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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11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무드셀라 증후군?!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무드셀라 증후군?!

“너! 를! 나만의 여자로 만들겠다는 꿈이 생긴 거야~”

TV를 보며 신 나게 몸을 흔들어대는 아빠. 그런 아빠가 못마땅한 태연은 한 마디를 한다.

“아니, 가요 프로그램은 5초 이상 보지 않는 아빠가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래요? 게다가 육중한 몸으로 춤까지…, 지진 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TV엔 최신가요가 아닌 90년대 음악인 터보의 ‘나 어릴 적 꿈’이 흘러나오고 있고, 90년대에 대학생이었던 아빠는 본인 말로는 ‘잘 나갔던’ 시절을 회상하며 몸을 흔들고 있다.

“태연이 니가 몰라서 그렇지, 아빠가 대학교 때는 엄청 잘 나갔어요~. 내가 신촌 바닥 좀 쓸고 다녔지.”

“네?! 아빠가요? 저렇게 뚱뚱한대? 90년대엔 뚱뚱한 사람이 잘 나갔나? 도대체 90년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TV엔 온통 90년대 이야기뿐이에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 TV엔 온통 90년대 이야기뿐이다. 90년대 사람들, 90년대 노래와, 90년대 패션…. 2003년도에 태어난 태연은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그땐 이 몸이 아니었지~, 그땐 말이다, 태연아, 아빠에겐 젊음이 있었고, 낭만이 있었으며, 자유로움이 있었지. 날 따르는 여자 후배들도 많았고, 난 누구나 꿈꾸는 멋진 선배였지…. 아~! 아름다웠었는데.”

“아름다웠다고요? 아빠가요?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아빠가?!”

“그러엄~! 그땐 모든 게 다 아름다웠단다, 딸아~.”

아빠, 너무 아름다운 기억만 갖고 계신 거 아니에요? 아빠, 무드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 같아요.

“무…, 무드? 무슨 무드?!”

“그냥 무드가 아니라 무드셀라 증후군이요. 추억은 항상 아름다운 것이며, 나쁜 기억은 지우고 좋은 기억만 남겨두려는 인간의 심리를 말하죠. 즉, 일종의 퇴행 심리예요. 아빠의 대학생 시절에 분명 암흑기가 있었을 텐데, 아빤 그런 기억은 다 지우고 본인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있는 거예요. 무드셀라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과거의 일을 떠올릴 때, 좋은 기억만 남기려는, 즉 기억왜곡현상을 나타내는 것이죠.

“아냐~. 태연이 니가 몰라서 그렇지 내 젊음은 정말 아름다웠다고! 너야 말로 모르는 걸 왜곡하지 마!”

“아빠는 지금 무드셀라 증후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군요, 예를 들어 친구랑 대판 싸웠는데, 시간이 흘러 싸운 기억은 모두 잊고 재밌게 놀았던 기억만 갖고 친구와 계속 친하게 지낸다면, 그것은 무드셀라 증후군의 장점이겠죠. 하지만 지금 아빠는 과거의 좋았던 기억만 갖고 현실은 도피하려는 무드셀라 증후군의 단점 증상을 보이고 있어요. 아빠는 지금 2015년에 살고 있다고요~, 정신 차려요, 아빠!”

“흠…, 난 현실을 도피하려는 게 아냐. 그냥 나의 젊은 시절이 아름다웠고, 지나간 시절이 그리울 뿐이며, 시간이 이렇게 벌써 흐른 게 아쉬울 뿐이라고!”

“적당히 해야죠, 적당히~. 벌써 며칠 째예요? 봤던 거 또 보고, 봤던 거 또 보고…. 이제 제가 다 외우겠어요! 무드셀라 증후군은 자신이 처한 현실이 우울할수록 더 잘 나타난대요. 흑흑, 아빠, 제가 앞으로 잘 할게요. 어서 돌아와요. 흑흑….”

“아이~, 참,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울긴 왜 울어?! 아빠는 맘대로 추억에 빠지지도 못하냐?!”

증후군이란 단어로 돼 있어서 질병이 아니라고…, 본인은 괜찮다고…, 그렇게 아빠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래요. 하지만 그건 본인 위안일 뿐이라고……, 흑흑.”

“에휴, 알았다, 알았어, 돌아왔다, 돌아왔어. 짠~! 아빠 돌아 왔어요~,”

추억에 잠시 빠지는 것은 마음의 안정을 찾아 주기도 하지만, 너무 과하면 문제가 돼요. 현실이 힘들고 지치더라도 이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연습도 필요해요. 자~, 이제 저를 받아들여 주세욧.”

“알았다, 알았어. 그나저나 우리 딸, 언제 이렇게 똑똑했었나?! 무드셀라 증후군 같은 어려운 단어도 척척 설명하고 말야.”

“아빤 뭐, 제가 매일 놀고, 먹고, 자고…, 그러는 줄 아세요? 저도 다 알건 안다고요!”

“우리 딸, 이제 다 컸네~! 내가 딸 하나는 잘 키웠다니까!”

딸의 간곡한 부탁에 훌훌 자리를 털고 나가는 아빠, 감춰둔 휴대전화를 꺼내는 태연은 혼잣말을 한다.

‘큭큭, 이젠 EXO 오빠들 실컷 볼 수 있겠네~! 역시 사람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해!’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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