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고맙거나 해롭거나, 빛의 두 얼굴

 

 

세상은 빛과 함께 존재합니다. 세상을 밝고, 아름답고, 화려하고, 오묘하게 만들어주는 빛은 희망, 깨달음, 즐거움의 상징이기도 하죠. 그래서 거의 모든 종교의 창세기가 세상을 밝혀주는 빛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실제로 빛은 우리에게 온기를 주고 안전을 지켜줍니다. 빛을 이용한 녹색식물의 광합성이 없었더라면 지구는 지금도 아무것도 살지 않는 삭막한 행성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2015년은 UN이 지정한 "세계 빛의 해"입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빛’을 주제로 한 칼럼을 연 4회 기획하고 있습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서울 야경(사진 : 이윤선)



칠흑같이 캄캄한 어둠 속, 손에 닿는 나무 손잡이 하나만 의지해 걷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온몸이 경직됐고, 신경은 곤두섰다. 잰걸음으로 한참을 걷다 드디어 작은 조명에 비친 돌을 마주하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어루만지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준다는 일본 교토 청수사의 명물, 수구돌이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둠이 주는 공포는 상상 이상이었다. 자다 깼을 때 불을 켜지 않아도 희미하게 방 구조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어둠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렇게 우리는 빛이 없으면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그만큼 빛은 우리가 생활하는 데 아주 중요한 존재인 것이다. 

백열등에서 시작된 조명기기는 해가 없는 한밤중에도 대낮처럼 활동할 수 있게 해 준다. 인터넷은 바다와 땅 속에 깔린 광케이블을 통해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시켰다. 레이저나 엑스선 등의 빛을 활용한 의료기기는 인류의 수명 연장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과학자들은 광학을 21세기 가장 주요한 인류의 성장 동력으로 꼽는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과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야 말로 빛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과정을 통해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일까? 

■ 빛이 반사될 때 사물은 존재한다 

우리가 물체를 볼 수 있는 이유는 빛이 반사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에서 나온 빛은 직진하다가 물체에 부딪혀 사방으로 반사된다. 이 반사된 빛들 중 일부가 우리 눈에 들어오면 우리는 물체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눈이 정보를 파악하는 구조는 카메라의 기능과 같다. 안구 앞쪽에 있는 수정체는 카메라의 렌즈를, 수정체 바로 앞의 홍채는 조리개 역할을 한다. 동공을 통해 들어온 빛의 양은 홍채로 조절되는데, 밝을 때는 홍채를 닫아서 빛이 들어오는 통로를 작게 하고 어두울 때는 크게 열어서 더 많은 빛이 들어오게 한다. 

홍채를 통해 안구 안으로 들어온 빛은 수정체에서 굴절돼 하나의 점으로 모아진다. 어릴 적 운동장에서 볼록렌즈를 종이에 대보면 빛이 하나로 모아졌던 것처럼 말이다. 이때 빛이 모아진 점이 망막에 정확하게 닿으면 보고 있는 물체의 상이 맺힌다. 이후 빛은 망막을 지나면서 전기 신호로 전환돼 시신경을 지나 대뇌로 전달된다. 그럼 우리는 빛의 색이나 밝은 정도를 파악해 빛이 반사된 물체를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밤에는 빛을 비춰주는 태양이 없다. 달이 어둠속에서 환하게 빛을 내고 있지만 달도 물체와 마찬가지로 태양빛에 반사돼 보이는 것일 뿐이다. 밤에 햇빛의 역할을 하는 것은 인공조명이다. 전등이나 스탠드, 가로등의 빛을 이용해 밤에도 낮과 같이 활동하고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이다. 

