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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29 숨을 잇기 위한 방법, 음압병상에서 에크모까지

숨을 잇기 위한 방법, 음압병상에서 에크모까지

사람이 살아 있음을 나타내는 징표는 매우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으뜸은 아마 숨을 쉬는지의 여부일 것이다. ‘숨이 다하다’, ‘숨이 끊어지다’, ‘숨이 넘어가다’ ‘숨이 붙어 있다’와 같은 숨의 여부에 따라 삶과 죽음을 가르는 말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스스로 숨을 쉴 수 없어도 ‘숨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다양한 인공호흡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성인은 분당 15~20회 정도 숨을 쉬며, 호흡 1회당 약 500ml 정도의 공기를 교환한다. 그러니까 3~4초마다 한 번씩 작은 페트병 하나 정도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을 반복하는 셈이다. 공기가 들어가는 길은 코지만, 실제로 공기 속의 산소를 포집하는 기관은 폐이므로, 기관지 깊숙이 공기를 빨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숨을 들이쉴 때는 갈비뼈가 앞으로 나오고, 횡격막은 아래로 내려가면서 폐가 충분히 커질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공기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들어간다. 몸 안의 공간이 넓어지면 기압이 낮아지는데, 이때 외부의 공기가 몸 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흡기가 시작된다. 이렇게 몸 내부가 압력이 낮아져 공기가 빨려 들어오는 방식의 호흡을 음압(陰壓) 호흡이라고 한다. 요즘 메르스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음압병상도 마찬가지의 원리로 만들어진 것이다. 즉, 음압병상이란 인위적으로 병실 안쪽의 기압을 낮춘 방으로, 문을 여닫을 때 공기는 병실 안쪽으로만 들어가고 밖으로는 나오지 않아서 바이러스나 세균이 나오지 않게 만든 것이다. 

어쨌든 사람이 숨을 쉬기 위해서는 몸 내부에 음압을 걸어 공기를 빨아들여야 하는데, 이게 잘 안 되면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예를 들면, 갈비뼈가 여러 개 부러진 경우처럼 말이다. 이런 환자들이 제대로 숨을 쉬기 위해서는 음압병상처럼 몸 내부에 인위적으로 음압을 걸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IRON LUNG, 즉 철폐다. 철폐란 커다란 드럼통같이 생겼는데, 환자의 몸을 이 안에 집어넣고 목만 밖으로 내놓는 형태다. 목 주변에 공기가 새지 않도록 꼼꼼히 봉하고 철폐 안쪽의 공기를 빼서 압력을 낮춘다. 내부에 들어간 환자의 몸에도 음압이 걸려 굳이 갈비뼈를 움직이지 않아도 주변 공기가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가 숨 쉬는 것을 도와준다. 철폐는 사람이 숨을 쉬는 방식을 그대로 이용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만, 몸 전체가 통 안에 들어가 있는 형태라 보편화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사진. 초기 인공호흡기인 철폐의 모습



인공호흡기가 보편화 된 것은 1955년, 포레스트 버드라는 사람이 양압(陽壓)형 인공호흡기를 만들면서 부터다. 버드의 인공호흡기는 환자의 몸을 음압으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관을 이용해 외부의 고압 공기를 직접 폐 안으로 넣는 형태다. 그래서 양압형 인공호흡기라고 불린다. 양압형 인공호흡기는 크기도 작고 값도 저렴했다. 또한 직접 폐 안으로 공기를 넣는 구조이기 때문에 산소량을 조절할 수 있어서, 호흡곤란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인공호흡기는 급속도로 보급됐고 개량되면서, 현재는 병원뿐만 아니라 가정용 인공호흡기도 널리 보급돼 있다. 

하지만 인공호흡기는 단지 폐 속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줄 뿐이지, 폐의 역할 자체를 도와주지는 못한다. 폐는 들숨으로 들어온 공기 중에서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산소를 뽑아내고, 인체 대사 과정의 결과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를 날숨 속에 포함시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폐포, 즉 허파꽈리가 산소를 취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가스 교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폐포의 기능이 떨어져 이 역할을 못할 때는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도와줘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숨을 쉬지 못 할 뿐만 아니라, 폐의 기능 자체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을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에크모다. 에크모(ECMO, 체외막산소화장치)란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란 말 그대로 ‘몸 밖에서 막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다. 즉, 에크모는 환자의 혈액 속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주입해 몸속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는 장치로, 폐포가 하는 일을 대신하는 인공 폐인 것이다. 

에크모의 장점으로 첫째는 폐가 망가져 숨을 쉴 수 없는 사람에게 폐의 역할을 보조해준다는 것이고, 둘째는 기존의 인공호흡기가 기관지에 직접 구멍을 뚫어야 했던 것에 비해 혈관과 연결되므로 구멍을 뚫을 필요가 없어 환자의 몸에 손상을 덜 준다는 것이다. 셋째로는 에크모가 혈액을 직접 순환시키기 때문에 급성 심근경색과 같은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과 함께 단점도 있다. 에크모의 경우, 전신의 피를 외부의 기계에 연결하기 때문에 혈액은 지속적으로 외부로 노출되고, 몸 밖으로 노출된 피는 쉽게 굳기 때문에 혈전이 생겨 혈관이 막힐 위험이 매우 높다. 따라서 에크모를 사용할 때는 혈전이 생기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혈액응고억제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출혈이 일어나기 쉽고 지혈이 잘 되지 않는 등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야말로 에크모는 이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때, 환자를 이승에 붙잡아 두는 마지막이자 가녀린 동아줄인 셈이다. 

에크모가 적용되는 분야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인공태반이다. 양수, 즉 물속에 잠겨서 자라는 태아는 태어날 때까지 숨을 쉬지 않는다. 대신 태반과 탯줄을 통해 엄마에게 영양분과 산소를 받는다. 태아 입장에서 본다면, 태반은 태아의 몸 밖에 존재하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일종의 생물학적 에크모라 할 수 있다. 태반은 태아와 모체를 갈라주는 역할을 하며, 엄마의 혈액이 아기에게 직접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태반에서 걸러져 태아에게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만이 전달된다. 태아의 혈액도 엄마의 혈관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태반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노폐물만을 전달한다. 마치 에크모처럼 말이다. 따라서 에크모의 기본 원리를 태아의 상태에 맞게 변형할 수 있다면, 너무 일찍 태어나 자가 호흡이 힘든 아기들을 살릴 수 있는 인공태반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메르스 때문에 하루하루가 불안해하며 숨죽이고 사는 날이 벌써 한 달째 이어지다보니, 정말 크게 숨 쉬어 본 게 언제쯤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오늘은 한 번쯤 큰 소리로 웃고 크게 숨을 내쉬며 살아있다는 것을 한 번쯤 제대로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글 :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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