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용 운영체제가 등장했다?!


지난 7월 29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운영체제(OS) ‘윈도우10’이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 출시됐다. 윈도우7 이상 사용자에 대해 1년간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윈도우10은 윈도우 최초의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윈도우10은 DVD와 같은 광학미디어 대신 USB 메모리스틱에 담기거나 다운로드 형태로 판매된다. 1년의 무료 업그레이드 기간이 지나면 개인 사용자 기준으로 17만~32만 원 정도의 가격에 구입해야 한다. 

MS가 2년 내에 10억 개의 기기에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운 윈도우10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의 윈도우’라는 캐치프레이즈 속에 숨어 있다. MS가 8월 10일부터 배포하기 시작한 ‘윈도우10 IoT 코어’란 플랫폼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플랫폼은 사물인터넷용 윈도우로서, ‘라즈베리파이2’와 ‘미노보드 맥스’ 등의 컴퓨팅 보드에 적합하도록 설계됐다. 라즈베리파이는 영국의 라즈베리파이재단이 기초 컴퓨터 교육을 위해 출시한 제품이며, 미노보드 맥스는 인텔사의 오픈소스 싱글 컴퓨팅 보드다. 
 

사진 1. 윈도우10의 스크린샷(출처: MS)



사물인터넷이란 생활 속 사물들이 유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돼 정보를 공유하는 환경으로, 2020년에는 약 1400조원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미래의 유망 기술이다. 윈도우10 IoT 코어는 싱글 보드 컴퓨터가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소 250MB 램과 2GB의 저장용량만 있으면 윈도우10 IoT 코어를 통해 사물인터넷 구현이 가능하다. 다양한 오픈소스 개발도구를 윈도우10 앱 개발에 활용할 수 있으므로 윈도우10 IoT 코어는 사물인터넷 기술 개발의 문턱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MS는 지난 4월 말에 개최한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IT 관련 기자 및 개발자들에게 홀로렌즈(Hololens)를 직접 체험하는 공개 시연 자리를 마련했다. 홀로렌즈란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처럼 머리에 쓰는 기기로서, 우리가 보는 환경에다 홀로그램을 입히는 일종의 증강현실 형태의 장치다. 미래 유망 기술로 꼽히는 홀로렌즈는 비디오게임에서부터 설계, 교육, 컴퓨터 아키텍처와 같은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될 수 있다. MS의 홀로렌즈는 윈도우10을 운영체제로 사용하므로 PC와 호환이 자유롭다. 즉, MS가 윈도우10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하나의 윈도우’ 전략과 이어지는 셈이다.공개 시연 당시 이미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추정돼 윈도우10과 함께 출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MS는 홀로렌즈의 첫 번째 개발자 버전을 내년 중으로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 MS의 홀로렌즈 영상은 아래 주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ThCr0PsyuA&feature=youtu.be 

 

사진 2.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 홀로그램을 구현하고 있는 장면
(출처: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사진 3. MS에서 공개한 홀로렌즈 시연 영상 캡처
(출처: MS)



이처럼 미래 유망 기술들의 선점에 대비하고 있는 윈도우10은 PC, 태블릿,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에 상관없이 하나의 운영체제로 사용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MS가 개발한 가정용 게임기인 엑스박스(Xbox)를 비롯해 MS의 모든 하드웨어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각각의 플랫폼에 원코어라는 공통된 핵심 모듈을 사용한 덕분에 유니버셜 앱으로 개발된 이것은 PC, 스마트폰, 사물인터넷 등 어떤 종류의 디바이스에서도 동작한다. 플랫폼별로 앱을 따로 개발할 필요가 없다. 즉, PC 소프트웨어와 스토어 애플리케이션 간의 경계를 무너뜨린 것이다. 