■ 멋진 야경이 빛공해로 전락해 

그러나 인공조명 빛의 고마움도 잠시. 최근에는 지나치게 많은 인공조명으로 인해 멋진 야경이 ‘빛공해’로 전락했다. 수많은 가로등과 화려한 간판, 광고 영상이 도시를 낮보다 더 밝게 비추고 있어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또 식물은 밤과 낮을 구분하지 못해 정상적인 성장을 하지 못하고, 야행성 동물은 먹이사냥이나 짝짓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빛공해에 장기간 노출되면 뇌기능 저하는 물론 암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연구팀은 약한 불빛의 방에서 잔 경우 통찰력과 관련된 전두엽 부위의 뇌기능이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고 지난해 5월 발표했다. 게다가 우리나라 야간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빛공해가 심한 지역에서 유방암 발생 위험이 다른 지역보다 1.3%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의 화려한 간판(사진 : 이윤선)



인간의 생체리듬은 빛을 쐬는 주기와 연관이 있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자전 및 공전하면서 자연광은 일주기와 월주기, 계절적인 변화가 생기는데, 이 변화가 생체리듬을 갖게 한다. 따라서 빛이 우리 몸의 신체적, 심리적인 변화에 중요한 자극제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 인공조명, 태양빛에 더 가깝게 

따라서 빛공해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나서서 서울의 밤거리를 어둡게 할 예정이다. 최근 빛공해를 줄이기 위해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했기 때문이다. 생활환경에 따라 서울시를 4개 관리구역으로 구분하고 옥외 인공조명의 빛 밝기 기준을 다르게 적용한다는 것이다. 

상업지역은 제4종으로 지정해 가장 높은 최대 밝기를 허용한다. 주거지역과 논밭, 산림지역은 좀 더 낮은 기준을 적용해 빛공해로 망가졌던 시민들과 생태계의 생체리듬을 되돌리겠다는 계획이다. 

태양광과 유사한 인공조명을 사용해 빛공해를 줄이려는 시도도 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인간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자연광에 대해 분석하고, 유사한 인공조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최근에는 단순히 빛의 밝기뿐만 아니라, 시간에 따라 빛의 밝기와 색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인공조명이 개발됐다. 

씨넷사의 ‘The Sunn Light’는 태양이 떠오르는 7시에는 은은한 빛을 낸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밝아지다가 태양빛이 절정을 이루는 오후 3시가 되면 조명기구도 밝기도 최대가 된다. 그런 다음 다시 서서히 약해지다가 해가 질 무렵인 오후 7시가 지나면 다시 은은한 조명으로 바뀐다. 개발팀은 “태양광처럼 자연스러운 조명으로 인간의 생체리듬’을 맞추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점에 착안해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글 :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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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이기는 빛, 과하면 공해가 된다

빛과 어둠의 두 가지 중에서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빛은 언제나 생명, 희망, 청결, 치유, 기쁨을 상징한다. 이와 반대로 어둠은 죽음, 절망, 고난, 상처, 슬픔을 나타낸다. 빛과 어둠 중에서 고르라면 보통은 빛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조금의 빛도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을 꼭꼭 가리고 그것도 모자라 눈가리개까지 한 채 캄캄한 방안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빛공해’ 또는 ‘광공해’를 피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법률적으로는 인공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해 과도한 빛이 생기거나 정해진 영역 밖으로 누출되는 빛이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방해하는 상태를 빛공해로 규정한다.

전기 장치와 조명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이 만들어내는 빛의 세기도 함께 증가했다. 수십 년 전에는 촛불에 의지해 어두운 밤을 보냈지만 지금은 촛불 수백 수천 개에 해당하는 강렬한 빛을 아무렇지도 않게 켜고 산다. 촛불 하나 정도의 밝기를 1칸델라(cd, 광도의 SI단위)로 정하면 컴퓨터용 모니터는 400칸델라가 넘는다.

가정용 대형 LED TV의 밝기는 그보다 10배 밝은 4천 칸델라 수준이다. 거실에 다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의 많은 촛불을 켠 수준의 밝은 화면을 매일 밤 바라보며 살고 있는 셈이다. 옥외 광고판은 더하다. 도심 곳곳에서는 8천 칸델라가 넘는 초대형 화면이 현란한 영상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유혹한다. 자동차의 앞길을 밝히는 헤드라이트는 최소 기준이 1만5천 칸델라에 최대는 11만 2천5백 칸델라나 된다.

수만 년에 달하는 기나긴 역사를 지나며 인간의 신체는 낮과 밤이라는 고정된 주기에 적응해왔다.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지면 저녁을 차려먹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가 해가 떠서 창밖이 훤해지면 잠에서 깨어 하루를 시작하는 패턴이다. 캄캄해야 할 야간에 너무 밝은 빛을 쬐게 되면 고유한 신체 리듬이 깨져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시끄러운 소리가 반복되면 소음 공해, 불쾌한 냄새가 지속되면 악취 공해라 부르는 것처럼 너무 밝은 빛으로 인해 생활에 방해를 받는다면 빛 공해라 부를 만하다.

