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꽃 피는 봄, 만개하는 우울증

 


태연과 아빠 멍~한 표정으로 창가에 턱을 괴고 아파트 뒷산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을 바라본다. 은은한 꽃향기가 코를 간질이고, 휘잉~ 바람이 불자 꽃잎 하나가 창문 안으로 살랑대며 들어온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봄날이다. 그러나 태연과 아빠, 표정이 영 어둡다.

“딸아, 꽃이 폈구나.”
“그러게요.”
“벚꽃이구나.”
“그러니깐요.”
“넌 왜 기분이 엉망이냐?”
“아빠는 왜 우울하세요?”

“이게 다 계절 탓이지. 원래 봄이 되면 우울증이 많이 발병하거든. 건강보험공단이 최근 4년(2009~2012년)간 우울증으로 병원을 방문한 사람들을 조사했더니 2~3월에 가장 환자가 많이 늘어났다고 하는구나. 또 통계청 발표를 봐도 4~5월 자살률이 제일 높고. 암튼 봄이 우울을 부른다는 얘기지.”

“헐. 날 따뜻해지고 꽃피면 기분이 좋아져야지, 도대체 왜 더 엉망이 되는 걸까요?”

“그러게 말이다. 의사들도 도통 그걸 모르겠다는구나. 흔히 뇌의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해진다고 하는데, 세로토닌은 일조량이 많을수록 분비가 활발해지거든. 그렇다면 따사로운 봄 햇살이 비치기 시작할 때 겨울철 우울증도 슬슬 사라져야 한다는 건데, 거꾸로 더 우울한 사람이 많아지니 의사들도 답답할 노릇이겠지.”

“전, 이유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저보다 백만 배는 못생긴 말숙이는 삼시세끼 진수성찬 차려줄 거 같은 차승원 아저씨 닮은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꽃미모인 저는 12년 평생 모태솔로라는 게 기막혀서 우울한 거예요. 거기다 날씨는 왜 또 이리 화창한지, 더 꿀꿀해요.”

“그래, 의사들도 그런 말을 하더구나. 계절은 더없이 화려해지는데 자신만 초라한 거 같은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우울한 것일 수 있다고 말이야. 또 계절이 바뀌면서 감정기복이 심해진 탓일 수도 있고, 진학·취업·승진과 같은 자꾸만 생겨나는 새로운 상황 때문일 수도 있다는 구나. 원인은 명확치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우울증 급증이 심각한 문제라는 거야. 의욕과 집중력이 떨어져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건 물론이고, 소화불량과 체중증가, 수면장애…, 심하면 자살시도까지 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헐, 몸무게까지 늘어난다고요? 정신이 번쩍 드는 말이에요! 아빠, 이 망할 놈에 우울함을 없애려면 어떻게 하면 돼요?”

“제일 좋은 건 햇볕을 쬐는 거지. 하루 30분 이상 따뜻한 볕을 쬐며 산책을 하면 세로토닌 분비가 활발해져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구나. 또 뭔가 집중할 수 있는 즐거운 거리를 만들거나, 편한 사람과 신나게 수다를 떠는 것도 도움이 되지. 그리고 무엇보다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찾아 먹는 것도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이란다.”

“엥? 뇌 건강에 좋은 음식이 따로 있어요?”

“그럼, 우울증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에 염증이 있는 경우가 30% 정도 많은 데, 이 염증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음식들이 따로 있단다. 미국의 건강정보 사이트 ‘에브리데이헬스닷컴(Everyday Health.com)’이 밝힌 염증에 도움이 되는 식품을 보면, 가장 좋은 건 녹색잎채소라는 구나. 시금치, 케일 같은 초록색 채소는 염증 치료 효과가 뛰어나고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것까지 막아주지. 또 식물 중에서 오메가-3 지방산을 가장 많이 함유한 호두나 뇌에 좋은 지방이 다량으로 들어있는 아보카도 그리고 각종 베리류, 버섯, 양파, 마늘, 토마토, 콩류도 도움이 된단다.”

“음…, 피자와 치킨이 빠져있는 게 흠이긴 하지만, 지금 말씀하신 음식 위주로 먹어볼게요. 그런데 과연 엄마가 이런 재료로 요리를 해줄까요? 엄마도 요즘 우울함이 상당하시던데요. 리모컨을 끌어안고 하루 종일 홈쇼핑 채널만 보고 계시더라고요.”