또한 PC로 사용할 때나 태블릿과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로 사용하건 간에 ‘컨티뉴엄’ 기능을 통해 화면을 자동으로 최적화해준다. 예를 들어 PC에서 사용하다 태블릿으로 가면 창이 저절로 풀 스크린으로 전환되며, 다시 PC로 사용하면 하단의 바와 창이 부활하게 된다. 최근에 출시된 컨버터블 방식의 경우 태블릿처럼 생긴 본체에 키보드를 마음대로 붙이고 뗄 수 있다. 윈도우10을 사용하게 되면 키보드를 붙일 경우 데스크톱 모드로 작동하고, 키보드를 떼면 자동으로 태블릿 모드로 바뀌면서 터치 인터페이스 기반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의 윈도우로 여러 디바이스를 사용하려면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사물인터넷의 경우 개인의 보안이 뚫릴 경우 복잡한 사고로 발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MS는 윈도우10에 ‘헬로 윈도우(Hello Windows)’란 새로운 보안 방식을 추가했다. MS 패스포트 기반의 기술을 활용한 헬로 윈도우는 지문이나 얼굴, 홍채와 같은 사용자의 생체 정보를 활용해 PC 로그인 및 스토어 앱 아이템 구매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이 같은 개인 정보는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 암호화돼 디바이스 내의 보안 폴더에 저장되므로 네트워크로 전송되지 않는다. 

얼굴 인식 기능을 사용할 경우 디바이스에 장착된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면 1~2초 내에 로그인 된다. 특히 적외선 및 레이저 센서를 활용한 카메라를 통해 사람 피부의 열, 굴곡까지 인식하므로 사진을 이용한 로그인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얼굴을 좌우로 흔들어야 로그인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옵션도 설정에서 추가할 수 있다. 이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선 적외선 및 레이저 센서 등이 내장된 화상 카메라가 있어야 한다. 

윈도우10이 이전 버전과 차별화된 또 다른 특징은 ‘코타나’와 새로운 인터넷 브라우저인 ‘엣지’다. 코타나는 애플의 시리, 구글의 나우, 삼성의 S보이스와 비슷한 음성 인식 개인 비서 시스템이다. 윈도우10의 코타나는 단순한 음성인식 엔진이 아니라 개인의 위치정보, 일정, 취향 등을 고려해 대답을 다르게 한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 근처에 가면 계란을 사라고 알려줘”라든가 “파워포인트 중 IoT 키워드가 쓰인 파일을 찾아줘” 등의 명령을 처리해준다. 하지만 아쉽게도 코타나는 아직 한국어 지원이 되지 않는다. 

윈도우10의 기본 브라우저인 엣지는 웹노트 기능이 있어서 웹페이지에서 사용자가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작성할 수 있다. 따라서 펜이 제공되는 디바이스를 사용할 경우 자기 마음에 드는 내용을 웹 화면에 표시한 다음 이메일 등으로 다른 사용자와 쉽게 공유할 수 있다. 또한 개인 비서인 코타나와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모바일 시대를 위한 변화를 선택했으나, 그리 널리 보급되지 않은 윈도우8의 실패를 딛고 다시 미래 유망 기술을 겨냥한 윈도우10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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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에 차고만 있어도 전기가 생긴다?

애플 워치, 구글 글래스, 삼성전자 기어 핏, 샤오미 미밴드…. 
요즘 핫한 디바이스들이다. 이들을 ‘웨어러블 기기’라고 부른다. 다소 거창하지만 그냥 안경, 시계, 밴드를 전자기기로 만든 것이다. 몸에 부착시켜 착용할 수 있다는 뜻에서 ‘입는’이라는 의미를 지닌 ‘웨어러블(wearable)’을 붙였다. 

벌써 수 년 전부터 과학기술계에 회자됐던 웨어러블 기기는 애플, 삼성 등 굴지의 IT 대기업들이 최근 손목에 부착하는 시계 형태로 제품을 내놓으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인터넷에선 이미 ‘얼리어답터’들의 제품 소개글이 터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웨어러블 기기의 가장 큰 단점은 무엇일까. 사용성, 효율성, 호환성, 연결성, 응용성 등이 부족하다는 게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런 문제점은 혈압, 체온, 수면 패턴 등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헬스케어 디바이스들이 나오고 스마트폰이나 이미지, 영상 등과 웨어러블 디바이스 연동 기능 등 다양한 기능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배터리다. 지금도 스마트폰 배터리의 수명 문제는 난제다. 항시 몸에 착용해야 하는 웨어러블 기기는 두말할 것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체온을 이용해 전기를 충전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 영예의 그랑프리 대상을 받아 주목받고 있다. 

