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의 세계② 창과 방패로 얽힌 도청·방지기술

타인의 통화나 정보를 빼내어 ‘도둑처럼 몰래 듣는다’는 뜻의 ‘도청(tapping)’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불법으로 녹음되거나 기록된 정보는 법정에서 정식 증거로 채택될 수도 없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제17조)”,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제18조)”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으로 허가되는 도청도 있다. 1993년에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은 우편물뿐만 아니라 전화, 전자우편, 무선호출 등 전자식 전기통신물에 있어서도 도청을 금지했지만, 범죄를 계획한다고 의심이 가는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도청을 실시할 수 있다.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의 허가 요건(제5조)’과 ‘국가안보를 위한 통신제한조치(제7조)’에 합법적인 도청 즉 ‘감청(monitoring)’이 가능한 조건이 명시돼 있다.

도청과 감청은 통신망에서 오가는 유무선의 신호를 가로채서 엿듣는 행위다. 유선전화를 엿듣는 도청은 전화선(wire)이 연결된 단자(tap)에 장치를 부착하기 때문에 영어로 태핑(tapping) 또는 와이어태핑(wiretapping)이라 불린다. 방이나 차량 안에 녹음기나 마이크를 설치해서 사람의 음성을 직접 빼내는 경우는 ‘엿듣기(eavesdropping)’라 하지만 역시 도청의 일종이다.

지금은 무선통신 주파수를 잡아내 엿듣는 와이얼리스 태핑(wireless tapping) 또는 라디오 인터셉트(radio intercept)에 이어서,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인터넷망을 이용해 주고받는 내용을 빼내는 데이터 태핑(data tapping) 또는 웹태핑(webtapping)까지 등장했다.


▪ 통신의 발전과 함께해온 유선 도청 기술

1876년 인류 최초의 전화기가 발명된 이후, 도청 기술도 함께 발전해왔다. 1890년대에 전화선에 연결하는 녹음기가 개발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유선 도청은 미국에서는 기술적, 법적 문제 때문에 대통령 직속기관이 비밀리에 실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초기의 유선 도청은 사람이 직접 선을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특정 인물이 전화를 걸면 대기 중이던 교환수가 전화선을 정상적인 라인으로 보내는 동시에 도청용 장치에도 접속시키는 것이다. 통화가 끝나면 전화선을 원위치시킨다. 그동안 비밀요원들이 통화 내용을 녹음하고 기록해 증거를 수집하는 식이다.

그러나 1960년대에 전자식 교환기가 등장하면서 교환수를 통한 유선 도청이 불가능해졌고, 광통신망이 보편화되면서는 교환기와 전화선 사이에 비밀 라인을 삽입해 자동적으로 정보를 빼내는 새로운 기술이 쓰이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디지털 방식의 교환기가 설치되면서부터는 도청이 오히려 쉬워졌다. 디지털 신호는 손쉽게 증폭과 변조가 가능해서 중간에 정보를 빼내더라도 들킬 염려가 적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도청 장치가 가동되면 잡음이나 소음이 들린다고 알고 있지만, 디지털 기술이 쓰이는 지금은 탐색장비를 연결해도 도청 여부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귀로 듣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전화를 누군가 엿듣고 있는지 알아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전화국에서는 통화시간과 양쪽의 전화번호를 자동으로 기록하기 때문에 이를 도청 내용과 연결시키면 더욱 정확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통화기록장치(pen register)를 가동시키면 전화국에 “통화 내역을 뽑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처럼 특정 인물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내용의 전화를 걸었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도청은 개입 정도에 따라 크게 ‘적극적 도청’과 ‘소극적 도청’의 2가지로 나뉜다. 적극적 도청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집중 조사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에 비해 소극적 도청은 통신망 자체에 장치를 연결한 채 불특정 다수들이 주고받는 정보를 자동으로 녹음하거나 기록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사람의 힘을 빌리는 적극적 도청 행위는 작업의 번거로움 때문에 특정 인물의 전화 통화에만 적용된다. 전화기나 전화선에 특수장치를 연결해서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빼내는 적극적 도청은 지금도 기업과 가정 등에서 암암리에 실행되고 있다.

한편으로 자동화된 디지털 통신 장치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원격으로 다수의 정보를 채집하는 광범위한 소극적 도청의 시대가 열렸다. 정보기관이 컴퓨터 조작만으로 일반인의 통화기록과 내용을 빼내고 이를 대량으로 수집하고 관리하는 일이 빈번하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자국 내 일반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통화내역과 관련정보를 수집해온 ‘프리즘(PRISM)’ 프로젝트가 들통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프리즘 프로젝트에는 ‘프리즘 프로그램’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사용됐다. NSA와 FBI가 미국의 주요 IT기업과 손을 잡고 자국민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것이다. 이들은 자국 내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서비스 회사 중앙 서버에 직접 접속해 영화, 오디오, 사진, e메일, 문서와 같은 콘텐츠를 비롯해 각종 로그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사용자들의 스카이프 영상 대화, 아웃룩닷컴을 통한 e메일 채팅 정보, 스카이드라이브에 저장된 파일 정보 등을 NSA에 제공했다.


