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의 과학] 토마토가 익으면 의사의 얼굴이 파래진다?


먹는 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죠. 모두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요즘 트렌드는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입니다. 그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는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메인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대중의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에 다양한 요리법이나 영양소에 대한 내용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COOKING의 과학]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매월 제철 음식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영양소도 함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그러나 과일의 경우 당 성분 때문에 너무 많이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한다. 그러나 토마토의 경우 당 걱정이 필요 없다. 건강을 위한 가장 매력적인 작물 중에 하나는 바로 토마토다. 요즘같이 여름 늦더위가 이어지면 사람들은 보양식을 계속 찾게 된다. 보양식하면 대개 삼계탕, 개고기, 장어 같은 음식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런 고단백 보양식은 고기를 자주 먹지 못하던 과거의 보양식이고 오히려 요즘처럼 영양 과잉시대에 이상적인 여름 보양식은 바로 토마토다. 토마토는 무더운 여름이 제철이다. 

이렇게 토마토는 현재 전 세계인들이 즐겨 먹지만,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작물은 아니었다. 토마토는 원래 남미 페루의 안데스 산맥에서 태어났다고 추정된다. 그러다가 16세기 초 남미에서 유럽으로 건너갔고 처음에는 독초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원래 건조하고 햇빛이 많은 곳에서 잘 자라는 토마토는 지중해 연안을 중심으로 재배되면서 그 진가가 알려졌고 사랑받기 시작했다. 그 후 북유럽 전체로 전파된 것이다. 이후 토마토는 점차 유럽 요리에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식품으로 발전했다. 그 후에는 고향을 떠난 지 거의 300년 만에 미국으로 다시 건너간 토마토는 중국음식으로 알려진 케찹과 결합해 토마토케찹으로 재탄생했다. 현재 토마토케찹은 전 세계인들의 요리에 빠지지 않는 중요한 소스다. 

처음에 우리나라에서는 토마토를 식용보다 관상용으로 심었다고 한다. 토마토라는 이름은 모두가 알지만 ‘일년감’이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일년감은 국어사전에 등재된 토마토의 한글이름이다. ‘일 년을 사는 감’이라는 뜻이다. 옛 문헌에는 한자이름 ‘일년시’ 라고 나온다. 토마토는 우리나라에 소개된 역사가 꽤 길다. 조선시대 유학자 이수광은 ‘지봉유설(芝峰類說)’이란 책에서 토마토를 감 ‘시(枾)’ 자를 써서 ‘남만시(南蠻枾)’ 라고 소개했다. ‘남쪽 오랑캐 땅에서 온 감’이라는 뜻이다. 지봉유설이 나온 건 1614년이니 그전에 이미 토마토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토마토는 미국 타임즈가 선정한 10대 슈퍼푸드 중의 하나로 선정될 만큼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어떤 성분들이 토마토를 이렇게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등극시켰는지 한번 따져보자. 먼저, 토마토에 함유돼 있는 성분으로는 각종 유기산, 아미노산, 루틴, 단백질, 당질, 회분, 칼슘, 칼륨, 철, 인, 비타민A, 비타민B1, 비타민B2, 비타민C, 식이섬유 등 많은 영양소가 들어 있다. 비타민C의 경우 토마토 한 개에 하루 섭취 권장량의 절반가량이 들어 있다. 또한 토마토에 함유된 비타민C는 피부에 탄력을 줘 잔주름을 예방하고, 멜라닌 색소가 생기는 것을 막아 기미 예방에도 효과가 뛰어나다. 또한 토마토에 많이 들어 있는 칼륨성분도 매우 중요하다. 칼륨은 체내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짜게 먹는 식습관에서 비롯된 고혈압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유럽 속담에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랗게 된다”는 말이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토마토는 의사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는 뜻으로 생각해왔다. 토마토가 건강식품으로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라이코펜(lycopene)’ 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토마토에는 라이코펜, 베타카로틴과 같은 항(抗)산화 물질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토마토가 예쁜 빨간색을 띠는 것은 ‘카로티노이드(carotinoid)’라는 식물영양소(phytonutrient)라는 성분 때문이고, 이 중에서도 특히 라이코펜이 주성분이다. 잘 익은 빨간 토마토 100g에는 라이코펜이 7∼12mg정도가 들어 있다. 토마토 한 개를 200g으로 본다면 20mg정도를 섭취하는 셈이다. 

토마토의 붉은색을 만드는 라이코펜은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배출시켜 세포의 젊음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라이코펜은 남성의 전립선암, 여성의 유방암, 소화기계통의 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라이코펜이 알코올을 분해할 때 생기는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므로 술 마시기 전에 토마토 주스를 마시거나 토마토를 술안주로 먹는 것도 좋아 서양에서는 토마토를 해장용으로 먹기도 한다. 또한 토마토는 다이어트에도 제격인데 토마토 1개(195g)의 열량은 35kcal에 불과하며 수분과 식이섬유가 많아 포만감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사 전에 토마토 한 개를 먹으면 식사량을 줄일 수 있으며, 소화도 돕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토마토를 주로 과일로 취급했다. 어릴 적이면 여름철에 엄마가 해주던 설탕 뿌린 달달한 토마토의 맛이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달랐다. 미국에서는 토마토가 세금문제 때문에 과일이냐 채소냐 하는 법정시비가 있었고, 대법원에서는 토마토를 채소로 판결을 내렸다. 

그럼, 토마토는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생으로 먹는다면 파란 것보다 빨간 것이 건강에 더 유익하므로 완전히 익혀 먹는 것이 좋다. 빨간 토마토에는 라이코펜이 많이 들어 있으나 그냥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다소 떨어지므로 열을 가해 조리해서 먹는 것이 좋다. 열을 가하면 라이코펜이 토마토 세포벽 밖으로 빠져나와 우리 몸에 잘 흡수된다. 토마토의 라이코펜과 지용성 비타민은 기름에 익힐 때 흡수가 잘 된다. 

라이코펜은 열에 강하고 지용성이라 기름에 볶아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따라서 토마토는 올리브오일이나 식용유를 곁들여 익혀 먹는 게 좋다. 또는 기름에 볶아 푹 익혀서 퓨레 상태로 만들어 두면 편리하다. 또한 토마토의 껍질을 벗기려면 끓는 물에 잠깐 담갔다가 건져서 찬물에서 벗기면 손쉽게 벗길 수 있다. 잘 익은 토마토 껍질을 벗기고 으깨면서 체에 걸러 졸인 것을 ‘토마토 퓨레’라고 한다. 파스타나 피자에 사용하는 토마토소스는 마늘과 쇠고기를 다져서 올리브유에 볶다가 적포도주 조금과 함께 토마토 퓨레를 넣으면 쉽게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세기 초에 남쪽 오랑캐가 전해 준 관상용 감 정도로 생각해 ‘남만시’라고 불렸던 토마토였지만 이제는 전 세계인들의 건강식품이 됐고, 우리 식탁에서의 위치도 달라졌다. 토마토를 생으로 먹는 것도 좋지만, 고기나 버섯처럼 구워 먹고, 올리브오일을 뿌려 구워먹는 것도 좋다. 또한 푸른 토마토로 김치나 장아찌를 담그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 음식과 다양하게 응용해 보는 건 어떨까. 

글 : 정혜경 호서대학교 바이오산업학부 식품영양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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