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도 로봇에게도 유용한 전자피부!


나무 인형 피노키오는 숯불이 가득 지펴진 화로 위에 두 발을 올려둔 채 잠이 들었다. 피곤과 배고픔에 지친 피노키오는 두 발이 천천히 타들어가 재가 된 것도 모른 채 코를 골며 잤다. 왜 피노키오는 두 발이 다 사라질 때까지 눈치 채지 못 했을까? 피노키오는 통증을 느끼지 못 했다. 바꿔 말하자면 다리가 느끼는 통증이 뇌에 전해지지 않았다. 

피노키오가 통증을 느끼지 못 하는 건 피부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의 피부에는 통증을 느끼고 뇌에 전달하는 신경망이 분포돼 있다. 몸의 어느 부위에 작은 상처만 생겨도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신호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 움직임이 자유롭더라도 피부가 없다면 촉각과 압력, 통증을 느낄 수 없다. 빗물이 몸에 스미지 않도록 막을 수도 없고, 추위가 찾아와도 소름이 돋지 않는다. 경고 시스템이 망가지고 작은 상처도 치명적이 된다. 몸을 둘러싼 껍데기 정도로 여기기 쉽지만 알고 보면 피부는 경이적인 기관이다. 체내 모든 기관 중 면적이 가장 커 모두 펼치면 그 넓이가 18㎡에 이르고, 중량 면에서도 뇌보다 2배나 무겁다. 화상 등으로 피부를 1/3 이상 잃으면 생명까지 위태롭다. 

인공으로 만든 피부가 인간의 진짜 피부와 같이 자연스럽게 넓은 표면을 두르면서, 다양한 기능까지 갖출 수 있을까? 최근 속속 발표되는 전자피부 분야의 연구 성과들은 그 가능성을 높여준다. 전자피부는 각종 센서를 포함한 전자회로를 피부처럼 얇게 만든 것이다. 최근 주목받는 웨어러블 기기의 최종 목적지는 입는 대신 부착하거나 몸에 삽입하고 설치하는 형태가 되리라 예상하는데, 전자 피부는 그 종착지에 가깝다. 

인체에 부착하는 박막센서는 우선 의료용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노스웨스턴 대학과 일리노이 대학 공동 연구팀은 5cm 크기의 박막 센서를 개발했다. 이 기기 속 센서 한 개 크기는 0.5㎟로 작아서 얇고 쉽게 휘어질 수 있게 돼 있으며, 스티커처럼 간단하게 부착할 수 있다. 이 센서는 열을 민감하게 감지해 0.01℃의 미세한 온도 변화도 파악할 수 있고 습도의 변화에도 민감하다고 한다. 연구진은 피부 온도와 습도는 혈류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이 센서를 이용해 건강 상태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김대형 교수는 지난해 파킨슨 환자용 전자피부를 발표한 바 있다. 센서가 파킨슨 환자의 근육이 뒤틀리는 것을 감지하면 내장된 나노 입자가 터지면서 약물이 피부로 투여되는 것. 데이터를 저장해 환자의 상태를 이전과 비교할 수도 있다. 
앞으로 전자식 스티커를 붙이는 것만으로 체온, 심박, 호흡, 산소포화도, 혈류, 혈압, 혈당과 같은 중요 생체 정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고, 파킨슨병과 같이 특정 질환에 맞춘 의료용 전자피부가 상용화되리라 예측해볼 수 있다. 혈압이나 혈당을 측정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일이 사라지고, 자신이 어떤 증세를 느끼기 전에 병원에서 먼저 연락을 받게 되고, 전자 피부가 응급처치를 하는 등 다른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다. 

한편 전자피부가 원래 피부에는 없는 기능을 더해 업그레이드 될 수도 있다. 냄새 맡는 피부가 바로 그런 예다. 국내 연구진은 유해가스 및 유기용매에 의해 물체의 전기 용량이 변화하는 특성을 이용해 촉각과 함께 냄새를 감지하는 인공피부를 만들었다. 이런 기능은 화재나 유독 가스 유출 등의 위험 상황을 빠르게 포착하고, 재난 현장에서의 구조 활동에도 유용하게 사용되리라 기대된다. 그밖에도 소리를 듣거나 자기장을 이용해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피부 등이 연구되고 있다. 