■ 상상이 현실로…, 체온 차이로 전기 생산 

주인공은 바로 카이스트 조병진 교수팀이다. 유네스코는 디지털 기술의 사회적·문화적 영향을 예측하는 기관인 ‘넷엑스플로(Netexplo)’와 공동으로 2008년부터 매년 전 세계 200여 명의 전문가·기업인 패널 투표를 통해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을 선정, 네티즌 투표 등을 통해 10대 기술 중 1위에 그랑프리상을 수여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에너지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인 ‘에너지 및 환경과학(Energy & Exvironmental Science)’ 온라인판에 속보로 실린 조 교수 연구팀의 기술은 사람의 체온에 의해 생긴 온도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열전소자를 유리섬유 위에 부착해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었다. 가로, 세로 각 10cm의 밴드로 만들어 팔에 부착하면 외부 기온이 영상 20도일 때, 약 40mW(밀리와트, 1000분의 1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윗옷 크기 정도로 만들면 약 2W의 전력 생산이 가능해 휴대전화 충전도 할 수 있다. 

전기소자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은 기존에도 있었다. 누르는 힘(압력)을 이용한 압전소자 기술, 마찰전기 효과를 이용한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마찰전기 효과는 올해 초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진이 발표하기도 했다. 이 기술은 50nm(나노미터) 두께의 금 박막 위에 실리콘 고무로 된 층을 씌웠는데 이 실리콘 표면에 수천 개의 작은 돌기를 만들었다. 말하거나 팔을 구부리는 행동을 할 때 이 돌기와 마찰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압전 기술에 비해 조 교수의 열전 소자 기술과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진의 마찰전기 기술은 웨어러블 기기에 더 적합하다. 그러나 조 교수의 기술은 입고만 있어도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빨리 상용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조 교수는 지난해 9월 ‘태그웨이’라는 벤처를 창업, 다양한 기업들과 상용화를 모색하고 있다. 

■ ‘사물이 서로 대화하는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 

조 교수의 대상 수상이 스마트(웨어러블) 기기의 짧은 배터리 수명 문제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줬다면 나머지 기술은 사물과 사물이 통신하는 다양한 ‘사물 인터넷’ 기술이 대거 선정됐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바이두라는 인터넷 기업이 개발한 센서가 달린 젓가락, 이스라엘 스키오(SCIO)사(社)가 개발한 라이터 크기의 분자 스캐너다. 센서가 달린 젓가락은 여러 음식 성분을 분석해 스마트폰으로 그 정보를 전송해 준다. 음식의 온도, 부패 여부, 산성도 등을 측정한다. 스키오사의 분자 스캐너도 스마트폰과 연동된다. 분석기를 어떤 물질에 가져다 대면 인터넷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된 정보와 대조해 화학적 구성이나 칼로리, 음식의 변질 여부, 의약품의 진품 여부 등을 가려낸다. 그만큼 먹을거리의 안전과 건강 등에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레인포레스트커넥션 재단이 만든 불법 벌목 감시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음향 감지 기술을 통해 5분 안에 반경 1km 내 불법 벌목을 알 수 있는데, 나무를 벨 때 나는 소리를 수집, 숲 관리자들의 디바이스로 자동으로 알려주는 사물인터넷 기술이다. 

■ 공공의 목적, 학습/교육 웹, 앱 서비스도 선정 

이밖에 새로운 개념과 공공의 목적을 위한 스마트폰 앱 기술도 선정됐다. 칠레의 카포스스파사(社)의 스마트폰 앱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자전거 친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모으는 기술이다. 

특히 전 세계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앱 기술도 이번에 선정됐다. 나이지리아 보건부가 개발한 이 앱은 에볼라의 발병 시간과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며 보건부 직원들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구글이 검색엔진을 통해 집계된 데이터로 전염병 관리예방 시스템으로 만들었던 이른바 ‘구글 플루’와 유사한 기술이다. 

미국의 브랜칭마인즈 재단이 만든 인터넷 기술도 있다. 학생 개인의 학습 내역을 기록하고 목표 달성을 돕는 서비스로 개인 학습의 어려움을 교사와 부모가 매우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크로아티아의 마이크로블링크 사(社)가 개발한 스마트폰 카메라로 방정식을 찍으면 푸는 과정과 해답을 보여주는 앱도 선정됐다. 

이밖에 미국 슬랙 사(社)의 이메일이나 SNS 등을 한데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 토고 위우랩 사(社)의 재활용 부품으로 만든 3D프린터 등도 이번 유네스코 선정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에 선정돼 관심을 끌었다. 과연 이 기술들이 우리를 어떤 세상으로 안내할지, 미래의 모습이 사뭇 궁금해진다. 

글 : 김민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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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과 사물이 소통한다, 사물인터넷!

