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 차고만 있어도 전기가 생긴다?

애플 워치, 구글 글래스, 삼성전자 기어 핏, 샤오미 미밴드…. 
요즘 핫한 디바이스들이다. 이들을 ‘웨어러블 기기’라고 부른다. 다소 거창하지만 그냥 안경, 시계, 밴드를 전자기기로 만든 것이다. 몸에 부착시켜 착용할 수 있다는 뜻에서 ‘입는’이라는 의미를 지닌 ‘웨어러블(wearable)’을 붙였다. 

벌써 수 년 전부터 과학기술계에 회자됐던 웨어러블 기기는 애플, 삼성 등 굴지의 IT 대기업들이 최근 손목에 부착하는 시계 형태로 제품을 내놓으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인터넷에선 이미 ‘얼리어답터’들의 제품 소개글이 터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웨어러블 기기의 가장 큰 단점은 무엇일까. 사용성, 효율성, 호환성, 연결성, 응용성 등이 부족하다는 게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런 문제점은 혈압, 체온, 수면 패턴 등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헬스케어 디바이스들이 나오고 스마트폰이나 이미지, 영상 등과 웨어러블 디바이스 연동 기능 등 다양한 기능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배터리다. 지금도 스마트폰 배터리의 수명 문제는 난제다. 항시 몸에 착용해야 하는 웨어러블 기기는 두말할 것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체온을 이용해 전기를 충전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 영예의 그랑프리 대상을 받아 주목받고 있다. 

■ 상상이 현실로…, 체온 차이로 전기 생산 

주인공은 바로 카이스트 조병진 교수팀이다. 유네스코는 디지털 기술의 사회적·문화적 영향을 예측하는 기관인 ‘넷엑스플로(Netexplo)’와 공동으로 2008년부터 매년 전 세계 200여 명의 전문가·기업인 패널 투표를 통해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을 선정, 네티즌 투표 등을 통해 10대 기술 중 1위에 그랑프리상을 수여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에너지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인 ‘에너지 및 환경과학(Energy & Exvironmental Science)’ 온라인판에 속보로 실린 조 교수 연구팀의 기술은 사람의 체온에 의해 생긴 온도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열전소자를 유리섬유 위에 부착해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었다. 가로, 세로 각 10cm의 밴드로 만들어 팔에 부착하면 외부 기온이 영상 20도일 때, 약 40mW(밀리와트, 1000분의 1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윗옷 크기 정도로 만들면 약 2W의 전력 생산이 가능해 휴대전화 충전도 할 수 있다. 

전기소자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은 기존에도 있었다. 누르는 힘(압력)을 이용한 압전소자 기술, 마찰전기 효과를 이용한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마찰전기 효과는 올해 초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진이 발표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50nm(나노미터) 두께의 금 박막 위에 실리콘 고무로 된 층을 씌웠는데 이 실리콘 표면에 수천 개의 작은 돌기를 만들었다. 말하거나 팔을 구부리는 행동을 할 때 이 돌기와 마찰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압전 기술에 비해 조 교수의 열전 소자 기술과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진의 마찰전기 기술은 웨어러블 기기에 더 적합하다. 그러나 조 교수의 기술은 입고만 있어도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빨리 상용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조 교수는 지난해 9월 ‘태그웨이’라는 벤처를 창업, 다양한 기업들과 상용화를 모색하고 있다. 

■ ‘사물이 서로 대화하는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 

조 교수의 대상 수상이 스마트(웨어러블) 기기의 짧은 배터리 수명 문제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줬다면 나머지 기술은 사물과 사물이 통신하는 다양한 ‘사물 인터넷’ 기술이 대거 선정됐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바이두라는 인터넷 기업이 개발한 센서가 달린 젓가락, 이스라엘 스키오(SCIO)사(社)가 개발한 라이터 크기의 분자 스캐너다. 센서가 달린 젓가락은 여러 음식 성분을 분석해 스마트폰으로 그 정보를 전송해 준다. 음식의 온도, 부패 여부, 산성도 등을 측정한다. 스키오사의 분자 스캐너도 스마트폰과 연동된다. 분석기를 어떤 물질에 가져다 대면 인터넷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된 정보와 대조해 화학적 구성이나 칼로리, 음식의 변질 여부, 의약품의 진품 여부 등을 가려낸다. 그만큼 먹을거리의 안전과 건강 등에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레인포레스트커넥션 재단이 만든 불법 벌목 감시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음향 감지 기술을 통해 5분 안에 반경 1km 내 불법 벌목을 알 수 있는데, 나무를 벨 때 나는 소리를 수집, 숲 관리자들의 디바이스로 자동으로 알려주는 사물인터넷 기술이다. 

■ 공공의 목적, 학습/교육 웹, 앱 서비스도 선정 

이밖에 새로운 개념과 공공의 목적을 위한 스마트폰 앱 기술도 선정됐다. 칠레의 카포스스파사(社)의 스마트폰 앱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자전거 친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모으는 기술이다. 

