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ctious disease'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8.12 비슷하지만 다른 감기와 냉방병
  2. 2014.02.03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조류독감, 그 이유는?
비슷하지만 다른 감기와 냉방병

 

태연과 아빠 엄마, 오늘도 아침밥을 먹자마자 은행 문을 열고 들어선다. 이름 하여 뱅크피서를 위해서다. 하루 종일 쌩쌩 돌아가는 에어컨 아래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책도 보고 옥수수도 뜯으며 더위를 피하는 뱅크피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최강 넉살을 가진 아빠는, 몹시 염치없는 이 상황에서도 경비아저씨와 절친까지 맺었다. 

“그러니까 이런 증상이라는 거지? 두통이나 피로감, 어지러움과 함께 소화불량, 복부팽만감, 그리고 복통과 설사가 수시로 반복되고, 기억력도 점점 떨어지는 데다, 집중도 안 되고, 어떨 때는 팔다리가 욱신욱신 쑤시면서 허리까지 아프다 이거잖아.” 

“헐! 족집게셔. 어떻게 딱딱 알아맞히나 그래?” 

“감기인 듯 감기 아닌 감기 같은 증상이지? 낮에는 심하다가 저녁에 집에 가면 덜하고.” 

“흐헐! 나보다 나를 더 잘 알다니, 혹시 그동안 스토킹 한 거 아닌가?” 

“김경비는 어쩜, 오버하는 것까지 딱 내 스타일이이란 말이야. 허허. 암튼, 지금까지 얘기한 증상들은 몽땅 냉방병에 관한 걸세. 이렇게 추운 데서 일하려니 냉방병을 피하기 어려웠겠지.” 

“역시, 친구가 과학자니까 참 좋구먼. 그런데 시원한 데 있으면 몸도 정신도 더 짱짱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 짱짱해지기는커녕 몽롱해지는 이런 병은 도대체 왜 생기는 거야?” 

안과 밖의 온도가 5~8°C 이상 벌어지는 곳에서 오랫동안 있으면 말초혈관이 빠르게 수축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당연히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요.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드니까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기운 없으면서 졸리게 되지. 또 위장으로 가는 혈류량도 줄어 소화기 쪽도 영 시원찮고 말이야. 거기다 자율신경계 기능에도 변화가 생겨서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여성의 경우 생리가 불규칙해지기도 해요. 근육이 뻐근하게 쑤실 때도 잦고.” 

“아, 이제야 싹 다 이해가 되는구먼. 남들은 시원한 데서 일한다고 날 부러워하지만, 냉방병이라는 슬픈 직업병을 앓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네밖에 없을 걸세. 그런데 대체 우리 몸은 온도 차이에 왜 이리 예민한 건가?” 

“우리 몸은 빠른 변화를 아주 싫어한다네. 세포 하나하나를 재정비해가며 변화에 적응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거든. 환절기만 되면 감기 같은 각종 감염병이 늘어나는 이유도, 인체가 빠른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라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오는 한 달 동안의 계절변화에도 쩔쩔매는 데, 하루에도 몇 번씩 5~8°C씩 온도가 오락가락하면 몸이 버텨내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 

“사람은 이래서 배워야 하는 걸세. 난 그런 것도 모르고 감기인 줄 알고 며칠째 종합감기약만 열심히 챙겨먹었지 뭔가.” 

“많은 사람이 감기와 냉방병을 헷갈리는데, 이걸 구분하는 팁을 하나 줌세. 기침이나 가래 같은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감기, 없으면 냉방병일 가능성이 높고. 그리고 냉방을 하지 않을 때 증상이 호전되면 냉방병, 그것과 상관없이 계속 증상이 이어지면 십중팔구 감기라네. 알겠나?” 

“오호, 아주 명쾌하구만! 그럼, 끝으로 하나만 더 물어봄세. 대체 이 냉방병은 어떻게 하면 고칠 수가 있나?” 

“음, 묘약이 딱 하나 있긴 하지. 에어컨을 끄고 하루 이틀만 지나면 금방 몸이 좋아진다네.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 마사지를 해서 혈액순환을 도와주면 더 빨리 호전되고 말이야. 또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지 말고 가끔 20~30분씩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는 것도 냉방병을 예방하는 훌륭한 방법이지.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자네에겐 그림의 떡일 테니, 긴팔 옷을 입거나 목에 작은 수건 같은 걸 둘러서 체온이 너무 떨어지지 않게 막는 게 최선일 것 같구먼.” 

