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는 매년 테크놀로지 리뷰(Technology Review)에 10대 유망기술을 발표한다. 획기적인 신기술이 가져올 효과들을 볼 때 이러한 10대 유망기술은 향후 경제와 사회면에서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그중에서도 몸 안에 들어가는 나노 라디오 기술은 우리 생활에 밀접한 라디오와 관련된 기술이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의외로 나노 라디오의 작동 원리는 일반 라디오와 비슷하다. 특정 주파수의 라디오파를 나노 라디오가 받으면 탄소나노튜브가 라디오파의 전기장에 의해 좌우로 기계적 진동을 한다. 탄소나노튜브 한쪽 끝에 부착된 전극에 전기장을 가하면 탄소나노튜브의 다른 쪽 끝에서 전계방출 전류가 발생하는데 그 크기는 탄소나노튜브의 기계적 진동의 세기에 따라 달라진다. 이 전류를 소리로 바꾸어주는 것이다.
일반 라디오처럼 배터리와 고감도 이어폰만 있으면 AM과 FM 라디오를 들을 수 있고, 주 부품이 나노크기의 탄소나노튜브로 구성되어 있어 전력소모가 적어 배터리 수명을 대폭 늘릴 수 있다. 나노 라디오가 기존 라디오와 다른 점은 기존 라디오가 전기적으로 작동하고, 안테나 증폭기 등이 별개의 부품으로 조립되나 나노 라디오는 부분적으로 기계적으로 작동하고, 한 가닥의 탄소나노튜브로 라디오의 모든 기본 부품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나노 라디오의 원료인 탄소나노튜브는 흑연, 즉 그라파이트를 이용한 것이다. 탄소 원자가 벌집처럼 6각형으로 연결된 구조의 그라파이트가 단원자 두께의 2차원 구조로 형성된 것을 그라핀이라고 한다. 탄소나노튜브는 그라핀을 1층 혹은 다층으로 말은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범위 직경의 튜브 형태를 이룬 것이다. 탄소나노튜브의 무게는 강철의 1/10 정도이나 강철과 같은 강도를 갖고 있으며,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들 중 전류 밀도와 열전도성이 가장 좋고 또한 매우 독특한 광학적, 화학적 특성이 있다.
2007년 10월 미 UC-Berkeley의 제틀(Zettl) 교수팀이 라디오의 기본 기능인 안테나, 동조기, 증폭기 및 검파기 모두를 한 가닥의 탄소나노튜브로 구성한 나노미터 크기의 나노 라디오 제작에 성공하였다고 발표했다. 제틀 교수팀이 제작한 나노 라디오는 포켓 사이즈의 최초 상용 트랜지스터 라디오보다 약 1억 배 작은 것으로 제틀 교수팀은 약 5년 전부터 나노 라디오를 무선 환경감시 센서에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해왔다.
그러나 제틀이 개발한 탄소나노튜브로 제작된 나노 라디오는 많은 소자를 한 번에 생산하여 회로로 집적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이를 극복한 나노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2008년 1월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로저스(Rogers) 연구팀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되었다.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를 웨이퍼 위에 수평으로 나열하여 네트워크형 어레이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
이 방법은 기존의 소자제조 공정기술을 사용할 수 있고 반복적인 제조가 가능하며 재현성도 있다. 연구팀은 7개의 RF 트랜지스터와 회로를 탄소나노튜브 공정시 결합시켜 지역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는 나노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만들었다. 각각의 트랜지스터는 병렬적이거나 독립적으로 조작되기 때문에 큰 출력전류를 얻을 수 있다. 이는 RF나 오디오 주파수 범위에서 높은 수준의 이득(수신기 증폭기 등의 입력 대비 출력 비율)과 증폭도 가능함을 의미한다.

또한 신체내의 각종 정보를 취합한 나노 라디오가 이를 전자기파로 바꿔 외부의 컴퓨터에 무선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잠을 자기 전에 나노 라디오를 먹으면 밤새도록 온몸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신체의 이상 유무를 나노단위에서 검지하고 이를 담당 의사의 컴퓨터에 자동으로 전송하게 되면 몸의 건강 상태를 아침에 일어나서 알 수 있고, 치유할 수 있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글 : 이조원 단장(테라급 나노소자 개발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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