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라더가 감시하는 세상


“4월, 날씨가 쌀쌀하고 화창한 어느 날이었다. 벽시계가 13시를 알리고 있었다” 
1948년 영국 작가인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이 쓴 소설 <1984>의 시작이다. 13이란 숫자는 서양인에게 가장 불길한 숫자다. 게다가 영국의 4월은 아직 추운 겨울 기운이 남아있고 소나기가 곧잘 퍼붓는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한다. 첫 문장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며, <1984>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조지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다. 1903년에 인도에서 태어났고, 태어나자마자 영국으로 건너갔다. 1922년부터는 인도 미얀마에서 제국경찰로 활동했다. 경찰로 활동하면서 목격한 제국주의의 허구성과 자신의 직업에 대한 환멸을 느꼈다. 그가 속죄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돼 제국주의의 허구성을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지 오웰이라는 이름은 그의 자전 소설인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1933)을 펴냈을 때부터 사용한 필명으로, 가장 영국적인 이름인 ‘조지’와 그의 부모님 댁 근처의 ‘오웰’강의 이름을 딴 것이다. 

1차 세계대전과 경제불황으로 사람들은 지배계급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혁명을 원했다. 이때 공산주의와 파시스트가 등장했고 히틀러나 무솔리니는 절대복종을 강요한 절대적인 지도자로 부상했다. 과학의 발전과 함께 세계 곳곳에서 독재체제가 늘어갔고 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비인간화를 조장하는 도구로 쓰이게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웰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해 주고 개성이 발휘되는 사회보다는, 공포와 통제 속에서 진실은 사라지고 인간의 가치를 부인하도록 빈틈없이 조작된 국가가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런 사회가 건전한 인간의 정신을 짓밟고 억눌러 얼마나 인간성을 파괴시키는 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 빅브라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인간의 행복을 권력과 무관한 것들에서 찾고자 했다. 즉, 종이를 누르는 문진(文鎭), 낚싯대, 1페니짜리 사탕 등이 그것이다. 또한 오래된 교회 뜰을 거닐고, 진한 차를 만들며, 사랑을 하는 것도 인간의 행복에 포함된다. 이런 소소한 일을 할 시간이 없는 지식인들은 그것이 감성적이고 하찮은 일이라며 비웃을지 모르지만, 조지 오웰은 지극히 평범한 행동들이야 말로 삶을 가치 있게 하는 진정한 요소들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는 ‘윈스턴 처칠’의 윈스턴에다가 영국에서 가장 흔한 이름인 스미스를 붙인 것이다. 윈스턴은 전쟁에서 가족을 잃고 죄의식을 갖는다. 과거를 간직하기 위해 일기를 쓰지만, 그것은 사상죄에 해당한다. 그가 살고 있는 오세아니아는 육체적 자유는 물론이고 인간의 사고나 감정까지도 지배하는 숨 막히는 세상이다. 누가 어디를 가든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텔레스크린을 통해 빅브라더가 감시한다. 빅브라더는 소설 속 세상에서 전지전능한 존재이며, 인간이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다. 윈스턴은 오세아니아의 전체주의적 사회에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반역을 꾀하는 인물이다. 

소설의 배경인 오세아니아에는 300m가 넘는 초고층 빌딩이 있고 헬리콥터가 떠다니며, 마이크로폰과 같이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기계도 등장한다. “빅브라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라고 협박하는 대형 포스터가 시내 곳곳에 붙어 있다. 또한 사람들이 활동하는 모든 곳에 송수신이 가능한 텔레스크린이 걸려 있고, 거리마다 사상경찰이 돌아다닌다. 빅브라더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사람들을 감시할 뿐만 아니라 생각이나 사상을 세뇌시킨다. 빅브라더는 곧 신이고 전지전능한 인물인 것이다. 

