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1.11 인류에게 X선을 선물한 뢴트겐 (1)
  2. 2009.01.02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게 된다 (1)
X선이 처음 발견됐을 때 해부하지 않고도 사람의 뼈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경악했다. 신문 매체들은 연일 X선의 발견으로 다가올 어두운 미래를 보도하며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X선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영국의 어느 란제리 제조업체는 “이 속옷이 X선을 통과시키지 않음을 보증합니다”고 광고할 정도였다.

X선은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1845~1923)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1895년 11월 8일 저녁, 뢴트겐은 암실에서 음극선관을 두꺼운 검은 마분지로 싸서 어떤 빛도 새어나올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음극선관에 전류를 흘려보내자 몇 미터 떨어진 책상 위에서 밝은 빛이 빛나고 있었다. 그곳에는 백금시안화바륨을 바른 스크린이 놓여 있었다.

음극선관을 검은 종이로 감쌌기 때문에 음극선이 새나갈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면 어떤 무엇이 음극선관으로부터 검은 종이를 통과해 밖으로 새나간 것이다. 뢴트겐은 음극선관에서 형광을 띠는 새로운 종류의 ‘선(ray)’이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인데 빛처럼 직선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선이라 불렸다.

그는 음극선과 스크린 사이에 검은 마분지 대신 나무판자, 헝겊, 금속판 등을 바꿔가며 실험을 반복했다. 그 결과 이 선은 1000쪽에 이르는 책을 통과하는 것은 물론 나무와 섬유, 고무를 포함해 수많은 물질을 통과했다. 하지만 1.5mm이상 두께의 납은 통과하지 못했다. 여기서 그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X선에 사진 인화(printing)의 원리를 접목한 것이다. 당시 사진은 유리나 셀룰로이드 같은 불투명한 건판에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감광물질을 바르고 빛을 쪼여서 얻었다. 이 때 필름에 쪼여지는 빛의 세기에 따라 감광반응을 일으키는 정도가 달라 흑백 명암으로 그림이 그려진다. 만약 어떤 물체에 X선을 통과시킨다면 X선이 통과되는 양에 따라 흑백 명암이 다르게 나타날 것이고 그는 가설을 세웠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뢴트겐은 아내를 설득해 음극선관과 건판 사이에 손을 놓아보라고 했다. 스위치를 누르고 건판을 현상해 보니 뼈의 윤곽은 뚜렷하게, 뼈 부근의 근육은 희미하게 그려져 있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살아있는 사람의 뼈가 사진으로 찍힌 순간이었다. 수학에서 모르는 양을 흔히 X로 표시하듯 뢴트겐은 이 빛을 X선이라고 이름 붙였다.

12월 28일 뢴트겐은 ‘새로운 종류의 광선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뷔르츠부르크 물리학·의학협회에 논문을 제출했다. 50세가 넘은 1895년 초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한 48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했던 뢴트겐이 일약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논문 발표 1년 만에 X선에 관한 논문이 1000편, 단행본이 50권 가량 출판됐다. 1897년에는 뢴트겐협회가 결성됐고, 뢴트겐은 1901년에 제1회 노벨 물리학상까지 수상했다.

<왼쪽 사진은 륀트겐 부인의 손을 x선으로 촬영한 모습. 동그란 것은 반지다. 오른쪽 사진은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콘라트 뢴트겐의 모습. 사진제공. 동아일보>


사실 X선은 뢴트겐보다 앞선 여러 과학자에 의해 발견될 기회가 많았다. 윌리엄 크룩스나 필립 레나르트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였다. 실제로 크룩스는 음극선 주변에서 사진 건판이 흐려지는 것을 매번 불평했고, 레나르트는 음극선관 부근에서 발광 현상을 관찰했다.

그러나 이들은 실험 장치에서 이상한 광선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궁금하게 생각하지 않고 실험 장치에 문제가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실험 장치 제작자에게 항의하는 것으로 그쳤다. 이와 달리 뢴트겐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해 그 원인을 밝히려고 노력한 끝에 최초 X선 발견자라는 영예를 안았다.

X선이 알려지자 외과의사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뢴트겐 아내의 손가락 뼈 사진 덕분에 X선을 이용하면 사람의 몸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899년 1월 20일 베를린의 한 의사가 손가락에 꽂힌 유리 파편을 X선으로 찾아냈고, 2월 7일에는 다른 의사가 X선으로 환자의 머리에 박힌 탄환을 확인했다.