빛공해는 크게 다섯 가지의 피해를 준다. 우선 ‘하늘 밝아짐’ 현상을 꼽을 수 있다. 빛이 밝으면 밤하늘의 별을 보는 데도 문제가 있다. 도심의 불빛으로 인해 밤하늘의 어둠이 영향을 받는 현상을 ‘광해’라 하는데 광해가 심해져 밤하늘이 밝아지면 별은 자취를 감춘다. 어린 시절에는 쉽게 보던 은하수를 더 이상 관측할 수 없는 것은 대기 오염의 영향도 있지만 빛공해도 큰 몫을 차지한다.

둘째는 ‘눈부심’ 현상이다. 빛이 너무 밝으면 순간적으로 시각이 마비되기 때문에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 약한 빛에는 불쾌한 기분이 드는 정도지만 빛의 세기가 강해질수록 사물을 분별하기 어려워지고 일시적으로 눈이 멀기도 한다.

셋째는 ‘빛 뭉침’ 현상을 꼽을 수 있다. 조명이나 광고물이 밀집돼 강한 빛을 내면 시선을 분산시키고, 판단력을 저하시켜 사고 위험을 높인다. 한데 뭉쳐 있는 조명 기구들 중 불필요한 것들은 소등하거나 제거하는 것이 좋다.

넷째는 ‘빛 침투’ 현상이다. 애초 의도한 범위를 벗어나 빛이 넓게 퍼지면 동물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주택 거주자의 취침을 방해한다. 잘못된 가로등 방향으로 인해 집안으로 밝은 빛이 들어오는 사례가 여기에 속한다. 호숫가에 밤새도록 가로등을 켜놓으면 물 속 동물성 플랑크톤이 성장하지 못해 녹조류가 급증하고 수질이 악화된다. 논밭 주위에 밝은 전등을 켜놓으면 작물의 성장이 크게 저하된다.

다섯째는 ‘과도한 빛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필요 이상의 조명을 사용하게 되면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으며 인간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칸델라의 빛이 1m 밖에 도달할 때의 조도를 1룩스(lx, 조명이 밝은 정도를 말하는 조명도의 단위)로 정했을 때, 취침 환경의 조도가 5룩스만 넘어도 잠을 제대로 못 자게 돼, 이튿날 인지기능이 눈에 띄게 달라질 정도로 뇌에 문제가 생긴다. 신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빛공해에 노출되면 결막충혈, 안구 건조, 눈 피로감, 눈 통증, 자극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밤새 불을 켜둔 방에서 자는 아이 중 절반 이상은 16세 이전에 근시가 된다.

빛공해는 암도 일으킨다. 이스라엘의 조사에 따르면 빛공해가 심한 지역에 사는 여성은 유방암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73%나 높다. 과도한 빛이 몸속 호르몬 중 암 발생을 막는 멜라토닌의 분비를 막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야간 조명이 강한 지역을 조사했더니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빛공해의 심각성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1910년대 미국의 천문학자 지디언 리글러(Gideon Riegler)다. 당시 일반인들은 빛공해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이다. 천문학자들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산골이나 바닷가에서 관측을 하기 때문에 빛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빛공해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바뀌어 과도한 빛 사용을 법적으로 제한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다.

국제조명위원회(CIE)는 4가지 종류의 환경 구역에 따라 빛의 세기를 달리할 것을 권장한다. 제1종은 국립공원과 같은 자연환경 보전 지역으로 건축물과 광고물의 평균 휘도(輝度, 광원의 단위 면적당 밝기의 정도)가 0칸델라로 제한된다. 제2종은 농림 지역과 녹지 지역으로 평균 휘도가 건축물은 1m²당 5칸델라, 광고물은 50칸델라를 넘지 못한다. 제3종은 주거지역으로 건축물 15칸델라, 광고물 400칸델라를 넘어선 안 된다. 제4종은 야간 활동이 활발한 상업지역이지만 건축물은 50칸델라, 광고물은 800칸델라, 대형 광고물도 1천500칸델라 이하를 권장한다.