“그러게 말이다. 아빠도 지금 그것 때문에 지금 기분이 엉망이야. 엄마가 우울하니까 홈쇼핑에 빠져 매일같이 택배가 오고, 아빠 지갑은 점점 얇아지고, 우울한 마음에 자꾸 먹었더니 배는 남산만 하게 불러오고, 이 꽃다운 계절에 나 혼자 살찌는 거 같아서 더 우울해지는…, 흑, 악순환이야. 딸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음, 이럴 땐 솔직한 게 최고죠. 엄마~아! 아빠가 엄마 때문에 우울해 죽겠대요! 아빠 배 나온 것도 다 엄마 때문이고, 엄마는 완전 쇼핑중독녀래요!!”

“태…, 태연아!”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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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향이 나는 지리여행] 제주도 편 - 제주의 생명수, 용천을 찾아서

 

아는 만큼 보인다!
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뭘 좀 알아야 하죠.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과학향기에서 5월부터 새롭게 지리 여행을 테마로 한 칼럼을 마련했습니다. [과학향이 나는 지리여행]은 평소 익숙한 곳이지만 잘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꾸며 매월 마지막 주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삼다도(三多島). 바람, 돌, 여자가 많아 붙여진 제주도 별칭. 태풍 길목에 놓인 화산섬 특징을 잘 표현한 제주의 멋진 아이콘이다. 여행자들은 이 삼다를 떠올리며 제주를 음미한다. 삼다는 제주 스토리텔링의 핵심 소재다. 사실 ‘삼다’ 말고도 제주 아이콘은 수도 없이 많다. 용천, 곶자왈, 오름, 동굴, 화산층, 건천, 패사…. 이 모두 제주의 자연을 나타내는 주요 키워드들이다. 하지만 이들을 전부 이해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약간의 지구과학적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행을 제대로 하려면 뭘 좀 알아야 한다.

사진 1. 일반적인 제주 하천의 모습. 남부의 강정천 등을 제외한 제주 하천의 대부분은 평소 때 물이 흐르지 않는다. 강우 강도가 높은 비를 제외하고는 거의 땅속으로 빗물이 스며들어 가기 때문이다. 수직 옹벽으로 만든 강둑이 인상적이다. 


위의 것들 중 제일 눈에 들어오는 단어는 단연 ‘용천(湧泉, spring)’이다. 제주의 용천은 제주 ‘사다(四多)’로 꼽힐 만큼 중요하다. 제주에선 지표수를 거의 볼 수 없다. 웬만큼 내린 빗물은 땅속으로 곧바로 들어가 지하수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의 하천들은 남쪽 몇 개를 제외하곤 거의 말라있다(사진 1). 물론 그들 발원지에 가보면 영락없이 많은 양의 용천수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용천수를 잘 구경하기 위해선 ‘물 순환(water balance)’과 ‘물 수지(water budget)’ 개념을 알아야 한다. 전자는 지구상의 물은 돌고 돈다는 말이고 후자는 그 물이 일정량을 이루고 있다는 말이다. 한 지역의 물 환경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물이 잘 순환돼야 한다. 다행히도 제주는 아주 양호한 물순환 시스템을 갖고 있다. 용천은 제주 물 순환의 결과물인 것이다.

 

사진 2. 제주 서부에 위치한 수월봉의 화산재층. 강력한 수중 분화에 의해 쌓인 화산재층이 두껍게 쌓여 있다. 화산재층은 그 성분과 굳기 정도에 따라 투수층 또는 불투수층으로 구분된다.


본디 화강암이었던 제주도에 화산 활동이 시작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80만 년 전. 화산재층 위로 투수성(透水性, 물이 토양 속을 얼마나 쉽게 통과할 수 있느냐를 나타내는 척도)이 높은 현무암과 해저 분출로 형성된 불투수성 응회암층이 겹겹이 쌓여 제주표 물탱크를 만들었다(사진 2). 그 후 육지보다 연간 350mm 이상이나 많은 강수량과 45%나 되는 지하수 함양율이 땅속에 지하수를 가득 채워 넣었다. 제주 용천수는 제주의 기후와 지질, 지형이 만든 합작품이다.

용천은 우리말로 샘이라 하며 용천수는 샘물이라 부른다(사진 3). 제주 사람들은 용천수를 ‘산물’로 불렀다. 용천수는 지하수면이 땅과 맞닿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물이다. 제주에서는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까지 용천수를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로 사용했었다. 상수도의 원수가 지하수인 점을 생각해 보면 용천수는 여전히 제주의 생명수인 셈이다.

