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니코틴의 그림자, 3차 흡연의 공포

# 담배 피운 사람도 없는데 1 

집을 이사했다. 전에 살던 사람이 꽤나 담배를 피웠던 모양이지만, 우리 가족은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이사한 지 한 달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담배의 유해물질이 실내에 남아 있을 수 있을까? 

니코틴은 카펫이나 커튼 같은 천, 페인트칠한 벽에는 철보다 더 잘 달라붙는다. 그리고 실내의 먼지에 흡착된 니코틴은 21일이 지난 뒤에도 처음 양의 40%가 남는다. 지금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어도 오랜 기간 흡연에 노출된 실내에는 담배 한 개비를 지금 피울 때보다 더 많은 양의 니코틴이 존재할 수 있다. 

# 담배 피운 사람도 없는데 2 

이제 차 안에서 담배 피우는 것은 절대 금지, 피우고 싶으면 밖에서 피워야 한다.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동안 창문을 올리고 있었으니, 안심해도 될까? 아니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연구팀에 따르면, 차 안에서 담배를 피웠을 때와 차 밖에서 담배를 피웠을 때, 차 안에 남아 있는 니코틴의 양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안에서 담배를 피운 차는 채집한 먼지와 실내 표면에서 각각 19.51g/g, 8.61g/m², 안에서 피우지 않은 흡연자의 차에서 11.61g/g, 5.09g/m²이 나왔다. 니코틴은 먼지와 실내 표면에는 악착같이 들러붙는 것이다. 이렇게 남은 니코틴은 실내에 존재하는 아질산과 같은 다른 기체와 접촉해 독성이 강한 1급 발암 물질인 ‘니트로사민’을 만든다. 

# 담배 피운 사람도 없는데 3 

회사에선 담배를 피우지만, 퇴근 전에 칫솔질을 하고, 입을 헹구는 것은 물론 손과 얼굴까지 깨끗이 닦는다.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흡연자이지만 집안은 담배 청정구역! 그렇다면 신생아는 담배로부터 안전할까? 흡연자들은 흔히 담배 냄새를 없애려고 가글을 하지만 유해물질은 흡연자의 몸, 옷, 폐 속에 남아 있다. 눈에 보이는 담배 연기와 담배 냄새는 사라져도 흡연자의 폐 속에 남아있는 유해물질은 흡연자와 함께 이동한다. 어디선가 흡연한 사람이 실내 공간에 같이 있으면, 간접흡연 상태라고 봐야 한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게오르그 매트 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집 안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흡연자 가정의 신생아 소변에서 ‘코티닌’ 성분이 검출됐다고 한다. 코티닌은 니코틴이 분해되어 나오는 성분으로 코티닌 농도가 높으면 3차 흡연에 노출됐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흡연자의 폐에 남아 있던 담배연기는 호흡을 통해 배출되는데, 흡연 후 14분까지 유해물질은 지속적으로 배출된다. 담배를 피운 뒤 바로 아이를 안으면 아이에게 담배 연기를 뿜는 셈이다. 

담배연기를 직접 맡지 않고도 몸이나 옷, 카펫, 커튼 등에 묻은 담배 유해물질을 통해 흡연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3차 흡연이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간접흡연, 즉 2차 흡연은 흡연자에게 근접해 있어 담배연기를 함께 맡는 것이다. 하지만 직접 담배 연기에 노출되지 않고도 흡연의 피해에 노출될 수 있어, 3차 흡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담배를 피웠던 공간에 있거나, 다른 장소에서 담배를 피운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유해물질에 노출된다는 연구결과들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3차 흡연의 피해를 연구한 사례를 더 살펴보자. 미국 로랜스버클리국립연구소는 3차 흡연의 영향에 대해 연구한 결과, 50종이 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18시간이 지난 뒤에도 잔류해 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니코틴이 오존과 반응해 초미립자 유해 성분을 만들었고, 이는 피부나 먼지를 흡입하는 과정에서 체내에 흡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차 흡연 노출로도 세포의 유전적인 손상이 일어난다고 보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3차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 연구에서는 3차 흡연 물질에 노출된 생쥐에게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증가한 것이 나타났다. 또 폐에서는 과도한 콜라겐이 생성됐고, 사이토카인 염증 반응이 나타났다. 이런 증상은 간경변과 간암, 폐기종, 천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 3차 흡연 환경에 노출된 생쥐들의 경우 상처가 생겼을 때, 치유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과잉행동장애가 나타난다는 점도 밝혔다. 3차 흡연이 그저 기분 나쁜 정도가 아니라 실제적인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결과라 주목된다. 

특히 3차 흡연에 노출된 어린 아이와 학생들의 피해가 크다. 강혜련 서울대 의대 교수가 6~11세 어린이 3만 158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차 흡연에 노출된 아이는 부모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아이에 비해 야간 기침 20%, 만성 기침 18%, 발작적 연속 기침 20% 가량 더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판정을 받은 학생과 ADHD 행동을 보이는 어린이의 소변에서 코티닌 평균수치가 정상 아동보다 70% 더 높게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다. 