멕시코시티의 범죄율은 2009년 이후 32%나 드라마틱하게 줄었다. 치안을 강화해서, 아니면 법이 엄격해져서일까. 그도 아니면 CCTV 설치 지역을 대폭 확대해서였을까. 정답은 도시 전역을 아우르는 감시 시스템에 장착된 오디오 센서다. 이 센서는 주변에 설치된 CCTV 카메라를 통해 사운드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총소리나 비명 소리 등에 반응하는 장비다.

각종 첨단 기술과 장비들이 전시되는 ‘스마트시티 엑스포’에서 소개된 이 사례는 요즘 정보통신과학기술(ICT) 분야의 가장 핫한 트렌드인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 우리 생활에 어떤 이점을 주는지 잘 보여준다.

미국의 유명한 통신 및 네트워크 전문 기업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회장은 2014년 2월 전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 2014’ 기조연설에서 ‘사물 인터넷’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며, 인류 생활 방식 자체를 바꾸는 혁명적인 일이다.”

그로부터 딱 1년 후 2015년 1월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5’에서는 인류의 생활 방식을 크게 바꿀 ‘혁명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물 인터넷 기술과 서비스들이 대거 소개됐다. 삼성전자는 5년 내 모든 제품을 100% 사물 인터넷화하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다. 반도체와 센서, 배터리, 네트워크 기술 등이 집약된 사물 인터넷 기술은 기존의 무선통신 기술과 어떻게 다르며 우리 실제 생활을 어디까지 변화시킬 수 있을까.

■ 2020년, 500억 개의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된다

사물 인터넷의 개념은 어렵지 않다. 현재도 우리 생활에서 사물 인터넷과 유사한 다양한 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이미 보편화된 하이패스 시스템, 자동차 원격 시동 및 블루투스 통화 등 각종 무선 장치 등이 대표적이다. 사물에 센서를 부착하고 센서가 읽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인터넷으로 주고받고 처리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사물 인터넷의 기본 개념은 이것과는 조금 다르다. 사람이 조작하고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시켜 사물과 사물, 즉 휴대폰과 보일러나 자동차 스마트키와 자동차가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약 15년 전인 1999년 벨킨사의 케빈 애쉬턴이 사물 인터넷이라는 용어를 처음 소개한 후 반도체와 센서, 통신 및 데이터 처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IT 분야 글로벌 리서치사인 ABI는 앞으로 5년 뒤인 2020년까지 약 500억 개에 달하는 기기가 인터넷으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전망하는 이유는 사물 인터넷 구현을 가능케 하는 각종 과학기술이 이미 나왔기 때문이다. 여러 대의 무선 기기가 동시에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는 무선 네트워크 기술, 제타바이트(10억 테라바이트=1조 1000억 기가바이트·3메가바이트 용량의 MP3 음악 파일을 281조 5000억 곡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 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술, 모인 데이터를 저장하고 언제 어디서나 꺼내어 쓸 수 있는 클라우드 기술 등은 IT 기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알고 있는 용어들이다.

특히 센서 기술과 네트워크 기술은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핵심이다. 그 중에서 사용자나 사물의 위치와 통신 규격을 파악해 주는 ‘비컨(beacon)’은 적외선이나 무선 주파수, 블루투스와 같은 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한다. 사물의 위치와 정보를 센싱하는 무선통신 기술이 기존에는 몇 cm ~ 수 m에 불과했지만, 비컨 기술의 발달로 몇 십 m에 있는 사물끼리도 데이터를 주고받는 게 가능해졌다.

■ 알람 시계가 커피 메이커를 작동시키고, 자동차가 서로를 피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사물 인터넷은 인간의 개입과 조작을 최소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사물끼리 알아서 서로를 인식하고 상황에 맞는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많은 가전업체들이 이와 같은 기능을 염두하고 사물 인터넷에 기반한 ‘스마트 홈’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테면 알람 시계와 커피 메이커를 연동시켜 놓으면 특정 시간에 알람이 울리는 동시에 커피 메이커에서는 커피가 만들어질 것이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이나 식재료의 유통 기한이 지나면 냉장고가 인식해 신호를 보내줄 것이다. 특정 시간이 되면 사용자가 미리 맞춰 놓은 조명이 켜지고, 조명은 사용자의 기분을 살피며 때때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무드 등을 스스로 작동시킬 것이다.

