상과 서양의 수학을 융합한 ‘융합적 인재’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오늘 밤에는 마방진 퀴즈라도 풀어보며 조선에도 세계에 내놓을 만한 멋진 수학자가 있었음을 생각해 보자. 

글 : 김청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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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에 미니 빙하기가 온다고?


“연주회장이 아무리 넓어도 끝없이 퍼져나가는 천상의 아름다운 소리를 지니고 있다.” 미국의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이 바이올린 중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두고 한 말이다. 

바이올린 소리는 현에서 나온 음파가 몸체에서 얼마나 아름다운 공명을 만들어내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분해해 진동을 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공명 주파수가 서양 음계의 음 간격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현대 바이올린은 주파수에 따라 소리가 변하지만,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일정한 음을 유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신비한 소리의 비밀을 찾기 위해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해왔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 1644~1737)가 거주한 지역의 온도 및 습도가 바이올린을 구성하는 70여 개의 부품에 적합하다는 연구결과에서부터 당시 사용한 특별한 바니시(광칠) 때문이라는 주장이 거론돼 왔다. 

그중 목재재료학과와 기상학과의 융합 연구팀이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비밀이 1645년부터 1715년까지의 소빙하기에 있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 이 시기에는 긴 겨울과 시원한 여름으로 인해 장기간 성장이 감소함으로써 밀도가 높은 매우 특이한 목재가 생산됐으며, 그로 인해 악기가 풍부한 음색을 지니게 됐다는 것이다. 

스트라디바리는 소빙하기가 시작되기 1년 전에 태어났으며, 소빙하기가 끝날 무렵 그는 가장 좋은 현악기를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스트라디바리우스와 어깨를 견주는 구아르네리, 아마티와 같은 명품 바이올린이 모두 비슷한 시기에 같은 지방에서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실제로 그 시기에는 뉴욕 맨해튼에서 스태튼 섬까지 얼어붙어 그 위로 걸어 다닌 적도 있었으며, 잘 얼지 않던 영국의 템스 강이 발틱해처럼 자주 얼어붙어 빙상축제를 열기도 했다. 서늘한 여름과 혹독한 겨울로 인해 유럽인들은 대기근에 시달렸으며,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우박이나 철 아닌 눈과 서리 등을 비롯한 자연재해가 잦았다고 한다. 약 1만8000년 전의 마지막 빙하기 이후로 유럽 및 아시아의 일부분, 북미, 심지어 에티오피아의 고산지대까지 빙하가 확장된 적은 이때밖에 없었다. 

소빙하기는 태양 흑점 활동과 연관이 깊다. 보통 4만~5만 개의 흑점이 관측되지만, 17세기의 소빙하기에 관측된 흑점은 50개에 불과하다. 태양이 지구에 쏟아내는 에너지는 흑점 개수와 관계없이 거의 일정하지만, 태양 흑점이 지구의 기온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즉, 태양 활동이 줄어들어 흑점이 없을 때는 지구 기온이 내려가고, 태양 활동이 왕성해 흑점이 많을 때는 지구도 따뜻해진다는 설이다. 

소빙하기 때 흑점 수가 매우 적은 것을 두고 당시 관측기술이 미흡해서 비롯된 것으로 여기는 과학자들이 많아 한동안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의 천문학자 J. 에디가 소빙하기 때의 오로라 출현 횟수를 조사한 결과, 그 시기에는 오로라의 빈도도 현저히 낮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흑점의 출현과 오로라가 관련이 있음을 염두에 둔 연구였다. 

1976년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이 논문은 학계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J. 에디는 그 시기를 ‘마운더 극소기(maunder minimum)’라고 명명했다. 그 같은 현상을 기록한 19세기 영국인 천문학자 E. W. 마운더의 이름을 딴 작명이었다. 

그런데 지난 7월 영국 노섬브리어대학 연구팀은 2030년부터 2040년 사이에 ‘마운더 극소기’에 버금가는 ‘미니 빙하기’가 닥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해 주목을 끌었다. 연구를 주도한 발렌티나 쟈코바 교수팀이 그 같은 주장을 한 근거 역시 태양 활동에 대한 분석 결과였다. 

