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Y씨는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입을 옷이 없어 고민이다. 하지만 당장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스케줄이 빽빽이 짜여 있어 쇼핑을 나갈 여유 따윈 없다. 오늘도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한 Y씨는 잠들기 전, 컴퓨터를 켠다. 한 온라인 쇼핑몰을 방문한 Y씨. 웹캠을 켜고 자신의 모습이 모니터 상에 잘 보이도록 자리를 잡는다. 원하는 옷을 화면에서 선택해 자신의 몸에 걸쳐본다.

‘이 색상은 내 얼굴과 안 맞는군….’

Y씨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열댓 벌의 옷을 더 입어본다. 힘들 일은 없다. 직접 입었다 벗었다 하지 않아도 되고, 손끝으로 터치 한 번이면 옷이 바뀌니 정말 눈 한 번 깜빡이는 동안 옷을 갈아입을 수 있다. 최종적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선택한 Y씨는 가볍게 주문 버튼을 클릭한다.

‘파운데이션도 다 써 가는데…’

이번에는 화장품 쇼핑몰로 간다.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는 Y씨지만, 이번만큼은 순순히 웹캠 앞에서 얼굴 정면사진을 찍는다. 새로운 파운데이션에 도전하는 Y씨, 화장품을 선택하자 얼굴이 뽀얗게 변한다. 마스카라에 립글로스까지 발라보는 사이, 장바구니는 점점 묵직해져 간다. 한 시간도 채 안 되어 쇼핑을 마친 Y씨는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이 상황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옷을 직접 입어보거나 화장품을 발라보지 않고도 나에게 어울리는지 체험하면서 쇼핑할 수 있는 서비스가 현재 운용되고 있다.

의류전문업체 신원은 지난 9월, 가상으로 옷을 입어볼 수 있는 ‘버추얼 드레싱(Virtual Dressing)’ 기술을 접목한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했다. 그동안 온라인 쇼핑몰은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쇼핑을 할 때보다 시간과 노력을 덜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빠르게 늘어났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의 가장 큰 단점은 직접 입어볼 수 없다는 것. 버추얼 드레싱 기술이 접목된 온라인 쇼핑몰은 이러한 단점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준다.

신원에서 선보인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가상 피팅(Virtual Fitting)을 하면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어볼 수 있다. 자신의 전신사진을 등록하거나 예시로 제시된 아바타를 선택한 후 원하는 옷을 클릭하면 된다. 또 제품의 다양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인 토비(Tobi)는 2009년 11월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기술을 활용한 ‘버추얼 드레싱’ 기술을 시범 운영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의 마케팅 회사인 주가라(Zugara)가 개발한 것으로, 자신의 방을 드레스룸으로 만들어 주는 서비스다.

증강현실 기술이란 현실 세계에 3차원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폰으로 거리를 비추면 그 주변 맛집 정보가 뜨고, 하늘을 비추면 날씨 정보가 뜨는 광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서비스들이 모두 증강현실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일단 홈페이지에서 ‘입어보기(Try it on)’ 버튼을 클릭하면 웹캠을 통해 자신의 방이 비춰진다. 그 다음 ‘마커를 출력하라(Print Marker)’는 버튼을 클릭한다. 출력된 마커 용지를 몸통 앞쪽에 들고 웹캠에 비춰주면 마커의 위치에 옷이 자리하게 되어 모니터 화면에는 자신이 옷을 입은 듯한 장면이 나타난다. 이 마커를 적절히 움직이면서 옷의 비율이나 위치를 조정하면 된다. 입어본 옷이 마음에 든다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저장해 소셜 사이트에 올릴 수도 있다.

가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건 옷뿐만이 아니다. 화장품을 얼굴에 직접 발라보지 않고도 화장한 얼굴을 보여주는 ‘가상거울(Vitual Mirror)’도 있다. 영국의 이지페이스 화장품숍, 프랑스의 까르푸, 미국의 월마트 등에서는 가상거울이 장착된 키오스크(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위해 정보를 표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소형 구조물)를 설치해 고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가상거울도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다. 가상거울을 사용해 화장을 하려면 우선 키오스크에서 자신의 얼굴 정면사진을 찍어야 한다. 이후 자신이 발라보고 싶은 화장품들(파운데이션, 아이섀도, 마스카라, 립글로스 등)을 선택하면 화장을 한 얼굴을 볼 수 있다. 이 가상거울에는 이미 촬영한 얼굴에 대한 모든 정보가 입력되어 있어, 피부나 눈동자 색깔, 빛 등의 요인을 고려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화장품을 제안해주기도 한다. 이 서비스는 일본의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와 미국의 타즈(Tazz)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버추얼 드레싱 기술이나 가상 거울이 직접 체험했을 때와 같은 효과를 제공해 주지는 못한다. 현재는 대략적인 사이즈나 자신의 얼굴과 어울리는 색감, 디자인을 고를 수 있는 수준이고,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해 정확성이 높아질수록 더욱 사실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버추얼 드레싱과 가상거울에 적용된 증강현실 기술은 이미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으로도 많이 선보였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하게 제작되고 있다. 지리 정보, 교육, 비즈니스 등에 증강현실 기술이 다양하게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쇼핑도 어디서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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