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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목? 철갑? 거북선의 정체는?!

올해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인류 역사 최초로 천만 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대규모 전쟁이자, 3천7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제2차 세계 대전과 함께 유럽인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뼈아픈 사건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역사적인 전쟁 두 가지를 묻는다면 6.25 한국전쟁 그리고 임진왜란을 꼽을 것이다. 올해로 발발 420주년을 맞은 임진왜란은 아주 오래 전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나 일상에서 여전히 반복적으로 이야기되는 비극적인 기억이다.

임진왜란으로 인해 조선의 국토는 황폐화되었지만 왜군에게 나라를 넘겨주지 않았던 것은 우리에게 이순신과 거북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스러운 영웅이라는 뜻의 ‘성웅’ 호칭으로 불리는 이순신은 임진왜란을 16년 앞둔 1576년부터 관직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강직한 성품을 못마땅하게 여긴 대신들의 반대로 인해 좌천과 백의종군을 반복했다.

다행히도 임진왜란 발발 1년 전인 1591년에 전라좌도 수군절도사에 올라 전쟁을 대비할 수 있었다. 이순신의 가장 큰 업적은 여러 차례의 해전을 승리로 이끌어 왜군의 보급로와 지원 병력 이동을 차단한 것이다. 옥포해전, 사천해전, 한산대첩, 안골포해전, 부산포해전, 노량대첩 등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내내 이어진 전투에서 한 번도 승리를 놓친 적이 없었다.

이순신 고유의 전술을 사용하는 데 핵심이 된 것은 조선의 주력 함선인 판옥선과 각종 총통이 쏘아대는 화약 무기였지만 전선의 맨 앞에는 ‘거북선’이 섰다. 거북이처럼 생겨서 이러한 이름을 받았으며 적진을 뚫고 들어가 교란을 시키는 데 유용했다. 임진왜란을 직접 겪은 이분(李芬, 이순신의 조카)은 ‘이순신행록(李舜臣行錄)’을 통해 거북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남겼다.

“위에는 판자를 덮고 판자 위에 십자 모양의 작은 길을 내어서 사람들이 위로 다닐 수 있게 했다. 나머지는 모두 칼과 송곳을 꽂아서 사방으로 발붙일 곳이 없었다. 앞에는 용머리를 만들고 입에는 총구멍을 만들고 뒤에는 거북꼬리를 만들었다. 모양이 거북의 모습과 같아서 이름을?귀선(龜船) 즉 거북선이라 했다.”

▲조선시대 ‘이충무공전서’ 中 거북선 그림. 출처:위키피디아

 

흔히들 이순신이 거북선을 발명한 것처럼 전해지고 있지만 첫 기록은 그보다 200년 앞선 ‘조선왕조실록’이다. 1413년 태종 13년 음력 2월 5일 부분에 이렇게 적혀 있다. “임금이 임진강 나루를 지나다가 거북선과 왜선이 서로 싸우는 상황을 구경하였다.” 여기서 왜선은 실제 일본의 배가 아니라 훈련을 위해 적군의 배처럼 꾸며놓은 것을 가리킨다.

2년이 지난 1415년 태종 15년 음력 7월 16일 좌대언 탁신이 올린 상소를 기록한 부분에 거북선에 관한 내용이 다시 등장한다. “거북선의 방식은 많은 적과 충돌해도 해치지 못하니 승리를 위한 좋은 계책이라 하겠습니다.”

조선을 세운 때가 1392년이니 건국 초기부터 거북선으로 해상전에 대비했던 셈이다. 조선의 기록에 처음 등장했으니 좀 더 자세히 설명해야 정상이지만 아쉽게도 짤막한 언급이 전부다. 이 때문에 고려 시대에 거북선이 이미 완성되어 실전에 쓰이고 있었다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거북선에 대한 이야기는 180년 동안 사라져 있다가 ‘난중일기’에 다시 등장한다. 이순신이 직접 쓴 난중일기는 전쟁에 참가한 지휘관이 거의 매일 밤마다 자세한 내용을 직접 써내려간 세계 유일의 기록이다. 이러한 이유로 2013년 6월에는 유네스코 선정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하지만 거북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고 “거북선의 돛에 사용할 베 29필을 받았다”, “거북선에서 대포 쏘는 것을 시험했다”, “거북선의 지현자포를 쏴보았다” 정도만 기록되어 있다.