태양 활동은 약 11년마다 일정한 강약 주기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는데, 그 같은 주기의 발생 원인이 태양 내부의 대류 순환유체에 의해 발생하는 힘 때문이라고만 추정돼 왔다. 따라서 지금까지 어떤 모델도 태양의 변화 주기를 정확히 파악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쟈코바 교수팀은 자신들이 새로 개발한 모델을 사용해 태양 내부에서 2개 층으로 된 힘의 파동 위상이 일치할 때는 태양 활동이 활발한 극대기가 되며, 위상이 불일치할 때는 태양 활동이 극소기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태양 활동 주기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힘이 태양 표면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내면서 태양 주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연구팀은 새 모델을 이용해 기존의 태양 흑점 주기 데이터와 비교한 결과 2020~2030년 사이에 97%의 정확도로 태양 흑점이 사라지게 된다고 예측했다. 따라서 2030년 무렵에 태양 활동이 60% 감소해 2040년까지 10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이 약 1.5℃ 낮아지는 미니 빙하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스트라디바리우스 같은 명품 악기가 재탄생하고, 템스강에서 빙상축제가 다시 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쟈코바 교수팀의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태양의 활동 주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그들이 만든 새 모델도 검증된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태양 활동이 실제로 지구 기후에 큰 영향력을 유발하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혀진 게 없다. 근래 들어 태양 활동이 줄어들고 있는데도 지구 온도는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또한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가 급격히 많아지면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태양 활동의 감소가 과거처럼 지구 기온을 떨어뜨리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기상청 산하 기후예측기관인 해들리 센터를 포함한 국제공동연구팀이 지난 6월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지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마운더 극소기가 2050년~2099년 사이 재현되더라도 지구 평균 기온은 겨우 0.1℃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이 이 시기에 마운더 극소기의 재현을 가정한 이유는 영국 기상청의 연구결과 이때 소빙하기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소빙하기가 올 것이라는 예측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명확한 증거는 없으나, 어쩌면 15년 뒤 인천 앞바다가 얼어붙어 있는 모습을 다시 볼지도 모르겠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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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기에 담긴 과학원리

‘내가 비만일까? 아닐까?’ 이 같은 궁금증이 생길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브로카 지표(Brocas index)’라는 공식을 사용해 비만 여부를 계산한다. 명칭은 생소해도 어떻게 계산하는지를 알려주면, ‘아하!’라고 무릎을 칠 것이다. 평소에 많이 접해본 공식이기 때문이다. 

브로카 지표는 바로 자신의 키(cm)에서 100을 뺀 뒤에 0.9를 곱해서 표준체중을 구하는 공식을 말한다. 예를 들면 자신의 180cm일 경우, 180에서 100을 뺀 80에 0.9를 곱했을 때 나오는 값인 72kg이 표준체중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공식으로 비만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은 자신의 몸무게와 키만 알면 되므로 간편해서 좋다. 하지만, 정확성면에서 보자면 문제가 있다. 이들 지표를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보디빌더처럼 근육량이 많은 사람들도 비만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몸속 지방량을 정확하면서도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체성분분석기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 건강검진기 중 하나인 체성분분석기를 사용하면 같은 몸무게와 키를 가졌다 하더라도, 체내 지방량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 체성분분석기의 원리는 옴의 법칙 

인체를 구성하는 성분은 크게 체수분과 체지방, 그리고 단백질 및 무기질의 네 가지로 구분된다. 체성분분석기로 측정했을 때 나오는 분석 결과표에 ‘세포 내 수분 00.0ℓ, 세포 외 수분 00.0ℓ, 단백질 00.0kg, 무기질 0.00kg, 체지방 00.0kg’로 표시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맨발로 체성분분석기 위에 올라가 손잡이를 양손으로 1~2분 정도만 잡고 있었을 뿐인데, 어떻게 그 짧은 시간 안에 내 몸 속의 성분들을 분석할 수 있을까. 갑자기 체성분분석기의 원리가 궁금해진다. 

체성분분석기는 저항이 크면 전류가 적게 흐른다는 ‘옴의 법칙(Ohms law)’과 관련이 있다. 공식으로 정의하면 전압(V)=전류(I)×저항(R)으로서, 전류의 세기는 두 점 사이의 전위차에 비례하고 전기저항에 반비례함을 나타내는 법칙이다. 

우리 몸은 70% 정도가 물로 이뤄져 있지만 지방에는 수분이 없어 전류가 흐르기 힘들다. 지방이 많다는 것은 저항이 크다는 의미다. 반면에 지방을 뺀 근육은 73%가 수분이어서 저항이 작다. 