사물 인터넷이 꿈꾸는 일상의 모습이지만 아직 상용화하기엔 이르다. 그러나 이미 의료나 자동차, 농업 분야 등에서 사물 인터넷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한 회사가 개발한 ‘글로우 캡(Glow Cap)’이라는 약병은 환자가 약을 복용할 시간을 알려준다. 약을 먹을 시간에 약병 뚜껑의 램프가 켜지고 소리도 난다. 환자가 약병을 열면 센서가 감지해 인터넷으로 환자가 약을 복용했다는 정보를 병원에 보내준다.

이 서비스를 사물 인터넷으로 보는 이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앞서갔기 때문이다. 복용 시간이 지났음에도 약병 뚜껑이 열리지 않으면 병원 시스템이 자동으로 환자에게 SMS나 알림을 보낸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회사는 사물 인터넷을 활용한 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운전자의 습관이나 출퇴근 시간 등을 학습해 운전자의 기분에 맞는 장소를 스스로 추천해 준다. 미국 교통부는 차량이 서로 신호를 교환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시스템을 구상중이다. 운전자가 보기 어려운 차량을 보고 위험을 스스로 감지해 자동차가 이를 피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농업 분야에서도 사물 인터넷 활용 시도가 등장했다. 농업 관개 전문 첨단 기업 ‘밸리 이리게이션’은 농작물이 뿌리를 내리는 흙 1.2m 깊이에 센서를 사용해 온도와 습도, 토양의 상태를 추적한 데이터를 관개 장비에 전송해 알아서 물이나 비료를 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관개 장비와 토양의 센서가 서로 통신해 토양의 조건에 따라 물과 비료를 적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선구자들이 그렸던 사물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미래가 조금씩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날이 멀지 않았다. 물론 과학향기 칼럼 2014년 3월 19일 자 ‘좀비가전, 냉장고 문이 저절로 스르륵?!’에서 언급되었던, 취약한 보안 때문에 해커들에 의해 사고가 유발되거나 새로운 피싱이 발생될 수 있는 것과 같이 부정적인 측면도 공존하므로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글 : 김민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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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로 읽는 과학] 좀비가전, 냉장고 문이 저절로 스르륵?! 
2014년 KISTI의 과학향기에서는 [Keyword로 읽는 과학]이라는 코너를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와 관련된 과학계의 신조어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에 [Keyword로 읽는 과학] 코너에서 최신과학기술용어나 신조어를 알기 쉽게 풀어서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독자 분들의 참여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내 독자참여-주제제안 란, 또는 댓글로 알고 싶은 키워드를 남겨 주시면 선정 후 기사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런 냉장고 어떤가? 양손에 반찬통이라 문 열기가 어려우면 알아서 척척 문을 열어주는 냉장고. 김치면 김치, 회면 회. 넣은 칸마다 음식에 따라 온도를 맞춰서 바꿔주는 냉장고. 20세기까지 냉장고는 그저 음식을 상하지 않게 보관하는 장소에 불과했다. 하지만 냉장고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냉장고는 점점 더 똑똑해져서 보관된 식자재의 유통 기한을 관리하고, 지금 보관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알려준다. 앞으로 냉장고는 산지에서 출하되는 제철 채소를 말해주고, 요리 이름을 입력하면 필요한 재료를 인근의 어느 상점에서 가장 싸게 살 수 있는지 검색해줄 것이다. 아니, 계획된 식단에 필요한 재료를 스스로 상점에 주문하고, 결제하는 구매 대행 기능을 갖출 수도 있을 것이다. 식이 요법이 필요한 사람이 먹어서는 안 되는 식품을 꺼낸다면 알람을 울리는 기능도 상상해볼 수 있다.

아마 가까운 미래에 냉장고는 우리들의 영양사이자 식품 구매 대행자가 될 테고, 귀찮은 내부 청소는 내장된 로봇이 알아서 처리하는 능력자가 될 게 틀림없다. 이 모두는 냉장고가 스마트, 그러니까 똑똑해지게 된 덕분인데, 그 비결은 ‘인터넷’이다.

하지만 냉장고가 인터넷에 연결된 이 장밋빛 미래에는 그늘 역시 만만치 않다. 알아서 문 열어주고 온도 맞춰줄 줄 아는 냉장고는 반대로 언제든 제멋대로 문을 여닫고, 작동을 멈춰버리는 악동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소위 ‘어둠의 세력’이 냉장고로 할 수 있는 일을 따져보자.

