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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30 [LIGHT] 고맙거나 해롭거나, 빛의 두 얼굴

[LIGHT] 고맙거나 해롭거나, 빛의 두 얼굴

 

 

세상은 빛과 함께 존재합니다. 세상을 밝고, 아름답고, 화려하고, 오묘하게 만들어주는 빛은 희망, 깨달음, 즐거움의 상징이기도 하죠. 그래서 거의 모든 종교의 창세기가 세상을 밝혀주는 빛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실제로 빛은 우리에게 온기를 주고 안전을 지켜줍니다. 빛을 이용한 녹색식물의 광합성이 없었더라면 지구는 지금도 아무것도 살지 않는 삭막한 행성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2015년은 UN이 지정한 "세계 빛의 해"입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빛’을 주제로 한 칼럼을 연 4회 기획하고 있습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서울 야경(사진 : 이윤선)



칠흑같이 캄캄한 어둠 속, 손에 닿는 나무 손잡이 하나만 의지해 걷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온몸이 경직됐고, 신경은 곤두섰다. 잰걸음으로 한참을 걷다 드디어 작은 조명에 비친 돌을 마주하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어루만지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준다는 일본 교토 청수사의 명물, 수구돌이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둠이 주는 공포는 상상 이상이었다. 자다 깼을 때 불을 켜지 않아도 희미하게 방 구조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어둠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렇게 우리는 빛이 없으면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그만큼 빛은 우리가 생활하는 데 아주 중요한 존재인 것이다. 

백열등에서 시작된 조명기기는 해가 없는 한밤중에도 대낮처럼 활동할 수 있게 해 준다. 인터넷은 바다와 땅 속에 깔린 광케이블을 통해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시켰다. 레이저나 엑스선 등의 빛을 활용한 의료기기는 인류의 수명 연장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과학자들은 광학을 21세기 가장 주요한 인류의 성장 동력으로 꼽는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과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야 말로 빛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과정을 통해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일까? 

■ 빛이 반사될 때 사물은 존재한다 

우리가 물체를 볼 수 있는 이유는 빛이 반사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에서 나온 빛은 직진하다가 물체에 부딪혀 사방으로 반사된다. 이 반사된 빛들 중 일부가 우리 눈에 들어오면 우리는 물체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눈이 정보를 파악하는 구조는 카메라의 기능과 같다. 안구 앞쪽에 있는 수정체는 카메라의 렌즈를, 수정체 바로 앞의 홍채는 조리개 역할을 한다. 동공을 통해 들어온 빛의 양은 홍채로 조절되는데, 밝을 때는 홍채를 닫아서 빛이 들어오는 통로를 작게 하고 어두울 때는 크게 열어서 더 많은 빛이 들어오게 한다. 

홍채를 통해 안구 안으로 들어온 빛은 수정체에서 굴절돼 하나의 점으로 모아진다. 어릴 적 운동장에서 볼록렌즈를 종이에 대보면 빛이 하나로 모아졌던 것처럼 말이다. 이때 빛이 모아진 점이 망막에 정확하게 닿으면 보고 있는 물체의 상이 맺힌다. 이후 빛은 망막을 지나면서 전기 신호로 전환돼 시신경을 지나 대뇌로 전달된다. 그럼 우리는 빛의 색이나 밝은 정도를 파악해 빛이 반사된 물체를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밤에는 빛을 비춰주는 태양이 없다. 달이 어둠속에서 환하게 빛을 내고 있지만 달도 물체와 마찬가지로 태양빛에 반사돼 보이는 것일 뿐이다. 밤에 햇빛의 역할을 하는 것은 인공조명이다. 전등이나 스탠드, 가로등의 빛을 이용해 밤에도 낮과 같이 활동하고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이다. 

■ 멋진 야경이 빛공해로 전락해 

그러나 인공조명 빛의 고마움도 잠시. 최근에는 지나치게 많은 인공조명으로 인해 멋진 야경이 ‘빛공해’로 전락했다. 수많은 가로등과 화려한 간판, 광고 영상이 도시를 낮보다 더 밝게 비추고 있어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또 식물은 밤과 낮을 구분하지 못해 정상적인 성장을 하지 못하고, 야행성 동물은 먹이사냥이나 짝짓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빛공해에 장기간 노출되면 뇌기능 저하는 물론 암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연구팀은 약한 불빛의 방에서 잔 경우 통찰력과 관련된 전두엽 부위의 뇌기능이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고 지난해 5월 발표했다. 게다가 우리나라 야간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빛공해가 심한 지역에서 유방암 발생 위험이 다른 지역보다 1.3%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의 화려한 간판(사진 : 이윤선)



인간의 생체리듬은 빛을 쐬는 주기와 연관이 있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자전 및 공전하면서 자연광은 일주기와 월주기, 계절적인 변화가 생기는데, 이 변화가 생체리듬을 갖게 한다. 따라서 빛이 우리 몸의 신체적, 심리적인 변화에 중요한 자극제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인공조명, 태양빛에 더 가깝게 

따라서 빛공해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나서서 서울의 밤거리를 어둡게 할 예정이다. 최근 빛공해를 줄이기 위해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했기 때문이다. 생활환경에 따라 서울시를 4개 관리구역으로 구분하고 옥외 인공조명의 빛 밝기 기준을 다르게 적용한다는 것이다. 

상업지역은 제4종으로 지정해 가장 높은 최대 밝기를 허용한다. 주거지역과 논밭, 산림지역은 좀 더 낮은 기준을 적용해 빛공해로 망가졌던 시민들과 생태계의 생체리듬을 되돌리겠다는 계획이다. 

태양광과 유사한 인공조명을 사용해 빛공해를 줄이려는 시도도 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인간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자연광에 대해 분석하고, 유사한 인공조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최근에는 단순히 빛의 밝기뿐만 아니라, 시간에 따라 빛의 밝기와 색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인공조명이 개발됐다. 

씨넷사의 ‘The Sunn Light’는 태양이 떠오르는 7시에는 은은한 빛을 낸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밝아지다가 태양빛이 절정을 이루는 오후 3시가 되면 조명기구도 밝기도 최대가 된다. 그런 다음 다시 서서히 약해지다가 해가 질 무렵인 오후 7시가 지나면 다시 은은한 조명으로 바뀐다. 개발팀은 “태양광처럼 자연스러운 조명으로 인간의 생체리듬’을 맞추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점에 착안해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글 :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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