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의 전쟁이 매년 빨라지는 이유

별들조차도 더위에 지쳐 조는 듯한 나른한 여름밤. 하지만 그 꿀맛 같은 단잠을 깨우기에는 그리 큰 소리가 필요하지 않다. 그저 모기 소리 정도면 된다. 귓전에 울리는 앵앵대는 모기 소리에도 계속 잠을 잘 수 있을 만큼 신경이 무딘 사람은 별로 없다. 심지어 모기 소리보다 10만 배나 큰 기찻길 소음 속에서도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사람일지라도 모기 소리는 참기 힘들 정도다.

이처럼 사람들은 기찻길 소음보다 모기 소리를 더 싫어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싫은 것은 모기 소리가 아니라, 모기 그 자체이다. 모기에게 물리면 벌겋게 부어오르고 가려울 뿐 아니라, 운이 없다면 꽤 심각한 질병에 걸릴 가능성도 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처럼 모기는 작지만 그들이 옮기는 질병은 결코 가볍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모기들이 가벼운 가려움증과 발진 등을 일으키는데 그치지만, 작은빨간집모기(일본뇌염), 중국얼룩날개모기(말라리아), 아에데스 알보픽투스(뎅기열) 같은 모기들은 그 정도로 만족하지 못한다. 이 밖에도 모기는 황열이나 웨스트나일열과 같은 질병도 모기에 물려 전염된다.

모기가 옮기는 질환이 사람에게 끼치는 해악이 얼마나 큰지는 말라리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약 500만명이 말라리아에 걸리며 이 중에서 100~200만명이 사망한다. 이는 이전에 비해서 많이 줄어든 수치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제 3세계의 5세 미만 어린이들의 사망과 청력 손실의 주요 원인은 말라리아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모기는 뇌염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1960년대까지는 연간 300~900명이 모기가 옮기는 일본 뇌염으로 사망했다. 이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뇌염이 남긴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생하곤 했었다. 비록 1970년대 이후에는 백신의 보급으로 발병률이 급격히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모기는 우리에게 말라리아 원충과 뇌염 바이러스가 혼합된 질병이 폭탄처럼 인식되고 있다.

모기에 대한 인식이 ‘질병 폭탄’인 만큼 인류는 오랜 세월 모기를 박멸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 왔다. 모기장을 둘러치고 모깃불을 피우고 모기의 애벌레인 장구벌레가 서식하는 물웅덩이를 없애 모기를 박멸하려고 했다. 그리고 말라리아 치료제와 황열 백신과 뇌염 백신을 개발하는 적극적인 대처법도 등장했다. 또한, DDT를 비롯한 각종 살충제를 개발해 모기를 박멸하는 과격한 방법까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했지만, 아직 모기의 박멸까지는 길이 멀다.

심지어 최근 들어서는 그나마 모기로부터 안전한 시기였던 겨울마저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보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 빨간집모기의 경우, 지난 2000년에는 5월 3일에서야 처음으로 발견됐었다. 하지만 매년 하루씩 발견 시기가 단축되어 2013년에는 4월 18일에 최초 발견이 보고되었을 정도로 출현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 심지어 추위가 한창인 11월~12월에도 모기가 관찰되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최근 모기의 출현 시기는 더 빠르고 더 길어지고 있다.

곤충류에 속하는 모기는 기온이 평균 섭씨 14~41도 사이에서만 성충으로 활동할 수 있다. 모기의 활동시기가 빨라지고 길어진 것은 그만큼 기온과 환경이 따뜻하고 온화하게 변화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학자들은 모기의 등장 시기가 더 빨라진 것에는 온실 효과의 증가로 인한 기후 변화 때문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온실 효과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봄이 오는 시기가 빨라졌고, 이에 맞추어 모기의 활동 시기도 빨라졌다는 것이다.