X선의 발견은 의학 발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뢴트겐의 발견에 자극 받은 프랑스 물리학자 앙투안 베크렐은 우라늄에서 최초로 방사선을 발견했고, 이것으로 노벨 물리학상까지 수상했다. 또 X선 발견에 결정적 계기가 된 음극선 연구가 더 활발해지면서 1897년 영국 물리학자 조지프 존 톰슨은 전자를 발견했다. 이를 계기로 빛의 입자성이 강력하게 부각됐다.

나아가 빛의 입자성 발견은 20세기에 상대성이론이 출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고, X선의 본성에 대한 논쟁과정에서 “빛이 파동이면서 동시에 입자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는 새로운 인식도 나타났다.

이렇듯 X선의 물리적 성질과 효과가 밝혀지면서 X선을 가리키는 ‘미지’(未知)라는 의미는 사라졌다. 일부에서는 발견자에 대한 예우로 X선 대신 뢴트겐선이라는 용어를 쓰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뢴트겐선보다 X선의 발음이 쉽기 때문에 오늘날 X선이란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X선은 뢴트겐이 살던 당시에도 그 기술의 응용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래서 독일의 한 재벌가가 그를 찾아와 X선의 특허를 자신에게 양도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뢴트겐은 “X선은 자신이 발명한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것을 발견한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온 인류가 공유해야 한다”며 특허 신청을 끝내 거절했다.

1919년 모든 공직에서 은퇴한 뢴트겐은 이때까지 모아 둔 재산이 많지 않은데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맞이해 경제적으로 크게 고생했다. 그리고 1923년 뮌헨에서 일흔 여덟을 일기로 숨을 거뒀다. 그는 X선을 발견했고 그것을 전 인류에게 베풀었다. 우리 모두는 뢴트겐에게 더 나은 세상을 살 수 있는 선물을 하나 받은 셈이다.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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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소의 해가 밝았다. 소는 옛날부터 농사꾼의 듬직한 존재였기에 부와 성실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우리 민족의 좋은 동반자 관계여서 그런지 유난히 소와 관련된 속담도 많은데, 그중에서 아마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속담은 우연히 행운을 얻게 된다는 뜻의 ‘소 뒷걸음질치다 쥐잡기’가 아닐까 싶다. 돌이켜보면 과학사에도 이러한 사례는 종종 있다.

실험 과정에서의 사소한 실수가 위대한 발견을 부르기도 한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로 불리는 기적의 물질 페니실린도 실수가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영국의 미생물학자인 플레밍은 세균을 관찰하는 실험을 하던 중, 세균 배양기 위에 콧물을 떨어뜨렸다. 칠칠치 못한 일이었으니 얼른 치워버렸으면 그만일 텐데, 그는 자신의 실수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관찰했다. 관찰 결과 콧물이 들어 있는 배양기의 세균이 모두 죽어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콧물 속에 세균을 죽이는 리소자임이라는 물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로부터 10여 년 뒤 플레밍은 실수를 통해 더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된다. 당시 플레밍은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부스럼의 원인이 되는 포도상구균을 배양하고 있었다. 세균을 배양할 때는 다른 세균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배양기의 뚜껑을 잘 닫고, 다른 세균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실수로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배양기가 있었고, 거기에 푸른곰팡이가 끼어 못쓰게 된 일이 생겼다. 배양기 뚜껑이 열린 사이 푸른곰팡이 포자가 날아와 붙었던 것. 그런데 신기하게도 곰팡이가 핀 배양기에는 세균이 모두 죽어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플레밍은 푸른곰팡이가 세균을 죽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플레밍이 맞았다. 그는 ‘페니실륨 노타튬’이라는 푸른곰팡이가 폐렴균, 탄저균 등의 세균을 죽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플레밍은 이 성분을 추출해 페니실린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최초의 항생제가 탄생한 것이다. 플레밍은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1945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세균도 곰팡이도 수많은 종류가 있다. 플레밍이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은 배양기에 딱 알맞은 세균과 곰팡이가 만나 반응을 한 것은 정말 로또 당첨에 맞먹는 행운이라 할 수 있다.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 이후 병리학자인 플로리와 체인이 페니실린을 정제해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페니실린이 상용화되는데도 역시 우연의 힘이 작용했다. 실험 동물로 기니피그가 아니라 생쥐를 썼다는 점이다. 페니실린은 생쥐에게는 독성이 없지만 기니피그에게는 독성이 강하다. 따라서 기니피그를 실험용으로 사용했다면 페니실린을 약으로 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을지 모른다. 현대 의학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항생제는 이렇게 이어진 우연의 결과로 세상에 선을 보였다.