 

 

사진 3. 논짓물. 제주 최대의 용천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콘크리트로 막힌 왼쪽에는 용천수가, 오른쪽에는 바닷물이 들어와 있다. 이 사진은 현재의 논짓물 담수욕장 모습 이전의 것으로 용천수와 해수가 잘 분리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제주 용천에 대한 정부 통계를 꺼내보자. 현재까지 밝혀진 제주의 용천은 모두 911개. 제주시에 540개, 서귀포시에 371개가 있다. 이중 841개인 92.3%가 해발 200m 이하의 저지대에 놓여 있으며, 5.4%(49개)가 중산간지대, 2.3%(21개)가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보존 상태가 양호한 637개를 제외하면 수량이 부족하거나 고갈된 용천이 100개, 주변이 훼손되었거나 위치를 찾을 수 없게 된 용천이 174개나 돼 제주 용천은 꼼꼼하게 관리돼야 할 문화재인 것이다.

제주도 전역에서 솟아오르는 용천수량은 알 길이 없으나 해안에 위치한 122개 용천의 총 용출량은 하루 약 60만 톤으로 파악되고 있다. 성산지역 4곳의 하루 평균 용출량이 약 2만2천 톤인 반면, 서제주 지역 2곳의 하루 평균 용출량은 약 600톤으로 제주 동쪽 해안의 용천수량이 북쪽 해안의 용천수량보다 3배 이상이나 많다. 이렇듯 제주의 용천수량은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해안가 122개 용천 중 하루 500톤 이상의 용출량을 보이고 있는 곳은 76개. 그 중 성산에 위치한 용천 한 곳에서만 하루 2만 톤 이상의 물이 나오고 있다. 하루 2만 톤이라 함은 초당 1리터짜리 우유팩 230개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량이다. 참고로 집에서 수도꼭지를 아주 세게 하루 종일 틀어놨을 때 나오는 물의 양은 고작 100톤에 불과하다.

한편, 같은 용천이라 하더라도 계절에 따라 나오는 용출량 역시 달리 나타난다. 이는 제주의 우기와 건기를 용천수가 반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제주 지역의 월평균 용출량을 보면 5월보다 9월의 용출량이 7배 이상 많게 나타나고 있다.

 

 

그림 1. 제주도 지하수의 부존 형태. 제주의 분화 역사를 반영해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부터 상위지하수, 준기저지하수, 기저지하수로 구분되고 있다(인용: http://www.jejuwater.go.kr).




제주의 용천수는 전부 같은 지하수가 솟아나오는 것일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제주의 지하수는 부존형태에 따라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부터 상위지하수, 준기저지하수, 기저지하수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그림 1). 상위 지하수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에 있는 지하수를 말하며, 기저 지하수는 동부와 서부 지역 해안가에 위치한 지하수를 말한다. 또 준기저 지하수는 상위 지하수와 기저 지하수 사이의 지하수를 일컫는다. 제주 용천수는 그림 지하수 부존형태 모식도에서 보듯이 위의 세 가지 지하수가 각기 해안까지 흘러나오고 있어 지역에 따라 용천수의 근원이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다.

참고로 기저 지하수는 담수와 염수의 비중 차이로 인해 염수 위에 놓인 지하수를 말한다. 예컨대 기저 지하수의 해발고도가 1m일 경우 지하수와 해수의 경계면은 해수면 아래 40m에 위치하게 된다. 이러한 원리를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 Ghyben-Herzberg(가이벤-헤르츠베르크) 법칙이라고 한다(그림 2). 이 원리를 다소 어렵게 생각할지 모르나 해안가 지하수의 염수화와 관련해 자주 회자되고 있는 법칙이니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림 2. Ghyben-Herzberg(가이벤-헤르츠베르크) 법칙. 이 법칙은 담수와 해수의 경계면이 지하수 해발고도의 40배가 된다는 이론으로 해안가 지하수의 염수화 문제와 관련해 흔히 사용되고 있는 법칙이다. 예를 들어 지하수의 해발고도가 1m일 경우 지하수와 해수의 경계면은 지하 40m가 된다.

