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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0.05 발열공포, 해열제로 해소되나?!

발열공포, 해열제로 해소되나?!

아이를 둔 많은 부모들이 늘 해열제를 집에 구비해 둔다. 아이가 열감기에 걸렸을 때 체온이 급격히 올라 행여 경기를 일으키거나 뇌가 손상될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한 모습이지만, 사실 이는 부모의 ‘발열공포’에서 비롯되는 부적절한 행동이다. 지나친 해열제 사용은 아이의 병을 낫게 하기는커녕 아이를 더 괴롭게 할 수도 있다. 

■ 직장체온 39℃ 미만은 대개 치료가 필요 없다 

열이 나는 것은 질병에 대한 ‘정상적인’ 면역반응이다. 우리 몸이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감염되면, 면역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열이 난다. 바이러스 감염은 대개 미열이 2~3일간 지속되고 세균 감염은 고열이 3일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열이 나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면역세포에서 분비된 ‘사이토카인’이 뇌혈관 세포에 작용한다. 여기서 몇 가지 효소가 만들어지는데, 이 효소들이 작용해 ‘프로스타글란딘 E2’라는 물질을 합성한다. 이 물질이 뇌 조직 속으로 확산되면, 체온조절중추가 자극돼 체온이 오른다. 감염됐을 때 체온이 오르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몸이 바이러스나 세균과 싸우는 과정에서 화학적으로 열이 난다는 가설이 있고, 일부 연구자는 “백혈구나 면역 세포가 체온이 적당히 상승한 환경에서 더욱 활발한 항균 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해열제는 어떤 원리로 열을 내리는 걸까. 해열제는 몸에 열이 나게 하는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 E2의 생산을 억제한다. 열과 통증, 그리고 식욕부진과 같은 증상이 동시에 완화된다. 하지만 증상을 완화시킬 뿐, 열이 나게 하는 근본적인 요인을 치료하는 건 아니다. 

만성질환이나 선천성 장애가 없고 평소 건강한 아이가 직장체온이 39℃ 미만이라면 대개 치료가 필요 없다. 직장체온이란 항문에서 6cm 이상 들어간 곳에서 측정한 온도로, 직장체온을 표준체온으로 정했지만 항상 이렇게 잴 수 없어서 겨드랑이나 귀 온도를 대신 측정한다. 조금 더 큰 아이들은 38.3℃ 이하의 미열이면 특별한 처치를 하지 않고 기다려도 된다. 체온이 41℃를 넘어가면 ‘고체온증’으로 반드시 즉각적으로 처치해야 하지만, 대개는 시상하부가 체온을 잘 조절하기 때문에 41℃를 넘기는 경우가 드물다. 물론 36개월 미만의 영유아는 얘기가 다르다. 면역기능이 미숙하기 때문에 발열 초기라도 심각한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약 3개월 미만의 아이가 38℃ 이상인 경우라면 반드시 병원 진찰을 받아야 한다. 

■ ‘발열공포’가 아이를 괴롭힌다 

문제는 대부분의 부모가 열에 대해 과도한 공포심을 갖고 부적절하게 대처한다는 점이다. 이를 ‘발열공포(fever phobia)’라고 부른다. 미국의 소아과 의사 바턴 슈미트가 1980년 발표한 논문에서 유래됐다. 그는 논문에서 “81쌍의 부모를 조사한 결과, 부모의 52%가 ‘아이가 40℃ 미만의 열로도 심각한 신경학적 부작용을 겪을 것’이라고 응답했다”며 “무려 85%의 부모가 아이의 체온이 38.9℃가 되기도 전에 해열제를 먹인다”고 밝혔다. 발열공포라고 정의한 데서 알 수 있듯, 이런 우려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이런 발열공포는 어디에서 유래된 걸까. 일부 전문가는 과거 경험에서 그 뿌리를 찾는다. 세균과 바이러스에 인간이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던 과거 말이다. 지금보다 생활환경이나 의료 수준이 열악했던 시절, 특히 심각한 뇌수막염으로 많은 아이들이 고열에 시달리다 귀가 멀고 뇌손상도 입는 등 심한 후유증을 겪었던 기억이 우리에게 열에 대한 공포를 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백신이 개발돼 심각한 세균에 감염되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줄었으며, 의료 수준이 높아져 설사 감염되더라도 치료에 실패하는 확률이 줄었다. 즉, 요즘 아이들이 열이 나는 원인은 대부분 3~4일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바이러스 질환인 것이다. 

