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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12 비행기술, 박쥐에게 배운다!
  2. 2010.10.11 매운 고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2)
비행기술, 박쥐에게 배운다!

‘과연 어떤 녀석을 데리고 왔을까?’ 
오늘따라 집으로 향하는 아빠는 발걸음이 급하다. 어젯밤, 무려 14일이나 교제한 남자친구를 당당히 부모님 앞에 소개하고 싶다는 태연의 폭탄선언에 서운함과 뿌듯함 등등 만감이 교차했던 아빠다. 그런데 웬걸. 집에 도착하자마자 태연의 신경질적인 고함소리가 담 밖을 넘는 게 아닌가. 

“너, 지금 내가 공부 못한다고 무시하는 거야?” 
“어허, 아직도 이해를 못하는구나. 박쥐는 조류가 아니라니깐.” 
“날아다니는데 조류지 그럼 어류냐? 난 딴 건 몰라도 무시하는 남자랑은 절대 못살아!” 
“난 너랑 살자고 한 적 없는데?” 
“아니 그럼, 14일이나 사귄데다 손까지 잡았는데 결혼을 안 하겠다는 거야? 이 나쁜 놈! 사기꾼! 바람둥이!!” 

아빠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14일 사귀고 결혼을 하겠다는 태연의 무모함과 박쥐를 조류라고 우기는 무식함에 또 한 번 만감이 교차하는 아빠다. 

“아이고 태연아. 그건 네 남자친구 말이 맞아. 박쥐는 틀림없이 포유류란다. 깃털이 아닌 털로 덮여있고,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다고! 박쥐의 날개는 정확히 말하면 날개가 아니라 ‘비막(飛膜)’이야. 박쥐의 손가락이 점점 길어지면서 손가락 사이의 피부가 늘어나서 날개 역할을 하게 된 거라고.” 

“어머, 정말요?? 원표야 미안해. 내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봐. 원래의 예쁘고 사랑스러운 태연이로 돌아갈게. 사실 나 싸움 같은 거,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 애거든. 호호호” 

아빠는 태연의 가증스러운 애교에 속이 더부룩하다. 하지만 원표 앞에서 태연이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라도 박쥐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줘야겠다고 아빠는 생각한다. 

박쥐는 참 신비한 동물이란다. 하늘을 나는 유일한 포유류라는 점도 그렇지만 더 놀라운 건 최첨단 과학기술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동물이라는 거야. 레이더, 초음파 영상탐지기, 유체흐름감지기, 열감지기 같은 기술들 말이지.” 

“정말요? 아버님, 저는 과학에 아주 많은 흥미를 가진 사나이랍니다. 자세히 좀 말씀해주세요.” 

아빠는 자신을 아버님이라 부르며 적극적인 호감을 표하는 원표가 싫지 않은 듯, 신나게 지식자랑을 시작한다. 

“레이더장치가 뭔지는 알고 있지? 전파를 사방으로 보낸 다음, 그 전파가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것을 분석해서 어디에 있는 어떤 물체가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기계 말이야. 그런데 박쥐도 그와 같은, 아니 그보다 훨씬 뛰어난 레이더를 갖고 있단다. 박쥐는 입과 코로 초음파를 내보내. 그 다음 그 소리가 물체에 부딪혀 돌아오는 메아리를 듣고 방향을 설정해서 길을 찾기도 하고 먹이를 잡아먹기도 하는 거지. 초음파는 주파수가 높은 소리로,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음파를 말해. 사실 박쥐의 시력은 아주 나빠. 어두운 곳에만 있다 보니 눈이 굳이 좋을 필요가 없어서 퇴화된 거지. 그래서 시력 대신 초음파 같은 능력에 전적으로 의지해 생활한단다.” 

“와, 진짜 신기하다. 제 2의 눈이 있는 거네요?” 

“그렇지. 물체를 단순히 인식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주 입체적으로 1mm 차이까지 완벽히 구분해 볼 수 있어. 심지어는 물체의 재질까지 알아낼 수 있다고 해. 최첨단 3차원 초음파 영상탐지기 기능을 하는 셈이지. 보통 병원에 가면 초음파 영상탐지기를 이용해서 뱃속의 아기나 심장 같은 장기의 움직임을 보잖니. 그런 능력이 박쥐에게도 있다고 생각하면 된단다.” 

