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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13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은 못생겼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은 못생겼다?!

 


“에~취, 에에에에~ 취취!!”

늘 그렇듯, 봄날 태연의 아침은 끊임없는 재채기와 함께 시작된다. 그리고 아침밥상에 앉은 태연의 콧구멍에는 언제나 작게 돌돌 말아 꽂은 휴지가 꽂혀있다. 전날 밤에 흡입한 라면의 흔적으로 퉁퉁 부어오른 눈두덩과 콧구멍 아래로 분필같이 길게 빠져나온 허연 휴지는, 치열한 권투시합에서 막 지고 내려온 복서의 얼굴을 연상케 한다.

“태연아, 제발 밥 먹을 땐 그 콧구멍 휴지 좀 빼면 안 될까? 아빠가 비위가 좀 약해서 말이야.”

“뺄까요?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인해 끈적거리는 무언가가 폭포수처럼 코에서 흘러내릴 텐데, 식사하실 수 있겠어요?”

“아, 아니다. 잘 봉합해 두렴. 그러게 꽃가루 날릴 땐 그만 좀 싸돌아다니라고 그랬잖니. 꽃가루 알레르기 있는 거 뻔히 알면서.”

“아빠, 저도 엄청나게 신경을 써요. 솜털처럼 하얗게 뭉쳐 날아다니는 꽃가루가 있는 곳이나 화려한 꽃이 활짝 펴 있는 곳은 가지 않는다고요.”

“태연아,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신경을 썼었구나. 우선, 그 솜털은 버드나무나 포플러의 씨털이지 꽃가루가 아니에요. 당연히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지. 또 개나리, 벚꽃, 철쭉같이 화려한 꽃에서 나오는 꽃가루들은 알레르기의 원인이 아니란다.

“예에? 그런 게 아니면 대체 뭐가 원인이라는 거예욧?”

“화려한 꽃들은 벌레를 유혹해서 수정을 돕게 하는 충매화야. 이런 꽃들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벌레가 알아서 꼬이고 수정도 도와주지. 하지만 참나무, 자작나무, 소나무의 꽃은 작고 예쁘지도 않은 데다 잎과 구분도 잘 되지 않는단다. 그러니 벌레가 찾아와 줄 리 없겠지. 그래서 이런 꽃들은 머리카락 굵기 절반 정도(평균 30㎛)의 매우 작은 꽃가루를 많이 만들어서 최고 800km 떨어진 곳까지 멀리 날려 최대한 수정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사용한단다. 이런 꽃들을 풍매화라고 부르지. 이렇게 작은 꽃가루들은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인체로 들어와서 알레르기성 비염, 결막염, 피부염, 기관지 천식 등을 일으키게 된단다.

“흑, 안쓰러워요. 예쁜 꽃들은 얼굴만 디밀어도 수정을 할 수 있는데, 못생긴 꽃들은 한반도 끝에서 끝까지 꽃가루를 날릴 정도의 노력을 들여야만 수정을 하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이로군요. 어쩜 자연의 세계는 인간의 세계와 그리도 닮아있는 걸까요.”

“왠지 모를 동병상련을 느끼는 네 마음은 어렴풋이 알겠지만, 그렇다고 꽃가루 알레르기를 방치하면 안 되겠지? 지금부터 아빠가 하는 말 잘 새겨듣고 꼭 지키도록 하렴, 알겠니?”

“콧물 폭포를 멈출 수만 있다면 한번 노력해 볼게요.”

꽃가루는 주로 새벽에 방출돼서 오전 10시 정도까지 공기 중에 가장 많이 떠 있단다. 그러니까 3월부터 5월까지 특히 4월에는 아침 외출을 하지 않는 게 좋아. 꼭 나가야 할 때, 그러니까 학교에 갈 때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챙겨 쓰고 말이야. 특히 기온이 높고 날이 맑으며 살랑살랑 바람이 불 때 가장 잘 퍼지니까, 그런 날씨다 싶으면 절대 아침외출은 삼가야 한단다.”

“살랑살랑 봄바람 부는 청명한 아침이라…. 제일 좋을 때 못 나가는 거네요.”

“그리고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꽃가루농도위험지수’를 꼼꼼히 챙겨보는 것도 중요해요. 위험지수가 높은 날에는 가급적 창문을 열지 않고 외출할 때도 마스크를 꼼꼼히 챙겨야 한단다. 또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는 현관문 들어서기 전에 옷을 툭툭 털어서 꽃가루를 떼어낸 뒤, 집에 들어가서 곧바로 깨끗하게 샤워를 해야 하지.

“엄청 귀찮기는 하겠지만, 일단 봄에만 좀 신경 쓰고 살아볼게요.”

“아, 하나 빼먹고 얘기했구나. 꽃가루는 봄에만 있는 게 아니란다. 참나무, 자작나무 등이 꽃가루를 뿜어내는 3월부터 5월까지가 가장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할 때지만, 여름과 가을에도 잡초(돼지풀, 쑥 등)와 잔디에서 나오는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니까 조심해야 해.

“그런데요 아빠, 생각해보니 꽃가루를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아요. 차라리 온몸으로 꽃가루를 맞으며 그들의 지혜를 배우는 게 낫지 않을까요?”

“엥? 그건 또 무슨 말이냐?”

“눈에 띄지도 않는 보잘것없는 외모지만, 종족번식이라는 위대한 목적을 위해 온몸을 쥐어짜며 노력하는 그 아이들의 투지를 배우는 거예요. 가만히 있어도 잘생긴 남자애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그런 계집애들을 이길 수 있는, 나만의 종족번식 비법을 찾아내는 거죠오오…, 에에~ 에취이!!”

“헐, 태연아. 넌 꽃이 아니잖니. 동병상련 놀이는 그만두라고!”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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