특히 전 세계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앱 기술도 이번에 선정됐다. 나이지리아 보건부가 개발한 이 앱은 에볼라의 발병 시간과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며 보건부 직원들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구글이 검색엔진을 통해 집계된 데이터로 전염병 관리예방 시스템으로 만들었던 이른바 ‘구글 플루’와 유사한 기술이다. 

미국의 브랜칭마인즈 재단이 만든 인터넷 기술도 있다. 학생 개인의 학습 내역을 기록하고 목표 달성을 돕는 서비스로 개인 학습의 어려움을 교사와 부모가 매우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크로아티아의 마이크로블링크 사(社)가 개발한 스마트폰 카메라로 방정식을 찍으면 푸는 과정과 해답을 보여주는 앱도 선정됐다. 

이밖에 미국 슬랙 사(社)의 이메일이나 SNS 등을 한데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 토고 위우랩 사(社)의 재활용 부품으로 만든 3D프린터 등도 이번 유네스코 선정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에 선정돼 관심을 끌었다. 과연 이 기술들이 우리를 어떤 세상으로 안내할지, 미래의 모습이 사뭇 궁금해진다. 

글 : 김민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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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이 데이터가 되는 세상

한 사람이 성큼성큼 편의점에 들어선다. 물건은 고르지 않는다. 곧장 계산대로 향한다. 웃옷 오른쪽 주머니에서 손을 반쯤 꺼낸다. 오른손은 권총 손잡이를 쥐고 있다. 편의점 종업원이 어깨를 으쓱하며 턱으로 매장 안쪽을 가리킨다. 강도의 눈길도 턱이 가리킨 쪽을 향한다. 음료수 냉장고 앞에 선 경찰관이 허리춤에 손을 얹고 강도를 향해 고개를 젓는다. 강도는 경찰관과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편의점 문을 향해 내달린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빅데이터의 힘이다. 영화 ‘마이터리티 리포트’에서는 예지몽을 꾸는 세 자매가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징후를 포착했다.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하지만 영화 같은 일은 나타난다.

로스엔젤레스 경찰청(LAPD)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범죄 발생 가능성을 점치는 범죄 예측 프로그램(Predictive Policing)을 개발했다. 이미 벌어진 범죄 종류와 범행 시간과 장소를 분석해 범죄 발생 확률을 실시간으로 순찰차에 보낸다. 순찰 중인 경찰관은 범죄 발생 확률이 높은 지역을 알아내 그 곳을 집중적으로 순찰했다¹.

경찰이 빅데이터를 순찰 근무에 활용하자 범죄 발생 건수가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절도사건은 33%, 폭행 사건도 21% 줄어들었다. 이런 추세는 9년 동안 이어졌다. 애초에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한 것이다. 경찰이 추구하는 최선의 결과다. 로스엔젤레스 경찰이 꿈을 실현해낸 힘은 빅데이터다.

■ 빅데이터 = 4V

빅데이터(big data)는 말 그대로 엄청나게 거대한 데이터를 뜻한다. 생활이 디지털로 이뤄지면서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쏟아낸다. 2012년 한 해 동안 인류가 만든 데이터 양은 2.8제타바이트(ZB)였다. 그동안 인류가 생산한 모든 데이터보다 많다. 데이터가 너무 많은 탓에 이를 유용한 정보로 가공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컴퓨터 성능이 발전하고 클라우드 서비스와 하둡(Hadoop, 여러 개의 저렴한 컴퓨터를 마치 하나인 것처럼 묶어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 같은 분석 도구가 상용화돼 대용량 정보를 저렴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방대한 데이터 속에 파묻힌 의미를 사람이 헤아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단순히 데이터가 많다고 모두 빅데이터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전문가는 빅데이터가 크게 네 가지 특성을 지닌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물론 크기(Volume)다. 빅데이터는 페타바이트(PB) 정도 크기를 지닌다. 1페타바이트는 1,024테라바이트(TB)다.

두 번째 조건은 다양성(Variety)이다. 빅데이터는 컴퓨터가 손쉽게 분석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DB)로 정리된 정형 데이터뿐 아니라 동영상이나 사진, 사람이 쓴 자연어 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도 포함한다. 컴퓨터가 바로 이해할 수 없는 비정형 데이터도 DB처럼 인식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어 처리, 컴퓨터 비전, 기계 학습 같은 데이터 처리 기술이 필요하다.

속도(Velocity)가 세 번째 조건이다. 컴퓨터가 바로 이해할 수 없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해도 분석에 시간이 너무 많이 들면 소용없다. 시간도 비용이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해 분석해내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또는 일정 안에 처리해야 한다.