(인용:http://en.wikipedia.org/wiki/Saltwater_intrusion)



그렇다면 제주 용천수의 나이는 대체 얼마나 될까? 땅속으로 언제 들어간 물이 지금 다시 나오고 있는 것일까? 지표수와 달리 지하수는 당연 나이를 갖고 있다. 물순환이 더딜수록 지하수 나이는 많아지며 물순환이 빠를수록 지하수 나이는 젊어지게 된다. '제주도 수문지질 및 지하수자원 종합조사'에 따르면 제주의 용천수 나이는 1살부터 25살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이는 작년에 내린 빗물이 솟아나오는 용천도 있는 반면, 25년 전에 내린 빗물이 용출되고 있는 용천도 있다는 뜻이다. 용천수 나이는 해안가로 내려갈수록 많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만일 우리 눈앞에 10년의 나이를 갖는 용천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지금 용출되는 물은 2004년에 내린 빗물이란 얘기가 된다. 그런데 2005년에 이 용천수 상부의 지하수 함양 유역에 축산 폐수, 화학 비료, 쓰레기 등의 오염원이 발생했다고 가정한다면 내년 2015년부터 이 용천수 수질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제주도 빗물을 다량 침투시키고 있는 제주 중간산 지역의 곶자왈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 엄격히 보존돼야 한다. 곶자왈 보존 여부는 제주의 영속성을 결정짓는 기본 잣대인 것이다.

제주로 가거든 용천을 두 곳 정도 방문해 볼 일이다. 제주시의 어승생수원지, 용연, 하물, 서창물, 서귀포시의 논짓물, 웃소먹는물, 자구리물, 여이물 등 어떤 곳이든 좋다. 용천수 수온을 느끼며 위에서 언급된 용천수의 물순환과 물수지 시스템을 되새겨 보자. 그래서 용천으로 인해 제주도가 ‘사다도(四多島)’라 불릴 만한 가치가 있는 지도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하자. 각 용천에 얽혀 있는 마을 이야기는 지리여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고급 양념이 될 것이다.

글 : 박종관 건국대 이과대학 지리학과 교수(jotra.com)


* 사진 - 박종관 교수 제공

※ 참고
『제주도 수문지질 및 지하수자원 종합조사(III)』, p. 425, 제주도, 2003
제주특별자치도 수자원본부: http://www.jejuwater.go.kr/

[추천 여행지]
제주도의 걷기 좋은 길들을 선정하여 개발한 도보여행 코스를 올레길이라고 한다. 올레길 곳곳에서도 좋은 용천수를 만날 수 있다.
올레길 18코스에 위치한 화북포구는 옛 제주 해상 교통의 관문으로 해신사, 화북진성, 별도연대와 같은 많은 유적이 남아 있다. 화북포구에서는 큰짓물 용천수를 만날 수 있다. 옛날 사람들에게는 생명수라 불리며 중요한 사람이 마셨던 물이라고 한다. 평균 수온이 섭씨 17~18도로 여름에는 이곳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삼별초의 항쟁 역사가 남아 있는 환해장성을 볼 수 있다. 배를 타고 들어오는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해안선을 따라 돌을 이용해 만든 성벽이다. 올레길 18코스의 화북포구는 용천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유적지가 함께 있어 시원하게 역사와 전통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올레길 8코스의 논짓물 용천수, 9코스의 화순해변 용천수, 10코스의 수월봉 용천수. 10코스의 신촌리 큰물 등이 있다. 올 여름 제주도 올레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용천수를 찾아 무더위를 식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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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용수철 저울 만들기

분류없음 2014.02.26 01:30 by 과학향기

[실험]용수철 저울 만들기

모든 물체에는 무게가 있다. 물체의 무게는 손으로 들어보면 대략 짐작할 수 있지만, 보다 정확한 무게를 알기 위해 우리는 ‘저울’이라는 기구를 사용한다. 저울은 물체의 무게나 질량을 재는 기구로, 어떤 것을 재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저울의 종류도 달라진다.

다양한 저울 중에서 용수철을 이용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용수철저울’을 만들어 보고 저울의 원리에 대해 알아보자.


[교과과정]
초등 4-1 무게 재기
중 1 힘과 운동
중 3 에너지

[학습주제]
용수철로 무게 재는 방법 알아보기
무게 재는 다양한 방법 알아보기
탄성력의 특징 알아보기

<실험 방법 및 원리>

용수철 만들기



<실험동영상>




<실험 주의사항>
* 용수철에 너무 무거운 물체를 달거나 무리한 힘을 주지 마세요.
* 그릇을 단 용수철 아래 끝부분에 눈금 도면의 0점이 닿도록 붙이세요.


