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雪) 위의 스포츠! 스키와 스노보드 정복하기

겨울이라는 계절에 만나게 되는 하얀 눈은 무조건 사랑할 수도 마냥 미워할 수도 없는 애증의 대상이다. 첫눈이 오면 사랑하는 사람과 만날 약속을 잡기도 하고 새하얗게 변한 풍경을 바라보며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다. 한편으로 1cm도 쌓이지 않은 눈 때문에 도시 교통이 마비되기도 하고 미끄러운 줄 모르고 눈 쌓인 길을 걸었다가 심하게 넘어져 부상을 입기도 한다.

푹신하게 쌓여서 통행을 방해하고 쉽게 미끄러져 불안함을 주는 눈의 단점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있다. 겨울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스키’와 ‘스노보드’다. 전 세계에서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는 인구는 6천만 명에 달하며 우리나라도 2013년 초 한국갤럽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성인의 36%가 ‘탈 줄 안다.’라고 대답해 10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둘 중에서 원조는 당연히 스키다. 스키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말할 정도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가장 오래된 스키 장비는 기원전 6천 3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나무와 동물의 뼈를 평평하고 길쭉하게 깎아 잘 미끄러지게 만든 스키 형태의 신발도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스키의 어원은 눈이 많이 내리고 지형이 험해 경사가 심한 북유럽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발 밑에 묶어 눈 쌓인 경사지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널빤지 모양의 플레이트 장비가 노르웨이에서는 쉬드(skid), 스웨덴에서는 휘다(skida), 핀란드에서는 숙시(suksi)로 불렸고 오늘날의 스키(ski)가 됐다.

스키는 19세기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다가 1980년 금속으로 만든 바인딩 장치가 개발됐다. 신발과 플레이트를 단단히 결속시키면서 조종성이 향상됐고 그만큼 안정성도 높아졌다. 속도가 빨라지고 관련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플레이트 이외에 다양한 장비를 갖춰야 스키를 탈 수 있게 됐다. 지팡이처럼 생긴 기다란 폴, 발목 고정을 담당하는 방수 부츠, 이물질이나 밝은 빛으로 눈이 상하는 것을 막는 고글, 충격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 동상과 부상을 방지하는 장갑, 바람을 막아 체온을 적절하게 유지시키는 스키복 등이다.

스키 장비 중의 핵심은 플레이트다. 눈 위에서 잘 미끄러짐과 동시에 조종에 따라 정확하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바닥이 평평한 스키 플레이트는 왜 그렇게 쉽게 미끄러지는 것일까. 눈과 플레이트 모두 고체이므로 당연히 마찰력이 생겨서 속도가 줄어드는 게 정상이 아닐까.

스키 플레이트는 중력과 마찰력이라는 두 가지의 힘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미끄러지기도 하고 멈추기도 한다. 중력은 물체를 지구 중심으로 끌어당긴다. 평평한 곳에서는 운동 방향과 직각이 되기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 없지만 경사가 심할수록 중력의 작용이 운동 방향에 가까워져 이동이 쉬워진다. 산이 높은 교외에 스키장이 위치한 이유다.

마찰력을 줄이는 것도 플레이트를 미끌어지게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고체보다는 액체의 마찰력이 덜하므로 눈에 열을 가해 녹이면 그만큼 쉽게 미끄러질 수 있다. 프랭크 보우든(Frank P. Bowden)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는 1939년 스위스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융프라우요흐에서 스키 실험을 진행했다. 평소의 눈은 영하 상태의 온도를 유지하지만 중력으로 인해 플레이트가 무게를 가해 경사면을 미끄러지면 압력과 마찰열이 발생해 결국 녹아내려 마찰력이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스키 플레이트의 속도가 높아지거나 기온이 심하게 낮아지면 눈을 녹일 만한 시간적 여유가 줄어든다. 이때는 플레이트 밑면에 왁스를 발라 더욱 미끄럽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보우든 교수는 1953년 여러 종류의 왁스로 후속 실험을 진행해 정확한 마찰계수를 찾아냈다. 노르웨이와 스위스와 같은 산악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왁스는 플레이트의 마찰력을 평소의 절반으로 줄여주었다. 그래도 마찰력이 가장 작은 순간은 섭씨 0도 가까운 온도에서 눈이 녹기 시작할 때다. 너무 추운 날씨에는 스키를 제대로 타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마찰력을 줄여 미끄러짐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스노보드도 마찬가지다. 스노보드는 여름철에 파도타기를 즐기던 사람들이 겨울에도 서핑이 가능하도록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1963년 중학교 2학년의 미국 청소년 톰 심스(Tom Sims)는 크리스마스 휴가 때도 파도타기를 즐길 수 있도록 서핑보드를 약간 개량해 눈 위에서 타는 ‘스너퍼(Snurfer)’를 선보였다. 1971년에는 ‘스노보드(snowboard)’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최초의 스너퍼 대회는 1968년부터 개최됐고 1980년에는 스노보드 대회로 명칭을 바꾸어 계속됐다. 스노보드는 스키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전파됐다. 1993년 미국의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 ESPN이 스노보드 대회를 중계한 후, 1998년에 동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지금은 1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스노보드를 즐기고 있다.