■ 끝나지 않은 1984년 

소설 속에 빅브라더가 있다면, 지금 우리에겐 CCTV가 있다. 이 둘은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서 그칠 것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한 감시나 전화도청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횡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CCTV는 방범유지나 범죄 예방과 같은 공익의 목적으로 설치한 것이다. 아파트나 어두운 골목 등에 설치된 CCTV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원해서 설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악용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현대인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스마트폰도 우리를 감시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접근이 용이해 지면서 은행 업무를 보고, 친구와 대화를 할 수 있으며,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해킹 프로그램으로 일반인의 스마트폰 메신저 앱 감시를 했다는 뉴스가 들려오기도 했다. 내가 누구와 어떤 대화를 하고 있는지, 어떤 사진이 오고 갔는지를 훔쳐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가 나를 어떤 식으로든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설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빅브라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조지 오웰은 그 ‘당연함’ 때문에 세뇌당하고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에 대해 경고를 보낸다. 윈스턴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사회에서 인간적이기를 꿈꿨다. 하지만 윈스턴이 싸우려고 하는 빅브라더는 그가 인간적인 삶을 꿈꾸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1984>는 윈스턴이 인간성을 지키려다가 결국 처절하게 패배하는 것으로 끝난다. 절대로 굴복하지 않을 것처럼 하다가 나중에는 남들보다 더욱 깊게 빅브라더를 찬양하고 사랑하게 된다. 

윈스턴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나의 전화번호나 계좌 정보가 어디에 팔렸다는 뉴스가 나올 때만 잠깐 화가 났다가, 다시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편리함이라는 달콤함만을 보고 거기에 적응돼 있지는 않은가.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를 통해 인간의 미래는 이대로 가다간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상황과도 같은 사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준엄한 경고를 내린다. 

조지 오웰의 <1984>는 1948년에 완성되고 1949년 8월에 출판됐다. 그는 결핵으로 1950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그가 생각한 아주 먼 미래는 1984년 정도 됐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1984년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이고, 미래인 것이다. 

글 : 김세경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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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이기는 빛, 과하면 공해가 된다

빛과 어둠의 두 가지 중에서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빛은 언제나 생명, 희망, 청결, 치유, 기쁨을 상징한다. 이와 반대로 어둠은 죽음, 절망, 고난, 상처, 슬픔을 나타낸다. 빛과 어둠 중에서 고르라면 보통은 빛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조금의 빛도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을 꼭꼭 가리고 그것도 모자라 눈가리개까지 한 채 캄캄한 방안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빛공해’ 또는 ‘광공해’를 피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법률적으로는 인공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해 과도한 빛이 생기거나 정해진 영역 밖으로 누출되는 빛이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방해하는 상태를 빛공해로 규정한다.

전기 장치와 조명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이 만들어내는 빛의 세기도 함께 증가했다. 수십 년 전에는 촛불에 의지해 어두운 밤을 보냈지만 지금은 촛불 수백 수천 개에 해당하는 강렬한 빛을 아무렇지도 않게 켜고 산다. 촛불 하나 정도의 밝기를 1칸델라(cd, 광도의 SI단위)로 정하면 컴퓨터용 모니터는 400칸델라가 넘는다.

가정용 대형 LED TV의 밝기는 그보다 10배 밝은 4천 칸델라 수준이다. 거실에 다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의 많은 촛불을 켠 수준의 밝은 화면을 매일 밤 바라보며 살고 있는 셈이다. 옥외 광고판은 더하다. 도심 곳곳에서는 8천 칸델라가 넘는 초대형 화면이 현란한 영상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유혹한다. 자동차의 앞길을 밝히는 헤드라이트는 최소 기준이 1만5천 칸델라에 최대는 11만 2천5백 칸델라나 된다.

수만 년에 달하는 기나긴 역사를 지나며 인간의 신체는 낮과 밤이라는 고정된 주기에 적응해왔다.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지면 저녁을 차려먹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가 해가 떠서 창밖이 훤해지면 잠에서 깨어 하루를 시작하는 패턴이다. 캄캄해야 할 야간에 너무 밝은 빛을 쬐게 되면 고유한 신체 리듬이 깨져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시끄러운 소리가 반복되면 소음 공해, 불쾌한 냄새가 지속되면 악취 공해라 부르는 것처럼 너무 밝은 빛으로 인해 생활에 방해를 받는다면 빛 공해라 부를 만하다.