▪ 오가는 주파수 잡아채는 무선 도청도 성행

유선 도청이 단자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었다면 무선 도청은 공중에 떠도는 주파수를 분석해서 그 안에 담긴 내용을 얻어낸다. 무선 도청은 무선전화와 무전기의 일반 주파수, 와이파이(Wi-Fi)라 불리는 무선인터넷 주파수, 휴대전화의 암호화된 주파수를 가로채 풀어내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그 중에서도 무선전화나 무전기는 진폭변조(AM) 또는 주파수변조(FM) 방식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에 혼선이 발생하기 쉽고 내용 유출 가능성이 높다. 가정용 무선전화는 단순한 장치만으로도 손쉽게 도청이 가능해서 민감한 정보나 개인사항을 전달할 때는 가급적 유선전화 또는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무전기의 주파수도 쉽게 가로챌 수 있다. 경찰서나 소방서에서 사용하는 초단파(VHF) 또는 극초단파(UHF) 무전기 중 아날로그 방식은 소형 장비로도 도청이 가능하다. 교통사고 현장에 경찰차보다 견인차가 먼저 도착하는 이유도 경찰의 무전을 엿듣기 때문이라 의심된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장의업체가 소방서 무전을 도청하다 적발된 경우가 있다.

무선인터넷도 도청이 어렵지 않다. 유선인터넷과는 달리 보안이 허술하기 때문에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각종 비밀번호와 사용내역이 노출된다. 특히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카페, 지하철, 공항 등에서는 중요한 비밀번호를 함부로 입력하지 않는 편이 좋다.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는 가정용 인터넷전화도 도청에 속수무책이다.

도청 기술은 휴대전화도 피해갈 수 없다. 일반 휴대전화의 음성통화를 도청할 때는 사용 주파수만 제대로 찾아내면 도청이 가능하다. 스마트폰에는 스파이웨어(spyware)라 불리는 비밀 프로그램을 설치한다.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위장해서 보냈을 때 별 생각 없이 클릭을 하면 그 순간부터 휴대전화를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다. 문자메시지 수발신, 인터넷 사용, 위치 추적, 동영상 촬영, 주변 소음 녹음 등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을 주인 몰래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전원을 꺼놓아도 도청이 가능하다.


▪ 방지기술을 만들면 새로운 도청기술이 탄생한다

도청 기술이 지능화되면서 도청 여부를 알아내거나 막는 방법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도청을 막는 방법은 도청 기술에 따라 다르다. 목소리를 엿듣는 도청은 주변에 강력한 주파수를 발생시키는 라디오 장치를 켜두는 것으로 해결한다. 특히 방안의 음악 소리를 높이거나 100데시벨(dB) 가까운 소리를 내는 소음발생기를 켜놓으면 음성 도청에 대한 우려는 웬만큼 해결할 수 있다.

1km가 넘는 원거리에서 레이저를 발사해 음파를 잡아내는 도청도 있다. 이 때문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 민감한 이야기를 나눌 때는 원격 도청을 방지하는 텐트 안으로 들어간다. 소음을 여기저기로 동시에 발산하는 음향 트랜스듀서(acoustic transducer)를 설치하는 것도 보안에 도움이 된다.

무선전화나 무전기 도청은 가급적 민감한 정보를 발설하지 않는 것 이외에 큰 해결책이 없다.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방식을 이용하든가 3단계의 암호화를 거치는 테트라(TETRA) 방식의 국제보안표준을 채택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휴대전화도 마찬가지로 도청을 막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스마트폰의 경우는 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스마트폰 이용자 10대 안전 수칙’을 검색해서 숙지하고 검증된 국가기관에서 배포하는 보안 점검 프로그램을 설치해 도청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중국 초나라 때의 상인은 어느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창과 어떤 창도 막아내는 방패를 동시에 판매해서 ‘모순’이라는 한자성어를 탄생시켰다. 도청기술과 방지기술도 창과 방패처럼 어느 한쪽이 무조건 우세하다고 말할 수 없다. 엎치락뒤치락 반복되는 도청 전쟁에서는 정확한 정보에 기반해서 보안수칙을 지키는 것만이 피난처가 될 뿐이다.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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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전쟁이 벌어진다…“700MHz를 확보하라”

‘주파수’ 확보를 놓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주파수 전쟁’은 주로 이동통신회사들 사이에서 벌어졌다. 국가의 공공재인 주파수를 기업에 할당하는 방법으로 2011년부터 ‘경매제도’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통신회사들은 1조 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원하는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기도 했다. 일단 좋은 주파수만 손에 넣으면 타사보다 더 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인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에 쓰던 주파수와 비슷한 대역을 낙찰 받으면 시설투자비도 아낄 수 있다.