스키와 스노보드를 제대로 즐기려면 마찰력을 적절히 높여주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마찰력이 없으면 경사지를 내려오면서 속도가 점점 높아지고 결국에는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스키와 스노보드는 미끄러져 내려오면서 속도를 높이되 적절한 순간에 턴(turn)이라는 회전 운동을 실행한다.

평평한 바닥에 스키 플레이트를 높고 옆에서 바라보면 ‘캠버(camber)’라 불리는 가운데 부분이 약간 떠 있다. 사람이 플레이트 위에 올라서면 무게에 의해 캠버가 땅에 닿으면서 전체가 평평해져 미끄러짐이 극대화된다. 반면에 턴을 할 때는 몸과 다리를 한쪽으로 기울여 ‘에지(edge)’라 불리는 플레이트 양쪽 날이 눈 속을 파고들게 한다. 이때는 캠버가 수평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는 ‘리버스 캠버(reverse camber)’ 현상이 발생해 마찰력이 커진다. 또한 눈과 플레이트 사이에 곡선이 형성돼 자연스럽게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다.

스노보드 기술 중 재빠르게 회전하며 고속으로 하강하는 ‘카빙 턴(carving turn)’은 옆 날 에지만 이용하기 때문에 보드 밑바닥 면 전체를 사용하는 ‘슬립 턴(slip turn)’ 기술보다 속도를 30% 이상 높일 수 있다. 턴을 할 때 발가락이나 발꿈치 방향 중에서 눈에 닿는 부분에 더욱 힘을 주어 리버스 캠버 현상을 일으키고 에지를 이용해 빠르게 회전하는 것이 비결이다. 스키와 스노보드 선수들이 몸을 심하게 기울이는 것도 에지를 세워서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카빙 턴을 할 때는 방향 전환에 맞춰 무게 중심을 세심하게 이동시켜야 한다. 경사지를 고속으로 내려갈 때 몸을 심하게 기울이면 중력의 작용이 커지기 때문에 바닥에 쓰러질 위험이 있다. 반대로 몸을 기울이지 않으면 원심력으로 인해 회전 중심의 바깥쪽으로 넘어진다. 두 힘을 적절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카빙 턴의 비결이다.

스키와 스노보드는 빠른 속도로 멋지게 회전해서 눈 덮인 경사지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겨울 스포츠다. 스릴이 커질수록 사고 위험성도 높아지므로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정확한 회전 기술을 익히고 마찰력과 회전력을 적절히 제어해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글 : 임동욱 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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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알면 스키 더 잘 탈 수 있다!

태연과 엄마, 아빠는 지금 막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스키장에 도착했다. 기말고사 평균 80점을 넘으면 스키장에 데려가 주겠다는 아빠의 말에 난생처음 쌍코피가 터지도록 밤샘 공부를 거듭한 끝에 이룬 쾌거다! 새하얀 슬로프, 스키장 가득 울려 퍼지는 신나는 노랫소리, S자 턴을 하며 우아하게 슬로프를 내려오는 스키어들, 어디선가 풍겨오는 고소한 츄러스와 케밥의 냄새…. 태연은 이 모든 것이 꿈만 같다.

“야호!! 평균 80점이 이토록 행복한 점수인 줄 정말 몰랐어요~.”

“딸아, 나도 네가 그토록 높은 점수를 쟁취할거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구나. 구멍 난 생활비는 가슴 아프지만…, 암튼 신나게 놀아보렴~.”

“제가 공부는 못해도 운동신경은 짱이잖아요. 이깟 스키, 10분이면 마스터 한다니까요?”

“에이, 스키는 운동신경만 가지고는 잘 타기 힘든 운동이야. 과학 원리를 이해하면 훨씬 더 빠르게 스키를 배울 수 있지. 다칠 위험도 적어지고 말이야.”

“아빠, 여기까지 와서 또 공부타령이에요? 80점 아빠의 영광을 드렸으면 됐지, 더 이상 뭘 바라세요. 그건 욕심이에요, 그것도 과욕!”

“진짜야. 우선 마찰력을 이해해야 해. 왜냐, 스키가 눈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마찰력에 덕분이거든.

“아빠 정말 과학자 맞아요? 마찰력은 물체끼리 접촉할 때 서로의 운동을 방해하려는 힘이라고요. 평균 80점을 자랑하는 제가 그것도 모르겠어요? 운동을 방해하는 힘 덕분에 스키가 부드럽게 나간다니, 뭔 귀신 똥방귀 뀌는 소리세요!”

