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에 앞장선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

“재능을 기부합니다!”

‘재능기부’라는 단어가 이제는 익숙하지만 이 말이 생기고 널리 알려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부터 서서히 주목받아 과학계, 문화예술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기부가 유행처럼 번졌다. 다음 달인 10월부터는 KAIST 정재승 교수에 의해 시작된 ‘10월의 하늘’ 시즌 2가 시작된다. 이 프로그램은 과학자, 교수, 연구원 등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지식과 재능을 기부하는 행사다.

재능기부라는 정식 명칭은 없었지만 현재와 비슷한 형태의 재능기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하게 행해져 왔다. 1825년, 영국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과학 강연을 준비했다. 이후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아이들을 모아놓고 과학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준비물은 양초 하나면 충분했다. 이 양초를 이용해 화학을 쉽고 재미있게 강연한 것이다. 이 강의들은 훗날 ‘양초의 과학(Lectures on the Chemical History of a Candle)’이라는 책으로 엮여 출간됐다.

“가난한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그림 1]마이클 패러데이의 초상화.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마이클 패러데이를 이야기할 때 첫 소절로 많이 등장하는 문장이다. 오늘날 ‘전자기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이클 패러데이는 1791년 9월 22일에 영국에서 태어났다.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못 배운 과학자’가 등장한다. 그만큼 불우한 환경 속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삶을 찬찬히 따라가 보면 뛰어난 과학적 업적보다 겸손한 인품과 성실함이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과학자라 하면 보통 괴팍, 고집불통,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연구만 하는 사람 등의 이미지가 떠오르기 쉽다. 하지만 마이클 패러데이는 영국 국민들이 가장 사랑한 과학자, 겸손한 과학자의 대명사로 기억된다. 게다가 성실과 노력의 대명사로도 불리는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과학적 업적을 이뤘기 때문이다.

패러데이는 초등학교 정규 교육도 마치지 못했다. 당시 그는 R자 발음을 하지 못했는데, 선생님이 그의 발음을 고치기 위해 심한 매질을 했다고 한다. 이를 알게 된 그의 어머니는 교육보다 아이의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 학교를 자퇴시켰다. 그 이후 그는 주일학교에서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듣는 것이 전부였다.

13살이 되던 해, 그는 제본소의 수습공으로 일하게 된다. 그곳은 지식인들이 쓴 글을 책으로 만드는 곳이었기 때문에 그에겐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지식들을 그곳에서 배워나갔다. 그는 특히 백과사전에서 전기에 관한 글이나 과학 관련 교재들을 많이 접했다.

1812년, 그의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된 강연을 듣게 된다. 영국 왕립연구소에서 개최하는 험프리 데이비(Humphry Davy) 강연에 참석할 수 있는 표를 구한 것이다. 그의 강연을 감명 깊게 본 패러데이는 강연 내용을 무려 386페이지에 걸쳐 필기한 것과 함께 데이비의 조수가 되길 희망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를 인상적으로 본 데이비는 패러데이를 조수로 채용했다.

물론 처음부터 그의 조수 생활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처음에는 실험실의 병 닦는 일만 주어졌다. 하지만 패러데이는 최선을 다해 빈 병을 닦았다. 그의 성실한 모습을 지켜본 데이비는 점차 연구 과제를 주었다. 그는 전문교육을 받지 못해 정확한 공식이나 이론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똑같은 실험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답을 찾아나갔다. 그는 데이비의 실험을 참고삼아 여러 기체를 압축해 액화시키는데 성공했고 방향족 탄화수소인 벤젠을 발견했다.

패러데이의 가장 큰 업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전자기유도법칙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전류가 자기장을 만들고 전류에 의해 자석이 힘을 받는 것으로부터 자기가 전기를 발생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믿었다. 결국 그는 1831년 코일 근처로 자석을 움직였을 때 전류가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코일에 가해진 전류를 끊었다 이었다 했을 때 인접한 다른 코일에 전류가 흐르는 것을 보았다. 1833년에는 화학과 전기를 결합시켜 전기분해법칙을 만들었다.

그는 또 전기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단어인 양극(anode), 음극(cathode), 음이온(anion), 양이온(cation) 및 전극(electrode)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당시에는 구별되는 것으로 생각됐던 다섯 종류의 전기 - 마찰전기, 전기분해에 관련된 전기, 전지로부터의 전기, 자기적(유도) 전기, 열적 전기 - 가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1824년 영국학술원 회원으로 선정된 그는 1825년부터 영국왕립연구소의 과학 강연을 시작했다. 강연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크리스마스 때 가난한 아이들에게 케이크나 인형 같은 선물 대신 좀 더 의미 있는 것을 주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패러데이는 가난한 환경으로 수업조차 듣기 힘들었던 아이들 마음속에 과학에 대한 불씨를 심어주었다.

죽는 그 순간까지 돈이나 명예에 관심이 없었던 패러데이. 그는 19년 간 크리스마스 때마다 과학 강연을 하며 자신의 재능을 기부했다. 자신이 아는 재능을 모두와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0월의 하늘’에 참여하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들 역시 이런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다. 10월 29일 전국 중소도시의 작은 도서관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펼쳐질 과학 강연. 이번 강연을 계기로 다양한 재능기부 활동이 또 다시 유행처럼 번지길 기대해 본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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