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은 자신의 근원에 대한 것이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자신의 힘으로 자아를 밝히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래 전에(라고 해봐야 인간의 수명에는 턱도 없이 모자라지만) 포기했다. 하지만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자료가 있기 때문에 나는 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나는 쥐다. 하수구를 기어 다니거나 음식점의 쓰레기통을 뒤지지는 않는다. 대신 하얀 옷을 입은 인간들이 시시때때로 내 용태를 관찰해 준다. 내 건강의 변화를 점검하고 특이한 사항을 발견하면 기뻐서 펄쩍 뛰거나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즉, 나는 실험용 쥐다. 그 중에서도 유전자 변형을 통해 지능을 향상시키는 실험군(群)에 있다. 약 4백의 쥐가 나와 같은 실험군에 들어 있다.

한 가지 비밀을 알려 주겠다. 나는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글을 읽을 수 있다. 우리 실험군 중 유일하다. 이 실험실의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나는 그 사실을 아주 은밀하게 숨긴 채 오랫동안 이곳을 관찰해 왔다.

지금 나의 관심은 온통 최근 생긴 고민거리에 쏠려있다. 다름 아닌 ‘고통’의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인간의 신문에서 기사 한 토막을 본 뒤부터다. 작년, 그러니까 인간의 달력으로 2006년 12월 22일 ‘동물 실험에 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기사를 봤다. 불필요한 동물 실험을 줄이고, 지나친 고통을 유발하는 실험을 금지하자는 법안이다.

사실 내가 살고 있는 연구실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은 그런 기사에 참 무심하다. 하루는 한 여자 연구원이 불치병에 시달리는 아이 이야기를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고 왔다. 그리고 아이의 삶이 너무 측은하다며 하루 종일 그 얘기만 했다. 그러면서 내 바로 옆에서 앞발로 장난을 치던 동료 쥐 하나를 번쩍 집어 들더니 정체 모를 약을 주사하고 던지듯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그 운 없던 친구는 채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바대로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고통’이다. 우리 실험용 쥐들에게 고통은 태어나면서부터 예정된 미래일지 모른다. 바로 옆의 ‘유전자(사실 그게 무언지는 잘 모른다) 변형군’에 속한 쥐 중에는 희한한 모습을 한 녀석들이 있다. 털이 듬성듬성 난 녀석, 귓불이 머릿속으로 들어간 녀석, 꼬리가 없는 녀석 등 다양하다. 뭐, 나도 외모를 가지고 그런 녀석들을 놀려본 적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떤 녀석들은 끝없이 고통을 호소한다. 창자가 끊어지는 것처럼 아프다는 녀석에게 언제부터 그랬냐고 물어보니 태어날 때부터 아팠단다. 암 덩어리를 주렁주렁 매달고 태어나는 녀석도 있고 비대한 심장을 달고 태어나는 녀석도 있다. 사실 내가 비교적 냉담한 어조로 얘기하고 있지만 실험실은 우리 쥐의 비명소리로 가득하다.

다른 곳에서 새로 들어온 쥐에게 듣거나 신문 기사를 보면 이런 고통은 쥐뿐 아니라 다른 종의 실험동물에게도 흔한 일인 것 같다. 두개골을 열고 머리에 전극을 꽂은 원숭이의 사진을 본 기억이 난다. 물론 원숭이도 아니면서 그 원숭이가 고통스러웠을지 어떻게 아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대답할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아는 것은 쥐에 대한 것뿐이니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나는 그 뒤 ‘실험동물 보호법’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사람들의 복잡한 세계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으니 국회에서 통과됐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우리 실험용 쥐들의 고통이 언제부터, 얼마나 줄어들 것인지 짐작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신문 기사들을 놓치지 않고 읽기 위해 노력했다.

좋은 소식이 있었다. 해당 법률이 2008년부터 시행될 것이며 앞으로 동물을 실험에 사용할 때 고통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면 마취제를 사용하며, 생명을 앗아야 할 경우 안락사(아직도 타인에 의한 죽음과 안락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쥐인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를 시킬 것이라고 한다. 뉴스의 절반 정도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희망적인 상황이 오리라는 얘기인 것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기사가 하나 있다. 2007년 9월 28일자 뉴스다. 인간들이 ‘농림부’라고 부르는 곳과 보건부 산하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이라고 부르는 곳이 서로 다투고 있는 것 같다. 농림부는 올해 초 개정된 동물보호법에서 이 문제를 충분히 다루니 불필요한 중복법안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식약청은 실험동물에 대한 부분은 따로 떼 전문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대립의 요점은 각 법안이 별도의 실험동물 관련 위원회 설립을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칫하면 동물실험 운영기관 하나에 농림부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와 식약청의 ‘실험동물운영위원회’가 동시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한다. 또 하나로 통일된다 해도 누가 위원회의 관리, 감독을 맡을 것이냐를 두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이 덕분에 이미 국회를 통과한 동물보호법의 하위 시행령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의 구체적인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나와 우리 쥐들의 고통이 줄어들 날이 생각보다 늦게 올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이미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알아챘겠지만) 나는 나와 함께 들어온 실험용 쥐 중 마지막 남은 쥐이기 때문이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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