빛공해는 크게 다섯 가지의 피해를 준다. 우선 ‘하늘 밝아짐’ 현상을 꼽을 수 있다. 빛이 밝으면 밤하늘의 별을 보는 데도 문제가 있다. 도심의 불빛으로 인해 밤하늘의 어둠이 영향을 받는 현상을 ‘광해’라 하는데 광해가 심해져 밤하늘이 밝아지면 별은 자취를 감춘다. 어린 시절에는 쉽게 보던 은하수를 더 이상 관측할 수 없는 것은 대기 오염의 영향도 있지만 빛공해도 큰 몫을 차지한다.

둘째는 ‘눈부심’ 현상이다. 빛이 너무 밝으면 순간적으로 시각이 마비되기 때문에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 약한 빛에는 불쾌한 기분이 드는 정도지만 빛의 세기가 강해질수록 사물을 분별하기 어려워지고 일시적으로 눈이 멀기도 한다.

셋째는 ‘빛 뭉침’ 현상을 꼽을 수 있다. 조명이나 광고물이 밀집돼 강한 빛을 내면 시선을 분산시키고, 판단력을 저하시켜 사고 위험을 높인다. 한데 뭉쳐 있는 조명 기구들 중 불필요한 것들은 소등하거나 제거하는 것이 좋다.

넷째는 ‘빛 침투’ 현상이다. 애초 의도한 범위를 벗어나 빛이 넓게 퍼지면 동물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주택 거주자의 취침을 방해한다. 잘못된 가로등 방향으로 인해 집안으로 밝은 빛이 들어오는 사례가 여기에 속한다. 호숫가에 밤새도록 가로등을 켜놓으면 물 속 동물성 플랑크톤이 성장하지 못해 녹조류가 급증하고 수질이 악화된다. 논밭 주위에 밝은 전등을 켜놓으면 작물의 성장이 크게 저하된다.

다섯째는 ‘과도한 빛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필요 이상의 조명을 사용하게 되면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으며 인간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칸델라의 빛이 1m 밖에 도달할 때의 조도를 1룩스(lx, 조명이 밝은 정도를 말하는 조명도의 단위)로 정했을 때, 취침 환경의 조도가 5룩스만 넘어도 잠을 제대로 못 자게 돼, 이튿날 인지기능이 눈에 띄게 달라질 정도로 뇌에 문제가 생긴다. 신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빛공해에 노출되면 결막충혈, 안구 건조, 눈 피로감, 눈 통증, 자극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밤새 불을 켜둔 방에서 자는 아이 중 절반 이상은 16세 이전에 근시가 된다.

빛공해는 암도 일으킨다. 이스라엘의 조사에 따르면 빛공해가 심한 지역에 사는 여성은 유방암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73%나 높다. 과도한 빛이 몸속 호르몬 중 암 발생을 막는 멜라토닌의 분비를 막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야간 조명이 강한 지역을 조사했더니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빛공해의 심각성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1910년대 미국의 천문학자 지디언 리글러(Gideon Riegler)다. 당시 일반인들은 빛공해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이다. 천문학자들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산골이나 바닷가에서 관측을 하기 때문에 빛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빛공해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바뀌어 과도한 빛 사용을 법적으로 제한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다.

국제조명위원회(CIE)는 4가지 종류의 환경 구역에 따라 빛의 세기를 달리할 것을 권장한다. 제1종은 국립공원과 같은 자연환경 보전 지역으로 건축물과 광고물의 평균 휘도(輝度, 광원의 단위 면적당 밝기의 정도)가 0칸델라로 제한된다. 제2종은 농림 지역과 녹지 지역으로 평균 휘도가 건축물은 1m²당 5칸델라, 광고물은 50칸델라를 넘지 못한다. 제3종은 주거지역으로 건축물 15칸델라, 광고물 400칸델라를 넘어선 안 된다. 제4종은 야간 활동이 활발한 상업지역이지만 건축물은 50칸델라, 광고물은 800칸델라, 대형 광고물도 1천500칸델라 이하를 권장한다.