나와 내 냉장고 정보가 유출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지금 먹는 마요네즈에는 첨가물이 많으니 자사 제품으로 바꾸라며, 내 냉장고 속 정보를 훤히 다 알고 보내는 기막힌 스팸이 폭주할지 모른다. 그러나 스팸 메일은 애교다. 냉장고를 해킹해서, 설정 온도를 제멋대로 바꾸거나 고장을 낼 수도 있고, 작동을 아예 멈추게 할 수도 있다. 특정 기관과 기업의 업무를 마비시키는 디도스 공격에 내 냉장고가 쓰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공격적인 테러리스트들이 냉장고 자체를 원격 폭탄으로 사용하리란 끔찍한 상상도 해볼 수 있다. 이 쯤 되면 인터넷으로 세상에 연결된 냉장고는 미래 사회를 그린 SF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도 남을 지경이다.

‘사물 인터넷(IoT • Internet of Things, 생활 속 사물들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안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사물 인터넷 기기는 지난해 87억 개에서 2020년에는 500억 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적인 통신 장비 업체 시스코의 존 챔버스 회장은 사물 인터넷 시장의 규모가 19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정부 역시 현재 2조 3천억 원인 국내 사물 인터넷의 시장이 2년 뒤 4조 8천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앞으로 이를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마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물건과 기기가 사람을 통하지 않고 서로 연결되고 정보를 공유하는 세상이 곧 도래할 것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에서 봤던 것처럼 길 가의 광고판마저 나에게 인사를 할 날이 온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사물 인터넷은 태생적으로 보안에 취약하다. 스마트 가전을 내세우지만 TV나 냉장고에는 그 흔한 ID나 비밀번호도 없다. 사물 인터넷 기기들은 대개 운영 체제(OS)를 갖추고 있지만 제품 자체에 보안 기능이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해커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또 무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기기가 많다는 것도 문제다. 유선과 달리 무선은 IP 차단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접근을 차단하고 좀비화된 기기를 추적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사용 빈도가 낮은 기기나 방치된 기기가 범죄의 도구로 쓰일 경우 피해가 발생해도 제 때에 알고 대처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기존의 보안 방식은 PC와 같은 전통적인 인터넷 환경에 맞춰 있어 사물 인터넷 기기에 적용하기 어렵고, 아직까지 사물 인터넷과 관련된 보안 표준과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TV나 냉장고가 해커들의 공격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건 공상이 아니다. 지난 1월 미국의 보안 업체 프루프포인트는 TV나 냉장고와 같은 가정 내 가전을 이용한 사이버 공격 사례를 공개했다. 이들의 발표에 의하면 2013년 12월 23일부터 2014년 1월 6일까지 약 보름간 악성 이메일 75만 건이 발송되었다고 한다.

국내 보안 업체들은 이미 몇 해 전 가정용 오디오나 프린터가 악성 코드에 감염돼 오작동 하는 모습을 시연해 보였다. TV를 해킹하면 시청자의 사생활을 몰래 촬영해 인터넷으로 생중계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스마트TV의 홈쇼핑 방송을 해킹해 시청자가 주문하면 돈이 해커에게 입금되도록 하는 방식의 새로운 피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자동차를 해킹하면 달리는 속도나 방향을 해커가 조작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고작 20 달러짜리 회로 기판 하나를 자동차에 연결하면 가능하다. 의료 기기 해킹은 치명적이다. 모바일 전문 보안 업체 룩아웃은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을 주입하는 인슐린 펌프가 해킹에 취약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테러리스트들은 항공기를 해킹해 경로를 바꾸고 미사일을 엉뚱한 곳에 떨어뜨리게 만든다. 그저 영화 속에서만 있는 일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온갖 사물이 서로 연결되어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작동하게 될 때 엘리베이터는 언제든 생명을 위협할 테니까. 보안을 위해 설치한 디지털 도어록이나 CCTV가 도리어 도둑에게 제 발로 문을 열어주고 증거를 지워버릴 수 있다.

사물 인터넷이 만개한 뒤에는 늦다. 해커들의 천국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서둘러야 한다.

※좀비 가전 : 해커들이 PC를 해킹해 악성 코드나 바이러스를 심은 뒤 ‘좀비 PC’를 만들어 조종하는 것처럼 해커의 공격에 감염되어 각종 스팸 메일이나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스마트 가전 기기.

글 : 이소영 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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