“대단하네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한꺼번에 수백 수천마리의 박쥐들이 초음파를 낼 땐 어떤 게 자기가 낸 초음파인지 헷갈리지 않을까요?” 

“아주 스마트한 질문이구나! 수천 마리의 박쥐가 초음파를 내는 상황을 한 사람이 수천 개의 라디오 채널을 틀어놓은 것에 비유해 보자. 과연 하나의 내용이라도 정확히 들을 수 있을까? 그런데 인간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그런 일들을 박쥐는 손쉽게 해낸단다. 안타깝게도 그 놀라운 능력의 비밀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 하지만 피막에 있는 털이 부드러운 비행을 도와줘서 초음파에 더 정확히 반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은 밝혀져 있단다.” 

“엥? 털이 비행을 도와줘요?” 

“신기하지? 박쥐는 급정지, 급출발, 급회전, 거꾸로 날기와 같은 고난이도의 비행도 척척 해낼 수 있단다. 새 보다 비행 솜씨가 좋을 때가 많지. 이런 놀라운 비행의 비결은 피막에 나 있는 미세한 털이라고 해. 이 털은 공기의 흐름을 엄청나게 예민하게 읽어내는 재주가 있어서 공기 흐름에 어긋나지 않게 갑자기 방향을 돌리거나 공중에서 멈추는 것까지 가능하게 해준단다.” 

“처음에 말씀하신 유체흐름감지기와 같은 기능 말이군요. 자, 그럼 이제 박쥐의 열감지기 기능을 말씀해 주실 차례입니다.” 

“원표야, 아나운서 흉내 내지 말고 좀 애답게 말해주면 안되겠니? 암튼 박쥐의 열 감지 능력은 솜씨 좋은 드라큘라가 되는데 꼭 필요하단다. 박쥐의 코에 있는 생체물질(TRPV1)은 열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지. 그런데 동물의 몸에서 정맥이나 동맥이 흐르는 곳은 다른 곳보다 온도가 약간 높아. 박쥐는 그 미묘한 차이를 기가 막히게 구분해서 정맥에 송곳니를 박고 쪽쪽 피를 빨아먹는단다. 물론 모든 박쥐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중앙아메리카 지역에 사는 일부 흡혈박쥐들이 그런다는 거야.” 

아빠의 흡혈박쥐 얘기에 태연의 오버연기가 작렬한다. 무서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원표에서 매달리다시피 한 태연. 태연의 그런 태도를 도저히 봐주기 힘들어진 아빠는 쐐기를 박는 한 마디를 던진다. 

“태연아, 오늘도 부엌에 있는 바퀴벌레 잡아 줄꺼지? 원표야, 너 그거 아니? 태연이가 손바닥으로 바퀴벌레를 찍~ 눌러서 잡는 데는 아주 선수란다. 국가대표 급이야. 태연아 이참에 한 번 보여줄래?” 

“아빠!!!!!!!!!!!!!!!!!!!!”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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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귀경길 서울 톨게이트에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이 등장했다. 고향으로 떠나는 사람들에게 청양고추와 고추볼펜이 함께 담긴 세트를 선물하는 행사가 벌어졌던 것. ‘맵기로 유명한 청양고추를 먹고 졸음운전을 막으라’는 의미였다. 청양고추는 다른 고추보다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capsaicin)’ 성분이 6배 정도 많아 한 토막만 먹어도 졸음을 쫓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사실 고추의 캡사이신은 세균이나 곰팡이, 바이러스, 새, 곤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자기방어물질이다. 그래서 이 성분은 졸음 방지뿐 아니라 통증을 완화시키는 연고나 소화장애 치료제에도 사용된다.

