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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14 빅브라더가 감시하는 세상

빅브라더가 감시하는 세상


“4월, 날씨가 쌀쌀하고 화창한 어느 날이었다. 벽시계가 13시를 알리고 있었다” 
1948년 영국 작가인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이 쓴 소설 <1984>의 시작이다. 13이란 숫자는 서양인에게 가장 불길한 숫자다. 게다가 영국의 4월은 아직 추운 겨울 기운이 남아있고 소나기가 곧잘 퍼붓는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한다. 첫 문장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며, <1984>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조지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다. 1903년에 인도에서 태어났고, 태어나자마자 영국으로 건너갔다. 1922년부터는 인도 미얀마에서 제국경찰로 활동했다. 경찰로 활동하면서 목격한 제국주의의 허구성과 자신의 직업에 대한 환멸을 느꼈다. 그가 속죄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돼 제국주의의 허구성을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지 오웰이라는 이름은 그의 자전 소설인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1933)을 펴냈을 때부터 사용한 필명으로, 가장 영국적인 이름인 ‘조지’와 그의 부모님 댁 근처의 ‘오웰’강의 이름을 딴 것이다. 

1차 세계대전과 경제불황으로 사람들은 지배계급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혁명을 원했다. 이때 공산주의와 파시스트가 등장했고 히틀러나 무솔리니는 절대복종을 강요한 절대적인 지도자로 부상했다. 과학의 발전과 함께 세계 곳곳에서 독재체제가 늘어갔고 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비인간화를 조장하는 도구로 쓰이게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웰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해 주고 개성이 발휘되는 사회보다는, 공포와 통제 속에서 진실은 사라지고 인간의 가치를 부인하도록 빈틈없이 조작된 국가가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런 사회가 건전한 인간의 정신을 짓밟고 억눌러 얼마나 인간성을 파괴시키는 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 빅브라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인간의 행복을 권력과 무관한 것들에서 찾고자 했다. 즉, 종이를 누르는 문진(文鎭), 낚싯대, 1페니짜리 사탕 등이 그것이다. 또한 오래된 교회 뜰을 거닐고, 진한 차를 만들며, 사랑을 하는 것도 인간의 행복에 포함된다. 이런 소소한 일을 할 시간이 없는 지식인들은 그것이 감성적이고 하찮은 일이라며 비웃을지 모르지만, 조지 오웰은 지극히 평범한 행동들이야 말로 삶을 가치 있게 하는 진정한 요소들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는 ‘윈스턴 처칠’의 윈스턴에다가 영국에서 가장 흔한 이름인 스미스를 붙인 것이다. 윈스턴은 전쟁에서 가족을 잃고 죄의식을 갖는다. 과거를 간직하기 위해 일기를 쓰지만, 그것은 사상죄에 해당한다. 그가 살고 있는 오세아니아는 육체적 자유는 물론이고 인간의 사고나 감정까지도 지배하는 숨 막히는 세상이다. 누가 어디를 가든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텔레스크린을 통해 빅브라더가 감시한다. 빅브라더는 소설 속 세상에서 전지전능한 존재이며, 인간이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다. 윈스턴은 오세아니아의 전체주의적 사회에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반역을 꾀하는 인물이다. 

소설의 배경인 오세아니아에는 300m가 넘는 초고층 빌딩이 있고 헬리콥터가 떠다니며, 마이크로폰과 같이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기계도 등장한다. “빅브라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라고 협박하는 대형 포스터가 시내 곳곳에 붙어 있다. 또한 사람들이 활동하는 모든 곳에 송수신이 가능한 텔레스크린이 걸려 있고, 거리마다 사상경찰이 돌아다닌다. 빅브라더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사람들을 감시할 뿐만 아니라 생각이나 사상을 세뇌시킨다. 빅브라더는 곧 신이고 전지전능한 인물인 것이다. 

■ 끝나지 않은 1984년 

소설 속에 빅브라더가 있다면, 지금 우리에겐 CCTV가 있다. 이 둘은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서 그칠 것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한 감시나 전화도청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횡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CCTV는 방범유지나 범죄 예방과 같은 공익의 목적으로 설치한 것이다. 아파트나 어두운 골목 등에 설치된 CCTV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원해서 설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악용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현대인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스마트폰도 우리를 감시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접근이 용이해 지면서 은행 업무를 보고, 친구와 대화를 할 수 있으며,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해킹 프로그램으로 일반인의 스마트폰 메신저 앱 감시를 했다는 뉴스가 들려오기도 했다. 내가 누구와 어떤 대화를 하고 있는지, 어떤 사진이 오고 갔는지를 훔쳐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가 나를 어떤 식으로든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설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빅브라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조지 오웰은 그 ‘당연함’ 때문에 세뇌당하고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에 대해 경고를 보낸다. 윈스턴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사회에서 인간적이기를 꿈꿨다. 하지만 윈스턴이 싸우려고 하는 빅브라더는 그가 인간적인 삶을 꿈꾸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1984>는 윈스턴이 인간성을 지키려다가 결국 처절하게 패배하는 것으로 끝난다. 절대로 굴복하지 않을 것처럼 하다가 나중에는 남들보다 더욱 깊게 빅브라더를 찬양하고 사랑하게 된다. 

윈스턴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나의 전화번호나 계좌 정보가 어디에 팔렸다는 뉴스가 나올 때만 잠깐 화가 났다가, 다시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편리함이라는 달콤함만을 보고 거기에 적응돼 있지는 않은가.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를 통해 인간의 미래는 이대로 가다간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상황과도 같은 사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준엄한 경고를 내린다. 

조지 오웰의 <1984>는 1948년에 완성되고 1949년 8월에 출판됐다. 그는 결핵으로 1950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그가 생각한 아주 먼 미래는 1984년 정도 됐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1984년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이고, 미래인 것이다. 

글 : 김세경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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