모기만이 아니다. 실제로 기상청의 관측에 따르면 개나리와 진달래, 벚꽃 같은 대표적인 봄꽃들의 개화 시기 역시도 지난 30년 전에 비해 6~8일 정도 앞당겨졌다고 한다. 온실가스의 증가로 인한 기온 상승은 기온이 오르는 봄의 시작을 앞당겼고, 그 결과 봄의 전령사들도 이전보다 빨리 찾아오는 셈이다.

덩달아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 모기 역시도 바삐 오는 봄을 따라 날갯짓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전 지구적인 기온 상승은 모기의 출현 시기를 앞당겼을 뿐 아니라, 모기의 서식지까지도 넓히는 이중 효과를 가져왔다. 일반적으로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모기들은 주로 열대 지역에 서식하기에 오래 전부터 아프리카는 말라리아 때문에 많은 피해를 받았다. 그렇지만, 아프리카 내에서도 해발 1,624m인 케냐의 나이로비, 1,479m인 짐바브웨의 하라레 같이 고위도 지역은 서늘한 기온 덕분에 모기가 서식하지 못하는 ‘말라리아 안전지대’에 속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아프리카 고지대 역시 말라리아로부터 ‘안전’하지 못하게 됐다. 기후 변화로 인해 이 곳 고산 지대들의 기온이 올라가자 모기 역시도 따라 올라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질병학자들은 기후변화를 이 같은 모기 서식지 확대 현상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하고 있다.

또한 모기가 사라지는 시기가 늦춰지는 것 역시도 바뀐 생활 환경과 관계가 있다.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도시화되고 조밀화 되면서 아파트의 보급이 늘어난 것이 모기에게는 호재(好材)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아파트에는 물탱크와 온수 탱크 같은 저수 시설과 지하 주차장의 배수구처럼 겨울에도 외부에 비해 기온이 따뜻하고 얼지 않는 ‘물웅덩이’가 늘 존재한다. 이곳에서 성충 상태로 겨울을 나는 모기들도 생겨나는 실정이다.

특히나 날개에 힘이 약해 높은 곳은 올라가지 못하는 모기들에게 고층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그들의 날개를 대신해 더 높은 곳의 먹잇감(?)에게 데려다주는 로켓이 되고 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낸 아파트 시설들이 모기와의 전쟁에 있어서는 오히려 적군인 모기에게 이롭게 이용되고 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길기만 했던 겨울이 끝나고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두꺼운 겨울옷을 벗어던지고 햇살의 따뜻함을 즐길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봄날과 함께 찾아온 불청객 모기와의 귀찮은 전투가 이제 또 시작되려 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기존의 다양한 모기 방제 장치들에 더해 기존의 살충제보다는 생태계와 환경에 악영향을 덜 미치는 방법들을 다양하게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보다 훨씬 이전인 2억 년 전부터 지구상에서 성공적으로 살아온 모기들을 완전히 내몰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의 노력이 필요할 듯 보인다. 올해도 찾아올 모기와의 전쟁에서 부디 무사하시길!

글 :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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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사람 기피하게 만드는 기술!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유난히 모기에게 자주 물리는 사람들은 여름이 괴롭다. 하지만 모기에게 시달릴 걱정 따위 하지 않아도 될 날이 조만간 올지 모르겠다. 사람의 체취를 좋아하지 않는 유전자 조작 모기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최근 미 록펠러 대학과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HHMI) 소속의 과학자들이 모기의 후각 유전자를 조작해 사람의 체취와 곤충 기피제의 냄새에 대한 반응을 변화시키는 실험에 최초로 성공했다.

과학기술 전문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는 이번 연구 결과가 모기의 유전자 조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힌 것 외에도 모기들이 왜 그토록 사람의 체취에 끌리는지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대처법을 알려주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으로 모기를 매개체로 하는 질병의 퇴치에 커다란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연구진은 뎅기열과 황열병을 옮기는 역할을 하는 열대모기인 이집트 숲모기(Adedes aegypti)의 유전체(genome)가 지난 2007년에 완전히 해독되자, 이 데이터를 이용해 곤충의 후각과 관련된 오르코(orco)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실험에 착수했다. 오르코는 이보다 앞선 파리의 유전자 조작 실험에서 후각과의 관련성이 입증됐던 유전자다.