캡사이신이 우리 몸에 들어간 직후에는 강한 자극을 준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통증전달 물질이 분비되는 것을 막아 진통 작용을 한다. 이 점을 이용한 캡사이신 연고는 당뇨병이나 류머티즘성 관절염의 통증을 완화한다.
처음에 이 연고를 바르면 화끈거리고 따갑지만 2~3일 후부터는 통증이 점차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매운맛은 위를 자극한다고 아는 사람이 많지만 소량의 캡사이신은 위 점막을 자극하지 않고 위염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위염 같은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된 위 점막 세포의 염증을 고추에서 추출한 캡사이신이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내과 이용찬 교수는 2007년에 이런 내용의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헬리코박터’에 발표하기도 했다.

캡사이신이 항암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서울대 약대 서영준 교수팀은 피부암 세포를 주사한 쥐에게 캡사이신을 발라 캡사이신의 항암 효과를 증명했다. 캡사이신을 바르지 않은 쥐는 100% 피부암에 걸렸지만, 캡사이신을 바른 쥐는 60%만 피부암으로 발전했던 것. 이 연구결과는 2003년 ‘네이처’에 실렸다. 미국에서는 전립선암 세포를 가진 쥐에게 캡사이신을 주사해 암세포의 80%가 줄어들고 종양이 축소된 실험결과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 매운맛 성분이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건국대 생명공학과 이기원 교수팀이 연구한 결과, 캡사이신이 암 유전자를 활성화시키고, 이것이 암 발생에 중요한 단백질 발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암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암 연구(Cancer Research)’ 2010년 9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캡사이신이 최루탄의 원료로 이용되고, 염증이나 지극을 유발시키는 물질이라는 데 주목했다. 정상세포에서 캡사이신이 암을 억제하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는 없었던 것이다. 또 기존에 밝혀진 캡사이신의 항암효과들은 모두 암세포를 대상으로 실험했던 결과였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연구팀은 쥐를 이용해 캡사이신이 정상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그 결과 캡사이신이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라는 단백질을 활성화시켜 염증을 유도하고, 피부암을 일으켰다. 원래 캡사이신은 TRPV1 단백질이라는 수용체를 통해 진통제로 이용돼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서 피부암 발생과정에서 캡사이신이 EGFR 단백질과 결합돼 암 발생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캡사이신을 다량으로 주입했을 경우 암 억제 물질인 TRPV1 수용체의 민감도가 떨어지면서 캡사이신이 EGFR 단백질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확인됐다. TRPV1 단백질 같은 암 억제 물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들의 경우 캡사이신을 다량 섭취했을 때 암 발생이 훨씬 많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없이 캡사이신만 단독으로 주입했을 때는 암이 발생하지 않았다. 캡사이신이 암 발생을 촉진하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발암물질은 아니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만 보고 고추 섭취를 피할 일은 아니지만 과도하게 매운 고추를 많이 먹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전했다.

비록 캡사이신이 암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캡사이신의 장점이나 고추 자체의 영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캡사이신은 여전히 몸속 지방을 분해하고, 장내 살균 작용을 하며, 식욕도 좋게 한다. 젖산균의 발육을 도와 김치에도 이용된다.

고추에는 비타민 C를 비롯해 비타민 A, 비타민 P(바이오 플라보노이드) 같은 각종 비타민도 풍부하다. 풋고추 하나에 들어 있는 비타민C는 귤의 2배, 사과의 30배 정도 되는데, 비타민C는 피로회복과 괴혈병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또 비타민A는 호흡기 계통에 대한 감염에 저항력을 높이고, 야맹증과 냉방병을 예방하는 데 좋다. 비타민P는 노화를 막는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며, 비타민C가 파괴되지 않도록 돕는다.

결국 캡사이신도 항상 위험한 것만은 아니고, 고추 자체에도 유익한 영양성분이 많다. ‘캡사이신이 암을 촉진한다’는 결과 한 줄이 아니라 이런 결과가 나온 맥락을 살펴야 한다. 고추뿐 아니라 다른 천연물도 각각의 성분이 특정 질병에 대해 각각 다른 작용을 해 기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새겨야 할 것은 천연물의 성분을 이용한 기능성식품이나 화장품, 신약 연구에 있어서 각 성분이 다른 질병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살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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