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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거 꼭 새둥지 같아요!”
초등학교를 마치고 소파에 벌렁 누워 TV를 보던 주형이가 외쳤다. 다음 달에 열릴 베이징 올림픽을 다룬 프로그램에서 주 경기장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었다. 거대한 철근을 아무렇게나 포개어 놓은 듯 보이지만 불규칙한 각도 속에도 안정감이 있도록 설계했다는 걸 녀석은 알까. 건축도 과학인데.

“에게… 어떻게 비눗방울로 수영장을 만들어~”
안 그래도 요즘 건축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워터큐브(국립수상경기센터)’가 주형이에게는 시시한가보다.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겠다 싶어 아들 주형이를 위해 나 건축씨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주형아 우리 나가서 비눗방울 놀이 해볼까?”
“에이 비눗방울은 금세 터져버리잖아요. 약해서 재미없어요.”
“비눗방울의 감춰진 힘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비눗방울의 감춰진 힘이라고요?”
“그럼, 비눗방울 구조로 건물도 지었는걸.”

그제야 TV에서 눈을 돌리는 주형이에게 나 건축씨는 철사를 이리저리 구부려 정사면체 모양의 철사 틀을 만들어 내놓는다.
“자, 이 철사 틀을 비눗물에 담갔다 빼면 어떤 모양이 될까?”
“각 면에 비누막이 생기겠죠. 아닌가요?”
머리를 갸우뚱하면서 난감해하는 주형이를 보고, 껄껄 웃으며 나 건축씨는 비눗물에 구부린 철사를 담갔다가 뺀다.
“자, 정사면체 모양의 비누막 안에 또 뭔가가 만들어졌지? 이때 모든 모서리를 따라 생긴 비누막은 최소의 넓이를 가지고, 정사면체 내부에 굽어진 작은 정사면체 모양을 만들어낸단다. 이걸 벨기에 물리학자의 이름을 따서 플라토 문제(plateau’s problem)라고 하는 거야."

과학향기링크"플라토 아저씨가 비눗방울 구조로 건물을 만들 수 있게 했어요?”
“녀석 성마르긴, 플라토는 비눗방울의 감춰진 물리학적, 수학적 매력을 알게 해준 사람이란다. 사실 어떤 면이 만들어내는 최소면적이 어떤 것인지에 관한 문제는 이탈리아 태생의 프랑스 수학자 라그랑주(Joseph Louis Lagrange)가 제기했는데, 이를 플라토가 비눗방울 실험으로 풀었지.”

“그럼 어떻게 건축에 쓰인 거예요?”
“이후 과학자들은 비눗방울에 더욱 관심을 가졌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단다. 플라토의 비눗방울 실험에서 생긴 비눗방울 선을 따라 건축을 하면 아주 가늘면서도 압축과 장력에 잘 견디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지. 최소한의 힘으로, 최소의 부피로, 최대의 강도를 지닌 구조를 만들게 되었으니 정말 신기하지? 1993년 영국의 물리학자 웨이어(Denis Weaire)와 펠란(Robert Phelan)은 어떤 공간을 최소한의 표면적으로 덮을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 즉, 셀(cells) 구조를 만들어 냈단다. 이를 웨이어-펠란 구조(Weaire-Phelan structure)라 한단다. 그리고 이 구조를 이용해서 2008년 북경올림픽 수영장을 지었지.”

“와! 그러고 보니 수영장과 비눗방울은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아빠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게다가 웨이어-펠란 구조는 물 분자 구조와 유사하단다.”
“그런데 아빠! 수영장 건물 표면이 왜 저렇게 쭈글쭈글해요?”
“웨이어-펠란 구조를 탄생케 하는 근원을 제공한 것은 영국의 물리학자인 켈빈경(Lord Kelvin)이야. 그는 최소 표면적을 만들어 내는 형태를 6각형과 4각형으로 구성된 단일 형태로 제안했는데, 웨이어-펠란은 두 종류의 다른 형태의 기포가 섞이면 전체 표면적이 더 작은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단다.”

“어떤 모양을 섞는 건데요?”
“14면체와 12면체를 합친 건데, 14면체(마주 보는 6각형 2면, 나머지 12면은 5각형) 3쌍과 12면체 1쌍이 결합하여 하나의 기본형태가 되고, 이것을 반복하면 어떤 공간의 표면이라도 최소의 표면적을 만드는 거품막이 완성되는 거지. 너한테는 좀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 기본 형태는 4가지의 구조와 4가지의 절점의 반복되는 패턴을 이루고 있으며, 각 절점은 물 분자 구조의 결합각인 104.5°와 유사하단다.”

“아빠, 역시 21세기는 하이브리드 시대인가 봐요?”
“요 녀석, 하이브리드는 또 언제 들어봤누. 허허허”
“목욕탕에 비누거품 만들어 줘요, 거품 놀이하게요~”
“나가서 안 놀고?”
“비눗방울 놀이는 목욕탕이 제격이죠.”하면서 벌써 주형이는 목욕탕으로 돌진하고 있다.

글 : 이재인 박사(어린이건축교실 운영위원)

※ 경기장 사진을 보시려면 여기로 가세요 ☞ National Aquatics Center 1 ☞ National Aquatics Cente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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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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