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addest day of the year is the day baseball season ends.”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시즌이 끝나는 날이다.)

박찬호 선수의 ‘양아버지’라고 불리는 토미 라소다 전 LA 다저스 감독이 한 말이다. 야구 마니아들이 이보다 더 공감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우리나라 국가대표 야구팀이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연이어 ‘세계 야구 월드컵’이라 불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값진 준우승을 일궈내며 전국 야구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비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프로야구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미국이나 일본처럼 날씨와 관계없이 사시사철 야구를 할 수 있는 돔구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리보다 야구 역사가 긴 일본은 1988년 개장한 도쿄돔을 포함해 현재 총 6개의 돔구장을 운영 중이다. 이에 서울시는 고척동에 2011년 9월까지 2만 석 규모의 돔구장을 건설할 계획이며, 안산시도 내년 3월 착공에 들어가 2012년까지 3만 2000석 규모의 돔구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돔구장이 완공되면 안산시는 2013년 WBC를 유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구로구 고척동에 건립될 국내 최초의 돔 구장의 조감도.
2011년 9월 완공될 이 돔구장은 골조를 세우고 천막을 입히는 골조막 방식,
돛단배처럼 지붕을 줄로 연결하는 마스트 방식, 도쿄돔처럼 내외부의 기압
차로 지붕을 떠받치는 공기막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 자료사진

돔구장 건설은 야구 마니아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선수들은 겨울철 훈련장을 찾아 해외로 전지훈련을 가지 않아도 되며, 팬들은 겨우내 몸만들기에 열중하는 선수들의 연습경기도 코앞에서 지켜볼 수 있다. 365일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날이 다가오는 셈이다.

그런데 돔구장은 일반 구장보다 홈런이 더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일까? 이승엽 선수는 2006년 41개의 홈런 중 22개, 2007년에는 30개의 홈런 중 18개 최악의 컨디션을 보인 지난해에도 8개의 홈런 중 4개를 홈구장인 도쿄돔에서 쏘아 올렸다.

이승엽 선수의 라이벌 타이론 우즈 선수는 일본의 스포츠 일간지 ‘스포츠호치’와의 인터뷰에서 도쿄돔이 홈런치기가 수월하다며, 이승엽 선수의 홈런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승엽 선수가 친 홈런은 돔에서 만들어 낸 홈런인 이른바 ‘돔런’(Domerun)이라는 것이다.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돔구장에서의 홈런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홈구장인 메트로돔은 개장 첫해인 1982년, 다른 구장보다 배에 가까운 191개의 홈런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메트로돔 전직 관리자 에릭슨은 “미네소타 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 홈 플레이트에서 외야로 바람이 불도록 인위적으로 바람을 조절했다”며 “이 같은 공기 조절이 다른 돔구장에서도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런데 메트로돔 처럼 인위적으로 바람을 일으켜 홈런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돔구장은 유독 홈런이 잘 나온다. 돔 구장에는 홈런을 증가시키는 공기역학적인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힘은 구장 내의 상승기류다. 돔구장에는 뜨거워진 공기가 상승하며 대류 현상에 의해 자연적으로 상승기류가 생긴다. 게다가 돔 천장 중앙에 설치된 환기시설이 뜨거운 공기를 강제로 배출시키기 때문에 인공적 상승기류도 형성된다. 도쿄돔의 경우 돔 상단에 더 강한 상승기류가 생기는데 이는 도쿄돔은 얇은 막으로 된 천장을 관중석 상단에 설치한 송풍기 36대가 일으킨 바람으로 지탱하는 ‘공기부양식 돔’이기 때문이다. 일단 높이 뜬 타구는 이 같은 ‘외부 효과’의 도움으로 홈런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두 번째 힘으로는 수직 기온분포에 따라 타구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돔구장은 일종의 ‘온실’과 같아서 그라운드에서 천장 부근으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높아진다. 온도가 높은 상층부 공기는 밀도가 낮다. 높이 뜬 공이 그라운드 부근의 공보다 공기저항을 덜 받아 타구의 비거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는 돔 구장이 외부 바람을 차단해서 생기는 풍압 감소 효과를 들 수 있다. 돔구장의 지붕은 하향 풍압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공이 받는 저항과 압력이 줄어들게 된다. 하향 풍압이란 외부에서 부는 바람이 경기장을 타고 넘어오며 천장에서 경기장 지면 방향으로 내리누르는 압력을 말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결과 지붕이 완전히 폐쇄된 돔 경기장은 지붕이 약 63% 정도만 덮인 하프 돔형 경기장에 비해 하향 풍압이 최대 75%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돔구장에는 이처럼 타구가 공기역학적 힘을 받아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는 환경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돔구장에서 모든 홈런이 상승기류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모든 선수가 동일하게 받는 효과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이승엽 선수처럼 홈런을 많이 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 삿포로 돔구장의 모습

이승엽 선수는 다른 타자들처럼 힘으로 공을 걷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타이밍으로 홈런을 치는, 이른바 ‘스위트 스팟’(sweet spot)을 가장 잘 활용하는 선수다. 스위트 스팟이란 야구 방망이에 맞았을 때 진동에너지로 손실되는 에너지가 없어 타구에 최대의 힘이 실리는 지점을 의미한다. 이승엽 선수가 친 타구는 포물선이 아니라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럴 경우 돔구장 내 상승기류의 영향은 거의 받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분명 이승엽 선수의 홈런에 돔구장이라는 환경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돔 구장이라는 조건은 다른 일본 선수들도 모두 마찬가지이다. 또 그는 실외 야구장 뿐인 한국리그에서도 수많은 홈런을 날려 화제가 됐었다. 그가 홈런왕으로 불릴 수 있는 이유는 돔 구장의 유리한 조건이 아닌, 최고의 타자가 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덕분일 것이다.


글 : 이준덕 과학칼럼니스트 / 도움말 김윤석 박사 (풍향실험 전문기업 티이솔루션 대표)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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