이러한 ‘주파수 대전’에 최근 방송업계들도 뛰어들었다. 새롭게 등장한 고화질 방송, 울트라HD(UHD) TV 때문이다. UHD TV는 현재 화질이 가장 좋다는 풀HD TV보다 화소(화면을 전기적으로 분해한 최소 단위의 점. 화소수가 많을수록 해상도가 높은 화면을 얻을 수 있다)의 숫자가 4배나 더 많아 영화관용 디지털 화면과 비슷한 해상도를 자랑한다. 이 정도의 해상도를 30인치 크기의 TV로 보면 실물과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다. 문제는 이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기존 방송보다 훨씬 많은 전파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TV 방송을 가정까지 보내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지상파 방송처럼 방송국 안테나를 통해 보내거나, 인공위성을 이용하거나, 이용자의 집까지 케이블을 까는 것이다. 케이블 방식은 직접 선을 이용해 송출하기 때문에 용량이나 속도 면에서는 다른 두 방법보다 편하다. 하지만 모든 시청자에게 UHD-TV를 보라고 유료 케이블을 까는 건 다소 어폐가 있다. 앞으로 UHD-TV가 점점 더 보편화 되면 이를 전파에 실어 보낼 대역을 확보해야 한다.

전파란 고속도로와 같다. ‘한 시간에 얼마나 많은 차를 보낼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건 제한속도보다는 도로의 너비다. 16차선 도로와 2차선 도로에 지나갈 수 있는 차량 숫자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즉 이동통신기기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주파수보다는 대역폭(전파의 폭)이 중요하다.

AM 라디오와 FM 라디오를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AM 방송은 잡음이 많고 음질도 좋지 못한데 반해 FM 방송은 생생한 스테레오 음질로 깨끗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FM 방송이 주파수가 더 높아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대역폭 때문이다.

예를 들어 KBS2 FM 라디오는 주파수로 89.1MHz를 쓴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89.0~89.2MHz를 쓴다. 즉 0.2MHz의 폭만큼 넓은 길에 전파를 보내는 것이다. 반면 AM 라디오의 대역폭은 0.009MHz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겨우 사람 목소리 정도만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휴대전화도 대역폭 확보가 중요하다. 고용량 사진, 동영상 등을 주고받아야 하는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데이터 요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파수는 어떻게 배분하는 걸까. 나라마다 주파수별로 다양한 전파기기를 사용해야 하니 국제적으로 쓸 수 있는 주파수의 대역도 서로 약속을 해서 정한다. 우선 주파수가 0.3MHz 이하로 낮은 초장파, 장파 등은 해상통신, 표지통신, 선박이나 항공기의 유도 등 비상용으로 많이 쓰인다. 0.3~800MHz 정도의 주파수는 단파방송, 국제방송, FM 라디오, TV방송 등에 고루 쓰인다.

그러다 보니 휴대전화 몫으로 할당되는 건 보통 800MHz부터다. 3GHz(기가헤르츠, 1GHz= 1,000MHz) 이상이면 직진성이 매우 강해져 인공위성이나 우주통신 등 특별한 경우에만 쓰인다. 결국 개인용 이동통신에는 약 800MHz~3.0GHz 사이의 전파만 쓰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통신사들은 이 주파수 내에서 어떻게든 최대한 서비스를 해야 하는 ‘제약’에 묶여 있다.

그런데 최근 이 규칙에 변동이 생길 여지가 생겼다. 이동통신 업계들은 구식 아날로그 TV 방송 종료 후 정부가 회수해서 가지고 있는, 700MHz 인근 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한다면 전파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방송과 통신업계 양 진영에서 연달아 세미나를 개최하며 ‘700MHz 주파수는 우리가 사용해야 한다’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알리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급속한 스마트폰 보급과 4세대 이후 이동통신 서비스 등장으로 새로운 주파수 대역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대로 방송통신업계에서는 ‘아날로그 TV 방송에 쓰였던 700MHz대 주파수를 디지털 방송용으로 할당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양측의 논리가 충돌하는 지점은 ‘공익성’이다. 방송 측은 주파수가 공공재인 만큼 자신들이 활용해야 더 국민편익을 보장한다고 주장한다. TV 같은 뉴미디어는 훨씬 고도의 영상압축 기술이 필요하기에 반드시 여유 주파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통신사 측은 더 값싸고 좋은 이동통신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다며 경제성을 무기로 내 세우고 있다. 정부는 주파수를 기업들에게 판매하지 않고 임대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주파수 전쟁’은 이동통신과 방송 시장이 새로운 기술로 재편될 때마다 벌어질 전망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자료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2013년 말까지 3,162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11년 1월 기준 5,496TB(테라바이트, 1TB=1,024GB)였던 국내 무선 데이터 전송량은 2015년에 8.7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주파수는 한정된 자원이다. 전파가 누구의 소유도 아닌 공공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효율적이면서도 대중을 위한 정부의 전파활용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글 : 전승민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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