우리나라도 2013년 2월에서야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도심 지역의 건축물 조명 중 70% 이상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전광판은 87%가 규정을 위반할 정도로 조명 사용이 과도한 상황이다. 빛공해를 호소하는 민원도 2005년 28건에서 2011년 535건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게다가 요즘 들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새로운 종류의 빛공해가 등장했다. 손에 들고 다니며 잠들기 직전 침대 맡에서까지 들여다보는 스마트폰이 주범이다. 스마트폰의 화면은 가장 어둡게 조정해도 80칸델라 수준이며 최대 밝기에 놓으면 500칸델라를 훌쩍 넘는다. 손바닥만한 화면에서 컴퓨터 모니터보다 밝은 빛이 나오기 때문에 빛공해로 인한 부작용도 그만큼 강력하다.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 아이들은 수면 장애와 학습 부진에 시달리기도 한다. 어른들도 빛공해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침대에서까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불면증에 걸린 사람들의 하소연이 병원마다 줄을 잇는다. 게다가 잠자리에 든 이후 아주 잠깐 스마트폰의 빛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숙면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 침실의 불을 끈 이후에는 아주 작은 불빛도 접할 수 없도록 두터운 커튼을 치고 모든 전자 제품의 전원을 끄는 것이 좋다.

늦은 밤 TV 시청이나 스마트폰 생활로 인해 종달새 족에서 올빼미 족으로 바뀐 사람들은 어떻게 제자리로 돌아와야 할까. 2013년 8월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연구진은 생체시계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비결을 공개했다. 인공적인 불빛이 전혀 없는 산속으로 캠핑을 떠나 태양빛과 모닥불에만 의지해 일주일 동안 지내는 것이다. 실제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비슷한 시간에 잠이 들었고 일출 시간에 맞춰 자동적으로 눈이 떠졌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바쁜 현대인들로서는 실행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빛공해 방지 종합계획’에 따라 2013년도 빛공해 기준 초과율 27%가 오는 2018년도까지 절반인 13%로 줄어들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불필요한 조명을 끄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방법만으로도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난다니 오늘밤부터 실천에 옮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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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역사]마흔살의 어린 아이, 휴대전화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3년 4월 3일, 미국 통신회사 AT&T가 설립한 벨연구소에 전화벨이 울렸다. 조엘 엥겔(Joel Engel) 소장이 직접 받았다.

“여보세요, 엥겔 소장입니다.”
“조엘? 나 마틴일세. 지금 이 통화 말이지. 새로 개발한 휴대전화로 거는 거야.”
“.....”
“여보세요, 조엘?”

충격을 받은 엥겔 소장은 멍하니 듣고만 있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경쟁업체 모토로라가 세계 최초의 휴대전화를 먼저 개발했기 때문이다. 벨연구소는 각종 특허를 휩쓸며 통신관련 기술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동차에 설치된 카폰 생산에 만족하고 게으름을 피우다가 엄청난 타이틀을 빼앗긴 것이다.

• 40년 전 모토로라가 발명한 최초의 휴대전화


[그림] 최초의 휴대전화를 탄생시킨 마틴 쿠퍼. 사진 출처 : 동아일보


들고 다니는 전화기를 발명해 인류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사람은 마틴 쿠퍼(Martin Cooper) 연구원이었다. 그가 엥겔 소장에게 전화를 걸 때 썼던 휴대전화는 다이나택(DynaTAC)이었다. 지금도 휴대전화가 크고 무거우면 “벽돌을 들고 다니냐”는 핀잔을 듣지만 다이나택이야말로 진정한 벽돌 전화기였다. 한 뼘이 넘는 길이에 무게도 1kg을 넘었기 때문이다.