하지만 김진선 조선대 의과대학 간호학과 교수팀이 올해 4월 <아동간호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부모들의 발열공포는 여전하다. 연구 대상자의 절반이 37.8℃를 발열의 최저기준 체온으로, 38.9℃를 고열의 최저기준 체온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발열과 고열은 각각 38.0℃ 이상, 40.0°C 이상으로 정의한다. 또한, 74.8%가 열이 나는 아이를 미온수로 목욕시킨다고 응답했다. 78.1%는 아이가 경련을 일으키거나 뇌손상을 일으킬까 봐 ‘매우 걱정 된다’고 답했다. 그 결과, 소아 외래나 응급실을 불필요하게 자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열제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74.2%가 잘 자고 있는 아이를 깨워 해열제를 복용시킨다고 답했다. 심지어 6%는 아이가 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항문을 통해 좌약 형태의 해열제를 투여하고 있었다. 열이 나는 아이에게 부모가 가장 조치하기 쉬운 게 해열제 투여다 보니, 남용이 심한 것이다. 김 교수는 “의료진조차 최신의 과학적 근거를 수용하지 못한 채 잘못된 방법으로 소아 발열을 관리하고 있다”며 “의료인의 발열공포가 부모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세균감염 위험 먼저 살펴야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열에 대한 지나친 공포로 해열제를 잘못 써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해열제 자체로는 열성경련을 막을 수 없다. 열성경련 예방을 목표로 해열제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물론 해열제를 먹이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아이의 체온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해열제를 먹이지 말고, 열 때문에 너무 힘들어할 경우에만 고려하라는 것이다. 이은혜 경희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체온이 38℃가 넘으면 아이가 보채고 힘들어하기 때문에 해열제를 적절한 용량으로 사용해 편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보통 해열제의 사용간격은 4~6시간이다. 아이가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계열의 약을 섞어 자주 먹여서는 안 된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의 상태를 잘 살피는 것이다. 3일 이상 고열에 시달린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 교수는 “아이가 열이 날 때 뇌막염이나 요로감염, 패혈증 등 심각한 세균감염인지 단순한 바이러스성 질환인지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열에 대한 공포로 ‘해열’에만 지나친 관심을 쏟는 태도는 아이의 병을 낫게 하기는커녕 아이를 더욱 괴롭힐 수 있다. 
 

(TIP) 열에 대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상식 

Q. 아이 체온이 38℃를 넘었어요! 뇌가 손상되면 어쩌죠? 
A. 단순 감기로 인한 열 때문에 뇌가 손상된다는 건 근거 없는 오해랍니다. 

Q. 아이가 열성경련 경험이 있어요. 빨리 해열제 먹여야겠어요. 
A. 해열제는 열 증상만을 완화할 뿐, 열성경련을 예방하지 못합니다. 병원을 찾아 열이 나는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해요. 

Q. 열이 떨어지지 않아 곤히 자는 아이를 깨워 해열제를 먹였어요. 
A.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열이 나더라도 아이가 잘 놀고 잘 잔다면 해열제를 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보채고 힘들어 할 때만 체중에 맞게 해열제를 주세요. 

Q. 병원에서 미온수목욕을 시키라는데, 아이가 울고 소리를 질러요. 
A. 미온수목욕은 해열효과가 일시적입니다. 최근에는 추천하지 않는 처치법이죠. 아이가 추워서 몸을 떨면 열이 생산돼 체온을 오히려 올릴 수 있어요!  



글 : 우아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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