이런 원리로 체성분분석기는 우리 몸에 600마이크로암페어(μA) 정도의 약한 전류를 흘려서 발생하는 저항값으로 체지방 등을 분석해낸다. 저항값이 크다면 체지방이 많다고 판단할 수 있다. 

체지방 외에도 체성분분석기는 흘려주는 전류의 주파수를 다양하게 보내 세포내 수분과 세포외 수분을 구분해 측정할 수 있다. 저주파 전류는 세포막을 잘 통과하지 못하지만 고주파 전류는 세포 속까지 흐른다. 

이때 저주파와 고주파 전류가 흐르면서 나타나는 저항값의 차이를 이용해 세포 안팎에 있는 수분량 비율을 구할 수 있다. 세포외 수분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져 전체의 40% 이상이면 부종으로 판단하는데, 부종은 신부전이나 심부전, 그리고 간경변 등의 원인이 되는 증상이다. 

■ 안압이 높아지는 것은 눈 건강의 적신호 

체성분분석기 외에 우리가 자주 접하는 건강검진기 중 안압측정기나 폐활량측정기는 어떤 원리로, 그렇게 즉시 안압과 폐활량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을까. 

안과에는 가면 흔히 하는 시력검사 말고도 안압검사라는 것이 있다. 안압이 높아진다는 것은 눈 건강에 있어 적신호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안압이 높아지게 되면 망막 신경이 손상되면서, 녹내장 등의 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사진. 안압측정기(출처: wikipedia)



안압이 생기는 원인은 안구 안에 차있는 방수액이 잘 배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방수액은 원래 새로 생성되고 배출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데, 배출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안압이 올라가게 된다. 

안압측정기는 이 같은 현상을 이용해 안압을 측정한다. 카메라로 눈을 촬영해 자동으로 각막의 가운데 쪽으로 노즐을 맞춘 뒤, 압축공기를 순간적으로 분사한다. 이 때 공기압력이 각막의 일정 면적을 눌러 안구를 평평하게 만들 때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 뒤, 계산식에 넣어 안압을 산출하는 것이 안압측정기의 원리다. 방수액의 순환 장애로 가득 차 있는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안압도 높아진다. 

반면에 폐활량 검사는 폐의 크기를 재는 것이다. 원래는 들이쉬는 숨의 양을 측정해야 하지만, 폐 속에 기기를 넣을 수 없기 때문에 반대로 내쉬는 숨의 양을 측정해 추정하는 것이다. 

숨을 크게 들이쉰 뒤 7~8초까지 계속 내쉰 공기의 양으로 측정하는 것이 기본적인 검사 방법이다. 정상 상태에서는 처음 1초 동안 전체 날숨의 70% 이상이 나오지만,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70%가 채 안 된다. 

이 밖에도 활용 빈도수가 높은 건강검진기로는 혈당측정기가 있다. 혈당측정기는 혈액 내에 존재하는 혈당, 즉 글루코오스(Glucose)의 양을 측정하는 진단기기다. 개인의 혈당 수치를 간단하게 검사해, 신체 활동이나 섭취한 음식에 따른 혈당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당뇨병 및 관련 질환의 관리에 필수적인 건강검진기다. 

혈당측정기는 크게 혈당측정기기(Meter)와 혈당스트립(Strip)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혈당측정기기는 혈액 내 혈당의 농도를 검출하는 기기로서, 수천에서 수만 번 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혈당스트립은 혈액을 묻힐 수 있게 화학적으로 제조된 검사지를 말한다. 혈액 내의 혈당과 반응해, 전기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 효소를 포함한다. 

혈당측정의 원리는 크게 ‘광도측정법’과 ‘전기화학측정법’으로 구분된다. 광도측정법은 포도당이 효소와 반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간물질이 염료와 반응해 색이 변하게 되면, 여기에 빛을 쪼여 측정하는 방법이다. 

반면에 전기화학측정법은 포도당이 효소와 반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전자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전자를 전달해주는 매개체를 이용해 전극으로 전달할 때, 여기서 흐르는 전류를 측정해 혈당의 양을 파악한다. 

내 몸의 상태를 검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모르고 있던 병을 알 수 있고, 또 병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원리가 가득한 건강검진으로 나와 가족의 건강한 삶을 지키자.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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