요약해 보자. 빅데이터는 마냥 큰 데이터가 아니다. 그런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해 의미 있는 정보를 얻어내는 기술이다. 그런데 빅데이터가 왜 필요할까.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구슬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자료가 많아도 그 속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그래서 빅데이터가 지녀야 할 마지막 조건으로 가치(Value)를 꼽는 이도 있다. 일명 ‘4V’다.

■ 무의미 속에서 의미를 찾다

빅데이터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분석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장님 코끼리 더듬듯 직감에 의존해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대신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예측 가능한 일을 벌일 수 있다.

빅데이터를 가장 먼저 도입하는 분야는 마케팅이다. 광고나 홍보 담당자는 사람들의 숨겨진 욕구를 끄집어 내 물건을 팔기 위해 계속 시장 조사를 벌인다. 빅데이터는 굳이 소비자에게 설문지를 들이밀지 않아도 그 사람의 생각을 엿볼 길을 연다.

감기약 만드는 회사가 광고를 만든다고 치자. 제약 기술이 발전해 약 효능은 다 비슷비슷하다. 결국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 제약 회사는 빅데이터 분석을 의뢰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사람들이 감기 걸렸을 때 올린 글 수 백만건을 수집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감기 환자가 ‘서럽다’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감기’와 ‘혼자’가 함께 들어간 문장을 보면 ‘서럽다’는 단어가 나올 확률이 퍽 높아졌다. 이 회사는 자사 제품이 혼자 사는 마당에 감기까지 걸려서 서러운 이를 엄마 손처럼 보듬는다는 광고를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다. 홀로 감기에 시달려본 사람은 이 광고에 공감할 가능성이 커진다. 소비자에게 선택 받을 가능성도 덩달아 커진다.

전문가의 ‘촉’에 많이 기대는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도 데이터가 힘을 발휘한다. 미국에서 주문형 스트리밍 방송을 제공하는 넷플릭스(Netflix)는 고객 정보를 철저하게 분석해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공급한다. 처음엔 볼 만한 영화를 추천해주는데 그쳤던 빅데이터 분석 기술은 발전을 거듭했다. 넷플릭스는 자체 분석 알고리즘으로 고객이 무슨 드라마를 보고 싶어 하는지 알아내 맞춤형 콘텐츠를 만들었다. 유명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다.

스토리와 감독, 배우 모두 고객 입맛에 맞췄다. 심지어 드라마 한 시즌을 몰아보는 고객의 소비 패턴에 맞춰 개봉일 드라마 13화 모두를 공개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 덕분에 넷플릭스는 2013년 1분기에만 300만 명이 넘는 고객을 끌어 모았다. 같은 해 매출은 37억 5천만 달러, 창사 이래 최대치였다. 부진한 실적 때문에 한때 나스닥에서 쫓겨날 지도 모를 처지였던 넷플릭스는 빅데이터 덕분에 타임워너에 맞먹는 미디어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글머리에 보여준 로스엔젤레스 경찰처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다. 택시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이 쏘는 운행 정보를 분석해 구간별 실시간 교통 상황을 전하는 서비스는 이제 당연하게 쓰인다.

■ 모바일에서 웨어러블로…, 살아 숨 쉬는 모든 일이 데이터가 되는 세상

빅데이터는 날이 갈수록 커진다. 일상생활 속에서 데이터를 만드는 기기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실린 센서는 사용자 위치 정보뿐 아니라 그곳의 온도와 습도도 측정한다. 이런 정보를 모으면 기상청보다 더 정확한 실시간 날씨 지도를 만들 수도 있다.

애플 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가 보급되면 더 많은 정보가 쏟아질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에는 맥박이나 혈압 같은 생체 정보를 측정하는 센서가 실린다. 이런 데이터가 쌓이면 무궁무진한 일을 할 수 있다. 보험회사는 고객의 생체 정보를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보험요율(Premium Rate)을 조정할 수 있다. 술을 자주 먹는 고객은 보험료를 올리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고객은 보험료를 내리는 식이다. 음주 횟수가 많아지면 사고를 당할 확률이 커진다는 빅데이터 분석이 전제가 된다. 병원에서는 웨어러블 기기를 찬 환자가 갑자기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게 변하면 이를 확인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 역시 특정 이상 징후가 어떤 질병의 전조라는 분석 결과를 활용하는 것이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Gartner, 미국 IT분야 리서치 & 어드바이저리 전문 업체)는 “데이터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21세기 원유”라고 빗대며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이를 활용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조만간 빅데이터라는 말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모두가 빅데이터 기술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꾸릴 테니 말이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다. 빅데이터 분석은 컴퓨터가 할 일이지만,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해 어디에 활용할지 결정하는 일은 사람이 할 일이다. 통계와 컴퓨터 과학을 아우르면서 사회적인 면도 고려할 줄 아는 통섭적인 인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참고 자료>
1) Predictive Policing 웹사이트 : http://www.predpol.com/

글 : 안상욱 블로터닷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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