로봇이나 의수, 의족 등의 기계 장치에 피부와 같은 기능을 부여하는 용도도 주요하다. 로봇 연구가 이제까지는 움직임을 구현하는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인간과 같은 피부, 무게와 촉감, 압력을 인지하는 정교한 기능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 스탠포드 화학공학과 즈넨 바오 교수 연구팀은 ‘톡톡’ 치는 것과 ‘꾹꾹’ 누르는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전자 피부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전자피부는 두 겹으로 돼 있는데, 압력이 가해지면 틀 사이에 있는 탄소 나노튜브가 가까워지면서 전류를 생산하고, 전류의 양에 따라 촉감을 구분한다. 또 이 전기신호를 빛 신호로 바꿔 신경세포에 전달하는 방식을 써 신경세포의 피로도 덜었다. 

유연한 인공 피부를 개발하고 있는 연구자 중 한 명인 영국 글래스고우 대학 다히야 교수는 “앞으로 15~20년이면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따라 로봇이 노인을 도와야”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로봇이 우리가 느끼는 것처럼 촉감과 압력, 무게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로봇이 가족과 간병인 역할을 대신 하려면 인간처럼 부드럽고 따뜻해야 한다. 

각개약진으로 진행되는 연구들이 하나로 모아지고,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테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인체에 부착 혹은 삽입하는 전자피부의 경우 생체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 배터리도 문제다. 체온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 오징어 먹물로 만들어 독성이 없는 배터리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전자 피부 연구의 진척은 인간은 점차 전자 장치와 합성되고, 로봇과 기계는 인간과 닮아가는 경향을 보여준다. 피노키오는 만들어졌을 때부터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생각하고 말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진짜 아이가 되고 싶었다. 사람이 된다는 건 고통을 포함해 온갖 감각을 느낀다는 것. 그 시작은 피부가 아니었을까.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

구글이 이상하다. 무인자동차를 만든다거나 화성용 로봇을 구상하는 등의 연구는 이전부터 익히 유명했지만 이번엔 다르다. 불과 6개월 사이에 로봇 회사를 8개나 인수했다. 게다가 산업용 로봇 같은 것이 아닌, 모두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4족로봇 기술로 잘 알려진 회사들이다.

최근의 인수 대상은 4족과 2족 보행 로봇 기술의 선두주자이자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다. 구글은 아직 사업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로봇 분야에서 무언가 한건 터뜨릴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Web of Things’와 로봇의 결합

구글의 잇단 인수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로봇회사의 인수자가 다름 아닌 ‘구글’이라는 것이다. 구글은 검색엔진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잘 알려진 회사지만 의외로 손대는 영역이 꽤나 넓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구글 X다. 그 실체나 역할, 위치, 예산 등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프로젝트로 검색엔진을 넘어서는 차세대 사업을 모색하기 위한 실험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차세대 사업이라는 것들이 하나같이 범상치 않다. 지표면과 우주공간을 연결하는 궤도 엘리베이터, 보관된 식품을 모니터링해서 부족한 물품은 자동으로 주문하는 냉장고, 사람이 조종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무인자동차가 그것이다. 최근 화제가 된 구글 글래스도 구글 X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자칫 황당하다고 느낄 수 있는 연구들이지만 이들에는 분명한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Web of Things’, 여러 사물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다. 우리가 자주 듣는 ‘유비쿼터스’와 비슷한 개념이다. 냉장고의 예를 들어보자. 냉장고가 내부의 식품들을 센서로 탐지해낸다. 냉장고는 리스트를 만들고 수량을 체크하며 고갈될 경우 자동으로 마트의 구매페이지에 주문요청을 한다. 이를 접수한 마트의 구매시스템은 자동으로 냉장고의 위치를 확인해 요청된 품목을 발송한다.

여기에 자동판매기를 뻥튀기 한 것 같은 컨베이어벨트 시스템만 결합시키면 배송까지 해주는 무인 상점이 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스스로 영양제를 주문하고 물을 끌어오는 화분이나 옷 상태를 판단해 세탁기로 보내는 옷장도 구현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도 자동으로 청소하는 청소로봇이나 옷 상태를 파악해 세탁모드를 설정하는 세탁기 정도는 시판되고 있다.