“음, 그런데 미안하지만, 사실 내 병은 냉방병이 아니네.” 

“아니 여태까지 듣고는, 갑자기 무슨 냉방병 걸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사실, 나의 두통이나 근육통, 어지러움, 소화불량, 복통, 설사는 실내외 기온 차 때문이 아니라네. 달랑 의자 10개가 전부인 작은 은행지점에 자네 가족이 벌써 사흘째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을 치고 있다는 게 내 병의 근원이야. 위에서는 어떻게 좀 해보라고 자꾸만 나를 닦달하고, 그렇다고 대놓고 나가라고 할 수도 없고, 하도 스트레스가 쌓여 온몸 여기저기가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네. 이보게 친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그만 나가주면 안 되겠나? 친구 하나 살리는 셈 치고 말일세. 흑흑.” 

“난 또 뭐라고. 성격이 왜 이리 급한가? 우물가서 숭늉 찾겠구먼. 허허. 조금만 더 참아보게, 나도 이제 휴가가 하루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참말로 뻔뻔하구먼. 벼룩도 갖고 있다는 그 낯짝이 왜 자네에게만 없는 것인가. 흑흑” 

“안 들린다, 안 들린다. 더 격렬하게 아무 말도 안 들린다.”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조류독감, 그 이유는?

∎ 철새들이 떼죽음을 당한 이유는?

지난 1월 17일, 고병원성 조류독감(AI, Avian Influenza) 관련 역학조사를 위해 전북 고창 동림 저수지를 찾았던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직원들은 놀라고 말았다. 해마다 겨울이면 이곳을 찾아 환상적인 군무(群舞)를 선사했던 가창오리 무리가 떼죽음을 당한 채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사체를 수거해 검사를 한 당국이 21일자를 기해, 이들이 고병원성 AI(H5N8)에 감염돼 사망한 것으로 확진해 발표하면서 우려는 더욱 커졌다. 가창오리는 사육되는 가금류가 아니라 야생에서 살아가는 철새라는 점 때문이다.

그간 AI가 유행할 때마다 가창오리를 비롯한 철새들은 AI 바이러스의 보균체이자 확산체로 곱지 않은 눈길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철새들이 정말로 AI 대유행의 근본 원인인지는 확신하기 어렵지만, 철새들도 AI에 걸리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야생에서 살아오면서 미생물과의 생존 경쟁을 통해 AI에 대해 어느 정도 면역력을 획득한 철새들인지라 이처럼 한꺼번에 떼죽음을 당한 적은 드물었다.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해볼 수 있다. 첫째, AI 바이러스 자체의 고병원성이다. 고병원성은 전파 속도가 빠르고 치사율이 높다.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류가 75% 이상 죽으면 그 바이러스는 고병원성으로 분류한다. 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이라는 것은 변종이 생겨 조류 수가 많다는 것이다. 이번에 유행한 H5N8이 워낙 고병원성이어서 철새들이 이를 이겨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는 가창오리의 서식지 변화다. 환경오염과 개발로 인해 철새들의 서식지는 갈수록 좁아져 특정 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개체들이 밀집된 환경에서는 한두 마리의 희생으로 끝날 질병도 대규모 전염병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들은 숙주의 몸속에 유입되어야만 생활사가 완성된다. 때문에 전염병의 대유행은 감염 가능한, 면역력이 없는 개체가 일정 수 이상 존재해야만 가능하다.