간접흡연이 청력 손상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뉴욕대학교 메티컬센터 애닐 랄와니 교수는 12~19세 청소년 1,53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혈액 속 코티닌 농도가 높으면 달팽이관과 내이에 문제가 있으며 15dB(데시벨)의 일반적인 성량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태아가 담배연기에 노출된 경우 청력에 문제가 나타나며, 청소년기의 청력 손상률은 약한 정도이긴 하지만 흡연에 노출되지 않은 아이들의 3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담배 피운 사람도 없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입는 피해이기 때문에 3차 흡연은 무섭다. 담배가 주는 해는 질기고 오래 간다. 피운 뒤에는 애써 지우려 해도 흔적은 독하게 남는다. 애초에 손대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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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 폐암 알아도 만성폐쇄성폐질환 모른다?

5월 31일은 세계금연의 날이다. 담배가 우리 몸에 백해무익한 존재라는 것은 이미 수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많은 흡연자들은 ‘올해는 기필코…’라며 금연을 다짐하지만, 결국 작심삼일로 끝나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지 못하고 피우면서도 두려워하는 질병은 바로 ‘폐암’이다. 하지만 폐암보다 더 두려워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다.

병명은 생소하지만 COPD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병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2013년) 전 세계에서 10초에 한 명씩 사망하는 병으로, 세계 사망 원인 4위에 올라 있다. 전문가들은 2020년이 되면 3위로 오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망원인 7위에 올라 있다.

대표적인 원인은 흡연이다. 담배가 타면서 나오는 유해물질이 폐를 구성하고 있는 기관지와 폐포에 반복적으로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환자는 거의 100%가 흡연자로 비흡연자 중 COPD 환자는 제로에 가깝다. 매연이나 먼지,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 등 자극적인 입자나 기체에 오래 노출되면 위험하지만 직접적으로 COPD를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COPD는 폐에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악화될수록 기도가 좁아지고 폐 기능이 떨어져 숨쉬기가 어려워진다. 환자는 하루 종일 거친 숨소리와 연이은 기침에 시달리며 악화되면 스스로 숨쉬기가 힘들어져 호흡곤란을 호소한다. 만성기관지염과 폐기종이 이에 속한다.

하지만 흡연자 중 COPD를 아는 사람은 10명 중 2~3명 정도.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에서 발표한 설문자료에 따르면(2012년) 흡연하는 45세 이상 COPD 잠재 환자군 737명 중 75%가 COPD를 잘 모른다고 답했다. 또 공해에 노출된 택시운전자 287명 중 90%는 COPD가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응답했다.

모르는 사람이 많은 탓에 병원을 찾는 사람도 적어 진단율도 낮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조기진단과 관리(2011)>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COPD 환자의 약 1/4만 진단을 받았고 이 중 13%만이 치료를 받고 있다.

COPD의 국민건강보험료 지출액은 연간 600억 원에 달한다. 대부분이 급성악화와 입원비용으로 중증 환자들의 치료비다. 그에 반해 검사와 진단 비용은 전체 5~6%로 상대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이미 한참 병이 진행된 이후에야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진단을 받지 못한 많은 수는 경도 환자다. 증상 초기에는 비탈길을 걸을 때 숨이 차다가 점점 평지를 걸을 때도 숨이 차기 시작한다. 이를 단순히 운동부족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걷는데 숨이 차다면 이미 폐 기능의 50%는 손상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COPD는 증상이 심해질수록 기침과 가래가 잦아지고 악화되면 들고 나는 숨소리가 힘겹게 들릴 정도로 심각한 호흡곤란을 겪는다. 발을 내딛는 것조차 어려워 외출은 고사하고 혼자 씻고 밥 먹는 게 힘들 정도로 일생생활이 어려워진다.

이미 망가진 폐는 회복이 어렵다. 또 악화될 경우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야 할 만큼 스스로의 호흡으로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치료는 회복보다 악화를 막는 것을 우선순위로 둔다. 전문가들은 COPD 환자의 5년 생존율을 80%지만 한번이라도 악화를 경험한 환자군의 5년 생존율을 5% 미만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예방과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폐기능 검사가 필수다. 특히 10년 이상 흡연한 40세 이상이나 택시나 버스 운전사 등 직업적으로 유해 기체에 노출이 많은 직업은 가진 사람은 고위험군으로 기침과 가래가 잦아졌다면 바로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예방의 기본은 금연이다. 그리고 COPD 치료의 핵심이기도 하다. 금연은 COPD의 사망률을 줄이고 폐기능 감소를 늦춘다. 가래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을 호전시키는 효과도 있다.

인플루엔자와 폐렴구균 예방접종도 도움이 된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줄이고, COPD 환자의 사망률을 50%까지 감소시킨다. 폐렴구균예방접종은 COPD 환자가 폐렴으로 인한 패혈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증명됐다. 고령의 환자일수록 효과가 크다.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오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사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COPD 환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유럽에서 COPD 악화로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 삶의 질을 물었더니 61%는 ‘죽는 것보다 더 나쁜 상태’라고 표현했다.

죽는 것 보다 더 나쁜 상태, 상상하기 어렵지만 COPD 악화를 경험해 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인다. 연이은 기침에 가슴은 멍이 든 것처럼 아프고 인공호흡기 없이는 발을 뗄 수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밥 한 술 뜰 수도 없는 불편함과 서러움을. 전문가들은 비흡연자가 COPD에 걸릴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말한다. 오래는 아니더라도 건강한 중년을, 노년을 맞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금연이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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