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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러시아 일간지 ‘프라우다’는 벼락을 사랑으로 이겨낸 한 부부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시베리아 남서부 쿠즈바스의 벨로보 마을에 사는 사포발로프스 씨 부부는 어린이 캠프에 참가 중인 딸을 만나러 갔다가 마을 외곽에 있는 강가 풀밭에 앉아 쉬고 있었다. 이때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갑자기 천둥이 쳤다. 겁에 질린 아내는 남편에게 바짝 몸을 기댔다. 아내를 안심시키려던 남편은 아내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런데 입술이 맞닿는 순간 벼락이 두 사람을 덮친 것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들은 즉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부부는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남편의 몸에 들이친 번개가 아내의 몸을 지나 땅으로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키스한 순간 서로 달라붙은 몸이 도체처럼 작용, 충격이 반감됐다는 얘기다. ‘사랑의 힘’이 번개를 이긴 셈이다. 부부의 사랑을 제대로 확인시켜 준 번개, 그것에 대해 알아보자.

번개는 보통 적란운, 즉 소나기 구름에서 발생한다. 구름 내부에는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가 존재하는데 이들이 움직이고 서로 부딪히면서 전하가 발생한다. 작은 물방울은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가다 물방울(얼음)은 음전하로, 주변 공기는 양전하로 대전된다. 그 외에도 구름 속 얼음 알갱이들이 깨지거나 서로 부딪힐 때 마찰전기가 생기기도 한다. 미국의 과학자인 워크맨과 레이놀즈는 얼음 알갱이와 과냉각 물방울이 공존할 때 많은 전하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알아냈다.

대체로 적란운의 상층부에는 양전하가, 하층부에는 음전하가 모인다. 상층부와 하층부의 전위차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순간적으로 전류가 흐르는 방전 현상, 즉 번개가 나타난다. 번개는 이 같이 구름 속에서 나타나는 전위차 때문에 생기고, 90% 이상의 번개는 구름 속에서 친다.

가끔 구름과 땅 사이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것이 ‘벼락’이다. 즉 번개 중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번개가 벼락이다. 많은 전하를 가진 구름이 물방울이나 얼음이 밀집한 지역, 즉 음전하가 강한 곳을 지날 때 구름의 음전하는 더욱 강해진다. 이렇게 되면 구름 속의 음전하들은 지상을 향해 움직인다. 이를 ‘선도낙뢰’라고 부른다. 선도낙뢰는 빛이 나지 않는다.

구름속의 음전하가 서서히 내려오면 지면은 양전하로 유도된다. 구름에서 동아줄처럼 내려온 음전하와 지면의 양전하가 마침내 만나는 순간 엄청난 기세로 양전하가 위로 솟구친다. 이를 ‘귀환낙뢰’라고 부른다. 이 순간 음전하의 흐름이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으로 나타난다. 선도낙뢰는 한 번 치는 데 0.02초 걸리지만 귀환낙뢰는 0.00007초밖에 안 걸린다.

벼락이 칠 때는 땅을 향해 곧장 직선으로 떨어지지 않고 지그재그를 그리며 떨어진다. 이는 벼락이 온도나 습도 등 당시 기상 조건에 맞게 가장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길을 더듬기 때문이다. 마치 고성능 내비게이션을 장착한 것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전류가 가장 빨리 흐를 수 있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다. 벼락이 칠 때 맨 처음 친 길을 따라 전하의 흐름이 몇 번 반복되는 이유다.

흥미로운 점은 ‘벼락이 어떻게 절연체인 공기를 뚫고 지상을 엄습하는가’이다. 비유하자면 고무장갑을 끼었는데도 감전 당한 이유를 찾는 것이다. 열쇠는 번개의 엄청난 힘에 있다. 번개가 한 번 칠 때 전압은 보통 10억 볼트(V)에 이른다. 가정의 전압이 220V이고 초고압선도 수십만 볼트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볼 때 번개의 전압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다. 벼락 치는 순간 흐르는 전류는 5만 암페어(A). 전압과 전류를 에너지로 환산하면 100W 전구 7000개를 8시간 동안 켤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또 벼락의 온도는 태양표면 온도(6000도)의 4배가 넘는 2만7000도에 이른다.

지구상에 번개가 가진 높은 전압과 온도를 완전히 방어할 수 있는 절연체는 없다. 공기라는 ‘울타리’는 있지만 이를 가볍게 부술 만한 힘이 번개에 있는 셈이다.

막을 수 없다면 피해야 한다. 벼락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높이를 주위보다 최대한 낮추는 것이다. 나무 옆에 자리를 잡거나 서서 평지를 걷지 않는다. 낚싯대나 골프채, 우산처럼 막대형 물건을 들고 있지 않는다. 여러 명이 무리지어 있는 것도 피해야 한다. 빗물 웅덩이 주변도 위험하다.

야외에서 벼락이 칠 때 가장 안전한 곳은 어디일까. 놀랍게도 금속으로 온통 뒤덮여 있는 자동차 안이다. 벼락이 자동차에 내리치면 전류가 차 표면을 따라 땅으로 흘러내리기 때문에 탑승자는 보호받는다.

최근엔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나왔다. 지금까지 설치돼 온 피뢰침의 끝이 너무 뾰족하다는 내용이다. 미국의 랭미어 대기연구소는 7년간 다양한 모양의 피뢰침으로 실험한 결과 “지름이 12.7mm에서 25.4mm에 이르는 피뢰침이 뾰족한 피뢰침보다 벼락을 훨씬 잘 빨아들였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고층건물마다 속이 채워진 빨대 같은 피뢰침이 세워질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글 : 이정호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ndsl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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