연구진은 모기의 오르코 유전자도 냄새를 맡는 데 필수적인 유전자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우선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ZFN(zinc-finger nuclease) 효소를 모기 배아에 주입한 후 성숙되기를 기다렸다가 돌연변이를 유발한 후 부화시켰다. 그 결과 이 돌연변이 모기들은 후각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뉴런(neuron)의 활동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 관찰 시험에서는 더욱 큰 변화를 보였다. 야생종의 열대 모기들은 사람과 다른 동물이 같이 있을 때 보통 사람에게 달려드는 데 반해, 유전자가 조작된 열대 모기들은 사람보다 다른 동물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유전자 조작 모기는 이산화탄소가 있는 곳에서도 사람의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했다. 이산화탄소 성분은 사람의 냄새를 맡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은 유전자 조작 모기들이 곤충 기피제(DEET, Diethyl meta tolumide)의 냄새도 맡지 못했다는 것이다. DEET는 벌레들을 쫓아버리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연구진은 10% 정도의 농도를 가진 DEET 용액에 담갔던 사람의 팔과 아무 것도 바르지 않은 사람의 팔을 함께 노출하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유전자 조작 모기들은 양쪽에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즉 유전자 조작 모기들은 DEET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록펠러대의 레슬리 보스홀(Leslie Vosshall) 박사는 “오르코 유전자가 한 가지 냄새에 대한 선호도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해 주는 것”이라며 “DEET와 관련된 반응까지는 사전에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언급했다.

미국 농무부와 미군이 공동으로 개발한 곤충기피제인 DEET는 50여 년 전 개발됐다. DEET 덕분에 군인들은 곤충이 옮기는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고 민간인들은 야영이나 야외 바베큐 파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DEET의 정확한 작용 메커니즘이 밝혀진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록펠러대의 연구진은 지난 2008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DEET의 분자표적을 찾아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표에 의하면 DEET는 Or83b라는 수용체를 차단해 마치 화학적 망토처럼 인간의 냄새를 은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인간의 냄새를 숨겨 피를 빠는 곤충의 후각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인간이 선천적으로 좋은 향기와 악취를 구별할 줄 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곤충의 경우는 당연히 특정한 유전자가 특정한 냄새에 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과학계는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농업 발전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인류의 건강을 저해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곤충들을 막으려면 곤충의 냄새 감각을 무디게 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어 전략이라는 게 록펠러대 연구진의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진은 4종의 서로 다른 곤충종들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썩은 과일에 모여드는 습성을 보이는 초파리와 귤 해충인 지중해초파리, 옥수수 및 토마토 등에 피해를 입히는 왕담배나방과 인간을 흡혈하는 말라리아 모기 등이 실험대상이었다.

연구진은 4종의 곤충을 대상으로 후각과 관련된 유전자를 제거한 뒤 선호하는 대상을 같은 공간에 있도록 했다. 실험 결과 이들 곤충들은 예전의 선호하던 냄새들을 맡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연구진은 후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를 모기에서 제거한 다음 이를 다시 후각 유전자가 결여된 돌연변이 초파리에 전환시켰다. 그 결과 다른 종의 곤충에서 기인한 유전자라 해도 전반적으로 곤충들의 냄새 감각을 회복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만일 우리들이 이러한 유전자 정보를 냄새 수용체들의 운송을 화학적으로 저해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모기가 인간들을 인식할 수 없게 만들거나 해충이 농작물을 인식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스홀 박사의 말처럼 이런 연구가 질병이 전파되거나 곡식이 죽는 것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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