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전통주가 인기를 끌면서 생막걸리의 판매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대형 주류업체가 막걸리를 전국에 유통하면서부터 막걸리 붐이 일었고, 최근에는 막걸리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한다. 여름 이후 판매량도 크게 늘어났는데, 전통주 국순당은 “6~8월 여름철 3개월간의 막걸리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10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막걸리의 인기 비결은 유통기한과 큰 관계가 있다. 막걸리는 크게 생막걸리와 살균막걸리의 두 종류로 나뉘는데, 살균막걸리란 술을 열처리하여 안에 들어 있는 균을 모두 죽인 것이다. 따라서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지만 막걸리의 맛을 결정하는 좋은 균 역시 죽어버리므로 본래의 맛과 향을 잃는다는 단점이 있다.

생막걸리는 살균막걸리와 달리 효모와 유산균이 그대로 살아 있다. 단점은 살균막걸리에 비해 유통기한이 짧다는 점인데 냉장 보관을 하더라도 열흘을 넘지 못한다. 막걸리뿐 아니라 대부분의 탁주가 그 이상 보관하면 맛이 시어져 제품으로서의 가치를 잃는다. 일례로 나로 우주로켓으로 유명했던 전남 고흥지방에서는 유자즙을 첨가한 새콤달콤한 맛의 ‘유자 동동주’가 인기지만 고흥 이외의 지역에서는 먹기 어렵다.

하지만 지난 5월에 개발된 ‘생막걸리’는 이런 통념을 깨고 유통기한을 30일 이상으로 늘렸다. 이는 일반적인 유통기한에서 세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라 전국 유통도 가능해졌고, 출시 100일만에 100만 병이 팔렸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제조사 측은 ‘특허 기술인 발효 제어 기술과 밀폐 마개를 사용해 유통기한을 연장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것은 발효과학의 기본 원리를 이해한다면 어떤 비법을 사용했는지 추측이 가능하다.

<“원더풀 막걸리” 외국인들도 막걸리 맛에 빠져들 만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생막걸리의 유
통기한에 담긴 비밀을 알고나면 막걸리 맛이 한결 더 좋을지도 모른다. 사진 제공. 동아일보>


먼저 막걸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아보자. 우선 탄수화물인 쌀에 효모가 들어있는 누룩을 넣고, 물과 함께 섞어 항아리에 담는다. 이 항아리를 땅 속에 넣거나 아랫목에 놓고 발효시키는 것이 전통적인 탁주 제조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효모균은 탄수화물을 분해해 알코올을 내놓게 된다.

이 때 필수적으로 잡균이 들어가기 마련이지만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잡균은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알코올 때문에 곧 죽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알코올에도 견뎌낼 수 있는 초산균이다. 와인의 뚜껑을 열어두면 하룻밤 사이에 식초가 되어 버리거나 막걸리가 며칠 지나면 시큼한 맛이 나는 것은 모두 초산균 때문이다. 즉, 초산균의 활동만 막는다면 막걸리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셈이다.

초산균의 활동을 막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아예 초산균이 술 속에 들어가지 않도록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멸균시설에서 술을 담그면서 효모만을 첨가해 발효시켜 술을 담그면 된다. 그러나 실험실에 가까운 공장을 만들어야 하므로 많은 비용이 들고, 전통누룩이 아닌 효모균만을 배양해서 첨가해야 하므로 전통탁주 고유의 미묘한 맛을 재현하기 어렵다.

둘째는 초산균이 활동할 수 없도록 산소를 차단하는 방법이다. 초산균은 산소호흡을 하고, 그 결과 신맛의 원인인 산성 물질을 배출한다. 즉 효모의 발효과정에서 나온 이산화탄소가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하고, 새로운 산소가 유입되지 않게 막아두면 초산균이 숨을 쉬지 못해 산성화가 느려지는 것이다.

산소를 차단해야 한다니, 단순히 술병의 마개만을 꽉 틀어막으면 될 것 같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가정에서 이런 방법을 써서 술을 담근 다음 무조건 꽉 틀어막았다간 병이 변형되거나 폭발할 수도 있다. 효모의 발효과정에서 생긴 이산화탄소가 병 속에서 빠져나갈 곳을 찾지 못해 압력이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런 두 가지 기본적인 방법 이외에 발효 속도 자체를 정밀하게 계산해 가장 발효가 늦게 진행되는 조건을 만들어 냈다. 이는 술을 담글 때부터 발효가 되는 쌀의 분량,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산균의 양을 계산해 초산균이 천천히 자라나도록 막는 방식이다. 이 ‘발효제어기술’을 써서 막걸리 병 내부의 압력이 대기 압력의 2.4배가 되면 발효가 멈춰지도록 한 것이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반드시 술이 있다. 곡식을 발효해 만든 술을 탁주, 그리고 그 술을 증류해 만든 술을 소주(서양에선 위스키) 라고 한다. 쌀쌀해진 가을에 친구와 함께 김치와 부침개 한 접시를 안주삼아 탁주 한 사발 기울여 보자. 과학기술로 더 푸근해진 탁주가 마음을 한층 더 훈훈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단, 미성년자는 금물!

글 :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과학전문기자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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