거북선이 실제로 존재했고 임진왜란에서 빛나는 성과를 이뤄낸 것만은 분명하지만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윗부분을 덮었던 것으로 추측되는 ‘철갑’에 관한 고증이다. 고성, 남해, 여수, 진해, 통영 등 우리나라 곳곳에 복원된 거북선은 쇠로 된 판을 지붕에 촘촘히 얹은 채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거북선이 철갑선이었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고 그저 두터운 보호판을 두른 ‘장갑선’이라고만 전해진다. 조선왕조실록 선조 수정편의 1592년 5월 1일 부분에는 “배 위에 판목을 깔아 거북 등처럼 만들고 그 위에는 우리 군사가 겨우 통행할 수 있을 만큼 열십자로 좁은 길을 내고 나머지는 모두 칼이나 송곳 같은 것을 줄지어 꽂았다”고 되어 있을 뿐 철갑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200년 가까이 지난 1795년에 펴낸 ‘이충무공전서’는 거북선의 크기와 구조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남겼다. 하지만 “창이 달린 벽체의 좌우에서 안쪽으로 각각 11장의 널판을 고기의 비늘처럼 겹쳐서 올려 덮었다”고만 되어 있을 뿐 철갑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거북선을 철갑선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1882년 윌리엄 그리피스(William Griffis)가 펴낸 ‘은둔의 나라 한국(Corea The Hermit Nation)’에는 “금속으로 감싼 배”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1899년 잡지 ‘하퍼스 뉴 먼슬리 매거진(Harper’s New Monthly Magazine)’은 “철판으로 감싼 거북배”를 소개한 선교사 호머 헐버트의 글을 실었다. 1929년에는 영국의 브리태니커 대백과사전이 거북선을 “세계 최초의 철갑선”으로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895년 유길준이 ‘서유견문’을 통해 “거북선이 천하에서 가장 먼저 만든 철갑선”이라고 주장했다.

이후로도 거북선이 단순한 장갑선이었는지 철갑선이었는지에 대한 논쟁이 100년 넘게 계속되어 왔다. 철갑선이라는 쪽에서는 기름을 붓고 불화살을 쏘는 적의 공격을 막아내려면 나무로 만든 목선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조선시대 성문은 나무판 위에 얇은 쇠판을 붙여 방어를 했으므로 거북선의 지붕도 철갑을 둘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방식의 철갑을 두른 목선을 만든다고 가정하고 계산을 했더니 물에 띄워도 가라앉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철갑선이 아니라는 쪽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장학근 전 해군사관학교 교수의 논문이 주장하는 것처럼 어떠한 기록에도 거북선이 철갑을 둘렀다는 이야기가 없다. 임진왜란에 참전한 왜장 도노오카 진자에몬(外岡 甚左衛門)은 회고록 ‘고려선전기’에서 “장님배(거북선에 대한 왜의 별칭)는 전체를 철로 요해(要害, 전쟁에서, 자기편에는 꼭 필요하면서도 적에게는 해로운 곳)했다”고 해서 거의 유일한 문헌으로 취급받고 있지만, 요해 즉 방어망을 구축한 것이 철판을 두른 것인지 칼이나 창을 꼽았다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신동원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근대에 들어 한반도를 침탈하려는 일본의 야망이 커지면서 임진왜란의 잇따른 패배를 합리화하기 위해 일부러 거북선이 철갑선이었다고 부풀렸다고 분석했다. 유길준도 일본에서 ‘정한위략’이라는 군국주의 서적을 보고 철갑선이라 주장했다는 추측이다. 단재 신채호도 한때 거북선이 철갑선이라 주장했지만 후일 ‘조선상고사’에서는 일본의 계략을 깨닫고 철갑선의 존재를 부정했다. 문중양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도 식민사관 때문에 거북선을 철갑선으로 둔갑시켰다고 보았다.

아직까지 거북선의 증거가 될 만한 유물이 발굴되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다. 철갑을 둘렀다면 지금까지도 지붕 조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나무로만 만들어졌기 때문에 전쟁터에서 파괴되어도 침몰하지 않고 물에 떠 있었고 결국 진흙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1989년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충무공 해저유물 발굴단’이 창설되어 남해 연안을 조사했지만 철갑선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거북선이 세계 최초의 철갑선이었는지에 대한 논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조상들의 뛰어난 기술을 칭송하기 위해 철갑선이라 불렀고, 일본은 한반도를 침략하려는 논리를 구축하기 위해 철갑을 강조했다. 정답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감정적인 반응 이외에 과학적인 접근 방법도 필요하지 않을까.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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