“허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슬로프의 눈과 스키 바닥면이 마찰을 일으킬 때 생기는 마찰열 때문에 순간적으로 눈이 녹으면서 물이 생기거든. 그 물 때문에 스키가 잘 미끄러질 수 있는 거란다. 스키를 탈 때 흔히 눈 위를 달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물 위를 달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지.”

“헛, 물 위를 달린다고요? 대박 신기해요!”

“또 빠른 속도감을 느끼려면 스키장의 온도가 섭씨 0도 정도인 게 가장 좋단다. 0도일 때 마찰계수는 0.04지만, 영하 3∼4도에서는 0.1로 계수가 올라가고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에서는 마찰계수가 0.2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스키를 탈 때 뻑뻑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거든. 반대로 기온이 너무 높아서 눈이 질퍽해져도 마찰계수가 올라가니까 스키의 속도감을 제대로 느끼려면 영하 1도에서 영상 5도 사이에 타는 게 가장 좋다는 얘기지.”

“무조건 추워야 잘 달리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그런데 아빠, 저쪽에 있는 아름다운 눈 분수는 뭐에요? 차에서 막 눈을 뿜어내요!”

“아, 제설기 말이구나. 직접 눈을 만들어 뿌리는 건 아니고 5마이크로미터(μm, 100만분의 1m) 이하의 작은 물방울을 분사하는 기계란다. 고압의 제설기에 있던 작은 물방울들이 낮은 압력의 공기 중으로 뿜어져 나가면 급속 팽창을 하는데, 이때 추운 날씨까지 겹쳐지면 결정핵을 만들게 되지. 여기에 물방울들이 달라붙으면 순식간에 얼면서 인공눈이 탄생한단다. 단, 습도는 60% 이하, 기온은 영하 2~3도 이하일 때만 제설이 가능해요. 제설기가 없었다면 11월에 스키장이 개장할 수도, 실내 스키장이 생겨날 수도 없었을 거야.”

“뭐야, 그럼 스키는 눈이 아니라 물 위에서 즐기는 스포츠잖아요. 눈은 물로 만든 인공설이고, 스키가 움직이는 것도 마찰열 때문에 생긴 물 덕분이라면서요.”

“하긴, 그렇게 되는구나.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스키 과학 딱 하나만 더 알고 가자. 스키는 상당히 위험한 운동이야. 경사면을 고속으로 쌩쌩 달려 내려오다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도 있거든. 물론 다치지 않게 ‘잘’ 넘어지는 강습을 받기도 하지만 기왕이면 넘어지지 않는 방법을 알아두면 좋겠지?”

“정말 넘어지지 않는 방법이 있어요?”

“그럼, 관성을 이용하면 된단다. 관성은 정지하고 있는 물체는 정지하려고 하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해서 움직이려고 하는 성질을 뜻하지. 사람의 무게중심도 마찬가지야. 평지에 서 있을 때 사람의 무게중심은 배꼽 아래 약 2.5cm 지점에 위치하는데, 슬로프를 내려올 때도 관성에 의해 계속해서 그 자리에 있으려고 한단다. 그런데 다리는 벌써 슬로프 아래로 쭉 내려가 버리거든. 그렇게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기 때문에 자꾸 뒤로 넘어지게 되는 거지. 그래서 슬로프 위에서 넘어지지 않으려면, 다리를 많이 굽혀 무게중심을 낮추는 동시에 상체는 숙여서 무게중심이 몸 앞쪽에 위치하도록 해야 해. 용감하게 몸을 슬로프 아래쪽으로 확 숙이는 거야. 알겠니?”

“슬로프 아래를 보면 얼마나 무서운데요. 꼭 낭떠러지 같다고요. 그런데 몸을 앞으로 더 숙이라고요? 그걸 어떻게 해요, 난 못해!”

“그래서 용감한 자가 미인을… 아니 스키실력을 얻는다! 이런 말이 있는 거란다.”

“헐, 그건 또 뭔 귀신 똥방귀 뀌는 소리래요. 암튼!! 지금부터 전 운동실력은 꽝이지만 과학 실력은 짱인 아빠의 시범 스킹을 관람하겠어요. 완벽한 자세 기대할게요. 자 고고씽~.”

태연, 리프트에서 내리자마자 아빠를 슬로프 아래로 살짝 밀어버린다. 얼마 못 가 관성에 따라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더니 다리가 앞으로 쭉 빠지면서 제대로 꽈당 넘어지는 아빠.

“아빠아! 그러니까 과학 실력을 현실에 잘 적용할 수 있도록 실습도 하셨어야죠! 스키를 글로만 배운 결과예요. 홍홍홍~.”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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