우리나라도 2013년 2월에서야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도심 지역의 건축물 조명 중 70% 이상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전광판은 87%가 규정을 위반할 정도로 조명 사용이 과도한 상황이다. 빛공해를 호소하는 민원도 2005년 28건에서 2011년 535건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게다가 요즘 들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새로운 종류의 빛공해가 등장했다. 손에 들고 다니며 잠들기 직전 침대 맡에서까지 들여다보는 스마트폰이 주범이다. 스마트폰의 화면은 가장 어둡게 조정해도 80칸델라 수준이며 최대 밝기에 놓으면 500칸델라를 훌쩍 넘는다. 손바닥만한 화면에서 컴퓨터 모니터보다 밝은 빛이 나오기 때문에 빛공해로 인한 부작용도 그만큼 강력하다.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 아이들은 수면 장애와 학습 부진에 시달리기도 한다. 어른들도 빛공해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침대에서까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불면증에 걸린 사람들의 하소연이 병원마다 줄을 잇는다. 게다가 잠자리에 든 이후 아주 잠깐 스마트폰의 빛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숙면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 침실의 불을 끈 이후에는 아주 작은 불빛도 접할 수 없도록 두터운 커튼을 치고 모든 전자 제품의 전원을 끄는 것이 좋다.

늦은 밤 TV 시청이나 스마트폰 생활로 인해 종달새 족에서 올빼미 족으로 바뀐 사람들은 어떻게 제자리로 돌아와야 할까. 2013년 8월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연구진은 생체시계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비결을 공개했다. 인공적인 불빛이 전혀 없는 산속으로 캠핑을 떠나 태양빛과 모닥불에만 의지해 일주일 동안 지내는 것이다. 실제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비슷한 시간에 잠이 들었고 일출 시간에 맞춰 자동적으로 눈이 떠졌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바쁜 현대인들로서는 실행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빛공해 방지 종합계획’에 따라 2013년도 빛공해 기준 초과율 27%가 오는 2018년도까지 절반인 13%로 줄어들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불필요한 조명을 끄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방법만으로도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난다니 오늘밤부터 실천에 옮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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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로 읽는 과학]와이파이보다 100배 빠르게, 라이파이

 

2014년 KISTI의 과학향기에서는 [Keyword로 읽는 과학]이라는 코너를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와 관련된 과학계의 신조어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에 [Keyword로 읽는 과학] 코너에서 최신과학기술용어나 신조어를 알기 쉽게 풀어서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독자 분들의 참여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내 독자참여-주제제안 란, 또는 댓글로 알고 싶은 키워드를 남겨 주시면 선정 후 기사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LED 불빛 아래 서면 영화 한 편을 모바일 메신저 한 글자처럼 빠르게 보낼 수 있는 세상이 온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의 합작벤처인 ‘초병렬 가시광통신 프로젝트팀’은 2013년 10월 말, 새로운 무선통신기술 ‘라이파이(Li-Fi)’의 놀라운 속도를 선보였다. LED에서 나오는 가시광선을 이용해 무려 1초에 10기가바이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데 성공한 것이다. 현재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무선랜인 와이파이(초속 100Mb)의 100배, 무선통신 중 가장 빠르다는 LTE-A(초속 150Mb)보다 66배나 빠른 속도다.

‘라이파이’라는 이름은 2011년 영국 에든버러대 해럴드 하스 교수가 와이파이(Wi-Fi)를 꺾을 새로운 근거리 통신기술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라이파이에서 라이(Li)는 빛(Light)에서 따왔다. (참고로 파이(Fi)는 충실도를 의미하는 ‘fidelity’의 약자다.)

그런데 가시광선으로 어떻게 통신을 한다는 걸까? 얼핏 상상이 되지 않지만, 가시광선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사례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한밤중에 적이 쳐들어오면 횃불로 봉화를 올렸다. 인디언들은 햇빛을 거울에 반사시켜 원거리 통신을 했다. 바다에서는 등대가 불을 깜빡거리며 위치를 알렸고, 해군함정들은 전략신호를 빛으로 주고받았다. 생활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례로는 신호등이 있다. 녹색 불이 깜빡거리면 다음에 건너라는 신호다.