그런 구글이 인간이나 동물형 로봇을 실제로 만들어낸다면, 단순히 ‘어? 두 발로 걷네?’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고차원적인 생각을 하는 정도는 아니겠지만, 네트워크상의 다양한 정보를 동원해 인간이 하는 것과 비슷한 판단을 내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한 냉장고가 마트에 주문한 물건을 이족보행로봇이 들고 온다고 상상해보라. 비교적 단순한 노동은 당장이라도 로봇으로 대체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이 택배사업을 로봇으로 자동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한다. 상품에 적합한 포장부터 시작해서 계산, 배송까지 전 과정을 로봇이 수행하는 것이다. 필요한 정보는 이미 널려 있다. 로봇이 하는 일이라고는 상황에 맞는 정보를 끌어와서 구동 모터에 명령을 내리는 일일 뿐이다. 세부적인 기술의 어려움이 많아서 그렇지, 개념으로만 보자면 검색엔진과 다를 바가 없다.

온라인 서점 ‘아마존’도 비슷한 구상을 추진 중이다. 아마존은 무인 비행선이 상품을 배송하는 시스템을 계획하고 있다. 사람이 손과 발로 하던 일을 완전히 대신하는, 말 그대로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이 탄생하기까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현재 로봇은 산업․의료․우주․해저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방위산업을 빼놓을 수 없다. 로봇 개발 초창기에는 무선 원격조종을 통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이 개발돼 방위산업에 많이 응용됐다. 이미 2007년에는 소형 전차 모양의 무인전투로봇이 이라크에 투입된 적이 있으며 구축함과 같은 함정들의 근거리 방어 시스템은 자동으로 미사일을 조준했다. 최근의 무인전투기는 아예 인간을 초월했다. 사람에 비해 중력가속도의 영향이 적어 고속으로 급기동을 할 수 있고 오랜 시간 지치지도 않고 작전수행이 가능하다.

이렇듯 기술수준은 향상됐지만 로봇 병기는 아직 실용화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바로 최신 기술의 집약체인 ‘자율’ 때문이다. 자율이란 로봇이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움직인다는 뜻이다. 문제는 로봇의 판단을 100%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로봇 병사들은 이미 사고를 여러 번 쳤다. 1988년에는 페르시아만에서 미군 순양함의 레이더 시스템이 이란의 여객기를 전투기로 오판하여 공격한 결과 탑승자 290명 전원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 200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자율형 방공포가 훈련 중 갑자기 제멋대로 총탄을 난사해 9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다. 현대의 자율형 로봇은 통제를 벗어나 멋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자율성의 신뢰도를 어떻게 평가하고 확보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그렇다면 구글의 시도는 어떨까. 구글이 손을 댔다면 로봇의 ‘완전한 자동화’를 목표로 할 가능성이 높은데, 과연 그 시스템이 신뢰성 있게 작동할 수 있을까? 어쩌면 미 공군연구소(AFRL)의 방침이 좋은 참고가 될 수도 있겠다. AFRL의 연구자들은 자율화란 인간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엔렌 파울리코우스키 AFRL 소장은 연구의 목표가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려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어디까지나 자율 시스템은 인간의 판단을 도와주는 정도일 뿐, 인간의 판단이 배제돼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면 즉시 자동화 시스템은 멈추어야 한다는 것이다.(서울경제 2011년 1월 23일 기사) 언젠가는 완전한 자동화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통제를 배제한 자동화는 위험성과 불안함을 내포하게 마련이다. 최신 기술에 열광하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다.

글 : 김택원 과학칼럼니스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1 
BLOG main image
생활에 밎줄 긋는 과학이야기♡ -KISTI의 과학향기-
by 과학향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78)
과학향기 기사 (892)
과학향기 이벤트 (1)
과학향기 독자참여 (1)
이런주제 어때요? (1)

달력

«   2017/08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istory!get rss Tistory Tistory 가입하기!
Clicky Web Analytic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