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거울을 향해 앉아있던 유치원 꼬마가 관객 쪽으로 돌아앉았다. 귀여운 의상과 달리 꼬마의 얼굴은 짙은 숯검정 눈썹에 허연 콧물자국 범벅이다. 옆 친구는 시뻘건 눈두덩에 새파란 입술을 한 중국의 오락 캐릭터다. 예쁘장하기로 소문난 두 개그우먼의 깜짝 변신에 관객석은 한 순간에 웃음바다가 된다.

한 개그프로그램의 인기코너인 ‘분장실의 강선생님’에는 이같이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분장이 매주 등장한다. 시청자들은 골룸, 둘리, 방귀대장 뿡뿡이, 스머프로 변신한 여성 연기자들의 모습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하지만 정작 박수를 받아야 하는 주인공은 만화나 영화 속 캐릭터를 재탄생시킨 분장화장품이 아닐까.

이 코너에는 다양한 분장재료가 사용된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분장기법은 단연 대머리 분장. 골룸 분장 때문에 대머리 분장을 자주하는 개그우먼의 머리를 보면 얇은 막으로 된 볼드캡이 덮여 있다. 이 볼드캡은 고무를 농축한 라텍스나 글라찬이라는 액체 물질을 굳혀 만든다. 이들은 상온에서 빠르게 굳고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는데다 쉽게 씌우고 떼어낼 수 있는 탄성력을 갖추고 있다. 골룸의 머리는 쫀득쫀득한 고무인 셈이다.

볼드캡은 착용할 때마다 새롭게 만든다. 사용자의 머리 크기와 비슷한 마네킹에 글라찬을 붓으로 얇게 바르고 하루 정도 상온에 두면 완성! 캡을 머리에 씌우고 고정할 때는 송진과 알코올을 혼합해 만든 피부용 접착제인 스프릿 고무를 사용한다.

<대머리 분장에는 여러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분장팀이 볼드캡을 머리에 씌운 뒤 피부용
접착제인 스프릿 고무를 이마와 목에 바르고 있다. 사진 제공 KBS>


스프릿 고무는 골룸 머리에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이나 긴 코털을 붙일 때도 쓰인다. 분장용 털은 누에고치에서 뽑은 실로 만들며, 사용한 털은 대부분 재활용하지 않는다. 다행해 선배가 사용한 코털을 후배의 얼굴에 붙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분장화장품에 들어가는 성분은 일반화장품과 같다. 보습과 착색 기능을 높이는 수분과 유지성분, 이 둘을 섞는 계면활성제, 그리고 안료와 방부제 등이 그것이다. 수용성 크림형 제품은 물로 쉽게 지워지고, 오일 성분이 들어간 파운데이션형 제품은 일반 클렌징크림으로 지울 수 있다.

다만 분장용 화장품은 확실한 색상을 표현하기 위해 색소 함량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같은 파운데이션형 제품이라도 일반화장품은 색소 함량이 10% 내외인 반면, 분장화장품은 15%로 함유량이 높다. 일반화장품의 색소 함량이 높지 않은 이유는 과도한 진한 색이 인위적인 화장으로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분장화장품에는 백색안료나 탤크, 방부제 같은 첨가물들이 섞여있어 피부자극도 크다.
일반화장을 할 때처럼 분장화장에서도 기초화장은 필수다. 동아사이언스 자료사진>


분장화장품은 유기물이나 무기물로 이뤄진 안료로 색을 낸다. 요즘 식물성 화장품이나 유기농 화장품에는 치자황, 자색고구마, 파프리카로 만든 천연 색소를 많이 쓰는데 이들은 모두 유기안료다. 실험실에서 합성한 유기안료는 저비용으로 다양한 색상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이 쓰인다.

무기안료는 산화철이나 규산염 화합물, 점토 같은 광물에서 얻는다. 철은 산화되는 정도에 따라 적색, 흑색, 황색 등 여러 색을 띠는데, 불순물을 제거하면 화장품의 색소로 많이 이용되는 적색산화철, 흑색산화철 등이 된다.

무기안료는 사용하는 광물의 희귀성에 따라 그 값이 천차만별이다. 가장 비싸다고 알려진 울트라마린은 1kg에 1500만 원이나 한다. 고가인데도 무기안료가 사랑받는 이유는 유기안료에 비해 색이 오래 지속되고 외부의 온도나 충격에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기안료에는 인체에 축적되는 중금속을 포함한 물질이 있어 유해성이 확인된 카드뮴, 코발트, 연납, 수은, 비소, 크롬 등은 사용이 금지됐다.

최근 색조화장품은 기능을 높이면서도 인체에 안전한 재료를 사용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 예로 1970년대부터 마스카라에 많이 쓰이던 카본블랙은 색이 진하고 착색력이 좋다고 알려졌지만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되면서 1985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이후로 화장품에서 검은색은 흑색산화철을 사용하고 있다.

분장화장품의 색소 함량이 높다곤 하지만 30~40%나 들어있는 미술용 물감에 비하면 적은 양이다. 이 정도의 양만으로도 색이 또렷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비밀은 합성착색료로 쓰이는 타르색소에 있다. 화장품의 색소 목록에서 황색 4호, 적색 202호, 청색 1호처럼 색상과 숫자 번호로 적혀 있는 것들이 타르색소다.

타르색소는 석탄의 콜타르에서 추출한 벤젠, 톨루엔, 나프탈렌에서 만드는데, 색을 나타내는 유기화합물을 포함하고 있다. 분자구조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만들 수 있는 타르색소는 천연색소에 비해 색상 종류가 많고 선명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때는 벤젠계 물질이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타르색소를 멀리 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물론 화장품에 포함된 타르색소의 양이 피부에 무해할 정도로 적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타르색소는 화장품의 경우 현재 71가지가 안전하다고 허용돼 있다.

전문가들은 복숭아털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체질이 있듯이 천연재료가 누구에게나 안전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천연재료를 잘 보관하지 않을 경우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장화장품 세계에서도 더 보기 좋고 화려한 색을 원하는 욕심과 피부 안전지대를 지향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화려한 분장세계 뒤에는 과학자들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숨어 있다.

글 : 김윤미 동아사이언스 과학전문기자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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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엑박 떠요

    2009.07.0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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