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생각할 때 머릿속에 가장 먼저 그려지는 풍경은 뜨거운 태양 아래 끝없이 펼쳐진 넓은 바다이다. 그리고 이 그림에 배를 하나 추가해 보자. 어릴 적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그리던 돛단배보다 훨씬 크게. 자, 여러분은 운동장만한 배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제부터 소개할 선박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선박들은 길이가 보통 300m 이상인데 실감이 잘 나지 않으면 63빌딩(높이 약 250m)을 물 위에 누인 것보다 더 크다고 보면 된다. 생각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이런 대형 선박들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

커다란 덩치의 대형 선박들이 물 위에 떠 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배 끝에 달려 있는 프로펠러 한두 개의 추진력으로 대양을 누빈다는 점도 참 신기하다. 사실 거친 파도를 뚫고 빠르게 움직이는 배를 만들기 위해서 각 조선소는 물의 저항을 최소로 받게 하는 부드러운 유선형의 배 디자인과 큰 추진력을 낼 수 있는 최적의 프로펠러를 개발하는 데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로펠러의 주기능은 회전운동을 직선운동으로 바꾸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는 선풍기 날개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선풍기 날개는 모터에 의해서 회전을 하지만, 선풍기 날개들은 회전면에 경사가 져서 붙어 있기 때문에 회전을 하면서 앞으로 바람을 밀어주는 직선운동을 일으킨다. 배에 달린 프로펠러는 공기가 아닌 물을 밀어주고 이 힘에 대한 반작용으로 배는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하지만 프로펠러 전후의 물의 흐름은 완전한 직선방향의 흐름이 되지 못하고 프로펠러 회전에 의해 소용돌이 같은 회전류가 생긴다.

프로펠러가 회전을 하면 회전축을 중심으로 완전한 대칭이 되는 흐름이 생기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즉, 이론상으로는 프로펠러를 회전할 때는 전진방향으로 밀어주는 방향의 힘과 회전하는 힘만 발생해야 하는데 프로펠러의 상하 압력 비대칭에 의해서 옆으로 밀어주는 힘도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비대칭의 힘이 상당히 커서 프로펠러를 하나만 설치한 배는 이론과 달리 똑바로 나아가지는 못하고 한쪽으로 조금씩 선회를 하게 된다. 따라서 실제로는 배를 똑바로 앞으로 직진시키고 싶을 때는 오히려 방향타를 약간 틀어주어야 한다. 같은 이유로 프로펠러를 두 개 설치한 배는 두 개의 프로펠러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켜서 옆으로 밀어주는 힘이 상쇄되어 배의 직진성능을 높여준다.

또한 프로펠러가 회전류를 일으킨다는 것은 전진방향의 물의 흐름을 만들어서 배를 앞으로 밀어주는 데 써야 할 에너지가 회전하는 흐름을 만드는 데 낭비되었다는 것이며 이는 결국 프로펠러의 추진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 국내 조선소들이 프로펠러의 단점을 극복하는 새로운 기술로 높은 추진효율을 갖는 배를 건조했다는 기쁜 소식이 잇따라 들리고 있다.

프로펠러 앞부분에 잔류고정날개를 설치한 D 조선업체는 최근에 대형 유조선의 실제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일반적으로 프로펠러는 배의 뒷부분에 설치되기 때문에 프로펠러에 들어오는 물의 흐름은 균일하게 들어오지 못하고 배를 스쳐 지나오면서 복잡하게 된다. 그런데 프로펠러 앞부분에 설치된 전류고정날개는 배에 의해 발생되는 불균일한 물의 흐름을 보다 균일하게 흐르도록 함으로써 프로펠러 하류로 빠져나가는 물의 회전운동 에너지를 최소화하여 효율을 높여주는 데 성공하였다. 실제로 이 업체 32만 톤급의 초대형 유조선에 전류고정날개를 설치해서 테스트를 한 결과 약 5%의 연료절감 효과를 얻었다. 현재 건조 중인 초대형유조선과 컨테이너선에도 이 장치를 탑재할 계획이라고 한다.

프로펠러 뒤의 방향타 앞에 추력날개를 설치한 H 조선업체는 프로펠러 뒤의 회전류를 정류시켜 회전에너지의 손실을 줄여 주면서 동시에 프로펠러 뒤로 발생하는 회전류에 의해 추가적인 양력이 발생하도록 설계하였다. 이 업체는 4~6%의 연료절감 효과가 있는 추력날개를 이미 대형컨테이너선에 적용해서 인도하였고 앞으로도 동급 컨테이너선에 추력날개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실 회전하면서 추력을 얻는 프로펠러 주위에 회전하는 흐름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오늘날 국내 조선소들이 전 세계 조선업의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조선 최강국의 자리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조선소들이 저 커다란 배를 또 어떻게 조금씩 변신시켜 나갈지 기대가 된다.

글 : 유병용 (‘과학으로 만드는 배’ 저자)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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