∎ 인류의 증가에 제동을 건 흑사병

1347년, 이탈리아 제노바에 전에 없던 이상한 질병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은 빠르면 하루, 길어도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갔다. 그렇게 죽어간 사람들의 피부는 검게 괴사돼 있었기에 사람들은 이를 흑사병‘(黑死病, black death)’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한번 나타난 검은 사신(死神)의 그림자는 들불처럼 빠르게 전 유럽으로 번져 나갔다. 흑사병으로 인해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는지 14세기가 끝나갈 무렵 유럽의 인구는 지역에 따라 이전보다 1/3에서 많게는 2/3까지 줄어들었고, 이때 줄어든 인구는 19세기에 이를 때까지 500년간이나 회복되지 못했다.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의 원인으로 가장 유력한 것은 페스트균(Yersinia pestis)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쥐에 기생하는 쥐벼룩(Xenopsylla cheopis)에 의해 전염되는 균이다. 원래 페스트균의 숙주인 벼룩은 다람쥐나 비버 같은 야생 설치류에 기생했으나, 이들이 인간 집단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시궁쥐나 집쥐로 옮겨가면서 인간에게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흑사병의 원인균으로 지목되는 페스트균은 원래 토양 미생물의 일종으로 간혹 설치류와 개,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곤 하는 미생물이었다. 그런데 이 페스트균이 어떻게 수십 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몰살시키는 죽음의 사자로 변모한 것일까?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해당 원인이 인구의 갑작스런 증가와 밀집에 있다는 가설이다. 9세기에 걸쳐 13세기에 이르는 400여 년간, 서구 유럽의 인구는 이전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고, 인구의 증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도시는 많은 물자들이 교환되고 의견들이 교류되는 상업의 중심지이자 소통의 장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오물들이 불러들이는 쥐와 해충들의 전시장인 동시에, 인간을 숙주로 해 살아가는 미생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일단 한번 발병한 페스트는 도시화로 인해 밀집된 사람들과 그들이 버린 쓰레기 속에 살던 쥐들에 의해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채 손쓸 틈도 없이 죽어갔다.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사람들을 무차별 공격하던 페스트가 사라진 것은 효과 좋은 치료제가 만들어져서가 아니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페스트균이 감염시킬 새로운 인간 숙주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페스트의 사망률은 매우 높았지만, 그중 살아남을 수 있었던 사람들은 페스트에 대한 면역력을 갖추었다. 인구 집단 내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페스트에 걸리고 나면, 페스트는 감염시킬 새로운 숙주의 부족으로 줄어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인구 집단의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선다면 이들은 다시 찾아온다.

중세의 페스트가 최초의 대유행 이후 10여 년간을 주기로 유행했다. 그 이유는 대규모 죽음 뒤에 찾아오는 베이비붐으로 인해 면역력이 없는 새로운 인간 숙주들이 일정 규모를 갖추는 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잔인한 페스트의 대유행은 결국 다음 숙주를 만날 기회가 드물어지는 수준까지 인구가 급감한 뒤에야 사라지게 됐다.

∎ 공장식 축산업, 과연 안전한가

<참고사진>


가창오리의 떼죽음과 페스트로 인한 인구의 급감은 우리에게 전염병 대유행의 기본 공식을 제공한다. 미생물에 대한 면역력을 갖추지 못한 숙주와 미생물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하는 밀집된 숙주의 생활환경, 이 두 가지는 역병(疫病)의 기본 구성 요소다.

그런 점에서 현대화된 가금류 사육시스템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현대식 양계장은 닭과 오리를 좁은 우리에 가두거나 혹은 일정 공간 내에 빽빽하게 몰아넣고 대규모로 사육한다. 개체밀도가 워낙 높기에 이 중 일부라도 전염성 질병을 앓는 경우, 질병은 순식간에 전 개체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이들은 암탉이 알을 낳자마자 수거돼 인공부화기에서 부화된 뒤, 소독약이 뿌려진 양계장에서 배합 사료를 먹고 자라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면역력을 갖출 기회조차 없다. 즉, 현대식 축산 시스템 상에서 사육되는 가금류들은 근본적으로 전염병의 대유행을 담보하는 형태인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이런 공장식 축산 시스템 하에서 사육되던 수많은 가금류들이 AI가 한번 유행할 때마다 수십만 마리씩 떼죽음 당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접하고 있다. 이런 상황 에서도 과연 ‘경제적 효율’을 위해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정말로 ‘경제적’이고 ‘효율적’인지 숙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글 :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1 
BLOG main image
생활에 밎줄 긋는 과학이야기♡ -KISTI의 과학향기-
by 과학향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78)
과학향기 기사 (892)
과학향기 이벤트 (1)
과학향기 독자참여 (1)
이런주제 어때요? (1)

달력

«   2017/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istory!get rss Tistory Tistory 가입하기!
Clicky Web Analytic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