▪ 용수철로 무게 재는 원리

실험에서 만든 용수철저울은 용수철의 성질을 이용해 물체의 무게를 잰다. 용수철은 일정한 힘을 가하면 모양이 변형됐다가 그 힘을 제거하면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용수철을 잡아당기는 힘과 비례해 용수철의 길이가 늘어나기 때문에 그릇에 담는 무게가 무거울수록 용수철이 더 많이 늘어난다. 바로 이 성질을 이용해 무게를 잴 수 있는 것이다.

용수철과 같이 외부에서 힘을 가하면 모양이 변형됐다가 힘을 제거하면 다시 되돌아오는 성질을 ‘탄성’이라고 한다. 고무줄이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성질도 고무의 탄성 때문이다. 탄성력은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을 말하며 항상 작용한 힘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탄성력에는 한계가 있다. 탄성을 가진 물체는 어떤 것이든 탄성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의 한계가 있는데, 이를 가리켜 ‘탄성 한계’라고 한다. 탄성 한계를 넘은 물체는 외부에서 가하는 힘을 제거해도 원래 형태로 돌아가지 못한다. 고무줄을 계속 길게 늘이면 어느 순간 끊어져 버리는 것을 생각해 보라. 이 역시도 탄성한계를 넘었기 때문이다.

용수철저울 역시 탄성 한계가 있어 너무 무거운 물체를 올리면 용수철이 늘어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이 때문에 용수철저울은 지우개나 딱풀 등 대체로 작고 가벼운 물체의 무게를 재는 데 적당하다.

참고로 용수철저울에 눈금 도면을 붙일 때는 빈 그릇을 매단 상태에서 들었을 시 용수철 가장 아래쪽 부분에 눈금의 ‘0’이 오도록 붙여야 한다. 눈금을 읽을 때는 눈의 높이를 눈금과 평행하게 맞춘 후 읽는다. 물체를 그릇에 올릴 때는 그릇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 무게 재는 다양한 방법

물체의 무게가 천차만별이듯이, 이를 재기 위한 저울의 형태도 다양하다. 실험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울로는 용수철저울 외에도 양팔 저울, 윗접시 저울, 전자저울 등이 있다.

두 물체의 무게나 질량을 비교할 때는 양팔 저울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며 가루로 된 물질의 무게나 질량을 잴 때는 윗접시저울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용수철저울로 물체의 무게를 알 수 있다면, 양팔 저울이나 윗접시저울로는 물체 고유의 질량을 잴 수 있다.

그밖에 정육점에서 고기의 무게를 재거나 귀금속의 무게를 잴 때는 좀 더 정밀한 단위를 알려주는 전자저울을 사용하며 과일이나 채소의 무게를 잴 때는 가정용 저울을 많이 사용한다.

무게의 단위도 다양하다. 정육점에서 쇠고기나 돼지고기 무게를 잴 때는 ‘근’이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고기 한 근은 600g을 말한다. 또 시장에서 감자와 같은 채소의 무게는 ‘관’이라는 단위를 사용하여 잰다. 한 관은 3750g, 즉 3.75㎏을 말한다. 금이나 은 등 금속을 재기 위해서는 ‘돈’이라는 단위를 사용하는데, 한 돈은 약 3.75g이다. 근, 관, 돈 모두 우리나라 고유의 무게 단위이다.

▪ 저울의 발전사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저울을 사용해 왔다. 인류가 사용한 최초의 저울은 양팔 저울과 비슷한 형태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5000~기원전 4000년경 고대 이집트의 벽화에서 오늘날 양팔 저울과 비슷한 그림이 발견됐고 기원전 3000~2000년경 메소포타미아나 인더스강 유역지방에서는 양팔 저울의 일부분이 발견되기도 했다.

용수철저울은 1770년경 영국 상거래에서 최초로 사용됐다. 물건의 무게를 손으로 가늠하는 것보다 정확하고 사용이 편리해 널리 이용돼 왔다. 이후 과학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저울들이 많이 개발됐다. 컨베이어에서 운반되는 물체의 무게를 자동으로 계산해서 합산까지 해 주는 ‘컨베이어 스케일’을 비롯해 1분간 수백 개의 상품 무게를 선별하는 선별기, 자동으로 정량(定量)을 포장하는 자동 정량 포장기 등이 있다. 또한 무게를 1억분의 1g까지 잴 수 있는 ‘원격 조정 천칭’을 개발해 저울의 정밀도를 높였다. 이렇듯 오늘날 다양한 저울들은 각종 산업 현장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다운로드: 눈금 도면]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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