LED도 빛을 깜빡거려서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신호등과 같다. 다만 신호등보다 훨씬 빨리 깜빡거릴 수 있어 정보를 대량으로 전달할 수 있다. LED는 초당 200번 이상 깜빡거린다. 사람의 눈은 1초에 100번 이상 깜빡거리면 인식할 수 없지만 컴퓨터는 인식할 수 있다. 불이 들어오면 1, 들어오지 않으면 0으로 해석한다. 반대로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 신호를 LED의 깜빡거림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LED를 이용한 가시광 통신을 연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어차피 조명으로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기에너지의 대부분을 열로 낭비하는 백열등과 형광등이 점점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로 교체되고 있다. 비싼 돈 들여서 LED 조명으로 교체하는데, 통신기술까지 더하면 1석 2조라는 게 연구자들의 생각이다.

라이파이가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보낼 수 있는 비결은 LTE-A에도 사용된 직교주파수 분할다중 발신기법(OFDM) 덕분이다. 하나의 주파수를 여러 개 대역으로 나눠 각각 정보를 쪼개 보낸 다음, 수신지에서 다시 하나로 합치는 방법이다. 차가 마구 뒤섞여 달리던 넓은 도로에 차선을 그어 줄을 맞춰 달리게 하면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런데 같은 기술을 사용했는데 왜 LTE-A보다 66배나 빠른 걸까. 주파수 대역, 즉 정보가 다니는 도로의 넓이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과 무선 랜은 대략 300MHz~30GHz 사이 영역의 주파수를 사용한다. 이 안에서도 국가별, 용도별로 잘게 쪼개진다. LTE-A를 개통하기 위해 한 통신사가 20MHz 대역의 주파수 이용권을 사는 데 낸 비용은 무려 1조 원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파수는 좁고 너무 많은 사용자가 몰리면서 서로 간섭이 일어나 통신품질이 떨어진다. 2.4GHz 주파수를 공용으로 사용하는 와이파이는 사용자가 조금만 몰려도 통신품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라이파이는 정보고속도로를 거의 무한대로 넓힐 수 있다. 가시광선의 주파수 영역은 380THz~750THz(테라헤르츠, 1THz=1,000GHz)로 무선통신 전체 주파수보다도 무려 1만 배 이상 넓다. LED 색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가 조금씩 다르지만, 이 광활한 대역에서 자유롭게 통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가시광통신에도 단점은 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빛이 닿는 곳에서만 통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가시광선은 벽을 통과할 수도 없고, 심지어 손바닥으로 수신기만 가려도 통신이 되지 않는다. 원거리 통신용으로는 당연히 탈락이다. 태양에서 오는 가시광선이 간섭을 일으켜 낮에는 야외에서 사용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늘 조명이 켜져 있는 곳에서만 쓸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조건에 최적인 장소들도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코엑스몰, 혹은 복잡한 지하상가나 대형백화점을 생각해 보자. 초행길이라면 길을 잃기 쉬운데 실내에는 GPS도 잘 작동하지 않는다. 이럴 때 곳곳에 켜져 있는 조명으로부터 디지털 정보를 내려받아 위치를 찾거나 필요한 파일을 내려 받을 수 있다.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LED통신연구실은 자동차나 항공기의 안전운행을 돕는 기술, 시각장애인을 돕는 기술 등 가시광통신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빛만 가리면 통신이 두절되는 라이파이의 단점은 곧 장점이기도 하다. 쓰고 싶은 범위에서만 통신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을 막고 싶다면 LED만 끄면 된다. 병원이나 비행기, 원자력발전소처럼 전자기파 사용이 예민한 장소에서도 라이파이는 걱정 없이 쓸 수 있다. 빛이 전자기기 근처로 새들어가지 않게 문만 잘 닫아놓으면 된다. 보안에도 강하다. 와이파이는 마음만 먹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도·감청을 할 수 있지만, 라이파이는 눈에 보이는 곳까지만 통신이 가능하다.

물론 라이파이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건물 등 장애물로 인해 빛이 차단되면 신호가 끊길 수 있고, 빛을 직접 받아야 하는 특성 상 장비를 작게 만들기 어려운 한계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추가적인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조명과 통신이 융합된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글 : 변지민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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