연구를 거듭해 시장에 내놓을 정도로 크기를 줄이기까지 10년이 더 걸렸다. 1983년 3월 6일 마침내 ‘다이나택 8000X’라는 이름으로 판매가 시작됐고 본격적인 휴대전화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진정한 휴대전화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가격은 3,995달러로 지금 우리 돈으로 약 1,000만 원에 달했지만 실제 통화는 10시간 충전에 겨우 35분 정도 가능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로부터 4년이 흐른 1987년에 휴대전화 생산에 뛰어들었다. 일본 도시바에서 기술을 도입한 삼성전자가 1989년 5월 ‘SH-100’이라는 모델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가격은 당시 300만 원이었던 모토로라 휴대전화의 3분의 2에 불과한 180만 원으로 책정됐지만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불량률이 11.8%에 달해 구매자들의 불만이 속출한 것이다.

불량품으로 회수된 15만 대의 휴대전화를 구미공장 운동장에 모아 놓고 불을 지르고 해머로 내리친 후에야 품질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이제는 노키아와 모토로라를 제치고 애플과 더불어 휴대전화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았다.

• 디지털 통신 서비스 거쳐 LTE의 시대로

디지털 통신망이 탄생할 때까지 전 세계는 아날로그 장비를 이용해 휴대전화 신호를 주고받았다. 품질이 좋을 리 없었다. 당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미국 통신회사 퀄컴이 발명한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 방식을 도입해 상용화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1996년 1월 마침내 2세대(2G) 서비스를 개시해 세계 최초로 디지털 통신의 시대를 열었다.

이후 2006년에는 3세대(3G) 서비스라 불리는 ‘광대역 코드분할 다중접속(WCDMA)’ 방식이 탄생했다.
음성과 문자뿐만 아니라 사진, 동영상까지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3세대는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용하는 통신망이기도 하다. 지역별로 기술은 약간씩 다르지만 로밍 서비스로 연결하면 언제 어디서든 전화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은 그보다 7배 이상 빠른 4세대(4G) ‘롱텀 에볼루션(LTE)’ 서비스가 상용화됐다. 지난 2013년 4월 10일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입자만 2,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동전화 가입자의 37%, 스마트폰 사용자의 58%에 해당되는 숫자다. 기지국도 곳곳에 설치돼 이제는 대한민국의 동쪽 끝 독도에서도 LTE로 접속 가능하다.

통신기술이 발달할수록 휴대전화의 성능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디지털 통신망을 이용하는 휴대전화에 이어 컬러 화면을 탑재한 기기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대신할 정도로 똑똑한 ‘스마트폰’이 등장해 또 한 번의 변혁을 일으키는 상황이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일반 휴대전화에 한두 가지 특이한 기능을 덧붙인 것을 ‘피처폰’이라 한다. 특징(feature)이 분명하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스마트폰은 원하는 프로그램은 무엇이든 설치해 사용하는 것이 장점이다.

PC 수준의 3D 게임을 즐길 수도 있고 어학 공부를 위해 전자사전을 설치하기도 한다. 이메일과 채팅도 가능하고 GPS 기능을 이용해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대신할 수도 있다. 바깥에서도 회사의 업무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서버에 저장해 놓은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감상하기도 한다. 이처럼 애플리케이션(앱)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을 내 마음대로 고를 수 있으니 세상에서 유일한 휴대전화를 가지는 셈이다.

• 지나친 발전이 가져온 중독의 위험

그러나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하루 24시간 내내 들고 다니다보니 게임 중독, 채팅 중독, 인터넷 중독 등 부작용이 함께 나타나기 시작했다. 원하는 기능을 마음껏 탑재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오히려 지나친 몰입을 유발해 도저히 그만둘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짤막한 채팅을 나누는 메신저 서비스에 빠지는 바람에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화면을 들여다보다 결국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인맥을 넓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자신의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노출시키는 관계중독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초·중·고등학생 3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서는 고등학생의 10%, 중학생의 7%, 초등학생의 1%가 중독과 금단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전문가들은 어린 나이에 중독을 겪으면 사회성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 성인이 돼서도 후유증을 겪을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2013년, 휴대전화가 탄생 40주년을 맞이했다. 사람으로 치면 ‘불혹’이라 불리는 나이지만 지칠 줄 모르는 변신 덕분에 갓 태어난 어린아이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관계를 이어주고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든든한 존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어떻게 쓰느냐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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