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산소(Free Radical)는 노화나 질병을 유발하는 역기능만 하는 게 아닙니다. 세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신호를 작동시키는 순기능도 있거든요. 그래서 건강한 사람이 항산화제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활성산소를 제거해 순기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2010년 2월 말, 이화여대 이서구 교수팀이 활성산소에 대한 새로운 내용을 발표했다. 노화와 암, 당뇨병, 심장병 등의 주범으로 알려진 활성산소가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산소 없이 하루도 살 수 없는 사람이 몸속에 생긴 활성산소에 공격당한다니 어떻게 된 일일까? 또 이것이 어떻게 세포의 성장을 돕는다는 것일까? 차근차근 살펴보기로 하자.

사람이 들이마신 산소는 세포 속으로 움직여 탄수화물과 지방을 산화, 즉 태워서 분해시키는 데 사용된다. 이렇게 음식 속의 탄수화물과 지방을 산화시켜야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소가 우리에게 에너지만 주는 것은 아니다. 산소는 우리 몸에서 음식물을 연소시키는 과정 중에 활성산소이라는 유해성 산소를 만든다.

보통 정상적인 산소는 우리 몸속에서 약 100초 이상 머무르지만 불안정한 활성산소는 순식간에 생겼다가 없어진다. 이렇게 잠깐 존재하면서도 반응성이 매우 강해 우리 몸을 공격해 망가뜨린다.

활성산소의 종류는 초과산화수소이온, 과산화수소, 하이드록시 라디칼, 싱클레트 옥시전 등 총 4가지다. 이 가운데 ‘물 분자’에 추가로 ‘산소 원자’ 하나를 달고 있는 형태를 지닌 과산화수소는 반응성이 뛰어나다. 늘 혹과 같은 산소 원자를 상대방에게 건네고 자신은 안정된 물 분자 형태를 취하려는 욕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활성산소들은 우리 몸의 기본단위인 세포의 세포막을 공격해 원래 세포의 기능을 상실하게 만들고, 세포 내 유전자를 공격해 해당 세포가 재생하지 못하게 막는다. 결국 신호전달체계를 망가뜨리거나 면역력을 떨어트려 당뇨병, 동맥경화, 암 등의 체내 질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 세포의 재생을 막기 때문에 노화를 유발하거나 촉진시키는 일도 하는 셈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 몸이 활성산소를 만들어내 우리 몸을 침투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이기도 한다는 점이다. 우리 몸의 TLR4란 단백질이 병원균의 체내 침투를 인식하면 소량의 활성산소가 만들어지고 살균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살균기능을 위해 생성된 활성산소는 자기 자신의 세포도 공격하므로 자연히 병균침입을 많이 받은 신체 부위는 상처를 입게 된다. 이에 우리 몸은 활성산소가 만들어지면 자동적으로 항산화 효소들이 작동시켜 이를 제거한다. 이런 항산화 효소는 간, 심장, 위, 췌장, 혈액, 뇌 등 모든 부위에 들어있다.

활성산소가 세포가 아닌 유해한 균을 공격한다는 것까지는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런데 세포 성장에는 어떻게 관여한다는 것일까?

세포는 뇌, 면역세포, 인슐린 등이 보낸 외부 신호를 받기 위해 세포막 바깥에 수용체를 여러 개 두고 세포막의 좁은 지방 축적 구역에서 신호전달활동을 한다. 이 구역에 1차 신호전달물질이 들어오면, 2차 신호전달물질을 만든 후 다시 대상 단백질로 신호를 보낸다.

이서구 교수팀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활성산소 중 하나인 과산화수소가 2차 신호전달물질로 사용돼 세포 분열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에 신호를 전달한다. 세포가 항산화 효소의 일종인 퍼옥시레독신(Prx)을 껐다 켰다 하면서 과산화수소를 세포 안 신호전달물질로 활용하는 것이다. 퍼옥시레독신은 원래 과산화수소를 없애는 효소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우선 세포막의 신호 전달 구역에는 다른 항산화 효소는 없고 퍼옥시레독신만 있다. 이 효소는 과산화수소가 신호전달기능을 할 때 1차 신호전달물질의 영향을 받아 항산화 기능을 잃는다. 다시 말해 스위치가 꺼진 상태로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 구역에 과산화수소가 쌓여 세포의 성장과 분화 신호가 핵까지 전달할 수 있다. 신호전달이 끝나면 퍼옥시레독신의 스위치가 다시 켜지므로 과산화수소를 없애는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활성산소는 질병과 노화의 원인만이 아니라 세포 성장과 분화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또 과산화수소와 퍼옥시레독신처럼 활성산소와 항산화효소가 신호전달하는 과정을 자세히 알게 되면 암이나 당뇨병 등 활성산소 때문에 생겼던 질병들을 치료할 길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활성산소가 너무 많으면 세포를 죽이는 독성물질이 된다. 하지만 필요한 때와 장소에 필요한 만큼만 생성되면 세포의 성장을 돕고 분화를 촉진하는 좋은 기능을 한다. 활성산소가 하나도 없다면 세포가 자라지 못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만약 활성산소를 독성물질로만 규정했다면 이런 내용들은 알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의문을 풀려는 과학자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글: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247호 ‘원자폭탄보다 무서운 활성산소(2005년 4월 11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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