많은 과학사가들이 20세기 과학의 기점으로 삼는 X선의 발견 역시 행운의 여신이 준 선물이다. 뢴트겐은 음극선에 대해 실험을 하던 중 우연히 X선을 발견하게 되었다. 검은 종이로 둘러싼 크룩스관으로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 근처에 있던 판이 형광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는 진공관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음극선이 금속 벽에 빠른 속도로 충돌하면서 투과력이 강한 새로운 광선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미지의 빛이라는 뜻에서 이 새로운 광선을 X선이라 명명했다. 뢴트겐은 이 발명으로 1901년 최초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최근 우연한 발견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남성용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의 원료 실데나필의 개발은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다. 원래 연구팀은 심장병 환자를 위해 혈액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약제를 개발하던 중이었다. 이 약은 영국에서 심장병 환자들에게 투여되었는데, 심장 기능을 개선하는데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약을 수거하려고 하자 환자들이 거부했다. 환자들은 그 이유를 “심장에는 도움이 안 될지 몰라도 성생활에는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약이 심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효과는 미미하지만 부작용으로 음경 발기를 일으킨다는 것이 발견된 것이다. 이후 대대적인 심상 실험을 거쳐 화이자는 1998년 4월 비아그라를 출시했고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다.

제품의 부작용이 각광받은 사례는 탈모제에도 있다. 탈모 치료제인 프로페시아와 미녹시딜은 원래 각각 전립선 치료제와 고혈압약으로 개발되었는데 둘 다 머리, 팔, 다리 등에 다모증이 생기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미국 제약회사 MSD는 자사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프로스카를 사용한 사람에게 다모증이 생기는 점에 착안, 제품에 포함된 피나스테리드 용량을 1mg 줄여서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를 내놓았다. 먹는 고혈압 치료제로 혈관확장제였던 미녹시딜은 바르는 탈모 치료제가 되었다. 미녹시딜은 남성호르몬과 무관하게 모발을 자라게 하기 때문에 여성 탈모나 원형 탈모증 등 남성 탈모와 다른 유형의 탈모증에도 널리 쓰이게 되었다. 물론 고혈압 치료제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이처럼 의약품 중에는 본래 의도와는 다른 효과를 내는 것들이 종종 있다.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된 부프로피온(상품명 웰부트린)도 그런 예다. 이 약은 니코틴 성분이 없지만 흡연에 대한 갈망과 니코틴 금단 증상을 완화시킨다. 금연 이후 체중이 느는 것도 막는 효과가 있다.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해 안락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정확하게 어떤 기전으로 금연을 돕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빨강, 노랑, 분홍, 복숭아색 등 여러 가지 색의 장미꽃이 있지만, 파란색 장미는 없었다. 파란색 장미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우연히 찾아왔다. 지난 2004년 미국 밴더빌트대학의 생화학자 2명은 암과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연구하던 중 박테리아가 파랗게 변하는 모습을 발견했고, 이 박테아의 유전자를 장미에 옮겨 넣으면 파란색 장미가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실현 여부를 떠나 작은 현상이라도 놓치지 않는 관찰력과, 하나의 생각을 다른 분야에 적용해보는 열린 마음이 낳은 결과다.

이 밖에도 우연이 만들어낸 과학적인 성과는 셀 수 없이 많다. 3M은 강력 접착제를 연구하다가 의도와는 전혀 다른 물건인, 붙였다 뗐다 하는 접착물질을 이용해 포스트잇을 만들어냈다. 듀폰사의 플룬케트는 우주선을 열로부터 보호하는 물질을 연구하다가 테플론을 발명했다. 이러한 의외의 발명품들은 획기적인 과학 발달의 계기가 되기도 했고, 막대한 상업적인 이익을 낳기도 했다. 본래의 의도대로라면 실패한 결과지만 연구자들이 그 사건이나 현상이 주는 중요함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만일 플레밍이 곰팡이가 낀 접시를 그냥 내다 버렸다면, 뢴트겐이 실험실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콜럼버스는 인도를 향해 가다가 아메리카 대륙에 닿았다. 하지만 그가 인도를 향해 그 길고 험난한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결코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과학사의 우연이라는 것도 끈질긴 연구의 결과로 얻어지는 결과이다. 과학적인 지식과 어떤 현상에 숨겨진 비밀을 캐기 위한 열정이야말로 세기의 과학적 발견과 발명을 이끌어내는 로또다. 부디 기축년 새해에는 여러분에게도 이런 행운이 오길 바란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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